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실장 미도리 (ㅇㅇ(220.121))

 

미도리는 일종의 마당실장석이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의 현관 입구 밖에서 목줄이 묶인 채 키워졌는데 
손님들이 식당에 들어오고 나갈 때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통에 꽤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식당의 입구는 크고 튼튼한 유리문으로 되어 있었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미도리는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며 주인이 저와 놀아주러 나오기를 기다렸다.
주인이 꽤 자주 놀아줬는지 미도리의 집 옆에는 고양이용 낚시 장난감과 고무공, 그리고 유아용 퍼즐이 항상 구비돼 있었다.

미도리의 집은 식당 바깥에 있었다.
식당은 입구 바깥쪽을 마치 테라스처럼 지붕과 데코타일을 깔아서 멋스럽게 꾸며 놓았는데, 
그 가장 안쪽에 미도리의 집이 있었다.
미도리의 집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튼튼한 플라스틱 개집이었다.
개집 안에는 고양이용 마약방석과 미도리의 손때가 묻은 애착인형이 들어있었다.
미도리가 편안히 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곳이다.
가끔 주인은 미도리가 잠을 자는 동안 그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흐뭇하게 미도리를 지켜보곤 했다.
터질 듯 포동포동한 미도리의 뺨과 세모꼴의 언청이 입술이 그의 눈엔 꽤 귀여워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느 식당이 그렇듯 그 식당도 테라스에 화분을 놔두긴 했다.
하지만 그 화분들은 꽃이 피지 않는 나무 화분이었고, 미도리에게 어떤 위험도 끼치지 않는 것들이었다.
깔끔한 급수대와 식기세트, 고양이용 화장실과 모래, 그리고 언제나 깨끗한 실장복과 윤기가 흐르는 미도리의 외양.
비록 마당실장석일지언정 미도리는 꽤 관리 받고 사랑 받는 실장석이었다.
그 평화가 깨진 건 미도리가 두 살이 되던 해였다.

"이 불쌍한 아가를 어쩌면 좋아!"
어느 날 한 여성이 그야말로 안타까운 얼굴로 눈물마저 글썽이며 미도리를 향해 콘페이토를 건넸다.
평소 미도리의 주인은 치아가 썩는다며 콘페이토를 잘 주지 않았고, 단맛이라면 환장을 하는 실장석 미도리는 언제나 그걸 아쉬워했었다.
"코..콘페이토 데스우!"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침을 흘리며 헐떡벌떡 콘페이토를 먹는 미도리를 보며 여인은 그윽한 눈으로 미도리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매일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던 미도리였지만, 최근 머리숱이 줄기 시작한 이후로 하루 걸러 한 번씩 머리를 감던 미도리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닝겐상, 고마운 데스. 하지만 미도리 머리 더러운 데스. 안 감은 데스. 미도리 머리를 만지면 닝겐상 손씨가 더러워질지도 모르는 데스."
"뭐..뭐라고? 이렇게 귀여운 길아가를 씻기지도 않는다고?"
"데에? 미도리 씻는 데스. 하지만 어제 안 씻은 데스."
"아아, 가여워라.. 이 귀여운 아가를 씻기지도 않고 길에다 방치하다니..."
미도리는 여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콘페이토를 주니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미도리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미도리를 귀여워하고 예뻐해줬으니 여인도 분명 미도리에게 잘해줄 것이다.
왜인지 모르지만 분노한 여인이 씩씩대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미도리는 귀엽지만 멍청한 얼굴을 갸웃하며 고개를 빼꼼 내밀어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리창 너머로는 주인과 무언가 큰소리로 얘기를 나누는 여인이 보였다.
"역시 주인님과 아는 닝겐상인 데스. 착한 닝겐 데스우. 주인님과 친구면 미도리와도 친구 데스우!"
콘페이토를 준 착한 닝겐과 주인이 친구라고 착각한 미도리는 뿌듯한 얼굴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사료통에는 조금 전 주인이 넣어준 푸드와 큐브모양의 닭가슴살이 섞여있었다.
제법 커다란 콘페이토를 한 알 다 먹어치운 미도리는 조금 미간을 찌푸리며 사료를 보았다.
"데.. 사료 먹기 싫은 데스. 오늘은 닭가슴살만 먹는 데스. 미도리는 고급 입맛 데스. 데프픗 미도리는 귀족 실장 데스우"
미도리가 마지막 닭가슴살을 골라 막 입에 넣었을 때 요란한 기세로 식당문이 열렸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항상 손님에게 인사를 하던 미도리는 닭가슴살을 꿀떡 삼키며 손님에게 인사를 하려고 식당문으로 뒤뚱뒤뚱 뛰어갔다.
"실장석은 집안에서 길러야 해요! 길거리가 길아가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세요?"
"길아가라니! 미도리가 주인도 없는 공원 참피인 줄 아세요? 제가 충분히 주의하며 잘 기르고 있다고요. 당신이 싸구려 설탕덩어리 먹이지 않아도 닭가슴살이랑 실장푸드랑 알아서 다 먹인다고요!"
콘페이토를 주던 여자와 주인이 큰소리로 정겹게 얘기하는 것을 보며 미도리는 고개를 꾸뻑 숙여 항상 하던 인사를 우렁차게 외쳤다.
"콘페이토 닝겐상 안녕히 가시는 데스우! 또 오시는 데스우!"
사실 주인은 한 번도 미도리에게 그런 인사를 가르친 적이 없었다.
단지 주인을 좋아하는 미도리가 유리창 너머로 항상 주인을 지켜보며 주인이 하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학습했을 뿐이다.
그것을 본 여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미도리를 칭찬하는 대신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더듬었다.
"세상에... 얼마나 길아가에게 억지로 훈련시켰으면...! 실장석은 어린 아가 지능이라 이런 걸 따라하지 못해요. 그런데도 이 아가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는 미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데스웅? 하는 얼굴로 주인을 쳐다봤다.
주인은 기가 차다는 얼굴로 여인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한참 눈물을 찍어내던 여인은 재빨리 눈동자를 움직여 미도리의 사료그릇을 찾았다.
닭가슴살만 골라 먹은 사료그릇엔 푸드만 있었고, 어김없이 자기 예상이 맞았다 생각한 여인은 눈을 빛내며 사료그릇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보세요, 닭가슴살이 대체 어디있다는 거죠? 이런 거짓말쟁이! 사료도 분명 실장석을 갈아 만든 최저품을 줬을 거야! 당신 두고봐욧! 내가 커뮤니티에 다 올릴테니!"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주인을 보며 미도리는 자신도 주인의 옆에서 같이 짤막한 자신의 손으로 머리통을 짚으려고 했다.
하지만 짤뚱한 미도리의 팔은 이마 근처까지 올라가는 게 전부였다.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섰는 주인과 그 바로 옆에서 이마를 짚고 주인과 똑같은 흉내를 내는 미도리를 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귀엽고 사랑 받는 실장석이었다.

여인이 시비를 건 다음부터 미도리에겐 목줄이 채워졌다.
예쁜 빨간 목줄을 신기하다는 듯 손으로 잡아당기는 미도리를 향해 주인은 안쓰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목줄마저 없다면 언제 여인이 미도리를 훔쳐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인은 목줄을 단단히 묶었다.

여인은 이삼일에 한 번씩 식당을 찾아왔다.
그때마다 미도리에게 콘페이토를 건네고 헐떡벌떡 침을 흘리며 콘페이토에 달려드는 미도리를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가끔 익숙하지 않은 목줄에 발이 걸려 미도리가 넘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인은 눈물을 흘리곤 했다.

미도리는 식당 실장석이었다.
그래서 가게가 문을 닫으면 주인은 미도리가 있는 테라스쪽 난간을 닫고 자물쇠로 채운 후 집에 가곤 했다.
식당이 거의 자정에 끝났기에 미도리는 언제나 자다가 일어나 한 손엔 애착인형을 안은 채 주인에게 인사를 하곤 마저 잠을 청했다.
그날도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잠을 잘 때였다.
갑자기 밖이 좀 소란스럽더니 콘페이토를 주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호대디님, 빨리 하셔요."
"잠시만요, 애호맘님. 자물쇠가 튼튼해서 잘 안 잘려요. 됐다. 식당 자물쇠를 뿌셨으니 이제 길아가를 구출해옵시다."
미도리는 여전히 애착인형을 한 손에 든 채로 그들이 들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누굴 구출한다는 걸 보니 무척 용감하고 착한 닝겐들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와 여인은 목줄에 묶인 미도리를 보며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작은 길아가에게 목줄을 채울 수 가 있는지... 아가야, 천사야, 좆간이 미안하다..."
"아니에요. 이렇게 귀여운 길아가를 학대하는 못된 인간이 있는가 하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대체 저 둘이서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미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데스웅?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갑자기 미도리가 번쩍 들리며 미도리의 목줄이 잘라졌다
땅에서 발이 떨어진 미도리는 놀라서 애착인형을 떨어뜨렸다.
"귀여운 길아가야, 우리가 구조해줄께. 아무 걱정도 하지마렴."

미도리의 우렁찬 목청을 아는 여인은 미도리가 큰소리로 울어서 어그로 끌 것을 우려해 재빨리 네무리를 뿌렸다.
미도리가 눈을 떴을 때 미도리는 낯선 방안에 있었다.
"크..큰일 데스우! 주인님이 안 보이는 데스우! 집이 아닌 데스우! 주인님! 주인님, 미도리 여기 있는 데스! 살려주는 데스!"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대는 미도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여인으로선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콘페이토를 주는 착한 닝겐이라도 미도리에겐 주인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미도리의 작은 세상은 주인과 식당이 전부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미도리의 작은 세상이 전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미도리의 작은 머리로도 여인이 자신을 데려왔고, 그래서 주인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데샤아악!! 암컷 닝겐은 꺼지는 데스! 주인님 데려오는 데스우! 주인님 데려오란 데스!"
미도리는 여인을 향해 위협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녹색 운치를 지렸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미도리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 좋니... 이렇게 순화가 안되는 걸 보면 학대를 많이 받았나봐.. 불쌍한 길아가... 내가 좋은 애호맘님이 밥 주는 곳에 너를 방사시켜줄게.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네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도리에게는 다시 네무리가 뿌려졌다.
미도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미도리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커다란 사료통에는 넘쳐나는 싸구려 저질푸드와 구더기가 들끓었고, 옆의 물그릇에는 지저분한 물이 담겨있었다.
"배고픈 데스... 목도 마른 데스... 하지만 먹기 싫은 데스.. 배씨는 고프지 말란 데스우...데.... 배고픈데 먹기 싫은 데스우... 데에엥 데에엥..."
미도리는 자실장 때 주인에게 구조된 실장석이었다.
실장석 일가를 습격한 고양이가 미도리를 죽이기 전 이리저리 던지며 가지고 놀 때 지나가던 주인이 발견하고 구해준 것이다.
그 후 늘 주인에게 응석을 부리며 살던 미도리는 최상급 삶은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삶을 살았다.
깨끗한 물과 적당한 푸드, 그리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던 미도리에게 길거리 생활은 너무 낯설고 힘들었다.
아니 아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데에엥 데에엥 주인님 데스우- 미도리 여기 있는 데스- 데에에엥, 이제 그만 나와라 데스-"
사료그릇 앞에 앉아 울던 미도리의 목소리는 길냥이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길냥이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 실장석을 갖고 놀다 찢어죽이는 아이들이었다.
냐앙~ 하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후 주인을 찾던 미도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미도리가 단칼에 죽었는지 아니면 날카로운 발톱에 성대가 찢겨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채로 이리저리 던져지다 차례차례 찢겨져 죽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미도리의 주인만이 미도리가 사라진 후 일 년이 넘도록 미도리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을 뿐이다.








댓글 2개:

  1. 미친년들은 빨리 슬픈일을 당해버리는 뎃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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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버러지 캣맘년들을 고스란히 담은 스크뎃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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