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시 ㅇㅇ구에서는 올해도 실장석 구제 예산 편성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구청 환경과에 나타나 책임자를 찾았다. 어딜 봐도 특출나보이지 않는 평범한 20~30대 남성. 남성은 '나라면 공원 실장석을 완전히 구제할 수 있습니다. 300만원이면 됩니다.' 라고 자신했다. 환경과장은 미친 자라 여기고 돌려보내려 했으나 곧 남자가 내미는 증거물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 실장석 완전구제, XX구 실장석 완전구제... 실제로 이곳들은 과거까지 들끓는 실장석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근래에는 실장석 피해는 거의 보고되지 않게 되었다. 그게 이 남자 때문이라고?
반신반의하는 환경과장은 그럼 후불하겠다는 조건으로 남자의 실장석 구제활동을 용인했다. 남자는 3일이면 된다고 손가락 3개를 펴며 자신있게 말했다.
다음 날, 남자는 ㅇㅇ구의 실장석 피해자가 가장 크다는 공원에 나타났다. 인기척을 느낀 실장석들이 부스럭거리며 수풀에서 고개를 내민다. 남자는 보란듯이 별사탕 봉지를 손에 들고 걸었다. 별사탕 냄새에 취한 실장석들은 의심하지 않고 남자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아우성치며 남자를 불렀다. 물론 남자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그 상태로 공원 전체를 고루고루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왔을때 쯤, 남자는 실장석들에게 폭탄선언한다.
"난 사육실장을 찾고 있다. 너희들 중 딱 한 마리만 내 사육실장으로 삼아주지. 내일 와서 결정하겠다."
"데데!?" "데에에에에???"
별사탕 봉지와 '사육실장'이라는 단어로 인해 실장석들의 이성은 마비된다. 실장석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남자는 이미 떠났다. 실장석들은 '이들 중 한 마리만이 사육된다'는 남자의 마지막 말을 되새긴다. 바로 눈치 빠른 한 마리가 바로 옆의 녀석을 때려눕히고 마운팅 자세로 주먹을 날려댄다. "데게! 데겍! 데갸아! 데보! 데보!!!!" "데샤아아아아!" "데기이이! 데보!"
그날 밤, 공원에서는 끊이지 않고 실장석들의 살육이 이어졌다. 단 하나만이 사육될 수 있다면 나머지 경쟁자들을 모두 해치우면 되는 것이다. 실장석에게는 당연한 논리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냥했던 친실장이 앞장서서 자식들을 찢어죽이고, 자실장들도 힘을 합쳐 마마를 죽이고는 그 고기를 씹었다. 마라 달린 놈들도 머릿수로 달려드는 실장석들을 이기지 못한다. 어제의 가족이 오늘의 적,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다. 실장석들은 사육실장으로 간택받기위해 죽고 죽였다. 확고한 목표가 있는 실장석들은 전문 구제업자가 왔을때와는 달리 어느 누구도 공원에서 도망치거나 하지 않는다. '고귀한 나는 다른 천한 것들과 다르다' 라고 믿는 실장석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은 죽지 않고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은둔하는 '민간인'마저도 집요하게 찾아내 모두 죽인다. 확실하게 위석을 파괴해서 죽인다.
다음 날, 남자는 공원에 찾아갔다. 한 팔이 없고 너덜너덜한 반독라 실장석 하나가 다가와서 흉하게 아첨한다. "테츄~웅~"
남자는 그걸 밟아 으깼다. 그리고 가져온 마대자루에 실장석 시체를 하나씩 던져넣었다. 꼬박 하루를 하니 공원 실장석은 더이상 남지 않았다.
구청은 정말로 실장석 구제가 단 3일만에 끝나버렸다는 걸 믿을 수 없었지만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남자에게 300만원과 함께 추가 보상금도 주어보냈다. 그렇게 해도 구제업자 호출과 장비대여 비용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다. 남자는 오만원짜리로 두둑한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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