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이런 횡포는 참아줄수 없는데스!]
[참을수 없는테츄!]
[반성해라테츄!]
[횡포가 뭐인레치? 그거보다 아타치랑 놀아주는레치!]
[프니후~ 프니프니후~]
우리집에 살고있는 실장석들이 상당히 시끄럽다. 친실장과 자실장 두마리, 그리고 엄지와 구더기 각각 한마리로 구성된 이녀석들은 처음에는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말을 잘듣더니 갑자기 요근래들어 저러고있는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투정을 부리는거겠지 싶어 내버려뒀지만,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것인지 이제는 내 앞에서 진을치고 항의를 하고있으므로 이제는 슬슬 대응을 해야할것같다.
[횡포? 내가 뭘했는데?]
밥도 꼬박꼬박 주고있고, 간식도 하루에 한번 콘페이토를 한알씩 주고있다. 낡은 수건과 더이상 입지않는 옷가지를 깔아줬을뿐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잠자리까지 제공하고있다. 폭력을 이용한 훈육정도는 평범한 수준에서 하긴했지만 어디까지나 학대를 위해 한것은 아니니 횡포라고 불릴만한 행동은 조금도 하지않았다고 자신할수 있다.
[와타시들은 세레브한 실장인데스!]
[그런가? 뭐 그렇다치고.... 계속 말해봐.]
[와타시들은 와타시들의 품격에 맞는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스!]
역시나 그런거였나? 실장석은 자기네 생활에 만족하지않고 언제나 더 좋은 환경을 꿈꾼다고 말은 들었는데.... 그런데 등따숩고 배부른것보다 더 좋은게 있긴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차에 친실장이 더욱 기세를 올린다. 자신의 말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하는걸까?
[저길보는데스!]
친실장이 그 짤막한 손으로 거실 한 구석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실장석들의 보금자리이자 집인 라면박스가 들어서있다.
[너희 집? 왜?]
집에 뭐 문제라도 있나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리생각해도 이상은 없다. 바닥에 깔아둔 수건이나 옷가지들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주고있으므로 깔끔하고, 상자에 구멍이 난것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집안에 있으니 구멍이 났다해도 찬바람이 들어갈리는 없지만서도....
[이게 뭐인데스! 골판지 상자에서 사는건 들실장들이나 하는데스! 와타시들은 세레브한 하우스에서 살 권리가 있는것도 모르는데스?]
이제야 이녀석들이 원하는것을 깨달았다. 아니 뭐 확실히 틀린말은 아니긴한데....
[하지만 너희 들실장이잖아.]
이제와서 말하면 늦은감이 있지만 이녀석들은 내 사육실장이 아니다. 2주일전 우리집앞에서 비에 흠뻑젖어 오들오들 떨고있던걸 발견해서 잠시 집에 데려온것 뿐이다.
뭐 원래는 옷을 말려주고 비가 그치면 다시 내보내려했는데, 비가 5일연속으로 와버려서 계속 내버려두다가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아무생각없이 내버려둔것 뿐이다.
[데?!]
화들짝 놀라는 친실장.
[아니 잘생각해봐라. 처음에 너희를 데려왔을때 따뜻해지면 다시 공원으로 돌려보내준다고 했잖냐.]
급격이 얼굴이 어두워지는 친실장.
[그..그런건 말도안되는데스! 데려왔으면 책임지고 끝까지 키우란데스!]
철면피도 이정도면 대단하다고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아타치는 착한자인테치~! 설마 귀여운 아타치를 버리진 않는테츄?]
[아타치는 불만 없는테치! 이대로도 상관없는테츄!]
그에비해 자실장들은 분위기를 살필 눈치정도는 있었는지 재빨리 태세를 전환해 내 다리에 엉겨붙었다. 뭐 그래도 처음에 친실장의 어이없는 요구에 동조한죄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진 않을거지만..
[뭐 일단 오늘은 여기서 끝내지. 집으로 들어가라.]
쫓겨나는것은 면했다며 비지땀을 흘리며 재빨리 골판지상자로 들어가는 친실장과 자실장들. 그와중에 엄지와 구더기는 친실장을 따라가지 않고있었다.
[닝겐상! 놀아주지 않는레치?]
[우지챠 프니프니를 바라는레후!]
[........나중에.]
구더기는 실장석의 미숙아같은거니 그렇다쳐도 엄지녀석은 그냥 바보인건지 태평한건지 모르겠네.....
4일후.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자고 생각해 하루종일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것이 있어 목공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부탁한것이 배달되었다.
[음! 잘만들었네! 이게 장인의 실력이란건가?]
이쪽에선 구상도같은걸 보내지도 않고 말로만 설명했을뿐인데 정확히 내가 원하는것이 배달되어 놀랬다.
내가 주문한것은 실장하우스다. 다만 일반적인 실장하우스와는 다르게 4층으로 이루어진 실장아파트같은 느낌이다. 정면은 아크릴제 문이 달려있어 내부를 들여다볼수있지만 나머지는 목재로 되어있다.
자신의 키높이에서 추락해도 부상을 입는 실장석들이 그리 좋아할만한 형태는 아니겠지만 기계장치 없이, 그리고 실장석 본인들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할수 있게 하려면 형태는 어쩔수없다.
[너희들 이리와라.]
4일전 잔뜩 긴장했던건 어디가고 천하태평 거실 한복판에 드러누워있는 실장석들을 불러모았다.
[무슨일인데스?]
[뭐, 별건아니고... 너희들의 새로운 실장하우스가 배달왔거든.]
골판지상자를 치우고, 그자리에 대신 4층짜리 실장 하우스를 설치했다.
[뎃스웅~!]
조잡한 상자와는 다르게 재대로된 실장하우스의 모습에 친실장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설명은 듣고들어가라.]
감사의 인사는 기대도 안했지만 정말로 아무말없이 실장하우스로 들어가려던 친실장을 붙잡았다.
[빨리말하는데스!]
아직 내부에 수건같은것도 넣어주지 않았는데도 빨리 들어가고싶어 몸이 달아올랐는지 친실장이 파닥파닥 손을 휘저으며 설명을 독촉했다.
[간단해. 이 실장하우스는 지위가 낮은녀석이 아래쪽에 산다. 그러니까 맨 위층에 사는녀석들이 가장 세레브하다는 소리야.]
[그러면 세레브한 와타시가 맨 위인데스! 어서 와타시를 부드럽게 안아서 옮기는데스!]
각 층마다 친실장이라도 서있을수 있을정도의 높이를 갖췄으므로 당연히 4층은 커녕 2층에도 스스로 들어갈수없다. 때문에 친실장은 당연한걸 말하는듯이 4층에 넣어줄것을 요구했다만...
[너는 1층이다.]
골판지 상자를 철거하며 따로 빼놨던 옷가지를 넣고 곧바로 친실장을 밀어넣었다.
[무슨짓인데스!]
실장하우스의 1층. 즉 실장일가중 가장 세레브하지 못하다고 선언당한 친실장이 당연히 격하게 반응한다.
[무슨짓이냐니? 자기 처지도 모르고 까불던 녀석이 세레브할리가 없잖아?]
4일전의 일을 상기시켜주자 말문이 턱 막힌 친실장의 저항이 약해진틈에 아크릴 문을 닫고 잠금쇠를 걸었다.
[꺼내는데스아! 와타시는 세레브한데스우우!]
[거기 살기 싫다면 공원에서 살래? 나는 어느쪽이던 상관없는데.]
상관없다는건 진심이다.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지만 죽어도 싫다면야 굳이 억지로 따르게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들실장을 보살펴주고 있었을 뿐이니 공원으로 돌려보내주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아닌데스! 이곳이 좋은데스!]
그냥 해본말인데 친실장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실장하우스 깊숙히 몸을 옮겼다.
[자 그러면 2층...그리고 3층...]
2층에는 두마리의 자실장중 동생쪽을 잡아넣었다. 사실 자실장 두마리는 그놈이 그놈이라 우열을 가리기 애매한데, 요 4일간 그나마 언니쪽이 나아보였으므로 동생을 2층에 넣었을 뿐이다.
2층이 동생 자실장이니 3층은 당연히 언니 자실장. 그리고 자연스레 마지막 남은 4층에는 엄지와 구더기가 들어간다.
[어째서인테츄! 엄지랑 구더기는 비상식인테츄!]
[오마에 눈이 삐었는테츄? 어째서 아타치가 구더기보다 아래인테츄까!]
실장석 사회에선 몸의 크기가 곧 신분이나 마찬가지라고한다. 그러니 자실장들이 저런반응을 보이는거겠지...
[했던말 또하기는 귀찮은데 거기가 싫으면 공원으로 보내준다니까?]
이번에도 역시나 자실장들은 금새 입을 다물어주었다.
[닝겐상 오늘은 안놀아주는레치?]
[엄지오네챠 우선 프니프니부터 하는레후!]
가끔은 엄지나 구더기처럼 속편하게 사는녀석들이 정말 부럽다고 생각한다.
[자아 밥시간이다.]
오늘은 나도 대충 끼니를 떼울 생각이라 컵라면을 끓일 물을 데우는 사이에 실장하우스의 입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했다.
우선 4층의 엄지와 구더기에게는 각각 실장푸드를 하나씩. 몸이 작은 엄지와 구더기라 하나씩만 주면 배터지게 먹을수있을것이다.
[우마우마한레치!]
[극상의 맛인레후!]
3층의 언니 자실장에게는 역시 실장푸드 하나. 4층과 다를바 없는 대우같지만 실장푸드 하나는 엄지에게는 차고 넘치지만 자실장에게는 약간 모자란감이 있는양이다. 그래도 공복감은 전부 해소될테니 3층까진 좋은대우를 받는셈이다.
[테에... 조금 부족한테치....]
[먹기 싫어?]
[아..아닌테치! 먹는테치!]
2층의 동생 자실장은 실장푸드 반개. 이쯤부턴 굶어죽지 않는다뿐이지 멀쩡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어째서 아타치는 적게주는테치!]
[억울하면 3층에 살던가. 평소 니 행실을 돌아봐라.]
마지막으로 1층의 친실장. 이쪽은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았다.
[어째서 와타시는 주지않는데스!]
[니껀 좀 기다려야해. 거기에 조만간 생길거야.]
1층에 비치되어있는 빈그릇을 가리켰다. 1층의 구조를 잠시 설명하자면 4층과 3층 그리고 2층의 거주민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면 그것이 아래로 흘러가 한데모이는 구조이다.
이정도 말했으면 다들 눈치 챘을거라 생각하는데, 화장실에서 모인것이 바로 빈그릇에 쌓이고, 그것이 바로 친실장의 밥인것이다.
푸드를 지급하고 대략 20분정도 흘렀을무렵 2층부터 4층까지의 거주민들이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본다.
'철퍽!'
[데....?]
그릇에 똥이 떨어져 내는 소리에 굶주린 친실장이 고개를 돌린다.
[아! 밥이 나왔네?]
내가 문을 열고 푸드를 줄거라 생각한건지 아크릴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던 친실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똥이 담긴 그릇에 접근했다.
[데샤앗!]
냄새를 맡더니 금새 똥이란걸 눈치채고는 으르렁거리더니 손으로 똥을 퍼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투분하는순간 곧바로 공원에 버릴거야. 독라라고 했던가? 머리털과 옷을 잃은채 버려지면 동족의 노예가 된다고했었지?]
[데!]
친실장은 투분하기위해 치켜올렸던 손을 힘없이 내렸다.
[먹든 말든 상관은 안할건데, 그거 외에 니 밥은 없으니까 굶어 죽고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마지막 결정타를 날려주니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똥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놀랄정도로 들실장일가의 행색이 바뀌었다. 마치 판매용 사육실장처럼 말이다.
물론 정말로 전문적인 훈육을 받은것은 아니기에 이따금씩 오밤중에 떠들다 걸린다던가 화장실에 갈때까지 참지못하고 속옷을 더럽히는일은 종종있었지만 실장하우스로 이사하기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와도 같은 수준이다.
이따금씩 저지르는 일은 재대로 집계해서 거주공간을 바꿔주었기에 실장하우스를 들여온지 일주일정도 지났을때는 4층에 엄지와 구더기, 3층에 동생 자실장, 2층에 친실장, 1층에 언니 자실장이 입주한 상태가 되었다.
바보같은 엄지와 구더기니 실수를 자주 저질러 금방 최하층으로 떨어질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바보같은게 꼭 단점은 아닌건가?]
이따금씩 기어오르는 행위를 하지 않은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산점이 붙어버려서 실수를 저질러서 까먹는 감점정도는 메우고도 남아 4층을 굳건히 지키고있었다.
그에비해 처음에 3층이였던 언니자실장은 최하층으로 추락했다. 아래 두층의 열악한 생활에 우월감이라도 느낀것인지 가끔씩 주어지는 마당에서의 자유시간중에 친실장과 동생자실장에게 잘난체를 하며 시비를 걸어버린것이 결정타였다.
친실장과 동생 자실장은 크게 변한건 없지만 언니 자실장이 화려하게 자폭한덕에 한층씩 올라왔을뿐이지만 생활수준의 변화에 깨달은게 있는것인지 요즘은 꽤나 얌전하게 지낸다.
[닝겐상! 공놀이 하는레치!]
[프니프니도 잊지않는레후!]
[그래그래. 놀아줄게.]
여전히 바보같은 엄지와 구더기의 놀이상대가 되어주며 문득 공원에 돌려보낼 생각을 아직도 하고있지 않고있단걸 깨달았지만 실장하우스를 들여온뒤로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되어 이대로 지내는게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와 이거 엄청 오래전에 대충쓴거같은데 이게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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