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사 1~13 (완)



일반회사에서 10년을 일하다 실장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실장석 브리더로 15년을 일했다.
실장석사육 붐을 타고 돈을 제법 모은뒤, 은퇴해서 조용히 살고 있다. 말은 은퇴라고 하지만, 실장권 중심훈육이론이 대두되면서, 공포와 고통으로 실장석을 훈육하던 브리더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 같은 구식의 브리더들은 서서히 설자리를 잃어갔다.

이제는 실장권 중심훈육이론에 따라 설득과 이해를 통한 실장석의 훈육이 유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설득을 통한 행동교화를 강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시대의 훈육에 비해 큰 효과나 장기간의 효과도 없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훈육을 더 이상 보고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브리딩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여전히 변두리에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열어서,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의 요구에 의해 사육실장석을 훈육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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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이 녀석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앞에 마주앉은 깔끔한 옷차림의 아가씨가, 자기가 들고 온 고급케이지 안에 단정하게 앉아있는 사육실장을 보며 탄식을 하고 있다.

“ 음 어디보자.... 등록번호 LR4768, 생후1년이고, 아직 미출산에, 이름이 릴리구나 “
케이지안을 향해서 말하자, 링갈에 “ 그런 데스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 아가씨, 릴리의 문제가 뭡니까? ”

“ 아 글쎄...허락도 없이 자를 가지고는 자꾸 공원에 풀어달라고 하잖아요. 저게 자그마치 200만원 짜리라구요. 로젠사 직영점에서 혈통보증서까지 발급한 특급인데... ”

“ 훈육은 받아보셨나요 ? ”

“ 당연하지요. 직영점 대표브리더하고도 상담도하고, 요즘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그 젊은 사육실장훈육사의 샵에까지 가서 상담까지 받았는데 말을 안들어요 ‘
아가씨는 얼굴을 찡그리며 케이지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 릴리에게 뭘 요구 하셨는데요? “

“ 자들을 없앨 것 그리고 피임용 의안수술요. 근데 수술을 하더라도 이번에 자들을 낳고 하겠다네요. 그리고 공원에 풀어달래요 ”

이 아가씨는 그런 요구가 실장석에게 들어 먹힐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실장석을 잘 모르는 사람이 틀림없다. 실장석에게 새끼를 친다는 것은 자부심이고, 삶의 낙이자,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마 인간에게 의지하지 않을 능력만 있다면, 이것들은 지구전체를 한달안에 녹색으로 뒤덮을 만큼 새끼를 낳아댈 것이다.

사육실장이 새끼를 가져도 즉시 처분하지 않고 계속 데리고 있을려고 하는걸 보니, 독신이라고 밝힌 이 아가씨의 삶에, 이 릴리라는 살장석은 반려동물로서는 소중한 존재인가보다. 아니면 릴리를 키우면서 든 돈이 아까운건가?

여튼 나는 아가씨에게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한 시간만 있다가 오라고 하고 아가씨를 내보냈다.
케이지를 열고 실장석을 나오게 했다. 아주 깔끔한 푸른색 실장복에 하얀색 맟춤 두건을 쓰고 있었다. 일반적인 들실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나름 예쁘게 생긴 실장석인데 두눈이 녹색이 되어 있었다.

“ 릴리 왜 주인님의 요구를 거절한거지? 독립해서 공원에 가는 순간 사육실장은 어떻게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

“ 데에에, 지금까지 길러주신 주인님께는 정말 죄송한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자들을 포기할 수 없는데스 ”
특급답게 예의도 바르게 말한다.

‘네 주인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너를 샀고, 또 돈을 써서 너를 기른 거야. 너는 사육실장으로서 주인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것쯤은 기본으로 알고 있겠지? “

“ 아는데스. 잘 알고있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자들과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데스 ”

“ 절대 안된다면, 어쩔거야? ”
릴리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였다.

“ 좋아 임신할 때 어떤 꽃을 사용했지? ”

“ 데에에 데에에 그러니까... 장미인데스 ”

“ 어디서 난 장미지? ”

“ 데에에에 데에에 그러니까..와타시가 마당을 산책할 때 화단에 핀 장미를 사용한데스 ”

나는 주인이 적어준 릴리의 일상을 읽어보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 거짓말마라 이똥벌레야! 너희집 마당은 변두리에 있지만 최고급 주상복합의 안뜰이고 화단자체가 없어. 주인도 샵에서 너를 산 뒤에는 아파트마당과 집안에서만 너를 키웠다고 했어. 게다가 지금은 겨울이라고 ”

릴리는 고개를 저으며 “아닌데스 그럼 다른 꽃인데스, 아니 와타시의 운치로 임신한데스 ” 하고 결사적으로 말했다.

“ 릴리.....나는 너같은 똥벌레를 수천마리는 상대했던 사람이니까 네놈들 표정만 보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수 있어.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너는 지금부터 좀 아프게 될거야 ”

사무실 한쪽에 있는 선반으로 가서 옛날에 쓰던 훈육도구 가방을 꺼냈다.
“ 항상 안쓰려고 하는데, 쓰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군 ”

토치를 켜고 릴리의 눈앞에 보여주고 말했다. “ 딸깍 쐑 ”하는 소리와 함께 토치의 파란불꽃이 릴리의 눈앞에서 혀를 날름거린다.

“ 거짓말하는 분충은, 나는 가만두지 않아. 먼저 니 새끼들부터 구워주지 ”

놀랍게도 릴리는 필사적으로 똥을 지리는 것을, 잘 참고 있었다. 잘 훈육된 실장석도 이런상황, 특히 불앞에서는 똥을 지리는데...

“ 데스데스우 닝겐상..솔직히 말하겟는데스 ”
릴리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릴리는 일주일전에, 늘 하듯이 저녁식사후 혼자 아파트의 정원을 산책하다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는 마라에게 강제로 범해져서 임신했다는 것이다. 그 아파트는 고급이긴 하지만 공원과 아주 가까우니까,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마라가 냄새를 맡았겠지.

“ 그럼 왜 빨리 새끼를 없애지 않고, 독립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거냐 ”
나는 토치를 끄며 물었다. 꽃이나 똥으로 허락없이 임신한 사육실장석은 주인에게서 떠날 생각을 거의하지 않는다. 사육실장이 독립을 해서 의지할 노예를 버린다는 것은 곧 죽음과 맞딱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없으면 저렇게 영리한 사육실장이 주인을 떠나겠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 그 마라는 매일 저녁에  와타시를 찾아오는데스. 와타시와 같이 공원에서 자들을 듬뿍낳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한데스 ”
흠..낭만적인 마라구만,

“ 릴리 솔직히 말해봐, 너 그 마라좋아하지? 같이 살고 싶지? 그런데 주인에게는 차마 마라하고 떠나겠다는 소리를 못한거지? 너의 주인은 독신이니까? ”

“ 그 그런데스.... 주인사마는 좋으신 분이지만...와타시의 사실을 아신다면 와타시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인데스. 닝겐사마들은 와타시들을 멍멍씨나 야옹씨와는 고양이와는 다르게 생각하시는데스 ”

릴리를 훈육할 마음이 쑥들어갔다. 나도 늙었나 보다. 실장석도 실장석을 좋아할 권리는 있다. 이삼백마리의 개체중 하나 꼴로 나오는 수컷역할을 하는 마라, 오직 성행위만을 위해 태어난 놈이다, 그런 놈이 한 마리의 실장석하고 같이 살겠다고 하다니.. 어떻게 보면 릴리는 행운이다. 아니면 그놈 역시 엄청나게 똑똑한게 틀림없다. 마라는 실장석을 강제로 가둬두거나 폭력으로 할렘을 구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장석은 마라를 보면 도망부터 가려고 한다.

“ 하하 달콤한 말을 한걸 보니 그 마라도 똑똑한 놈이구나 그렇지 릴리? ”
나는 릴리의 대답을 기다리며 표정을 살폈다.

“ 그런데스 영리하고 착한 마라인데스. 덩치도 크고, 정중한데스 친절한데스 ”
릴리의 표정이 밝아지며, 말이 갑자기 많아진다. 그 마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릴리의 표정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주는 환희와 기쁨이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다. 인간이고 실장석이고 간에, 참으로 오랜만에 보지 못했던, 마치 거리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와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 흠.. 그 마라가 너보고 같이 공원에서 살자고 한 모양이구나... 너를 강제로 범한 놈인데 따라가려고 하는거냐? “

“ 가고 싶은데스. 공원에서 가족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스. 닝겐상이 훈육사인 것은 알고 있는데스. 하지만 와타시의 마음도 제발 헤아려주시길 부탁하는데스 ”

사육실장이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주인을 떠나려하는 것은 정말 드문일인데...사랑 때문에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면,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릴리에게 말했다.

“ 내가 잘되도록 도와주마. 대신 주인에게는 비밀이다 ”

서랍을 열고 콘테이토 봉지에서 한알을 꺼냈다. 최고급 이탈리아산 콘페이토다.
“ 이건 유럽에서 수입한 콘페이토인데, 아주 귀한거야. 솔직히 말한 너에게 상으로 주는거다 ”
콘페이토를 건네자 릴리는 머리를 몇 번이나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소중히 집어서 실장파우치에 집어넣었다. 나는 사육주에게 사무실로 다시 오라고 하고 케이지를 복도에 내놓았다.

“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

“ 그냥요? 아무것도 말씀 안해주셨잖아요 ”

“ 새끼를 낳으면 연락주십시오. 그때 해결할 방법이 있을겁니다. 언제든 전화주시고요. 저런 특급실장은 허가없이 버리면 곤란한거 아시지요? ”

‘ 이봐요 아저씨.. 임신은 했지만 내 반려동물이라고요. 참나..아휴 이걸 어째... “
사육주는 케이지를 거칠게 들고 나가버렸다. 상담료도 안주고....

그리고 닷새뒤 오후, 나는 그 사육주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

“ 선생님, 릴리가 엄청나게 하혈을 하고 마당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새끼들은 다 똥하고 섞여나와 유산됐고요. 며칠동안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더니 .... 지금 병원인데요 이제 어떻게 하죠? ”

“ 지금 의식이 없을 때, 동물병원의사에게 요청해서 의안으로 하던지, 아니면 분대부분 코팅을 해서 피임수술하세요. 아마 분대부분코팅이 나을겁니다. ”

“ 그리고요? ”

“ 뭐가 그리고요 입니까? 이제 아무 일 없을 텐데요. 원하시던거 아니었나요? 깨끗하게 해결되었을 텐데요 ”

통화가 끝나고 계좌에 삼십만원이 입금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콘페이토값은 받아야지.
나는 릴리가 사는 아파트 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었고, 지루했던 겨울의 끝에, 봄을 마중나온, 눈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숲속으로 한참을 들어가자, 아주 큼직한 골판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골판지 안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가지고 있던 등산스틱으로 곺판지 안을 들추자, 길게 혀를 빼물고 알몸으로 죽어넘어진 덩치 큰 마라실장석이 보였다. 그 옆에는 잡혀와서, 그동안 마라의 욕구해결도구로 쓰이던 알몸의 성체 두마리도 입에 거품을 물고 토사물속에 죽어 있었다.

마라실장의 죽음은 고통스러웠던지, 팔다리가 다른 방향으로 꺽여 있었고, 몸뚱이도 크게 뒤튿려 있었다. 적어도 몇 시간은 고통 받았을 것이다. 먼저 눈이 안보이고 서서히 심한 복통과 마비증세가 왔을 것이다. 그리고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격렬한 경련과 함께 죽음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 옆의 성체들은 배가 고파서였던지 해서, 마라의 토사물을 먹었을 것이다.

내가 릴리에게 주었던 콘페이토는 쥐약이 들어 있었다. 그 작은 콘페이토를 실톱으로 반으로 가르고, 강력한 구제회사용 쥐약을 넣은 뒤, 다시 식용풀로 붙이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삼십만원을 받을만 하다.

누군가 내게 만약 릴리가 콘페이토를 먹었더라면 어쩔뻔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사랑같은걸 해보았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나는 릴리가 그것을 먹지 않고 마라에게 줄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릴리는 그 다음날부터 나타나지 않는 마라를 아마 잠도 자지않고, 밥도 먹지 않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안된다면.. 거기다가 임신까지 한 상태라면 그 스트레스는...그 감정의 격렬함은 실장석이라고 다르겠는가? 하물며 릴리같은 아주 똑똑한 특급사육실장이라면....

이제 모두가 나름의 행복을 찾았다. 사육주는 임신이나 탈출의 걱정없이 반려동물로 릴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고, 릴리는 더 이상 마라를 찾지 않고, 임신도 하지않고 주인의 충실한 반려동물로 살아갈 것이다. 주인의 실수도 아니니 사육주를 원망하지도 못할 것이고, 마라이야기는 더더욱 못하겠지. 나도 삼십만원을 벌었고.
공원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몇몇 골판지를 들춰보니 거의 다 겨울을 견뎌내지 못하고 성체들이새끼들과 얼어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골판지 문을 살며시 닫아주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 똥벌레의 사랑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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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사무실을 찾아온 50대 남자는 무척 흥분해 있었다.

“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그것들을 당장에 모두 때려죽이고 싶지만.... 아버님이 극구 반대하시니....게다가 새로 사드린다고 해도 ”

“ 분한 마음이야 알겠습니다만, 어르신이 그렇게 반대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
나는 남자를 달래며 말했다.

“ 아버님댁 주소를 가르쳐 주시면, 제가 한번 가서 살펴보고 방법을 한번 찾아보겟습니다. ”

82세의 아버지 집을 찾을 때 마다, 아들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십여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아버지가, 최근에 들에서 주워온 들실장을 몇 마리 기르는데, 훈육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는 놈들이라, 늙은 노인을 하인 부리듯이 부려먹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노인은 아들이 행여 실장석을 다치게 할세라, 실장석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이 훈육이 잘된 양충을 몇 마리 사드린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했단다.
어쨌든 직접 찾아가서 내 눈으로 실상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노인의 집은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단독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똥벌레들의 똥냄새가 코로 확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아내가 살아있을 때, 같이 가꾸었을 것 같은 조그만 정원은 한때는 아름다웠겠지만 이제는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실장석의 똥과 체액으로 나무와 꽃은 시들었거나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당 이곳저곳에 널린 쓰레기와 실장석의 똥은 아들이 말한 것처럼, 이집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 어서와요 ”
허리가 많이 굽은 노인이 현관문을 열고 반겨주었다. 마루로 올라서자 똥냄새와 더불어

“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

“ 테치테치테치테치 ”

‘ 테츄웅~ “
실장석들이 울어대는 소리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 데에에 늙은 마라닝겐이 다른 마라닝겐을 데려온데스. 그런데 어째 상태가 비슷한데스 ”
성체 하나마리가 거실에 누워 흩어진 과자들 한 웅큼 입에 넣으며 짖어댔다. 입의 구조 때문에 3분의 2는 다시 거실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 마마 저 똥노예는 이제 퇴출인데스? 다른 똥노예가 온테치, 테챱테챱 ”

“ 똥노예, 새로운 노예에게 먹을 것을 바치게 하는데스. 와타시에겐 스테이크가 최저수준인데스 ”
다른 성체한마리가 먹던 과자를 노인에게 던지며 짖어댔다.

“ 고귀한 와타치들에게 똥노예가 하나 더 생긴테치 ”

어디보자 성체가 네 마리에 새끼들이 무려 이십여마리다. 거실은 실장석의 똥천지와 먹다버린 과자,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가구곳곳과 벽에는 똥이 발라져 있었다. 이쯤 되면 애니멀 호더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나마 똥이 발라져 있지않은 의자를 발견하고 앉았다. 데프프하며 다가온 성체가 다리에 똥을 바르기도 하고, 테치테치거리는 새끼들이 교대로 다리를 토닥토닥 때리고 가기도 햇지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

노인이 커피를 내왔다.

“ 어르신 실장석을 왜 이렇게 방치하고 계시는지요? 아드님이 매우 걱정하고 계십니다. ”

“ 뭐 적적한데 어때, 아들도 자기가정이 있고, 마누라는 일찍 죽고 없고, 이 나이에 뭔가를 할수 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내가 이놈들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하는 것이, 내 낙이고 운동이야. 게다가 유일하게 이놈들이 나를 필요로 하잖아 ”

“ 그래도 이렇게 놔두시면 어르신을 하인으로 여기고 계속 건방져 진답니다.. 인간하고 의사소통이 되는 놈들이라 잘 아실텐데요 “
그러고 보니 노인은 링갈을 쓰지 않고 있었다.

“ 나 그거 안써, 이놈들 말을 들어보면 뭐할 거우? 그저 짐승일 뿐인데 허허허 ”

“ 어르신, 저는 실장석들 훈육을 좀 했던 사람인데요.,. 이놈들 손을 좀 봐드릴까요? ”
나는 배속까지 들어오는 똥냄새를 겨우 참으며 노인에게 말했다.

“ 데엑 ! 저 똥닝겐이 훈육사였다고 하는데스. 감히 우리를 훈육하려드는데스 ”

“ 처 죽여버리는데스, 이모토우네챠 같이 저 똥닝겐 목을, 앙 물어버리는데스 ”

“ 마마 아타찌도 같이 하는테츄 ”

“ 테치 테츄 ”

내말을 듣고는 성체와 새끼들이 몰려들어 내 다리를 때리고 물고 있었다. 저놈들이 나를 때려봤자 간에 기별도 안 오지만,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노인의 절절한 고독과 노인의 아내가 죽은 빈자리의 적막함이 나를 아프게 했다. 82세의 노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찾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는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 데에 저 똥닝겐이 꿈쩍도 안하는데스 ”

“ 와타시의 고귀한 똥을 쳐맞는테치 ”

“ 오네챠 같이 똥을 던지는데스 ”
여기저기서 똥이 날아왔다.

“ 이 놈들 손님에게 그러면 안돼... ‘ 노인이 손을 휘저어 실장석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 여기 제일 큰 놈이 야스코라는 어미고 저기 성체는 야스코의 딸 기어코, 또 저놈은 잠자코, 이놈은 노리코야, 그리고 새끼들은 이 3자매가 낳은 놈들이지, 아직 이름도 못붙여줬어 허허허 ” 노인은 그저 허허 웃으며 성체들을 소개시켰다.

“ 똥닝겐 그것은 오마에가 게을러 터져서 그런데스. 어서 와타시의 고귀한 손녀들에게 이름을 주는데스 ”

“ 똥노예 이름이고 뭐고 배가 고픈테치 밥을 가져오라는테치 ”
새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노인의 다리를 또 토닥또닥 때리고 있다.

“ 똥노예 빨리 안가져오면 엉덩이를 걷어 차주는테츄 ”
배가 고팠는지 실장석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 젊은이, 이 늙은이가 그냥 실장석들을 돌보며 살게해 줘. 훈육은 그만두게. 그래도 이놈들 밥 주고 맛있게 먹는걸 보는게 내 낙이고 즐거움이야 ”

“ 개나 고양이는 어떠신가요? 제가 몇 마리쯤 가져올 수 있습니다 ”

“ 개나 고양이는 싫어 말을 잘못 알아듣잖아. 그리고 실장석들이 재밋어. 특히 밥먹을 때 소리가 마치 ‘잘먹고 있습니다’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네 허허허 ”

사육주가 이러면 방법이 없다. 훈육도 필요 없다고 하고, 실장석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상, 바꿔치기도 할 수 없고, 한다한들 이 많은 놈들과 바꿔치기를 할 양충도 없다.

 나는 노인이 실장푸드와 라면까지 끓여서, 각방마다 자리 잡은 성체와 새끼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놈들은 밥은 꼭 자기집에서 먹고 있었다. 데챱데챱, 테챱테챱소리가 나오기 시작해서야 겨우 집이 조용해졌다.
저 노인에게 뭐라고 할 수 도 없었다. 정말 처절한 고독은 인간을 충분히 저렇게 만들 수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 성체 한 마리당 방 하나씩이고, 어르신은 거실을 쓰다니.. 저놈들이 전생에 초특급 양충이었나 보군 ... ”

배웅하러온 노인에게 인사를 하려다가 대문간에서 노인에게 물었다.

“ 어르신 이렇게 실장석을 돌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

“ 제일 힘든게, 저놈들 방마다 다니면서 밥 주는거야. 그렇지만 내가 가져다 주는 밥을 달려들어서 먹는걸 보면 정말 흐믓해. 예전 우리아들에게 치킨같은거 사다주던 기억이 나서 정말 좋아. 우리아들이 치킨을 아주 잘 먹었어. 그런데 그냥 한곳에 모여 있으면 밥주기가 좋을 텐데 일일이 찾아다니기가 너무 힘들어, 그리고 똥 치우는거 여기저기 싸고 다니니 청소하기가 좀 힘들어 “

“ 주인사마 죄송한테치 ”
그때 갑자기 노인의 발밑에서 새끼의 소리가 들렸다. 노인의 발 옆에 새끼한마리가 우리를 따라 나와 있었다.

“ 오... 이녀석은 잠자코의 장녀구나...,내가 데리고 있는 실장석들 중에서 제일 착하고 똑똑해, 내 청소를 도와주기도 하는 놈이야 ”

“ 그래요 ? 너는 왜 밥을 안먹고 여기까지 나와 있지? ”

“ 테에... 와타치의 가족들이 주인사마를 너무 괴롭혀서 항상 죄송한테치. 손님상에게도 와타치가 가족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는테치. 마마와 다른 일가를 말리고 싶은테치. 하지만 그때 마다 얻어맞은테치 ”

가끔은 이렇게 좋은 일도 있어나는 법이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양충이다. 몇백 마리를 갈아없애도 한 마리쯤 나올까하는 놈이다.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것이지. 노인에게는 참 다행한 일이었다.

“ 어르신.... 어쨌든 실장석들 밥 먹는게 보기 좋으면 되죠? ”

“ 그래 그럴 때면, 그놈들에게 내가 너무 필요한 존재인 것 같이 느껴진다네 ”

“ 하하하 이해합니다. 저의 아버지도 항상 제게 뭘 사주시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보는게 제일 기분 좋다고 하셨어요 ”

나는 노인에게 부탁해서 그 장녀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녀에게 큰 마마와 다른 일가들을 돌보아 주기를 요구했다. 장녀는 자기가 잘 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했지만, 주인사마의 은혜를 갚고 오래오래 같이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하자 결국에는 해보겠다고 했다.

내게는 시간이 곧 돈이니 오래 끌 필요 없이, 그날 밤, 실장석들이 모두 잘때쯤 다시 노인의 집을 찾았다. 노인의 아들에게 연락해서 아들도 동행했다.

“ 웬일로 다시 오셨소? ”

“ 어르신께서 실장석들 밥 준비하시는게 즐겁고, 또 밥먹는걸 보는게 제일 흐믓하시다고 하니, 실장석들이 밥을 더 잘먹게 하려고 다시 왔습니다 ”

“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주슈. 대신 실장석을 한 마리도 죽이면 안되네 부탁하오 ”

“ 절대로 한 마리도 죽이지 않을께요. 약속드립니다. 대신 오늘은 아드님집에 가셔서 주무시고 아침에 오십시오.”

노인과 아들이 돌아가자 실장석들이 자고 있는 방안에 들어서자. 온통 똥과 과자부스러기가 흩어진 방가운데서, 데프르르르르 피휴, 테히 코를 골며 자빠져 자고 있는 잠자코의 일가가 보였다.

“ 원래 이런건 하청을 맡기는데.... 오늘은 늦어서 할 수 없구나 “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진, 잠자코의 대가리 정면에 빨대처럼 생긴 가느다란 쇠파이프를 힘껏 꽂아넣었다.

‘ 덱에엑 ! 하무라모 메뺘소 데에에에에,,,, “
잠자코가 눈을 확 떴다가, 다시 감으며 입에서 침을 훌리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 테엣 하뮤랴묘 메빠쬬 테에에에 ...”
새끼가 눈을 뜨다가 입에서 침을 흘리며 다시 감는다.

한 마리씩, 차례로 뇌를 곤죽으로 만든 뒤,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서른마리쯤 되는 성체와 자실장에 대한 작업은 한시간만에 끝났다.

다음날 점심때쯤 노인의 집을 다시 찾았다. 사람이든 실장석이든 배고플 시간이었다.
거실에는 똑똑한 장녀가 한손에는 줄 네가닥을 쥐고, 한손에는 어린이용 스뎅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노인이 조그만 종을 흔들자, 장녀가 노인쪽으로 걸어갔다. 딸랑거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소리와 함께 허공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던, 성체와 새끼들이 일제히 침을 흘리면서, 데에에에 데에에 소리를 내며 줄에 끌리며 걷기 시작했다. 줄 하나에 하나의 일가가 목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천천히 걷는 놈은 장녀가 사정없이 숟가락으로 내려쳤다.

“ 데챠아아아 ”

“ 테챠아아앙 “
바보가 되어도 비명소리는 같구나.

야스코는 특별히 혼자다. 딸 세마리의 일가와 야스코하나니까 모두 줄이 네 개다. 컬러 낚시줄이라 구별도 잘되고, 자실장의 작은 손으로도 잡을 수 있다.

집은 이제 아주 조용해졌고, 무엇인가 중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집안의 똥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 어르신 어떠신가요? ”

“ 오 왔는가. 아주 편리하게 밥을 줄 수 있구만, 밥은 잘 먹겠지? ”

“ 그럼요 예전보다 더 잘 먹을거예요 ”

지능이 완전히 사라지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은 식욕과 성욕이다. 특히 식탐은 더욱 커진다.좋은 냄새가 나는 푸드와 라면국물과 밥이 섞인 큰 접시가 앞에 놓이자, 바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일제히 머리를 쳐박고 데챱테챱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 야.. 이방저방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하구나 “

“ 그럼요 똥도 아무데나 싸지 못할겁니다. 싸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싸게 되니까 치우기도 편리하지요. 그리고 밥먹고 나면 저놈들 팬티는 찢어버리십시오. 이제 필요 없으니까요. 가끔씩 마당에서 샤워는 시켜주시고요. 아니면 그냥 머리하고 옷은 다 찢어버리십시오. 그게 편하답니다. ”

“ 고마워 수고했네. 다행히 한 마리도 안다치고 조용해지고 다들 철이든거 같아 ”

“ 닝겐상 오셨는테치. 와타치 닝겐상이 시키신 일 열심히 하고 있는테치 ”
장녀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흘낏 돌아보자 엎드려서 열심히 데챱거리던 야스코가 새끼들의 몫을 더 먹으려고, 손으로 새끼를 밀쳤다.

“ 이 분충, 뭐하는 짓인 테챠 ”
장녀는 들고 있던 스뎅어린이용 숟가락을 들고는 야스코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려렸다.

“ 데뵤오옥! 데챠아악 ”
비명과 함께 야스코가 똥을 지리자 장녀는 얼른 뛰어가서 걸레를 들고와서 닦는다.

“ 정말 착하구나 ”

“ 그래 그래 잘하는구나 ”

‘ 장녀에게 이름은 안주시나요? “

“ 와타치 주인사마께 이름받은 테치. 도루코인테치 ”
또 코자 돌림이군. 아무렴 어때

노인은 흐믓하게 장녀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다시 모두 행복해졌다. 노인은 편하게 자신의 실장들에게 밥을 주는 즐거움을 누리고, 장녀는 이집에서 오직 혼자 똑똑한 실장이므로 자부심과 권력을 가졌다. 이건 실장석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이다. 나도 곧 돈을 받을 것이다. 이번엔 세탁비도 같이 청구해서 조금 돈이 될 것이다.

“ 도루코, 열심히 하고 있으니, 상을 주마 “
나는 가방에서 이탈리아산 수제 콘페이토를 한봉지 꺼내서 도루코에게 주었다. 이번엔 진짜콘페이토다.

- 어버이날 특집. 방법이 없을때는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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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뭔지 아냐? ”
주머니에서 껌을 하나 꺼내서 질겅질겅 씹으며, 내 앞의 실장석에게 물었다.
겁먹은 성체실장석 한마리가 큰 눈을 굴리면서, 내가 내민 물건을 스캔하고 있다.

“ 모... 모르는 데스. 아마도 커다란 이불씨인데스 ”

“ 이건 말이야, 내가 예전에 쓰던 앞치마야. 너희 같은 분충을 훈육할 때 옷이 더러워지지 말라고 입는 것이지 ”
나는 실장석 가죽을 이어만든 앞치마를 캐비넷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게 아마 오년전일 것이다.

“ 데에엣! 이거 뭐인데스. 똥..아니 닝겐 이건 무슨 무례한 일인데스. 와타시는 사육실장인데스 주인님..주인님.. ”
실장석은 노부부쪽을 쳐다보고 연신 외치고 있었다.

“ 이놈, 우리 미도리를 어떻게 했는지 썩 말하지 못해? ”

“ 주인사마, 와타시가 미도리인데스. 주인님의 사육실장인데스 ”
녀석이 결사적으로 외친다. 내가 당신들의 사육실장이라고.

“ 이 녀석아 우리가 미도리를 어릴때부터 키웠는데 어떻게 몰라보겠냐. 어서 사실대로 말해! 우리 미도리 어딨어? ”

말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놈의 앞에 서서 얼굴 앞으로 다가섰다. 얼굴앞에 앞치마가 가까이 오자마자, 뿌리릿하고 똥을 크게 지린다. 성체는 앞치마에서 끔찍한 죽음의 환영을 보았다, 수백마리의 실장석이 알몸으로 뒤엉켜 피를 뒤집어쓴 채 울부짖는 환영을 보았다.

“ 데챠아아아아 살려주시는데스 ”

녀석이 이 앞치마에서 스며든 피와 체액의 냄새를 맡았나 보다. 대부분 이 앞치마만 보여주면 항복하는 놈이 많다. 하긴 이 앞치마에 스며든 피는 한 수없이 많 실장석들이, 거쳐가며 흘린피와 체액으로 분홍색이었던 가죽이 거의 갈색으로 변하다 못해 검은 색이다.

오전에 노부부가 케이지 안에 놈을 넣어서 들고왔다. 자실장일 때 샵에서 사와서 10여개월을 기르면서 말썽한번 일으킨 적이 없는 착하고 똑똑한 놈인데, 자식들이 마련해준, 결혼 40주년기념  5박6일의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니 사육실장이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실장석을 한번도 때려본 적도 없고, 훈육할 줄도 모르는 이 선량한 노부부는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쩔쩔매다가 근처의 샵에 데리고 갔지만, 샵에서는 바꿔치기를 한 것 같으니 이놈을 처분하고 새로 사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고민하던 노부부는 내게 연락을했고,  이놈을 데리고 온 것이다.

" 선생님, 미도리가 우리가 여행중 이었을 때, 이놈이 현관유리를 부수고 집으로 들어와서, 미도리를 죽이고 미도리 행세를 한 게 틀림없어요.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집 잘 지켰다고 스테이크 달라면 주고, 스시 달라면 주고.... 하루동안 그러다가 뒤늣게 미도리가 아닌걸 알았어요 “
부인 쪽이 화난얼굴로 말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 시력도 청력도 안좋고 게다가, 이놈은 처음이라 긴장해서 양충인체 하다가, 요구대로 해주는 것 때문에 하루동안 올려 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 다음날 분충짓을 하다가 금방 탄로가 난 것이겠지.
“ 아닌데스. 아닌데스 미도리상이 밖으로 나온데스. 와타시가 주인님집에 들어간 것이 아닌데스 “

“ 어디서 거짓말이냐 이놈! ”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아.. 그건 저놈 말이 맞아요 오시기 전에 찍어 보내주신 동영상에서, 부숴진 현관 유리를 보면, 비상탈출용 망치가 현관문밖에 떨어져 있는데, 유리조각들은 밖으로 떨어져 있었어요. 미도리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깬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망치를 집어서 밖에 놓은 겁니다 ”

미도리는 영리한 놈이다. 들실장이, 마치 밖에서 안으로 침입해서 바꿔치기 당한것처럼 위장을 해 놓았다. 들실장이 비상탈출용 망치 따위는 사용할 줄도 모르고 구경도 못햇을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영악한 놈이다. 주인들을 속이기 위해서 머리를 많이 굴린 것 같았다. 미도리를 대신한, 이 멍청한 분충은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맞아죽었을 것이다. 다행히 온화한 노부부가 미도리를 찾으려고 하다보니 이놈을 죽이지 않은 것이다.

노부부에게 사무실근처의 커피숍에서 한 시간쯤 시간을 보내다가 오시라고 했다. 노부부는 나가면서 미도리를 꼭 좀 찾아 달라고 했다. 그래도 똥벌레를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 그래 어디 한번 말해봐라. 만약 거짓말하면 나는 저 착한 닝겐들과는 달리 너를 학대할거야. 우선 너를 독라로 만든 뒤, 배를 가르고, 소중한 돌씨를 꺼내 불에 구울거야 ”

또다시 뿌리릿 소리와 함께 지독한 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벌벌떨고 있는 실장석의 눈에서 적록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다 말하는데스우. 용서하시는데스. ”

이놈은 노부부 근처의 강변공원근처에 사는 들실장이었다. 어느날, 노부부집 근처의 쓰레기 장에서 음식 쓰레기를 모으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난 집의 마당을 대문틈으로 보니 그집의 사육실장이 마당에 서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 사육실장이 손짓으로 가까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 데뎃 정말인 데스우? 사육실장자리를 와타시에게 양보한다고 한게 맞는데스우? ”

“ 그런데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 맞지 않는데스 자유롭게 살고싶은 데스 ”

그렇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대문에 달린 실장석 전용출입구를 열고 들실장을 들어오게한 미도리는, 들실장의 옷으로 바꿔 입고, 들실장은 미도리의 옷으로 바꿔 입었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목욕하는 법이나, 똥치우는법, 주인들에게 말하는 법 등을 가르쳐준 뒤, 미도리는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 너도 사육실장이었지 ? ”

“ 덱! 어찌 안 데스우. 와타시는 원사육실장인 데스. 자를 가지고 주인님께 쫒겨난 뒤, 미도리상 집 근처에 살고 있었던 데스 ”

들실장이 하루동안 동족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한들, 그 지능으로는 운치도 똥도 잘 못치우고 밥먹는법, 인간의 집에서 어질르지 않고 사는법을 절대로 익힐 수 없다. 이놈은 적어도 삼일정도는 그 집에 있었는데도,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가 하루동안 몰랐다는 것은 사육된 경험이 있는 놈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 들실장 이었다면 삼일동안 그집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 너의 새끼들은 어냐? “

“ 주인님 집에서 쫒겨난 날 들분충들에게 다 잡아먹힌 데스. 오로롱 오로롱. 주인님들이 알아보지만 못했다면, 이집에서 다시 사육실장이 되서 자들을 또 낳고 행복해졌을 것인데스 오로롱 오로롱 ”

미도리는 이놈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영리한 놈이 아무 들실장이나 불러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노부부가 미도리와 같이 강변을 자주 산책했을 테니까. 그 때 미리 알아둔 놈이겠지. 사육은 사육을 알아본다.

“ 그래, 미도리는 어디로 갔지? “

“ 와타시는 정말 모르는데스.  이제 주인님의 집으로 돌려보내주는데스 “

“ 그래, 솔직히 잘 말해서 좋았어. 이제 용서해주지. 이거 먹어보렴. 이건 아주 세레브한 사육실장들만 먹는다는 유럽에서 가져온 콘페이토란다. 케이지 안에 들어가서 편하게 먹으렴 ”
서랍에서 이탈리아산 콘페이토를 꺼냈다.

“ 데에에 ...틀림없이 세레브한 것인데스? 미도리상도 강너머에서 자유롭고 좀 더 세레브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한데스 “

“ 미도리가 그런 말을 했어? 강을..... 건넌다고? ”

“ 그런데스 .... 콘페이토 잘먹겠...”
콘페이토를 급히 집어들다가, 놈이 갑자기 나를 쳐다본다. 들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조심성이 있구나.
콘페이토를 하나 들어서 내입에 넣고 입을 오물거렸다.

“ 봐 나도 먹잖아 ”

놈은 내 입을 잠시 쳐다보고, 앞에 놓인 콘페이토를 냉큼 집어 들더니, 머리를 숙여 절을 하고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겁이 났는지, 케이지 문을 안에서 잠그고서야 드러누워 콘페이토를 입에 넣었다.

나는 케이지 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고 돌아서서, 입안에서 씹고 있던 껌으로 완전히 둘러싼, 콘페이토를 껌과 통째로 뱉어내서 쓰레기통으로 던진 뒤 사무실을 나왔다.
쓸쓸하게 죽게해서 미안하구나....

커피숍으로 전화를 걸어 노부부에게는 실장석은 내가 처리했다고 말한 뒤, 미도리를 찾아 보겠지만 생사는 장담할 수 없고, 하루정도 말미를 달라고 했다.

강변에서 미도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들실장이 살던 강변너머 아파트단지로 가서 경비원에게 혹시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실장석을 내쫒은 적이 없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부터 여러마리가 들어가려고 해서 쫒아냈는데 , 죽이지는 않고 두들겨 패서 쫒아냈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노부부가 사는 반대편과 다른 동네다. 이 지역에서 강변조망이 제일 좋은곳으로 이도시의 부자들만 모여사는 곳이다.

강변의 둑으로 내려갔다. 아파트단지의 바로 앞에 있 강변의 갈대가 조금 무성한 곳에서 숨겨진 골판지 앞에 앉아아파트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체 한 마리가 보였다.

“ 미도리 ”
그놈이 뒤를 돌아보며 깜짝 놀랐다.

“ 데엣!! 누구인데스. 와타시는 미도리 아닌데스 “

" 맞는 데스 저놈이 미도리인데스. 사육실장이었던 놈인데스 “
내손을 잡고 있던 들실장이 미도리를 가리키며 펄펄 뛰었다.

“ 저놈이 와타시들에게 저 큰 세레브하우스안으로 들어가서 닝겐을 매로매로시키면 사육실장이 될 수 있다고 한데스. 와타시의 마마는 저놈말을 듣고 같이 갔다가 늙은 똥닝겐에게 맞고 집에 아파누운데스 오롱오롱 “

안내해준 실장석에게 콘페이토를 하나줘서 보낸뒤, 미도리에게로 다가갔다.

“ 가까이 오지마는 데스. 데샤아아아 데샤아아아 ”
미도리는 나를 위협했다.
    
가급적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도리에게 말했다. 
“ 너를 해치지 않을거야. 네가 왜 주인집에서 도망나왔는지 알고 싶어서 온거야 ”

" 데에에.. 주인님이 알아버린데스? 그렇지만 와타시는 안돌아가는데스. 저 세레브하우스에 가서 살고싶은데스 “
미도리는 힘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 네 대역을 내세운건, 너도 네 주인이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 끝까지 찾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

“ 데데에에에 ...그런데스. 주인님들은 상냥하셔서 와타시를 좋아한데스 ”
나는 강물에 미도리가 빠질것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흥분시키지 않으려고 강물에 가까운 진흙이 말라버린 땅에 앉았다. 잠시후 미도리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 닝겐상 와타시를 못본 것으로 해주시는데스 ”
미도리는 주인을 싫어하지 않앗다. 다만 미도리가 원하는 것을 해줄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레브한 하우스, 스테이크, 스시,... 비싼 맞춤형 사육실장복...그것을 이해한 미도리는 강너머의 이 비싼 아파트에 사는 부자들을 생각해낸 것이다. 사람들은 어디서든 늘 이런이야기들을 하니까

“ 여기서 인간에게 부탁하면 사육실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

“ 닝겐... 와타시는 여기서 탁아나 부탁할 생각은 하지않은데스 ”

“ 그럼? ”

“ 여기사는 사육실장이 혼자서 산책하러 밖에 나오면 바꿔치기하면 되는데스. 멍청한 들분충이야 바꿔치기를 해도 금방 닝겐들이 아는데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고 똑똑해서 샵에서 혼자 살아난데스. 예절도, 닝겐들의 생활도 잘아는데스. 바꿔치기 해도 들키지않는데스 ”

정말 소름끼치도록 영악한 놈이구나.

“ 그럼 다른 실장들하고는 왜 들어가려고 했지? “

“ 다른 분충들하고 같이가야, 늙은 닝겐의 눈을 돌릴수 있는데스. 똥닝겐이 분충들을 혼내줄 때 와타시는 몰래 들어가려고 한데스. 그런데 안된데스. 다른닝겐들이 또 온데스. 그래서 다시 하우스 근처를 살펴보고 있는데스. 반드시 다시 들어가는데스 ”

‘ 어릴때부터 널 길러준 주인들 생각은 하지않는거냐 ? “
내가 미도리를 쳐다보자 자신의 이야기에, 흥이오른 미도리는 어느새 내 앞에 서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 주인님들은 좋은 분들이지만 와타시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은데스. 여기서 반드시 새주인을 찾아서 세레브한 행복을 찾는데스. 그림상자(TV)에는 그런것들이 많이 나오는데스“

나는 어느새 미도리의 말을 들으며 손으로 진흙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진흙을 뭉쳐 마치 피자도우처럼 넓적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본 미도리는 내옆에 앉아서 진흙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와타시가 먹고싶은건, 이것은 피자인데스 이것은 스테이크데스, 이것은 스시데스, 가지고 싶은건 이것은 실장붕붕이인데스, 이것은 세레브실장복인데스. 데에에 또 이것은 ...”

“ 미도리 ”
미도리가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 미도리의 얼굴과 뒷통수를 누르고 있는 그 자세로 미도리를 강물에 밀어넣었다. 진한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물속으로 미도리의 몸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실장석은 인간과 같이 살아서는 안된다. 자칫 인간이 가진 욕망을 그대로 전달받아 괴물이 되는 것이다. 실장석은 그저 실장석답게 들에서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야한다. 미도리는 도착지가 없는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갔다. 그러나 내려야 할곳을 몰랐었다.

“ 예 그렇게 되었더군요. 미도리는 집을 나가서 곧 들실장들에게 잡아먹힌 것 같습니다 ”
전화를 받던 남자가 말을 멈추고 뭐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자, 옆에서 여자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 너무 상심 마십시오. 실장석들은 주인보다는 본능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서요...가끔 그런 일이 생깁니다. 원하시면 그 샵에서 가장 괜찮은 자실장 한 마리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아 그러세요. 당분간은 그냥 아무것도 기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상담료는 안받습니다. 제가 한일이 별로 없어서요. 네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

사무실로 돌아가서 문을 열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케이지 안을 열어볼까하다가, 실장석의 추악한 욕망의 끝을 발견할 것 같아서 케이지채로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상자안을 보지 않아도 내일이면 나에게 누군가 또 이런 일을 맡기러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 욕망이라는 이름의 실장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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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10시쯤 사무실로 가니, 벌써부터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육십대로 보이는 여자 하나와 삼십대 정도 되보이는 단정한 옷차림의 여자 두명이었는데, 9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 아..... 그건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
나는 두 여자 중에서 나이가 들고, 부유해 보이는 여자가 내민 테두리가 금색으로 칠해진 멋진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현역 시의원이었다. 게다가 전직 교장선생출신인 이 여자는 이 도시의 동물보호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었다.

“ 그래도 부탁할 곳은 여기 뿐이에요 ”
비서인 듯한 젊은 여자가 나를 바라보며 말햇다.

“ 시간도 촉박하고, 그 넓은 공원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벌써, 죽었는지도 모르고요. 실장석은 정말 어이없게 죽습니다. ”
어떤 놈을 말하는지 짐작이 갔다.

3일전 공원에서 사고가 있었다. 근처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학습을 공원으로 갔는데 공원의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성체 실장석 하나가 접근해서 손을 물어뜯은 것 이었다. 실장석이 깨물어 봤자, 성인들은 따끔할 뿐이지만 세 살짜리아이의 피부에는 충분히 상처를 줄 수 있었고, 그 아이의 피부가 1센티정도 찢어져 제법 피가 흐른 모양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말로는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인 뒤, 사탕을 하나씩 주고, 들고 온 그릇을 정리하느라 잠시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린 사이에, 성체실장석이 다가와 아이의 손을 물었고, 사탕을 들고 도망갔다고 했다.

이일은 지역신문에 실릴 정도로 파급이 컸다. 아이부모가 분노해서, 공원관리실과 어린이집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구청에서는 공원의 실장석에 대한 박멸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다.
인근의 학대파들과 주민들이 공원을 샅샅이 뒤져서 그놈을 찾고 있는데, 벌써 수십마리의 실장석이 맞아 죽었다.

학대파는 주민들의 분노가 올라간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공개적으로, 주민들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그놈을 찾고 있었다. 실장석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렵지만, 도망가는 그 놈의 뒷머리끝에 매달린 댕기모양의 파란리본을 어린이집 교사가 목격했기 때문에 단서라고는 그것뿐이었다.

“ 저는 훈육이 전문이라 실장석 수색은 좀 곤란합니다. ”

“ 로젠사의 대리점의 수석 브리더도 거절한일이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실장석의 생태를 잘 아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

시의원은 초조함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 그 녀석이 빨리 잡혀서 죽지 않으면, 성체만 해도 이백마리가 넘는 공원의 실장석들은 전멸해 버릴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실장석을 당당하게 죽이고 있어요. 시청과 구청에서 구제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전에 잡아야 되요. 적어도 아이를 물어뜯은 놈을 잡았다고 하면 부모나 주민들의 분노가 좀 풀리지 않을까요? 잘만하면 구제계획을 취소할 수도 있잖아요. 그놈 때문에... 저도 보호협회장이고 시의원이긴 하지만 공원구제를 적극 반대할수도 없어요.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요.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유지하고 관리한 공원인데.... ”

그건맞는말이다. 보호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원을 관리했기 때문에, 분충들은 거의 다 없어지고 대부분의 양충만 남은 것은 사실이었다. 공원환경도 깨끗해지고 지역민들의 방문명소가 되었다.
제법 공을 들인 공원인지라 보호협회 회원들도 적극 나서서 공원을 뒤지며 그놈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시의원은 앞으로 실장석 보호조례를 만들어서, 양충은 적극적으로 보호해 나갈 것 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여론이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그들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두여자가 너무나 간절했고, 상당한 금액까지 지불하겠다고 해서 일단은 수락했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늦게 결정을 한다하더라도, 지금의 지역여론 상태라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구제회사를 부를 것 같았다.

시의원과 비서가 돌아가고,  나는 점심을 먹고 공원을 방문해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실장석들의 피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죽인 후에는 사체처리를 꼼꼼히 했을 것이다. 학대파라도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들실장을 죽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공원안에 가득한 살기와 피냄새 그리고 곳곳의 적록의 얼룩들은 얼마나 험악한 상황인지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댕기리본이 달렸다면 원사육실장이었겠지. 아마 사육될 때의, 그 사탕맛을 못 잊어서 그런 짓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

눈에 띄는 실장석들은 모두 나를 보고 벌벌 떨거나 숨어들 뿐이었다. 어느 놈도 내 앞으로 오지 않는다. 요즘 공원의 분위기상 여차하면 죽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공원안을 걸어가다가, 순간적으로 관목숲으로 몸을 숨기는 실장석을 발견했다. 놈이 몸을 숨기는 순간 목에 두른 빨간색 스카프같은게 눈에 띄었다. 내가 찿는놈이다.

관목 숲으로 따라 들어간 나는, 엎드린 채 벌벌떨며 나무그늘에 몸을 숨긴 그놈 앞에 섰다, 인간의 집에서 나온지 꽤 오래되었는지 스카프의 빨간색이 많이 바래있었다. 주인의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라.

“ 이봐 물어볼게 있다. 너는 원사육실장이지? ”

“ 데데에.. 닝겐상 맞는데스. 와타시는 원사육실장이었던데스 .제발 살려주시는데스. 와타시는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좀 찾으러 나온 것 뿐인데스 자들이 굶고 있는데스 ”
확실히 그놈은 아이를 물어뜯은 놈은 아니었다.

“ 요즘 너희 동족들이 마구 죽는 이유를 알고 있지? ”

“ 알고 있는데스. 분충 한마리가 작은 닝겐상을 물어버린데스. 닝겐상들이 그 분충을 찾고 있는데스 ”
이놈들도 공원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역시 잘 알고 있다.

“ 그놈을 혹시 알고 있나? 아니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알려주면 먹을 것을 좀 주마 ”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놈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았다.

“ 모르는데스. 그 분충도 원사육실장이었던것만 아는데스. 밥을 나눠주시는 닝겐상들이 오시면 꼭 먼저 나가서 푸드를 많이 받았던 놈인데스 ”
벌벌 떨며 대답하는 실장석은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미 똥을 지리고 있었다.

“ 이야기도 많이 하지않은데스. 그놈은 자들과 함께 동족들과 멀리 떨어져서 살았던 데스 ”
이정도면 놈이 알고 있는 것은 다 말한 것 같다.  더 말하지 않아도 그놈이 공원안에 없는 것은 확실하다. 다른 개체들과 접촉도 잘 하지 않으려고 했구나.  실장석이 아이를 물었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예상했던 것이 맞는것 같다.

영리한 사육실장은 인간의 무서움을 잘 안다. 이유야 어쨌든 아이를 물고 나서는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를 깨닫고는, 그날로 공원에서 도망을 쳤을 것이다. 들실장처럼 사고를 치고 나서도 멍청하게 집으로 가서 퍼질러 자다가 밟혀죽지는 않을 것이다. 새끼들이 있었다면 더욱 그랬겠지. 아마 공원을  탈출해서 주택가근처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학대파나 주민들이 아무리 공원을 뒤져도 못잡는 것이 당연했다.

“ 알겠다. 묻는 말에 대답을 잘했으니, 이걸 주마 ”
나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건빵 한봉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주었다.

“ 데뎃!! 닝겐상 감사한데스우. 이 푸드라면 자들과 일주일은 먹을 수 있을것인데스. 감사한데스 ”
그놈은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더니 공원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래... 과연 일주일 뒤에도 저놈이 살아있을까?

공원을 나와서 그 놈이 숨어 있을만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백여미터 쯤 떨어진 재개발 예정인 빈 주택가를 찾았다. 거의 개발이 끝나서 고급주상복합아파트까지 들어선 이 지역에서 숨을 곳이,란 그마나 오래된 골목이나 빈집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공원에서도 쫒겨난 들실장이 많이 모이는 식당가 쪽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놈이니까.

재개발 지역의 주택가라 해봤자 서너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둘러보는 것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페인트로 철거예정이라는 글씨가, 반쯤 부숴진 대문에 쓰여진 단층집 근처를 둘러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 찌이잇 레츄 ” 라는 소리가 들렸다. 엄지의 소리였다.

엄지가 이런 위험한 곳에서 혼자 살고 있을 리가 없다. 분명히 가족이 있었다. 이곳은 당분간 숨어있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었다.
링갈을 꺼내서 수신감도를 최대한 높이자 실장석들의 이야기가 들려왓다.

“ 오네챠 와타치 배고픈 테치..테에에... 어제도 오늘도 아무것도 못먹은테치 ”

“ 이모토네챠 참는테치. 조용하는테치. 마마가 곧 돌아오시는테치. 밥가지고 오는테치 ”

“ 레레레에....아타찌는 배씨가 홀쪽해서 팬티내려가는테치. 뭐라도 먹고싶은떼찌이 ”

소리가 들려오는 부숴진 대문 안쪽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풀이 무성한 마당에 찌그러져가는 골판기가 보였다.
다시 대문 밖으로 나가서 집이 잘 보이는 골목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내가 기다리는 놈이 나타날 것이다.

두시간 쯤 지나자, 어디선가 데스데스하는 실장석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꾀죄죄한 몰골의 성체 한마리가 그 집의 대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성체의 뒷머리에 리본은 달려있지 않았다.

“ 자들 마마가 온데스. 나오는 데스. 밥을 가져온데스 ”
시끄러운 테치테치 찌지이하는소리가 나더니, 곧 이어 테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마마 맛있는테치. 감사한테치 ”

‘레레에..너무 적은 레쮸 아따찌는 더 먹어야 하는떼찌 “

“ 이모토네챠 오마에가 제일 많이 먹은테치.”

“ 많이들 먹는데스 마마는 괜찮은데스 ”
일가의 단란한 식사를 방해하기 싫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대문안으로 들어갔다.

“ 테에엑 마마 닝겐인테치! 테샤아아”
배를 두드리며 골판지밖에 누워있던 새끼하나가 나를 보자 똥을 싸지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 데뎃 !! 데샤아아 데샤아아 와타시의 자들을 건드리면 닝겐이라도 가만두지 않는데스 ”
뒤를 돌아본 성체도 나를 발견하고 위협과 함께 결사적인 비명을 질러댔다.

새끼들은 자실장 두 마리에 엄지 한 마리였다. 나는 말없이 골판지 앞으로 가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일가뒤의 골판지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낡고 찌그러진 골판지였지만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골판지의 한쪽 구석에 단정히 놓여져 있는 예쁜 파란리본을 보았다.

새끼들 앞에 버티고 서서 양팔을 벌리고 선 성체에게 링갈을 내밀고 부드럽게 말했다.

“ 묻는말에 정직하게 대답하면 너희들을 해치지는 않겠다. 네놈이 인간아이의 손을 물었지? ”
친실장은 내 눈치를 보더니 당황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 여기는 어떻게 찾아온 데스. 와타시는 아무도 모르게 공원에서 탈출한 데스 ”

“ 살려주시는테치? ”

“ 레츄웅”
엄지는 애교를 부렸다. 평소라면 역겨웠을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불쌍하게 보였다

“ 이모토네챠 가만있는테치. 닝겐은 아첨하면 싫어하는테치 ”
의젓한 놈도 하나 있었다.

“ 데에 닝겐, 와타시는 아무 잘못없는데스 ”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 잘못이 없는데, 왜 여기에 숨어 있는거지? 먹을 것도 없는곳인데, 공원은 왜 탈출한거지? ”

내가 새끼들을 냉정하게 쳐다보자, 위험을 느꼈는지 친실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 이제는 더 숨을곳도 없는데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살려주시는데스까? ”

친실장의 이름은 루비라고 했다. 특급등급의 실장석으로 자실장때 팔려서 사육실장이 되었고, 성체가 되어 새끼를 가지고 싶어서 주인에게 공원에 놓아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새끼들을 모두 잃었으나, 세 번째는 성공해서 자실장 두 마리와 엄지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 작은 닝겐이 들고 있는 콘페이토를 자들이 먹고싶어한데스. 와타시는 자비로운 주인님께서 잘 돌봐주셔서, 사육일 때 맛있는걸 잔뜩 먹은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콘페이토를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었던 데스. 귀여운 자들에게 콘페이토를 주고 싶었던데스 ”

“ 그렇다고 인간의 손을 물면 안되잖아 ”

“ 큰 닝겐이 가지고 있던 콘페이토 통에 콘페이토가 잔뜩 있었던 데스. 하나쯤 귀여운 와타시의자들에게 줘도 상관없던데스 ”

루비는 그날 자들과 먹이를 데리고 먹이를 구하러가다가 놀러나온 어린이집아이들과 교사들이 점심먹는 것을 보았고, 남는 것을 얻어갈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사탕이 주어지자 새끼들이 먹고 싶다고 떠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교사가 저리가라고 발을 한번 구른 뒤에 그릇을 정리하러 가버리자,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서 사탕을 뺏으려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것도 희미하게 지성의 조각이 있는데도 똥벌레라는 모순된 운명을 타고난 놈들의 비극이었다. 그날 교사가 단호하게 그들을 내쫒았거나, 혹은 사탕을 하나씩 주었더라면, 아니 루비가 좀 더 강하게 새끼들을 단속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 닝겐의 자와 와타시의 자가 다른건 없는데스. 와타시의 자들도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데스. 주인님이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데스“
루비는 양쪽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마마 울지마는테치 ”

“ 테챠아아 닝겐, 어서 아타치들의 집에서 꺼지는테챠아아 ”

“ 아따찌가 닝겐을 때려주는떼찌 ”
엄지가 내쪽으로 달려오더니 신발을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 그래 잘 알겠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인간들에게 데려가지는 않으마 ”
그러자 일가의 눈에 희망의 빛이 확 돌았다.

“ 정말인데스? 와타시들을 용서해주는데스까? 다른 닝겐들에게 데려가지 않는데스? ”

“ 마마 이제 숨어다니지 않아도 되는테치 ”

“ 닝겐상 감사한테치 ”

나는 비로소 얼굴이 밝아진 일가를 잠시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사탕봉지를 꺼내며 친실장에게 건내며 말했다.
“ 그동안 숨어 다니느라고 고생이 많았겠구나. 이거라도 먹으렴, 사육실장도 잘 못먹는 세레브한 콘페이토다. 유럽에서 가져온 거란다 ”

루비와 새끼들은 놀란 듯 했으나 내가 건네준 사탕봉지를 보자 곧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 마마 이것은 지난번 먹은 콘페이토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테치 어서 주시는테치 ”

‘“ 아따찌 콘페이토 어서 주는때찌 ”

“ 고마운 닝겐상인테치 ”

새끼들은 귀를 팔락거리며 루비의 손에 들려진 사탕봉지를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데에엥 닝겐상 정말 고마운데스. 와타시와 자들은 다시는 공원에 가지 않고 조용히 숨어서 살겠는데스 “
루비가 오로롱 거리며 사탕봉지에 손을 넣었다.

“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거야. 그럼 나는 그만 가보겠다. ”
일가가 사이좋게 콘페이토를 하나씩 입에 넣는 것을 보며, 나는 몸을 돌려 대문밖으로 나가서, 골목 입구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잠시 후, 집안에서 뭔가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 데겍!! 장녀! 차녀! 삼녀! ” 루비의 비통한 비명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담배 한대 피우는 시간도 안걸릴 것이다.

주위가 금방 조용해지는 듯 하다가 “ 데걋!! ” 하는 비명이 다시 들려왔다.
다시 집의 마당으로 들어서자, 토해낸 피로 온몸이 피칠갑인채, 혀를 길게 빼고 죽어 넘어진 새끼들이 보였다. 고통이 길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쥐약을 빼고 청산가리를 넣어놓은 콘페이토를 가져왔다. 쥐약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루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피묻은 손으로 목을 잡고, 새끼들의 주위를 구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루비는 눈이 서서히 돌아가고 있으면서도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입에 피거품이 일었다.

죽은 일가의 몸뚱이라도 가지런히 놓아주고 싶었다.
“ 이런 물티슈를 안가져 왔구나 ” 새끼들의 몸을 움직일 것을 찾다가 주머니를 뒤져보니, 명함이 한 장 나왔다. 명함으로 새끼들의 몸을 루비 옆으로 밀었다. 순간 죽어가던 루비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 뭐라고? ”
루비의 발음이 불명확해서 링갈이 번역을 제대로 못한다.

“ 와와..타시...주주인님..이름표..주인님 ...이름표데..보고 싶은..데에에... ”
루비의 숨이 끊어졌다.

나는 루비의 옆에 잠자코 앉았다.
그 여자 시의원의 사육실장이었나?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다리를 책상에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갔다가 개가 지나가는 사람을 물면 책임은 견주가 진다. 그 시의원이 왜 그렇게 초조해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정치판은 조그만 흠을 잡고 싶어하는 반대파들로 가득차 있으니까. 이정도로 악화된 여론이라면... 그녀는 아마 엄청난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 명함은 네 모서리에 금박이 둘러져 있어서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실장석들이 한번만 봐도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다. 하물며 일년 정도를 사육했다면...
루비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것이다. 루비가 살아서 잡혀서는 안된다. 죽든지 사라져야 한다.

사무실에서 불을 켜지도 않고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그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실장석의 피로 얼룩진 명함이지만, 전화번호는 똑똑히 보였다.
그녀와의 통화는 꽤 길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서야 겨우 전화기의 종료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한달 뒤, 시의회는 실장석보호조례를 의회에 상정하지 않았고, 그녀는 동물보호협회회장직을 사임했다. 실장석 보호조례의 의회 상정이 불발되자, 실장석 애호가들과 동물보호협회는 맹렬하게 반발했지만, 다수의 시의원들과 구의원들이 반대했고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대시위를 여는등 반발이 거셌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은, 영향력과 추진력이 컸던 그녀가 회장직을 사임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그녀는 번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원은 루비가 죽은지 일주일뒤 전면적인구제작업이 실시되었다

나는 그녀와의 통화에서 루비가 그 명함을 알아보더라는 말과, 당신이 시의원직까지 그만두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

얼마전에 미도리를 처리한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은 인간대로 실장석은 실장석대로 욕망을 가진다. 둘다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고, 체격이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지만, 추구하는 욕망의 덩어리는 다르지 않다. 그것이 시의원 직이든, 콘페이토든 똑같은 크기의 욕망일 뿐이다.
뉴스를 읽던 것을 중단하고, 점심시간이니, 나도 음식에 대한 욕망을 채우러가기로 했다.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한참 쳐다보고 있던 파란리본을 휴지통에 골인시키고 책상에서 일어섰다.

-도망친 실장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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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전에 나는 손님이 데리고 온 실장석을 훈육하고 있었다.
사육실장이 몰래 임신한뒤, 새끼를 여덟마리나 낳고는, 아직 어리다고 새끼훈육을 망설이는 바람에 새끼들이 주인을 똥노예라고 부르며, 스시와 스테이크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친 것이다. 주인이 얼마나 잘 돌보았는지 엄지도 하나없이 튼튼한 자실장들로만 이루어진 일가였다.

보통의 주인이었다면 요즘의 추세에 따라 설득과 이해를 위주로 하는 샵의 브리더에게 데리고 갔을 테지만, 배신감에 화가 난 주인은 나를 수소문했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훈육한다는 내게 자신의 실장석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 훈육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가 서열확인, 그 다음이 복종, 마지막이 유지단계입니다. ”

새끼들을 수조에 던져놓고, 친실장과 분리한 뒤, 주인과 나란히 의자에 앉은 채로, 친실장의 뒷머리를 잡아 올렸다. 훈육을 할 때는 실장석과 같은 눈높이에서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실장석을 내려다 보면서 훈육해야 한다.
친실장이 버둥거리며 내게 뒷머리를 잡혀 끌어올려지자 순간 새끼들과 친실장의 울부짖음이 시작되었다.

“ 똥닝겐 당장 마마를 놓아주지 못하는테치, 노예가 간이 배밖으로 나온테치 ”

“ 늙은 닝겐 당장 마마의 머리를 놓아주는테치 ”

“ 이게 도대체 무슨짓인테치, 똥노예 어서 마마를 놓아주도록하고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는 테치 ”
링갈을 읽어보니 여전한 레퍼토리다. 싷장석은 어느놈 이든지 같은 말만한다.

장녀로 보이는 가장 큰놈이 앞팔을 땅에 대고 위협을 하기 시작했고, 몇 마리는 똥을 던지려고 팬티에 손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죽을놈과 살놈을 구분하는 갈림길이 되었다.
인간을 위협하는 놈과 똥을 던지는 놈은 절대 살려주지않는 것이 나의 훈육원칙이다. 죽지않을 정도로 두들겨 맞은 뒤 반성한다고 말해도 예외는 없다.

요즘 샵에서는 두들겨 패지 않고 실장권에 근거한 설득과 이해를 반복하다 보니, 폭력을 모르는 친실장은 뒷머리가 잡힌채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 주..주인사마 어서 와타시의 고귀한 머리를 보호하는데스 데갸아아악 ”

“ 마마 와타치가 구해주는테치 기다리는테치 ”
장녀로 보이는 놈과 몊마리가 수조벽을 쳐댔다.

주인에게 눈짓을 하자 주인이 내 얼굴을 쳐다보며 명령했다.

“ 저놈은 분충입니다. 훈육을 하시오 ”

“ 예 알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

친실장의 옷을 찢자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 떼갸아아아악 뜨갸아아아아아악 와타시의 세레브한 실장복이... 데에엥 데에엥 ”

발가벗긴 친실장을, 앉은채로 나의 다리사이에 끼우자 부리릿하고 똥을 싸질렀다. 냄새를 맡았겠지,,,내가 두른 실장석 가죽앞치마에서 나는 죽음의 냄새를 ...

거의 정신을 잃어버린 듯한 친실장의 머리에 강력 헤어젤을 발라서 머리를 뒤통수에 고정시킨다. 손님이 실장석을 살리기를 원하면 훈육하기 전에 반드시 머리에 젤을 발라 고정시켜야 한다. 머리가 훈육중에 빠져버리면 연약한 멘탈의 사육실장은 파킨하거나 주인을 평생 원망하는 진짜 분충이 되어버린다.
친실장을 주인과 내가 앉아있는 의자앞에 엎드리게 한 뒤, 주인에게 친실장의 머리위에 발을 올려놓고 누르게 했다.

“ 이 똥벌레야 누가 주인이지? ”

“ 주인님이신 데스 살려주.. 뜨갸아아아아읍 ”

주인에게 머리가 살짝 짜부라질 정도로 밟게 한 뒤, 스텐레스자를 꺼내 알몸으로 주인의 발에 머리통이 눌린채 엎드려 있는 친실장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 데갸아아악 데갸아아읍읍 ”

“ 닥쳐 이 똥벌레야 새끼들을 교육도 못시키는 놈이 어디서 큰소릴지르냐 ”

“ 마마 ”

“ 마마를 살려주는테치 ”

“ 마마에게 손대지 마는테치 ”

‘ 나가면 반드시 죽여버리는테치 “
장녀의 협박과 함께 수조안에서 여러마리가 동시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지독한 똥냄새가 흘러나왔다. 처음 보는 무자비한 폭력에 새끼들이 똥을 싸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어떤 놈은 머리를 수조구석에 처박고 떨고 있었다.
뜨지직하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 너는 주인을 속이고 새끼를 낳은것도 큰죄인데 훈육도 안하니 하니 새끼 키울자격이 없어 ”
내가 옆에서 거들자 주인이 발에 힘을 주며 명령했다..

“ 더 때리십시오 ”

“ 알겠습니다 ”

“ 데갸아아악 데갸아아악 아아아아아 그만때리는 데스 떼갸아아아아 ”
친실장은 크게 울었지만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자기 몸에서 터져나오는 피냄새를 맡았을 뿐이었다.

“ 똥벌레야, 니가 아무리 소리질러도 니 주인님이 명령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거야 ”

스무대정도 더 때리자. 친실장의 엉덩이는 피부가 찢어져 너덜너덜해졌고, 친실장의 사타구니 근처는 피와 체액 똥으로 너져분해졌다. 주인이 머리에서 발을 떼자 친실장이 얼망이 된 얼굴로 주인에게 울부짖엇다.

“ 주인사마 제발 살려주시는데스. 이제부터 자들을 훈육하는데스. 제발 멈추라고 명령하는데스 오로롱 오로롱... 데갹! 저건 뭐인데스 데갸아악 안되는데스. 뜨겁뜨겁씨는 안되는데스 ”

그틈에 토치를 집어들고 불을 켜자, 새빨간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고 쉬익하는 가스타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친실장이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다.

“ 멈추세요 ” 주인이 나를 돌아보며 말하자 나는 토치의 스위치를 잠그고 불을 껏다
.

“ 주,,주인사마 용서하시는데스. 와타시가 잘못한데스. 다시는 주인사마 몰래 자를 가지지 않는데스 자들을 모두 처분하는데스 오로롱 오로롱 ”

앙눈에서 검은눈물까지 흐르는 것을 보니 효과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자비하고 압도적인 폭력과 마주친 친실장은 넋이 반쯤 나가있었고 무엇이든 할 테세였다.
실장권이고 나발이고 이렇게 하면 간단하다. 어정쩡한 지능은 재앙이다. 인간의 허세와 비겁한 점만 빼닮은 실장석은 폭력이 아니면 다스리기 어렵다.

“ 자 다음은 복종 단계입니다 ”

내가 건낸 쪽지를 읽은 주인이 친실장에게 명령을 내리자 수조안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참시 후 분노에 불타는 친실장은 찌그러진 머리를 만지며 수조로 다가섰고, 위협을 한 장녀와 똥을 던진 다섯 마리를 두말없이 그 자리에서 밟아죽이고 때려죽였다. 친실장이 워낙 갑자기 달려들어 밟았기 때문에 치벳소리도 들리지 않고 와그작하고 으스러지는 소리만이 들렸다.. 수조바닥의 적록의 납작하고 흩어진 살조각들과 뼈조각 그리고 튀어나온 눈알들만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 니가 주인님의 명령을 잘들었으니 분충짓을 하지않은 나머지 두 마리에게는 주인님께서자비를 베푸신다고 한다. ”

친실장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살아남은 새끼들만 부둥켜안고 벌벌떨고 있었다.
살아남은 새끼 두마리도 벌벌 떨고 있었지만 자매들이 왜죽었는지를 명확히 알았다. 그리고 진짜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했다. 또 무서운 훈육사에게 누가 명령을 내리는지를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새끼들은 공포에 휩싸여 똥을 싸질렀지만, 감히 주인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이 엄하게 하면 적어도 1년 동안은 주인에게 건방진 소리를 안하고 복종할 것이다. 친실장도 바보가 아닌 놈이니 제법 유지가 될 것 같았다. 친실장에게 박카스를 반병 먹인 뒤, 발가벗긴채로 새끼들과 넣어두었다. 주인이 계속 기를거라고 하니 이쯤에서 멈추어야지.

“ 간단하네요. 속도 시원하고요 ”
주인이 케이지 문을 잠그며 내게 말했다.

최근에 실장권 중심훈육이론 때문에 두들겨 패서 훈육하던 브리더들이 운영하던 샵들은 거의사라졌다. 대신 설득과 끈기있는 비폭력 훈육을 하는 샵들이 이제 대세가 되었다.

하긴 요즘 샵에서 태어나고 훈육된 실장석들은 태교에서부터 철저히 훈련받아서 종의 특성이 약간 바뀌었다. 브리더가 열심히 설득하고 달래면 특급등급을 받은 개체들은 어느정도 알아듣는 편이긴 하다. 다만 훈육을 몸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똑똑한 개체라도 훈육이 거의 분기별로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사육실장의 사육비가 많이 올랐다. 그때마다 훈육비를 줘야하니까.

오늘은 일이 간단하게 끝났다. 이놈은 머리좋은 특급답게 금방 태도를 바꾸어 주인의 명령을 실천했고 그것은 자신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피를 봤으니 일찍 퇴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인이 내게 수다를 한참 떨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노크도 없이 열렸고, 우울한 얼굴의 여자손님 둘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제길 창문을 열고 피냄새를 빼놓았어야 하는데.....


주인과 사육실장이 돌아가고 난 뒤, 한시간이나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테이블의 두 모녀와 마주앉아 있었다.

“ 그러니까 벨라를 죽인 사람을 꼭 찾아달라는 것인가요? ”

“ 범인도 범인이지만 왜 그렇게 죽였는지를 알고 싶어요 ”
육십정도 되보이는 어머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딸을 쳐다보았다. 딸 역시 수심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모녀가 기르던 사육실장 벨라가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 집근처의 골목길에서 눈알이 빠지고 혀를 잘린채 발견되었는데 경찰에 신고했더니 수사를 하는둥 마는둥 했고, 모녀가 항의를 하자 벨라가 발견된 골목길만 한번 가보더니,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했다는 것이다. 증거로는 몸에 남아있는 이빨자국을 보여주더라는 것이다.

“ 아니 유기견이나 길고양이가 어째서 눈만 빼먹거나 혀를 짤라놓는다는 겁니까? 잡아먹으려 면살과 지방이 많은 복부부터 먹는게 고양이과 동물이잖아요. 개도 그렇고 ”

어머니쪽이 동물들의 생태에 지식이 많은 것 같았다. 그 말이 맞다. 복부의 지방과 내장은 개과나 고양이과 동물이 선호하는 부위이다.
경찰이 대충 둘러댄 것은 맞아보였다. 그러나 경찰이 사육실장 한마리 죽은일에 신경쓸 여유가 있을까? 사람도 죽인 뒤 토막내서 전국 여기저기 뿌려버리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는데...

나는 훈육사일뿐이지 흥신소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조사해보기로 한 것은 순전히 그 모녀가 릴리의 주인(1편 참조)에게서 나를 소개받았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착했던 릴리의 어려움을 잘 해결했다고 모녀에게 나를 소개한 것이었다.

모녀가 돌아간 뒤, 이 동네 의 학대파들부터 한번 파악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벨라가 죽은채 발견된 골목은 사무실에서 차로 이십분쯤 걸리는 곳이었다.
이 도시의 재개발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새로운 건물로 가득찬 동네였다. 벨라의 주인집은 그 동네의 뒤쪽에 자리한 호젓한 주택가였는데, 벨라는 벌써 3개월째 혼자서 골목길을 거쳐서 동네를 매일같이 산책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

“ 이런 곳에 골목길이 있었나? ”

이 도시의 골목길들은 재정비 된지가 오래일 터인데... 라는 생각을 하며 벨라집에서 20여미터쯤 떨어진 두 번째의 골목길 입구에 들어섰다.

“ 어엇 이럴수가 있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정말 옛날 80년대의 정비되지 않은 주택가에서 볼 수 있었던, 좁은 골목이 있었고, 골목을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가자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주택가에 둘러싸인 조그만 텃밭들이 보였던 것이다.

이곳은 동네 밖에서는 주택들에 둘러싸여 밖에서는 텃밭의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부로부터 숨어있는 곳이었다. 낡은 시멘트 포장이 깔린 골목의 끝에는 오래된 아스팔트가 깔린 좁은 길이 있고, 그 옆에는 조그만 텃밭이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지나가지 않아서 정말 호젓한 곳이었다. 골목을 나서면 더 좋은 길이 있는데, 굳이 이런 으슥하고 좁은길로 다닐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10여분동안 서성거렸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벨라가 정말 이런 곳을 산책하고 다녔다면 실장석에게는 아주 위험한 장소가 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모녀의 말대로 학대파라도 마주친다면....

텃밭을 둘러싼 어느 주택의 담벼락 밑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꽤나 더운날 이었지만 골목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와 시원했고, 마치 인적없는 피서지에 온 느낌이었다. 큰 도로에서 한발 들어온 곳이라 차소리도 들리지 않고, 정말 조용해서 기묘한 느낌마저 주는 곳이었다.

소란스러운 도로에서 한발짝 벗어났는데 이런 한적하고 시골길 같은 골목길이 있다니.... 벨라는 어떻게 이런곳을 찾아냈고 왜 여기서 죽었을까?

주위를 좀 자세히 둘러보자,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오미터쯤 떨어진 곳에 전신주가 서 있었고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채가시지 않은 희미한 적록의 자국이 보였다. 벨라의 것이 틀립없었다.

“ 저기구나 ”

그쪽으로 가서 한참을 살펴보았지만 적록의 자국 외에는 실장석이 있었다는 흔적은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마치 사진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 벨라야 너는 어떻게 죽었냐...”

한참을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벨라의 주인이었던 모녀의 집으로 향했다.


“ 아... 벨라는 들실장이었군요 ”

“ 들실장이긴 해도 워낙 똑똑하고 착해서 샵출신의 사육실장 주인들이 부러워할 정도였어요 ”

두 모녀는 3개월전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비록 몸에 맞지는 않고 낡았지만, 깔끔한 실장복을 입은 성체 실장석이 정중하게 물 한모금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흔한 들실장처럼 무례하게 굴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는 놈을 집에 데리고 와서, 벨라라는 이름을 주고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적응도 잘하고 분충끼도 없었고, 특히 집안일은 한번 가르쳐주면 그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면 들실장치고는 드문 개체였을 것이다.

나는 벨라가 살던 실장 하우스안을 살펴보았다. 하우스 안은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중저가품으로 보이는 실장용 침대 , 세레브 실장석 한 벌, 그리고 뜻밖에도 낡았지만 깨끗하게 세탁된 녹색의 실장복도 있었다. 아마 공원에서 구해질 때 입고 온 것이리라.

그 외의 다른 물건은 없었고, 잘 개어진 이불이 한쪽 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베라는 의외로 똑똑한 실장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불을 만져보았다. 이불의 접혀진 부분들이 이가 딱맞도록 개어져 있었다.

“ 실장파우치는 어디 있습니까? “

실장파우치는 사육실장의 필수품이다. 세레브 실장복과 더불어 목걸이겸 리드줄, 그리고 파우치는 사육실장의 3대 상징이며 사육실장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아마 벨라가 간식거리를 집어넣고 나갔을 것이지만 혹시나 하고 한번 물어보았다.

“ 벨라는 산책갈 때마다. 파우치를 메고 나갔어요. 우리가 주는 콘페이토나 간식거리를 넣어가지고 다녔어요 “
딸이 우울한 얼굴을 한 채 대답했다.

“ 그럼 벨라 사체 옆에서 파우치를 찾았나요? ”

“ 아뇨 못찾았어요. 별로 비싼것도 아니고 A마트에서 산건데... 그런것도 가져가다니... ”
이번에는 어머니가 대답했다.

사육실장석 사체옆에 파우치가 없었다고?... 학대파가 그까짓 실장파우치를 가져갔을 리가 있나....

“ 좀전에 보니 이 근처에 텃밭이 있던데, 들실장들이 찾아오기도 하나요? ”

모녀의 말에 의하면 이 근처에 주택들은 오래됐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서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있고, 기껏해야 상추나 깻잎같은 것이라 실장석들이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텃밭주인인 할머니가 워낙 감시를 잘하고 또 음식 쓰레기 분리를 잘하는 동네라 실장석들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 그 할머니는 벨라를 본적 있습니까?”

“그럼요 우리하고 아주 잘 알고 가끔씩 왕래도 하고, 기르신 상추나 갯잎을 가져다 주기도 했어요. 할머니는 벨라를 잘 알아요. 우리 벨라가 예의바르다고 얼마나 칭찬을 했는데.... ”

벨라를 회상하는 모녀의 눈이 붉어졌다. 모녀가 휴지를 들고 서로 눈물을 닦아주는 동안에 실장하우스를 다시 꼼꼼히 둘러보았다. 팔자에 없는 탐정놀이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세레브 실장복을 한번 더 살펴보았다. 갖 태어난 아기옷 만한 실장복을 손에 쥐고 살피는 도중에 치마끝단에서 분홍색에 어울리지 않는 녹색의 아주 조그만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실장석의 똥이다.

“ 벨라는 옷 세탁을 스스로 할 줄 알았나요? ”

“ 그럼요 한번 가르쳐 줬더니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화장실에서 자기옷을 세탁하더라구요 “

“ 벨라는 이불도 잘 정리했어요. 우리집에 온 다음날 아침부터 이불정리를 했어요. 얼마나 영특했는지... “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 모녀가 두루마리 휴지를 잡았다. 자칫 성체 실장석처럼 모녀가 오로롱 오로롱하고 울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뭔가 빠트린 것이 없는지 하우스를 다시 한번 더 뒤졌다. 내 예상이 맞다면 ....


“ 두분, 실장석은 처음 키워보셨죠? ”

“ 네 맞아요. 실장석 키우는 것은 TV실장농장에서만 보다가 벨라를 처음으로 키운거예요 ”

딸이 가져온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에 마주앉았다. 이제 대충 감이 잡히고 있었다. 모녀의 눈에는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내게서 무엇인가를 듣고 싶어 했다.

“ 그러셨군요.... 제가 볼 때 벨라는 들실장 출신이 아닙니다. 아마도 원래 사육실장이었을거예요. 들출신은 사육실장 흉내는 어떻게 낼 수는 있겠지만, 이불은 실장석이 결코 하루만에 갤수 없습니다. 아니 못하지요. 훈련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벨라는 사육용실장샵에서 이불 개는 법을 배운 놈....아니  실장석이예요.
아시다시피 실장석 손을 보시면 이불을 정교하게 개는 것이 어렵도록 생겼지요. 그래도 샵에서는 특급들을 훈육할땐 이불을 반드시 개도록 훈련을 시킵답니다. 인간도 침대생활을 하면 이불까지 개어놓는 경우는... 글쎄요... 많이 없을거예요. 그냥 깔끔하게 펴놓는 정도지요. 그런데 샵에서 사온 실장석이 이불을 갠다면? 인간들은 무척 감탄하고 좋아하겠지요. 멋진 상술이지요.”

“ 그리고 벨라가 언제부터 산책을 혼자 다녔나요? ”

“ 우리집에 와서 한 일주일쯤부터 혼자 산책을 다녔어요. 들실장도 없는 곳이고, 다들 서로 아는 동네라 어머니와 나도 안심할 수 있었어요 ”

아이스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정말 흥미로웠다. 모녀가 내게 말해주는 모든 것이 벨라가 들출신이 아니라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실장샵 출신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녀가 내말을 듣고 놀라워하자, 나는 벨라의 침대밑에서 발견한 것을 모녀에게 보여 주었다.

“ 그게 뭐예요? ”
딸이 내게 물었다.

“ 이건 저실장의 옷입니다. 우리가 흔히 구더기라고 부르는 애벌레같이 생긴 놈인데 영양이 충분하면 고치단계를 거쳐서 엄지나 자실장으로 변태합니다. 벨라의 침대밑에서 찾았습니다. ”

“ 그럼... ”

“ 그렇지요, 벨라는 새끼들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

저실장의 옷은 깨끗했지만, 벨라가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았던 피와 체액이 남아 있었다.
죽은 저실장의 옷이 틀림없었다.

“ 그럼 그 새끼들은 어디있고, 벨라는 누가 왜 그렇게 죽였을까요? ”

어머니쪽이 궁금한지 몸을 내 쪽으로 당겨 앉으며 물었다.

“ 그건 저도 너무 궁금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조만간 말씀드릴께요 ”

내 생각이 맞다면 모녀는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서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다시 그 쓸쓸한 두 번째의 골목길로 향했다



나는 그 두 번째의 골목길에 다시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벨라는 원사육실장이었을 것이다. 들실장들 사이에서 비상식량취급을 받는 저실장인데 옷을 깨끗이 세탁해서 침대밑에 넣어놓은 것은, 그만큼 저실장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는 것이고, 아마도 그 저실장은 죽었을 것이다. 죽은 새끼를 추억하기 위해서 들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라면 벨라는 들실장이 아니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세레브한 실장복에 묻어 있던 실장석의 똥은 이집에서 길러진 이후에 묻은 것이다. 벨라같이 똑똑한 실장석이 옷에 똥을 묻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들실장에게 투분을 당했을 가능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세레브한 분홍옷을 더럽혀도 좋을 정도의 친분이 있는 실장석을 가까이 했다는 것이다. 이 근처에 들실장은 없으니 남은 것은 ... 벨라의 새끼들이 틀림없었다.

벨라가 매일같이 산책을 나간 이유는, 아마도 현재의 주인 몰래, 새끼들을 만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파우치에 음식을 담아가서 인적이 드문 이 골목길에서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을 것이다. 벨라가 현재의 주인들에게 새끼들 이야기를 안한 것은, 새끼를 낳는 바람에 전주인에게 버려졌기 때문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반드시 새끼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 정말 나름대로 영리한 놈이었군 , 새끼 때문에 공원에 버려지자 현재의 주인에게 스스로 다가가서 기르게 한 뒤, 주인들 몰래 새끼들을 만나 음식을 주었겠지.. 그런데 누가 죽인걸까...’

이 동네 사람들은 벨라를 다 알고 있을터인데...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벨라를 보고 죽여버린 것일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새끼들도 같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체는 벨라것 밖에 없었다. 일단 새끼들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이상의 추론은 할 수 없었다.

차를 세워 놓았던 동네의 공용주차장으로 가서 손가방을 가지고, 다시 모녀의 집으로가서 벨라의 낡은 실장복과 세레브 실장복을 가지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돋보기로 골목의 입구에서 텃밭과 주위의 땅을 훓어 나가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훈련받지 못한 개체들이니 벨라가 아무리 조심시켜도 어디엔가 똥을 흘리고 다녔을 것이다.

제발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를 기도하며, 쪼그리고 앉아 골목길의 입구에서부터 땅을 훓었다. 십분쯤 그 짓을 하고 있으려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 제길 의뢰비라도 듬뿍 받아내야 겠군”

텃밭근처까지 갔을 때였다.

“ 아저씨 뭐 하시우? ”
걸쭉한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 한분이 텃밭 입구의 대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텃밭주인인 것 같았다.

“ 아예 실장석, 아니 똥을 ..아니..아주머니 혹시 이 근처에서 실장석을 본적이 없으신가요? ”

할머니는 내쪽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 조그만 놈들 몇 마리가 며칠전부터 보이긴 했는데 내 모습만 보면 도망가 버려서... ”

“ 어느쪽으로 도망가던가요? ”

할머니가 가리킨 쪽은 골목길의 입구와 반때쪽인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택들 쪽이었다.

“ 그것들을 찾수? ”

잠시후 나는 할머니가 건네준 먹고 남은 밥과 반찬 몇 가지가 든 비닐봉투를 들고 전신주 옆에 서 있었다. 할머니는 벨라가 죽은 후에, 갑자기 나타난 작은 실장석들에게 음식쓰레기들을 주었다고 했다. 벨라가 죽은 전신주 근처에 놓아두면 얼마있지 않아서 없어지곤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무서워하도록 벨라가 교육을 시킨걸까. 벨라의 새끼들이 할머니보고 자신을 기르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음식물 쓰레기를 전신주 옆에 놓고 처음 왔을 때 앉아 있던 곳으로 가서 담배를 피워물고는 벨라의 분홍 실장복을 꺼냈다. 사람을 두려워해도 지 에미의 옷을 들고 있으면 가까이 올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여전히 사람하나 지나가지 않은 쓸쓸한 골목길이었다. 전신주를 가만히 보고 정신을 집중하던 나의 귓가에 테치거리는 소리가 들려왓다. 천천히 가방에서 링갈을 꺼내고 스위치를 켰다.

잠시 후 나의 시야에 뭐라고 떠들고 잇는 두 마리의 중실장과 두 마리의 자실장이 보엿다.
네 마리의 옷은 거의 넝마에 가까웠고 머리털은 엉켜서 그야말로 부엌강아지처럼 보이는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 텟? 닝겐상 안녕하신테치? 닝겐상이 마마냄새가 나는 옷을 들고 있는테스? 혹시 와타시들을 모시러 온 테스?”

“ 오네챠! 이 똥닝겐이 마마의 세레브옷을 들고 있는테치 당장 뺏어오는 테치.”

“ 밥주던 늙은 암컷닝겐은 어디간 테치? ”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머지 한 마리가 “ 저기 밥 있는테치 ”라고 울어대며 전신주 쪽으로 달려갔다.

“ 벨라가 너희들의 마마지 ? ”
그러자 세 마리의 눈이 반짝 빛나며 반응했다.

“ 그런테스 벨라가 와타시들의 마마이름인테스. 와타시가 장녀인테스 ”

그중에서 가장 덩치가 커 보이는, 곧 성체가 될 중실장이 대답했다. 벨라의 새끼들이 틀림없었다. 곧이어 자실장 한 마리가 말했다.

“ 마마는 죽어버린테치 ”

“ 닝겐은 누구인데 와타시의 마마 옷을 들고 잇는테치? ”

“ 오..너희들의 마마가 죽은 것을 알고 있구나 ? ”

이제 이놈들의 대답이 궁금했다. 이놈들은 보았을 확률이 높다.. 벨라를 죽인 것이 사람인지 유기견인지 고양이 인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줄 것 같았다.

“ 아는 테치. 와타치들이 마마를 뾰쪽뾰쪽씨로 찔러 죽인테치 뜯어먹은 테치 “

“ 뭐라구 ? 너희들이 마마를 죽였다고? ”
뜻밖의 대답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한 나머지 링갈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 그런테치. ”

나는 한동안 멍해있다가 실장석이란 근친살해와 포식을 밥먹듯이 하는 동물이란 것을 곧 기억해 내고는 정신을 차렸다.

“ 왜 마마를 죽인거냐? 마마가 없으면 너희들도 오래살지 못할텐데 ”

그러자 중실장이 동생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마마는 거짓말쟁이였던 테스 나빴던테스. 테스. 자기혼자 사육실장이 되고 맛있는 콘페이토와 스시 스테이크를 잔뜩 먹은 테스 ”

“ 마마는 약속을 어긴테치 마마가 탁아해서 사육실장이 되면 와타치들을 주인집으로 데려가서 사육실장이 되게 해준다고 한테치. 기다리고 기다려도 마마혼자만 사육실장된 테치 ””

“ 마마는 약속을 어긴테스. 세레브한 실장옷은 혼자 입은 테스. 와타시들에게는 먹다남은 쓰레기를 매일 매일 가져온 테스 ”

“ 못된 마마를 와타치들이 죽여버린테치 ”

“ 그럼 너희들이 전부냐? ”

“ 아닌테치 와타치들의 집에 엄지챠와 구더기가 하나씩 있는 테치. 집보고 있는테치 ”

“ 혹시 구더기가 한 마리가 더 있지는 않았나? ”

“ 있었던 테스. 똥주인이 고귀한 와타시들을 감히 쫒아낸뒤, 와타시들은 공원에서 살은 테스. 배가 고파서 마마가 밥구하러 간 뒤에 와타시들이 잡아먹어버린테스. 구더기 맛있었던 테스 ”

“ 똥닝겐 이제 와타치들을 데리고 가서 사육실장으로 하는테치 ”

벨라는 전주인집에서 새끼를 낳은 뒤 공원으로 쫏겨나고는 현재의 주인인 모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사육실장이 되었다. 아마 스스로 탁아를 하기전에 새끼들에게 약속을 했겠지. 마마가 사육실장이 되면 모두들 데리고 가겠노라고. 그러나 이 쓰레기 분충들을 같이 데리고 살아달라는 말을 마음씨 착한 주인들에게 차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모녀가 외출이나 여행간 사이에 다시 그 먼길을 공원까지 가서 새끼들을 이동네로 데려와서 숨겨두고, 먹을 것을 가져가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벨라는 새끼들의 성화에 엄청나게 시달렸을 것이다. 왜 빨리 사육실장이 되지 않느냐고. 왜 빨리 세레브한 닝겐 노예의 집으로 데려가지 않느냐고.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 구더기하고 엄지에게는 너희들이 마마를 죽였다고 말했니? “
나는 장녀에게 물었다.

“ 구더기하고는 엄지는 모르는 테스 그것들은 비상식량이니 그런 것 몰라도 되는테스 ”

“ 닝겐 명령인테치. 어서 그 세레브한 실장복을 와타치에게 바치는테치 ”

“ 어서 와타치들을 데리고 가서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는테치 ”

“ 테찹 테챱 테챱 ”

음식물봉투로 달려갔던 놈은 비닐봉투에 대가리를 쳐박고 입에 음식물 쓰레기들을 쓸어담고 있었다. 장녀와 나머지 두 마리, 그리고 음식을 처먹고 있는 놈을 차례로 쳐다보는 순간 욕지기를 느꼈다. 아까 주인집에서 마신 커피가 다시 입으로 올라올 것 같았다.

‘ 나도 이제 늙긴 늙었군, 근 십오년 동안을 보고 듣던 실장석의 일상인데 토할 것 같다니 ’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 좋아 너희집으로 안내해라. 너희들 마마의 주인이 새로운 사육실장을 구한다고 하니 너희들을 데려가겠다. 엄지와 구더기도 같이 데리고 갈거야, 저기 혼자 음식먹고 있는 놈은 분충이니 데려가지 않아도 된다 ”

그러자 새끼들이 환호를 지르며 몸을 흔들어 댔다.

“ 테엣! 똥마마가 죽고나니 와타시들이 사육실장이 된 테스. 더 빨리 죽여버리면 좋았던 테스 ”

“ 오네챠 어서 집으로 가는테치. 이제는 행복해지는 것이 남은테치 ”

“ 테프프 저 분충은 버려지는테치 테프프프 ”

“ 참 장녀는 여기서 세레브한 옷을 입고가자. 너희 두마리는 먼저 집으로 가라. 주인집에 가면 세레브한 자실장과 중실장용 옷이 더 있단다 ”

그러자 두 마리는 이십미터쯤 앞에 보이는 낡은 주택의 뒷담장에 있는 허물어진 담벼락쪽으로 달려갔다. 장녀는 눈앞에 있는 벨라의 옷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장녀가 정신없이 세레브실장복을 만지는 동안  가방에서 철사를 꺼냈다.

장녀의 목을 뒤에서 꽉 잡은 뒤, 가운데 손가락으로 성대부분을 누르며 들어올리자 장녀는 켁켁거리며 팔과다리를 흔들어댔다. 장녀의 손에서 벨라의 실장복이 땅으로 떨어졌다.
일그러진 장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 뒤,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이 골목은 늘 그렇듯이 쓸쓸한 골목이다.
나는 커다란 시바늘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 철사의 한쪽 끝을 장녀의 콧구멍 안으로 찔러넣었다. 가운데 손가락의 힘을 빼보았다.

“ 테텟 똥닝겐 ! 이게 무슨짓인테스 마마처럼 죽여 끄읍끄읍... “

“ 내가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쉽게 죽임을 당하도록 만들어주마 ”
휘어진 철사를 콧구멍에 깊게 찌르고 손목을 앞으로 꺽자, 순간 장녀의 눈이 휘번득거리며 눈의 색깔이 희미해졌다.

“ 하무라비 메뺘소 테에에에...”

장녀를 내려놓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머리를 처박은 놈의 뒷머리를 잡고 끌어냈다.

‘ 테갸아아아 뭐하는 짓인테치 “

“ 너는 뭘 모르는 놈이니 아무것도 모르는채 살아가라 “

“ 햐무랴비 메뺘쪼 테에에에...”

“ 자 나가라. 이 골목에서 “

멍청하게 제자리에서 중얼거리며 서 있는 두 놈을 골목 입구쪽으로 몸을 돌리게 하고 손가락으로 등을 밀자, 두놈은 뭐라고 중얼거리며 골목바깥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입구를 벗어나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거리가 있고 자동차도로다. 두 놈은 죽을수도 있고 살수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개나 고양이가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를 오염시키는 실장석 처리가 묵인되는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머지 두 마리의 뒤를 따라가서 허물어진 담벼락근처의 운치구덩이에서 엄지와 구더기를 꺼내고 검은 봉투에 넣은뒤,  차녀와 셋째로 보이는 두 놈을  독라달마로 만들어. 텃밭근처의 개미집에 던져두었다. 그놈들이 낸 소리는 짤막한 비명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손에 다시 피를 묻혔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았다. 나는 봉지를 들고  모녀의 집으로 향했다.

“ 아니 이것들이 벨라의 새끼들이라고요? ”
모녀는 엄지와 구더기를 보며 깜짝 놀라서 내게 물었다.

“ 예, 벨라의 새끼들입니다. 벨라가 죽은 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다 죽고, 두 놈만 남았더군요. 벨라는 아무래도 다른 동네에서 온 행인이나 학대파에게 죽은 모양입니다. 누가 그랬는지 도저히 찾아내지를 못하겠더군요. 또 그런 골목이라 cctv도 없고 ”

“ 할수 없지요, 그래도 벨라의 새끼들이라도 찾았으니 정말 다행이예요. ”
모녀가 가져온 우유를 열심히 먹고 있는 두 마리를 보며 모녀는 기뻐했다.

“ 이것들을 기르실건가요? “

커피를 마시며 모녀에게 물었다. 모녀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에게 명함을 건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게 다시 연락할 일이 일이 없기를...

다시 골목길로 걸어들어가 보았다. 아침부터 무덥더니 기어코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여름답지 않게 차가운 비였다. 인적없는 골목길 전신주 옆의 적록의 얼룩은 빗물에 서서히 씻겨가고 있었다. 한 조그만 실장석이 새끼들을 위하여 부지런히 오가던 골목길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이 켜졌다.
이 골목길에서의 쓸쓸하기 짝이없는  죽음도, 내일이면 바람에 무너져가는 모래언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전신주에 달린채 말없이 이 모든 것을 목격한 가로등의 전구가 기억해줄까....
나는 비를 맞으며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 쓸쓸한 두번째의 골목길에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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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주머니가 보여주는 동영상에는, 예쁘장하게 차려입은 성체실장 한마리가 동네를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내게도 낮이 익은 곳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실장석이 갑자기 어느 방향을 쳐다보며 몸을 돌리더니 뭐라고 울어대자, 길을 가고 있던 청년 한사람이 실장석 쪽으로 다가왔다.

청년에게 실장석이 무엇이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청년은 허리를 굽히더니 실장석이 건내주는 리본을 받아들고 손을 실장석의 가슴에 갖다댔다. 그 순간 실장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청년은 당황하면서 뒤로 물러섰으나 실장석은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화면이 청년과 실장석에게 다가가는듯 하더니 동영상은 끝이 났다.

“ 하하하 이게 사육실장을 성추행 했다는 증거 동영상인가요 ? ”
나는 실소를 터뜨렸지만 곧 웃음을 거두었다. 아주머니의 표정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 네 그 사람이 우리 아들 폰으로 보내온 거예요. 지금 아들은 페인이 될 지경이에요 ”

실장석에게 성추행한다는 것이 성립되는가? 그리고 그것은 범죄인가.. 말이 안되는 소리이지만 이것은 형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걸로 선량한 사람들의 돈을 뜯어먹는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실장석은 학명이나 종명도 없다. 그 누국도 연구하려 들지도 않는다. 연구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실장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던 학자들은 다들 손을 들었다. 그냥 똥에서 발생해서 똥으로 돌아가는 벌레이기 때문이었다.

그 놀라운 재생력도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수 있는 연구의 시사점을 찾을수도 없었고, 병에 잘 걸리지도 않는 점도, 인간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그 어떤 호르몬이나 면역체계도 발견할 수 없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점이 특이하긴 했지만 그것뿐이다. 그래서 그냥 벌레라고 말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이번에는 독이 되었다.

대학 4학년인 아주머니의 아들은 어느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운동을 하다가, 길에서 실장석 한마리가 도움을 청했고 동물을 좋아하던 그는, 부탁을 받고 실장석을 도와주려다가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

실장석은 벌레이기 때문에 형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실장석의 주인이라는 작자가 동영상으로 청년을 협박한 것이다. 청년이 인턴을 하고 있는 회사에 찾아가서 청년이 실장석을 추행하고 있는 동영상을 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인데 벌써 300만원을 주었는데도 돈을 더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회사로 찾아가서 사무실의 사람들에게, 청년이 자기가 기르던 실장석에게 음란한 행동을 했다고 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 이것이 포인트다. 법적으로야 아무 잘못이 없고, 추행도 아니었지만, 똥벌레의 가슴을 인간이 주물렀다는 창피함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이 믿지는 않겠지만 청년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자존심과 명에가 한순간에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사육주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믿으면 잘된 것이고, 안 믿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협박을 하고 있으니, 그 청년은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려든 나비의 신세가 된 것이다.

“ 돈을 주시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돈을 줘버리면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정말 억울하게 당하는 겁니다 “

청년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천박한 똥벌레에게조차 친절했다는 것 뿐이었다.

“ 아드님은 지금 ......... ”

“ 인턴을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어요. 4년동안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어렵게 얻은 기횐데 ”
아주머니는 설움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훔쳤다.

사무실 간판도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훈육사인데 훈육의뢰는 들어오지 않고, 이런 손님만 찾아온다. 어쨌든 실장석 관련문제고, 근처에 사는 분이니 해결은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주 초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하고 동영상을 나의 노트북으로 옮긴 후 아주머니를 배웅했다.

아주머니가 돌아간 후, 동영상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해서 돈을 요구한걸 보니 상습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실장석이 나쁜건가, 인간이 나쁜것인가... 똥벌레에 그 사육주라,,,,

다음날 오전, 느지막하게 대중목욕탕에 가서 때를 좀 밀고 몸을 깨끗하게 씼었다. 이렇게해야 실장석들이 나의 몸에 스며있는 미묘한 실장석의 체취를 맡지 못한다. 목욕을 마치고 향수를 뿌리고 그 젊은이가 산책을 나갔던 코스를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젊은이가 당했던 장소는 주민센터에서 멀지 않은 사거리의 길이었는데, 내 사무실과 멀지않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었다. 주민센터가 바라다 보이는 골목길에 들어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으려니, 사거리의 북쪽에 지어진 아파트쪽에서 제법 눈에 띄는 노랑색의 화려한 실장복을 입은 사육실장 한마리가 나타났다. 동영상의 그 놈이었다.

멀리서 봐도 뭐라고 데스데스거리는게 들려왔다. 아직은 너무 멀어서 링갈이 잡지를 못한다.
담배를 집어던지고 실장석 쪽으로 나도 걸어갔다. 놈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걸어가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뭐라고 짖어대고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똥벌레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당할 위기의 그 청년이 얼마나 상냥한지 알 수 있었다.
사거리 가운데서 그 놈과 스치는 순간, 그놈이 나의 바지 자락을 붙들고 뭐라고 짖어댔다.

“ 데스! 데스우 ? ”

링갈을 켰다.

“ 친절해 보이시는 닝겐상. 와타시를 좀 도와주시는데스 ”

“ 그래 귀여운 사육실장짱 이구나 무슨 일이냐? ”

그놈이 데프프 웃고 있었다.

“ 데프프 늙은 닝겐이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닝겐상 와타시는 사육실장인데스. 지금은 혼자 산책중인데 주인님이 주신 리본이 와타시의 옷에서 떨어진 데스. 다시 달아주시는데스 ”

흠 이런식이었구만....

“ 그래 그러지 “

내가 그놈에게 다가가자, 그놈이 짤퉁한 손으로 분홍색 리본을 내밀었다.

“ 어디에 달아줄까? “

“ 와타시의 가슴에 달아주시는 데스 ”
쭈그리고 앉아서 실장석의 가슴에 리본을 달아주려고, 앞치마의 위쪽에 달린 프릴을 만지자 실장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데갸아아 데갸아아, 주인사마 살려주는 데스. 변태 똥닝겐이 와타시의 가슴을 만지는데스 ”
실장석은 마치 길잃은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울었다. 물론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 것은 잊지 않고 있었다.

‘ 오마에 ,썩 꺼지는데스 오마에 따위가 넘볼 와타시의 아름다운가슴이 아닌 데스 “
그놈의 목소리는 어머어마하게 컸다.

주말의 낮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비켜갔다. 어떤 사람은 링갈을 켜 보고서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곧 사거리 마을금고옆에 세워져 있던 차안에서 건장한 40대 남자가 하나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 아이구.....로즈야 이게 무슨 일이야? 왜그래? ”

“ 뎅에엥 데에엥 주인사마, 이 똥변태 닝겐이 와타시의 가슴을 만진데스. 데에엥 데에엥. ”
로즈라고 불린 실장석이 남자쪽으로 뛰어가며 울었다. 그러자 남자는 실장석을 가슴에 안고는 내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 뭐라구 ? 이 양반아,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실장석의 가슴을 만지는거요. 당신 변태야? “

옆을 지나가던 아줌마들이 그 남자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나를 벌레보듯 하며 지나갔다.

" 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녀석이 리본을 ..“

“ 이 변태닝겐, 당장 처 죽여버리는데스. 감히 누구의 가슴을 만지는데스. 당장 신고하는데스. 수용소에 처넣어 고생시키는데스 ”

“ 로즈야 놀랬지? 이제 걱정없어 자 콘페이토 “

남자는 주머니에서 콘페이토를 꺼내서 실장석의 입에 물려주었다.
이래서 지능이 있는 실장석은 골치아픈거다. 나는 엉거주춤 서서, 떠듬 떠듬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아니 내가 실장석을 왜 추행합니까... 나는 그냥 지나가는 길인데 이놈이 리본을 ..”

“ 이 추잡한 늙은 똥닝겐이 와타시에게 메로메로 되어서 욕정에 눈이 어두워진 데스. 주인님 어서 경찰상에게 신고하는데스 ”

“ 이봐 마누라가 상대 안해주면 어디 오피라도 가든지 하지, 남의 애완동물에게 더러운 짓을 해? ”

남자는 내 멱살을 잡으며 윽박질렀다.

“ 당장 경찰을 부를테니 각오하라구 ”

지나가던 사람들이 서서히 내 주위로 몰리고 있었다. 이건 꼼짝없이 걸린것이다.
뭐라고 대응할 논리가 서지 않았다. 그 청년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여튼 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내 얼굴을 폰카메라로 찍으려고 하는 사람도 보였다.

“ 이봐요 폰 치워요 ”

“ 아니 저 사람은 요앞의 사무실에 남자 아니여? 실장석에게 뭔짓을 한겨? ”

이런 씨부랄... 저 여자는 동네의 소문증폭기라고 불리는 채소가게 뚱뗑이 할망구다. 마을금고옆의 가게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데, 이 동네 사람들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는 여자다.
간판이 없는 조그만 사무실이라 나는 이 동네에서 조금 미스테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 어머나! 저 양반이 실장석을 추행했다고요? 세상에 망측해라 변태구만 변태 ”
어어어, 저 여자는 나에게 은근히 만나자는 신호를 보내오는 사거리 미용실 사장인데... 내가 머리를 자르러 갈 때마다 은근히 달라붙는 돌씽이다. 머리는 이제 다했군...

사거리에서 노점을 편 할망구들하고 행인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이 정도의 일은 쉽게 해결할수 있는데 많이 쪽팔리는게 항상 문제다.

‘ 아저씨 제발 저하고 이야기 좀 합시다. 내가 다 잘못했어요 “.
이쯤 되면 사과하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협상을 해야한다.

잠시 후 그 사람과 실장석 그리고 나는, 길옆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야 너 어떻게 할거야, 우리 로즈가 평생 안고가야 할 트라우마가 생겼잖아 ”
실장석의 주인은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기세였다.

“ 간에 땀띠가 나서 근질지도 못하고 죽을 똥닝겐!, 주인사마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와타시의 복숭아 같은 가슴을 오마에 따위가 만진데스. 절대 용서하지 얺는데스 ”
사육실장이 옆에서 거들었다.

“ 아 로즈라고 했지, 너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실장석의 가슴을 만져서 정말 미안해. 죽을 죄를 지었어. 제발 용서해줘.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
나는 로즈와 주인에게 빌고 또 빌었다.

“ 아 사과는 됐고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

“ 제가 순간 로즈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화가 나시겠지만 제가 사죄의 의미로 돈을 좀 드릴테니, 제발 한번만 봐주십시오. 제발 소문만 안 나도록 해주십시오. 제가 그런 인간이었다고 소문이 나면 저는 이 동네에 살수가 없어요. 이 동네사람들에게 잠시 오해 했다고 나중에 한마디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

나는 결사적으로 빌었다.

“ 뭐야 이 사람이... 돈으로 반려동물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다고 생각해? 지난번에도 젊은놈이 우리로즈를 추행하고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는데. 어째 이동네는 변태놈들만 사나보군 ...잘못 이사왔네 ”

남자와 실장석은 사거리의 북쪽에 최근에 분양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 데에에 주인사마 와타시는 괜찮은 데스. 와타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생긴 일인데스. 어이, 늙은변태 닝겐! 주인사마께는 사죄의 의미로 돈을 드리고, 와타시에게는 콘페이토와 세레브한 드레스를 바친다면 용서할수도 있는데스 ”

나는 로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감사하며 말했다.
“ 당연합니다. 제가 사실 실장석 용품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유럽에서 오직 세레브 실장석만이 먹고 입을 수 있는 이탈리아산 수제 콘페이토와 드레스를 수입했답니다 ”

“ 데뎃! 세레브 드레스는 색깔별이어야 하는데스 ”

“ 우리 로즈가 그렇다면야... ”

합의는 간단하게 끝났다. 그들이 내일 오전에 내 사무실을 방문하면 합의금 오백과 로즈에게 세레브 실장석용품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인지 사무실의 위치, 전화번호만을 받고 돌아갔다. 물론 로즈의 주인은 내게 “ 내가 동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구. 만약 도망가면 웬만한 사이트에 다 올려버릴거니까 ” 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사이좋은 주인과 사육실장이 아파트쪽으로 걸어가 버리자 나는 바빠졌다. 그래도 내일 오전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요란한 노크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가만히 있엇다.
그러자 사무실문을 때려 부술 듯이, 한 남자와 그 품에 안긴 실장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람이 왔는데 왜 문을 안열어. 엇! ”
로즈의 주인이 인상을 쓰며 소리질렀다.

“ 엘리자베스님 어서 간식을 드시지요...”
내가 검은색의 벨벳천에 황금색의 자수가 놓여진 드레스를 입고 분홍색의 의자에 앉아있는 성체에게 이탈리아산 콘페이토가 든 수정 유리잔을 내밀자, 그 성체는 우아하게 천천히 콘페이토를 집어서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더니,

“ 똥노예! 단걸 먹었으니 입을 씻어야 하는데스. 프랑스 노르망디산 와인을 주는데스 ”
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실장이 테이블에서 와인잔을 들어 실장석에게 내밀었다.

나는, 사무실의 광경에 놀란 나머지,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며 서 있는 로즈와 로즈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로즈는 세모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 데에에.... 처음보는 정말 세레브한 옷인데스. 그리고 저 콘페이토에서는 단냄새가 아니고 꿀냄새가 나는데스 “

“ 로즈님, 드디어 오셨군요. 저 실장석이 입고있는 옷은 영국이라는 유럽의 나라에서 왕실사육실장석만이 입을수 있는 드레스입니다. 그리고 저 콘페이토는 이탈리아의 밀라노라는 곳에서 사람손으로 직접빚은 콘페이입니다 ”

“ 정말 세레브하고 노블한 실장석은 분홍색이나 노랑색같은 천박한 색을 입지 않는답니다. 검은 색과 황금색은 세레브의 최상급 색깔입니다. 오직 왕과 왕비의 옆에서 사육되는 실장석만이 입을 수 있답니다. 만약 로즈님께서 우리를 노예로 삼아주시면 이게 다 로즈님 것입니다 ”
옆에서 김실장이 로즈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 야 우리는 돈 받으러 왔다구. 근데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 이 미친놈들 온 방안이 온통 분홍색이잖아 ”
남자가 나를 쳐다보며 소리 질렀다.

“ 로즈님 이것을 한번 봐주십시오. ”
내가 분홍색의 벽지를 급히 도배하면서 아직 풀자국이 남아있는 한쪽 벽에 서있는 로얄블루색의 옷장을 열었고 로즈의 눈이 커졌다.

“ 데뎃, 세레브한 반짝씨가 달린 검은 드레스인데스. 저건 눈부시게 우아한 빨간색에 흰색의 자수가 놓여진 극상의 드레스인데스 “

“ 오마에 당장 저 세레브한 드레스를 내놓는데스 ”

“ 물론입지요. 다 로즈님 것입니다요 ”
내가 정중하게 말하자 로즈의 세모꼴입이 크게 벌어지고 눈이 초승달처럼 변했다.

“ 그래 로즈 너는 저걸 받고, 나는 합의금을 ... ”
남자가 나와 로즈 사이를 막아서면서 말했다.

“ 닥치는데스, 거지 똥주인! 오마에가 사준 이따위 노랑색 드레스는 씬티가 풀풀나는데스. 고귀한 와타시에게 이런 옷을 주면서 대접한 데스. 저런 콘페이토는 와타시는 구경도 못한데스 똥주인이 매일주는 청포도사탕은 저것에 비하면 거지 들실장들이나 먹는것인데스. 오마에 당장 저 세레브한 옷과 저 똥분충이 먹는 콘페이토를 내게 주는데스 ”
로즈가 주인에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성체가 짖어댔다

“ 똥노예들 저 천박한 들실장을 독라로 만들고 쫒아내는 데스 “

“ 이 분충, 와타시는 들실장이 아닌데스 그 옷은 이제 내옷인데스 ”
로즈가 엘리자베스에게 덤비려고 내 앞으로 달려오자, 나는 로즈를 냉큼 품에 안아올렸다.

“ 로즈님 이제부터 저희가 로즈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부디 이 아름다운방과 옷과 콘페이토를 받아주십.. ”

“ 뎃츄웅..뎃츄웅... 노예는 어서 저 분충을 내쫒고 와타시를 주인으로 섬기는데스”
로즈는 내게 애교를 부렸다.

“ 뭐라구 이것들이..야 로즈 너 뭐하냐..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야 이것들이 로즈를 구슬릴려고...”
당황한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로즈를 쳐다보며 맣햇다.

그러자 로즈가 남자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 이 가난뱅이 똥주인! 이제부터 오마에는 와타시의 주인이 아닌데스. 사람들에게 받아낸 돈으로 와타시에게는 겨우 싸구려 옷과 저질 콘페이토를 준데스. 오늘부터 와타시는 이 닝겐들을 노예로 삼고 여기서 사는데스 ”

“ 당연하지요. 저 의자에 앉은 분충은 버리고 로즈님을 의자에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

“ 저 똥주인이 와타시에게 사람들이 성추행했다고 말하라고 시킨데스.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서 고귀한 와타시에게는 싸구려 옷을 입히고 저질 푸드를 준데스”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 뭐라고 야 이 똥벌레가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나. 야 임마 똥벌레 당장 내려놓지 못해? ”

남자는 화가나서 로즈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나와 김실장이 막아섰고, 나는 손가락으로 천정의 한구석에 달려있는 CCTV를 가리켰다.

“ 똥노예 저 똥주인을 당장 내쫒는 데스 ”

“ 로즈님, 저 똥주인이 로즈님에게 시킨 것을 경찰에게 말하실 거죠? ”

“ 그런데스. 반드시 말하는데스 ”
로즈는 기고만장해서 소리쳤다.

남자는 화가나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사무실 문쪽으로 걸어갔다.

“ 어딜가슈? ”
나는 로즈를 품에안고 의자에 앉으며 남자를 불렀다.

“ 폰하고 동영상은 내놓고 가야지. 이건 말이오. 명백히 실장석을 이용한 협박에 사기지요. 인간이 실장석을 성추행한 것 쯤이야. 뭐 쪽좀 팔고 나면 그만이지만요. 물론 동영상은 안내놔도 좋소. 그 인턴 청년 것이 있으니까 ”

“ 똥주인 어서 어서 와타시의 노예말을 듣는데스. 안그러면 노에를 시켜 경찰을 부르는데스 ”
품에 안긴 로즈가 주인에게 짖어댔다.

길길이 날뛰던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 어디 두고보자 이 똥벌레 ” 하면서 폰을 사무실의 책상위에 쾅하고 올려놓더니 몸을 돌려 문쪽으로 걸어갔다.

“ 돈은 안주고 그냥 가는거요? ”
나는 다시 남자를 불러세웠다.

일은 이렇게 간단히 끝났다. 내가 동네에서 쪽을 좀 팔았지만....
남자는 로즈와 동영상을 내게 넘기고, 그 청년에게 받은 돈에 덤으로 삼백을 더 붙여서 청년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그를 고소하지 않았다. 상습적이긴 했지만 전과가 없는 사람이라 경찰에 끌려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사죄의 뜻으로 주는 합의금은 받았다.

“ 아 별말씀을요..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어떤때는 실장석보다 사람일이 더 쉽지요. 그 사람은 다시는 아드님 근처도 안갈 겁니다. 곧 이사간다고 합니다. 걱정마세요. 그리고 아드님을 너무 질책하진 마십시오. 좋은 청년이고 순수해서 어느 회사에서도 좋아할 타입의 사람입니다. 음 .... 뭐 젊은이들은 충분히 그럴수 있지요. 또 그래야 하고요. 네네..”
청년의 어머니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김실장에게 말했다.

“ 김실장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 ”

“ 뭐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요. 그래도 어제 도배는 정말 힘들었어요 ”

김실장은 내가 현역에 있을 때 거래하던 실장석용품 회사의 디자이너였다. 지금은 실장샵을 운영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친분으로 나를 도와주러, 그의 사육실장을 데리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 우리는 어제 분홍색벽지를 사서 사무실과 가구에 대충 붙여 놓았다, 훈육사가 대충 한 도배가 어디 도배라고 할 수 있을까만은, 실장석쯤이야 충분히 속일수 있다.

“ 엘리자베스 너도 나를 도와주었으니 콘페이트를 주마 ”
예쁜 가죽주머니에 담긴 콘페이토를 엘리자베스에게 건냈다.

“ 데갸아아아가 데갸아아악 와타시가 속은 데스. 이똥닝겐 ! 변태닝겐 ! 사기꾼 닝겐 ! 쳐 죽이는데스 , 여기서 나가면 모두를 쳐 죽이는데스 ”

맛있게 콘페이토를 먹고있는 엘리자베스의 옆에 놓인 케이지 안에서 두들겨맞고 똥투성이의 독라가 된 로즈가 울부짖고 있었다.

“ 이 놈은 살려두는 겁니까? ”
김실장이 내게 물었다.

“ 그래 당분간은 안죽일거야. 혹시나 그 주인이라는 작자가 다른 동네가서 이런 짓을 할수도 있으니 증언을 할수 있는 개체로서 그때까지는 살려둬야지. ”

“ 자기가 속았다고 말하는 데도요? ”

“ 아직 자넨 실장석을 잘 모르는구만... 걱정마....나중에 내가 사과하는 척하고 세레브한 실장옷하고 콘페이토를 준다고 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방진 소릴할거니까. 그때 또 속이면 된다구 ”

김실장과 엘리자베스가 돌아가고 난뒤, 케이지안에 시든 배추잎을 두서너장 던져주자 로즈는 뎃승뎃승 울면서 배추잎을 먹기 시작했다. 뚱뗑이 할망구의 채소가게에서 사온 것이다.
머리도 좀 잘라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무실의 불을 끄고 문을 잠근뒤, 계단을 내려갔다.

 -그 남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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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전의 싱그러움이 출근길을 감싼다. 여름은 항상 이런 냄새가 나는 계절이다. 마치 탄산수 같은 청량함이 낡고 쇠락해가는 거리에도 넘친다.

“ 이 늙은 똥닝겐 어째서 맨날 맛없는 풀쪼가리만 주는데스. 고귀한 와타시에게 이게 무슨 대접인데스 어서 스시와 유럽산 콘페이토를 내놓은데스 ”

사무실문을 열자마자 똥냄새로 가득한 케이지를 흔들며 소리치는 독라의 실장석, 로즈다 지난번에 주인하고 합심해서 꽃뱀흉내를 내보려다가 들통나서 나에게 맡겨진 실장석이다. 이름이 로즌가 뭔가... 그것보다는 저 놈을 어서 치워버려야 할텐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드니 실장석을 직접 죽이는게 썩 내키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십오년간, 이 업계에서 일했지만 정작 나는 단 한번도 집에서 실장석을 키우지 않았다. 물론 개나 고양이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쾌적해야할 집에서 동물똥냄새와 체취가 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샵을 운영 할 떄도 고객들의 상담장소와 사무실, 실장석 진열장소를 철저히 분리할 정도로 약간의 결벽증은 있었다. 키워봤자 본전도 못찾는 실장석, 사람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동물이다. 로즈의 케이지안에 주워온 배추잎 몇장을 넣어주고는 곧바로 링갈을 껏다.

“ 데에엑 데스우으 데스데스 ” 로즈가 울어댄다.
이 짓을 십년 이상하면 링갈이 없어도 대충 실장석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있다. 케이지채로 사무실 한구성게 있는 커다란 골판지 안에 넣어두고는 골판지입구를 닫았다. 책상에 앉아서 랩탑을 켜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 아니 세상에 그 가여운 동물을 그런 높은곳 까지 데리고 갈 생각을 할수 있어요? 이건 학대예요 학대 ”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답을 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사무실 문을 두드린 듯한 여자는 마구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긴치마를 입은 모습이 어딘가 우아했다. 눈은 특히 크고 어두웠는데 이십대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목소리는 강했지만 어딘가 공허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 그러니까 이 동네 뒷산에 거의 매일 실장석을 데리고 올라가는 노인이 있는데 그게 거슬린 ... 아니 실장석이 너무 가엾다고 생각된다는 것이지요? ”

‘ 가엾다라는 정도가 아니고 거의 학대예요. 이 동네 뒷산의 그 장소까지 거리가 얼만데 목줄을 잡고 거기가지 데리고 간다는 거예요 “

이제 사무실 문을 닿아야 할 땐가 보다. 이런 일을 들고 내게 오다니....
용건도 엉뚱했다. 이 여자는 점심 후에는 매일 동네의 뒷산에 산책겸 등산을 하곤 했다, 일주일 전에 산 정상의 절벽근처에 있는 큰 바위에 혼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바위의 뒤쪽 수풀에서 
‘ 데스데스 데프프 ...허허허허허 “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깜짝놀란 여자는 수풀속을 들여다 보려고 했지만, 웬지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그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그 뒤로 그자리에 가서 앉아있으면 항상 그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래도 어떤 사람이 실장석을 여기까지 데리고 매일 올라오는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이틀전에 수풀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수풀 안쪽에는 할아버지 한분과 분홍색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수풀안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더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할아버지에게 도대체 여기까지 실장석을 매일 어떻게 데리고 올라오느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그냥 “ 허허허허 ” 하고 웃었고, 실장석이 “ 와타시는 힘들지 않은데스 ” 라고 여자를 보며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장석의 목에는 힘들게 끌려온 듯 목에 목줄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등산 다닐 때 먹으려고 백팩에 넣어 다니는 청포도 사탕 한알을 실장석의 손에 쥐어 주었고, 할아버지에게 더 이상 실장석을 데리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 그런데 오늘 또 산에 올라가 그 자리에 앉아 앉아있는데, 웃음소리가 또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수풀속을 가만히 헤치고 보니, 그 할아버지와 실장석이 있더라구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래서 기분이 나빠서 그냥 내려왔는데, 아무래도 그런 동물학대는 그냥 둬선 안되겠다 싶어서 찾아 왔어요 ”

여자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대답했다.

“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저는 실장석 훈육사인데요. 그런 일은 경찰이나 애완동물학대방지협회에 가서 말씀을 하는 것이 어떨런지... ”

“ 경찰이나 그런 협회가 어디 도와주나요? 실질적인 학대증거가 없으면 꼼짝 안한다구요. 좀 도와주세요 ” 여자는 큰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하하하 이거 참.. 그럼 ”
내가 난처한 듯 턱을 만지자, 여자가 지갑에서 오만원권을 몇장 꺼냈다.

“ 지금 같이 올라가서 할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리고, 실장석을 데리고 같이 내려오자구요 ”

삼십분 뒤,  그 여자와 나는 동네의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상당히 높은 산이다. 산중턱에 있는 절 때문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등산을 할수 있도록 거의 정상 가까이 길을 놓은 곳이라 험하지는 않아도 여자가 말한 정상 근처의 큰 바위까지는 걸어서 거의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여자는 가볍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치마가 다리에 걸려서 거추장스러울 법도 한데, 거침없이 나를 앞서서 산길을 걷고 있었다. 아마 매일 등산을 해서 단련이 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오래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지라  나의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 저기 좀 천천히 갑시다. 하이고~ ”
입에서 단내가 나며 쉬자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러나 여자는 “ 천천히 오세요” 하더니 계속 나를 앞서갔다.

정상의 큰 바위가 보였다. 평소에 이렇게 좋은 등산코스 때문에 산길에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장마가 그친지 며칠되지 않아,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의 열기가 땅에서 강하게 올라왔다.

바위쪽으로 돌아가는 모퉁이에 여자의 치마 뒷자락이 흘낏 보였다. 정말 걸음이 빠른 여자였다.
“제길 나도 이제 운동좀 해야겠군 ”
동네 아줌마보다 못한 체력이라니.

목적지인 바위의 바로아랫길에 들어서자 주위에 벌레우는소리, 새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하늘은 맑고 화창했지만, 무엇인가 뜨겁고 무거운 분위기가 나를 엄습했다.
여자는 이미 바위의 넓은 쪽에 올라서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여기 이쪽이에요 ”

그 바위는 제법 넓찍했는데, 수풀의 반대쪽은 오십여 미터쯤 되는 절벽이었다. 그러나 정말 앉아서 쉬기 좋은 곳 이었다. 헉헉거리며 바위위에 올라선 내게 여자는 수풀쪽을 가리키며,
“ 여기예요 ” 라고 말했다.

나는 여자를 지나쳐 수풀안을 살펴 보았다. 그러나 여름이라 풀이 너무 많이 우거져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좀 더 안쪽으로요 ”
내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이런 곳에 할아버지와 실장석이 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한 주인과 애완동물이다.
내가 수풀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 데프프 ...허허허허허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이런 정말 있었구나. 여보세요, 아저씨 거기 누가 있습니까? ”

허리를 굽히고 기어가다시피해서, 손으로 수풀을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돗자리와 그 위에 놓여 있는 사람의 거무죽죽한 맨발이었다. 그리고 열기와 함께 강렬한 악취가 풍겨 내 코를 강타했다. 보통 냄새가 아니었다. 내 코는 그런 냄새에 익숙하지만 이건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얼굴을 천천히 들자 돗자리에 누워있는 사람의 형체와 그 옆에 누워있는 작은 인형같은 동물의 형태가 보였다.

누워있는 사람의 형체는 많이 부풀어 있었고, 작은 인형의 형체도 이미 물러지고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냄새였다. 돗자리는 이미 강렬한 여름의 태양아래 녹아내리는 두 사체에서 나오는 진물로 물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그것들이 놓여 있었다.

“ 데갸아아~ ” 내가 실장석 이었다면 이런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파악되자마자 후다닥 뒤로 기어서 수풀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일어서는 순간 등 뒤의 허전함을 느꼈다. 머리털이 한올한올 일어서는 것을 느끼며 돌아본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흔적도 없었다. 산의 정상에서 골짜기를 훓어 내리는 바람만이 절벽의 끝을 휘돌아 나가고 있었다.

경찰들이 이미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었다. 어떤 형사는 바위아래 절벽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나는 그 옆의 작은 바위에 앉아 연거푸 담배를 두 개째 피워 물었다. 손이 떨려와서 자꾸 담배를 떨어뜨렸다.

“ 그러니까 점심드시고 등산하러 오셨다가 발견하셨다구요? ”

“ 예, 바위에 앉아 쉬다가 소변을 보러 수풀에 들어갔는데....”
경찰이 묻는말에 간신히 대답했다.

“ 사인은 음독 같기도 한데 .. 노환으로 사망 했을수도 있고..여튼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게 나오겠네요 ”
흰옷을 입은 사람이 돗자리 옆에 굴러다니던 소주병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 이 사람 신원은 파악했나? ”
지휘자로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물었다.

그러자 덩치가 큰 형사 한사람이 전화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 예, 이 노인은 가족이라고는 없고요, 실장석을 오래 키우며, 이 동네에서 사십년 동안 혼자 살았답니다 ”

“ 아내나 자식도 없어? ”

“ 이사람 아내는 젊어서 사망했고, 딸을 하나 애지중지 키우고 살았는데, 이십대 초반에 실종이 답니다. 직장에서 퇴근길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종신고를 하고 이 노인이 몇 년동안 딸을 찾았는데 끝내 못 찾았답니다 ”

“ 이 여자야? ”

“ 네. 다른 친척은 없습니다 ”

두 사람은 딸의 사진을 폰으로 전송받았는지, 폰을 가리키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여자인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진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수풀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돗자리를 살펴보다, 실장석 사체의 손 근처에서 녹아내리고 있는, 녹색의 청포도 사탕을 나는 보았기 때문이었다.

조사를 대충 마치고 산 중턱에서 경찰차를 얻어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은 적막했다.
 즉시 지갑을 뒤져 그 여자가 준 오만원권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지갑안에는 처음 출근할 때 내가 가져온 만원짜리 두장밖에 없었다.

한시간을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사무실의 CCTV를 생각해냈다. 랩탑으로 CCTV화면을 돌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CCTV의 화면에는 로즈에게 배추잎을 주고 골판지에 넣은 뒤 전화를 받는 내 모습이 찍혀 있었고, 사무실문쪽을 바라보다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나왔다. 나는 그냥 턱을 손으로 괴고 앞을 보며 조용히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건 내가 누군가와 상담을 할 때의 자세였다. 가끔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나 혼자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홀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딸은 왜 나를 찾아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 노인은 평생 실종된 딸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다가 죽었다
아마도 딸은 어디에선가 아버지를 지켜보다가 그 쓸쓸한 주검이라도 거두어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은 본가에 가서 엄마 옆에서 자기로 결심했다.


- 여름특집. 수풀안의 웃음소리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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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있던 8월 중순의 어느 날,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린 남자는 화를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흔적이 얼굴에 역력했다. 결혼 한지 오년째인 이 남자는 부인이 키우는 실장석 때문에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 그럼 애초부터 부인에게 실장석은 키울 수 없다고 강력하게 말씀을 안하시고... ”

“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애완동물에 관심이 없던 저로서는 그냥 개나 고양 이정도로 생각했죠”

부인은 실장석 애호가로 결혼전 부터 계속 키워왔다고 했다. 지금은 로젠사의 반려동물 2호시리즈인 3년산 성체인 헐리를 키우고 있는데, 남편하고 상의도 없이 자를 가지게 해서는 벌써 두배 째로 첫배(첫출산)에서 나온 장녀인 거의 성체가 되어가는 중실장 하나와 두배째에서 자실장 2마리 엄지1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인이 지나친 집착으로 실장석들은 자기 외에는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아파트의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시부모 보다도, 실장석을 더 챙긴다는 것이었다. 산책도 오직 아내가 시키고, 실장석 일가끼리는 절대로 밖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실장석들이 분충이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 그게 애매한게.... 그것들이 나하고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가끔씩 똥닝겐이라고 부르는데 집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양충행세를 해요. 그게 더 미워요 ”

온 집안에 감도는 실장석 체취와 아무리 왁스를 뿌려도 집안에 스며있는 똥냄새, 그리고 엄청나게 나가는 식비와 아내의 실장석 관련물품들 쇼핑에 맞벌이를 해도 적자이고, 실장석에 집착하다보니 아직도 아이도 없다고 했다. 그 와중에 시부모는 찬밥신세이고, 이제는 바로 아래층인데도 부모님들이 잘 안내려 오신다고 했다.
아내를 아무리 말리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어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뭐, 훈육사 사무실을 차린지 이년이 넘어가지만, 정작 훈육을 한건 두 번 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이런 식의 일이다.

“ 이혼은 생각 안해보셨나요 ?” 이런 질문을 했다가 젊은 남자에게 호되게 당했다. 하긴 이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가능한 상대를 배려하고 맞춰 살아야지...

“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

“ 그것들을 그냥 어떻게든 없애주세요 ”

실장석, 특히 사육실장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불법이다. 아파트내에서 사람을 물어서 큰 상처를 입힌 반려견도 주인의 동의 없이는 안락사가 불가능한 세상인데...

“ 제가 체포될 수 있어서 그런 위험한 짓은 안됩니다 ”
남자는 정말 다급한 것 같았다. 그럼 아내라도 좀 설득시켜 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 그것도 어려운게... 제 3자가 애완동물 때문에 가정사에 관여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 라고
하기에는, 남자가 제시한 액수가 너무 컷기 때문에 일단 그 집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다만 남자에게 부탁 몇 가지를 했다.

나는 그녀에게 실장석의 본모습을 이야기 해주고, 남편을 배려하라는 말을 해주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애완동물에 관한 일은 하루만에 해결할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설득해야 한다.

저녁에 시내중심가의 약간 오래된 아파트에서 아래층은 부부가 바로 윗층에는 시부모가 살고 있었는데, 남자집 문을 들어서자 실장석 체취가 코를 찔렀다.

“ 여보 내 고등학교 선배님 오셨어 ”

남자에게 고등학교 선배가 방문하는 걸로 해달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놓았다.
퇴근해 있던 그의 아내가 내게 인사하자마자, 동시에 베란다에서 실장석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반갑다 이 똥벌레들아...

“ 데뎃 손님 닝겐상 어서오시는데스 ”

“ 닝겐상 반가운데스 와타시는 장녀인테스 ”

“ 안녕하신테치? 와타치는 차녀인테치 ”

“ 아타치는 3녀인 테치 ”

“ 아타치는 4녀인 레츄 ”

정중하게 차례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새끼들은 귀엽다. 원래 실장석을 일컫는 말이 “5분 귀요미 평생 똥벌레‘ 이다. 처음 5분정도는 귀엽게 보이지만 곧 본성이 드러나면 똥벌레임을 확신할 수 있어서이다.

“ 야 귀여운 실장일가들이네, 반가워. 예절도 바르고 ”
나는 미소를 지으며 실장일가를 반겼다.

“ 고마운데스 ” 어미가 다시 정중하게 내게 인사를 했다. 남편과 달리 실장들을 살갑게 대하는, 나를 보자 남자의 아내는 기분이 좋았는지 과일하고 커피등 이것저것들을 분주히 내 놓는다. 그냥 평범한 여자이다. 다른 애완동물애호가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것저것 부부에게 거짓말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실장일가는 옆에 얌전히 앉아서 여자가 내준 과일과 과자를 먹고 있었다.

“ 자 이제 목욕하고 잘 시간 이네 ”

여자가 친실장에게 말하자 친실장은 새끼들을 목욕시켜야겠다며 일어섰다.

“ 손님사마 와타시들은 이제 목욕하러가는 데스. 주인사마 잘먹은 데스 ”

“ 레....더 놀고 싶은레츄 ”
막내가 울자 친실장이 나지막히 달랬다.

“ 감사히 잘 먹은 테스 ”

“ 맛있었던 테치, 레츄 ”
저마다 감사의 말을 하고 일가가 욕실로 향했다.

“ 정말 예절바른 일가네요 ” 내가 칭찬의 말을 건내자, 여자는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실장들을 따라갔다. 실장일가와 여자가 욕실에서 새끼들을 씻기는 동안 나와 남자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 일가의 하우스는 베란다인가요? 잠시 봐도 될까요? ”
나는 베란다를 둘러본 뒤, 위층의 시부모는 지금 계시는지 물어보았다.

“ 아뇨 부모님은 실장석 냄새가 싫다고, 시골에 가셨고 며칠 후에 올라오실 거예요 ”

“ 데스데스데스우..”
“ 테치치치치 테프프프 ”
“ 레치레치 ”
“ 애들아 좀 가만히 있어 호호호 ”
욕실에서는 즐거워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잠시 후 여자와 일가가 소란스런 목욕을 마치고 나왔다. 어라 장녀는?

“ 야 너네들 깨끗하구나.. 그런데 장녀는 어디갔어? ”

“ 장녀는 이모토우네챠들을 씻기는걸 도운데스. 장녀는 혼자서도 목욕하는데스 ”

“ 어때요 훈련이 잘 되어 있죠? 이런 착하고 영리한 동물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가요. 자 마마가 잠자리 살펴줄게 가자 ”

여자가 남자를 힐끗보며 들으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여자는 실장석들과 같이 베란다의 하우스 쪽으로 사라졌는데, 평수가 넓은 집이라 베란다 안쪽은 거실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

“ 테엣... 오마에 이 똥닝겐. 순결한 와타치의 몸이 탐난테스? ”
욕실문을 열자마자 실장전용 욕조에 들어가 있던  장녀가, 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링갈을 확인한 뒤, 장녀에게 대꾸하지 않고 욕실을 둘러보았다. 실장욕조는 중실장에게는 조금 컷다. 40센티정도되는 성체용 욕조니까 친실장이 새끼들을 씻겨주는 것이고, 주인이 따라 들어간 것이다. 30센티쯤 되는 장녀는 욕조 속에 편안하게 앉아있었다. 편안하게 욕조벽에 등을 대고 앉으면 세모골의 입 아래쪽이 살짝 잠길 정도였다.

“ 늙은 똥닝겐..음흉하게 와타치를 바라보는테스 테픞프.. 스테이크와 스시를 바친다면 와타치의 총구를 한번 핧게 해주는 테스 ”

원래 저런것들이다.

“ 네 어미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지? ”

“ 테프프 저 암컷 닝겐 앞에서만 예의바르게 하면 된다고 마마가 말한테스. 저 암컷 똥닝겐은 와타치들에게 매로매로 되어 네모난 것도 안쓰는테스 ”
그래 애호파들은 거의 링갈 안쓰지...

욕실문을 조용히 닫고 거실로 나왔다. 문을 닫기전에 중실장의 “오마에 어디가는테스?
늙은 똥닝겐이라 마라가 안서는테스? 테프프 똥닝겐은 꿈도 꾸지마는 테치 와타치는....“라고 짖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는 남자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베란다에서는 보에보에하는 어미가 새끼들을 재우는 자장가가 들려왔고 여자가 부르는 자장가도 들려왔다.

“ 우리아가 착한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 저 자장가는 인간아기용인데 그죠? ”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거실식탁의 수저통에서 젓가락하나를 꺼내서 손에 들고 욕실로 다시 들어갔다.

“ 테텟 똥닝겐 , 와타치가 그리워서 다시 온 테스? 와타치는 ..”
욕실문을 조용히 닫고 링갈을 끈 뒤, 욕조옆에 앉아서 장녀를 눈으로 훓었다. 저 자장가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 테스 테스 테스우? ”

젓가락 끝을 오른손에 쥐고 욕조의 물속으로 넣어 짧은 두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는 장녀의 두 다리밑, 정확히는 무릎뒤쪽에 넣었다. 나는 장녀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 테프프프.. ”
장녀가 손을 총구쪽에 가져다 대더니 추잡한 웃음소리를 냈다.

“ 테슷? 테스읏? ”

나는 재빨리 젓가락을 위로 들어올렸다.

“ 보굑! ”

첨벙소리도 나지 않았다. 장녀의 비명도 없었다. 가지런히 모아져 있던 두 다리를 젓가락을 들면서 빠르게 위로 들어 올리자, 욕조에 앉아있던 장녀의 상체가 곧바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 짧은 팔로는 욕조의 가장자리를 잡을수도 없었고 물장구를 칠 수도 없었다.

“ 30초면 된단다. 자장가가 끝나기 전에 끝날거야 ”

낮게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장녀는 다리가 들어 올려진 채, 얼굴과 상체는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 짧은 팔은 물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조용히 물장구를 치고, 두 다리는 마구 버둥거렸지만 젓가락 하나의 길이 범위 안쪽이었다.

시간은 잘 맞을거야... 저 자장가는 보통 아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반복되니까...그래도 실장석은 빨리 잠드니까... 시간을 맞추기는 중요하다.
장녀의 다리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자, 거꾸로 선 하체 때문에 물밖으로 살짝 나온 장녀의 총구에서 뿌리릿 뿌리릿소리와 함께 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런식으로 욕조에서 갑작스럽게 거꾸로 세우면, 충격 때문에 순식간에 가사상태로 들어간다. 남은 똥이 찔끔질금 나오는 것을 보고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거실로 돌아오자 젓가락을 수저통에 다시 꽂고 다시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몇분쯤 지나서 자장가는 그쳤다.

“ 목소리가 좋으십니다. 다들 잠들었나봐요 ”
베란다에서 돌아와 남자옆에 앉은 여자에게 칭찬을 건냈다.

“ 아이구 우리 장녀는 아직 목욕중인가 봐요 ”

“ 네 기분이 좋은지 노래 소리도 들리더라구요. 지금은 조용하네 ”
나는 여자가 권하는 과자를 씹으며 말했다.
왼손의 시계를 흘낏 보니 열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이젠 충분하네.

“ 저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
내가 일어서자 여자는 장녀가 너무 늦게 나온다고 투덜거리며 욕실로 들어갔고,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 아악! 쥬리야....어머 이를 어째 쥬리야! 여보! ”

여자의 남편과 같이 욕실로 달려간 나는, 똥벌레가 뒤집힌채로 엉덩이만 물밖으로 내놓고 초록색 똥바다속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베란다로 뛰어갔다. 곧이어 실장일가들이
눈물을 뿌리며 욕실로 뛰어왔다.

“ 데뎃 장녀어어어..., 오로롱....오로롱 어째서 이리된데스. 조금 있으면 마마가 될 자였던데스”

“ 오네챠아아아! 주인사마 오네챠를 살려 주시는테치 ”

“ 오네챠 어서 눈뜨는 테치이이이 테에엥 텡에엥 ”

“ 레에엥 레에엥 오네챠아아아 ”

욕실바닥에 장녀를 내려놓자 나머지 일가가 울면서 우르르 달려들었다. 장녀의 눈은 이미 회색으로 변했고, 물을 엄청 먹었는지 배안에 작은 수박하나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피부도 상했는지 장녀를 꺼낼 때 무슨 해파리를 잡는 기분이었다. 물론 여자가 질겁을 해서 내가 꺼내야 했다.

“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갔나 봅니다. 실장석들은 머리가 무겁고 커서
이런 좁은 욕조에서 넘어지면 치명적이지요 “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제로 실장석들은 깊은물에 빠지면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서 거의 물구나무를 선 것 같은 사체의 형태가 된다.

“ 쥬리가 이렇게 죽다니 한없이 착한아이 였는데...엉엉엉 ”
여자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 에구 에구, 가엾어라.. 저 배안에 물이라도 좀 빼내주면 좋겠네... ”
내가 중얼거리자, 나를 힐끗 돌아보고, 주인여자를 본 친실장과 새끼들이 장녀에게 달려들어 장녀사체의 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남편을 슬슬 뒤로 끌어당겼다.

“ 장녀 마마가 물씨를 빼주는데스. 데에엥 ”

“ 오네챠 조금만 기다리는테치 ”

“ 오네챠아아 아타치가 배에 올라가서 눌러주는데스 ”

“ 4녀, 오마에는 장녀 배에 올라가서 위에서 누르는 데스 ”
열정적으로 어미와 새끼들이 배를 누르자 벌어진 장녀의 입에서 물이 나오나 싶더니

“ 퍽 ! ”

“ 아악! 여봇! 우웩~ ”

“ 데갸아아악. 장녀 배가 터진데스 데갸아악 “

“ 테챠아아악 ”

“ 테캬아아악 테테테에게엑 ”

“ 레챠아아아아 아타찌 배씨가 배씨가 ”

붉은 피와 녹색의 체액, 피부조각들이 일가를 덮쳤고 녹색의 체액과 붉은 피를 차례로 흠뻑 뒤집어쓴 일가는 곧바로 욕실바닥에 드러누웠다.

“ 데갸아악 ...뎃데로게... 뎃데로게 자들...이 나오는데스 ”
어미의 배가 부풀고는 부글거리더니 순식간에 총구에서 구더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텟테..테챠아아아아 테챠아아악 ”
두 자실장들의 배도 순식간에 부풀었다가 구더기들이 쏟아지자 총구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영양이 좋아서인지 구더기의 양이 엄청났다.

“ 파킨 ”
엄지는 부풀어 오르는 배가 찢어지더니 그대로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 으윽윽.... 우웩~ 여봇! ”

장녀의 사체와 실장석들의 출산을 지켜보던 여자는, 다시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남자에게 여자를 부축해서 욕실을 나가게 했다. 인간의 토사물과 피와 체액으로 범벅이 되고, 출산이 계속되고, 더불어 파킨소리도 계속 메아리치는 욕실을 잠시 바라보다 나도 문을 닫고 나왔다.


“ 부인은 괜찮으신가요? 실장석들은요? 아....손대기 싫으셔서 특수청소업체를 불렀다고요?
어미는 살았어요? 네....청소업체가 다 처리했군요. 아마 성체는 데려가서 소각했을 거예요. 원래 그 동물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잘 길러줘도 뒷통수를 치지요. 어미는 그 꼴 된걸 다 아내분 탓으로 돌렸을 거예요. 그러니 정신 차리자마자 투분을 했겠죠. 부인께서도 당분간은 ...
예? 욕실에서 어떻게 했냐고요? 하하 전 아무것도 안했어요..... “

전화를 끊자 사무실의 창 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원래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남자의 아내를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장녀가 내 앞에서 추잡한 짓만 안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남자는 집요하게 욕실에서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왔다. 대답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인간도 욕조에서는 똑같기 때문이다. 욕조안에 기대어 눈을 감고 릴렉스해져 있는 사람다리를 갑자기 들어 올리면....... 나는 그 남자의 멍한 눈을 기억해내고 다음달 쯤에 그 집에 다시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암살자의 멜로디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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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우리 아빠는 너무 꽉 막혔다구요, 요새 친구들 사이에서 실장석 기르기가 유행인데요 친구들이 인스타에 올린 사육실장이 얼마나 예쁘다구요 “

워워... 오늘은 깜찍한 여고생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요즘 여고생들 사이에서 사육실장 꾸미기가 대 유행인 모양이다.

여고생이 보여주는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는 펑크나 고트족 스타일 , 혹은 유럽귀족 옷차림에 화장까지 한 자신의 사육실장들 사진이 가득하다. 요컨대 누가 더 사육실장을 예쁘게 꾸미느냐는 경쟁이 붙었는데, 아빠란 사람이 도통 실장석을 사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샵에서 판매하는 실장석 중에서 미실이라고 불리는, 3등신의 실장석을 4등신으로 개량한 종은, 고등학생이 용돈을 모아 살만한 애완동물이 아니다. 사육실장 생산의 명문 로젠사의 제품 가격은 웬만한 중소기업 근로자 한달 월급정도에 달한다.

그렇다고 냄새나고 더럽기 짝이없는 공원의 들실장을 잡아오기도 그렇고 해서 엄청난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래 여고생 고민이 이 정도는 되야지....

“ 그래 아빠는 설득이 전혀 안되시냐? ”

“ 어휴 실장석 말도 못꺼내게 해요 더럽다고. ”

“ 원래 아빠들은 개나 고양이를 싫어해서 가지고 오면 버린다고 엄포를 놓아도 막상 가져가면 제일 좋아하는데...”

“ 우리 아빠는 그런거 안 통해요. 저번에 엄마가 얻어온 강아지도 끝내 다 돌려보냈는데요. 여튼 동물이라면 다 끔찍하게 싫어해요 ”

이렇게 예쁘고 깜찍한 여고생의 의뢰를 들어주지 않을수는 없다. 여고생에게 아버지에 관한 자세한 사항을 묻고, 여고생 아버지의 사진을 카톡으로 옮겨 받은 후 일주일만 기다리라고 한뒤, 돌려보냈다.

큰소리는 쳤지만, 매우 난감하다. 동물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그것도 개나 고양이까지 다 싫어하는 사람을... 다들 알고 있듯이, 개나 고양이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친 아버지들도 막상 개나 고양이가 들어오면 그 특성에 반해서 결국은 그것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데 뭘 어떻게 할 것인가..
삼일정도를 고민하고 자료를 찾았지만 도통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은 여고생의 아버지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일곱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이 근방에서 등산객들이 가장 많은 산이 나온다. 그 여고생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등산이라고 했다. 나는 여고생 아버지의 얼굴과 등산 복장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그 여고생의 집이 이 근처라서 아마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 역으로 올라가자, 내가 가끔씩 들르는 토스트포장마차가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워낙 부지런해서 새벽부터 역 앞에서 토스트를 구워 팔고 있다.

“ 안녕하세요. 독라 자실장 토스트 두 개만 주세요, 포장으로요. 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한잔주시고요 ”

커피의 따뜻한 기운이 컵을 통해서 전해진다. 초가을 이른아침과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아주머니가 아이스 박스 뚜껑을 들어올리자 테치거리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 추웠던 테치.. 그런데 아타치 선택되버린 테치...사육실장인테치 “

“ 텟? 오마에도 선택된테치? 테프프.. 이제 저 분충들과는 안녕인테치 ”

링갈을 쳐다보자 화면에 자실장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왔다. 귀여운 놈들이다.
한번 길러보는것도 나쁘진 않은데...

아주머니는 능숙하게 두 마리를 들어서 도마위에 올려놓자 두 마리는 주위를 돌아보며 테치거린다. 나는 링갈을 껐다. 뭐.. 하는 소리야 뻔하니까. 여기 토스트를 먹으러 올 때마다 듣는 소리니까.

아주머니가 그중 한 마리를 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놈의 뽀얀 등 뒤에는 주식회사 실림이라고 도장이 찍혀 있었다.

“ 저는 이 회사 식실장만 써요 ”

역시 믿을만한 아주머니다. 이놈들은 이미 독라처리에 분대가 제거되고 위석을 뽑아둔 놈들이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 테엣 테츄웅... ”

한 마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애교를 떤다. 아주머니는 두 놈이 번갈아가며 나에게 애교를 떠는틈을 타서 버터를 가열된 검은 철판위에 두르더니, 스뎅으로 된 납짝한 사각틀 두개를 철판위에 올렸다. 독라 두 마리는 버터가 녹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자 철판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 텟츄웅 ”하고 철판앞에서 다시 애교를 떨었다.

놈들의 입에도, 내입에도 침이 고였다. 아주머니가 양손으로 놈들의 대가리를 잡더니 순식간에 스뎅틀 안에 한 마리씩 던져 넣었다.

“ 테? 텟? 테챠아아아아아아 “

“ 테테테? 테? 테캬아아아아아아아 ”
스뎅틀 안에서 버터기름과 뒤섞인 놈들이 파다닥 거리며 미친 듯이 날뛴다.
아주머니는 스뎅틀의 크기만한, 손잡이가 달린 사각형 스뎅판을 들어 틀안으로 아주 힘껏 눌렀다.

“ 텍 꺄아아아아악 ”

“ 테에엑 챠아아아아아아 ”

쉬..치이이이이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가 납작한 전이 되고 있었다. 얼마후 파킨소리가 들리고 아주머니가 놈들을 골고루 익히는 동안 나는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었다.

잠시 후, 잘 구워진 식빵사이에, 양상치 샐러드와 함께 납작해진 사각형의 자실장 패티가 끼워지고 아주머니는 단단히 포장을 해서 내게 건내 주었다.

여고생이 말한 아파트 단지의 후문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던 중 여고생의 아버지로 보이는, 나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곧장 산쪽으로 작은 배낭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의 뒤에서 좀 떨어져서 천천히 따라갔다.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드는 입구에 다다르자, 그 남자에게 말을 건냈다.

“ 저기 저는 이 산은 처음인데 자주오십니까? ”

등산객들은 처음보는 얼굴이라도 금방 친해진다. 남자는 무뚝뚝하지만 친절하게 대답했고, 우리는 중턱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여름끝자락이라 아직 무더워서, 땀으로 목욕을 한 나와 남자는, 한적한 등산로의 나무 그늘을 찾아서 앉았다.

“ 휴 출출한데 이거 한번 드셔보시죠 ” 식어버린 토스트를 남자에게 건냈다.
남자가 아침을 먹지않고 올라왔을 것 같은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토스트를 몇입 먹고는, 곧 탄성을 토했다.

“ 이건 도대체 무슨 토스트인가요? ”

“ 왜요? 입맛에 안맞으신가요?”

“ 아니 너무 맛있어서요. 고기가 무슨 새우 햄버거 패티같네요 ”

남자는 식용실장석을 처음 먹어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점심전에 산의 정상에 올랐다가 산의 뒤쪽에 있는 재래시장쪽으로 내려와서 식실장 전용식당에 들렀다.

“ 아주머니 여기 실장국밥 두 개, 실장육회 한접시, 막걸리 한병 주세요. 사이다 타서요 ”

요즘은 재래시장에 순대국밥과 치킨집을 대신해서 이렇게 식실장 식당이 번창하고 있다.
우리는 전형적인 아재메뉴를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더니 칼과 도마와 바구니를 우리옆에 놓았다. 그리고 바구니뚜껑을 열고 축 늘어져 있는, 독라 자실장 두 마리를 꺼냈다. 이미 분대와 내장은 제거되어 배가 열려 있었고 피도 남김없이 빼고 깨끗하게 씻겨있었다. 아마 뼈도 다 분질러 놓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실장석은 대단하다. 그 와중에도 자실장은 우리를 얼빠진 눈으로 쳐다보더니

“ 테에에... 테에에에” 작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아 아주머니 육회는 장만해서 가져다 주십쇼. 이분은 식실장은 처음 드시는 분이라..”

그러자 남자는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 아니 구경한번 할렵니다 ”

“ 저거 장만하는거 보시렵니까? “

자실장을 아주머니는 그대로 도마에 눕혔다.

“ 테텟 테치테치치이이 ”

무엇인가를 느낀 자실장의 눈이 커지면서 세모꼴의 입이 크게 벌어지자 아줌마가 칼을 곧바로 내리쳤다. 테엑!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실자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고 몸뚱이가 파다닥거리며 작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자실장을 도마에 누른 뒤, 마치 생선회를 썰어내듯이 잘라내기 시작했다.

“ 테에엣 테챠아아아 ”
그 옆에 눕혀져 있던 자실장이 방이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신선한 자실장육회 한 점을 참기름장에 찍어 소금과 같이 입에 넣어 씹고, 막걸리 한잔을 입에 털어넣자, 우리의 입에서는 “ 카아아 ”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아 잔인한 인간들이여... 우리가 정녕 지성을 가진 생명체였단 말인가?

얼큰하게 막걸리 몇 잔이 돌고, 육회 접시가 비어갈 때 쯤, 아주머니가 국밥을 들고 왔다. 아직도 보글거리는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속에 잘 삶아져서 흐물흐물해진 부드러운 살코기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었다. 파를 듬뿍넣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고 후추를 사정없이 뿌렸다. 국밥과 같이 상에 올려진 생김치와 새콤한 깍두기가 어서 국밥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듯이 놓여져 있었다.

“ 아지매요, 여기 김치하고 깍두기 좀 더주소 ”
이런,.. 얼큰하게 취하니 나의 고향사투리가 나온다.

맞은편의 남자는 이미 깍두기 국물을 뚝배기 안으로 부어놓고, 미친 듯이 국밥을 입안으로 털어놓고 있었다.

뚝배기의 국물 한방울까지도 다 핧아버린 뒤, 우리는 비틀거리며 식당을 나왔다.
이쑤시게를 하나씩 입에 물고 식당앞으로 나오자, 주인아주머니가 국밥을 끓이고 있었다. 식당앞에 걸린 큰 솥에 육수와 각종 야채와 약재들을 넣고는, 힘차게 버둥거리며 테치테치거리는 독라 자실장을 한 마리씩 집어넣더니 솥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안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자 솥뚜껑을 힘차게 눌렀다.

“ 테체아아아아아아아아 ”

“ 바닥 뜨거운 테치, 테챠아악 ”

“ 테챠아아악 똥닝겐 어서 와타치를... 테챠아아아 발씨가 바닥에 붙어버린테치.. ”

“ 뜨겁뜨겁테치 태챠아아아 ”

링갈은 솥안에서 떠드는 소리를 생생하게 번역해주고 있었다. 몇분 동안 솥안에서 뛰어다니는 소리, 투닥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중에는 솥뚜껑을 누르고 있는 아줌마의 몸이 좌우로 흔들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린 뒤, 곧 조용해졌다.

“ 좀 있다가 육수를 붇고, 푹 끓이면 되요 ”
사장아주머니가 우리를 쳐다보며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아 잔인한 인간들이여.... 정녕...쩝쩝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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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그 깜찍한 여고생은 나에게 전화로 아빠가 드디어 실장석을 기르도록 허락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빠와 같이 기분좋게 실장샵에 가서 성체 한마리를 샀다고 했다. 이름은 로티라고 붙였다고 했다.

내가 엄지나 자실장도 있는데, 왜 성체를 샀냐고 묻자, 그 여고생은 아빠가 로티도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허락을 했다고 했다. 다만 집안에는 들이지 말라고 해서, 마당에 아주 비싼 침실과 호화로운 욕실이 달린, 세레브하우스를 들여놓고 키운다고 했다.

정말 관대한 주인이다. 사육실장이 새끼를 갖도록 하다니. 어쨋든 그 여고생은 나에게 감사를 표했고, 한달 쯤 뒤에 내 사무실에 로티와 같이 들르기로 약속하였다. 확실히 나는 이런 일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이 되다니, 그래 나는 15년 경력의 훈육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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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문을 열자, 깜찍한 그 여고생과 예쁜 실장석 한마리가 서 있었다.

“ 아저씨 안녕하세요 ”

“ 닝겐상 처음 뵙는데스. 와타시는 로티라고 하는데스 “

너무나 반가워서 여고생과 로티에게 음료수와 콘페이토를 권했다. 그 여고생은 로티를 예쁘게 꾸며서 친구들 코를 납짝하게 해주었다고 했다.

나는 로티에게 주인께서 잘해주냐고 물어보았다.

“ 그런데스, 너무나 잘 해주시는데스, 큰 주인사마는 와타시와 자들에게 너무 친절하신데스. 세레브 하우스를 사주신데스. 어제도 스테이크를 주신데스. 와타시는 작은 주인사마와 큰주인사마와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데스 ”

“ 그래 다행이구나. 그 봐.. 막상 애완동물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아빠들은 좋아한다고 내가 말했지? ”

“ 네 아저씨 말이 맞았어요. 이젠 아빠가 직접 로티밥을 주시고, 이틀에 한번 그 비싼 스테이크니 , 고급야채니 이런걸 잔뜩 먹인다니까요 ”
내가 로티에게 너는 정말 운좋은 실장석이라고 말해주자, 갑자기 로티는 얼굴이 어두워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  와타시는 귀엽고 착한 자를 잔뜩 낳았던데스, 그런데 하우스의 문을 잠궈도 밤에 냐옹씨와 길쭉씨가 자들을 자꾸 물어가는 데스. 지금은 두 마리만 남은데스. 오로롱 오로롱 ”

로티는 워낙 잘 먹어서 건강한 새끼들을 열두마리나 낳았는데, 해씨가 세 번이나, 네 번쯤 뜨고 나면 한 마리씩 없어진다고 했다.

“ 아빠는 여기가 산을 허물고 만든 신시가지라, 고양이나 족제비가 많아서 그렇다네요. 뭐 실장석이니 새끼는 또 낳으면 되잖아요. 그렇죠 아저씨? ”

뭐라구? 이 근방에서 길고양이나 족제비가 사육실장을 잡아먹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 그..그래 그렇지. 로티도 그걸 잘 알고 있을거야 그렇지 로티? ”

“ 아는데스. 와타시는 귀여운 자들을 잔뜩 놓을것인데스. 냐옹씨나 길쭉씨에게 지지않는데스오로롱 오로롱 ”

여고생은 울면서 열심히 콘페이토를 핧아대는 로티를 흘낏 보더니, 나를 사무실의 한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아빠에게 뭐라고 하셨는데 아빠가 마음을 바꾼거예요? ”

“ 난 아무말도 안했단다. 그냥..그..그러니까... 실장석을 기르면 좋은점도 있다고 말했단다 ”

그러자 여고생은 나를 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중요한건 아니예요 그렇죠? 아빠가 아저씨 말씀을 듣고 마음을 바꾸신게 중요한거죠 ”

“ 그..그렇지 ”

그날 여고생의 아버지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로젠사의 특급애완실장들은 식용실장들보다도 더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진다고 이야기 한 것 같았다.

아무렴 어때... 여고생도 행복해졌고, 여고생의 아버지도 이제는 실장석을 좋아하고, 로티도 행복해하고.. 다 잘된거 아닌가.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아저씨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

“ 응 뭔데? “

“ 이젠 저 실장석 꾸미기는 질렸구요. 유행이 지났다구요. 그러니 아빠한테 고양이 한 마리만 제게 사주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제 친구는 페르시안 블루라는... ”

............이런 씨부럴...고양이는 안된다고...진짜 안된다고...


-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여자는 엄마뿐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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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씨를 인디언써머라고 하는가 보다. 서늘한 날씨지만,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차이는 날들이다. 어쩌면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밖에 나가기 좋은 기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좋게 출근한 나는, 사무실 문밖에서 나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두 남자들을 보는 순간 불길한 기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할 수 있겠습니까? ”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가 내게 물었다. 금액은 지금의 낡은 머스탱을 신형으로 바꾸고도 남아서 국산차도 하나 살 수 있을 금액이다. 마음만 편하다면야 두말 할 나위없이 좋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 글쎄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식었던 땀이 다시 삐질삐질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왜 전화도 없이 찾아왔는지 이해가 된다. 의뢰비는 매력적이지만 자칫하면 사무실 문을 닫아야할 문제다. 사실 그들의 의뢰는 범죄다.

일이 잘못된다면 동물보호자들, 실장권리보호협회와 대기업, 일반인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들은 내일 다시 찾아 올테니 생각해보라고 하고는 사무실을 떠났다. 전화같은 것을 해서 증거를 남기는 일은 그들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약 1년반 전에, 전국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다. 로젠사에서 발매한 특급사육실장을 구매한 젊은 부부가 있었다. 셜리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길렀지만, 뜻밖에도 셜리가 허락없이 새끼를 가지자 화가 난 부부는 어미 몰래 새끼들을 보건소에 보내서 소각시켜 버렸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셜리가, 부부의 갓 태어난 둘째아이의 코와 입에 똥을 발라 질식시킨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 놈은, 그 짓을 저지르고도 영리하게 공원으로 달아나서, 공원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는 동물보호협회회원에게 몸을 의탁한 것이다. 집앞의 마트에서 돌아온 부부와 길이 교묘하게 엇갈렸지만, 사육실장의 몸에 이식된 레지스트칩을 추적해온 아기의 아버지와 동물보호협회 회원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아이 아버지는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 사이에 빼돌려진 실장석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이 협회에게 실장석을 가져오라고 명령했지만 공원에 있었던 보호협회회원 그 누구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게다가 실장석 보호협회와 동물보호협회가 연대하여 격렬한 반대시위와 언론 플레이를 통하여, 학대받던 동물의 반격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동물학대혐의로 오히려 역고소를 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사람을 물어서 죽게 한 개가 사육주의 동의가 없어서 살처분이 되지 않았듯이, 혼란의 와중에 그 실장석 역시 보호협회회원들이 빼돌려서 보호하다가, 회원중의 한명에게 비밀리에 입양되어 어딘가에서 살고 있었다.

실장석의 범죄에 대한 법령도 없거니와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장석이 저지른 짓을 인간처럼 처벌해야할지, 아니면 사육주의 과실인지 그 어느것도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실장석의 범죄구성요건도 명확하지 않아서 범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결론을 낼수가 없었다.

결국은 여론전이 되었고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겨우 정립되고 있던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던졌다. 그 사건으로 1년이 넘도록 양편으로 갈라져 있다. 당장 그놈을 잡아서 죽여야 한다는 사람들과, 지능은 있으되 이성이 부족한 개나 고양이와 다를바 없기 때문에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각종 미디어와 커뮤니티가 논쟁이 치열했다.

이제는 유기견이나 유기실장석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고, 특히 실장석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직접적으로 된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등하고 있었다.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결국 로젠사를 대상으로 고소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로젠사 역시 사육주의 관리 잘못이라고 발뺌을 했고 영향력과 로비력이 강한 동물보호협회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근 일년간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송사에 지친 부부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결국 다른지방으로 이사를 해버렸고, 그 뒤로 그들의 소식은 끊겨 버렸다.

사람들의 오해중 하나가 그런 협회회원들이 소수이니 일반인들보다 열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직되어 있고 여론에 호소할 수 있고 결집해서 행동하는 파워가 있다. 일반인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렇게 조직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게 사건은 흐지부지되어가고 있었다

내일 사무실로 찾아올 그들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내게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로젠사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아마 내일 내가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신분을 밝힐 것이다.
아마 그들은 내가 그들을 모를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그들이 한때 실장석전문가로 각종 실장석 관련 티비 프로그램에 단골이었던, 로젠코리아의 장이사와 수석브리더임을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나는 가장 궁금한것이 이 의뢰가 장이사의 개인적인 것인가 로젠사의 의뢰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따라 맡을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두명의 남자를 다시 만났다.

“ 그럼 그 셜리라는 실장석이 어디 살고 있다는 것은 알아냈군요 ”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놈에게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어요. 사육주가 늘 붙어 있으니.. ”
수석브리더가 혀를 찼다.

“ 사육주가 직장이 없는 전업주부인 모양이죠? ”

“ 남편이 있지만 남편수입이 문제가 아니라구요, 셜리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학대받던 동물의 절실한 복수라는 식으로 포장이 되어 후원금이 엄청 들어왔답니다. 씨발.. 내 연봉보다 많았을거요 ”
장이사가 내뱉듯이 대답했다.

셜리는 그동안에 인간에게 학대받는 동물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고, 그 결과 동물보호협회와 실장석보호단체가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무기와 동력 그리고 기부금의 주된 루트가 되고 있었다.

두 협회의 비호하에 셜리라는 실장석은 그 도시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중부지방의 어느 시에서 조용히 주인과 살고 있었고, 정확한 거주지와 주인인 여자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로젠사도 필사적이었다. 배상금은 둘째치고 그놈을 잡아서 원인조사를 하고 싶어했다. 셜리를 확보하면 아마 좀 더 지능이 높은 놈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돈벌이가 된다면 부모를 지옥에 보낼수도 있는 놈들이니까.....
이런 것들과 대화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소송과 협상을 벌였던 죽은 아이의 부모가 불쌍했다.

로젠사는 사건 직후부터 비밀리에 그 회원을 오랫동안 추적했고, 결국 몇주 전에 여자의 거주지를 알아낸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놈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그 여자는 하루종일 집에서 애들과 셜리하고 붙어 있는데다가, 하루한번 오전중에 공원산책 때만 밖으로 나온다니까요 ”

“ 그럼 공원에서 일을 한번 벌이면 되잖습니까? ”

“ 말도마쇼. 우리도 그럴려고 했는데, 그 공원이 그 동네 사육실장들 집합소이고 동물보호협회하고 실장석 보호협회 회원들이 셜리옆에 딱 붙어 있어서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그여자 집에 들어가서 데려올수도 없고... ”

“ 그놈을 사육주하고 떨어뜨릴 방법이 없을까요? 아니면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
수석브리더가 낙심한 듯 말했다.

있지..... 하마터면 곧바로 대답할뻔 했다. 그들의 요구를 듣는 순간, 바로 방법을 생각해 냈지만, 위험성이 너무 높다. 이것은 사육실장 납치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소일하는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동물보호협회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영세한 사무실 하나 날리는 것은 그들로서는 아주 쉬운 일이다. 몇 명만 동원해서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치면, 나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당연히 절도죄로 고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이일은 장이사님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겁니까 아니면 로젠사 수뇌부에서도 알고 있는 겁니까? ”

“ 내가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지요....그때 그일로 사육실장 브리더팀이 거의 와해되고, 회장이 당장 그놈을 잡아오라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
장이사는 그때가 생각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지금쯤은 회장도 잊어버리지 않았을까요?”

“ 우리회사에 어디 회장만 있나? 지금도 회의에서는 그때 대처도 미약했고, 마무리도 못했다고 까인다고. 어떤식으로든지 마무리를 해야 나도 오래동안 자리를 보전할수 있다고...내자리 노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

“ 만약 죽여서 가져오면 어떻게 됩니까? ”

“ 반드시 살려와야지..... 아니 뭐 정말 어려우면 죽여서라도 가져오면 되겠지 ”
장이사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 반드시 살려서라... “

나는 장이사를 보며 말했다.

“ 금액은 선불로 주시고, 내가하는 일에 일체 간섭하지 말고 잊어버리고 있을 것, 그리고 셜리는 내가 4주안에 당신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조건에 동의하면 제가 맡지요. 실패해도 이건 내가 혼자한 일이고 돈은 돌려주지 않을 겁니다.. ”
.........
.........

“ 그리고 나중에 뭔가 터지면 로젠사, 장이사님 그리고 나도 같이 박살날거니까.. 입단속에 실패하면 각오는 해놓는 것이 좋을 겁니다. ”

“ 알겠오, 그럼 기억하시오. 그 여자의 주소는...”

“ 장이사님, 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으니 쪽지에 적어주던지 아니면 문자로 주십시오 ”
그들이 왜 내게 기억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그래선 안되지.. 나도 보험을 들어놔야 한다.

그들은 내게 의뢰비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그 여자의 거주지와 셜리에 관한 정보를 쪽지에 적어주고는 사무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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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의뢰를 받아들인 것은 돈도 돈이지만, 나도 그 셜리라는 실장석을 직접 대면해보고 싶었던 욕구가 더 컸다. 압도적인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에게 의도적으로해를 끼치려는 것은 실장석의 지능으로는 쉽지않다. 적어도 내가 15년간 대해본 실장석들은 그랬다.

물론 사육실장이 되려고 얕은 꾀를 내는 놈들도 많고, 동족들을 대상으로 복수하는 놈들도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는 것은 실장석의 지능과 체력, 운동능력으로는 정말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셜리처럼 인간의 약한면과 빈틈을 노리면 그런 참사가  충분히 일어날수 있다.

집에서는 그 여자는 셜리를 거의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예외는 하루에 한번 근처 공원 산책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공원에서는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역시 상주하고 있고, 셜리의 사정을 아는 회원들이 주인여자와 셜리곁에 항상 붙어 있다는 것이다. 나름 그들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셈이었다.

한국사회가 멕시코같은 난장판이 아닌 이상, 공원에서 셜리를 납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그 여자 집에 들어가서 훔쳐오는 것도 곤란하다. 가족들이 있고 집안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 그 여자의 집에서 데려오는 것은 불가 ”

“ 공원에서 데려오는 것은 불가 ”

“ 죽이더라도 사체를 가져오는것도 역시불가 ”

“ 나의 신분이 드러나는것도 불가 ”

“ 가능한 시나리오가 없군..... ”
007 제임스본드나 미션임파서블 같은 작전이나 트릭은 그저 영화일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에 내가 떠올렸던 방법밖에는 없었다. 밤새도록 사무실에서 머리를 굴리다가 새벽에야 결정을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 김실장 .. 잘 있었냐? 나야... 그래 식용실장석 한 마리.. 반드시 공장에서 태어난 놈들로....출산석으로 한마리만... 아니 성체로 나이좀 든 놈으로, 근데 머리는 있어야되..아님 가발이라도..... 아니 서울 쪽에서 구해줘,.. 아 그리고 혹시 대포폰 하나 구할 수 있을까? “
김살장에게는 자초지종은 말하지 않고 출산석 한 마리만 부탁했다.

그리고는 셜리사건을 검색해서 가능한 자료들을 모았다. 셜리의 사진도 있엇고, 피해자인 아이와 가족사진도 찾을수 있었다. 죽은 아이와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을려나...어쨋든 죽은 아이는 영원히 아이로 남아있겠지 더 이상은 나이가 들고 늙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부모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될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 출산석은 대충 결정이 고, 폰도 구할수 있으니 무슨일인지 말씀해보시죠 “
나의 부탁을 듣고 놀란 김실장은 삼일뒤 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다.

” 너무 위험한 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돈도 좋지만.. “

” 뭐..꼭 돈이라기 보다는 실장석을 오래 접하다 보면 그런 실장석은 한번 보고 싶어지는 것 아니냐 흐흐흐 “

”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셜리라는 놈이야 그냥 다른 놈보다 조금더 지능이 높은 놈일 뿐이지요. 실장석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겟습니까. 뭐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제 이야기 하면 안됩니다 “

” 걱정말라고, 절대 말 안할테니까... 넌 뭐 몰랐다하면 된다고....“

” 제발 경찰 볼일 없게만 해주십시오. 지난번 우리샵의 실장석 도난사건 때문에 경찰에 몇 번 불려 다니니까 피해자인데도 영혼이 가출하는 것 같더라니까요 “

김실장의 샵은 몇 달전에 그 지역의 극단적인 실장석 권리 단체가 밤에 침입해서 학대용 으로 판매중인, 실장석 일곱 마리를 훔쳐서 방생하는 바람에 맘고생을 좀 했었다. 물론 나중에 김실장이 경찰과 같이 그들이 방생한 공원에 찾아갔더니, 방생했던 놈들은 모두 들실장의 운치굴에서 독라달마 자판기가 되어있었다.

”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지, 담당형사하고 아주 친해졌다니까요 하하하하 ...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나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그럼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냐? “
김실장에게 그 형사에게 알아봐 줄 사항을 하나 더 부탁했다.

김실장이 돌아간 후, 나는 집으로 가서 방 하나를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실장용품샵으로 갔다. 

” 어 그래? 그렇군. 문자로 보내줘...알겠어... 그럼...음...그리고 식용실장석 한 마리를 더 구해줘.. 비슷한 놈으로“

돌아간 김실장은 아주 빠르게 내가 부탁한 것을 알아다 주었고, 나는 식용실장석 한 마리를 더 부탁했다. 어떤일을 하든지 그래도 무엇인가 의미는 있어야 한다. 이왕 하는거 조금이라도 가치있는 일이 나을 것이다.


로젠사에서 조사한 바로는 집에서는 그 여자는 셜리를 거의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마트나 외출할 때도 반드시 셜리를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예외는 하루에 한번 근처 공원산책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공원에서는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역시 상주하고 있고, 셜리의 사정을 아는 회원들과 일반 사육실장의 사육주들이 주인여자와 셜리곁에 항상 붙어 있다는 것이다. 나름 그들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난리를 피니 로젠사가 냄새를 맡았지...

한국사회가 멕시코같은 난장판이 아닌 이상, 공원에서 셜리를 납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그 여자 집에 들어가서 훔쳐오는 것도 곤란하다. 가족들이 있고 집안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것이 틀림없었다. 셜리를 훔쳐오려면 거의 강도짓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틀 후, 나는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중부지방의 도시로 직접 가보기로 했다. 그 여자의 집은 한적한 변두리였지만 주택가였고 공원에서 200여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나름 고급주택가라 CCTV가 예상대로 골목마다 깔려 있는 곳이었다.

그 여자의 대문을 나오면 주택가가 끝나고 왕복 2차선의 도로이고, 우측으로 인도를 따라서 계속 200미터쯤 걸어가면 바로 공원입구가 바로 나왔다. 도로의 길건너 맞은편은 그냥 낮은 관목이 심어져 있는 인도였고 그 뒤는 논과 밭이었다. 이렇다면 내게 유리했다.

그 여자 집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길에서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능한 공간은 그 여자와 셜리가 집을 나와서 공원으로 걸어가는 길밖에 없었다. CCTV는 여자의 집 입구와 공원 입구에 하나씩 있었다. 길을 내려다보고 있는 cctv의 촬영범위를 제외하면, 가능한 거리는 불과 100여 미터정도의 사각지대 뿐이었다.

그 사이에서 해야한다. 그러나 그곳은 완전히 개방된 곳이다, 왕복2차선 도로의 인도인 것이다. 사람이나 차가 항상 지나 다니지만 관심을 끌만한 행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주 빠르게, 부드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사람만 없으면 된다.

나는 그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진 모텔에서 하루밤을 보낸뒤, 아침에 여자와 셜리가 산책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그 여자의 집 근처로 가보았다. 길 건너 맞은편의 인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 여자 집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정확히 오전 열시가 되자 여자와 셜리는 대문을 나서서 우측으로 꺽어서 인도를 따라 공원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셜리라는 그 실장석은 처음보았다. 셜리는 평범한 녹색의 실장복을 입고 두건에는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고 분홍색의 실장 파우치를 걸고 있었다. .녹색 실장복은 아마 눈에 띄지않게 하려는 것이겠지.... 셜리는 영양이 좋은지 덩치도 크고, 살집이 좋아 보였다.

’ 흠 저놈이 셜리라는 놈이구만.. 목줄이...다행이네.... ’
셜리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의 뒤로 조금 떨어져서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다행히 목줄은 걸고 있지 않았다. 만약 목줄을 걸고 있었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사육실장석 중에는 가끔 목줄을 걸지 않으려는 놈이 있었다. 실장석의 논리에 따르면 멍멍씨와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놈은 똑똑한 놈으로 알려져 있으니 아마도 주인에게 목줄을 채우지 말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

그들이 공원으로 들어간지 삼십분뒤에 나도 공원으로 따라서 들어갔다.
공원의 중심부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니 로젠사에서 거친 방법을 쓸수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데스데스데스 “

” 테치테치테치 “
족히 이십여마리는 되보이는 사육실장들이 공원중앙 분수대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는 사육주들을 중심으로 놀고 있었다. 이 근방의 사육실장은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성인 남자도 둘이나 섞여있는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실장석들에게 콘페이토를 나눠주고 있었다. 또, 놀러나온 인근의 거주민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셜리의 사육주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링갈을 켜고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나같은 평범한 늙은이에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벤치에는 인근 주민들도 많았으니까.

” 데에엣 오늘은 날씨가 조금 쌀쌀한데스 “

” 곧 겨울씨가 오는데스 그래도 와타시들은 사육실장이 아무런 걱정없는데스 데프프픗 “

” 데스읏, 셜리상 안녕하신데스, 이자들은 와타시의 자들인데스. 자들 모두와서 셜리상에게 인사하는데스 “

나왔다.! 고개를 힐끔 들어보니 셜리와 다른 성체 실장석 몇 마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이 오바상은 나쁜 학대파 주인에게 복수하고 상냥한 새 주인님에게 길러지고 있는데스 “

” 학대파 닝겐에게 복수를 한테치? 대단한 테치 “

” 어떻게 복수한테치? “

” 학대파의 자를 죽여버린데스요 “

” 테엑! 어떻게 그런일을 한 텟? “

” 오마에 오마에도 자를 해치는 닝겐들에게는 복수를 해야하는 데스. 와타시들을 좋아하는 노예닝겐들이 매우 많은데스 “

” 테에에... 닝겐들은 무서운테치... “

” 오마에 와타시들의 자와 닝겐의자는 다른게 없는데스 명심하는데스. 와타시도 곧 새로은 자들을 낳을것인데스 “

” 셜리상은 대단한 데스 “

더 들을 필요는 없었다. 셜리인지는 분명히 확인했다. 협회회원들은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사육주들과 수다를 떨거나 셜리 근처에서 콘페이토를 나눠주고 있었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근처의 숲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예상대로 들실장은 없엇다. 아마도 사육실장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박멸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인간들과 실장석들의 수다를 뒤로하고 공원밖으로 나갔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김실장이 보낸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큰 상자안에는 다시 스티로폼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뚜껑을 열자 뒤룩뒤룩살이 찐 성체 두마리가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알콜 냄새가 지독했다.

김실장이 수면제 대신에 소주를 한병씩 먹여놓은 모양이었다. 실장석 전용 수면제는 쓰지 못하도록 했다. 실장석용 수면제는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약품이라 혹시나 일이 어긋났을 때 김실장이 연루되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분무기로 물을 좀 뿌리고 박코스를 좀 먹이면 금방 깨어날 것이다. 뒤집어보니 목뒤에 김실장이 위조해서 찍어놓은 로젠사의 셜리 등록번호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한 마리는 집으로 한 마리는 사무실의 창고로 데려갔다.

” 셜리...일어나 셜리... “

” 데엑 여긴 어딘데스? 오마에는 누구인데스? 와타시는 귀여운 자를 낳고 있었던 데스“

” 셜리 가엾게도 정신을 잃어버렸구나. 난 착한 실장석을 보호해주는 단체의 사람이란다. “

집에서 깨어난 실장석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냈다.

” 데엑 직원상 ... 와타시는 셜리가 아닌데스“

” 아니, 넌 셜리야 가엽게도 잠시 정신을 잃었구나. 그리고 난 직원이 아니야“

” 데에엣 아닌데스. 와타시는 셜리가 아닌데스 “

” 그럼 넌 누구지? 네 마마는 어딨지? 이름은 뭐야? “

” 데에에에... 와타시의 이름은.... 마마는....그러니가 데에엣 와타시는 ...“

그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연신 눈을 굴리고 있었다.
공장에서 태어난 출산석이 그런것들이 있을리가 있나... 출산대에 매달려서 새끼를 낳은 기억과 직원들이 새끼를 가져가 버린 기억밖에는 없을 것이다.

한사코 부정하는 놈에게 콘페이토와 우유를 가져다 주었다
공장에서 태어나서 푸드만 먹다가 출산석으로 사용된 놈들이 제대로된 음식을 먹었을 리가 없다. 성체의 눈이 반작 빛났다.

“ 닝겐상 이것은 무엇인데스. 이렇게 세레브한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스 ”

“ 데챱, 데챱 우드득.. 데챱, 데챱 ”

놈은 짤막한 손으로 콘페이포와 우유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 셜리, 너는 기억을 잃어버렸단다. 워낙 큰일이 있었으니까. 가엽게도 ... “

” 셜리가 누군인데스? 와타시는 모르는 이름인데스 “

” 아냐. 네가 셜리야. 셜리라구 “

실장석은 허세로 가득찬 생물인만큼 암시에 매우 약하다.

그놈에게 새실장복과 리본이 달린 두건을 주고사육실자의 상징인 분홍색 반짝이 파우치를 어깨에 걸치게 했다.
” 데에엣 와타시 것인데스? 이것을 왜 와타시에게 주는데스? “

” 셜리 원래 그게 니거야. 정말 이상하구나 셜리..너는 셜리고 그 세레브한 드레스와 파우치는 원래 니거야“

” 데엣????? “

” 너의 피부를 봐 얼마나 고귀했는지 뽀얀 흰색이지 “

” 데셋???? 데스우??? “

" 너 마마가 누군지, 니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니? “
공장에서 출산석으로 태어난 놈이 마마가 누군지 알리는 없다.

“ 모르는데스 기억이 나지 않는데스 ”

“ 그봐 넌 기억을 잊어버린거야 학대를 당하는바람에 ”

“ 뎃... 그랬던 데스? 와타시는 사육실장이었던 데스? 와타시는 셜리라고 불리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었던 데스? “

” 그렇단다 “

” 그럼 왜 와타시는 여기에 있는데스? 주인님은 어디인데스? “

” 넌 나쁜 학대파에게서 우리가 구조한거야 그래서 학대파가 찾지못하도록 여기 숨어 있는거야. 곧 주인님을 만나게 될거란다 “

” 와타시는 왜 학대를 받았던 데스? 와타시는 귀여운 자들을 듬뿍낳았던데스 "

“ 응 세레브한 너의 자들을 나쁜닝겐이 죽여버려서 너도 그 닝겐의 자를 죽여버렀단다.”

“ 데에엣 와와타시가 닝겐상의자를 ...”

“ 그래 세레브하고 착하고 말 잘듣던 너의 자를 닝겐이 그냥 죽인거야..그것도 불씨에 던져넣었다구, 그래서 넌 복수를 했어 “

” 데에엣, 잔인한 닝겐인데스. 그런데스 와타시가 복수를 한데스 “

” 이제 기억이 좀 나니? 불쌍한것 ”

“ 데에에 이제 기억이 나는데스 ”

“ 그렇지 아주 잘한거야 . 셜리..넌 나쁜 닝겐에게서 도망쳐서 주인님에게로 가기전에 여기 잠시 숨어 있는거야. 주인님에게 가면 안전하단다. 만약 주인님을 만나면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해야 해 알았지? ”

“ 데에에 주인님미을 어서 만나고 싶은 데스.... 와타시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었던 데스. 그랬던 데스..데프프프픗 ”

“ 그래 해씨가 열 번쯤 지나면 주인님께 데려다 주마. 그동안 많이 먹고 푹 쉬어야 해 알았지? ”

성체는 분홍색과 하얀색으로 구성된 벽지와 골판지를 보고 만족한 것 같았다.
골판지로 기어들어간 성체는 곧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이놈이 밖으로 나와서는 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기억하면 안되기 때문에, 골판지에 사각형의 철장을 둘러씌웠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 나는 창고문을 열었다. 성체 한마리가 누워 있었다.
” 일어나...셜리 ... 일어나..
.
.
.
그렇게 2주 정도를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두 마리가 자신이 셜리라고 인식하도록 계속 암시를 걸어주었다.

” 데에엣? 고마우신 닝겐상, 그럼 내일 와타시의 주인님을 보러가는데스? “

” 그래 그렇단다 “

” 데프픗 와타시의 새로운 세레브한 실생이 펼쳐지는데스 “

” 그런데 셜리, 너의 주인님은 분충 한마리를 셜리인줄 알고 기르고 있단다 “

” 뎃? 어떤 분충이 와타시의 자리를 차지한데스 쳐 죽여버리는데스 “

” 아니야, 내가 그 분충을 없애 줄테니 분충이 없어지면 주인님을 크게 부르면 된단다 “

” 알겠는데스 데프프픗 “

창고에 있는 놈은 이렇게 까진 할필요 없겠지...
이른 아침 출발전에, 창고에 있던 놈을 골판지에 넣은 뒤 소주를 한병 먹여서 가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렌트카의 트렁크에 넣었다. 그리고 집에 있던 놈은 조수석에 앉힌 뒤, 시동을 걸었다.

” 뎃데로게, 뎃데로게, 주인님을 만나러가는데스 “

” 그래 곧 만나게될거야 “
엑셀을 빠르게 힘껏 밟았다. 두시간쯤 달려서 그 여자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여자의 집앞에서 공원입구까지 cctv가 없는 구간이 100여미터쯤 된다. 차는 여자집에서 50미터쯤 떨어진 도로가에 세워놓았다. 여기라면 cctv의 사각지대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집에서 공원까지의 사각지대 중간쯤의 맞은편 인도의 관목숲 안에 셜리를 내려놓았다.

” 데엣 여기서 주인님을 기다리면 되는데스 ? “

” 그렇지 분충은 내가 데리고 갈거야. 그럼 큰 소리로 주인님을 불러. 아주 반가워 하실거야 “ ”

“ 데프픗. 알겠는데스 ”

그리고 나는 공원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서 백팩에서 트렌치코트틀 꺼내 입고 천천히 여자의 집쪽으로 걸어갔다. 작은키에 오버핏 코트를 걸치자 나는 갑자기 체격이 엄청나게 풍성해졌다. 시간은 이미 열시에 가까웠다. 출근시간이 지난 도로는 사람과 차가 없었다. 특히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가끔씩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갈 뿐이었다.

천천히 여자집을 향해서 걸어가던 나의 시야에 집에서 나오고 있는, 그 여자와 3미터쯤 뒤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실장석 한 마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후면 그 여자와 나는 마주치면서 엇갈리며 지나가게 될 것이다. 온몸의 구멍에서 땀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그 여자와 실장석은 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여자의 뒤에도, 나의 뒤에도 사람들은 없었다.

50여미터,..

30여미터 ..

그 여자는 여느때처럼, 한손에 전화기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고, 몇 걸음 뒤에서 셜리가 뭐라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힐끗 길 건너편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또 다른 셜리가 관목숲에서 머리만 내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소리를 최대한 죽인 폰을 꺼내어, 순간적으로 여자번호를 확인한 뒤, 다시 주머니안으로 넣은채, 통화 버튼을 눌렀다.

10여미터...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지만 빠른 템포의 전화소리가 길가에 크게 들렸다. 뒤에서 따라오는 실장석을 가끔 돌아보며 말을 건네던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
” 아이 뭐야 여보세요? “
.......

여자가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내곁을 지나치는 순간, 나는 오른손을 뻗어서 여자 뒤에서 따라오던 셜리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올리고, 재빨리 얼굴을 가슴쪽으로 향하게 하고 품에 강하게 왼손으로 안으면서 눌렀다, 순식간에 내 가슴에 눌린 셜리의 입에서 ” 데급읍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여자의 집쪽으로 계속 빠르게 걸어갔다.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려왔지만 뛰어서는 안된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아니 도대체 누구야“

뚝.

나와 엇갈린 여자가 폰을 들여다보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품에 눌린 셜리가 놀란 듯 발버둥 쳤지만 뒷통수를 강하게 누르는 바람에 입도 내 가슴에 눌려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왼팔로 셜리의 몸 전체를 안아서 뿡쯔뿡즈도 못한다. 다시 한번 뛰어가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된다. 조용히 호흡한 뒤 계속 걸어갔다.

순간 길 건너에서 “ 주인사마 ”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기를 내린 여자는 다리주위를 살폈지만, 셜리는 보이지 않고 백팩을 맨체로 부지런히게 걸어가고 있는, 트렌치코트를 걸친 조그만 남자의 뒷모습만 보였다.

“ 어머 셜리? ”

여자가 주위를 둘러보자 길 건너편에서 도로로 내려서며 자신을 쳐다보는 셜리가 있었다

‘ 어머 셜리 어디간거야? 야 너 언제 길을 건너 간거야? “

“ 주인사마 여기인데스 ”

“ 어머나, 야 너 언제 길을 건너 간거야? ”

“ 저 녀석이 안하던 짓을 하네. 위험하니 어서 이리와 ”

“ 뎃데로게 드디어 상냥한 주인사마를 만난데스 .. 분충은 착한닝겐에게 잡혀간데스 .뎃데로게 ”
길 건너의 셜리가 길을 건너며,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호파가 링갈따위를 사용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 셜리! 차가 안오니까 빨리와 ”
여자는 발길을 공원쪽으로 돌리며 셜리에게 말했다.

세워놓았던 차옆에 도착해서 슬쩍 뒤를 돌아보니, 여자는 공원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셜리는 뒤뚱거리며 여자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었다.  평안하게 반복되는 일상은, 작은 변화를 너무나도 쉽게 간과한다.

내 품안의 셜리는 강하게 발버둥쳤다. 나는 걸어가며 셜리의 귀에 속삭였다.
“ 셜리.... 너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단다 ”

차 뒷문을 열고 뒷자석의 케이지에 셜리를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 뿌리릿 뿌리릿 ”
깜짝놀란 셜리는 충격 때문인지 그제서야 똥을 싸질렀다.

“ 데엣 닝겐상 오마에는 누구인데스?, 닝겐상, 왜 이러시는데스, 와타시를 주인님에게로 돌아가게 하는데스 “

” 그래 곧 데려다 주마 “
시동을 걸고 창문을 닫자. 무엇인가 이상함을 감지한 셜리가 그제서야 케이지 안에서 발버둥치며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 데샤아아앗! 주인사마! 와타시 납치당한데스. 데챠아아아아아아아! 주인사마 구해주시는데스 ”
다시 뿌다다닥하고 똥을 싸지르는 소리가 뒷자석에서 들려왔다. 이놈 많이 놀랬구나.

셜리의 비명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아야 했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하기 전, 어느 개천 근처에 차를 세운 뒤,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휴대폰에서 배터리를 분리하고 휴대폰을 반으로 꺾은 뒤, 유심을 뽑고 개천의 물속으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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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잡았다고? 어디요? 당장 가지 ”

장이사는 같이 왔었던 수석브리더를 포함해서 두명의 남자와 같이 서울근교로 번개같이 달려왔다.
내가 트렁크에서 소주에 취해 자고 있던 실장석을 건네주자 그는 유심히 쳐다보았다. 자면서 똥을 싸질렀는지 알콜냄새와 술냄새가 뒤섞여 냄새가 코를 찔렀다.

“ 이놈이군.....뭐야 이 술냄새가...지독하구만 ”

“ 저는 수면제를 안씁니다 ”

그는 실장석의 목 뒤를 살피면서 레이져낙인을 확인했다. 잠시 쳐다보던 그는 내게 가방을 하나주고는 인사도 없이 사람들과 가버렸다.그들이 사라지자 나는 김실장이 건내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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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갸아아아, 데갸아아아아 ”

“ 이 더러운 똥닝겐! 범죄닝겐! 와타시를 어서 주인님에게 되돌리는데스, 주인님이 오마에 정도를 못찾을 것 같은데스? ”

“ 흠 그래 그래..네말이 맞다.어련하시겠냐”

“ 주인님의 친구들도 힘센 닝겐들인데스. 경찰상들도 어찌 못하는 데스 데갸아아! 주인사마! ”

“오마에 같은 똥닝겐과는 비교가 안되는 닝겐상들인데스. 겁이 난다면 당장 주인님에게 돌아가게 하는데스. 와타시는 곧 자를 가져야 하는데스 ”

“ 그래 그래, 알겠어 곧 돌아가게 될거야 ”
셜리는 미친듯이 울어댔다. 아마 영리한 놈이니 이제부터 결코 좋은 일은 일어나지는 않을것이란걸 예감하고 있는듯 했다. 지금은 이녀석을 상처입혀서는 안될 것 같았다. 케이지를 열고 발버둥치는 놈을 꺼내서 케이블 타이로 묶고, 입에 청테이프를 붙였다.

“ 읍읍읍 엑에엑 ”

“ 이제 진짜 너를 좀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쪽으로 갈거야 ”

일단 위석을 꺼내야 된다. 오래오래 살려야 되니까.
“ 읍으으으으으~ 흐흐흐으 ”
어느 한적한 도로가에서 차를 세운 뒤, 놈을 꺼내서 커터로 배를 갈랐다. 위석을 발견하고 꺼내서 꿀과 활성제가 들어있는 유리병에 던져넣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열시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의 운전에 어느듯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잘하는 짓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여행을 너무 많이했다. 그러나 끝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도시에 도착 했을 때는 거의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 기지개를 펴고 갓길에 잠시 정차했다. 아직 장이사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니 안 올 것이다.  장이사는 셜리가 가짜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을 것이다.

목 뒤의 등록 낙인을 내 앞에서 확인할 때부터 실장석 전문가인 장이사의 표정은 좋지 않음을 나는 알았지만 다른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그걸로 된 것이다.

그는 셜리를 잡음으로써 면목을 세울 것이다, 아마 부득이하게 죽여서 잡아왔다고 하던지 아니면 가는길에 죽이겠지. 다른 두직원들이 장이사가 셜리를 끝까지 추적했다고 회사에 소문을 내줄 것이다. 그럴려고 장이사가 부른 사람들이니까....

아마 그 여자도 셜리가 가짜라는 것을 며칠내로 알아차리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동물보호협회와 실장석 보호협회, 그리고 일반인들의 후원금을 잔뜩 받아 챙겼는데, 셜리가 바꿔치기를 당했다면 동물보호협회와 실장보호협회, 그리고 그 여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설령 가짜와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려도 어쩔도리가 없을 것이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로젠사는 그냥 입을 닫거나 부인해야 한다. 사육실장을 사육주의 허락도 없이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다. 여자는 그냥 알지 못하는 어느 순간에 괴한에게 바꿔치기를 당한것이고 가짜를 추궁해 봤자 실장석의 기억력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가짜 셜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분홍색과 하얀색의 벽지가 발린 방 뿐이다.

아마 나의 얼굴 정도는 기억하겠지... 그러나 실장석의 진술을 가지고 몽타쥬를 만드는 것은, 개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모를 것이고 내가 조사대상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뒷자석의 케이지를 열고 안을 살펴보니 셜리는 울다 지친 듯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시동을 걸고 시내로 향했다. 자정이 가까웠지만, 그 아파트에는 군데 군데 불이 켜져 있었다.

현관 출입구의 버튼을 누르고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출입문이 열렸다. 에리베이트는 1층에서 멈춰 있었다. 케이지를 들고, 17층으로 올라가는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케이지를 두드리자 셜리가 몸부림치며 눈을 뜨고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녹색의 질긴 테이프는 비명이 입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괜찮아, 너는 지금 엘리베이트를 탔어... 아주 높게 올라갈거야 그러니 진정하라구, ”

17층에서 조용히 멈추고 문이 열리자, 이미 아파트의 문은, 마치 셜리를 환영하듯 열려져 있었고 환한 빛이 복도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았다.

거실에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여자와 장갑을 끼고 있는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케이지를 열고 셜리를 꺼내어 거실마루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셜리.... ”

남자가 셜리에게 다가오더니 청색의 테이프를 거칠게 뜯어냈다.

“ 와타시에게 이런짓을 하면 경찰에... 오...오마에 오마에는 누구...히에에엑 데갸아아아아~ “

남자를 알아본 셜리가 똥을 다시 뿌리릿 뿌리릿 엄청나게 지려대며 비명을 지르며 큰 눈알을 미친 듯이 굴려댔다

“ 데갸아아아아아아악 오마에, 이 똥주인, 오마에 와타시를 어디로 데려온데스, 똥주인이 왜 여기에 있는데스. 당장 친절하던 주인님에게로 돌려주는데샤아앗”

셜리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가하려는 듯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을 쳤지만 케이블 타이는 꽉 잠겨 있었다.

“ 오랜만이지? 셜리 그렇지? ”

“ 데갸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 오지마는데스 ”

무릅을 구부려 간신히 일어선 셜리는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케이블타이 때문에 균형을 못잡고 다시 넘어졌다.
여자는 소음 때문에 잠에서 살짝 깨어난 아기를 어르며 셜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셜리.. 돌아와서 정말 반갑구나, 이제 이사도 했고 좀 더 넓은 집이니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거야. 그리고 이제부터 서로가 말은 더 이상 필요 없을거야 “

“ 똥주인...닝겐 아니 주..주인사마.. 와타시는 ... 뎃뎃 ”

남자는 넘어진 셜리의 배를 밟았다.

“ 데에에아아아악덱 읍브읍 끄으으윽.. 아흔레스 할려우는 해스우... 제알 할려주는해스 ”

넘어진 셜리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소리쳤다. 셜리가 누워있는 곳은 이미 공포에 질려 싸지른 똥이 팬티를 뚫고 나와 한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 셜리 내 아내 기억하지? 이리 봐... 우리도 새 아기가 생겼단다. 인간도 자를 다시 가질 수 있단다. 뭐 네놈들 보다 자주는 아니지만 ”

“ 읍읍읍 끄읍 ”

셜리가 적록의 눈을 부릅떴다. 이미 적록의 눈물은 색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죽지는 못할 것이다.
셜리는 오래오래 살아갈 것이다.

“ 이 녀석을 어떻게 하실건가요? ”

“ 일단 임신을 시키고 출산을 시켜야지요. 그리고 새끼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보게 되겠지요. 인간에게 복수를 할 줄아는 영악한 놈이니까 자식이 죽는 것을 더욱 고통스럽게 볼 수 있겠지요. 그렇지 셜리?”
남자는 무표정하게 셜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 해하해하 ...호마에..동...레햐아아아 ”
셜리의 살집좋은 몸이 다시 한번 크게 꿈틀거리며 이를 가는지 입에서 핏물과 이빨이 몇 개 뽑혀 나왔다.

나는 남자에게 위석과 로젠사에서 받은 가방을 건냈다. 가방안에는 아마 의뢰비의 나머지 반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는 돈은 받으려 하지 않았지만, 아기가 죽은것에 대하여 소송도 못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하여 보상받아야 한다고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자 어쩔수 없이 수락했다.

김실장이 아는 형사는 정말 정확하게 내가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을 잘 찾아주었다.

돌아서서 나오는 나의 눈에, 다른 방으로 머리카락을 잡힌채로 또다시 똥을 싸지르며 ,남자에게 버둥대며 질질 끌려가고 있는 셜리의 모습이 눈에 잠깐 들어왔고 곧 문이 닫혔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트에 올라탔다. 이 시간은 항상 고요하다. 오직 내려가는 엘리베이트의 작동음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이 엘리베이트는 내려올 수 있지만, 셜리가 탄 엘리베이트는 결코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 사형대의 엘리베이트편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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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겨울의 비는 슬프다. 언제가 읽었던 일본인의 책에서 냉우에 얼어버리다라는 표현을 떠올리며 사무실로 갔더니, 내가 사는 아파트의 부녀회장이 와 있었다. 뭐 흔히 잘 알려진 진상떠는 여자도 아니고, 그냥 일 잘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 도대체 시끄러워서 살수가 없어요. 아파트에 자기들만 사는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어이가 없어서 ... 아저씨도 그날 나와봤죠? ””

“ 예 ”

새벽에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잠을 깨고 나가보았더니, 소위 캣맘이라고 부르는 길고양이 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과 실장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하고 대판 싸움이 벌어져 있었다.

실장맘들은 아파트 단지안에 숨어사는 실장석들에게 먹이를 전해주는 사람들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공원과 아파트는 음식쓰레기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실장석들이 거의 살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의 실장석들은 대부분 허름한 단독주택가나 유흥가에 산다.

소수의 실장석들, 주택가에서 밀려난 실장석들이 아파트 단지안에서 숨어서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안에 조성된 작은 숲속이나 으슥한 풀숲에서 골판지도 아니고 그냥 땅을 파거나, 작은 판자조각등을 지붕삼아 풀숲에 걸쳐놓고 살아간다.

경비원들이 수시로 점검을 하지만 요즘은 실장맘들이 엘리베이트 게시판에 실장석을 내쫒지 말라는 게시물을 붙이거나 관리사무소에 집단으로 항의를 하는 바람에 가끔씩 하는 점검도 대충해버리게 되니 실장석들이 소수지만 그나마 살아갈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실장석들의 생태가 좀 변해서 낮에는 꼼짝않고 숨어있다가 밤에 실장맘들이 내놓은 푸드를 가지러 나오게 되었다. 그러니 역시 눈치 보면서 고양이밥을 주는 캣맘들과 부딪치지 않을수 없었다.

길고양이는 덩치가 자기와 비슷하고, 키가 40센티쯤 되는 성체실장석을 잘 공격하지 않는다. 실장석이 아무리 무른 몸을 가지고 있다한들, 실장석이 못이나 다른 날카로운 도구들을 사용해서 대항하면 고양이도 자기가 다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자기몸 다치는걸 끔찍히 싫어한다. 그러니 배고픈 고양이들이 자연히 새끼 실장석들을 공격하곤 하지만, 밥을주는 캣맘들이 있는곳 에서는 그마저도 잘 안한다. 따라서 이 아파트에서는 고양이가 실장석을 잡아먹는 일은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이번일은 엄밀히 말하자면 똥벌레들이 먼저 사고를 쳤다. 실장맘들이 주는 푸드양이 성에 차지않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고양이 사료를 발견하고는 손을 댔고, 그 사실을 안 캣맘들이 새벽에 실장푸드는 물론 고양이 사료까지 손을 대는 똥벌레들 몇마리를 때려죽였고, 먹이를 주던 똥벌레가 참살당한 사실을 안 실장맘들이 캣맘들이 고양이 사료주는 곳에 잠복하고 있다가 실장석을 두들겨패고 있던 캣맘들을 습격한 것이다.

그때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 있었는데 아줌마들 몇명이 서로 머리를 붙잡고 땅에 뒹굴다가 머리가 엉망인채 씩씩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납작하게 쥐포가 된 실장석 성체 한마리와 새끼 3마리가 죽어 있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싸우니 잠옷바람의 남자들은 멀거니 보고 서 있을뿐이었고, 부녀회장이 악을 쓰며 말리고 있었다.

“ 야 이년아, 니가 숫고양이 하고 붙어먹고 고양이를 낳았냐? 어디 사람이 고양이보고 아기아기거려! ”

중년의 실장맘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내리며 악을 썼다,.

“ 어따 대고 이년이야 ? 그래 너는 돌볼게 없어서 똥벌레를 돌보냐? 너도 태생이 똥이냐?”

실장맘에 비해서 다소 어려보이는 캣맘도 지지않고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 뒤에는 몇몇명인가의 캣맘과 실장맘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거나 욕을 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 어이 씨바... 똑같은 것들이....여자들 싸움 살벌하네... ”

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던 김씨가 담배를 비벼 끄면서 한마디하고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자 캣맘중 하나가 고개를 획 돌리더니 소리 질렀다.

“ 아저씨, 방금 뭐라고 그랬어요? 뭐 똑같은 것들? 이 아저씨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네 그래 다시한번 말해봐! 뭐라고? ”

그러자 실장맘 하나도 김씨에게 욕을 퍼부었다.

“ 뭐라? 저 배불뚝이가 뭐라는거야 야 너 말 다했나 똑같은것들? 이 무식한 인간아 동물학대가 뭔지나 알아? ”

“ 뭐 그래서 뭐? 이 야심한 밤에 동물 때문에 동네사람들 잠 다 깨워놓고 잘하는 짓이다 그래 어쩔래? ”

화가 난 김씨가 두 아줌마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자 캣맘과 실장맘들이 우르를 김씨를 둘러싸고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때, 김씨가 크게 잘못했다. 저런 억센 여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죽을죄를 지었다.

나는 저런 강인한 아줌마들을 볼 때마다, 모두 군대에 보내서 복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은 정예병이 될 수 있는 배짱과 용기가 있는 자질을 가진 존재들인데 만약 군복무를 한다면 우리사회가 좀 더 차분해지고 국방도 튼튼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여튼 김씨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 부녀회장이 다시 사람들을 뜯어말리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 아저씨는 실장석 전문가니까 해결좀 해보라구요 “
부녀회장이 사무실의 책상을 두드리며 잡아먹을 듯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 무서운 분이다.

“ 예 알겠습니다. 해결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그러자 부녀회장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의 그릇안에 놓여 있던 접대용 실장석용 사탕을 한웅큼 쥐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 회장님 그건 저 실장... “

“ 아저씨 의뢰비는 같은 아파트 사람끼린데 좀 그냥 해줘도 되지요? 아유, 이건 무슨 사탕인데 이렇게 달아.... ”
말만 던지고는 바로 그녀는 사무실을 나갔다.

“ 예 안녕히 가십시오 “

뭐 어쨌든 실장석 같은 여자가 실장석용 사탕을 먹었으니 큰일이야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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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링갈을 수신도를 최대한 높이고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단지의 맨 뒤쪽 오솔길옆 관목숲에서 실장석의 둥지를 발견했다. 링갈이 테치거리는 소리를 잡은 것이다.

“ 여기 있었군.. ”

관목숲을 등산스틱으로 헤치자 골판지의 한면의 색깔이 남아있는 지붕이 보엿다.

골판지상자는 눈에 쉽게 띄니, 어디선가 주워온 찢어진 골판지 한면을 나름 깊게 판 흙구덩이 위에 덮어씌우고 투명한 비닐을 덮어서 나름 방수처리까지 한 둥지였다.
등산 스틱으로 골판지를 톡톡 두드리자

“ 데스우웃? ”

“ 테치치치 ”

어미와 새끼 소리가 들렸다.

“ 데덱! 닝겐인데샤아앗 “
밖으로 나온 어미가 나를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 테칫! 똥닝겐이 온테치 마마 아타치들은 어쩧게 되는테치 ”

“ 닝겐상 제발 살려주시는데스 와타시들은 그저 죽은 듯 살아가고 있는데스 ”

내 앞에 엎드린 어미가 눈을 흘깃 거리며 나를 올려다 보며 열심히 짖어댔다.

“ 똥벌레,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보러 왔다. 대답을 잘하면 해치치지는 않으마 ”

이 성체는 몇개월전에 여기에 정착했고, 새끼 네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엄지와 구더기는 보이지 않았다. 새끼 네 마리중 한마리는 중실장이었다.

“ 엄지나 구더기는 없냐? “

“ 이런 척박한 곳에서 살려면 엄지나 구더기는 방해만 되는데스 그래서 ... ”

“ 먹었단 말이지? ”

‘ 아닌데스 와타시의 몸으로 돌려보낸데스 그렇게 한몸이 된데스 오롤롱 오로롱 “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성체가 변명을 했다. 곧 죽어도 잡아먹었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 이 근처는 너희만 살고 있냐? ”

“ 아닌데스 저기 작은 닝겐들 모여서 노는 곳(어린이집) 뒤에 다른 일가가 살았던 데스. 그런데 밤에 닝겐상들이 주는 푸드를 받으러 자들과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데스. 저기 큰 문쪽 화단에 다른일가가 살고 있고...또...”

그날 새벽의 쥐포일가가 그놈들이었던 모양이었고, 적어도 네 개정도의 일가는 더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파트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꽤나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고급 아파트들이야 얼씬 못하겠지만 이런 서민 아파트에는 빈틈이 많다.

“ 아타치들이 그 일가의 빈집에 쳐들어가서 나머지를 먹었던 테치, 맛있었던 테치 ”

“ 오마에 그따위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마는데스 ”

“ 테챠아아아 ”

어미가 나불거리는 새끼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놈이 집에 남겨두고간 새끼들을 이 일가가 잡아 먹었다는거군... 뭐 그거야 지네 사정이고...

“ 흠.... 그 일가는 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들이 죽여버렸단다. 아마 너희들도 고양이 밥을 노리면 그렇게 될거야 그러니 조심하거라 ”

“ 데에에에 그렇지만 한참 자라는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은 닝겐상들이 주는 푸드만으로는 부족한데스. 냐옹씨들은 밥을 많이 남기는데스. 남은걸 조금 먹는걸 가지고 와타시들을 죽이는건 너무 심한 일인데스 ”
어미가 눈을 힐끗 거리며 내 눈치를 본다. 하긴 캣맘들이 마구 주는 편이긴하지....

“ 그럼 내가 고양이들을 쫒아내고 세레브한 너희들만 인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주마 ”

“ 데엣? 닝겐상 이 조그만 노란색 패트병은 무엇인데스? ”
성체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내게 물었다.

뚜껑을 열어서 냄새를 맡게 하고는, 맛을 조금보게 하자 성체는 똥을 부리릿 싸지르면 뒤로 자빠졌다.

“ 데갸아아아아 와타시의 혀가 마비되고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는데샤아앗 ”
겨우 일어선 성체는 침을 질질 흘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 이건 레몬즙 이라는거야 고양이들은 이 냄새를 무척 싫어하니까 고양이가 다가오면 뿌리거나 고양이 밥그릇에 뿌려 놓으면 고양이가 근처에 오지 않는단다 ”

음식조리에 사용하는 노란색의 조그만 레몬즙 패트병을 하나를 건넸다.
나는 연신 인사하는 성체를 뒤로하고 사무실로 가서는 실장용품사에 전화를 걸었다.

“ 예 그거요. 얼마입니까? 허어 그렇게 비쌉니까? 사장님 중고로 나온 건 좀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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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실장쨩들을 위해서 그런 걸 기증을 다하시고..훈육사라서 실장들을 참 좋아하시나봐요 “
여자는 옆에서 텟츄웅거리며 콘페이토를 입에 퍼넣고 있는 새끼를 쓰다듬으며,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옆의 성체는 다소곳이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예, 저는 사육실장들이 인간과 더불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볼 때 마음이 흐믓하답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놀이터가 있는데 사육실장들은 야외에서 놀만한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 ”

“ 데엣 주인님 그럼 와타시와 자들도 이제 놀이터가 생긴것인데스? ”

" 그래 그렇단다. 고마우셔라 “

우리아파트에도 사육실장들이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7~8 마리는 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출퇴근하면서 목격한 사육실장들만 그렇다. 아마 새끼까지 하면 20마리는 족히 될 것이다. 사육주들과 사육실장이 아파트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데덱거리는 불쾌한 소리와 똥냄새 때문에 실장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들실장이 없다고 해서 마구 풀어서 뛰어놀게 할수 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사육주들이 배변훈련이 안된 새끼들을 같이 데리고 나오면서 똥을 밖에서 싸게하고는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치우지만, 근처에 사람들이 없으면 그냥 슬쩍 똥을 그 자리에 두고가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밤에 산책시키는 사육주들 대부분이 똥을 안치우고 간다. 그러니 주민들은 사육실장을 데리고 어슬렁거리는 사육주들을 보이면 낮이나 밤이나 유심히 관찰하게된다.

어쨌든 내가 옆동에 사는 실장석 애호가로 유명한 박여사에게 기증한 물건은 곧바로 그 들실장 일가가 숨어사는 관목숲 근처의 공터에 설치되었다.

“ 어머, 이게 그 회전우지챠군요. 이런건 가정에 설치할 수 없어서 실장석 카페에나 가야 겨우 보는건데....우리 애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

“ 그러게 말이예요. 우리아기들 산책만 시키고 돌아오면 뭔가 섭섭했는데 이런게 생겼으니 애들이 아주 잘 놀게 생겼어요 ”

폐업한 실장카페에서 가져온 중고 회전 우지챠는 원형으로 고정된 열 개의 구더기 모양의 조형물에 실장석들이 앉은 뒤, 사육주나 어미 몇 마리가 수동으로 돌려주면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서 천천히 회전하게 된다.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장석들이 정말 좋아하는 놀이 기구이지만, 크기가 거의 자동차 반정도 되니까 일반가정에서는 설치하기가 어렵다.

“ 마마 신나는 테치! “

“ 데프프 세레브한 놀이기구에 세레브한 와타시의 자가 앉으니 보기 좋은데스 “

“ 똥닝, 아니 주인사마 좀더 빠르게 돌려주는테치 ”

“‘ 역시 닝겐은 와타시들에게 매로매로되서 저렇게 놀이기구를 돌리는데스 똥노예가 맞는데스 데프프픗 “

‘ 아타치들도 닝겐의 자들처럼 놀고 있는테치 “

“ 오네챠 다음은 오네챠차레인테치 ”

회전우지차가 설치되고 삼일쯤 뒤에 공터에 가보니, 사육주도 없이 동네사육실장들 어미와 새끼까지 근 이십여마리가 다 나와서 회전우지챠를 타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처음 이틀정도는 사육주들이 따라 나왔지만, 그 동안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이제는 사육실장들끼리 놀도록 놔두고 있었다. 간혹 근처를 지나가는 주민들은 웃음을 짓기도 하고 얼굴을 돌리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의 달력을 찾아보았다. 레몬즙을 들실장에게 준지 닷새, 회전우지챠를 설치한지 삼일이 지났다.

“ 슬슬 때가 는데... “

관리사무소로 가보았다. 직원이 사무소 앞의 게시판에 A4용지를 하나 붙이고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

“ 아 요새 희한하게도 고양이들이 잘 안보여서 고양이 밥주는 사람들이 걱정이 많다네요 ”

“ 그래요? ”

“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튼 밥그릇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면서 비워져 있다네. 그래서 캣맘들이 고양이 밥에 시큼한 것을 뿌리는 사람을 찾아달라고 해서 이걸 붙이는겁니다. ”


“ 흠... 그렇군요..고양이는 신냄새를 싫어할텐데 ...“

“ 아이구 몰라 어쨌든 그 인간들 정말 귀찮아. 그래도 붙여달라고 하니 어쩌겟습니까... “
그 종이에는 밤에 고양이밥에 액체같은걸 뿌리는 사람이 보이면 관리사무소에 신고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고양이들은 배가 몹시 고플 것이다. 아마 사오일은 밥을 못 먹었을 것이다. 나는 다시 공터로 돌아갔다.

사육실장들은 집에서 싸가지고온 도시락을 먹고나서 또 회전우지챠 근처에 몰려 있었다. 빙그빙글 돌아가는 회전우지차에는 새끼들이 타고 있었고, 어미들 몇 마리가 같이 돌려주고 있었다. 주위에는 다른 새끼들이 차례를 기다리느라 줄을 얌전히 서 있었다.

“ 테치, 테치, 테치치치치 ”

“ 데스데스데스 “

“ 나탈리 오바상 좀더 쎄게 돌려주시는테치 ”

“ 오마에 조심하는데스 너무 쎄게 돌리면 떨어져서 아야아야하는데스 데프픞 “

“ 마마 마마도 같이 타시는 테치 ”

아.... 시끄럽기 짝이 없구나...
나는 오솔길건너 관목숲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래 있었다. 적록의 크고 작은 눈동자들이 갈망의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실장 일가였다. 눈동자들 숫자를 보니 다른일가들도 새끼들을 데리고 회전우지차를 보러 와 있는 것 같았다. 회전우지챠가 설치된 후 엄청나게 타고 싶었을 것이다. 뭐 밤에 살짝 나와서 탔을수도 있다.

그러나 환한 대낮에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즐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동안 잘도 참았을 것이다. 오솔길을 건너서 관목숲 앞으로 다가갔다.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관목숲의 눈동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 너희들도 맛있는거 먹으면서 저거 타고 싶지? 저기 사육실장놈들은 허약해서 싸움도 못해.... 파우치에는 맛있는 콘페이토가 잔뜩 들어 있지.... 사육실장들은 살도 많이 쪄서 부드럽고, 깨물면 육즙이 자르르 입안에서 흐르지... 저놈들 드레스는 질이 얼마나 좋은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지... 게다가 실장석들은 다 비슷하게 생겨서 옷을 바꿔입으면 어리석은 닝겐들은 잘 모른단다.... 저 사육실장들 주인들은 나중에 여기에 올거야 ”

나는 철물점에서 구해온 못 몇 개를 관목숲 앞에 놓아두고 자리를 떴다. 회전우지챠가 돌고 있는 공터를 지나서 위쪽의 언덕에 올라가서 회전우지챠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점심때쯤이니 산책객들도 거의보이지 않았다. 곧 사육주들이 똥벌레들을 데리러....아니 도시락을 가지고 왔으니 당분간은 안올 것이다.

“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테히이이이잇 마마아아아 ”

“ 데갸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들은 누구인인데스 데뵤오옥 “

“ 탯챠아아아악 ”

“ 치벳! ”

“ 파킨 ”

“ 파킨 ”

“ 데갸아아악 와타시의 자가... 주 주인사마 어디인데스 데벹! ”

“ 죽어라데스 ”

“ 옷과 파우치를 넘기는데스 ”

“ 죽는테치 ”

“ 오늘부터 아타치가 사육실장인테치 ”

“ 데케케에에엑 ”
파우치가 떨어지고 먹고남은 콘페이토가 하늘을 날았다. 분홍색의 실장복이 갈기갈기 찢긴다.

“ 오로롱오롱 데벹! ”

“ 파킨 ”

들실장일가들이 사육실장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다른 일가들이 섞여서 성체가 네 마리 정도고 중실장이 대여섯 마리, 나머지는 십여마리의 자실장들이다.
내가 준 못을 아주 잘 쓰고 있었다. 뭐 곱게 자란 사육실장들이 숫자가 많다한들 맘먹고 달려드는 들실장들을 이길수는 없다.

들실장들은 못을 마구 휘두르고 사정없이 찔러댔다. 이미 몸이 찢어진 사육실장새끼들에게는 들실장 새끼들이 달라붙어서 살을 찢어먹고 있었다. 회전우지챠에서 새끼한마리가 떨어지자 들실장 새끼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배를 찢고 팔다리를 잡아당겨 잘라냈다.

“ 맛나맛나테치 “

“ 데갸아아악 와타시의자를 먹지 말라는데스 죽여버리는데스 데벹! “

들실장 새끼들의 머리를 잡아채던 사육실장 성체하나가 뒷통수에 못이 박혀 쓰러졌다.

“ 오마에들 오늘부터 와타시와 와타시의자들이 사육실장인데스 당장 그 옷을 내놓고 먹이가 되는데스 ”

“ 후르륵 후르륵 ”

사육실장 새끼들의 내장을 삼키며 그 맛에 취한 들실장새끼 하나가 텟츄웅하고 소리를 질렀다

“ 마마..살려 테치 ”

“ 파킨 “

“ 주인사마, 주인사마아아악 덱! ”

“ 파킨 ”

음.. 드디어 저기 오는구나
공터가 일방적인 학살과 생식으로 피와 잘라지고 찢어진 살덩이로 덮혀갈 무렵 강렬한 피냄새에 이끌린 고양이들이 몇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들실장이 밥그릇에 뿌려놓은 레몬즙 때문에 오래동안 굶었을 것이다.

“ 그래 사료보다는 싱싱한 고기가 좋지 ”
언덕에서 나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워물었다.

” 냐옹 ”

“ 데기기! 냐옹씨가 온데스! “

“ 테챠아아아아 “

“ 테갸아아아 ”

큼직한 고양이 한 마리가 사육실장 새끼 한마리를 물고 흔들 때 마다 피와 살이 뿌려졌다.

“ 저리가는데스 죽여버리는데스 ”

“ 데갸아악 ”

“ 데샤아아악 “

고양이들은 사육이든 들이든 가리지 않고 배를 가르고 목을 물었다.

공터 아래쪽에서 몇 명의 여자들이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

“ 생각보다 빠르군..너무 시끄러웠나 ”

나는 재빨리 언덕에 엎드렸다.

“ 뜨아아아악! 이게 무슨... 홀리! 우리 홀리 ! ”

“ 아아악 경찰불러 아니 경비아저씨 ! 우리 리아! ‘

“ 데에엥 주인사마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이..다 죽어버린데스”

“ 나탈리! 아악 ! 이걸어째! 야이 고양이새끼들 ! 똥벌레들 다죽여버린다 ”

“ 파킨 “

“ 이똥벌레들 죽어랏 “

“ 데갸아아악 자들 어서 도망가는데스 “

‘ 테엣 아타치가 이제부터 오마에의 사육실장..테벹! “

“ 뭐라는거야 이 똥벌레가 “

“ 테벳 ”

“ 파킨 ”

“ 데에에 이게 뭐인데스 와타시들은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뿐이었던..데벹 ”

“ 어서 경비아저씨들 불러요! “

“ 107동의 박여사에게 어서 연락해욧! “

“ 파킨 ”

“ 파킨 ”

사육주들이 들실장들 어미 새끼가리지 않고 마구 때리고 발로 밟았다.
그전에 고양이들은 사육실장 새끼들을 하나씩 물고 민첩하게 달아났다. 사육주 하나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고양이가 인간에게 잡힐 리가 있나...

들실장이 다 죽어버릴때쯤 언덕에서 위로 올라갔다. 등산이나 한번하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두시간쯤 뒤에 공터로 내려와보니 공터는 피칠갑이 된 회전우지챠만 남아있고 공터바닥은 찢어진 살조각, 피, 실장석똥과 옷조작들만 남아 있었다.
오솔길건너 관목숲으로 넘어가서 숲안을 살폈다. 그 곳에 살던 실장석의 둥지는 텅 비어 있엇고, 노란색의 더러워진 조그만 패트병만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그 패트병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에 캣맘, 실장맘, 실장사육주들간에 대규모 몸싸움이 관리사무소 앞에서 있었고 그녀들의 남편들까지 나와서 실로 험악한 상황이 벌어져서 급기야는 경찰과 119까지 출동했다.

이제 우리 아파트안에는 길고양이도 없고, 들실장도 없고, 사육실장도 없다. 그날 공터에서 몇 마리 살아남은 사육성체도 대부분 쇼크사했고, 들실장은 관리소직원들과 경비원들이 아파트 단지안을 샅샅이 뒤져서 마지막 한 마리의 엄지와 구더기까지 모조리 박멸했다.

실장사육주들이 캣맘을 단체로 고소하기로 결정한날 캣맘들 중 일부가 이사를 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주민들을 도우려한 것인데..여튼 죄없는 사육실장들이 회생되었기 때문에 집에서 조용히 애도를 표했다.

그러게 부녀회장이 의뢰비를 제대로 주었다면,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진행 했을텐데... 비용을 줄이려다보니.. 역시 싼게 비지떡임은 틀림없다. 물론 회전우지챠는 내가 다시 회수해서 중고나라에 올려놓았다.

개를 집에서 기르는 부녀회장은 나와 마주치면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또 무슨 부탁을 할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어쩐지 겁이나서 가능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편.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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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일을 하나 맡게 되었다.

 시와 동물보호협회에서 관리하는 실장석 생태공원을 페쇄하고, 백화점과 공용주차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공원이 생길 부지가 아니었는데도 동물보호협회와 실장보호협회가 여론전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실장생태공원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들실장들을 모아서 보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내중심가에 가까운 곳에 위치했던 공원은 폭발적인 실장석의 번식으로 인하여 얼마가지 않아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공원에서의 생활에서 밀려난 들실장들이 주택가를 어슬렁거리거나 주택에 침입하여 음식을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 결과 조용하던 주택가는 실장석들의 피와 똥으로 엉망진창이 되었고 골목마다 먹이를 가지고 서로 싸우는 실장석들의 비명과 위협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실장석들이 먹이를 구하는 아침마다, 출근하던 사람들은 담벼락이나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성체나 새끼 실장석들의 너저분해진 사체들을 보아야만 했다.

주택가가 그런 상태니 공원사정이야 말할것도 없었다. 미친 듯이 새끼를 까는 똥벌레들의 특성상 공원은 실장석들로 가득찼고, 한국은 공원근처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협회에서 제공하는 먹이로는 도저히 그것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고, 보호협회의 요구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실장석들 먹이를 지원하는 금액이 시예산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자 시의회와 각종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서 시장을 바꿔버렸다.

지난 4월의 선거로 새로 선출된 시장과 시의회는 전격적으로 공원을 폐쇄하고, 그 부지에 백화점을 지을 예정인 건축회사에 팔기로 결정했고, 그 전에 공원의 실장석들을 박멸하기로 결정했다. 굳이 구제가 아니고 박멸이라는 강력한 용어를 써가면서 실장석들의 도시에서 생활을 종결 짓기로 한 것이다.

물론, 두 개의 보호협회가 즉각 반대하고 나섰으나, 의외로 그 동안 우군이었던 사육실장 사육주들의 강한 압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들실장이 주택가에 난입하자 사육실장들이 남아나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옥같은 공원산책은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나마 동네 골목길이나 집근처를 산책하던 사육실장들은 골목길에 숨어든 들실장의 좋은 먹이가 되었고, 설령 잡아 먹히지 않더라도 체인질링(바꿔치기)의 대상이 되어서 무수히 죽어나갔다. 사육주들이 아예 들실장을 박멸하는 것에 동의를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 이유가 가장 컷다.

“ 우리 실장쨩들이 밖에 나가지를 못해요! 실장쨩들이 자유롭게 공원과 동네를 거닐수 있게 해 주세요! ”
단지 그 이유였다. 물론 상당수의 부유한 사육주들이 공원을 밀어버리고 세워질 백화점근처의 상가주인들이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예전에 몇 번 해본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정기 공원구제 때마다 훈육사들이 불려나가는 일이 흔했다. 공무원이 실장구제업체와 결착해서 다음구제를 위해서 몇 마리를 남겨놓는다던지 하는 것을 방지하고 전문가의 입회하에 청결하고 조용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훈육사들은 입회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시에서 주는 수당이래야 얼마되지 않아서 차라리 샵에 앉아있는 것이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행정관청에 협조한다는 의미로, 내키지 않지만 구제현장에 입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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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그날 공원에 현장에 입회해서 박멸현장을 담당계장과 같이 지휘하시면 됩니다. 이력서하고 통장사본은 펙스로 보내주시고요...”

“ 뭐, 현직들은 다를 거절했을 것이니 나라도 하지 ”

전화를 끊고 나자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지만 오랜만에 공원구제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재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가을이니 공원은 한창 겨울준비로 실장석들이 분주할 시기이다. 추자들까지 합쳐서 그 숫자가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이번에 예고기간을 일주일이나 준 것은 정말 대규모로 구제해서 아에 씨를 말릴 작정인 것 같았다.

들실장이든 사육실장이든 실장석을 대상으로 먹고 살아왓는데 나름 미안한 감이 들었다. 그러나 실장석이 어떤 존재인가? 박멸이 아니라 박멸할아버지가 와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창고에서 오랫만에 나의 피스톤창( *아주 가느다란 쇠파이프로 만든 실장석용 창으로, 끝은 죽창같이 날카롭게 사선으로 컷팅 되어있고 파이프안에는 스프링과 실리콘고무가 장착되고 손잡이는 가로로 만들어져 전체적으로는 T자형으로 생겼는데, 손잡이 쪽에 공기구멍이 있어서 찌르고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누르면 공기가 주입된다. 손바닥을 떼고나면 스프링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공기를 다시 빨아낸다. 마치 내부에 스프링이이 달린 주사기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잡이를 누른채 실장석의 대가리를 찌르고 손바닥을 펴면 실장석은 뇌가 파괴되어 백치가 되고 움직이지 못한다. 피를 거의 보지 않는 아주 깔끔한 살실무기이다)을 손질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 아이구, 실장보호협회 부회장님께서 여기 어쩐일로..”

내가 살고 있는 시의 실장보호협회 부회장인 김여사였다.
뭐 아예 못 볼 사이는 아니다. 내가 학대파도 아니니 실장보호협회임원이 못 찾아올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용건을 들어보니....

“ 아이고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그냥 훈육한번 맡겨 주시지요 ”

자기집에서 키우던 로젠사 출신의 특급사육실장인 타라가 허락도 없이 새끼를 낳았단다. 아무리 말려도

“ 주인사마, 귀여운 와타시의 자를 보시면 마음이 한순간에 달라지실것인데스 “ 라는 말밖에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애호파인데 새끼를 기르는 것도 괜찮을듯 한데...

“ 사육실장은 새끼훈육을 스스로 못하잖아요. 샵에 훈육을 맡기자고 해도 거부를 하고 어제는 하우스 문을 걸어 잠그고 새끼들하고 하루종일 나오지도 않아서 정말 화가나요. 배도 고플텐데 ”

뭐 배가 고플까? 그놈은 하우스 안에 제식구들 푸드나 콘페이토같은 먹을것을 챙겨놓고 그 지랄을 했을 것이다. 실장석은 한끼를 굶으면 동족, 두끼를 굶으면 새끼도 먹는놈들인데 하루종일 굶어? 

“ 요즘 훈육사들은 예전처럼 폭력을 쓰지도 않고 그것은 타라도 알 것인데 왜 그럴까요? ”

“ 자들하고 하루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네요. 출산한지 5일이 지났는데, 새끼들이 벌써 똥을 아무데나 싸지르는데도 타라는 아무것도 안해요. 그저 아직 어리니 양해해주시는 데스. 이말만 한다구요 ”

“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제가 훈육을 한번 할까요? ”

“ 아뇨, 타라가 충격을 받지않고, 새끼들을 그냥... 없애버리거나 버리는 방법이 없을까요? “

등록된 사육실장새끼들을 버린다라...새끼들이야 등록이 안되었으니 슬쩍 버리거나 죽여버리면 되는데 문제는 3년동안 가족처럼 애지중지 길러온 타라가 받을 정신적인 충격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 몇 마린데요? “

“ 아홉 마리요 자실장으로만 ”

“ 많이도 낳았네요 “
뭐 이말은 사족이다. 키우는 동안 얼마나 좋은걸 많이 처먹였을지를 생각하니 아홉 마리는 오히려 적은수 같았다.

“ 알겠습니다. 제가 일단 타라를 만나서 설득을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내일 사무실에 타라를 데리고 오십시오. 새끼들도 같이요 “

“ 그러죠 그런데 제가 의뢰한 것 비밀 보장은 되나요? ‘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 당연하지요. 저는 입이 무겁습니다 “

그녀가 은퇴한 내게 의뢰 하러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직들에게 이걸 부탁하긴 힘들 것이고 은퇴한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사육실장들이 새끼를 가지고 버려지지만 ,그중에 이렇게 새끼들만 없애는 것은 좀 드문일이고 뒤처리가 생각보다 어렵다. 오래기른 사육실장들은 눈치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새끼들이 없어지면 대부분 책임을 사육주에게 미룬다(사실 대부분의 경우 사육주들이 없애버린다) 그래서 반항하고 탈출하고 또 새끼를 낳다가 일가가 다 같이 죽거나 버려진다.

이 여자는 차마 자기손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실장석보호협회임원이 아닌가. 새끼들은 싫지만 타라는 어떻게 하든 살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다음날 타라와 사육주 그리고 새끼들이 사무실을 찾아왓다. 나는 사육주에게 사무실 건너편의 커피숍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커다란 케이지를 열고 링갈을 꺼냈다.

“ 네가 타라구나? ”
온몸이 살로 출렁거리는 듯한 성체 한마리와 아홉 마리의 새끼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케이지 밖으로 나왔다.

“ 안녕하신데스? 와타시는 타라인데스 ”

“ 테에에 처음 보는 늙은 닝겐인 테치 ”

“ 오마에 오마에는 누구인테치? ”

“ 안녕하신테치? “

“ 똥주인은 어디간 테치? 곧 밥 준비를 시키는테치 배고픈 테치 ”

“ 마마 이 닝겐은 똥주인의 노에인테치? ”

“ 운치 싸고 싶은 테치 화장실은 어디인테치? ”

“ 오네챠들 닝겐에게 무례하면 안되는 테치 ”

“ 밥을 내놓는 테치 똥닝겐, 세레브한 푸드가 아니면 용서 안하는테치 ”

양충과 분충이 섞여있구나. 뭐 그런건 상관없고.

“ 타라, 네 자들 조용히 좀 시켜 ”

“ 오마에들 모두 조용하는데스. 그런 발언들은 주인사마에게 누를 끼치는 발언인데스 “

나는 타라에게 부탁했고 타라는 큰소리로 새끼들에게 호령한 뒤, 새끼들을 다시 케이지 안으로 넣었다.

“ 오마에들 여기서 잠시 기다리는데스 ”

“ 잘했다 ”
나는 칭찬을 했지만, 타라는 얼굴을 굳어지며 짖었다.

“ 닝겐상은 훈육사라고 들은 데스. 그런데 와타시와 자들이 훈육사에게 올 이유가 없는데스. 당장 주인사마를 불러주시는데스. 집으로 가는데스 ”

“ 타라 주인 허락없이 자들을 가졌다면서? “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 와타시가 굳이 주인사마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는데스. 와타시와 자들은 주인사마의 가족인데스 “

“ 그럼 주인님의 말을 잘 들어야지. 왜 네 맘대로 자들을 가진거야? 가족이면 가족답게 허락을 구해야지 ”

“ 와타시는 주인사마가 자들을 못가지게 한 이유를 모르는데스. 이렇게도 귀여운 자들인데스 ”

“ 사육실장은 원래 그래. 주인 허락없이 자를 가져서는 안된단다. 너는 훈육받았지만 자들은 그렇지 못하잖아. 게다가 너는 주인님이 자들을 샵으로 보내서 훈육시켜 주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했다면서 ”

“ 닝겐들은 어린닝겐을 낳으면 바로 훈육하는데스? 어린닝겐은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데스. 그런데 와타시의 자들은 태어나면서 닝겐들의 말을 알아듣는데스. 어째서 주인사마는 말도 못 알아듣는 주인사마의 자의 자를 귀여워 하는데스? ”

“ 인간의아기는 너희들보다 좀 늦게 자라서 그래, 대신 너희들보다 오래살지. 그리고 당연히 주인님의 손녀인데 귀여워 하시겠지 안 그러냐?”

“ 와타시들도 가족인데스 그러면 와타시의 자들도 당연히 귀여워 해야되는데스 ”

“ 그러냐...“

타라의 대답을 듣는 순간, 새끼들의 처분을 결정했다. 이놈도 인간의 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그래도 고객의 요청이니 너는 가능한 살려보도록 노력하마....

“ 그럼 우리 귀여운 자실장쨩들을 한번 만나볼까? 맛있는 콘페이토를 주마 “
나는 가죽주머니에서 진짜 콘페이토를 꺼냈다. 타라와 새끼들에게 하나씩 건내자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콘페이토를 입에 털어넣었다.

“ 테엣 이 맛은 똥주인이 주는 싸구려 콘페이토와는 비교가 안되는테치 “

“ 더 내놓는테치 ”

“ 오마에 오마에가 아타치를 섬기도록 허락하는 대신 이것을 더 내놓는테치 ”

“ 똥주인은 가난해서 이런건 못주는테치. 주인을 바꾸는테치 ”

이탈리아산 수제 콘페이토를 맛을 본 새끼들은 뿌리릿하고 똥까지 싸 질렀다.
콘페이토 주머니를 새끼들에게 통째로 던져주자, 아홉 마리는 주머니에 몸을 던져 넣으면 콘페이토를 먹기 시작했다.

“ 테챱테챱 똥주인은 이런게 있다는걸 알려주지도 안테치 테챱테챱 ”

“ 집에 돌아가면 똥주인에게 본때를, 테챱!테챱! 보여주는 테치 ”

“ 가난뱅이 똥주인과는 더 이상 살수 없는테치 ‘

“ 어이 똥닝겐 테챱!테챱! 어서 더 내놓는테치 테챱1테챱!”

타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어 콘페이토를 입에 털어넣자, 데스웅하는 소리를 내더니 양손으로 먹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일가가 콘페이토를 다 먹을때까지 기다렸다

“ 우리 귀여운 실장쨩들 다 먹었으면 내 질문에 대답 좀 해줄래? 그러면 더 맛있는 스테이크를 주지 ”
나는 타라와 새끼들에게 주인에게 요구할 것을 내게 말해주면 그대로 주인에게 전달해 주겠다고 말했다.

“ 똥주인은 아타치들이 납치될까 걱정해서 집안에서 못나가게 하는테치 ”

“ 똥주인은 더 세레브한 새옷을 귀여운 아타치들에게 사주지 않는테치 “

“ 아타치의 세레브한 실장복을 자랑해야 하는데 공원에도 못나가게 하는테치 ”

“ 똥주인은 마법테치카 하우스와 마법봉도 사주지 않는테치 이것은 모욕인 테치 “

“ 똥주인에게 아타치들을 세레브한 실장카에 실어서 공원을 산책할 것을 요구하는테치 ”

“ 주인사마가 자들에게 너무 엄격해서 집안에만 가둬놓고 잇는데스 자들이 답답해 하는데스. 와타시가 보았던 세상을 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스 ”

“ 넌 어떤 세상을 보았는데? ”

“ 데엣? 그 그러니까... 샵에서...친구들.. ”
네까짓게 보긴 뭘봤냐 공장에서 태어나서 샵하고 주인집만 세상의 전부인 놈이.

주인이 납치나 들실장의 공격을 우려해서 밖에 내보내지 않고 있나보다. 어쨌든 새끼들은 싫지만 오랫동안 기른 타라에게 대한 애정은 많아 보였다. 나는 새끼들에게 케이지로 들어가게 한 뒤 타라에게 물었다.

“ 알았다 주인집 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는거지? 내가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해줄까? ”

“ 뭐인데스? 어서 말하는데스 ”
타라의 얼굴이 확 펴졌다.

“ 대신 너희 일가만 알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절대 주인에게 말하면 안되는 거야. 그러면 좋은 구경을 놓칠수도 있어 ”

“ 알겠는데스 ”

잠시 후 김여사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나는 일주일정도 시간을 달라고 하고 그때까지만 그냥 모른 체하고 있으라고 부탁했다.

김여사가 케이지를 들고 나갈 때 케이지 안에서 데프프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피스톤 창을 다시 손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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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이제 한국의 남쪽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선선한 바람과 아직은 강렬한 햇빛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오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동물들을 위해서 잠시 기도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죽기 좋은날이다.

3일전부터 실장생태공원은 이미 불투명 아크릴판과 캔버스 천으로 빈틈없이 둘러져 있었다.
요즘의 구제는 옛날처럼 잔혹하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시청 홈페이지에 구제진행이 공고됨과 동시에 공원은 폐쇄되지만 아마 이미 의회에서 박멸사업이 통과되었음을 주민이든 애호파이든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몰라도 애호파나 보호협회측에서는 평소 공원에서 보아오던 양충들을 선발해서 빼돌렸을 것이다. 뭐 그래도 공원내의 실장석 숫자의 0.1% 도 안될 것이다. 나머지는 오늘 다 죽는다.

공원폐쇄후, 며칠 동안은 구제회사가 공원내를 순찰하며 아크릴장벽의 빈틈이나 땅굴같은 것을 조사해서 막아버린다. 그런 다음 직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카메라와 열감지기, 위석 탐지기가 달린 드론을 낮게 띄워서 실장 석들의 골판지나 땅굴위치를 세세하게 기입하고 지역을 나눈 뒤 일을 할 임시직원들을 모집한다.

실장석 구제회사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공원은 인력투입과 수작업 없이는 넓은 지역의 실장석들을 다 잡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인건비 때문에 구제사업 전체 견적이 매우 높게 나온다. 일반적으로 정직원이 5명 정도의 구제회사는 열배정도의 인원이 되는 임시직을 고용해서 일을 처리한다.

일단 패쇄되고 나면 아크릴판 입구의 사람하나가 드나들만한 조그만 문 이외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다. 구제가 시작되면 구제회사의 직원들이 집게와 마대를 들고 공원곳곳을 누빈다. 때리거나 불을 지르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냥 묵묵히 집게로 마대에 실장석들을 던져넣는다. 마대가 다 차면 입구를 묶은 뒤 그 자리에 던져놓고 다시 빈 마대를 채워나간다,

성체, 새끼, 구더기 가리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다시 드론을 띄워 미처 처리하지 못한 놈들을 찾는다. 그 다음은 매몰이다. 자연에서 유기체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는 일은 뜻밖에도 매우 어렵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도 돼지 열병같은게 발생하면 처리를 고작 땅에 묻어버리는 것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소각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민원이 발생한다.

실장석으로 가득찬 마대를 공원앞에 대기한 트럭적재함에 싣고, 매몰지에 가서 마대입구를 풀고 매몰구덩이에 실장석들을 던져버리면 구제회사직원들의 일은 끝난다.

공원입구에서 나는 오늘, 같이 입회할 시청환경과의 김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계장님 안녕하십니까. ... 뭐 일찍 나오실필 요 없습니다. 초반에 제가 일을 좀 처리해 놓을테니 열시쯤 나오세요. 나중에 청소인력만 좀 맡아주십시오 ”

“ 아 그래 주시겠어요 ? 어제 오랜만에 술을 한잔 했더니 Br Br Br ”

아크릴로 만든 문을 열고 살짝 공원안을 들여다보니 구제회사 직원들과 임시직들이 이미 마대와 집게를 챙겨들고 팀별로 모여서 폰에 전송되어온 공원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 너머 저 낮은 관목들이 심어져 있는 숲속에는 실장석들이 있을 것이다.

그놈들도 이미 공원이 폐쇄될 때부터 구제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골판지 집이나 비상시 이용할 땅굴속에서 몸을 숨기고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단 한마리도 공원길과 중앙 광장쪽에는 보이지 않았다.

임시출입문을 닫고 시계를 보았다. 9시가 좀 넘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구제회사팀장들도 시계를 보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아무나 먼저 와서 지휘하면 시작된다.

“ 안오려나... ”
멍하니 서서 담배를 피워물었을 때, 무엇인가 나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겼다.
뒤를 돌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공원입구에 온 타라일가가 나의 바짓단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놈들 뿐 아니었다. 타라일가 옆에는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사육실장들 수십마리가 모여 있었다. 성체가 열댓마리에 새끼들까지 온 동네의 사육실장일가가 다 출동한 것 같았다. 거의 칠십마리는 될 것 같았다.

게다가 한손에 실장석용 망원경을 든 놈, 작은 돗자리를 든 놈, 콘페이토 주머니를 든놈, 새끼들도 집에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나왔는지 서로 자랑하는 놈, 화려한 옷을 입은 구더기를 든 엄지까지.

“ 타라 이 실장짱들은 다 어디서 왔지? ”

그러자 그 옆의 새끼한마리가 빠르게 대답했다.

“ 마마가 같은 동네 사육실장들도 같이 구경하자고 한 테치 “

“ 아타치도 옆집의 루나쨩에게 같이 오자고 한테치 “

“ 루나의 마마도 온테치 ”
정말 온동네 사육실장들은 다 왔구나

“ 너희들 주인님이 허락한거야? ”

“ 똥주인 따위는 우리가 간단히 속이는데스. 와타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집에서 나올 수 있는데스 ”

“ 어이 오마에, 오마에가 세레브한 와타시들에게, 들실장이 맞아죽는걸 구경시켜준다고 약속한데스? ”
분홍색 옷을 입은 성체한마리가 내게 물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해서 우물거리고 있었는데, 타라의 새끼들중 하나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 오바상 이 늙은 똥닝겐이 오늘 공원에서 들실장들이 다 맞아죽는 것을 와서 구경하라고 한테치 ”
동네 사육실장들의 커뮤니티에 타라가 내가 한말을 흘린 것 같았다.

“ 데프프프 열라 재밋을 것 같은데스 ”

“ 어서 시작하는데스 ”

“ 마마 들실장은 어떻게 생긴테치? “

“ 더럽고 천박한데스 세레브한 오마에들과는 다른데스 “

“ 오늘 들실장들이 비참하게 죽는걸 자세히 관람하는데스 ”

“ 몰리상, 와타시는 콘페이토와 극상의 스시를 도시락으로 가져온데스 ”

“ 어서 어서 들여보네주는테치 ”

나는 공원의 격막을 살짝 들쳐보았다. 안에는 구제회사직원들이 마대자루와 집게들을 챙기고 있었다. 흠... 시청에서 공무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문을 다시 닫고는 사육 실장석들에게 말했다.

“ 그런데 타라, 지금까지 너희들 어디서 기다린거야? “

“ 공원옆의 담벼락에 해씨가 뜨기 전부터 모여서 오마에를 기다리고 있었던 데스”
공원입구옆의 조그만 골목길 담벼락에 모여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실장석이 맘만 먹으면 주인몰래 집을 빠져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애호파 주인들이라면.

그런데 타라일가만 초대했는데 동네 사육실장들이 다 기어나오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아니 실장석들의 주딩이가 가벼운걸 생각하면 글쎄 아예 몰랐었다고 하면 또 양심이 아려오겠지. 뭐 여튼...

“ 자 이건 세레브하고 특별한 실장짱들만 구경할 수 있는 들실장 살해 축제야. 그런데 구경은 여기서는 안된단다. 위험하거든 그러니 너희들은 저기 공원안의 가운데에 있는 숲속에 숨어서 봐야된다 저기 보이지? 저기 ”

나는 문을 열고 공원의 가운데쪽 숲속을 가리켰다. 저 멀리 보이는 공원안의 사람들은 아직 담당구역을 확인하고 있었다.

“ 가는데스 ”

" 늙은 똥닝겐은 이제 꺼지는 테치 "

“ 마마 어서가서 좋은 자리잡는테치 ”

“ 오마에들 서두르는데스 ”

“ 자들 어서 뛰는데스 쥴리아상 일가보다 더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스 ”

내가 비켜서자 사육실장들은 데스데스 테치테치 거리며 우르르 공원안의 숲속으로 몰려들어갔다. 갑자기 입구쪽이 시끄러워지자 사람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놀란 나머지, 사육실장 칠십여마리가 옆을 지나쳐 숲속으로 달려가는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팀장 하나가 나를 불렀다.

“ 엇 저것들이 어디서 온 거야. 아저씨! 아저씨가 저놈들 데리고 온거요? 저놈들 사육실장들인데, 어디서 온 것들입니까? ”

나는 팀장을 바라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 아니오 나는 모르는 놈들인데요. 처음 봅니다. 버려진 놈들인가? ”

그러자 팀장이
“ 어허 이거 큰일이네 사육실장이 섞여들어가면... 김계장에게 전화한번 해보께요”
말하며 휴대폰을 들었다.

“ 뭐 그럴필요 있나? 사육주없이 공원에 나온놈들 인데 버린거나 마찬가지 잖아. 게약은 오늘 하루 아니오? 일이 지체되면 당신들이나 나나 오늘 일당 날릴걸.. 우리만 모른체하면 되잖아 그냥해 “

“ 아 씨바 빨리하자고요 ”

“ 벌써 예정시간이 30분 지났다고 ”

사람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인력사무소에서 온 사람들이다. 하루 일당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 어엇 구제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저놈들 난리네 ”
팀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육실장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들어간 들어간 숲속에서 낮은 관목들이 흔들리고, 짖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비는 소리, 무엇인가를 찢는 소리, 테챱거리는 불쾌한 소리, 처절한 비명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데뎃 “

“ 데갸아아아아아아 “

“ 테테텟치아아아아 ”

“ 데갸아아아아아아악 ”

“ 데데데슥데스 데갸아아아아 “

“ 데갸라라락 데갸아아아아 “

“ 테챠아아아아아 테테텟 ”

“ 뭐 이미 늦었네 시작합시다 ”
나는 링갈을 스위치를 꺼버렸다. 구제회사직원들이야 뭐 링갈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팀장이 신호를 보내자 사람들이 마대와 집게를 들고 일제히 숲쪽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 데갸아아아아 ”라고 힘차게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공원중앙의 숲속으로 먼저 뛰어가 보았다. 근 70여마리에 달하던 사육실장들의 자취는 찾아 볼수가 없었다. 피와 살덩이, 엄청난 양의 똥, 그리고 형체가 불분명한 너덜너덜한 사체 몇구가 흩어져 있었다. 나머지는 아마도 다 먹혀버렸을 것이다. 찢어진 실장복 옷자락, 부숴진망원경, 전자충격기 푸드, 콘페이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 역시 먹을때는 아주 빠른 놈들이야, 거의 피라냐 수준이군 “

나는 사육실장들의 잔해와 옷가지 그리고 다른 물건들을 마대에 집어넣기 시작햇다. 깨끗하게 해놔야 남아있는증거가 줄어들겠지.

숲의 가장자리 쪽으로 걸어가자 독라의 성체가 하나 피를 뒤집어쓰고 넘어져 있었다. 용케 먹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한쪽 팔이 찢겨져 나갔고, 귀도 양쪽이 없었다. 피스톤 창으로 독라의 몸을 뒤집었다.

“ 오 타라구나..”
아마 들실장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가장자리쪽으로 도망가다가 공격당한 것 같았다.

타라는 한쪽눈이 없어져 있었다. 배를 발로 누르자, 타라가 한쪽눈을 떴다.
잠시 동안 나를 쳐다보던 타라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링갈을 켜볼까.

“ 오마에! 이 똥닝겐 쳐 죽여버리는데스. 와타시의 자들과 친구들, 친구들의 자가 모두 먹혀버린데스 ”

“ 왜 구경할 시간이 없더냐? ”

“ 이 똥닝겐 와타시를 속인데스 ”

“ 너희들도 인간을 속였잖아 너희들도 속이는데 인간들은 왜 속이면 안되지? ”

“ 데갸아아아 ”

타라는 남은 한쪽 손을 발버둥치며 휘둘렀다. 피바다 속에 알몸의 흉칙한 덩어리가 버둥거리는 모습은 아주 보기 불편했다.

“ 편하게 해주마 ”
오른쪽 발로 타라의 가슴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피스톤창을 타라의 머리 가운데쯤 찔러넣고 손바닥을 폈다. 나의 눈을 바라보던 타라의 눈이 조금 탁해지면서 생기를 잃어갔다. 완전 백치는 되지 않았지만 인지기능의 일부분이 마비된 것 같았다.

이미 공원은 실장석들의 비명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피비린내와 똥냄새는 훨씬 덜했다. 구제는 조용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은 다섯시가 조금 못되어 끝났다. 그때까지 드론수색이 두 번인가 더 있었고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실장석들은 다시 은신처에서 끌려 나와서 마대안으로 들어갔다.

구제회사직원들이 트럭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제 그들은 매몰지로 갈 것이다.
10여대가 넘는 트럭의 짐칸에 가득실린 마대자루들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두툼한 타라의 목덜미를 붙잡고 차 트렁크에서 꺼낸뒤, 공원을 나와서 주택가 쪽으로 걸어나갔다. 여전히 타라는 가끔 데에에 데에에하는 소리만내고 있었다. 그녀의 총구는 이미 완전히 탄력을 잃은 채로 똥을 조금씩 거리에 뿌리고 있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주택가는 한적했다. 나는 타라를 어느 골목길에 내려놓았다.

“ 네가 살지 못할지는 운명이 결정할거야. 그러나 여긴 길고양이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니 두 다리가 성할 때 이 골목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을거야 “
타라는 골목길에 멍청하게 서 있었다. 나는 타라의 앞에 서서 눈을 쳐다보았다. 눈은 이미 많이 탁해져 있었다. 하나둘 켜지는 가로등의 불빛 속에서도 그 탁함은 오히려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 자 어서 가보거라 ”

내가 골목길을 빠져나와서 돌아보자 그때까지도 타라는 우두커니 가로등밑에 서 있을 뿐이었다..

구제회사의 팀장은 서너명 정도의 사육주들에게 사육실장들이 공원에 오지 않았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보지 못했다는 말에 사육주들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그런 것이다. 허세를 위한 사육실장은 또 사면 그만이다.

나 역시, 보호협회부회장의 호들갑스러운 전화를 받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밖에는 할 수 없었다. 다만 전화말미에 부회장 김여사의 안도감과 안타까운 감정이 섞인 말을 들었을 뿐이다.

“ 주인말을 안 듣더니 기어코 ... 어휴... 여튼 어디 갔는지는 모르시죠? ‘

“ 모르긴 해도, 타라는 거기 없었습니다 ”

“ 알겠어요. 수고 하셨어요 ”

그 여자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모르는 일이다.
약간의 거짓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뭐 인간도 실장석도 어차피 다들 황혼녁의 어둠속에 서있는 것이다. 시간차만 있을 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라짐의 앞에서 거짓이든 사실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사라지는 실장석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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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rewell, My loverly

가끔씩 누군가가 나의 뒤를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한적한 골목길에서, 밤깊은 거리를 지나노라면 뒤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물론 탁아기회를 노리는 똥벌레들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것이 인간일수도 있다.

요 며칠 늦게 퇴근하노라면 유난히 그런 느낌이 강해질 때가 있었다. 뭐 물론 손님이 드문드문하니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뉴스검색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걸로 보내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날도 나는 담배냄새로 찌든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비벼끄고 의자에 앉았다.

와우! 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손님은 삼대구년만이다. 긴 생머리에 쫄깃한 검은 레깅스와 자켓을 걸친 젊은 여성은 가볍게 미소를 띄고 소파쪽으로 향했다. 이런 여자가 이런 낡고 후즐그레한 동네에 나타나다니... 소파에 앉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입주민을 괴롭히던 뻔뻔스런 뚱뚱이 아줌마들과 입만 살아있고 나머지는 다 죽어버린 할망구들로 혼탁해졌던 머릿속이 단번에 맑아지고 시력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양말이라도 신고 있을걸... 나는 맨발에 슬리퍼를 감추기 위하여 황급히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 어떻게 오셨는지요 ? ”

그래도 나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프로답게 보이기 위해서 목소리의 톤을 좀 낮췄다. 저렇게나 작고 하얀 얼굴에, 저렇게나 큰 눈과 오똑한 코, 그리고 싱그러운 입술이 다 자리를 잡을수 있다니. 오늘부터는 신을 찬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뭐라고요? 실장석을 돌려달라고요? ”
이 여자가 판매자였구나.

네요년(네요버)의 실장나라는 실장석과 실장관련 용품으로 중고와 신품이 활발하게 거래되는곳이다. 물론 실장석 개체도 거래된다. 애완용, 학대용, 식용등 실장석과 관련된 모든 것이 거래되는 가장 크고 유명한 사이트이다.
비록 은퇴는 했어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가끔씩 훓어보는 사이트인데 어느날, 특이한 판매광고를 보았다.

[ 수제 식용실장석 판매함. 쿠키처럼 부드럽고 바삭합니다.]

학대용이나 애완용이야 일반인들이 다 알겠지만 식용은 이런 사이트에는 판매글을 올려서 팔지 않는다. 게다가 쿠키처럼 바삭한 식용 실장석은, 주식회사 실림이라는 곳에서 이미 독점 판매하고 있었다. 먹을때 거부감이 없도록 실장석의 대가리를 자르고,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흑설탕 시럽에 푹 절인 뒤, 동결건조시켜서 만들어진, 실림의 실장석은 팔이나 다리를 베어물면 마치 쿠키처럼 부숴지고 달콤하다.

쿠키실장석은 어린이와 노인들의 간식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서 이런류의 식용실장석을 수제로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지만 판매자가 예전에 올린 글을 보니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주일정도의 시차를 두고 계속 판매되고 있었고 구매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판매글이 올라오면 당일로 팔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 구매원함 쪽지보냈음. TR, 부먹짱 ”

항상 이런 댓글이 하나씩 달려있었다. 가격도 실림의 세배 정도인 성체 한마리당 3만원이다. 아무리 수제품이지만, 똥벌레 사육은 너무나 쉬워서 비쌀 필요가 없는데도 잘 팔리는걸 보니 무엇인가 특별하고 맛이 좋을 것 같아서 나도 하나 구입하기로 했는데, 막상 판매자의 전번으로 구매하겠다는 연락을 보내도 답이 없었다.

몇 번이나 문자를 보내도 판매자가 답이 없어서, 판매글에 달린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보니, “ 구매원함 쪽지보냈음. TR, ” 이라는 문장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 부먹짱이라는 단어는 공통적이지 않았다. 하이루, 공영주차장등 몇 개의 다른 단어들이 달려 있었는데, 부먹짱, 하이루, 공영주차장은 1~2주 간격을 두고 사용되고 있었다.
동일한 인물이 번갈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 구매원함 쪽지보냈음 TR, 부먹짱 ”을 댓글로 쓰고, 쪽지로 부먹짱, 그리고 내 사무실 주소를 보내 보았더니 뜻밖에도 이틀전에 성체 한 마리가 배송되어 왔다.

집에서 야식거리로 할려고 가져가서 풀어보았더니, 아주 꼼꼼하고 섬세하게 포장된 택배박스안에서 나온 실장석은 독라상태였는데, 겉으로는 독라인 다른 식용실장석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게도 “데게게게” “데프프프”하는 의미없는 소리와 웃음만이 이놈이 내는 소리의 전부였다.

식용실장석이라도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키우면서 사육실장이 된다고 주입받았기 때문에 적당히 올려져서 배송되고, 그런 놈을 놀리며 살을 뜯는게 식용실장석 구입의 가장 큰 즐거움인데 이놈은 달랐다.

게다가 잘 걷지도 못해서 상자를 열었을 때부터 상자속에 누워 있었고 더욱 놀란 것은 강철도 소화시킬 것 같은 식탐의 화신인 실장석이 무엇을 가져다 주어도 절대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분대는 제거되었겠지만 그것이 제거되어도 실장석은 일단 먹고본다.

정말 이상한 놈이었다. 훈육사 시절에도 이런 놈은 보지 못했다. 눈은 풀렸고, 침을 흘리고 하루종일 잠만자는 실장석. 쿠키실장석과 같은 종류지만 도저히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상자를 열고 활성제를 주입하면 머리를 자르고 다듬어진 놈이 아닌이상 “ 이 똥노예” 나 “ 똥닝겐” 따위의 소리가 링갈에 번역되어 나왔어야 했다.

수제로 만들었다고 했으니 아마 학대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 위석이 붕괴상태거나 죽기직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걸 팔다니... 환불해 버릴까하고 생각중 이었다. 그래서 골판지안에 처넣고는 물만 한그릇 남겨두고 집의 베란다에 상자째 던져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판매자를 보는 순간 그깟 3만원은 안 받아도 될 것 같았다. 이런 여자에게 감히 환불을 받다니..

“ 왜 실장석을 돌려달라는 거지요? “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 죄송해요 제가 불량품을 보냈어요. 식용하고 집에서 기르는 학대용하고 헷갈렸어요. 그대로 돌려주시면 환불해 드릴께요 ”

“ 그럼 전화로 환불요청을 하시지 굳이 이렇게...(조쿠로!)...직접 오시고 ”

“ 제가 너무 죄송해서요 ”

“ 안타깝게도 그 녀석은 상태가 안 좋아서 입에도 안대고 보건소에 가서 소각처분했습니다. 보건소에서 발행한 서류하고 보여드릴까요? ”

“ 네 보건소에요? ”
여자가 놀라서 되물었다.

“ 네, 거기 데려가면 절차를 밟은 뒤 소각해 버리지요 , 저는 피를 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도 실장업계관련종사잔데요, 보기보단 피를 안좋아하고.... “

“ 알았어요. ”

이런... 아쉬워라.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 갑자기 얼굴이 밝아지더니, 안받는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돈을 내게 돌려주고는 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조금만 더 있다가지... 나 같으면 어느 보건소인지, 언제 처분했는지, 서류는 있는지를 물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서류 따위는 없다. 어느 보건소가 사육도 아닌 식용 똥벌레를 소각하는데 복잡한 서류를 발행한단 말인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여자는 다 좋았다 머리만 빼고.
정말 아쉽게 여자가 떠난 뒤,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베란다에 놓아둔 실장석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사무실 뒤의 주차장에는 나만큼 늙어가는, 나의 머스탱이 얌전히 서 있었다. 그 녀석의 날씬한 차체와 솟아오른 차의 뒷모습은 좀전의 그 여자를 연상케 했다. 리모컨을 누르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 어이 훈육사 양반, 약속 안지키나? ”

내 사무실 건물 4층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최사장이었다. 그는 손에 집게를 들고 서 있었다.

그렇지, 잊고 있었다. 요새 주차장에 출몰하는 똥벌레 일가를 잡아주기로 약속했었다. 이 일가는 어찌된 일인지 주차된 차의 운전석 손잡이에만 똥을 바르고 다녔다. 건물에 입주한 여러사람들이 당했었다. 실장석들이 사람들하고 같이 살아가니 똑똑해진 것일까? 사람들이 차를 탈려다 당황한 사이에 탁아를 하려는 것 같았다.

사무실 건물은 4층인데 뒤쪽에 의외로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20여대 정도는 충분히 주차가 가능했다. 그런데 주차장 뒤는 제법 깨끗한 개천이 흐르고 풀숲이 무성했기 때문에 그 개천변을 따라서 들실장들이 살고 있었다. 중소도시인 만큼 환경이 좋지만 그만큼 실장석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놈들도 개천풀숲에 사는 놈들일 것이다.

“ 직접 잡으시려고요? “

“ 자네가 안잡아주니 직접 나섰는데, 이놈들이 저쪽 개천에서 망을 보다가 나만 나오면 숨어버리니.... 풀숲에 들어가려니 똥천지고.. ”
사람들이 실장석을 못잡는 건 아니다. 잡을 때 더럽고, 잡고난 후 처치가 지저분하니 안잡는 것 뿐이다. 쥐잡는 것 보다 백만배는 쉽다.

시계를 보니 오전 열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 여자는 내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 온 것이었다. 출근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며칠 전부터 퇴근할 때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도 그 여자였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스토킹은 당할만한 것이다. 나는 지난 십오년간 똥벌레들을 스토킹하며 살아왔으니 말이다.

“ 지금 당장 잡아드리지요 ”
 이런 놈들이야 한시간이면 된다. 나는 건물맞은편에 있는 철물점에서 악어대가리 같이 생긴 쥐덫을 다섯 개 샀다. 다시 맞은편 편의점에 가서 천하장사 소시지 여섯 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쥐덫을 놓을 위치를 찾았다.

“ 최씨가 저기 있으니 최씨차와 내차는 안되고 ..”

개천에 가까운 곳에 3층의 이씨 차가 보였다. 하얀색 세단인데 아마 지난달에 뽑았을 것이다. 무사고를 위한 고사 지낼 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차같은 은폐물이 있어야 이놈들도 움직인다.

이씨차 옆에 앉아서 운전석에 가장 가까운 땅에다 쥐덫5개를 나란히 내려놓고 천하장사를 하나씩 끼웠다. 그리고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개천쪽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 아이씨발, 이 스테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 ”

“ 스테이크! ”

“ 스테이크! ”

다시 스테이크를 크게 외치고는 똥벌레들이 있을만한곳 중에서 한군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가만히 쳐다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주위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다.

개천쪽에서 풀이 흔들리더니 다섯 마리의 실장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놈들은 이미 주차장을 숨어서 관찰하다가 스테이크 소리에 몸을 드러낸 것이다.

쥐덫 옆에서 남은 천하장사 하나를 꺼내서 입에 넣고는 소리를 크게 내었다.

“ 데챱데챱 ”

“ 데챱데챱 ”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일부러 큰소리로 실장석 음식먹는 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그래도 일부러 크게 소리를 내었다. 입에서 천하장사 조각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자기차 옆에 앉아서 지켜보던, 최씨가 나를 쳐다보며 입을 막고 웃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똥벌레 잡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똥벌레 일가가 무어라고 짖기 시작했다. 링갈을 켰다.

“ 데뎃! 저 늙은 똥닝겐이 먹는걸 보는데스우 저것이 스테이크라는 것인데스우 ”

“ 마마 오늘은 부르릉 대신 저 닝겐에 똥을 발라 노예로 만드는 텟치 ”

“ 아닌테치 저 스테이크부터 먹는 텟치 ”

“ 마마 저길 보는테치, 닝겐이 아타치들을 위해서 벌써 준비해 놓은테치 ”

“ 빨리 가는데스 ”

“데스데스 테치테치 ”
놈들이 앞뒤 안돌아보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일가가 가까이오자 나는 뒤로 몇발 물러섰다.

“ 똥닝겐, 오마에가 바친 것을 와타시들이 먹어주는데스. 어서 꺼지는데스 ”

성체가 먼저 쥐덫의 천하장사에 달려들었다

“ 철컥! 딱! 데벹! ”

“ 똥마마는 세레브하지않으니 저리된 테치 아타치가 남김없이 철컥! 딱! 테벹! ”

“ 오네챠는 아닌테치, 아타치가 더 세레브 철컥! 딱! 테벹 ”

“ 남은 것은 다 아타치것인테 철컥! 딱! 테벹! ”

철컥소리가 네번 나고, 네 마리가 순서대로 죽었다. 실장석 잡기는 이렇게 쉽다.

일가를 살펴보니, 입에서는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오고 목이 악어모양의 이빨에 눌려서 새끼들은 목이 거의 끊어지고, 성체는 얇다란 가죽 한 장으로 목이 붙어 있었다.

즉시 숨이 끊어졌는데도, 여전히 네 마리의 사타구니에서는 여전히 뿌리릿 거리며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똥이 밀려나오고 있었다. 목이 걸리는 순간에 싸지른 똥은 이씨 차 운전석문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씨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차문 손잡이에 똥이 묻어있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새끼 한마리는 그나마 이성이 좀 있는지 중간에 멈춰서서 똥을 지리며 떨고 있었다.

“ 야, 이놈들 정말 약먹고 살아가는 놈들일세. 쥐덫인지 뭔지 상관없이 달려드네 ”
최씨가 낄낄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이놈들은 약먹은 놈들같이 살지.
약이라...약이라...

” 사장님 뒤처리는 알아서 하십시오. 전 좀 바빠서 “
나는 내차로 달려갔다. 뒤에서 최씨가 나에게 소리쳤다.

“ 그래 남은 한 마리는 우리집 고양이 밥으로 줘도 되지? ”

“ 예 먼저 씻기시고요, 똥도 빼고요 ”

시동을 걸고 빠르게 출발했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판지안에 놓아두었던 그릇의 물은 이미 그놈이 다 마셔버렸는지 텅 비어있었다.

“ 예쁜 아가씨가 왜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기다렸는지 알려달라구 ”
힘없이 누워있는 놈의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그놈이 눈을 뜨더니 갑자기 소리 질렀다

“ 히히익 옹잉엔. 어허 어허 어허 주는헤스 ”
놈은 몸을 갑자기 뒤틀면서 입에서 발음이 불분명한 소리를 내었다. 혀도 마비가 된 것 같았다. 원래 똥벌레는 사람으로 치면 눈동자에서  까만색 부분이 없기 때문에 매우 공허해 보이는 얼굴인데 이놈은 더욱 그렇다.

“ 뭘 줄까? ”

“ 어허 어허 데프프프프 ”

나는 놈의 몸뚱이를 자세히 살피며 손가락으로 몸뚱이를 꾹꾹눌러보았다. 발가벗은 몸은 딱딱하고, 지나치게 희다.

“ 이런 놈을 팔고 또 사는것일까? ”
총구도 정상이고, 위석도 있었다. 똥벌레들이 운치굴에서 키우는 백치자판기는 이런류의 소리는 내지 않기 때문에 백치는 아니다. 학대가 너무 심했나.. 그 예쁜 여자가 지구최강의 똥벌레를 이렇게 만들다니, 그녀는 정말 대단한 학대의 숨은달인일지도 모른다.
한참을 몸을 뒤척이던 놈이 갑자기 또 소리를 질렀다.

“ 혼헤이토, 혼헤이토 어허 어허 데스 ”

“ 흐히, 흐히 ”
링갈이 이상하다. 아마 스시라고 했겠지.
더 이상은 소통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며칠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날 밤 그놈은 “ 데갸아아 ” 소리를 시작으로
“ 데갹데갹 오로롱 오롱 데샤앗 ” 소리를 밤새도록 질러댔기 때문이었다.
옆집에서 항의가 올까 두려워 골판지채로 들어다가 드럼세탁기 안에 넣어놓고는  다시 잠이 들었고 밤새도록 얼굴이 없는 여자가 나를 따라다니는 꿈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나자 세탁기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골판지를 꺼내고 놈의 상태를 살폈다. 놀랍게도 놈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온몸에 피부스럼이 있었는데, 아마 밤새도록 고통으로 스스로 몸을 긁어댄 것 같았다.

“ 뭐야 피부병인가, 죽었나? ”

놈의 몸을 건드리자 희미하게 “데에에에 ” 하는 소리를 냈다.

훈육사로 실장석들 학대나 질병은 지겹도록 보아왔지만 이런건 처음이다.
거의 정신을 잃어가는 놈을 쳐다보다가 놈의 뭉툭한 손 중에서 비교적 깨끗한 쪽을 잡고는 코를 살짝 대어보았다. 실장취도 없었다. 이런것이 계속 팔렸다면 실제로 먹고 아무일이 없었기 때문에 팔렸을 것이다.

허리를 굽혀 놈의 손을 혀로 살짝 핧아보았다. 살짝 쓴 맛이 혀를 타고 뇌속으로 올라왔다. 분명히 실림의 쿠키실장석같은 종류는 아니었다. 쿠키실장석은 매우 달다.

“ 약간 씁쓰레하군... 그런데 이맛은... 분명히 안면이 있는데.... 뭐였더라. 도대체 뭐였지? “

한약같은 쓴맛은 아니었다. 그 독특한 쓴맛. 그 맛은 분명히 어디선가 느껴본 맛이었다.
어디더라. 어디서...
혀끝에서 올라온 그 느낌이 즉시 대뇌로 올라가서 기억의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서 창고에서 같은 놈을 골라내보라구.

마치 줄위의 광대처럼 창고의 문이 열릴듯 안열릴듯 흔들렸다.
뭐더라..그거...그거

거실에서 담배를 물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TV를 틀었다.
티브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정부는.... 다음 소식입니다.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어쩌고 저저고,
경찰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
요즘 인기있는 신인앵커가 화면에 보였다. 그녀가 뭐더라 뭐더라를 반복하고 있었다.

경찰은 ..경찰은 ....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스치고 지나갔다. 차고가 열렸고 하나의 맛이 튀어나온다
그래 그맛 이었지.. 그래 그거야...기억이 나는군.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것은 분명히 분말 필로폰의 맛이었다.


원래 삶이란 이런 것이다. 항상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닥쳐온다.
필로폰이라 ..복잡한 일을 하기 싫어서 재미가 있을것 같았던 똥벌레사업을 시작했고 돈도 좀 벌었지만 애완동물산업이 그렇듯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일은 복잡해진다. 개도 그냥 개같이 길러서 팔고, 개같이 키울 때가 단순하고 재미가 있지만, 개를 사람같이 키우게 되면 새로운 법도 생겨나고 복잡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똥벌레라고 다를까...

어떤 큰 사건에 연루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이것도 인생짬이 이제는 찰대로 찬덕분이리라.

나의 경험상 이럴 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상의 길이다.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일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제가 알아서 내게 다가온다.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일단 이놈을 돌보기로 했다.
약기운을 빼기 위해서 놈에게 엄청난 양의 물을 먹였다. 먼저 위석을 빼서 박코스에 담궈두고 욕실의 수도꼭지에 놈의 입을 고정하고 물을 총구로 계속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버둥거렸지만 나중에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전기밥솥안에 놈을 넣고는 이십분씩 가열하고 이십분 쉬는 식으로 삼십여회를 반복해서 놈의 땀과 체액을 빼낼만큼 빼내고 수조에 던져놓았다. 똥벌레의 몸뚱이가 전과 비교해서 60% 정도로 줄어들고 수분이 빠져나간 몸은 비쩍 말라있었다.. 마지막으로 욕실을 왁스로 깨끗이 청소했다
그놈이 흘린 땀만큼 나의 땀도 흘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괜한 객기를 부려 그 여자에게 거짓말을 했으니까.

하루가 지나서 수조를 들여다보니 정신을 좀 차린 똥벌레는 온몸이 짓물러진채 다시 뭉퉁한 손으로 제 몸을 긁고 있었다. 저 손으로는 제대로 긁지도 못할 것인데.... 여튼 생명력 하나는 불가사의하게 강한 놈이다

“ 이봐 똥벌레 ”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몸을 긁어대다가 지쳐 수조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놈을 불렀다.

“ 데에에에 오마에는 왜 와타시를 똥벌레라 부르는데스? ”

“ 똥벌레니까 “

” 닥치는데스 와타시는 달고 흰가루만 먹고 자란 고귀한 실장석인데스 “

(설탕과 같이 섞어서 먹였구나...뭐 사카린이겠지 아니면 물엿이나)

그 맛은 단맛이 아니다. 예전에 김실장과 판매용 실장석 도난사건 때문에 경찰서를 들락거리다가 친분을 쌓은 형사에게 부탁해서 맛을 본 적이 있다.

”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길 해주면 나보다 훨씬 부자고 젊고 멋진 주인밑에서 사육실장을 시켜주마 “

” 데에엣 필요없는데스 어서 우마우마한 흰가루를 주는데스. 와타시 배가 고픈데스 ...데에에 “

똥벌레는 두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역시 마약은 마약인가 보다 사육실장이란 똥벌레의 본능이 알려주는 최고의 소원인데 그것을 거부할 정도니... 게다가 원래 실장석의 눈은 적록으로 상당히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는데 이놈의 양눈은 상당히 흐려져 있다.

” 좋아 네가 이야기를 다하고 나면 그 가루를 주지...지금은 이거라도 먹어 “
나는 빙그레 웃으며 수제 콘페이토를 건냈다.

” 데뎃! 데챱데챱데챱, 오늘은 데챱데챱 이정도로 데챱데챱 봐주는데스 “

놈은 수조바닥에 떨어진 콘페이토를 더러운 소리를 내며 걸신들린 듯이 먹어치웠다. 약기운을 씻어낸 것이 반자절 정도니 달콤한 것이라도 주지 않으면 사람처럼 금단현상이 다시 올 것이다.

” 와타시는 오마에같은 가난뱅이 똥닝겐은 상상할수도 없는 크고 화려한 하우스에서 태어났던데스 마마와 자매들도 많았던 데스 수많은 똥벌레들을 하인으로 부리며 살았던데스 “
놈은 입과 손에 콘페이토의 끈적한 용액을 묻힌채로 말하기 시작했다.

(흠.. 식용실장석 공장출신이군... 태교를 동화로 많이 하니까)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일반적으로 식용실장석 공장은 태교를 공주이야기나 세레브 사육실장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그 바보같은 동화를 듣고서 기대감으로 어미의 배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 똥닝겐 무슨 생각하는데스? 미천한 똥닝겐 주제에 와타시의 말을 흘려듣는데스? 집중하는데스“

” 아..아냐 어서 말해봐 열심히 들을께 “

” 어느날 와타시는 오마에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핸섬하고 착한 왕자님께 시집을 갔던데스. 물론 수많은 하인들도 같이 데려간데스 “

( 흠 누군가 도매로 공장에서 직접 구매했군. 여러손을 거치면 말이 날 수 있으니까..그리고 남자 동업자가 하나있군 )

“ 그런데 이 아름다운 와타시를, 똥왕자는 두 번째 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데스 오로롱 오롱 ”

( 인간여자가 있었다는 말이군..그 여자겠지... )

“ 왕자님의 집에는 추하게 생긴 마녀암컷 닝겐이 있었던 데스..오로롱 오로롱 . 와타시는 비련의 주인공인데스 오로롱 오로롱 데끄윽”

( 그 때 그 여자일까? 남자와 둘이서 이 일을 하고 있는것일까? )

“ 못생긴 암컷닝겐은 아름다운 와타시와 하녀들을 질투하여 땅속의 큰방에 가두고 우마우마한 가루들을 매일 먹인데스 그렇지만 스시와 스테이크는 절대 주지 않았던 데스. 그것은 모두다 가 그 암컷닝겐의 모략이었던데스 ”

(꽤 큰 규모로 일을 벌이고 있었군,,, 지하에 공장을 차릴정도면 과연 둘뿐일까? 제조량이 엄청 났었구나. 잘하면 나도 엮이겠는데 제길랄... 이걸 어쩌지...그때 그냥 저놈을 돌려 줘버리는건데...)

“ 그 추한 암컷은 와타시와 하녀들이 흰색운치를 쌀 때 까지 그 가루만 먹인데스. 그래도 그 하얀가루는 먹고나면 하루종일 기분이좋고 배가 고프지 않았던 마법의 가루였던데스 ”

(그 정도라면 엄청난 양인데 둘이 했을 리가 없어.... 수백억이 왔다갔다하는 분량인데 필로폰을 제조하는 놈들은 따로 있겠지)

“ 왕자님도 그 암컷을 좋아하지 않은데스. 그 암컷은 못생긴 주제에 세레브한 것을 좋아한데스. 그래서 왕자님을 하인처럼 부려서 가루를 만들었던데스 그런데도 왕자님과 항상 싸웠던 데스. 와타시는 왕자님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데스. 그러나 힘이 약해서 항상 와타시가 맞았던 데스 ”

( 씨발 노벨 문학상 받겠네.. 그럼 남자가 기술자였나? 어쨋든 둘 사이가 티격태격 했었군.)

“ 그래 못생긴 마녀는 얼마나 세레브했지? ”

“ 그년은 매일 세레브한 드레스를 매일 바꾼데스. 세레브한 구두를 매일 바꾼데스. 세레브한 파우치를 매일 바꾼데스. 파우치안에는 정말 쓸데없는 것만 있었던데스. 와타시들의 옷색깔 같은 작은 책하고 노란색책을 먹이주러 올 때마다 혼자서 쳐다본데스. 와타시는 그년을 응징하기 위해서 힘껏 싸웠던데스 오로롱.... 데끄윽. 어이, 똥닝겐 아마아마한 마실 것을 바치는데스 와타시 목이 마른데스 ”

( 지랄도 버라이어티하군... 근런데 .. 작은 초록색책하고 노란색책이 뭐지? 그게 뭘까?.. 혼자만 들여다본다고? )

“ 똥닝겐 ! 와타시의 음료수는 어디 있는데스. 정신을 어디둔데스 빨리 가져오지 않으면 죽여버리는데샷 ”

“ 그래 알았어. 줄게.. ”
나는 냉장고에서 김빠진 콜라를 조금 따라서 가져다 주었다.

“ 착한 왕자님은 와타시들을 풀어주자고 한 데스. 그런데 악마같은 암컷닝겐은 왕자님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데스. 불쌍한 왕자님은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데스. 오로롱 오로롱 ”

( 그건 무슨 말일까? 풀어주자고? 무시했다? )

“ 그런데 그 오라질 암컷닝겐이 와타시와 하녀 몇 마리를 납치해서 좁고 냄새나는 더러운 집으로 데려간데스 오로롱 오로롱 와타시가 격은 고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데스 그 뒤로 하녀들이 한 마리씩 없어졌던 데스 ”

“ 뭐? 그래서.. 어떻게 냐? 왕자님이 찾아왔더냐 ”

“ 그따위 똥왕자는 필요없는데스. 와타시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벗어나서 새로운 왕자님을 찾을 것인데스 오마에는 와타시를 보살피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새로운 왕자님을 찾아오는데스 이것은 명령인데스 ”

나는 다시 물었다
“ 그래서 왕자님이 찾아왔더냐? ”

“ 안온 데스. 암컷닝겐이 비열하게도 와타시를 잠재우고는 오마에에게 팔아넘겼던데스. 오로롱 오로롱 ”
놈은 힐끗거리면서 가짜눈물을 흘려댔다.

“ 그래? 납치를 어떻게 했었지? ”

“ 그만 묻는데스. 그런 것을 오마에가 알아서 뭐하는데스. 오마에는 어서 와타시를 위해서 새로운 왕자님을... 데갸아아아 ”

“ 요 똥벌레가..”
나는 손가락 사이에 감춰두었던 딱밤을, 고개를 든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놈의 오른쪽 얼굴에 위에서 수직으로 빠르게 때려먹였다.

“ 데갸아아아아아아...오마에! 이게 무슨 폭거인데스. 데갸아아악 ”

두 번째 딱밤이 왼쪽얼굴에 박히자 놈은 뒤로 벌렁 넘어지더니 “ 뿌리릿 뿌리릿 뽕뽕 ” 하는 소리와 함께 똥과 방귀를 싸재끼며 짤막한 두발과 두손을 파닥거리면서 발광했다.

“ 데갸아악 아픈데스 아픈데스 ”

나는 다시 물었다.

“ 납치를 어떻게 했지? 이번에 엉뚱한 대답을 하면 태워버릴거야 ”

“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오른손에 들린 소형토치가 점화했다. “ 쉬익쉬익 ” 하는 소리는 사람이 들어도 언제나 불길하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공포스러운 조화를 이룬 불길이 혀를 날름거리며 똥벌레의 눈앞에 다가가자 다시 뿌리릿하는 소리가 들렸다.

“ 마 말하는데스 왕자님이 자고 있는 사이에 마녀가 납치한데스. 커다란 부르릉에 와타시와 하녀들을 태운데스 ”
놈은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급하게 짖어댔다.

“ 그으래? 좋아 정직하게 대답을 했으니 콘페이토를 주지 ”
주머니에서 콘페이토를 꺼내서 그 놈 앞에 던졌다. 똥벌레는 내 얼굴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콘페이토에 달려들어 손으로 집어들었다.

“데에? 데? ”
“ 콘페이토는 두고 가니 아픔이 좀 사라지면 먹으렴 ”
그 커다란 수조가 들썩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

뭐 짧은 대화시간이었지만 대충 예상견적이 나왔다.

저렇게 마약에 절여진 실장석에서 약을 추출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압력솥에 실장석을 넣고 한시간 정도 찌면 엄청난 양의 체액이 약과 뒤섞여 나온다. 실장석 몸체는 뭐 삶은 명태포처럼 되버리지만 건져내고 끈적끈적한 체액을 따로모아 건조시키고 가루로 만들면 된다. 남은 실장석의 몸체 역시 잘 말리면 아주 훌륭한 필로폰 실장포가 된다. 이건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아마 삼만원은 일종의 위장금액일것이고 구매자는 아마 다른 곳으로 원래 금액을 입금해야 할 것이다. 그 여자는 그냥 중간 전달책이었을 것이다. 엉뚱한 구매자에게 실수로 판매하고 원래 금액이 입금되지 않으니 윗선에서 추궁이 들어왔을 것이고 직접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장석을 태워버렸다는 소릴 듣고서는 절망에 빠져야 한다.

배송실패는 전달책의 실수이므로 돈을 물어내던지 아니면 자신의 목을 씻고 기다려야 한다. 필로폰의 1그램당 단가를 생각하면 저런 성체의 몸에서 나오는 액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만약 조직이 있다면, 그런 액수를 전달책의 실수로 날린다면 가만 있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타겟이 될 수도 있다. 제기랄..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

그런데 그 여자는 그때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을까?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사이에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조직, 경찰, 마약, 증거물, 똥벌레.

’ 씨발 .. 엄마 어떻게 할까 ‘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이렇게 앉아있을수는 없다. 나의 예상이 맞다면...
저녁을 먹은뒤 그놈이 갇혀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기진맥진한 놈이 나를 보고도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까 던져준 건빵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하긴 이런 음식은 거의 먹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손으로 그놈을 건드리자 역시 몽롱한 눈으로 멍하니 쳐다볼 뿐 이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놈의 오른팔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그놈의 오른쪽 팔의 절반 이상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 너의 팔이 맛있더냐? ”
하긴 필로폰육포나 마찬가지니까... 한참 동안 제몸을 먹고 약에 취한 놈을 바라보다가, 종이가방에 놈을 넣고 사무실로 갔다가 돌아왔다. 이미 완전히 내려앉은 어둠은 나를 사람들의 시야에서 감춰주었다.




Farewell, my lovely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의 CCTV의 그 여자 얼굴을 확인했다. 화면으로도 그여자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러나 위험하고 사악한 아름다움이었다. 저 여자는 사무실을 나간 뒤 어디로 갔으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입에 물었던 담배가 다 탈 때 쯤에서야 의자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살폈다. 거리는 한산했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듯 나의 호기심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다음 방문자와의 대화다. 단어 하나 하나를 잘 사용해야 한다. 나는 그놈이 내게 한 이야기를 링갈을 보며 다시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하자마자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 남자겠지... 배송장을 보았을 것이다.
서랍을 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다니는 삼단봉을 꺼내서 뒷춤에 꽂았다.
쓸줄도 모르지만... 설령 쓴다도 해도 효과는 없을 것이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가 들어왓다. 그는 삼십대 초반처럼 보였다. 평범한 얼굴에 보통 체격의 조용한 남자였다. 그러나 얼굴은 고통과 증오로 일그러져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나와 마주 앉자마자 대뜸 식용 실장석을 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 아니오, 그 여자분에게 환불을 받고 실장석을 돌려 드렸습니다. 어쨌든 그 성체실장석 정신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아서 먹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환불받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 여자분이 먼저 오셔서,,, ”

“ 정말인가요? ”
남자는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는 눈초리로 되물었다.

“ 그럼요 그 여자분에게 물어보세요. 그런데 왜 그러시나요? ”

“ 제가 동업자인데 그 사람이 물건을 잘못 팔았습니다. 정말 정신상태가 좋지 않은 실장석이었는데 그만 배송을 했어요 ”

어리석은 거짓말이었다. 식용실장석 쿠키가 정신상태가 좋지않고 좋은게 어나 ... 비록 대가리와 손발을 자르지 않고 판매했다 한들 육포같은 쿠키일 뿐인데 ... 영악한 인간이었다면 내가 한 말에 대하여 분명히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 남자는 내가 정신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 것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정신상태가 좋지 않다고. 자기들이 약을 먹였으니까. 어쨌든 그 놈을 회수할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졌다.

진짜 육포나 쿠키 장사들이었다면 외관이 부패했다거나 오염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아주 영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제 결정적인 말을 해야 한다. 이게 안통하면 내가 다친다.

“ 그 여자분이 환불을 해주시면서 생산자가 잘못 만들어서 그랬으니 죄송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뭐랬더라?... 이제 그만두고 외국으로 가신다던가? 뭐 여튼 그러고 가셨어요. 홀가분 하신지 밝게 웃으며 가셨으니 저도 뭐 기분이 좋았지요 ”
말을 마치고 나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 알았습니다. 여튼 죄송했습니다 ” 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그가 간단히 목례를 하며 일어서는 순간 그의 한쪽 가슴에 손잡이 같은 것이 반쯤 잠긴 점퍼의 지퍼사이로 얼핏 보였다.

“ 잠깐만요 ”
나는 그를 불러세웠다.

“ 그 여자분이 애인이신가요? ”

“ 그런건 알 필요없으실텐데요 ”

’ 맞아요 애인이라면 왜 그렇게 두분 다 얼굴표정이 다른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연인사이는 그럴수가 없거든요 “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후들거리는 다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담배를 집어 들었다. 이제는 운명에 맡겨야지...케세라세라.

그로부터 이틀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출퇴근하기 전에 항상 창문으로 바깥은 살피고나서야 문을 나섰다. 이 나이에 그런 긴장을 하며 살아야 하다니... 엄마집에 가서 자고 싶었지만 이게 해결이 되어야 갈 수 있다. 빌어먹을 ...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침에 사무실로 들어가다가 문앞에 서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두사람을 보았다. 올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연히 사무실앞에 서서 물었다.

“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요? ”

“ 경찰입니다.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운 여자는...

그들이 내미는 사진의 여자는 그날 내 사무실에 실장석을 환불해주려고 찾아온 여자가 틀림없었다.

“ 맞아요, 여자가 찾아와서 똥벌레를 돌려 달라고 했지만 보건소에서 소각처분 했다고 거짓말을 했지요. 돌려줄수가 없었어요.”

“ 왜요? ”

“ 똥벌레 쿠키를 사무실로 주문했는데 집으로 가져오려고 주차장에서 상자를 내려놓고 트렁크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주차장 옆 하천에 사는 똥벌레들이 들고 가버렸어요. 그놈들 동족식 아시잖습니까 ”

“ 정말입니까? ”

“ 그럼요 사무실 주차장옆 하천가에 똥벌레들이 많이 살고 있지요 ”

“ 그 실장석 쿠키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던가요? ”
형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 그게 뭐 수제실장석 쿠키지요. 요새 유행이잖아요. 달착지근한 냄새도 났을 것이고.. 그러니 후각이 좋은 똥벌레들이 먼저 채간거죠 뭐. 아 여자에겐 왜 거짓말을 했냐고요? 흠...흐흐흐 요새 실장석을 환경오염 때문에 보건소에서 소각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여자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흐흐 여자가 안믿으면 사무실에 한번쯤 더 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똥벌레가 채갔다고 하면 다신 안오겠지만. 그 정도로 예쁘잖습니까.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

두 형사는 한심한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진의 그 여자는 그 예쁜 얼굴을 엉망으로 찌푸리고 피바다속에 누워 있었다. 커다랗고 그윽했던 두 눈은 빛을 잃은채 흉하게 부릅뜨고 있었다.

“ 어제 자기집에서 온몸을 난자당했습니다. 여튼 사오십군데는 찔렸던것 같고요. 범인은 같이 필로폰 실장석을 만들던 애인인데, 여자비명을 들은 옆집사람이 신고를 했는데 현장에서 도망가지도 않았어요. ”
물건이 배송되었고 사무실에서 그 여자를 처음 보았고, 그 남자가 찾아왔고, 그 여자가 죽었다. 이 일들이 고작 닷새 동안에 일어났다.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똥벌레가 말한 작은 초록색의 책과 노란책이 여권과 통장임을 알아차렸다. 똥벌레는 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남자가 여자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애인사이기는 했어도 아마 그 여자가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고 모든 것을 양보했을 것이다. 여자는 사치스러웠을 것이고... 아마도 남자몰래 그 여자는 필로폰 실장석을 몰래 빼돌려서 독단적으로 자기가 아는 인맥을 통해서 마약중독자 커뮤니티에서 팔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엉뚱한 사람이 구입하자 골치가 아팟을 것이다. 필로폰 실장석을 혹시나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큰일이니까. 그래서 환불해준 뒤 처리해버리고, 모은 돈을 들고 어디론가 떠날 생각이었겠지... 눈치를 챈 남자는 분노했을 것이고... 찾아내라는 조직 윗선의 압력도 받아내야 했겠지...

내가 사무실서 남자에게 했던 외국이야기에 남자는 엄청나게 분노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여자를 찾아 냈을 것이다. 여자가 밝은 얼굴로 떠났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자에게 그것은 엄청난 배신의 증거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난 후, 아마도 그에게는 내가 실장석을 빼돌렸는지, 여자가 돌려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장석을 이용한 마약밀매 조직수사가 시작되었고 내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겨우 이십분 거리의 동네 원룸에서 일어난 마약밀매자들간의 살인사건은 그렇게 알려졌다. 생각했던 만큼 큰 조직은 없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남자와 여자 둘이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형사들이 내게 다시 찾아와서 왜 그 남자에게는 실장석을 여자에게 돌려줬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물었다.

“ 아 그 남자도 사무실에 왔었어요. 그 사람도 실장석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애인이라고 해서 돌려줬다고 했지요. 무섭더군요. 그의 옷 안쪽에서 사시미칼 손잡이 같은걸 봤거든요. 똥벌레가 훔쳐갔다는 말을 믿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다고 여겼을 겁니다. 그래서 돌려줬다고 했지요. 우리집 압수 수색영장을 받아오시겠다고요? 그러십시오.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

그러나 그 다음날 하천의 똥벌레들을 조사하던 경찰들에게 필로폰에 취해서 똥과 새끼들을 마구 던지던 수십마리의 성체똥벌레들과 필로폰 성분으로 가득 찬 그놈의 뼈다귀를 물고 빨고있는 똥벌레들의 보스를 발견함으로써 나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 백여마리가 넘는 똥벌레가 동사무소 직원들과 경찰들에게 맞아 죽었다.

내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서 경찰서에 들렀을 때, 형사는 그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 원래는 말이지요 범인이 명문대 화학과 출신이에요. 그런데 이 여자가 꼬셨는지 접근해서는 동업으로 필로폰을 제조해서 둘이서 팔기 시작한 겁니다. 하긴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그 여자 예쁘긴 예쁘지요. 이 정도 미모에 안넘어갈 남자가 어딨겠어요. 촉망됐던 자신의 장래를 망친거지요.
그런데 남자의 범죄 수익이 점점 지지부진하니까, 똥벌레를 빼돌려서 자기가 직접 팔아서 한몫 챙겨서 한국을 떠날려고 했겠지요. 그 여자통장에 정말 큰돈이 들어 있더군요. 선생님이 실장석을 태워버렸다고 했을 때 여자는 기뻤을 거예요. 돈도 많이 모았고 혹시 무슨일이 생겼을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귀찮은걸 선생님이 소각해 버렸으니까요. 그놈이 마지막 남은 한 마리 였어요. 그 여자가 배신하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뭐.. 대충 어떻게 됐는지 아시겠죠? ”

“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정말 사랑했었군요. 그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

형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꽃뱀한테 속은 남자가 어리석은거지요, ”

나는 그 남자의 죄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그 여자에게 속아서만 그런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그런 것을 이해할 사람도 아니고 이해한들 지금와서 어쩔것인가...

사무실에 돌아와서 차를 세우고 주차장으로 내려 섰을때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자실장 한마리가 나의 다리를 툭툭 때리고 있었다. 하천가에 살던 놈이군...

“ 왜 그래? ”

“ 테텟! 닝겐상 마마와 오바상 자매들이 다 죽어버린테치...혼자남은 테치 ”

“ 그래서? ”

“ 와타치 배고픈 테치. 왜 오늘은 먹고나면 기분좋은 밥을 안주는테치? ”

“ 아 ..그건 말이야.. 이제 전기밥솥에 밥을 할 필요가 없어졌단다 ”

“ 텟 ! 그런거 모르는테치 어서 밥내놓는테치 ”
똥벌레새끼는 주차장에 드러누워 발광하고 있었다. 배가 고픈건지 금단 현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그놈을 하천에 버리긴 했으나 그 정도 크기로는 겨우 성체 몇 마리의 입에도 찰 수 없는 양이었다. 똥벌레가 필로폰 실장석을 훔쳐갔으면 하천을 수색할 때 약에 취한 놈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날밤에 그놈을 잡아먹은 몇 마리를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러나 밥솥이 있었다. 그놈을 전기밥솥에 넣고 쪘으니 땀과 체액을 통해서 배출된 엄청난 양의 필로폰이 전기밥솥에 찐득한 액체로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이틀동안 30인분이 넘는 밥을해서 출퇴근하며 하천에 뿌렸다. 아마도 하천에 사는 놈들의 대부분이 처먹었을 것이다.
만약 두형사가 하루라도 일찍 찾아왔더라면 나는 곤란했을 것이다. 덕분에 이제 전기밥솥도 깨끗해졌다.

“ 너는 내 얼굴을 기억하는구나.. ”
그러자 자실장은 귀를 팔락거리며 말했다

“ 아는테치 잘 기억하는테치 매일 달콤한 흰 밥을 준테치 ”

“ 그럼 너도 증인 아니 증실석이 될수 있겠구나 ”

“ 텟?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테치 그런테치 ”

뽀그르르 소리와 함께 물속에 잠긴 자실장의 몸뚱이가 내 발밑에서 요동을 쳤다.
잠시후 자실장을 밟고 있던 발을 떼자 초록색 똥물과 함께 혀를 길게 뺀 자실장이 물위로 떠올랐다, 이로서 이 하천에 살던 실장석은 전멸했다.

서서히 옅어져가는 오후의 햇살이 하천을 비추고 건너편 둑에는 젊은 연인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와 그 여자를 생각했다.
그 남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자기를 망치고 속이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그는 묵묵히 따랐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결과를 짐작하고도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자가 그를 단지 이용만 할 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방식대로 그 여자를 사랑했을 것이다.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아마도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밀매나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지만.

“ 아... 쓸쓸하구나 ”
나는 어느새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Farewell, my lovely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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