일가



"쳐다보지마."

그렇게 말하며 휘두른 거친 발길질에 실장석 한마리가 날아간다.

불합리한 폭력.

그저 쳐다봤다는 이유로 주변에 서있던 실장석은 세상을 마감했다.

그냥 서있던게 아니라 자신을 키워달라고 애교를 떨던 분충이였지만 자신의 판단의 옳고 그름도 알지 못한채 세상을 떴다.

참상을 넋놓고 바라본 자실장들은 겁에 질렸지만 자신의 친실장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달려나온다.

"테텟.. 마마! 마마!"

그렇게 외치며 서둘러 달려가지만 이미 친실장의 입에서는 장기가 빠져나와 있고 몸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뭐인테치! 오마에는 도대체 뭐인테치!"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건지 자신의 주제도 모르는 자실장이 달려와서 인간의 발을 거칠게 두드린다.

통통통통통.

하지만 나약한 자실장의 힘으로는 인간의 발을 감싸고 있는 천조차 뚫을 수 없었고 그 무기력한 발악에 인간은 최대한의 성의로 보답을 해준다.

"쳐다보지 말라니깐?"

그렇게 말하곤 실장석이 날아가지 않게 발끝을 이용해 힘을 실어 하늘로 날린다.

붕 뜨는 느낌에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지만 자신의 몸이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속도로 끝없이 하늘로 솟구친다.

"신기하테치.. 와타치는 신이 되어버린테치? 망할 똥닝겐을 혼내줬더니 신이 되어버린테치..."

얼마나 올랐을까.

끝없는 부유감에 전능함을 느끼고 있던 실장석은 자신의 마마의 복수를 했다고 느끼며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찰나의 순간도 잠시뿐.

이윽고 자신의 몸이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실장석은 자신의 몸이 서늘하게 떨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알고 있었다.

실장석 따윈 신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자신을 걷어차는 모습 또한 똑똑히 지켜봤다.

하지만 깨닫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마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차라리 마마를 무시하고 떠났다면 오히려 오래 살 수 있었으리라.

어쩌면 자식들을 낳고 세상을 자로 가득 채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장석은 자신의 마마를 위해 달려나갔고, 그로 인해 인간의 심기를 거슬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결말은 뻔하다.

그대로 점점 가속해서 떨어지는 실장석이 있었고, 그러한 실장석을 지켜보는 실장석이 있었다.

인간은 실장석을 띄우고 흥미 없다는 듯 바로 떠났다.

"끝인테..."

실장석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 끝부분은 무언가 떨어지는 파열음이 대신하고 있었다.

불과 수초였다.

한 친실장이 자신을 키우지 않겠냐고 데스웅 하며 애교를 떨었다.

인간은 경고했다.

실장석을 싫어하니 적당히 하고 가라고.

실장석은 단호했다.

자신은 세레브하니 키워도 좋다고.

인간은 말했다.

더 이상 말 걸지 말라고.

실장석은 말했다.

세레브한 자신을 키우라고.

인간은 결정했다.

실장석을 걷어차기로.

실장석은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세레브하다고 믿었기에.

바로 친실장에게 달려간 자실장은 인간이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인간은 실장석을 신경쓰지 않았다.

자기들이 멋대로 접촉해오곤 멋대로 실망한다.

멋대로 화를 내고 멋대로 부탁한다.

실장석다운 최후였다.

걷어차인 실장석의 옆에 자실장이 있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실장석의 옆에 형제들이 있었다.

울고 있었다.

소란은 커져가고 있었고 실장석들의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슬펐다.

자신들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너무하다.

세레브한 자신의 마마와 그보다 세레브한 자신을 키운다면 삶이 세레브해지는게 당연할텐데.

인간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화가 났다.

인간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가슴속부터 뜨거워져 갔고 평소라면 나지 않을 용기가 났다.

그래서 자실장은 최후의 용기를 앉고 달려가고자 했다.

그랬는데.

눈앞에 있던 것은 눈에 생기가 없는 독라였다.

동족식을 얼마나 했는지 자신의 친실장보다 거대했다.

생기는 없었지만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있던 용기가 사라졌고, 두려움만이 가득 차 버렸다.

자신의 무력감을 느끼고 울며 자매들을 불렀을 땐 이미 늦었다.

자신들은 너무 소란스러웠다.

방금 친실장을 잃었기에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독라는 생기 없는 눈으로 웃으며 추접한 얼굴을 일그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렇게 되버린 실장석을 먹고 사는 것이다.

인간에게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무너져버린 일가를.

자매들이 살아남는다면 이와 같이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살아남는 자매는 없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추접한 음식 씹는 소리만이 세상을 메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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