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전략)

잘 지내시는지요.
우선, 편지라는 고풍스러운 연락 수단을 이용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형태 있는 것에 저의 글을 꼭 새겨두고 싶었습니다.
도심을 떠나 요양을 위하여 바다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옮긴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병세는 좋지 않습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저의 병은 상당히 낫기 어려운 듯합니다.

한편, 병원 근처에는 해변이 있어서 아침 일찍 산책하러 나갑니다.
이른 아침의 해변은 무척 아름다우리라 생각하시겠지요?
그런데 이 해변은 해류의 영향으로 다양한 쓰레기가 흘러들어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청소하기 전의 아침 해변은 지독합니다.
저는 그 더러운 해변을 멍하니 걷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런 더러운 해변에서 야자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먼 남국에서 바다를 건너 이 해변으로 흘러들었겠지요.
저는 그 야자 열매를 주워 들었습니다.
제법 무게가 있는 야자 열매입니다.
잠시 야자 열매를 두 손으로 만지작거린 후,
저는 왠지 모르게 야자 열매를 허공으로 내던졌습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변덕스러운 행동입니다.
야자 열매는 제법 멀리 날아가서 해변의 쓰레기 위에 떨어졌습니다.

데갸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야자 열매가 떨어진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습니다.
사람이 있었는가 싶은 조바심에 그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바다실장 친자가 있었습니다.
바다실장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실장석입니다.
암초나 얕은 여울에 자라는 해초를 먹으며 생활합니다.
해변 쓰레기 속에서 해초라도 찾던 중이었을까요.
친실장은 운 없게도 제가 던진 야자수에 직격탄을 맞고 죽어있었습니다.
고의적이지 않은 살생을 행한 저의 마음은 무거웠고 그와 동시에 생명의 정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압사한 친실장의 주위를 테르르 뛰어다니며 자실장이 울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에는 실장 링갈 기능이 있었기에
휴대전화를 실장 링갈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테에에에에에에엥!
마마아~~~~~~!

어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쩔 줄을 모르고 혼란스러워하는 듯합니다.
잠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울부짖은 후에,
그제야 내려다보고 있는 저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닝겐상 테치....

자실장은 울음을 그치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몸짓을 합니다.
작은 머리로 열심히 생각하고 있겠지요.
자실장은 저에게 아양을 떨었습니다.
작은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는 그 포즈입니다.

닝겐상... 와타치는 마마가 죽어서 외톨이 테치....
닝겐상... 와타치를 길러주는 테치... 부탁인 테치....

어미를 잃은 이상, 본능적으로 이대로는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올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모양입니다.
저에게 길러짐으로써 그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병 때문에 언제 목숨이 다할지 모르는 몸입니다.
저에게 이 자실장을 기를 자격이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웅크리고 슬며시 그 자실장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자실장은 손가락 없는 두 손으로 저의 손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그것은 이 별에 태어난 모든 생명이 가진 삶에 대한 집착의 한 모습입니다.

테챠!?

갑자기 저는 병의 발작이 도져 자실장의 손을 뿌리치고 기침했습니다.
자실장은 새빨갛게 물든 저의 손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때, 큰 파도가 저희를 집어삼켰습니다.
저의 몸은 흠뻑 젖었고, 자실장의 몸은 바다로 떠내려갔습니다.

테챠아아아아!

구해주는 테치... 닝겐상... 구해주는 테치이이이!

저의 발작은 심해져서 자실장을 구할 상황이 아닙니다.

빠지는 테치... 빠지는 테치이이이!

저는 병의 발작과 싸우고, 자실장은 파도와 싸웁니다.
모든 것은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에 대한 집착의 싸움입니다.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죽고 싶지 않은 테치이이이... 꼬륵꼬륵....
와타치는... 죽은 마마의 몫도... 살아가는 테치...... 살아가는 테치이이이이....
살아...가...는...테....꼬륵꼬륵...꼬륵꼬륵....

간신히 발작이 나아서 바다를 보니 자실장의 모습은 이미 없었습니다.
조용히 밀려드는 파도가 선혈에 물든 저의 두 손을 씻어냅니다.

한번 떨어진 손은 두 번 다시 맞닿는 일이 없었습니다.
네. 한번 떨어진 당신의 손을 제가 다시 잡을 일도 없겠지요.

그럼 잘 지내시기를.
그리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후략)


추신. 당신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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