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례없는 폭염때문에 전력공급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당연히 냉방전력 수요가 지나치게 증가한 탓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기요금 인하를 원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회피한 채 눈가리기 수준의 정책만 내놓고있다. 아마 몇 년간은 바뀌지 않을 거다.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 때문에 요새는 가정용 자가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축적해놓고 정전시나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도 주목받는 것 같다. 하지만 자가발전은 힘들다. 가뜩이나 더운 계절에 땀흘려 고생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데스데스." "테치." "데스우... 데스?" 여기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들은 물론 실장석. 공원에서 싹쓸이해왔다. 대강... 10마리? 그 이후로는 귀찮아서 세어보지 않았다. 하여튼 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공원 실장석들을 데려와 마당에서 기다리게 했다. 물론 '너희들 모두 사육실장으로 해준다. 콘페이토를 잔뜩 먹게 해주마' 같은 말을 하면서. 사실 정말로 별사탕을 주긴 할거다. 저 녀석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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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은 내가 만든 '실장 발전기'. 아크릴로 된 투명수조의 폭에 딱 맞도록 설치된 잘 미끄러지는 컨베이어 벨트, 그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 위에 봉 하나를 붙인 다음 별사탕을 실에 묶고 위에서부터 늘어뜨려놓는다. 컨베이어 벨트는 약간 개조한 핸들식 수동 발전기로, 이 위를 달리면 전력이 축적된다. 이런 것을 2개 만들었다. 참고로 한 수조에는 발전기가 두 개, 그러니까 한가운데에 줄에 묶인 별사탕이 늘어져있고 그 앞뒤로 컨베이어 벨트로 된 발전기가 있는 구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녀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므로 그렇다. 다소 힘들었지만 뭐... 이 정도는 수고해야겠지. 그 다음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는 실장석들을 불러모은다.
"콘페이토 먹고 싶은 녀석은 손들어~"
"데스! 데스슷! 데스!!!" 하고 일제히 아우성친다. 그중 네 마리만 골라서 집 안에 데려간다. 선택되지 못한 녀석들이 분한 듯 문을 때리고 걷어차는 소리가 들린다. 난 선택된 넷을 각각 수조에 넣었다.
"데에? 콘페이토는 어디인데스?" "여기." 하고 앞을 가리킨다. 별사탕이 줄에 묶인채 늘어져있다. 실장석 녀석들은 그걸 보고 발광한다. "콘페이토! 콘페이토인데스우우우! 콘페이토오!!!!!!" 하고는 빠른 속도로 달린다... 라고 해봤자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속도지만. 눈 앞의 별사탕도 별사탕이지만, 반대편엔 다른 녀석이 별사탕을 향해 군침을 줄줄 흘리며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인다. 이것이 바로 '동기부여'. '내가 먼저 먹지 않으면 저 녀석이 먹는다' 라고 이해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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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
"데히... 콘페이토... 데... 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이 녀석들은 벌써 지쳐간다다. 그럼 안되지... 미끄러지기 시작한 컨베이어 벨트는 관성이 붙어 실장석이 주저앉는 정도로 쉽게 멈추지 않는다. 때문에...
"데뎃!? 뎃?? 데에에에에에에게에에에에에에에!!!!"
주저앉은 녀석은 아래로 떨어진다. 아래엔 실장 용해액이 가득 차있다. 이것도 동기부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데갸아아아!!! 데고오... 데부르르르르... 데브..." 하곤 다리부터 녹아내리던 실장석은 용해액 안에서 날뛰다가 처참한 몰골로 죽어갔다.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손만 내민 채 녹아가며 가라앉는 실장석. "데!?" 이걸 본 다른 녀석들은 당연히 깜짝 놀랐다. 한 녀석은 빵콘했지만 그때문에 다리가 멈춰 그대로 용해액으로 풍덩. "데게야아아아아아아아!!!!!!" 거의 해골이 다 되어가면서도 버둥거리다 죽는 녀석들의 생명력은 참 놀랍다.
"이 꼴 되고싶지 않으면 눈 앞의 콘페이토를 쟁취해야지?" 나는 실장석들에게 조롱하듯 말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실장석들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날 위해 노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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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시간만에 3마리가 죽었다. 한 마리는 정말 대단한 집념으로 별사탕을 향해 달리고있다. "데게... 콘페이토... 데헥... 데... 콘페..." 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는 푹 쓰러진다. 그리고 그대로 용해액에 풍덩. 완전히 지쳐버렸는지 죽을때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몇번 냈을 뿐이다. 이건 가동 테스트. 괜찮았으니 밖에 나가 다른 실장석들을 다 집에 데려온다.
"너희들 모두 콘페이토를 먹여줄테니 들어오라고."
"데스! 콘페이토! 데스우우우!!" 하고 기뻐서 우르르 들어오는 실장석들.
다시 4마리를 잡아 수조에 넣는다. "자, 눈 앞의 콘페이토를 먼저 가져가는 쪽이 먹는거다." "데? 무슨 말인데스?" 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고작 한 알인데스? 어째서 산더미만큼 쌓아주지 않는데스? 게으른 노예인데스. 어쩔 수 없는데쟈아악!" 하고, 내 발길질이 안면에 명중. 두개골이 함몰되며 그대로 죽었다. 위석이 머리에 있는 타입이었나보다. 나머지는 모두 놀라 일제히 빵콘했다. "시키는 대로 하면 콘페이토따윈 몇 개든 줄테니까 하라고." "데...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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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히... 데히... 데히..." "콘... 페이토... 데히..." 결국 실장석들은 하나하나 쓰러졌다. 용해액으로 떨어져 우렁차게 고통의 함성을 지를때마다 구석의 다른 실장석들은 벌벌떤다.
"자, 다음 콘페이토 먹고 싶은 사람~"
"싫은데스! 콘페이토 안먹는데스! 살려주는데스! 사육실장따위 안하는데스! 공원에 돌아가고 싶은데스우우웃!!" 결국 삶을 위해 별사탕을 포기하는 녀석이 생겨났다. 그럴 때를 대비한 특단의 조치도 있다. "그래? 그럼 공원에 다시 풀어줄게." 하고는, 재빠르게 옷을 잡아찢고 머리카락을 모두 뽑았다. 훌륭한 독라가 됐다. "데갸아아아아! 와타시의 옷이! 머리카락이이이이!!!" 그리고 문 밖으로 던졌다.
"데게에에! 잘못한데스! 콘페이토 먹는데스우! 몇 개든 먹는데스!! 옷하고 머리카락 돌려주는데스!!!!"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
"공원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라고 하자 실장석들은 모두 날 쳐다보며 아무말도 못한 채 벌벌떤다. 독라가 되어 쫓겨나느냐, 아니면 여기서 별사탕을 위해 달리다 죽느냐, 녀석들에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5마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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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별사탕을 향한 죽음의 레이스는 6시간이 지나 끝을 맞이했다. 이제는 청소를 좀 해야겠다. 역시 집안에 실장석 십수 마리를 넣어뒀더니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실장 용해제는 하수구로 버리고, 아크릴 수조는 닦아서 말려둔다. 발전기에도 냄새가 남지 않게 청소하고, 환기. 전력이 모인 양을 확인했더니 대강 60%다. 6시간 해서 60%라니 다소 비효율적이다. 한 시간에 10% 꼴 아닌가. 내 손으로 돌리는게 아니니까 할 수 없지만. 대체 실장석은 왜이렇게 약한걸까?
발전기는 일단 작동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조금 더 개량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한 레인에 실장석 두 마리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면 다소 괜찮아지지 않을까? 아니, 그럼 분명 싸우겠지? 가운데에 칸막이를 쳐두면? 자실장용도 만들어서 조금이나마 전력을 보탤까? 나는 이런저런 실장 발전기의 개조방안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들었다. 오늘은 수고한 나를 위해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볼까.
물론 다음 날에도 나는 공원에 갔다. 어제 그만큼 쓸어갔는데도 어디서 모였는지 실장석들이 바글바글하다. 거의 무상제공되는 노동력이나 다름없다. 날 쳐다보며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소리지르는 실장석들에게 말한다.
"너희들 모두, 사육실장으로 해줄테니 따라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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