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때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사건속에서 추억을 남긴다. 이것은 2년전 한 섬에서 표류했던 나의 회고이다.

2019년 7월 27일.
휴가를 맞이해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던중 배가 좌초되어 급하게 탈출하였다. 바다위에서 구명조끼에 의존하여 어둠속에 떠내려 가는 공포를 잊기 위해 하늘에 비친 별빛을 보며 희망을 부여잡았다.

얼마나 흘러갔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동이 틀 무렵 한 무인도에 도착한 나는 천천히 섬을 둘러보았다. 숨막힐 정도의 정적. 하다못해 새소리 마저 들리지 않는 완벽한 무인도에서 28일간 표류는 절대로 잊지못할 것이다.

대충이나 티비에서 본 것을 따라해 임시 집을 지었다. 벌레는 거의 없었고 몇시간 동안 노력해서 빈 손으로 모닥불을 폈을때의 감동과 성취감은 아직도 두 손에 남아있을 정도였다.

모닥불을 보며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때 무언가 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환청인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미약하게 들리자 모닥불 넘어도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만들어둔 작살을 들고 천천히 살펴보자 놀랍게도 그것은 실장석이였다. 이런 척박한 무인도에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실장석이였다. 무인도에 살고있는 실장석이니 섬실장이라고 부르자.

"데스?"

인간을 처음보는 것인가. 경계심도 없이 다가와 모닥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서슴없이 손을 넣어 휘둘렀다. 설마 불을 잡을려고 한 것일까. 순식간에 적막한 섬에 섬실장의 비명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손은 불이 의해 구워져 고기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손을 부여잡고 뒹구는 녀석을 보며 머릿속에 불꽃이 튀었다. 신은 존재한다. 이런 절망적인 곳에서 귀중한 음식을 키워내고 있다니. 삶에대한 희망이 솟아올랐다. 곧바로 작살을 땅에 꽂고 녀석의 총구에 찔러 메달아놓았다. 또다시 소리가 울려퍼진다. 울먹이는 녀석을 뒤로하고 잠을 청했다. 제발 내 생각이 맞아야할텐데......

다음날 늦잠을 잤지만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이곳에서 살아남아야함을 알기에 바짝 정신을 차린뒤 작살을 세워 만든 것에 꽂은 실장석을 보자 역시 친실장인지 새끼들이 바글바글 밑에서 울면서 작살을 밀고있었다. 대체 무엇을 먹는걸까 살이 통통하게 물올라 있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뒤 녀석들에게 다가가 자실장 세마리를 잡아 바닷물에 담가 휘젓고 배를 꾹꾹 밑으로 밀어 대변을 제거했다. 하지만 역시나 불안해서 손으로 배를 뜯어 물에 헹구자 역시나 엄청난 양의 대변이 바닷물을 물들였다. 내장은 따로 건져내 낚시 미끼로 쓰기위해 모아두고 내장이 텅 빈 자실장들을 나뭇가지를 꺾어 꿰뚫어 불에 굽기 시작했다. 대체 이녀석들은 폐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소리를 지르는지 알수가 없다.

세마리가 고통스럽기 불에 구워져 냄새를 풍기는 동안 나머지 9마리와 친실장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이 무엇인지, 인간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섬실장. 맛있게 구워진 녀석들을 먹자 이건 대박이였다. 반년전 우연히 먹은 산실장에 비해 절대로 밀리지 않는 맛이 났다. 자실장 세마리가 먹히자 그제서야 녀석들은 포식자가 나타났음을 깨닿고 비명을 지르며 친실장을 버리고 도망쳤다. 꽤나 야생이 살아있지 않는가.

저녀석들을 잡는건 일종의 즐거움으로 남겨주고 작살에 꽂힌 친실장을 빼서 구워진 자실장 대가리 세개를 주었다. 고통에 신음을 하면서도 구운 섬자실장 대가리의 냄새를 킁킁 맞으며 침을 주륵 흘렸다. 조심스레 한입 먹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며 녀석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트름을 하였다. 녀석은 자신에게 고통을 준 나와 맛난 것을 준 나를 동일하게 여기지 않고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지 터무니없이 접근해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바지를 붙잡았다.

"데스우"

아쉽게도 물에 빠져 린갈이고 뭐고 핸드폰마저 먹통이다. 뭐라하는지 알수가 없지만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풀을 뜯어 돌로 내리찍어 섬유질을 찢고 햇볕에 말린다. 녀석은 어설프게 내 행동을 따라했다. 내일이면 훌륭한 끈 대용이 되리라. 아까전 내장은 모래를 파고 넣은뒤 나뭇잎으로 가려놨다.

배도 채웠고 물이 필요하기에 나는 녀석에게 바닷물을 한손으로 떠서 입에 쳐 넣었다. 짠맛에 극도의 고통으로 데굴데굴 구르던 녀석은 벌떡일어나 달렸다. 느긋하게 녀석의 뒤를 쫓자 과연 섬안에 깨끗한 물로 보이는 샘이 있었다. 벌컥벌컥 마시던 녀석은 순간 흠칫 놀라며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물살을 가르며 집게가 튀어나와 딱 하고 부딫쳤다. 빙고. 가재다. 1급수에나 산다는 가재가 있는것을 보면 안심하고 마셔도 될것 같았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가재는 최후에 먹기로 하고 친실장을 보자 수풀속에서 바스락 거렸다. 알수없는 열매나 버섯, 곤충을 먹고 있었다. 이 섬에 벌레가 없는게 이해가 되었다. 녀석들의 주식인 모양. 슬슬 경계심이 사라졌는지 어디선가 테치테치 거리며 자실장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보물들이 있나.

아까전엔 너무 배고파서 세마리나 먹었지만 최악의 경우 이 섬에 이녀석들만 있다는 가정을 하고 최대한 녀석들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섬실장을 찾아야 했다. 무인도는 제법 커서 이녀석들 혼자만 있는게 아닐거라 여겼지만 모르는 일이다. 나뭇가지를 꺾고 주워서 샘 근처에 둥그렇게 벽을 세우고 바닥엔 나뭇잎을 깔았다. 뒷머리카락을 잡아 9마리를 모두 잡고 친실장과 함께 그곳에 가뒀다. 행여나 모를까 나뭇가지 바깥으로 흙을 모아서 밀려나지 않게 한뒤 탐색을 하기로 하였다. 가는 동안 알아볼수 있게 나뭇가지를 꺾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바다가 보인다. 역시나 저것들이 최후의 섬실장인가 작게나마 낙담을 하던때 신발에 툭하고 작은 돌이 날라와 부딫쳤다. 40cm전방에 언제왔는지 두건이 없는 성체 섬실장 한마리가 '데스으으!!' 거리며 크게 외쳤다. 그러자 사방에서 대충 어림잡아도 30마리쯤 되는 자실장들과 성체 6마리가 튀어나와 돌을 던지거나 나뭇가지를 들고 찔렀다. 바지 넘어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 슬플정도로 나약한 힘이지만 이렇게 많은 녀석들이 있을줄 몰라 크게 발을 굴렀다. 쿵 소리가 나자 녀석들은 혼비백산하며 손에 든 것들을 모두 내팽겨치고 도망갔다. 녀석들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자 내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노랗게 반짝이는 돌들을 쌓아놓고 제법 그럴듯한 마을을 만든 것이다. 산실장 처럼 땅굴을 파서 생활 하는지 돌이 둘러진 구멍이 10개쯤 보였다. 녀석들은 일사불란하게 굴속으로 들어갔고 이런 노다지를 보며 철저하게 표시를 하며 다시 떠났다.

처음엔 표류로 인해 정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무인도에서 피어나는 생명체, 비록 그것이 실장석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반가웠고 고마웠다. 당장 무엇을 먹을까 절망이였지만 마치 흙탕물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섬실장이 있었다. 맛도 최상이다. 지금까지 본 녀석들만 해도 자실장 39마리에 성체 8마리다. 한달, 아니 두세달은 철저하게 뽑아먹을수 있는 숫자다.

돌이 많은 곳으로 가자 거기에도 인공적인 흔적이 보였다. 학대파 이지만 관찰계 학대파인 나에게 어쩌면 이곳이 천국으로 느껴질 정도로 주변 환경에 따라 생활양식이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난다. 거기다가 어떻게 이런 건축이라고 할지 인공물은 문명의 향수를 느끼게 해줬다.

돌을 쌓아 담을 만들고 그 안에 긴 나뭇가지를 가운데에 박고 나뭇잎을 기대어 움막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놀랍다. 현대 사회와 가장 밀접한 들실장들에게선 절대 볼수없는 독자적인 섬실장 문명의 태동을 보는 것이다. 흥분하지 않을수가 없다.

"데스우~! 데스! 데스!"
"테~치~이~~!"

나를 발견했는지 긴 울음소리에 맞춰 녀석들은 입구를 돌을 빠르게 쌓아 막았다. 지붕겸 덮은 나뭇잎 사이로 소근거리는 소리와 함께 적록색의 눈알들이 보였다. 좋다, 좋아. 이녀석들은 어떤 맛일지.

그렇게 돌이 많은 구역을 벗어나 반대편으로 향하자 다른곳에 비해 수풀이 더 우거진 곳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절대 잊지 못할 충격적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스티로폼 상자에 그물덩어리를 얹은 분명이 골판지 상자를 따라한 것이였다. 반짝이는 조개껍질을 사방에 비치한 그것은 공원의 보스실장 집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것이 대체 무엇인가. 어째서 이런게 존재하나 충격을 받았지만 신중히 멀리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물덩이가 움직이며 나온것은 색이바래 낡고 찢어진 사육실장복이였다. 현기증이 일어난다. 어찌된 일인가. 어째서 사육실장이 이곳에 있는가. 이것들은 스스로 문명을 개화한 것이 아닌건가.

사육실장이 나오자 다른 땅굴에서 성체와 자실장이 나왔다. 독라였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독라노예들 이였다. 사육실장복 성체실장은 대변을 머리에 바르며 웃고있었다. 어떻게 온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저 녀석의 사육생활에서 얻은 지식이 어떤 형태로든 이 곳에 영향을 미친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녀석은 사람을 알고있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 나가자 나를 본 순간 대변이 수돗물처럼 촤악 흘리며 눈물콧물을 짜내며 나에게 다가와 춤과 노래를 부르며 역겨운 표정으로 아첨을 하였다. 총구를 벌리는 것이 전형적인 분충.

녀석의 뒷목을 잡고 들어올리자 제법 묵직했다. 꽤나 엄청나게 잘먹는 모양. 그물에서 자실장 4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나와 나를 보며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자실장들은 이곳에서 태어난것 같았다.

"데프프프~! 데스! 데에스! 뎃스!"

추잡하게 웃으며 친실장의 소리에 자실장들이 후다닥 뛰어와 내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표정는 영문을 모르지만 일단 친실장이 시키니까 한다는 표정. 이것들이 오래살아봤자 이 섬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거라 판단하며 이 친자실장을 스티로폼 박스안에 넣고 그물을 꼼꼼하게 두른뒤 들었다. 스티로폼 박스는 비좁았지만 페트병과 그 안을 파서 만든 운치굴, 운치굴안의 노예들이 보였다. 완벽하게 빼도박도 못한 들실장의 생활이다. 구멍에 빠질려는 녀석들을 보며 남은 그물을 덧댄뒤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보스를 어벙벙하게 보던 독라노예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뭔지 모르지만 무언가가 와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것을 가져갔다. 몇몇 독라노예는 바닥에 손으로 대충 인간의 형상을 만들더니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섬실장 최초의 종교의 탄생이다. 이대로 몇십년이 흐른다면 아마 제법 볼만할 것이다. 독라노예들이 모여 쑥덕거리더니 평평한 돌에 운치와 구더기를 짜서 낸 체액을 뒤섞었다. 그리곤 이 마을에 있는 가장 큰 돌에 인간의 형상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엎드린 성체위로 자실장들이 올라타 마저 그렸다. 실장석에겐 처다봐야할 커다란 높이에 그려진 인간의 형상. 독라노예들은 모여서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스티로폼 안의 녀석들은 나를 보여 한껏 웃고있지만 내가 할 것은 먹는것도 아닌 일방적인 살해였다. 무릎쯤 오는 깊이에 도착하자 스티로폼을 바닷속에 눌러 담궜다. 그물사이로 물이 쏟아지자 비명을 지르지만 그것도 잠시 그물이 팽팽해질 정도로 얼굴을 밀어붙이며 수면으로 향하기 위해 미친듯이 손발을 휘젓기 시작했다. 연한 초록색이 스티로폼 안에서 새어나와 근처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당황, 의아함, 공포, 애절함. 눈동자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보였다. 공깃방울이 와르르 쏟아지더니 녀석들의 몸이 추욱 늘어져 익사체와 다르게 떠오르지 않고 스티로폼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것은 죽은게 아닌 가사상태기에 꺼낸다면 10분안에 다시 소생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손을 담글수 없기에 스티로폼을 꺼낸뒤 무거운 돌을 스티로폼 바닥에 놓고 실장석들을 넣고 바닷속에 수장을 시켰다. 몇시간뒤 생각나서 다시 가보니 거기엔 살점이 가라앉아 바닥에 쌓인채 그 안에 실장석 대가리들만 있었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그물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 3마리가 있었다. 새로운 낚시법을 발견했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 만들어놓은 임시 사육장의 나뭇잎을 들춰내자 나를 보며 두 팔을 벌리며 팔딱 뛰는 녀석들이 보였다. 다행히 스트레스로 동족식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충 이 섬의 실장석의 숫자를 생각하니 이녀석들은 아껴먹을 필요가 없다. 세마리를 꺼내고 근처에 열매인것 같은거 아무거나 한줌 줏어 뿌렸다.

세마리는 저번처럼 대변을 빼고 굽는다. 역시 맛있다. 내가 처한 환경에 의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맛있다. 여기를 탈출하면 여기다가 섬실장 양식을 해서 팔면 떼돈벌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우울해졌다. 언제쯤 이 섬을 벗어날수 있을까.

3일째.
구더기 구이가 먹고싶아 성체를 꺼내 강제출산을 시켰다. 뭘 먹었는지, 아니면 생명력이 들실장보다 몇배는 좋은건지 구더기 37마리를 낳고 파킨사 하였다. 구더기는 정말 맛이 좋았다. 3끼 모두 10마리씩 먹고 7마리는 사육장에 넣어주었다. 자실장 6마리는 구더기에게 프니프니를 하며 똥을 먹이고 있었다.

4일째.
자실장 2마리와 구더기 3마리를 먹었다. 맛있지만 좀 슬슬 물리기 시작했다. 소스가 필요하다. 자실장 4마리, 구더기 3마리 생존.

5일째.
녀석들이 먹는 열매를 조금 떼서 먹었다. 입안이 뻣뻣해질 정도로 떫다. 이런걸 먹는 건가. 입맛이 없어졌다. 자실장 한마리에 구더기 3마리를 먹었다. 자실장 3마리 생존.

6일째.
배가 지나간다. 연기가 약했던 모양이다. 소리가 닿을거란 희망은 안보이지만 일단 소리를 질렀다. 배는 그냥 지나갔지만 희망이 보였다. 여기는 항로가 있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뭔가 먹을 생각은 안든다.

7일째.
가재를 한마리 건저내 자실장 3마리와 싸움을 붙였다. 놀랍게도 이녀석들은 전멸했지만 가재의 다리 한개는 끊어냈다. 몸통과 머리가 잘린 자실장들과 가재를 구워먹었다. 잘린 팔다리는 실장 통발에 넣어두었다.

***

14일째.
이 생활에 익숙해진거라 착각을 했다. 확실히 난 외롭다. 관찰파적인 성향이 짙었지만 오랜 고독에 점점 내가 학대파로 변하는걸 느낀다. 이 곳의 유일한 낙은 학대뿐이다. 두번째로 만난 땅굴실장 8마리를 생포해 이 임시 사육장에 넣었다. 그중 2마리는 그날 저녁에 먹었다.

15일째.
돌실장 마을을 본다. 녀석들은 놀랍게도 열매를 심고 있었다. 잡초와 열매 싹을 구별하지 못하고 같이 기르고 있었다. 왠지 평화로운 마을에 마왕이 된 느낌이다. 어? 이거 왠지 재밌을것 같다.

17일째.
용사들은 무기를 쥐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 알아서 먹히러 오다니 이보다 편할순 없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실장석의 면역체계는 인간과 흡사해서 의학적으로 몹시 귀중한 모르모트인거에 착안을 하여 이 무인도 내의 버섯들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녀석들이 먹어도 멀쩡한 것은 이론적으로도 사람이 먹어도 무탈하다. 하지만 맛은 보장 못한다.

20일째.
재미난 것을 보았다. 가장 멀리있어서 처음 빼곤 이번이 두번째인 독라마을에서 나를 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설픈 인간의 형상을 한 돌그림에 절하거나 나를 보면 갑자기 몰려와 절을 하며 데스나 테치 거린다. 심지어 구더기 조차 나에게 머리를 숙이며 레후 거린다. 신기한 현상이다. 잠시 무인도를 약간 돌아다니며 열매를 두손 가득 구해 뿌려주자 광신도 처럼 소리를 지르며 광란의 도가니 였다. 똥을 싸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열매를 마치 콘페이토 마냥 두 손으로 벌벌 떨며 받들어 먹는다.

21일째.
독라마을에 시간이 날때마다 간다. 녀석들의 반응은 어째서 사이비 교주가 탄생하는지 알것 같다. 한편 독라노예마을 자실장 3마리를 잡아 배를 가르고 구워 먹어봤다. 녀석들은 충격을 받는가 싶더니 내가 준 구운 자실장 대가리를 한입씩 돌려가며 먹더니 과거 인신공양 처럼 실신공양을 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실장요리는 바로 행복하게 먹혀지기를 바라는 실장석이라는 말이 있다. 광신으로 무장한 녀석들은 스스로 나에게 먹혀지기를 원한다. 그 맛은 눈물이 흐를정도로 맛있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중에서 최고로 맛있는 것이였다.

22일째.
바닷가에서 떠내려온 비닐을 불에 타는 나뭇가지로 옷을 만들어 독라마을의 가장 열정적이고 주도적인 녀석에게 입혀주었다. 이녀석은 그래, 신관이다. 옷을 받았다는 것에 더욱더 열정적이 된 녀석은 내가 있는 곳으로 매일같이 자실장 한마리를 대려오며 봉투에 열매와 구운 자실장 머리를 받아간다. 이거 재밋다. 진짜로. 그리고......


27일째.
돌마을 마왕놀이가 정점에 다달았다. 땅굴마을 녀석과 돌마을 용사들이 파티를 이루는 것이다. 우습게도 독라마을 녀석들은 마왕의 하수인이 된 모양이다. 두개의 마을의 압박으로 인해 독라마을은 더욱더 똘똘뭉치고 단결한다. 이녀석들을 보면 마음속에서 무언가 간질간질하게 일어난다......

28일 아침.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예전의 실패를 생각하며 보완한 연기는 크고 두껍게 올라갔다. 배가 가까워 진다. 안녕, 이름모를 섬이여.



그리고 현재.

이 이름모를 무인도에서 겪은 일은 내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루 500마리만 생산되는 최고급 식실장 업체 사장이자 실장석의 새로운 발견인 JRPG(짓소알피지)의 창시자인 나는 때때로 그 섬이 그리웠다.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녀석들은 잘 크고 있는지......



무인도.

인간이 한번 접근한 무인도의 섬실장 생태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더불어 무인도 내의 생태계도. 원인은 불이였다. 탈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크게 만든 불이 섬에 옮겨붙으며 모든걸 태워버렸다. 땅굴마을 섬실장들은 땅속에서 모조리 다 익어버렸다. 돌마을 녀석들은 입구를 막은게 오히려 자신들을 가둬버렸다. 돌이 달궈지며 석화구이로 변했다. 그에반해 독라마을은 해변가에 위치해 피해가 전무하였지만 녀석들의 광신은 불이 곧 신이 만든거라 깨닿고 친자할것없이 모두 신에게 가기위해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어 타죽었다. 몇마리 구더기가 남았지만 곧 굶어죽어 버렸다. 완전히 전소된 무인도엔 모든게 사라졌다. 실장석도, 식물들도. 하지만 그 잿더미 속에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웠다. 땅굴마을과 돌마을에 있던 씨앗이 생명을 잉태한 것이다. 무인도는 시간이 지나면 옛날처럼 변할 것이다. 실장석이 없는 그 시절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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