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최근 실장석을 조종하는 기생충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공원에서 딱히 아무 이유 없이 서성이는 알몸대머리 실장석들을 분석한 결과로, 이 기생충에 조종당하는 실장석들은 탁한 피부빛과 죽은 실장석 특유의 탁한 눈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실장석들은 생물학적으로 확실하게 죽은 상태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종되는가? 답은 위석이다.

기생충은 실장석에게 기생하며 일반적인 기생충처럼 양분을 빼앗는다. 숙주 실장석은 끝없는 허기를 느끼며 음식을 탐하고, 그것이 모자라면 결국은 비축해둔 식량이나 자신의 새끼들에게까지 손을 대게 된다. 이렇게 충분한 영양을 비축하고 번식 준비를 마친 기생충은 번식 단계를 시작한다.

첫 단계로, 기생충에게 조종당하는 실장석은 스스로 옷을 찢고 머리를 뽑는 '알몸대머리' 상태가 된다. 일반적인 자연의 실장석이 스스로 알몸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없다. 털과 옷을 빼앗기는 것은 실장석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알몸대머리는 실장석 사회에서 일명 '노예'라 불리는 최하층의 자리를 차지한다. 실장석이 완전히 알몸대머리가 되면, 그때부터 기생충은 뇌가 아닌 '위석'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위석이란 실장석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신체가 완전히 파괴되어도 이것만 멀쩡하면 재생이 가능할 정도다.

초췌해진 실장석은 알몸대머리가 되는 것을 자각하며 큰 스트레스로, 결국 죽거나 가사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기생충은 이 때 위석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실장석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다만 생물학적으로 볼 때, 상기했듯 위석이 깨지는 순간 실장석은 이미 확실히 죽은 상태이며, 더 이상 어떤 신체 대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온 몸의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피부 위로 붉은 반점이 보이거나, 입과 총배설강에서 출혈을 일으킨다. 기생충이 조종하는 것은 실장석의 시체, 빈껍데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태를 일명 '좀비'라고 한다.

조종당하는 좀비 실장석은 아무 이유 없이 밖에서 떠돌며 이목을 끈다. 만약 동족을 발견할 경우 '아첨'이라 불리는, 한 손을 얼굴에 대고 고개를 기울이는 행위를 한다. 알몸대머리의 숙주 실장석을 본 보통 실장석은 알몸대머리 좀비를 자기 둥지로 끌고간다. 그 후, 잡아먹히거나 강제 출산으로 낳은 새끼(당연히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를 통해 다른 실장석에게 전이된다.

여러 동물병원에서 자신의 실장석이 '좀비'가 되었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장석 좀비를 치료할 방법은 없으며(강조하지만, 좀비가 되면 생물학적으로 이미 죽은 상태다) 예방만이 최우선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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