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일가 1~2 (메종일랑)



맹렬한 햇살이 구름 속에 숨어 모처럼 상쾌한 날. 
실장석 일가의 나들이 날이었다. 
커다란 봉투를 들고 앞장선 친실장의 뒤를 장녀가 뒤따랐다. 

“레치~~”

동생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면서도 혹 마마와 떨어질까 두려워 부지런히 따라붙는 격한 걸음에 품에 안긴 엄지가 자그맣게 울었다. 장녀의 뒤를 구더기를 안은 차녀가, 다시 그 뒤를 5자매가 옹기종기 따랐다.

친실장, 자실장 7마리, 엄지와 구더기 각 한 마리. 열 식구가 기차놀이를 하듯 늘어선 나들이 행렬. 일평생 투쟁의 장에서 살아가는 들실장의 삶에선 기대하기 힘든 호사였다. 친실장은 모든 것이 이 낙원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데스, 던져지길 잘한 데스.’

태어나 두 번째로 맞이한 가을 씨. 빈속에 풀을 채워 넣다 까끌까끌한 손이 친실장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붕붕씨에 내던져진 친실장은 자도 낳지 못하고 슬픈 일을 당하는 줄 알고 피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까끌까글한 손을 가진 닌겐상은 친실장을 낙원에 던져주었다. 집으로 쓸 박스와 함께.

이 낙원에서 친실장은 추운 날을 견디고, 자를 낳고, 고향 풀숲의 실장들을 몰살시킨 여름 날도 문제없이 보내고 있다. 

“마마, 아직 멀었는 테치?”

“와타시도 다리 아픈 테치!”

“4녀챠, 5녀챠, 조금만 참으란 테치! 6녀, 7녀도 조용히 걷고 있는 테치!”

살짝 볼을 부풀리고 귀엽게 투정하는 볼멘 투정을 늘어놓는 이모토챠들을 장녀가 얼렀다. 친실장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몇 달 되지도 않았것만 어느새 제법 성체 티가 났다.

“이제 얼마 안 남은 데스. 조금만 힘을 내는 데스!”

“알겠는 테치~ 힘내는 테치”

방금의 불평이 거짓말같이 입을 모아 대답하는 자들에게 다시 한번 웃어준 뒤 고개를 돌린 친실장의 눈에 빼곡히 들어찬 잡초들이 보였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다 왔는데스”

“”“와와와!!”“”

풀숲 사이 차고 맑은 물이 잔뜩 흐르는 시냇가가 눈에 들어왔다. 
자들, 좀 전 까지 이모토챠들을 단속하던 장녀부터 차녀 품에서 잠자던 우지챠까지 모두가 넋을 잃고 탄성을 터뜨렸다. 

“물이 잔뜩 있는 테치~”

“차가운 테치~ 이제 뜨겁지 않은 테치!” 

“오네챠, 빨리 내려주는 레찌, 아타찌 첨벙첨벙 하고 싶은 레찌!”

“시원한 레후~”

뜨거운 여름에 힘겨워하는 자녀들을 위해 한참 전부터 준비한 소풍이었다. 뜨거운 해씨를 뚫고 도착하는 게 문제였는데 모처럼 해씨가 보이지 않자 망설임 없이 결행했다.
기쁘게도 모두가 좋아해 주었다.

“모두 마마가 보는 곳에서 즐겁게 노는 데스!”

“알겠는테치!”

정말 알고서 대답하는 건지 물놀이에 정신이 팔린 자들의 모습을 감상하며 친실장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로 물을 뿌리며 놀던 4녀와 5녀의 손놀림이 조금 둔해지고, 얼굴만 내놓은채 엄지의 프니프니를 받던 우지챠가 만족한 미소와 함께 늘어지는 모습을 본 슬슬 떼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품에서 돌을 꺼냈다.

실장석의 작고 뭉툭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으면서 단단한 돌맹이는 만능 도구로 일가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자, 모두 이곳에 모이는 데스. 이제 밥을 먹는 데스.”

“마마, 밥이 어디 있는 테치? 봉투에는 아마 것도 없는 테치.”

차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부터 가져오는 데스. 정말 우마우마한 데스.”

자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시냇물 너머 풀숲으로 들어간 친실장은 신발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잡초 사이를 뒤졌다. 

이윽고 잡초 중간에 붙어있던 커다란 벌레를 잡아 던졌다. 이곳 잡초들엔 이런 벌레들이 정말 많았다. 껍질이 단단하지만 속살은 정말 부드러웠다.

“징그러운 레찌”

“그게 뭐인 테치?”

기겁하는 엄지를 감싸 안은 장녀가 묻는다. 

“너희들도 잘 아는 음식인 데스. 보고있으란 데스”

친실장은 돌로 벌레의 껍질을 힘껏 내리쳤다. 실장석이라도 도구를 이용하면 이런 작은 벌레 껍데기 정도는 깰 수 있었다. 검고 단단한 껍질이 부서지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아, 우마우마인 테치!”

“어제도 먹었던 테치~” 

그제야 벌레의 정체를 알아차린 자들이 환호한다. 여름 내내 마마가 별미라며 가져다준 우마우마한 음식이 저 벌레의 속살이었음을 알아차린 자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마마를 바라보았다.

“오마에타치들이 매일 먹었던 우마우마의 정체는 이 벌레인 데스. 잘 기억하고 너희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데스”

테치테치 자들이 일제히 어미의 말에 수긍했다.

“이 낙원에는 이런 것들이 널려있는 데스. 하지만 모르면 찾을 수 없는 데스. 앞으론 소풍 때마다 마마가 가르쳐 주는 데스. 잘 배워야 낙원을 오마에타치의 자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데스.”

아무리 귀여운 자라도 언젠가는 어미 품을 떠나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독립을 위한 지식을 가르치고 싶었다. 

“자, 어서 맛있게 먹는 데스. 마마가 또 잡아오는 데스.”

재차 환호가 터진다. 낙원이 만들어준 이상적인 실장 가족의 모습이었다.


*


마마의 말대로 맛난 벌레는 잔뜩 있었다. 웃고 떠들며 만찬이 한창인 와중 6녀가 조심스레 친실장에게 다가왔다.    

“마마, 와타시 운치 나오는 테치”

“여기서는 안 되는 데스. 저기 풀 아래서 보는 데스.”

상당히 급했는데 물을 첨벙이며 내달린 6녀는 잡풀 속에 녹색 운치를 쏟았다. 그것은 친실장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비법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한 낙원이지만 닌겐이 없지는 않다. 그리고 닌겐은 더러운 걸 아주 싫어했다. 고향 풀숲에서부터 체득한 삶의 지혜. 청결하게, 최소한 눈에 띄지만 않게 하면 대부분의 닌겐은 실장석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더러움이 눈에 보이며 주저 없이 구제된다. 걸어가는 닌겐 옆에서 운치를 싸다 그대로 배가 찢어진 동족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는 이곳에 와서도 잊히지 않았다.

친실장은 원칙을 정했다. 뭐든 더럽히지 않는다. 최소한 닌겐의 눈에 더러움이 들어가게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수풀은 정말 유용했다. 녹색의 잡풀들이 실장석의 녹색 운치를 쉽게 가려주고 뒤처리도 도와주었다.

“끝났으면 풀을 꺾어 깨끗이 닦는 데스. 그래야 착한 자인 데스.”

이 규칙만 지키면 닌겐은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우마우마한 밥도, 안전한 거처도 위협받지 않는다. 낙원은 영원히 자신과 자들의 것이다. 그렇게 확신했다.


*


“아니, 아직 도착 안 했는데. 거의 다 와 가. 들어가는 입구, 아, 어련히 알아서 안 할까, 왜 자꾸 전화에요!”

방역전문 주식회사 HTB 실장부서 대리 박웅철은 치미는 짜증을 억누르며 모친과 통화를 이어갔다. 티 내지 않으려고 해도 한 달 만에 맞이한 황금 같은 주말이 날아간 직장인이 평정을 유지하긴 어려웠다.

“뭐요? 짜증? 아니...그럼 내가 지금 기분 좋게 생겼어요? 예? 7월에 날 뜨거워 지면 낙동강 중류부터 하류까지 녹조 경보 떨어지고, 그럼 들벌레들은 세수하다 새끼 까고, 밥 처.. 밥 먹다 새끼 까고, 물 뜨러 갔다 새끼 까고! 나는 그거 잡으러 두 달 내내 강변 노숙인데! 근데 모처럼 쉬겠다는 아들내미 시골까지 실장석 잡으라고 내려보내 놓고 뭐요? 짜증? 아, 됐어요. 끊어요!”

거칠게 전화를 끊은 웅철은 전화를 내던졌다. 

외할머니 산소 근처 밭에 실장석이 출몰한다는 외삼촌의 연락에 아버지는 모처럼 쉬러온 아들의 등을 떠밀었다.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너를 어쩌고 저쩌고, 바쁘다며 명절에도 어쩌고 저쩌고 유교 공격에는 버틸 수가 없는 법이다. 

시골로 내려가는 동안 겨우겨우 짜증을 추스렸으나 마을 입구 도로를 진입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실장석 일가에 평정을 잃어버렸다. 

외갓집 밭은 마을 깊숙한 야산에 있다. 실장석의 행동 반경을 고려하면 실장석 식 피서에 여념이 없는 저 일가가 범인일 순 없다. 

즉, 이 마을엔 복수의 실장 개체가 존재한다는 소리고, 이는 토요일 안에 일을 끝내고 
일요일만이라도 온전히 누리려던 목표가 한여름의 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웅철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 장화와 작업복, 장갑, 실장 폐기용 포대, 수거용 집게... 그리고... 그리고....

“없다...”

실장 구제에 가장 흔히 쓰이는 HTB사 표준 장비, 목봉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내던지다시피 장비를 챙기다보니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하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우러나왔다. 
휴일은 휴일대로 없어지고, 일하는데 필요한 장비는 빠뜨리고, 환상적인 하루다.

“손으로 잡을까?”

안 된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친실장은 어떻게 하지?”

HTB사 실장 부서에는 사원을 위한 업무 메뉴얼이 존재했다. 

제1항. 자실장 열 마리를 놓쳐도 친실장 한 마리를 구제한다.

똑똑한 친실장은 자들에게 대피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친실장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혹여 있을 도주극을 방지하고, 자실장들을 빵콘시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제2항. 일가가 모여있을시 친실장을 최우선으로 구제한다.

자는 아무리 죽여도 또 낳으면 그만이다. 학대파 정신병자들은 친실장 살려놓고 자만 죽여서 자원봉사 운운하지만 새끼를 낳고 양육할 수 있는 친실장을 죽여야 개체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어미 잃은 자실장의 생존율은 어떤 연구에서도 30%를 넘긴 적이 없다.

이 두 조항은 한 지역에 피해자들 이전에 직원들이 몇 번씩 재방문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접근은....”

지금 이곳엔 성인 남성이 몸을 가릴 엄폐물이 전혀 없다. 눈에 안띄고 접근해서 친실장을 헤치울 방법이 없었다. 

회사 업무라면 개를 풀거나, 드론을 띄우거나 정 모자라면 직접 몰이꾼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좀 전까지의 흥분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도구를 챙겨오지 못한 상태에서 구제 매뉴얼을 준수하며, 친실장부터, 일가 전체를, 쓸어담아야 한다. 

어디서 나무 작대기라도 꺾어야 하나 고심하여 주변을 돌아보는데 저 앞에 단독 주택 한 채가 보였다. 피서객 대상으로 백숙 장사를 겸하는 민박집. 그도 몇 번 들를 적이 있는 곳이었다. 

“벌레 잡는다는데 안 빌려주긴 안겠지.”

시골집에 설마 쓸만한 도구 하나 없을까. 웅철은 바삐 걸음을 옮겼다.


*


실컷 먹고 배가 부른 자실장들은 물에 발목을 담그고 배를 두드리며 노래했다.

테치테치텟챠~~

기운찬 노랫소리가 친실장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모처럼 온 가족을 데리고 힘낸 보람이 있었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마 곁으로 장녀가 다가왔다.

“마마, 감사한테치. 와타시타치 마마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낸 데스.”

장녀의 손을 잡았다.

“장녀, 너는 감사할 줄 아는 착하고 현명한 자인 데스. 꼭 좋은 마마가 되는 데스.”

“알겠는 테치. 와타시 꼭 마마같은 마마가 되는 테치. 마마처럼 자들을 데리고 와서 이곳을 알려주는 테치.”

언제 이리 컸을까. 이제 밥을 구하는 동안 자들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일부터 하나하나 가르치자. 차녀까지 좀 더 크면 차녀에게 맡기고 같이 밥을 구하자. 그래, 그렇게 마마가 되는 법을....

휘이익
서걱

9자매가 모두 자를 낳아 자신을 둘러싸고 노래하는 광경을 생각하며 행복회로를 돌리던 친실장의 귀에 무언가가 날아와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얼굴에서 끈적끈적한 촉감이 전해졌다.

“.....테.....테....”

“뭐...뭐...!!!”

장녀의 배를 찢고 나온 거대한 발톱.
친실장의 얼굴이 장녀의 피와 내장으로 뒤덮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척추와 갈비뼈를 부수고 배까지 뚤고 나온 발톱 사이로 조각난 내장과 운치,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흘러내렸다. 
장녀는 갑자기 들이닥친 극심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장녀!!!!”

다른 자매들이 언니에게 일어난 이변을 눈치채기도 전에 저 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득달같이 내달렸다.

친실장의 눈이 절망으로 문들었다.

“닌겐이 온 데스. 오마에타치 모두 피하는 데스!!” 

애석하게도 직전까지 행복에 취해있던 자들의 움직임은 기만하지 못했다.

그 사이 닌겐은 이미 일가 앞에 서있었다. 
물 밖에 내던져진 입만 뻐금거리던 장녀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자의 몸을 찢은 발톱이 허공을 가르더니 장녀의 몸을 동강냈다.
가장 신뢰하던 자의 머리가 친실장 앞에 떨어졌다.  
그 발톱은 닌겐의 것이었다. 닌겐에게 저런 발톱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장녀!!”

어미의 절규가 최고조로 달했을 때、닌겐과 친실장의 거리도 사라졌다.

닌겐의 발이 친실장의 턱에 내려 꽂혔다. 턱이 부서지고, 이빨은 부러진 채 핏방울을 흩뿌리며 물에 처박힌 몸뚱이는 움직일 줄 몰랐다. 

“마마!! 정신차리란 테치!”

“도망치는 테치!”

갈갈히 찢긴 언니와 내동댕이쳐진 마마를 목격한 자실장들에게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는 건 무리였다.
6녀와 7녀는 빵콘한채 그 자리서 움직이지 못했다. 
4녀와 5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마마에게 달려갔다.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한 자는 풀숲으로 내달리는 3녀와 엄지와 구더기를 챙기려 한 차녀 뿐 이었다.

그리고 닌겐은 남은 8자매 중 3녀를 바라보며 똑바로 내달렸다.

“살려달라는 테치... 도망치...”

혼이 빠져라 달렸지만 10cm 남짓한 자실장의 보폭은 뻔했다.
언니를 찢어발긴 발톱이 지체없이 3녀를 덮쳤다.
할퀴고 지나간 자리엔 동강난 3녀의 몸뚱이만 남았다. 

“테샤아아아아아아아”

“엄지짱, 우지챠 빨리 오네챠에게....”

다급히 엄지와 구더기를 챙기려던 차녀의 머리가 부셔졌다. 두개골과 목뼈, 척추가 단 일격에 조각나고 분대가 찢어졌다. 
그래도 위석까지 박살나 바로 죽을 수 있었던 차녀는 행복했다. 동강난 3녀의 반신은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가차 없는 폭거는 멈출 줄 몰랐다. 
울고 불며 마마를 흔들던 4녀와 5녀의 살점이 물속에 흩어진다. 
그때까지도 덜덜 떨고 있던 6녀와 7녀는 선 채로 핏물이 되었다.
9명이었던 자매는 이제 엄지와 구더기만 남았다.

“왜...왜....이런 짓을 하는 데스...닌겐....대답하란 데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친실장은 고통과 절망에 몸부림치며 남은 자식들의 앞을 막아섰다.

“와타시타치....오마에에게 무슨 짓을 했는 데스? 
어째서 와타시의 자를 죽인 데스! 
착하고 좋은 자들 밖에 없었던 데스!
닌겐에게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은 데스!!
왜 가만 있는 우리를 죽이는 데스!”

닌겐은 말이 없었다.  
친실장은 돌아보지 않은 채 단 둘 남은 자들에게 외쳤다.

“엄지짱! 우지챠를 데리고 도망치는 데스. 
여긴 마마가 막는 데스. 
꼭 살아서 자를 낳는 데스!!”

죽더라도 반드시 막아세운다. 
그렇게 결심하며 양팔을 교차시켰다. 
그런데....왜 저쪽에 자신의 팔이 보이는 거지?
눈이 두 개인데 왜 한쪽만 보이는 거지?


*


“살벌하네.... 조선 낫, 조선 낫 하더니.”

웅철은 민박집 주인에게서 빌려온 조선 낫의 터무니없는 위력을 실감하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쇠스랑이나 장대가 있으면 빌려달라는 웅철에게 집주인은 조선낫을 내밀었다.
무식한 내구도에 웬만한 중화 식도보다 굵은 날을 가진 전통 나무낫은 실장석의 무른 살점을 너무 쉽게 잘라냈다. 

손에는 두부 자르는 정도의 감촉만 전해졌을 뿐 인데 친실장의 양팔과 몸뚱이를 동시에 양단해 버렸다.

“이래서야 백주 대낮에 흉기 들고 쇼하는 미친놈인데...”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묵직한 조선낫은 먼 거리를 꽤 안정적으로 날아갈 수 있다.
군대에서 작업하다 심심한 장병들이 낫을 집어던지며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몸을 숨기며 접근할 수 없으니 낫을 던져서 친실장만 제압하고 빵콘해 멈춰선 자실장들은 마대에 가볍게 쓸어 담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처음 던져보는 낫은 옆에 있던 자실장에게 날아갔고 결국 미친광이 살인마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
이러서야 학대파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논에 들어가게 놔둘 수야 있나.”

10cm 안팍의 녹색 해충이 논에 들어가면 찾기도 어렵고 모가 밟히기라도 하면 논주인에게 욕먹는 사람은 저 해충들이 아니라 
자신이다.

웅철은 수거용 집게로 가장 먼저 죽은 자실장의 시체를 수습했다. 많이 훼손되었지만 크기를 판명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15에서 16cm 가량. 중실장 표준인 20cm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실장석의 번식기는 개나리가 피는 3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유독 꽃샘추위가 심한 한국은 벚꽃이 개화하는 4월
심하면 5월까지 미루는 개체가 있다.
근데 6월 중순인 지금 이 크기라....

“얼마나 해 먹은 거야.”

친실장 주변을 살펴보니 유기농 재배를 위해 논에 풀어놓은 왕우렁이 껍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대충 봐도 20개 가까이.
논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우렁이 대신 제초하느라 고생 좀 할 거 같다.

논쪽에는 피해가 없나 싶어 살펴보니 두렁 가까이 자라던 모 사이에 독한 냄새를 풍기는 배설물이 쌓여 있었다. 
옆에 운치투성이 모 잎을 보니 모를 꺾어 뒤처리도 한 모양이다. 

“이 짓을 이 논에서만 했으면 신고를 안 했을 리가 없고...”

아마 논두렁을 따라 쭉 내려오며 지나는 논을 그때그때 털어먹었을 것이다. 그러면 한 곳에 피해가 집중되진 않는다.

분석을 마친 웅철은 스마트폰을 꺼내 아직도 덜덜 떨며 움직일 줄 모르는 엄지와 구더기를 화면에 담았다. 
논 주인이 자기 소유임을 알 수 있도록 주변까지 신경 쓰며 세심히 촬영했다.

HTB사 실장 부서 업무 매뉴얼 
제3항. 운치굴 밖에 있는 엄지와 구더기는 가급적 촬영하여 의뢰주에게 통보할 것.

운치굴 비상식량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길러지는 엄지와 구더기가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식량사정이 풍족하다. 
바꿔 말하면 이놈들이 의뢰주님께 정말 많은 피해를 끼쳤습니다.

촬영하여 의뢰주에게 통보하게끔 되어 있었다. 의뢰받아 한 일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 일단 촬영해 두기로 했다.

한 10여장 찍었을까. 충분하다 싶어진 웅철은 낫을 들어 구더기를 안은 엄지에게로 다가갔다.


고통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을 것이다.



식전 댓바람부터 논두렁 뛰어다니며 요란한 시간을 보낸 웅철은 
마을 안쪽 큰외삼촌댁 가는 길을 재촉했다.

10년간 양돈을 해온 큰외삼촌은 근래 포도 농사에 손을 뻗쳤다.

“그만하면 노후자금도 충분한데 하나만 하시지 좀...”

무슨 변덕일까? 늘그막에 양돈하기 전 복숭아 재배하던 가락이 떠오르기라도 했나?

잡생각에 잠겨 운전에 전념하고 있으려나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왔다.
양돈 농가 특유의 돼지 분변 냄새.
15년 전 외가에서 무협지에서 아직도 이 냄새가 난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짐을 꺼내는 그를 맞이한 사람은 외삼촌이 아니었다.

“네가 여기 왜 있냐?”

“큰아빠 어제 새벽에 입원하싰다.”

시내 사는 작은 외삼촌네 장남. 
웅철에겐 이종사촌 동생인 기찬은 만나자마자 비보를 전했다.

“뭐! 어쩌다?”

“내하고 밭에 울타리 치다 삐끗해삤다. 
멘솔레담 바르면 낫는 알고 개겼는데 나 먹고 마음대로 되나. 그게.”

“하이고...거 조심 좀 하시지. 환갑도 넘은 분이.”

“앞뒤 돌아가는 사정은 내가 아니까, 내랑 가면 된다. 점심 전 이제? 밥부터 무라
큰엄마(웅철에겐 큰외숙모)가 형 쉬는데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돼지 잡아놓고 갔다.”

갓 잡은 돼지고기 목살로 양껏 포식한 웅철은 드디어 문제의 포도밭을 향했다.
밭은 3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모신 야트막한 산 아래에 있었다.

“감나무도 여전히 많네”

“거, 뭐 청도 교외면 다 그렇지. 뭐.”

웅철 어머니의 고향인 경북 청도의 명물이라 하면 씨없는 감과 복숭아다. 
집집마다 감나무 한그루. 야산에도 감나무, 길가에도 감나무. 
아직 여물지 못한 여름의 과실을 보듬고 있는 풍경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구릉에 도착한 둘은 일단 외할머니 산소를 찾아 절을 올렸다.
산소 주변엔 시야를 가리는 나무 한 그루 없어 주변이 훤히 내려 보였다.

“저다”

감나무가 늘어선 구릉으로 오르는 입구 부근 평지를 가리킨 기찬은 
이내 그곳으로 웅철을 안내했다. 

“심하네.” 

수확을 앞둔 포도나무 여기저기가 떨어지고 뭉개져 망신창이였다.

“어떻게 기드러 오는지, 드러와가 막대기로 치가 다 따무삐더라.”

“구제는?”

“그 뭐 녹돼지 좋아한다는 사탕 약 잔뜩 뿌맀다.”

“야, 그거 쓰면 안 돼. 불법이야.”

“와? 녹돼지만 뒤지는 거 아이가?”

“고양이는 쥐약 먹으면 안 죽든? 독약이 다 같이 독약이지. 다른 동물까지 죽인다고... 
업자가 정해진 상황에서만.... 아, 뭐 벌써 썼으면 어쩔 수 없고.”

1970년대까지 흔했던 삵이 멸종위기 희소종으로 전락한 건 당시 쥐와 실장석을 
잡기 위해 마구잡이로 뿌린 쥐약 때문이다. 

과거의 부작용을 복기한 환경부는 일부 예외 상황을 제외한 코로리 사용을 금지했다.

물론 이런 시골에까지 그런 규제가 일일이 미치기도 힘들고 
피해 농민들의 원성 때문에 적발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서 좀 잡히데?”

“4마리까지는 잡았는데 그담부턴 안 통하더라.”

“포획틀은 써봤나?”

“안에 똥 던져놓고 가드라.”

망할 놈. 지가 무슨 이리왕 로보라도 되나.

“벌써 다 따먹진 않았을 거고. 어디까지 갔냐?”

“어 그게....”

밭을 3분 2 쯤 가른 기찬이 과실이 반쯤 짓뭉개고 떨어진 포도나무 앞에 섰다.

“여까지. 요 뒤에는 아직 다 달리있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둘러 본 웅철은 기찬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종말점을 찾으면 다음엔 간단했다.

“성체 실장이 커봐야 40cm거든. 
숏다리로 아장아장 걷다 보니까, 새끼들이 움직이는 동선이 존나 좁아. 
배때지에 등가죽 들러붙는 상황 아니면 좌우로 넓게 안 움직여. 
웬만하면 앞만 보고 간다 이 말이지.”

기찬이 가르쳐 준 나무에서 울타리까지 일직선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어, 찾았다.”

외삼촌이 다리 부러져 가며 세운 합판 울타리 너머 발자국과 
수풀 눌린 자국이 선명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운치굴 파던 가락으로 땅굴파는 애들이 있어.”

울타리 아래로 친실장 하나가 드나들 만한 굴이 파여 있었다. 

“녹돼지가 무슨....”

실장석 중에도 가끔 약은 놈이 있음을 아는 웅철과 달리 
잔머리 굴리는 실장석이란 발상 자체를 못 해본 기찬은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웅철은 바닥에 엎드려 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다시 일어나 울타리 너머를 살피길 반복했다.

“햄 뭐 하는데?”  

“키.”

“키?”

“발 크기랑 몸 둘레로 대충 재 진다. 
좀 크다. 한 40 되겠다.”

게을러터진 본능을 이겨내고 굴 파고 들어올 끈기
거구
코로리를 구분하는 식별능력
벌레치곤 의외의 응용력 

“코로리로 잡은 4마리 뭐 다른 거 없었어?”
목걸이나, 옷색이나, 체형이나?”

“다 똑같던데.” 

“알았다. 일단.... 가서 철사 한 무더기만 사와.”


*
  

“와타시 빨간 아마아마가 먹고 싶은 테치”

“아타치는 녹색 길쭉씨가 더 좋은 레찌”

자실장들은 해맑게 떠들며 농부 아저씨의 1년 피땀을 거덜 내는 모의를 시작했다.
복숭아 밭 득구 아재의 일가실각을 노리는 5녀
물 많고 시원한 오이를 요구하는 7녀 엄지 

평소 세균과 기생충 덩어리라며 실장석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조차 
학대파로 돌변시킬 발언들이 이어졌다.

“알겠는 데스. 음식은 많으니까 맘껏 이야기하는 데스.”

“5녀짱, 7녀짱, 마음대로 요구하면 마마가 곤란한 테치”

착실한 장녀가 제지하고 나선다.

“마마, 편식은 이모토챠들에게 안 좋은 테치. 
오늘은 노랗고 둥근씨를 먹는 게 좋은 테치.”

장녀가 요구한 것은 구릉 중간 김씨 할머니네 감자.
언제부터 이들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테에에~ 와타시타치는 아마아마가 먹고 싶은 테치”

“안 되는 테치. 여러 가지를 먹어야 마마처럼 멋진 마마가 되는 테치.”

볼멘 소리로 칭얼거리는 동생들을 어르는 장녀의 사려 깊음에
친실장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현명한 데스. 이 자는 정말 현명하고 착실한 데스.’

엄지 둘에 구더기까지 9자매 중에 자신을 가장 많이 닮은
자신의 모든 걸 배워가는 장녀에 거는 기대와 애정은 그만큼 컸다. 

“이번엔 모두가 좋아하는 깜장 아마아마를 구해오는 데스. 모두 기대하는 데스”

10년 넘게 실장석이라곤 모르던 마을에서 호사를 누리는 친자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달고 수분 많은 깜장 아마아마였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엄지부터 구더기까지 8자매가 달라붙었다.

“정말인 테치? 깜장인 테치”

“사랑하는 레찌, 아타시 행복한 레찌!”

“레후! 깜장 아마아마 좋은 레후~”

“마마, 사랑하는 테치”

사랑스럽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눈에 담은 친실장은 
마지막을 자들을 쓰다듬어 준 뒤 집을 나섰다.

친실장은 비닐봉투와 비장의 막대기를 손에 쥔 채 구릉을 올랐다.
등산이란 운동은 실장석의 유리 몸뚱이엔 부적합하다.
하지만 여느 들실장 실장보다 10cm 이상 큰 친실장은 힘든 줄 몰랐다.
무엇보다 언덕 위엔 별천지가 있다.

‘이곳에 떨어진 건 행운인데스. 
카미사마가 딜리전스하고 세레브하고 고져스한 와타시에게 준 선물이 틀림없는 데스’

손이 까끌까끌한 카미사마는 그녀를 비롯한 다섯 실장석을 이곳에 내려주었다.

유감스럽게도 4마리 이웃상들은 모두 분충이었다.
해씨가 쨍쨍해 닌겐들 다 나와 있는데 설쳐서 친실장의 밥 구하기까지 방해하더니
급기야 친실장의 밥을 가로채려 했다.

‘참 되먹지 못한 분충들이었던 데스’ 

굶주린 분충들이 자신의 자까지 노리기 전에 손을 써야만 했다.
힘들여 뭘 하진 않았다. 
그냥 저쪽에 콘페이토가 뿌려져 있다고 말해줬을 뿐.

분충들이 뭘 얼마나 모아놓았겠냐만 아쉬운데로 식량과 가재도구를 쓸어 담고
마마를 닮아 똥벌레인 자와 구더기들은 독라로 만들어 운치굴에 던져넣었다.
추운 날 일가가 일용할 양식이 되어줄 터였다.

‘똥벌레 주제에 보람찬 결말인 데스.’ 

자신만만한 웃음을 흘리며 예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심혈을 기울여 다진 땅굴은 친실장의 거구도 문제없이 받아들였다.

시큼한 깜장 아마아마의 맛과 기뻐할 자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케, 케켁!!!! 뭐, 뭐인 데스!!!”

단단한 철사가 친실장의 목을 휘감았다.
낮에 웅철이 만들어 놓고 간 올무였다.
당황하여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올무는 더욱 조여져 목 아래서 피가 베어 나왔다.

‘당한 데스! 못 된 닌겐이 오마에의 비밀을 알아낸 데스!’

팔이나 다리라면 실장석의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을 믿고 뜯어버릴 수 있다.
이 친실장처럼 영양 상태가 좋은 개체는 뜯어낸 팔다리를 도로 먹어 체력을 
회복하는 고육지책도 가능하다.

하지만 머리는 아니다.
위석을 절제해 영양액에 절인 실장석도 머리가 없으면 죽는다. 
키와 체격, 진입 방향을 모두 고려해 머리에 걸리게끔 설치된 올무는 
친실장을 완벽한 외통수로 몰았다.

‘닌겐!! 당장 나오는 데샤!! 와타시를 풀어주는 데샤!! 자들이 가디라는 데스!!’

용을 쓰며 주변을 둘러봐도 목만 더 조여올 뿐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해질녁이라 대다수가 노인인 주민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덫 주인은 돼지고기에 막걸리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꼼짝없이 밭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전투모기 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는 게 위안일까?


*


날아간 주말을 조금이라도 보상받기 위해 다이어트고 뭐고 포기하고 만찬을 
즐긴 웅철은 펜치와 콜라 3병을 챙겨 너털너털 산을 올랐다.

“그거 들고 가가 뭐 할라고? ”

“잡혔으면 쓸라고.”

밭에 당도한 두 사람의 시선에 커다란 녹색 덩어리가 들어왔다.

“진짜 잡힜네.”

“흉측하네.”

강철 올무와 엉터리 생물의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올무가 연약한 살을 파고든 자리 위로 살이 재생되는 바람에 올무가 목 안에 들어가고.
더하여 모기가 상처 부위의 피를 빨아먹어서 퉁퉁 부어올랐다.
아무리 체격 좋고 잘 먹던 놈이라도 이래서야 답이 없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웅철이 동생을 돌아보았다.

“외삼촌 집 뒤에 창고 열쇠 어딨는지 알지?”

“창고? 열쇠는 서랍 안에 있을 건데 왜? 근데 그 창고 안쓰....”

“가서 내 심부름 좀 해라.”

“만다꼬? 걍 대가리 깨고 내려가면 되는 거 아이가?”

“아니, 풀어줄 건데.”


*


갈증과 허기, 출혈, 지독한 가려움에 지쳐 완전히 쓰러졌던 친실장은 
왁자지껄한 소리에 눈을 떴다. 

‘닌.....겐......’

커다란 닌겐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죽을....수 없는....데스....와타시.....”

밤새 쏟아내고도 아직 수분이 남았는지 피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 
실장석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
들분충 사이에서 신음하다 카미사마의 도움으로 겨우 행복을 얻어냈는데 
이젠 다 글렀다.

‘미운 데스.,.... 
똥닌겐은 왜..... 이렇게 이기....적인 데스?
크기만.....크지....비겁하고 쪼잔한.....제멋대로....똥벌레인 데스.....

와타시와 자들이.....행복을 위해 들판....에 우마우마..... 좀 가져간다고....
정말.....조금 필요했을......
.....언제부터 여기가 닌겐 것.....된 데스....

와타시....자가 있는 데스....
....와타시타치....가 행복해야....닌겐도....행복한 데스.....’

참고로 포도밭은 고조부 때부터 웅철네 외가 땅이다.

웅철은 친실장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포도 수확용 가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목 주변 살을 단숨에 잘라 들어갔다.

“데.....데....갸아아아아악!!!! 오마에!! 더러운 학대파인 데스!!!”

지친 몽뚱이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밭이 떠나갈 듯한 비명.
그럼에도 웅철은 망설이는 법 없이 목 주위 살을 몽땅 베어냈다.
살속에 들어가있던 철사가 풀렸다.

“케...케....뎃데....뎃데로게.....뎃데......”

작렬하는 지옥의 고통에 위석은 파킨사를 방지용 행복회로를 발동시켰다.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친실장의 모습에 비릿하게 미소를 지은 웅철은 
밭에서 쓰는 물통에 가져온 콜라 3병을 떼려 붓고 친실장을 집어넣었다.

일부러, 살며시.

“....뎃데....데.....뎃!”

과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감미와 톡쏘는 향이 입에 닿자 노래가 멎었다. 
목을 후벼파다 다시 천상의 넥타를 가져다 바치니
저도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장석은 실장석. 고민도 잠시고 정신없이 퍼마시기 시작했다.

코로리에 반응하지 않는 실장 개체는 이 녀석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부터 왕왕 발견되곤 했다. 
이에 학자들은 자연선택설에 의거 단 것을 싫어하는 실장 개체가 
생존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2018년 발표된 환경부 연구조사는 그저 코로리 먹고 죽는 동족을 본
(행복회로가 좀 덜 돌아간)친실장의 훈육 결과였을 뿐이며 그나마도 극히 
일부 자실장에게만 제대로 전수되었음을 증명했다. 

실장석이 단맛에 환장함은 불변.
한낱 바퀴조차 무수한 목숨을 담보삼아 단 것 싫어하는 놈들이 나오던데 
이 벌레들은 어째 바퀴보다 변화가 없다.

친실장은 급기야 콜라로 목욕을 시작했다.
실장석의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이 설탕물을 만나자 목의 상처는 
언제 그런 게 있었냐는 듯 삽시간에 사라졌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자극의 폭풍 앞에선 실장석만의 양충, 분충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내 왔다.”

눈앞에 펼쳐진 추태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기찬은 착실하게 시킨 물건들을 챙겨왔다.

 *


“뎃데로게~ 인정하는 데스. 오마에는 좋은 닌겐인 데스. 
사죄를 받는 데스. 와타시도 오마에를 배려하는 데스.”

아마아마하고 아와아와한 목욕에 만족한 친실장은
닌겐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내일부턴 전에 가져가던 양의 반만 가져가자!

나머지는 건너편에 빨간 아마아마(복숭아)로 보충하면 된다.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 만큼 닌겐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는가!
통 크게 양보하기로 했다.

몸을 푹 담그고, 양껏 들이켰다.
배가 남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남들보다 육중한 체구의 그녀도 더는 먹을 수 없었다.

배가 대충 찼음을 확인한 웅철은 친실장을 집어올렸다. 

“뭐하는데스? 설마 사육실장 하는 데스?”

닌겐은 말없이 한편에서 길고 가는 줄을 가져왔다. 
뭐라 중얼거리자 그곳에서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케켁!! 난폭....한 데스! 닌겐....커억...
와타시는 자가 있는 데스. 이 낙원에서 행복한 데스. 
오마에의 집에는 갈 수 없는 데스!”

물을 잔뜩 뿌린 닌겐은 이번엔 검고 마른 수건을 가져와 친의 몸을 세심히 닦아 주었다.

“닌겐, 오마에는 거칠어도 친절한 데스. 오마에의 집에는 갈 수 없지만 
감사하는 데스,” 

모든 절차를 마친 웅철은 마지막으로 커다란 그릇을 친실장 눈앞에 내밀었다.

“자, 너희 가족들 밥이야. 가져가서 먹어.”

친실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 팽창한다. 그릇을 덮은 투명한 막 아래로 평생 구경도 못 한 진수성찬이 보였다. 
푸짐하게 쌓인 밥에 위를 덮은 고기, 아마아마하고 찐득한 꿀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거면 온 식구가 실컷 먹을 수 있을 거야. 
잘 가렴~”

“닌겐...고마운 데스....평생 기억하는 데스!”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친실장은 맹세했다.
절반이 아니라 3분의 1만 가져가자.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데 아무리 자들이 귀하다지만 어쩌겠는가. 

한편 환희에 몸서리치는 실장석을 뒤로한 웅철은 

“야, 수건 이거 폐기물이야. 버려. 가위도 버리고, 물통도 버리고. 
쓰레기, 쓰레기봉투 어딨어?”

집에 가서 손 씻을 생각뿐 이었다. 손 씻기 전엔 폰도 만지지 말아야지.


*


“참 착한 닌겐이었던 데스.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스.”

친실장은 닌겐이 헌상한 밥을 들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갔다.
마마가 돌아오지 않아 벌벌 떨고 있겠지?

하지만 손에 든 밥을 보면 그런 마음도 사라지리라
이 정도 양이면 온 가족이 내일까지 포식할 수 있다.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놀린 결과 정오 무렵 도착할 수 있었다.

“자들, 마마가 온 데스!!”

“마、마마.....마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지 품안의 우지챠까지 아홉 자매가 일제히 달려왔다.

”마마가 돌아온 테치!“

”마마아! 만나고 싶었던 레찌!“

”보고 싶었던 레후~ 무사했던 레후~“ 

그리고 그런 자들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밥씨인 테치!!“

”아마아마한 냄세가 나는 테치!“

”고기 냄새 나는 레후~“

푸짐하게 쌓인 밥과 고기, 꿀 비빔밥에 자실장들은 
눈이 돌고 회가 동해 온 산이 떠나가라 환호했다.

”마마, 이 밥씨는 어디서 난 데스?“

장녀가 물었다.

”친절한 닌겐이 준 데스. 모두 집에 들어가서 수건을 까는 데스. 
잔뜩 있으니까 다 같이 맛있게 먹는 데스“

”네에-테치!!!!“

웃는 얼굴로 일사분란하게 식사 준비하는 모습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다들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4녀는 통통 뛰며 춤을 추고, 6녀는 데굴데굴 구른다. 
8녀 엄지는 막내 우지챠를 껴안고 뱅뱅 돌며 환호했다.  

”마마, 괜찮은 테치? 닌겐은 위험하다고 마마가 말한 테치. 
닌겐이 주는 아마아마는 함부로 받지 말라고 마마가 그랬던 테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동생들과 달리 장녀는 어딘가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친실장은 그런 장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역시 이 자는 일가의 희망이다.

”오마에가 뭘 걱정하는지 아는 데스. 걱정마는 데스. 이럴 땐 노예를 쓰면 되는 데스.“

현명한 자에게 살아가는 필요한 새 지식을 전수하기로 결심한 친실장은 하우스 옆 
운치굴에서 독라 자실장 한 마리를 꺼내 마당에 내던지곤 
식사 준비를 마친 자들 앞에 섰다.

”자들은 대답해 보는 데스. 운치 노예는 뭐로 쓰는 데스.“

”자판기 테치!“

”겨울 식량 테치!“

”모두 맞은 데스. 하지만 또 있는 데스. 
닌겐이 준 음식이 수상할 때 먼저 먹여보는 데스. 그러면 슬픈 일을 피할 수 있는 데스.“

친실장은 밥을 덮고 있던 투명한 막을 벗기고 고기 한 덩이를 가져와 
노예의 입에 쑤셔 넣었다.

‘독라가 와타시의 몫을 빼앗은 테치’

‘겨울에 제일 먼저 죽여주는 테치’

감히 노예가 주인의 밥을 손댔다는 사실에 자실장들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허나 깜깜한 굴속에서 운치만 먹고 살았던 독라는 살벌한 공기는 아랑곳없이 
달콤한 향기에 취해 반항도 잊고 게걸스레 집어먹었다.

그리고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독라의 벌거벗은 몸이 단숨에 푸르딩딩한 녹색으로 뒤덮이고
입술과 혀마저 녹색 물감을 들이킨 듯 진한 녹색으로 물들었다.
맛있게 씹어 삼킨 고기 조각과 운치가 입으로 폭포처럼 터져나와 
맨 앞에 있던 장녀의 얼굴에 튀었다.
종국엔 두 눈이 녹아내리며 몸을 마구 비틀어 댔다. 

아무리 노예라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처참한 모습에 일가는 새파랗게 질렸다.

맨 앞에서 지켜보던 장녀의 빵콘을 신호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던 자매들도 차례로 팬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
막내 우지챠까지 빵콘을 끝마치자 찾아온 것은 무시무시한 혼란.

”마마! 살려주는 레찌!!!“

”테체이이이이! 괴물 테치이!! 죽은 테치!!!!“

”와타시타치도 살해되는 테치!”

거의 광란이었다. 늘 의젓하던 장녀도 공포에 질려 날뛰고 있었다.
친실장이 다급히 나섰다.

“괜찮은 데스! 우리는 안 먹은 데스!! 괜찮은 데스!”

자기도 팬티를 부풀려 놓고 용케 허세를 부리는 친실장.

“우리는 무사한 데스! 똥노예가 대신 먹고 죽은 데스! 안전한 데스!!”

똥싼 팬티채로 자들에 달려가며 재차 목이 터져라 괜찮다고 외쳤다.

“오마에타치는 이걸로 알게 된 데스. 미리 노예에게 먹여보기만 하면 안전한 데스!!
진정하란 데스!!!”

‘똥닌겐. 감히 이따위 술수로 와타시타치를 위협한 데스! 죽여주는 데스!! 다 빼앗는 데스!!’


*


”형, 금마 눈치까고 안 먹으면 어쩔건데?“

”미리 콜라에 절여서 설탕에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중간에 버리진 못할걸.
밥에 꿀 부어놓았으니 쓴맛이나 악취도 눈치 못 챌거고.“

”그래도 의심하거나 하면?“

”아, 뭐 기미상궁 쓰는 놈들이 가끔 있긴 하지.“

”기미상궁?“

”콘페이토인지 코로리인지 구분하라고 운치굴 독라한테 한입 줘보는거야.
상관없어. 노예든, 친이든, 자든 걍 누구든 한 입만 먹으면 돼?“

”새끼까지 다 죽이야 된다매? 한 놈 먼저 뒤지면 딴 놈들 안 먹는거 아이가?“

”그건 코로리나 그런거고. 누구든 한입 먹으면 일가전멸 이다. 그라목손은.“


*


친실장이 노예가 죽었을 뿐 이라며 자들을 안심시킨 것과 장녀가 쓰러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커.....커....테.....“

죽은 노예의 토사물이 묻은 얼굴에서 흉측한 돌기가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친실장의 주먹만한 크기로 부풀어 올라 얼굴을 뒤덮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 장녀어어어!!!!“

갈색 머리칼이 스르륵 다 빠지면서 
노예와 똑같이 전신이 실장복보다 짙은 녹색으로 물든다.

”커에에엑“

아직 중실장도 되지 못한 작은 몸에 뭐가 그리 많이 들어갔는지 맹렬한 기세로 터져나온 
녹색의 토사물이 옆에 빵콘해 있던 차녀와 6녀를 뒤덮었다.     

”장녀, 장녀!! 어떻게 된 데스! 정신 좀 차려보란 데스!“

친실장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닌겐이 독을 줬지만 노예에게만 먹였는데. 
장녀는 먹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라목손. 닌겐들 사이에서도 악명높은 이 제초제는
중독자의 토사물에 닿아도 중독된다는 사실을 친실장이 알 리가 없었다. 
노예를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부풀기 시작했다는 것도. 


*


”티스푼으로 다섯 번. 제대로 했지?“

”어, 다섯 번 정확히 셌다.“

”다섯 숟갈이면 사람도 100% 다인데 실장석이야“

사람 피부에 닿아도 2도 화상이 입은 것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그라목손 원액을 인간 기준 100% 치사량인 다섯 스푼이나 넣었다.
밥에 뿌린 꿀은 그라목손 음용을 막기 위해 첨가한 악취와 쓴맛을 가리는 연막

”그라목손엔 구토유발제가 들었으니 누가 먹어도 토할거고
설사 노예라도 치우려면 토사물이 안 묻을 수 없으니 그놈도 중독될거고, 
그럼 울며불며 달려가다 또 중독되고. 일가 전체 5분이나 버티려나“

”그라목손 창고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전에 부모님이랑 외할머니 산소 갔을 때 아카시아가 많이 자라 있더라고.
그거 없애려고 사놓고 넣어 둔 거야.
할머니 산소 오니까 생각나데.“

”꼭 이렇게 번거롭게 해야했어?“

”4마리 먼저 죽고 혼자 살아남이니 집에 쌓아둔 노예랑 식량 충분할 거고
청도 시골에 주인 없는 감나무도 많으니까.
어미 없이도 생존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어. 
코로리 구분할 줄 아는 놈이 만에하나 자식한테 벌써 전수했고, 
그 자식이 살아남으면 내년에 이 지랄 또 해야 된다.“


*


친실장까지 열 식구가 쓰러지는 데는 3분이면 충분했다.
토사물을 뒤집어 쓰자 마자 죽음을 허락받은 우지챠는 행운아였다.

나머지는 지독한 독성에 눈알이 녹아내리고, 피부가 괴사하고
전신이 화상으로 부풀어 오른 흉측한 독라가 변해 녹색 토사물을 끝없이 게워내다 
폐가 파괴되어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물밖에 내던져진 고기처럼 헐떡이다 죽어갔다.

그라목손의 독액은 그러고도 배출되지 않은 채 친자의 체내를 맴돌며 
맹렬한 기세로 모든 장기를 녹색 토사물로 바꿔갔다.
위석조차 의지를 독기에 압도되어 의지를 상실했는지 파킨사를 시켜주지 못했고
행복회로조차 돌릴 수 없었다.

9자녀들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고 나서야 죽을 수 있었던 친실장의 뇌리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것은 닌겐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제발 도망가게 해달라는 애원이었다. 


*


일을 마치고 내려온 기찬은 문득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형, 근데 그 녹돼지들 어디서 굴러들어 온 거야?
여기서 10년 넘게 구경도 못했는데.“

웅철은 질문을 듣지 못한 듯 조용히 한 숨만 내쉬다 역으로 질문했다. 

”저 아래 마을 입구쪽 논 많은데 거기 외삼촌 땅 있냐?“

”응? 어...어어. 농사는 안 짓고 남한테 빌려준 땅 있지.“

”요즘 시골에서 증가하는 신종 범죄야. 강제 탁아라고,
원수진 사람 있으면 엿 먹어 보라고 밤중에 몰래 실장석 가져와서 원한있는 사람 땅에 
던지고 가는 거야. 농사 망하라고.

죽은 실장석들 복장에 특이점이 없었다니 원 사육실장은 아니고. 들실장인데 그럼 확실해.“

”....큰아빠 요새 약주도 안 드시고, 원수진 사람 없는데?“

재차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이모네 아직 사람 안됐지?“

마침내 기찬도 말문이 막혔다. 

큰외갓집 바로 옆 동네에서 봉숭아 농사 짓는 웅철의 이모, 기찬네 고모네 부부들로 
말할 거 같으면

30넘게 사람 구실 못하던 그들 부부의 아들이 동남아 신부랑 결혼할 때
축의금으로 100만 원을 쾌척한 웅철의 아버지가 부친상(웅철 조부상) 당하니
다 헤진 봉투에 구겨진 만 원짜리 3장 집어넣고 간 훌륭한 인분충이었다.

웅철 아버지는 액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기본이 안 된 놈들이라며 
봉투 집어 던졌고 웅철도 이 일 만큼은 아버지와 같은 의견이었다. 

큰외삼촌 내외와는 외할아버지 재산 상속 문제로 대판 싸우더니
외할머니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해외여행 갔다나.

옆동네 살면서도 몇 년간 얼굴 한 번 보러오지 않았다.

”아니....아무리 그래도....오빠한테....“

”큰외삼촌 원수진 사람 없다며. 난 이모밖에 안 떠오르는데 
넌 달리 생각나는 사람 있냐?“

”.....“

”증거가 없으니 신고는 못 해도 한마디 하긴 해야지. 
작은 외삼촌한테 전화해서 큰외삼촌 지원사격 좀 해달라 그래.
나도 우리 엄마한테 말 해 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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