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코 오바상은 왜 그리 이기적인 데스까?”
“데에…”
또 이런 말이군. 새파랗게 젊은, 이제 막 성체가 된 젊은 실장석의 말에 5년차에 접어든 미도리코는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수도권 근교도시의 새로운 주거지역인 S시 G지구. 그곳에는 5년 전 정부가 나름 야심차게 추진한 4차 신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된 국내 최대 도심생태공원인 두루마리 공원이 있다.
그리고 그 공원에서는 특이하게도 그 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육실장들의 주인을 위한 사육실장구역이 있다. 일종의 사육실장 모임장소로 사육주가 자신의 사육실장을 데려다 놓으면 실장석들끼리 모임을 가지는 구역인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이곳 두루마리 공원의 명물처럼 된 곳이다.
그런 모임장에서, 미도리코라고 불리는 한 실장석은 여러 사육실장들에게 둘러쌓인 안쪽에서 한 젊은 실장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체 실장석이 되었다면 마땅히 자를 가져 주인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는 데스까? 주인사마와의 사랑의 결실인 흑발의 자라면 더 좋고 말인 데스. 그게 와타시타치, 실장석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데스요.”
무슨 대중연설이라도 하는 양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젊은 성체에게 미도리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마에, 오마에는 사육실장으로 교육받은 교육장 출신이라 들은 데스. 그런데 거기 브리더상이 가르칠 때 자를 가지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은 데스?”
“그렇게 교육받은 데스. 하지만 주인사마의 집에 와 보니 주인사마는 와타시를 엄청나게 예뻐해주셨던 데스. 그걸 보면 그 똥브리더는 와타시가 이 귀여움과 세레브함으로 주인사마를 메로메로하는 걸 질투한 게 틀림없는 데스!”
“오마에, 거기에 자를 낳으면 오마에가 가진 모든 것을 자와 나눠야 하는 데스. 그걸 감내할 수 있는 데스까?”
미도리코의 말에 한창 떠들던 성체는 물론이고 그 둘을 둘러싸고 있던 다른 성체실장들 까지도 무슨 소리냐는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꼬았다.
“그걸 왜 걱정하시는 데스 오바상? 마마가 되면 당연히 와타시의 세레브한 삶을 자들에게 나눠줘야 하지 않는 데스?”
“와타시는 그게 싫은 데스. 아무리 자라도 왜 와타시가 주인사마께 받은 와타시걸 나눠줘야 하는 데스까?”
”바로 그게 이기적이라고 하는 데스!!”
미도리코의 말에 상대 성체가 입에서 침을 튀기며 미도리코를 성토한다.
“와타시타치, 실장석이 마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우주의 진리요, 하늘의 뜻인 데스!” 주인사마를 비롯한 닝겐상들은 그걸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데스!! 똥브리더가 감히 그걸 와타시타치에게 숨기며 말하지 않았지만 와타시는, 그리고 여기서 마마가 될 결심을 마친 자들은 그걸 알아버린 데스요?”
그 장엄한 연설에 여기저기서 맞는데스! 진리인데스!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미도리코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는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왜 자식을 가져서 주인의 한정된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는가? 주인의 돈이나 식량은 무한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미도리코는 늘 그게 자기 생각보다 넉넉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리 똑똑하지 않은 실장석이라도 미도리코는 자신의 어렸을 적 기억으로 그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미도리코는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육실장과 달리 들실장 출신이었다.
들실장이던 마마는 하루종일 밖에서 난리를 치고도 다섯자매가 그야말로 마음에 점이나 찍을 만큼의 음식밖에는 들고 오지 못했다. 아니, 마음에 점이나 찍으면 다행이지 그 부족한 음식의 대부분은 마마가 먹고 그 다음에 장녀와 차녀가 간신히 무언가를 먹었다 수준의 쓰레기를 배급받았으며 삼녀인 자신은 찌꺼기 정도나 받으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자신은 자실장이었으니 그런 거라도 먹었지 사녀 엄지와 막내 우지챠는 가족들의 운치로 연명했다. 그런 운치마저도 비상식량인 운치굴 노예들을 먼저 먹이고 남는 걸 먹였으니 사녀와 막내는 그야말로 간신히 목숨만 붙이고 사는 수준이었다.
그런 미도리코는 어릴 때부터 굶어죽지 않으려면 남이 입 속에 집어넣은 것도 빼앗아 먹어야 했다. 덩치가 크다고 자기 먹을 걸 빼앗아 가려는 장녀나 차녀에 맞서서 지지 않고 맞서 싸웠다. 물론 덩치가 훨 작은 삼녀따위가 그나마 무언가를 먹고 큰 장녀나 차녀에게 이길 수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먹을 것을 빼앗기지 않는 것만 해도 미도리코가 이겼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는 미도리코가 하도 독하게 저항하자 장녀와 차녀는 지들끼리 싸우고 하다하다 사녀와 막내의 운치까지 빼앗아 먹었다. 저항하지도 못하는 사녀와 우지챠는 결국 굶어 죽었다.
자신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런 꼴이 되었겠지…미도리코는 회상 도중에 오늘 몇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실생은 허무하다. 동생들이 굶어죽고 며칠 안 지나 마마가 학대파에게 맞아죽었다. 중실장도 되지 못한 자실장들만이 남은 상황. 어느날 밤 장녀와 차녀가 자신을 내일 아침에 잡아먹자고 작당모의를 하고 있기에 미도리코는 그날 밤 모두 잠들었을 때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굶는 건 당연하고 성체들에게 걸려 잡아먹힐 뻔 한 걸 몇 번이고 운이 좋아 숨어다녔던 어느날, 미도리코는 주인을 만났다.
주인은 젊은 남자였다. 전문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 무슨 변덕인지 미도리코를 사육실장으로 데려왔다.
주인은 따뜻한 남자였다. 온화하고 주위에서 평판도 좋다. 여태까지 미도리코가 잘못을 해도 조용히 타이를 뿐 큰 소리 한 번 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직업도 전문직이라서 돈도 많은지 집은 제법 넓고 푸드도 상급 이상의 질은 되는 푸드를 준다. 자기 방도 없었던 미도리코에게 전용 집이 생겼다. 옷도 여러벌 있고 장남감도 사주었다.
그렇게 주인을 만나고 이제는 굶어죽기는커녕 사는 데 아무런 걱정은 전혀 없는 사육실장이지만 미도리코에게 그런 사육실생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봤을 때 그저 언제든지 없어질 신기루 같은 것에 불과했다.
지금은 주인이 밥과 잠잘 곳을 주지만 그게 언제 끝날지 모른다. 마치 마마처럼 주인도 그리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인간이라고? 주인이 가끔 보여주는 TV프로그램에서 보는 인간들은 행복한 삶을 살다가도 순식간에 운치굴에서나 볼 듯한 삶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러니 있을 때 최대한 자기 입에 집어넣어야 한다. 자기가 모두 가져야 한다. 욕심내지 말라는 건 사치에 불과하다. 단 하나, 주인이 나눠주지 않은 것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미도리코는 일단 자신이 누리는 모든 걸 남에게 단1도 나눠줄 의향이 없었다.
자식을 낳으면 자신의 밥을 나눠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 주인이 자식을 보고 푸드를 조금 더 줄 수는 있겠지만 지금보다는 확실히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장용 놀이공 같은 장난감도 자식들에게 내 줘야 할 거다. 자신이 금쪽같이 아끼는 세레브한 실장복도 마찬가지. 막 낳았을 때야 자식들이 작아서 못 입지만 나중에 성체가 되면 그 옷을 탐낼 것이 아닌가?
게다가 집이나 놀이공간은 어떠한가? 지금도 미도리코가 크면서 안 그래도 좁다고 느끼는 공간인데 자식들이 나오면 더 북적거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자식들이 왁자지껄 뛰어다니고 노는 동안 미도리코는 저 구석탱이에 데에~ 하면서 찌그러져 있어야 할 거다.
그걸 내가 왜 감내해야 하는데?
“그건 이기적인 말인 데스요 오바상! 와타시의 자들, 그리고 오바상의 자들도 와타시타치가 누린 세레브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데스!!”
젊은 성체는 그렇게 외쳤다. 뭉툭한 손으로 치는 박수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와타시는 행복하다! 그리고 이 행복을 자들도 누려야 한다!
어쩌면 저렇게 토시 하나 안 틀리는지 원…미도리코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고보니 자신이 성체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체 모임에 처음 참석했을 때 들었던, 지금은 없는 초록이 오바상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그걸 왜 걱정하는 데스요? 주인사마에게 자들 몫만큼 더 사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 데스? 이미 세레브한 와타시의 자들에게 메로메로된 주인사마는 최고급 실장집과 실장옷들을 착착 가져다 받칠 게 뻔한데 왜 그런 한심한 걱정이나 하는 데스우? 혹시 오마에는 자신의 사육실생을 자들과 나누기 싫어서 핑계대는 거 아닌 데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사육실장 공원모임에서, 당시 모임의 리더(?)격이었던 초록이 오바상은 다른 사육실장들의 선망의 눈빛을 받으며 미도리코를 이기적이라고 질책했다. 미도리코가 앞서와 같은 이유를 말하자 초록이 오바상은 저렇게 말했다.
초록이 오바상은 분명 그리 말했지만 그때 미도리코는 그게 아닐 거라 생각했다. 자실장 시절부터 간혹가다 밖으로 산책을 나가면 아들이나 딸로 보이는 사람이 주인 같은 어른 남성에게 울며불며 매달려도 그 어른 남성은 따끔하게 혼을 냈지 사주지는 않았다. 자기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안 해주는데 우리에게 그렇게 해줄 거라고???
[데프프~ 그건 자닝겐이니 그런 데스요.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방에서 주인사마의 마라액을 훔쳐낸 데스. 그걸로 임신하면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자를 가지는 거고 그러면 와타시는 주인사마의 안주인이 되는 데스네. 안주인이면 곧 닝겐이고, 주인사마보다도 높으니 다 사오라고 명령하면 되는 데스!]
그 말과 함께 둥그렇게 형성된 모임에서 몇몇 부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미도리는 그 모임 이후 몇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 자를 가지지 않기로 생각을 굳혔다.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자기 걸 나누기는 싫다. 이기적이라고 소리를 듣든 말든 싫은 건 싫은 거다.
다음에 초록이 오바상을 보면 그렇게 말해주자라고 결심한 미도리코였지만 그 이후 초록이는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모임에 자주 나오는 성체 몇 마리도 같이 보이지 않았다. 남아있던 성체들에게 그들의 행방을 물어봤지만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려올 뿐이었다.
혹시 주인은 뭘 알까 싶어서 물어봤지만 주인은 왠지 저 멀리 하늘높이 쭉 뻗어 있는 굴뚝을 가진 건물 – 사람들은 ‘소각장’이라고 부르는 건물 – 만 바라보며 좋은 데로 갔을 거라고 밖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미도리코는 그냥 그런갑다 하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모임은 계속 유지되었다. 멤버는 1년 정도를 주기로 계속 바뀌었다. 신규 사육실장이 유입되고, 어느 정도 큰 성체들은 사라졌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 멤버들이 교체되어도 미도리코는 그때마다 이기적이라는 질타를 들었다.
이 세상은 너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주인에게 자식을 보여줘야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다가 아니다.
말년에 외로울 거다.
말하는 실장석은 바뀌었어도 나오는 말은 늘 비슷비슷한 패턴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실장석은 다음 모임에서는 볼 수 없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이 새파란 젊은 녀석에게도 이런 말을 듣네. 미도리코는 자기 앞에서 자를 낳는 기쁨과 그걸 행해야 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장광설로 늘어놓는 젊은 성체를 말없이 바라본다.
“오바상, 만약 오바상이 자를 낳지 않으신다면 와타시가 먼저 마마가 되어서 실생 선배로서 그 기쁨을 알려드리는 데스! 브리더상에게 배운 것까지 포함해서 세레브한 실생을 알려드리겠는 데스!”
자기보다 나이든 성체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음에 기뻐서 하지 말아야 할 선을 건드리는 젊은 실장석. 거기에 그 성체는 자신이 태생부터 사육실장 후보로 태어났음까지 어필했다. 아마도 들출신인 미도리코를 은연중에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일 것이다.
“오마에, 선 넘지 마는 데스요. 만약 그리 하고싶으면 그리 하는 데스. 그러면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여주는 데스.”
미도리코의 낮은, 하지만 묵직한 한 마디에 까불거리던 성체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래봬도 5년이 넘게 살아온 미도리코다. 다들 뒤에서 이기적이라고 수근거릴지 언정 지금껏 살아온 미도리코의 경륜과 지혜는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뎃?! ㅇ…와타시가 진짜 그럴 거라는 게 아닌 데스 오바상. 와, 와타시는 그저…오바상도 자를 낳아 실장석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시고 기쁨을 누리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 말한 데스…”
“오마에의 마음을 아니까 와타시도 이번엔 넘어가는 데스우. 하지만 와타시는 여전히 자를 낳아 와타시의 것을 나눠야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들지 않는 데스. 주인에게 자들 몫까지 달라고 메로메로 시킬 정신이 있으면 그걸 와타시가 더 받지 왜 그걸 나누는 데스까?”
미도리코는 우물거리는 그 성체에게 쐐기를 박듯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 성체를 쏘아보며 말했지만 모임 멤버들이 한 차례 또 교체되었으니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새로 온 사육들 전부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나 미도리코가 자리를 뜨자마자 몇몇이 뒤에서 뭐라뭐라 쑥덕거린다. 이기적인년, 지 혼자 인생사나? 석녀아냐? 역시 들출신이라 세레브한 와타시와는 맞지 않는다 등등 뭐 그런 거겠지. 이젠 안 들어도 다 짐작이 간다.
“미도리코, 저기서 무슨 말 했어?”
미도리코가 다가오자 벤치에 앉아있던 주인이 웃으며 말을 건냈다.
“새로운 멤버가 또 온 데스 주인사마. 다들 좋은 친구들인 데스.”
주인의 말에 미도리코는 살짝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미도리코가 찬 목걸이형 링갈에서 나오는 그녀의 말을 들은 주인은 그렇구나? 하며 씩 웃더니 집으로 가자며 일어섰다.
“그럼 쉬고 있어 일 하나만 해놓고 푸드 줄 테니까.”
“알겠는 데스 주인사마.”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씻은 미도리코와 그 주인은 각자의 집과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이기적인 녀석이라니까 미도리코.”
방안에 들어온 주인은 그 사람좋던 얼굴에 약간의 음영을 띄우며 나직히 말했다.
“어서 빨리 분충이 되어 악을 쓰게 하기 위해 기존 모임 녀석들을 몰래 선동했는데도 5년이나 변화가 없다니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거야 그 녀석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아까와 같은 온화한 웃음은 아닌, 그러면서도 결코 악의만 가득한 게 아니라 못 말린다 싶은 악동 같은 존재를 대하는 그런 쓴웃음이 가미된 웃음을 지은 남자는 자기방 구석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꺼냈다.
“미도리코, 미도리코. 사랑스러운 미도리코.”
그것은 실장석의 사진이었다. 그것도 여러장. 거기엔 각자 다른 실장석들이 한 마리씩 유리를 치며 판토마임을 하는 듯한 포즈로 찍혀있었다. 그 뒤에는 불꽃이 일렁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소각로에서 고통받는 실장석을 찍은 것이 분명했다.
“초대 미도리코는 한달도 안 돼 분충이 되어 소각당했지. 2대는 그래도 세달은 버텼고 3대는 일주일도 안 되어서 소각로로 가 내 즐거움을 늘려줬어. 4대는 참 잘 버텼지만 그래서 그런가 소각될 때 정말 고통스러워 했었었지 하하.”
사진을 한 장, 한 장 볼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는 남자.
“우리 5대는 그런 면에서 정말 기네스북 감이라니까. 5년을 버티면서 내 즐거움을 앗아가 버리다니 말이지.”
사진에서 시선을 떼고 남자는 여전히 웃는 체 방문을 쳐다본다. 그 방문 밖에 있는 미도리코의 집에 앉아서 데휴 하는 한 숨과 함께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있을 ‘미도리코’를 생각하며.
“정말 이기적인 녀석. 주인의 기쁨은 1도 생각하지 않는 녀석. 하지만 저런 녀석이 분충이 되어 소각되면 얼마나 나를 기쁘게 만들까.”
남자는 그건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기자며 혼잣말을 하고는 미도리코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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