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등불이 늘어선、뒷골목에 조용히 자리 잡은、미식가 사이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가게
『실장요리점 번헌정(빵콘정)』
오늘도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이나、근처에 사는 단골손님。
그리고 드물게 실장 요리를 찾아、이 지역 밖으로부터도 손님이 모여들었다。
왠지 그리운 엔카(애수가 담긴 대중 가요, 트로트와 비슷함)가 흘러나오는 이 가게 안에서、
점원은 주인장 한 사람뿐。
그럼 오늘은 어떤 요리가 나올까。
『우는 아이 통사시미와 실장 파 황금 구이』
(통사시미: 회를 친 다음 다시 본 모양새로 꾸며 담아내는 요리 방식)
(황금 구이: 노릇노릇하게 구워냈을 때를 비유한 것)
큰 편백나무 판을 아낌없이 사용한 카운터。
케이스 안에는、오늘도 건강하게 테치테치 레후레후라고 자실장과 저실장이 울고 있었다。
새빨갛고 따뜻한 빛을 내뿜는 석유난로가、창밖으로 떨어지는 눈이 만들어낸 추위를 없애주고 있었다。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차 향기가 천천히 가게 안을 채워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달필인 붓글씨가、널빤지에 써져 가게에 장식되어져 있었다。
새해를 맞아 붓글씨를 쓰는 건、올해도 잘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한 연례행사였다。
그런 카운터 뒤에서 자실장 1마리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데ー데스ー…」
자신의 아이를 귀여워해주기 위해、우마미쨩은 아이의 머리를 샹냥히 쓰다듬어주었다。
머리가 빗겨져 꽤나 기분이 좋았는지、아이는 테에테치이라는 잠꼬대와 함께 침을 흘리면서、
데구르르 방석 위를 굴러다녔다。
주인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동시에 재료를 손질하면서、훗하고 작게 미소짓고…손 안에서 울고 있는 지소코(식용 자실장)의 머리카락을 뽑아냈다。
그리고 지이이라고 소리치는 지소코를 내려다보며、‘슬슬 새로운 요리를 생각해 봐야겠군’이라고、
한겨울에 맞는 요리에 대해 고심하였다。
가게를 연 지 몇 시간 후、언제나처럼 단골손님이 빨간 포렴(가게 문에 매달아놓은 천)을 넘기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뭔가 좋은 일이 있었는지、단골손님은 추위로 인해 얼굴이 붉어져있었음에도 활짝 웃고 있었다。
「………………어서옵쇼、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데ー데스ー、데데스데스ー」
「별말씀을요、올해도 신세 좀 지겠습니다」
주인장은 단골손님이 좋아하는、소주를 탁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다음。
손질해 놓은 지소에비에 소금과 후추를 조금 뿌려 맛을 낸 전체요리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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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 실장 요리를 맛있게 먹다가、손님은 생각났다는 듯이 요리를 주문했다。
「주인장、우는 아이 하나요」
「……좀 비쌀겁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요」
「그렇습니까……축하드립니다」
그 정도로 말해두고、주인장은 카운터 뒤의 선반에 놓여진 그것을 쳐다보았다。
오늘의 메인 요리。1년에 1번、특별한 날에 남자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요리。
우는 아이。
그 자실장은 테치이 테치이거리며 우마미쨩에게 안겨 자고 있었다。
안도와 기쁨、행복으로 가득 찬 잠든 얼굴엔、기쁨의 눈물인지、적록색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데ー…」
주문이 들어온 동시에、우마미쨩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는 아이란 것은 산실장 요리를 일컫는다。
더불어 수고가 많이 들기 때문에、하루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한정된 요리다。
이 산자실장은 매입한 식용 저실장이나 자실장 사이에、일부러 섞어놓은 다음 매입된다。
물론 나중을 위해 헷갈리지 않도록 표시를 확실히 해둬야만 한다。
서서히 눈앞에서 처리되어가는 동족을 보며、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몸을 떠는 산자실장은、
주인장에 의해 끝없이 절규하는 동료들을 일부러 보게 되어 절망에 빠져간다。
우선 여기까지가、떨어지는 단계다。
그리고、다음은 올려지는 단계다。
이제 마지막으로 처리가 될 자실장에게 우마미쨩이 다가가、주인장에게 호소를 한다。
「부탁드리는 데스 주인님、이 자는 살려줬으면 하는 데스우。
죽은 와타시의 자와 똑 닮은 데스…와타시가 끝까지 책임지고 잘 기르겠다는 데스。
부탁드리는 데스 부탁드리는 데스우」
자실장은 왠지 우마미쨩이 내키지 않아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을、깨닫지 못했다。
그저、자실장은 목숨을 건져 안도한 탓에 허리의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기만 했다。
우마미쨩은 그러고 있는 자실장을 그대로 안고서、상냥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절망감에 빠져있다 해방된 자실장은、금세 우마미쨩을 마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발주할 때에 산자실장이 분충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긴 하다)
상냥하게 안아져、욕조에 들어가자 그곳엔、맛있고 신선한 야채、허브、달콤달콤한 벌꿀이 잔뜩 있다。
너무나 행복하고、배도 부르며、마마와 함께 침대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기쁨에 자실장은 눈물을 가슴팍까지 닿도록 흘린다。
이걸로 『우는 아이』의 손질이 끝났다。
지금 자실장은、머리에 직접 실장 네무리(수면 효과)와 시비레(마비 효과)를 섞은 혼합액을 주입당해、
의식도 감각도 전부 없는 상태에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이 상태로 조리가 시작된다。
「데스ー…」
미안하다는 듯이 주인장에게 자실장을 건네주고、우마미쨩은 가게 뒤로 사라져버렸다。
이 일은 매번 있는 일이기에 개의치 않고、주인장은 자실장을 도마 위에서 잠자게 했다。
자실장은 배가 갈라지고、머리카락이 깎이고、배 사이에서 내장을 전부 꺼내졌다。
그리고 왼쪽 어깨에 있던 위석은 영양제가 채워진 컵에 퐁당 빠졌다。
간단히 손질되어、자실장은 자는 모습으로 통사시미가 되었다。
손님인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에 새근새근 자고 있는 자실장은 전혀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우선、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한 입 먹자、그 순간 손님의 입에 펼쳐진 그 맛!
살아있는 고기는 푸슉하고 육즙을 날리며、자실장이 먹었던 허브의 부드러운 향과、
은은한 단맛이 입 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최고다…」
그 맛은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실장석은 학대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긴 했다。그러나、학대되어 좋아진 맛은 식감이란 벽에 막혀버리고 만다。
학대된 실장육은 딱딱해지고 말아、내부의 맛을 가두게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 행복하게 잠든 자실장의 고기는 어떠한가。
한결같이 부드러운 식감과、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는 혀마저 녹이는 육즙。
남자는 행복의 맛이란 게 있다면、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이 고기라 생각했다。
어느샌가 남자는 요리를 절반 가까이 먹어치워버렸다。
‘위험해 위험해、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남자는 젓가락을 놓고、주인장을 봤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장은、작은 주사기를 자실장의 머리에 꽂아 넣었다。
주사기의 내용물은 중화제。
픽하고 바늘을 빼내자、곧 자실장이 눈을 떠 접시 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뭔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테치이?」
(마마는…어디 간 테치?)
그렇게、한마디 중얼거렸다。
그리고、왜인지 움직이지 않는 몸을、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테치 테챳! 테츄ーー웅! 테츄ーーーー웅!」
몸이 잘게 썰린 상태로、중화제로 인해 통증을 느기게 된 자실장은、울기 시작했다。
(마마 도와달란 테치! 어디에 있는 테치! 마마ーーー! 마마ーーーーー!)
그 모습을 쭉 보고있던 남자가、말을 꺼냈다。
「너는 버려진 거야。마마는 너가 필요없데」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대는 자실장。
자실장은 이 말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렇기에 자실장은 움직이지 않는 양손으로 죽을힘을 다해 귀를 막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상황을 부정하기 위해 고개를 계속 저어댔다。
빠지직거리며、컵 안에 위석에 금이 갔다。
그 타이밍에、남자는 한 번 딱밤을 날렸다。
「지잇!」
머리가 갈라져、손가락 모양대로 열린 자실장에게 남자는 마무리로 간장을 발랐다。
자실장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마마、마마라고 소리치다가…
파키인
위석이 갈라졌다。
이것이 진정한 우는 아이 통사시미였다。
절망에서 행복의 절정으로、그리고 다시 단숨에 떨어뜨려진、자실장은 죽었다。
그리고 동시에 부드럽게 풀어졌던 고기가、딱 알맞은 식감을 가지게 되었다。
남자는 꾹 죄어진 고기를 우선 그대로、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먹었다。
그러자 아까와 다르게 탄력 있는 식감이 남자를 맞이하였다。
그 순간、파앗하고 고기가 입 안에서 터져나갔다!
「…………………………!」
아까 전 것도 맛있었지、너무너무 맛있었지、그래도 역시 달라。
몇 번이고 먹어봤지만 이 순간은 변하지 않을 거야。
말이 막힐 정도인 생명의 맛!
오독오독 터지는 고기 속에서 팟하고 찾아오는 이 맛은、
오랜 전통을 가진 양식점의 황금빛 콘소메 스프라 해야할까…아니、그것 가지곤 부족해。
짠 맛은 아니야、그저 맛이란 걸 응축시킨 무언가야。
목을 넘어가고、코를 뚫는 향기마저도、정말로 감미로워。
갈은 무와 유자 껍질을 올려 다시 먹고。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면、아아 끝내주는 맛이야。
「………슬슬」
「………아아、죄송합니다。그럼 나머질 부탁드릴게요」
마무리 작업을 시작한 주인장에게 그릇을 넘기고、행복의 여운에 잠겼다。
자、마지막 마무린 역시 그거겠지。
주인장은 접시에서 자실장이었던 것을 내려놓고、파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날렵하게 파란 부분과 흙이 묻은 부분을 벗겨내고、세로로 한 번 쓱 칼집을 냈다。
싹둑이란 신선한 소리를 낸 파 사이에 고기를 끼우고、머리에서 꺼내놓은 지소미소(실장 뇌 / 실장 된장)를 소스로 만들어、
고기에 발라가며 아까 냈던 칼집에 이쑤시개를 꽂았다。
발밑에 놓여진 풍로로 그것을 전부 구워가자…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향기가 가게를 매우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던 손님들의 시선이 모아진、큰 접시에 좌정한 것은 한 개。
그것은 그을린 파였다。
그 옆엔 오도카니、머리가 열린 상태로 하염없이 울며 술잔이 된 자실장。
지소미소의 잔재가 발라진 술잔으로 마시는 술은 정말 각별하다。
그리고………。
스르륵、그을린 부분을 벗겨내자、안에선 금빛으로 빛나는 지소미소가 발라진 파의 속부분。
육즙이 넘쳐흐르는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장 파 황금구이』가 완성되었다。
향기나는 접시의 옆엔、탁하고 놓여진 은색 밥 한 공기。
파는 젓가락으로 간단히 잘라질 정도로 부드럽고、그 속에선 육즙과 파 국물이 넘쳐흘렀다。
그 국물을 밥에 부어 한 입 먹으면。
아아 이제、여한이 없다。
남자는 국물을 머금은 밥과 파를、아무 말 없이 먹을뿐이었다。
따끈따근 후끈후끈한 요리를 후후 불고、음미하고 목으로 넘기는 리듬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나와있던 실장 된장국(지소미소 국)을 쭈욱 다 마시고、남자는 그릇을 탁 놓았다。
「…………후우」
「………변변치 못했습니다……」
「…뎃쿳……뎃데스ー」
잘 먹었습니다!
탁 소리를 내며 합장을 하고、남자는 남은 술을 쭈욱 들이켰다。
코로 빠져나가는 여운은 뒤풀이로 딱 적당해서、남자는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연초부터 꽤나 낭비를 해버렸지만、오늘은 그래도 잘 썼다고 생각하며、
눈 내리는 밖으로 갑자기 뛰쳐나간 남자는 홀로 경쾌히 스텝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어제 태어난 건 여자아이였지。
새로운 가족이 늘어난 날은、너무너무 기뻐서、아까 그 자실장이 준 행복과 같애。
자아、오늘은 어떤 잠든 얼굴을 보여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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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뒤편에서 나온 우마미쨩은、큰 접시에서 자실장을 안아올렸다。
운 좋아서 3일 동안 주문을 받지 않으면 자실장을 길러도 좋다고 말을 들었었지만、지금까지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우마미쨩은 자실장들을 자신의 자식으로서 맞지 못하였다。
「데스ー…」
「…………우마미、손님이야」
어서오세요라고、데ー데스ー。
평소했던 말과 평소했던 동작、눈물을 흘린 아이는 수도 없이 많았음에도、그 우마미쨩의 안타까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도 『평소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에、조금이지만 우마미쨩은 적적히 소리내보았다。
그 손에 든 시체는 쓰레기통으로、오늘도 슬픔과 함께 버려졌다。
* 토대가 된 요리
파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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