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실장석 (ㅇㅇ(211.243))



때는 1789년 5월.

프랑스의 국민들은 지역별로 다른 통치제도와 법률, 또 통제를 받지 않는 징세청부업자들의 갈굼에 운치굴 자판기처럼 극한까지 쥐어짜이고 있었다.
게다가 1787년에는 홍수가, 1788년에는 가뭄과 우박이, 1788년 겨울에는 기록적인 강추위가 나라 전체를 흔들었다.

막대기에 뇌를 휘저어진 자판기처럼 천재지변이 판을 친 국가에 사는 자판기 국민들.
이 와중에도 귀족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었고, 우리 살기도 바쁜데 어디 먼 대륙의 미국인지 뭐시긴지가 독립하는 걸 도와야 한다고 군대를 보낸 왕가는 또 다른 대륙과 교류를 한다는 미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이렇게 천천히 말라죽을 순 없어..."
"혁명...혁명이 필요합니다! 레볼루숑!"
"베르사유로!"

그렇게 조직된 민중의 군대가 베르사유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루이 16세! 나와라!"
"아내와 아이들이 굶는 걸 더는 못 보겠다!"
"1인 1표제 시행! 테니스코드의 맹세에 동참하라!"

그렇게 베르사유 궁전 앞에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을 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망루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어어! 나왔다!"
"현 사태에 왕으로서 책임을 져라!"

"빵을 달라!"

어느새 나무판자들이 분분히 모여 단두대 비스무리한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민중을 바라보던 루이 16세가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프랑스의 국민들이여. 짐이 최근 타 대륙과의 무역에서 들여온 것이 있다. 이 나라의 근심을 해결해줄 수 있는 보물이지."

그리 말하며 루이 16세가 들어올린 것은 초록색 두건과 옷을 입은 괴생명체였다. 즉, 실장석.
무슨 개소린가 하고 듣던 국민들이 다시금 폭발했다.

"배고파 죽겠는데! 뭔 개소리냐!!!"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당신도 모르는 걸 저 생물인지 아닌지도 모를 물건이 알겠냐고!"

그 순간, 압도적인 적대감을 견디지 못한 실장석 미도리가 오른팔을 턱 밑에 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데스우....?"

그 순간, 베르사유 궁전 앞에는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Thatsu...? 저, 저 생명체가 지금 우리의 분노에 공감한 것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거, 저건 신의 계시가 분명해!"
"조용! 지금부터 타 대륙에게서 배운 이 생명체의 쓸모를 설명하겠다."

흥분한 국민들에게 루이 16세가 말했다.

"먼저, 이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도덕개념 자체가 없다. 조금만 호의를 베풀어도 바로 인간을 노예취급하지. 영국 놈들도 혀를 내두를 뻔뻔함을 가진지라, 신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척결해야 할 악마의 자식으로 봐야 마땅하다."
"그, 그런!"

국민들이 경악하건 말건 왕의 강연은 이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옷을 가지고 태어나니, 이놈들의 옷을 빼앗아 모으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녹색안을 붉게 물들이면 곧바로 출산하는데, 성모의 처녀수태를 어설프게 따라한 악마의 자식들이다. 번식속도가 토끼보다도 빠르니, 철저하게 가둬야 한다.
"무엇이든지, 실로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다. 자신의 똥도 먹을 수 있다만, 식탐이 엄청나서 사람 먹을 걸 주면 순식간에 사라지기에 아까 말한 것처럼 어디 가두고 옷을 벗긴 뒤엔 화장실 처리나 시켜야 한다. 우리의 정원은 다시 깨끗해질 수 있을 것이다!"
.
.
.
"마지막으로...이놈들은..."

꿀꺽.

"먹을 수 있다."
"허어어어!"

불신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믿지 못하는군. 보여줄 수밖에."

루이 16세가 뒤로 빠지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앞으로 나왔다.
비명을 지르는 미도리를 강제출산시키고, 모조리 독라로 만든 뒤, 미도리와 자들의 분대를 빼내어 세척 후 구워 먹기까지 찰나였다.

미도리 팔 꼬치를 쩝쩝거리며 먹으면서 프랑스의 왕비는 마지막 남은 미도리의 자, 엄지를 높이 치켜들었다.

"빵이 없으면 실장석을 먹으면 된다!"

우와아아아아아-!

마리 앙투아네트가 성벽 아래로 엄지를 떨어뜨리자 함성은 더욱 커졌고, 선두에서 혁명을 외치던 국민은 엄지를 낚아채자마자 레볼루숑-! 하면서 신나게 빙빙 돌리다 던져버렸다.

레-레- 거리며 회전하던 엄지는 레벳-! 하면서 바닥의 질척한 얼룩이 되었고, 베르사유 궁전을 둘러싸고 왕을 칭송하는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쓴 작가가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는 모두가 행복했고, 불행한 것은 얼룩이 되고 나서도 레레거리던 엄지밖에 없었다'고 회고하면서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것이 세계 최초로 실장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불행한 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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