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바로 조리해도 맛있는 자실장! (ㅇㅇ(113.60))



실장석 고기는 학대하면 학대할수록 맛있어진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한끼 식사도 챙겨먹기 바쁜 현대인이 조리 과정에서 일일히 학대하는 것은 웬만한 학대파가 아니고서야 어렵다.

그러나 학대하지 않고서도 맛있는 실장석 고기를 먹고 싶은 당신을 위해!

제조 과정에서 미리 학대해서 평균 이상의 맛을 가진 자실장 고기가 나왔다! 물론 직접 학대하는 것만큼은 못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쉽게도 이미 파킨한 상태여서 추가 학대는 어렵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소 돼지, 닭고기처럼 신선도는 보장되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면 지금부터 학대... 제조 과정을 알아보러 가자.



"우매한 똥닌겐들에게 고귀한 맛을 알려주는 것이 세레브한 실장석데스요~ 뎃데로게~ 뎃데로게~"
"사육실장보다 똥닌겐들의 입에 들어가서 그들의 몸을 지배하는 것이 더 우월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인 데스! 뎃데로게~ 뎃데로게~"

딱 들어도 분충 태교란 걸 알 수 있는 태교를 하는 실장석들이 보인다.

간편! 바로 조리해도 맛있는 자실장!을 만드는 라인의 친실장들은 강제출산을 하지 않는다. 사육실장보다 식실장이 낫다고 세뇌당한 친실장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태교를 한다. 덕분에 자들도 태교의 영향을 받아 식실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손대지 않아도 분대처리가 되어 있다. 실장석들도 똥이 먹을 게 못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텟데레~ 똥닌겐들의 입맛을 한층 더 끌어올릴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와타치! 세상에 당당히 발을 딛은 테치!"

친실장의 영양 상태가 좋기 때문에 태어나는 자들은 대부분 자실장이다. 출산을 확인한 직원이 자실장을 데리러 왔다.

"테? 와타치가 맛의 천국으로 이끌어야 할 어린 양인 테치?"
"아닌 데스. 우리들의 수발을 드는 저임금 노예 똥닌겐인 데스."
"이래봬도 꽤 많은 받는 편이다만... 뭐 됐어. 가시죠, 자실장 님. 저희들 똥닌겐을 가엽게 여기셔서 그 한몸 희생하시기로 마음먹으신 고.귀.한. 분이시여."
"테츄츙. 이 몸의 가치를 안다니 쓸만한 노예인 테치~"

설명하지 않아도 직원이 임금을 많이 받는 이유는 알 거라 생각한다.

직원은 다른 친실장의 자들도 전부 모아서 생산 라인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학대의 시작이다.

다만 학대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정신적 학대이다. 직접 하는 학대라면 몰라도, 자기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자기 입에 들어갈 고기에 해꼬지하는 것을 좋아할 소비자는 없다.

즉, 여기서의 학대는 몸에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지 않으면서 자실장의 멘탈을 흔들어서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테치테치. 얼른 우리를 맛도 모르는 미천한 닌겐들에게 안내하는 테챠앗!"
"예이예이~ 하지만 그 전에 검사가 있겠습니다~."
"무슨 검사인 테치?"
"물론 자격 검사입죠. 정말로 맛있는 자실장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작업임다. 당연히 바로 통과하실 수 있으시죠?"
""테치칫, 똥닌겐들은 와타치의 얼굴만 봐도 천상의 맛을 내는 존재임을 알 수 있는 테치. 당연한 테치."

당당한 자실장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미리 학대를 해서 내보내는 간편! 바로 조리해도 맛있는 자실장! 생산 라인.

"우웩! 이 새끼 딱 봐도 맛없게 생겼어!"
"테? 테챠아아앗?"

검사 담당 직원은 자실장을 보자마자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자실장은 당황했다.

똥닌겐들을 먹여살릴 고귀한 의무를 짊어진 내가 맛이 없게 생겼다니?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고기맛에 대한 자존감 자부심 MAX를 찍은 자실장에게는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것도 같은 실장석도 아닌 자신의 발바닥을 핥아도 모자랄 똥닌겐에게 저딴 말을 듣다니!

파킨!

밑바닥 생물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한 자실장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파킨하고 말았다. 같은 분충이라도 들실장과 달리 이 공장의 식실장들은 유리멘탈이다. 자신의 죽음까지 각오하고 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면 인간이라도 고통스럽다.

파킨! 파킨! 여기저기서 자실장들이 파킨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심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 다른 자실장들을 비웃고 있었는데 같은 평가를 받자 쇼크사한 것이다. 가장 유리멘탈인 한 녀석을 골라 파킨 시키면 도미노처럼 연쇄 작용이 벌어진다.

하지만 어딜가나 눈치 없는 녀석이 있는 법.

"테? 테? 그럼 와타치,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테치?"

직접 세뇌를 받은 친실장들과 달리 태교를 통해 세뇌 당하는 자실장 중에서는 종종 이렇게 세뇌가 덜 된 놈들이 나온다. 물론 이런 녀석들도 버리지 않는다.

어설프게 사육실장의 꿈을 입에 담은 녀석을 둘러싼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방금 사육실장이라 말한 테치?"
"와타치 아무리 맛없게 생겼다는 모욕을 받아도 사육실장 따윈 되기 싫은 테치..."
"오마에는 우리 식실장의 수치인 테챠!"
"테? 테에?"

이곳의 식실장들은 인간을 단순히 자기 아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끌어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인간들에게 키워지겠다니?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다.

직원들도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자실장들의 험악한 분위기에 편승했다.

"어떻게 천박한 사육실장이 되겠다는 소리를 하지?"
"맛없게 생긴 놈이 정신까지 썩었네."
"맛없게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테? 테에에? 테챠아아아앗!!"

자신의 말에 담긴 심각성을 눈치챈 자실장이지만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곱게 파킨한 다른 자실장들과 달리 이 녀석은 검은 눈물을 흘리며 파킨했다.

좀 더 비싼 등급으로 팔릴 고기의 탄생이다.

여기서 파킨하지 않은 멘탈 강한 자실장들은 살아있는 채로 유통된다. 파킨한 실장석들은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얼른 포장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전국에 유통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편! 바로 조리해도 맛있는 자실장! 제품은 맛있는 자실장 고기는 먹고 싶지만 직접 학대하기는 싫은 무관심 파나 일반인들, 집안일에 바빠 시간이 부족한 주부와 직장인들,  가끔은 번거로운 과정없이 빨리 식사를 하고 싶은 학대파 등등의 소비자들에게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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