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나베야 鍋屋)

 

「뎃수ー웅!」

미도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대평원에 흥분해서 완만한 언덕을 달려 내려간다.

곧이어 가분수에 다리가 짧은 체형때문에 양발이 아닌 몸 전체를 지면에 키스시키면서 굴러다니는 미도리를 보면서 우리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미도리ー! 너무 멀리가면 두고 갈거야」

「데에ー엣?! 데에에엥 데에에엥!」

내가 그렇게 외치자 특제 실장석용 우주복으로 몸을 감싼 미도리가 울며불며 언덕을 네발로 엎드려서 다시 돌아왔다.

「실장석 치고는 말귀도 잘 알아듣는 괜찮은 개체로군요」

내 옆에있던 여성대원도 웃으면서 미도리를 바라본다.

미도리는 스페이스 콜로니 L4에서 태어난 실장석 개체이다. 인류가 지구를 떠날때에 화물에 섞였거나 애완용으로 몰래 들여온 실장석의 후손이며, 우리들 지구귀환 선발대의 소중한 멤버 중 한 마리이다.

우리들은 오늘, 지구로 내려왔다.

인류가 500년 만에 발을 디딘 지구는, 과거 인류가 자본주의의 발전의 끝에서 극한까지 환경을 파괴하고 괴롭혔던 것을 깔끔히 잊어버린 것처럼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풍요로운 녹색의 산야로 그 인류의 자손인 우리들을 반겨 주고 있었다.

나는 우주복을 벗고 자연의 공기를 가슴속 깊이 들이마셔 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기의 안전성이 확인되어 있지 않은 지금은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인류가 달, 화성, 그리고 라그랑주 포인트에 배치된 스페이스 콜로니에서 귀환하는데에 앞서 환경이 회복된 지구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선발대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본래 인간에게 허용된 영역을 넘어선 대량소비활동 끝에 지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극심한 기상변동에 의한 생존권의 극단적인 감소, 온난화에 의한 다양한 바이러스의 만연.

인류는 자신이 저지른 우행을 깨닫고 황급히 그 소비 스타일을 바꾸어 살아남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구의 자연은 그 시점에서 이미 자력으로 복귀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 파괴되어 있었다.
인류는 일단 지구를 떠나 과격하다고 할수있는 환경개선을 하지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불과 수 만명까지 격감한 인류는 노아의 방주처럼 남겨진 힘을 쥐어짜서 우주로 거처를 옮겼고, 대기권과 해양, 토양에 자율형 나노머신을 대량 살포하여 환경개선사업을 개시했다.

수백 종에 이르는 나노머신은 때로는 독립되어, 때로는 다른 종류끼리 협력・대항하여 지구의 소생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자연의 상태에서는 반영구적으로 분해되지않을터인 여러가지 유독 화합물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자연의 순환으로 되돌아갔다.

온실효과를 촉진하는 가스는 어떤 것은 분해되고 어떤 것은 해저와 토양에 고체화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적인 방법을 쓰면서도 이 사업에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우행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이해할수 있다.

이러한 마이크로머신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타입이 개발되었지만, 모두가 역할을 마치면 자신도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만전을 기한 마이크로머신이었지만, 신이 아닌 인간이 하는 일.
실패는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선발대에는 수많은 일거리가 있지만, 첫 번째 큰 일은 마이크로머신이 정말로 그 역할을 마치고 스스로 분해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 선발대의 지구 도착으로부터 1년 후, 각지에서 모아진 데이터는 마이크로머신이 완전히 그 역할을 마치고 자연환경에 돌아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선발대 중에서 나를 포함한 몇 명과 미도리가 우주복 없이 지구의 대기와 접촉하는 첫번째가 되었다.

착륙선의 에어록 창문 너머로 동료가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고있다.

우리들은 밖에 나가서 다함께 우주복을 벗었다. 미도리의 우주복은 그 여성대원이 벗겨주었다.

짙은 풀향기가 우리들의 콧속 깊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여름의 향기인가?

풀의 향기는 유사한 것을 경험해보았지만, 진짜의 농후함은 역시 가짜와는 다르다.

미도리는 콧구멍을 씰룩거리며 「데에에?」하고 짖는 소리를 내며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들은 우주복 없이 며칠간 지구상에서 생활하며 몸상태의 변화 등을 체크했다.

컨디션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선발대 전원이 함대에서 내려 이 땅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일단 지구상에 내려와서 다시금 궤도상에 오르려면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된다.
문제가 없으면 우리들 선발대는 이대로 귀환대 제1호가 될 예정이었지만, 무사히 그렇게 되었던 것은 천운이었다.

선발대에서 전환하여 귀환대 1호가 된 우리에게는 우주의 임시거처에서 귀환하는 인류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귀환대 제1호의 멤버들은 각자 전문인 일을 맡았고, 몇 년 후 나는 그 여성대원과 맺어져 딸을 얻어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바쁘면서 평온한 그런 어느 날, 실험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나에게 딸과 미도리가 농장의 구석에서 뭔가를 발견했다고 말해왔다.

미도리는 확연히 나이를 먹어 노실장이 되어있다.

딸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미도리가 나이를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미도리를 어깨에 얹고 딸과 함께 그 장소로 향한다. 거기에는 반쯤 땅에 묻혀있는듯한 둥근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실장인의 두개골이었다. 아마도 이곳은 한때 실장인의 묘지나 그런것이었겠지.

발로 밟아도 마치 반항이라도 하는것처럼 모양을 유지하는 그 두개골은 아마도 인류의 손에 살해당한 실장인의 것은 아닐 터이다.

인류가 손을 댄 것이었다면 지금쯤 그 형태도 유지하지 못했을 터였다.

실장인의 존재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 불과 100년 만에 각지에 남겨진 모니터링 포스트에서 보내진 영상으로 확인되었다.

정부의 자세는 일관된 불간섭이었다. 하지만 그 자세도 실장인 사회에서 산업혁명의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서 180도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발생한지 고작 300년만에 인류가 수천년 걸린 폭발적 발전의 시작점까지 도달한 실장인의 잠재력에 인류는 위협을 느꼈다.

수많은 논쟁과 정치적 흥정 끝에서 정부가 도달한 결론은, 실장인의 완전제거였다.

다른 문화의 접촉은 여러 비극을 낳는다. 같은 인류 사이에도 피부색, 사용 언어 등 사소한 차이에서 회피불가능한 비극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류는 뼈저리게 맛보고 있었다.

하물며 이종생명체라니. 공존의 선택은 어려웠다.

인류는 50년 전에 실장인만을 정확히 노리는 저격수같은 마이크로머신을 개발하여 지구에 살포했다.

수년의 잠복기간 동안 공기감염을 일으키고, 어느 순간 일제히 발병하여 극적인 전염병을 발생시키는 유형의 면역파괴형 마이크로머신이었다.

마이크로머신은 커녕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을 실장인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했다.

자기자신의 항체에게 골수까지 파먹히는 것은 어떤 고통이었을까.

우리들은 상상할수도 없는 것이겠지만, 실장인들은 뼈를 제대로 남기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죽음으로써 멸망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형태를 유지한 실장인의 뼈는 인류가 죽인 것은 아닐 것이다.
미개한 가운데에서도 행복하게 생애를 마친 실장인의 것이겠지.

우리들은 이러한, 실장인이 존재했었다는 잔재를 가능한 한 「청소」하는 임무도 가지고있다.

앞으로 정착, 아니, 귀환하는 인류가 자신의 원죄를 재인식시킬 만한 것은 가능한 한 적은 편이 좋다.

실장인은 기본적으로 실장석과 큰 차이가 없다.

미도리는 그 자신이 목적을 끝낸 안티-실장인 마이크로머신의 자기분해가 완료되었는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말하자면 탄광갱도의 카나리아였다.

우리들은 지구에 착륙한 그 날, 그리고 미도리가 우주복을 입은 채 지면에 키스를 한 그 날 이후, 십수년에 걸쳐 실장인들의 번영의 흔적을 「청소」해왔지만, 설마 내 직장 겸 주거지 코앞에 이런 것이 있었을줄은 몰랐다.

나는 오랜만에 귀환대 사령부에 연락을 취하여 이 지역의 「청소」를 신청했다.

하루이틀 안에는 「청소」가 완료되어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바뀔 것이다.

연락을 끝낸 나는 딸과 미도리에게 말했다.

「이건 옛날 사람의 무덤이야. 이건 옛날 사람의 뼈이고」

딸은 무서워하면서 내 다리에 매달렸다. 미도리는 두개골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다.
분명히 딸을 무섭게 한 물건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요 몇 년, 실장인 유적의 대부분이 「청소」완료되어 생활 속에서 실장인 관련을 깡그리 잊고있던 나에게 있어 때맞춰 허를 찌르는 듯한 작은 사건이었다.

나는 실장인들의 최후를 상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슴에 안은 채 딸과 미도리를 데리고 집으로 달아와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약간 침울해있는 나를 본 아내는 오늘은 보름달이니까 밖에서 달을 보며 다함께 식사를 하자고 말을 꺼냈다.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기에 우리들 가족 세 명과 미도리는 그 저녁의 식사를 밤하늘 아래에서 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아내의 어깨 너머로 반짝반짝 빛나는 밤의 호수가 보인다.

아내는 말했다.

「여보, 우리는 오늘 지구인의 부모를 찾을거랍니다」

아내가 우스운 말을 한다. 우리들 부부는 둘 다 달에서 태어난 루나리안이고,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는 아직 우리부부의 딸이 최연장인지라 아직 아이를 만들만한 연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같이 보러 가죠」

아내는 딸의 손을 이끌고 강으로 걸어간다. 나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미도리를 어깨에 올려놓고 아내를 좆았다.

아내는 보트를 계류한 작고 사적인 잔교 위에 서서 조용히 수면을 가리켰다.

따라온 내가 딸과 함께 수면을 들여다보니 달빛에 비친 나와 아내와 딸, 그리고 미도리가 너울너울 비치고 있었다.

「그쵸? 여기에 있잖아요. 우리들은 달에서 태어났지만 여기에서 아이를 낳고 여기에서 살다가 죽는거죠. 그러니까 우리들은 이젠 지구인이랍니다. 전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고, 어떤 경위가 있었다고 해도 산자가 죽은자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아내의 대답은 멸종한 실장인들이 보면 무척이나 제멋대로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기심이야 말로 인류가 파국을 딛고 살아남은 원동력일 것이다.

인류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달은 다정하게 우리 가족과 미도리를 비추고 있다.

나는 딸을 안아올려 뺨을 비비며, 좋은 아내를 얻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후기 

레이 브래드버리님 죄송합니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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