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있었던 일임


 

나는 야간돌이라서 밤에 일을 하고 돌아올떄쯤이면 아침이됨 
한 7시쯤이면 일이끝나지만 이것저것 하고 다음근무자랑 이야기좀하다보면 8시정도에 일터에서 나오는편이야 
오르막길을 올라 시에서 만든 체육시설 내부를 관통해 다음 아파트단지까지 걸어가면 일터에서 집까지 한10분쯤걸리는데 
생각보다 가까운거리에서 출퇴근하지 

때마침 언덕배기 길이고 시에서 만든 체육단지를 관통하지만내가 오르는 길은 풀숲이 많은 작은인도가 딸려있는 차도로임
그아래로 내려가면 체육시설이고 물론 전부 체육단지 내의 시설이니 대충 어떤 곳인지는 알겟지 ?

아무래도 작은동산을 깍아만든곳이다보니까 이곳엔 여러 사연이있는 실장석들의 생태계의 보고이기도해 
산실장이라는 것은 들어본적은 있지만 북한산을 오를때나 그럴때에도 실제로 산실장은 본적이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 전부이지 

보통 내가 걷는길도 어쨋든 산을깍아 만든 시설이기떄문에 산실장이 살것같지만 아니 작은 화단밑을 지나가거나 
산중턱을 넘나드는 놈들은 대부분 그냥 실장석이고 가끔 한마리 별사탕으로 유인해 산실장이 따로살고있는지 물어보아도 
그런녀석들은 본적없다고 말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 무조건 산이랑 관계가 있다해서 산실장이 사는것은 아닌것같아 

아무튼 나의 출퇴근 길은 그동안의 수많은 사연이 담긴 길이야 자주이용하는 시설내에 실장석과 공존하니 
각종 감동적인 스토리 또는 슬프고 불쌍한 사연들도 많지 

모두 썰을 풀려면 한두개의 잡글 가지곤 안될것같아 

사실 내가 지금이야기하려는건 산실장이나 이길에대한 실장석이야기는 아니야 
위의 사진대로 내퇴근길 우리 아파트 2층에살고있는 한마리의 사육실장 이야기지 

한참을 언덕을 지나고 신호등을 건너 아파트단지내로 들어오면 
우리아파트 옆동에 있는 2층 창문에 꼭 이시간만되면 밖을 내다보는 한마리의 사육실장이있어 

산책하거나 그런것은 본적이없기때문에 아무래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유일한 소통의 창구인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한정적인 세상을 만나는것같아 

보통 8시면 주인들이 출근할때잖아 ? 
주인이 출근할때면 베란다로 뛰어와서 주인의 뒷모습을 보고 매우흥분한채로 어린아이처럼 소리지르는 거지 
뭐 주인은 나보다 먼저 출근하기때문에 보통 만나는 일은 없지만 한참을 그렇게 몇시간이고 베란다만보면서 한숨쉬기도하고 
가끔 돌아다니는 칼갈이 아저씨들의 자전거를 시선을 따라가며 신기해하기도하는 모습을 가끔보고있으면 

사육실장이더라도 매일 갑갑하게 집안에서 자유를 느끼지못하는 것도 나름 불쌍한것같음

처음봤을땐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듯 당황한채 얼굴을 가렸지만 어느정도 익숙하게되니 이젠 나에게 짧게 손인사를 하거나 그러더라고 

물론 나도 짧게 손인사를 해주면 주인외의 인간이 반응을 주는것에 재미를 느낀것인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구 웃더라
어느날은 베란다 넘어로 춤을 추고있는모습을 멍하니 보고있으니까 금새 부끄러움을 느낀지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지곤 내가 그창문을 지나쳐 집으로 걸어가니 그때서야 얼굴을 빼죽 내밀고 날 바라보고있는것을 뒤돌아서 본적도있어 

아무래도 주인외의 인간에게 춤을 보이는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웠나봐 

몇일이 지나고 창문을 조금열더니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걸더라 

[데..데스! 데스데스!]

물론 알아들을수없으니 링갈앺을 켜니 

[닌겡상 안녕하신 데스카?]

라고 말을 거는데 처음으로 소통한것같아 나도

"응 그래 안녕?"

하고 가볍게 지나갔지 
그렇게 가볍게 인사가 몇일지나고 이번엔 안부를 물으며 나도 그만큼 대화가 늘고 그자리에서서 실장석과 대화하는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어 

물론 다들 출근하거나 학교갈시간이라 한산한 아파트단지이기때문에 가능했던것이지만 가끔 경비아저씨나 동네 아낙들이 돌아다니면 남의집실장석이랑 대화하는게 조금은 부끄럽기도하더라고 

보통 하는대화는 그동안 자신이 보아왔던것에대한 궁금증이야 

[저건뭐인데스카?]
"아저거 ? 아반떼"

[아..아반떼 데스카.... 저건 뭐인데스카?]
"저건 모닝"

[자동차씨도 각각의 이름이있는 데스카...]

이름이라는말에 조금은 씁슬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내리까는데 처음엔 알아차리지못했지 
어느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너는 이름이뭐야?"

생각해보니까 한달동안 대화하면서 이름한번 물어본적이 없거든 뭐 사육실장은 이름이 하나씩은 있을꺼아냐?
그래서 질문했더니 대답을 안하더라고.. 그저 우물쭈물 거리며 당황해하는녀석이 

[와타시는.. 이름이없는 데스..]

라고 짧막하게 말하길래 솔찍히 놀랐지 
사육실장인데 이름이없다니 솔찍히 사육주도 조금은 무심한 사람이 아닌가싶어 

나야 실장석을 기르거나 그런것보다 관찰을 좋아하는것이기에 사육실장을 들이진않고 
특히 그동안 사연이있던 들의놈들에게도 섣불리 이름을 지어주면 사육실장이 되었다고 착각하기에 이름을 지어주는 그런건없었지만
사육실장이 이름없이 맨날 베란다만 쳐다보는것도 좀이상하긴하더라고 

어느날 엔 그날도 앞을 지나갔는데 사육실장이 말없이 어딘가를 바라보더라 
평소였으면 문을 살짝열고 인사할놈이 그날만큼은 멍하니 어느곳을 주시하길래 나도 그곳을 바라보았더니 
아파트의 작은 화단아래 도토리를 줍고 즐거워하는 실장일가를 바라보고있는것이었어 

매우 쓸쓸해보이는눈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데 행동하나하나에 격한반응을 보이면서 어느때는 웃고 어느때는놀라하며 마치 자신의 자들을 바라보는듯한눈으로 그모습을 보고있더라 

뭐 혼자만의 시간도 좋겟지 하고 지나가려는데 마침 창문을 열고 나에게 급히 인사하는녀석에게 

"너도 가족을 갖고싶긴 한가보구나?"

라고 솔찍하게 정곡을 찌르자 어떻게알았냐는듯이 매우놀라하더라고 

[와타시는 ..자를 가질수없는데스.. 주인님이 원치않으시는데스..]
"아그래?"

[쓸쓸한데스.. 와타시 주인님을 처음엔 좋아했던 데스... 사랑한데스.. 하지만 점점와타시에게 멀어지시는 것같은데스...]
"뭐 애완동물이라는것은 질릴때도있는거니까 ...."

[가끔 생각하는 데스.. 자유로워지고싶은데스... 아는데스! 아는데스! 사육실장이라고하는것은 매우 행운인데스 많은 실장석들이 원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인것은 아는데스 ...하지만... 쓸쓸한데스.. 주인님은 와타시에게 이름도 주지않으시는데스.. 이야기도 많지않으신데스.. 와타시.. 사랑받고있는것이 아닌것인 데스... ]

고게를 떨구고 씁슬해하는녀석을 조금 걱정되는눈으로 바라보니 

[닌겐상... 닌겐들은 이럴때 어떻게하는데스카?...]

라고 의외의 질문을 하더라...
물론 실장석의 급에맞는 대충 뭐그래도 참고 버티면 행복이 찾아올꺼야 라던지 사육실장이면 그자리에맞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라 라고 대답해줄수도있겟지만 그날따라 왠지 그쓸쓸해보이는 질문에 조금진지함을 더해 

"글세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떠나지? 삶의 여유를 되찾기위해서 노력할꺼야"

라고 대답하니 한참을 끄덕이던녀석은 나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가버리더라 
조금이상한 분위기에 걱정은되었지만 실장석따위에게 크게 신경쓰고 걱정하고싶지않아서 대충 녀석을 조금불쌍히 여기며 집으로 돌아갔어 

사육실장이면서도 이름도없고 자를 가질수도없으며 오직 베란다만 오고가는 녀석의 삶...
그리고 녀석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듯 질문한 

'인간이라면 어떻게하는 가?'

에대한 질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질않네..
사실 이것은 그 사육실장녀석처럼 어떻게해야할지 모르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고 질문인것같아 
매우 철학적이면서고 쉽게 대답할수없는 것이지 

그런것에 사육실장이기에 너무 간단히 깊게생각하지않고 대답해준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어 
그리고 다음날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녀석이 또무슨 질문을 할까 궁금해하며 그아파트 앞을 지나서는데 
좁은 그 길목아래로 나있는 흔적....
분명히 피가 튄그흔적에 조금불안해 재빨리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사육실장이 있던곳을 바라보았더니 
역시나 그날은 평소와달리 매일있던 그자리엔 아무 성체실장도 서있질않았어...

문은 굳게닫혀있었고 시체가있어야할곳엔 오직 자국만이 길게 나있는것을 몰래 따라가보니 작은 봉투안에 담겨져있는 눈을감은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죽어있는 희미한 성체실장의 시체가 쓰레기봉투안에서 잠들어있는것이었지...

나는알았어... 그것이 주인이 던져 죽인것이아니라 
스스로 자유를 찾기위해 몸을 던진것이라는것을 그래서 처음으로 딛어본 그땅에 고통을 받더라도 미소지으며 죽어갈수있었던 이유가 잠시나마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유를 느꼈기때문이라고 생각해... 

왠지 짧게 생각한 나의 대답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꺼라고 생각하여 조금은 미안하기도했지만 뭐 어차피 실장석이잖아 
크게 개의치않고 나는 다시집으로 돌아갔어 

앞으로는 유치하면서도 짧은 질문을 들을수없기에 퇴근시간이 조금더 짧게 느껴지겟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무분별한 악플과 찐따 댓글은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