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실장 미니 (청십자실장)

 

미니의 세계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니는 행복이란 것을 몰랐다. 미니에게 있어 행복은 숨쉬는 듯이 당연한 것. 
아름다운 빛깔의 실장 드레스들, 언제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실장푸드와 콘페이토.
연분홍빛 얇은 천이 드리워진 캐노피 침대, 푹신한 실크 침구와 질릴 정도로 많은 수 많은 장난감들. 
미니에게 그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당연하기에 미니는 행복이란 것을 알 수 없었다.
태어나서 부터 이어진 날들. 보장된 일상, 약속된 미래.
미니는 그저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내일이, 내일과 같은 미래가 이어질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미니의 세계에는 한 사람만이 존재했다. 
마마, 상냥하고 아름다운 마마.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자실장의 어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미니는 그런 생물학적 관계따위는 알지 못했다. 태어나서 부터 계속 옆에 있었기에 마마, 상냥하기에 마마.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마. 미니의 마마, 마마의 미니. 미니에게 마마는 세상의 전부였다.
행복하지만 좁고, 지나치게 치우쳐있는 미니의 세계. 그 안에서 미니는 행복했다. 


미니의 하루는 햇님이 얇은 캐노피 커튼을 통과해 미니의 눈가를 핥을 때쯤에 시작되곤 했다.
자실장 사이즈에 맞추어진 연분홍빛 실크 침대는 구름과 같이 푹신푹신해 달콤달콤한 잠을 꾸게 해줬다.
하지만 미니는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잠에서 덜 깬 몸은 좀 더 잘 것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미니는 기운차게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오늘은 일주일에 하루 밖에 없는 마마와의 날이다. 미니는 휴일이라는 개념에 대해는 잘 몰랐지만, 
항상 마마는 햇님이 뜰 때 밖으로 사라져, 햇님이 질 때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여섯 밤을 자고 난 아침에는 하루종일 미니와 있어준다.
미니는 침대 옆에 놓인 자실장용 전신 거울을 들여다보며 아침 몸단장을 시작했다. 
옅은 갈색빛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가볍게 빗어내려 뒤로 늘어뜨렸고, 
자느라 살짝 삐쳐나온 앞머리에는 물을 발라 얌전히 눌러주었다.
눈꼽이 낀 눈을 부비자 거울 너머에는 귀여운 적록색 눈동자가 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에...하며 잠깐 자신의 귀여움에 넋을 잃은 미니는 손으로 뺨을 툭툭 치더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선택은 연 노랑빛 원피스. 미니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었다.
흰색 카라 아래에는 수줍게 핀턱을 잡고 점점히 콩단추를 달았고, 
소매는 종모양으로 부풀리고 옅은 베이지색 토션레이스로 마무리했다.
가슴께 아래에서 넉넉하게 주름을 잡은 풍성한 치맛 자락에는 구름처럼 새하얀 새틴 프릴이 앙증맞게 달려있었다. 
여기에 미니는 같은 넓은 챙의 보닛을 집어들었다. 
원피스와 같이 연 노랑빛에, 하얀색 레이스가 달려있는 보닛은 햇빛이 강한 날씨에나 어울리는 모자였지만, 
미니에게는 예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니는 조심스럽게 개나리색 공단끈을 잡아 목 밑으로 리본을 묶었다. 
거울 속의 미니의 모습은 누가 봐도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미니는 조심스럽게 한쪽 손을 뺨에 갖다대고 테츙~ 이라고 거울에 아첨을 했다.
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일까. 빨리 이 모습을 마마에게 보여줘야지. 
미니는 치맛자락을 잡아들고 토닥토닥 마마의 침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니가 자실장 치곤 작은 체구인 것도 있겠지만, 미니의 방과 마마의 침실은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다. 
탁탁, 한참을 걷자 문이 살짝 열려있는 마마의 침실 문이 눈에 띄였다. 
원래는 문을 잠궈놨지만 도구를 써서도 손이 닿지 않는 미니를 
배려하여 마마가 집의 모든 문을 완전히 닿지 않고 열어둔 것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가니, 마마는 아직 잠을 자는 중인듯 새근새근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마마는 미니보다 잠꾸러기인테치. 미니는 가볍게 키득거리고는 마마의 침대로 다가가 마마를 불렀다.
마마, 마마. 미니가 왔어요. 얼른 일어나서 나를 안아줘요. 
한참을 미니가 마마를 불렀을까, 잠에서 덜 깬 듯한 마마가 미니를 들어 침대보 위에 눕혔다. 
안녕, 미니. 잘잤니? 응, 마마. 마마도 잘 잤어요? 테치테치하는 말 소리가 들리고, 
마마는 미니의 고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마마로서는 잠이 덜깬 상태에서하는 약간의 습관 같은 것이었지만, 미니는 마마의 이 손길을 좋아했다.
저절로 벌어지는 세모꼴 입에서는 테에- 하는 행복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미니를 쓰다듬더니, 마마는 이내 기운차게 미니를 안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자, 아침 먹어야지. 미니. 아침을 먹지 않으면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해요.

마마의 흥얼거림에 미니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어제의 아침을 생각했다.
어제의 마마의 밥은 달콤짭짤이었다. 마마는 웃으면서 이건 햄버그 스테이크야. 
라고 했지만 미니에게는 마마의 밥은 달콤짭짤이었다.
달콤짭짤은 한 입 베어물면 고소한 맛과 함께 진한 소스의 향이 혀에 배어들어 매우 맛있었다.
 하지만 달콤짭짤에 곁들여 나온 주황씁쓸은 싫었다.
미니가 주황씁쓸을 먹고 싶지 않다고 떼를 쓰자, 마마는 웃으면서 편식을 하면 착한 아이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착한 아이. 미니는 그 말에 찔끔 눈물을 삼키며 주황씁쓸을 삼켰다. 
물컹한 식감과 함께 비린맛이 혀에 퍼졌지만 미니는 참고 마마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마마는 그 모습을 보고 착한 아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미니는 기뻤다.

오늘의 밥은 뭘까? 마마가 바쁜 날에는 가끔 실장푸드를 주곤 했지만, 기본적으로 마마의 날에는 마마가 직접 밥을 만들어주곤 했다.
마마, 오늘의 밥은 뭐에요? 미니가 포크와 스푼을 쥔 손으로 테이블을 작게 탕탕 치자, 
마마는 그 버릇없는 행동에도 거의 다 되어간다며 미니에게 웃음을 보내왔다.
한참을 칭얼거리던 미니의 코 끝에 고소한 냄새가 스쳤다. 미니는 흥분하여 마마, 마마라며 손발을 버둥거렸다.
오늘의 아침은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베이컨 기름으로 구운 계란 프라이, 
오븐에 살짝 구워낸 김이 나는 부드러운 모닝빵과 딸기잼.
그리고 아직 자실장인 미니를 배려한 실장용 우유였다. 

물론 미니에게는 그 음식들은 반짝반짝한 분홍색 고기, 고소고소한 냄새가 나는 하얀 동그라미와 노란 동그라미, 
맛있는 냄새가 나는 부드러운 갈색 동그라미, 코가 멀어버릴 정도로 달큰한 냄새가 나는 빨간색 보석, 
그리고 마마의 맛이 나는 밀크였다.
잘 먹겠습니다와 테치라는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식사인사가 울려퍼지고, 이윽고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실장 손에 맞춘 식기였지만, 아무래도 실장석은 실장석, 완전히 깔끔하게 식사를 하는건 불가능 했는지 기껏 예쁘게 차려입은 
원피스에 베이컨 기름따위나 계란 노른자가 튀었다. 
마마는 미니, 깔끔하게 먹어야지. 지지야 지지. 라며 싫은 내색 하나없이 냅킨으로
미니의 옷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어 주었다. 가끔은 마마의 저 손길이 좋아서 미니가 일부러 식사를 흘리고 먹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마마의 날이니까. 
미니는 미니 나름 깔끔하게 식사를 마치고서는 부엌 한 켠에 마련된 자실장용 세면대에서 손과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냈다.
오늘은 마마와 함께 밖으로 놀러가기로 약속했다.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줘야지. 미니는 거울을 보며 웃었다.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식사가 끝나고, 마마가 뜨겁고 까만물을 마실 때 쯤에 미니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산책을 나갈 때에는 항상 가방을 챙겼다. 미니는 빨간색 가방을 제일 좋아했다. 자실장 체구에 맞춘 빨간색 에나멜 가방에는 
앙증맞게 작은 노랑 병아리가 그려져있고, 옆에 작게 mini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미니는 글자도, 병아리라는 동물도 몰랐지만
마마가 이 가방에 그려진 노랑노랑과 미니가 닮았다며 웃었던건 기억했다.
모래장난을 할 삽, 분홍색 공단 리본, 간식으로 먹을 콘페이토와 미니가 좋아하는 기타 장난감들.
가방이 불룩 부풀어 오를 정도로 장난감을 가득 집어넣고 있자, 마마가 미니의 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자, 미니. 가방 메고 벨트도 차야지. 보통의 자실장보다 작은 미니는 가방을 맬 때 끈이 흘러내리곤 했기에,
마마가 가방끈 사이에 가는 벨트를 둘러 흘러내림을 막아주는 것이었다. 
세칸 정도로 조였었지? 하고 마마가 벨트를 조이자, 미니는 턱 차오르는 숨에 테치테치 거리며 마마의 손을 토닥토닥 때렸다.
마마, 답답해요. 숨이 막혀요. 
미니의 의사를 알아차렸는지 마마는 미니를 조이던 벨트를 풀어내곤 헐떡대는 미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미안, 미안. 요즘 미니가 많이 자랐나 보구나. 이제는 두칸만 잠궈도 되겠어.
헐떡대던 미니는 마마가 말한 '자란다'는 말에 반응해 흥분해 손발을 흔들었다. 
미니에게 있어 자란다는 건 마마처럼 손발씨가 긴긴이 된다는것.
그걸 위해 싫어하는 주황씁쓸도 참고 먹고, 밥도 푸드도 꼭꼭 씹어 먹었다. 마마, 나는 얼른 마마처럼 크게 자라고 싶어요.
빨리 마마처럼 크게크게 자라서 마마랑 같이 자고 싶어요. 항상 마마와 자고 싶어하는 응석쟁이 미니였지만, 
마마는 항상 미니는 작아서 위험하니까 미니가 나중에 크게크게 자라면 같이 자자. 라고 했었다. 
물론 마마는 자실장과 인간이 같이 잤을 때 일어날 사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저렇게 달랜 것이겠지만. 
미니는 그저 자란다=마마와 함께 잘 수 있다라고만 이해했다. 
마마, 어제보다 더 커진거 같지 않아요? 라며 발을 쭈욱 뻗어 키를 높여보려는
미니의 재롱에 마마는 허허 웃으며 미니, 이제 그만하고 나가야지. 라고 말했다. 이제 미니가 기대하던 바깥 산책시간이다. 
한 사람과 한 마리는 현관문을 걸어 나섰다.



미니와 마마가 나선 공원은 애호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었다.
원래는 들실장들이 점령하고 있었던 공원이지만, 
애호파들과 일부 구제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구제업자들이 들실장들을 구제하고,
일부 남은 그나마 말을 잘 들어먹는 개념실장들을 일정 수 이상 늘어나지 않게 관리하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는 경비사무소가 있어 혹시나 모를 학대파들을 감시하고, 
들실장들이 바깥에 나가 주택가에 민폐를 끼치지 않게 관리하는 곳.
사육실장을 목줄을 하지 않고서도 마음대로 풀어놓고도 안심할 수 있는, 마치 애호파들을 위한 낙원 같은 공원이었다.

미니는 간만에 나온 바깥에 신나 테치테치 거리며 모래밭으로 뛰어갔다. 
언제나 마마바라기였던 미니지만, 자실장 특유의 호기심은 이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니의 마마는 미니가 모래밭에서 노는걸 확인한 이후에, 큰 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에 앉아 같은 애호파인 A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마마에게도 이 공원은 미니가 뭘 하건 안심하고 눈을 뗄 수 있는 공원이었기에, 마마는 미니에게서 잠시 관심을 거두고서는 가볍게 날씨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니는 언제봐도 작고 귀엽네요.
A씨는 항상 미니에 대한 칭찬으로 말을 시작하곤 했다.

아뇨, A씨네 에메랄드도 얼마나 귀여운데요. 오늘은 에메랄드는 데리고 나오지 않으셨나봐요?

그러고보니 늘 데리고 나오던 에메랄드가 보이지 않는다. 미니의 마마는 그 화제에 대해 언급하며 A씨의 얼굴을 살핀다. 

아, 저희 에메랄드는 가벼운 감기기운이 있어서요. 애아빠가 데리고 병원에 가서 저는 잠시 미니쨩이나 구경할까 하고 왔답니다.
그러고보니 그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무슨 이야기요?

B씨네 초롱이 말이에요, 성장이 빠르다곤 생각했지만 벌써 성체실장이 되어서 새끼들을 낳았지 뭐에요.

세상에!

저번에 B씨가 초대해주셔셔 보고 왔는데, 역시 자실장들은 귀엽더라구요. 아, 물론 미니도 귀엽지만 말이에요.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자실장이라...저도 보고 싶네요. 요즘 우리 미니는 성장기인 모양이에요. 
오늘 자실장용 벨트를 하는데 좀 꽉 끼는게 조만간 크게 자랄 모양이에요. 

어머, 미니는 성장이 느린 거 같더니. 꼭 그런것만도 아닌 모양이네요.

아뇨. 저는 작고 귀여운게 좋아서...저대로 크지 않아줬으면 좋을텐데. 

미니의 마마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며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미니를 바라본다. 
그 눈빛은 미니를 따뜻하게 바라보던 아까의 눈빛과 달리 어딘가 차가웠다. 마치 물건을 쳐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미니는 모래 성을 만들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뭉친 흙덩어리 위에 집에서 가져온 리본을 달았다. 
여기는 마마와 미니의 성.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마마와 함께 놀아야지. 미니의 행복한 상상은 미니의 위로 드리워지는
작은 그림자에 의해 깨졌다. 
관리가 되긴 했지만 약간 낡은 녹색 실장옷을 입고 있는 자실장이었다.
아마도 미니의 예쁜 옷과 장난감에 이끌려 온 것이리라. 지금도 미니의 눈치를 살살보는 모습이 미니와 같이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지속적인 구제로 인해 이 공원에는 사육실장에게 적대적인 실장석은 전부 걸러내졌다. 지금 미니의 눈치를 보는 자실장도 그저 
새로운 놀잇거리에 흥미를 느끼고 온 것 일뿐. 미니에게 딱히 위협을 가하려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니는 다른 실장석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도 실장석인데, 오히려 같은 실장석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집 안에서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그런걸까? 미니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자실장을 보고는 겁에 질려 장난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곧바로 울며 마마를 부르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한창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미니의 마마는 바짓단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에 시선을 내렸다.
분명 모래장난에 열심이던 미니였을텐데, 미니는 자신의 바짓단에 머리를 묻고 테치테치하고 울고 있었다.
의아한 머리를 들어 미니가 놀던 모래밭을 돌아보자, 거기에는 미니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들실장이 있었다.
아하, 저 들실장 때문에 미니가 겁을 먹었구나. 미니의 마마도 다른 실장석에 대한 두려움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침 일찍 다른 실장석이 나오지 않을 때에 공원에 나온건데. 아무래도 자신의 배려는 큰 의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미니야, 무서워 하면 안돼지. 쟤는 나쁜 애가 아니라 미니 친구에요. 미니 친구.
아니에요 마마, 나는 저런 무서운건 몰라요. 미니는 무서워요. 혼내주세요. 
몇 번을 달래도 울기만 하는 미니에게 포기했는지, 미니의 마마는 A씨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미니를 안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밖에 있어도 의미는 없다. 빨리 집에 돌아가야지.

그럼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다음에 뵈요.

네, 생각있으시다면 B씨에게 연락해둘게요.

네네, 그럼 부탁드려요.

미니의 마마는 미니의 가방과 훌쩍거리는 미니를 안아들곤 집으로 돌아갔다.




아까 울던것은 잊어버린지 오래인지, 미니는 집에 돌아오자 마자 블럭놀이에 심취해 있었다.
녹색의 원기둥을 세우고, 노랗고 긴 블럭을 위에 올린 뒤에, 마지막으로 새빨갛고 뾰족한 블럭을 맨 위에. 
어린아이라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의 블럭성이었지만 실장석의 섬세하지 않은 손으로는 조금 무리였을까.
몇 번을 쌓고 무너트리고를 반복하다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미니를 보다못한 마마가 미니의 손에서 블럭을 빼앗아 들어 가지런하게 세웠다.
자, 미니. 이러면 완성이지? 이제 뚝 그치자. 
마마, 마마 대단해요. 미니는 울었다는게 거짓말처럼 뚝 울음을 그치고 방긋거리며 블럭성 주위를 춤추며 돌기 시작했다.
마마는 정말 대단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도 쉽게 해낸다. 마마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마마의 아이다.
자신의 그런 마마의 아이라는게 자랑스러워진 미니는 가슴을 앞으로 불룩 내밀고는 테에, 하며 헛기침을 몇 번 내쉰다.

그런 미니를 내려다보던 마마는 시계를 흘끗 보더니 미니를 안아든다.
자, 이제 미니. 낮잠 시간이야.
싫어요. 좀 더 놀고 싶어요. 아직 잠이 안 와요.
푹 자지 않으면 착한 아이가 아니에요. 자 방으로 가자. 방으로.

아직 신나는 놀이가 많이 남았는데, 입을 내밀던 미니는 조금 칭얼거리더니 마마의 품에 안겨 반항없이 침대에 눕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금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 마마의 날이라 들뜬 것이 졸음을 내쫓아 줬을 뿐.
베개를 바로 하고 이불을 목까지 덮어준 마마는 미니의 손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줬다.
미니가 좋아하는 노래. 비록 내용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미니는 마마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마마가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는 것이 좋았다. 칭얼거리던 미니의 목소리가 이윽고 새근거리는 숨소리로 바뀌자.
미니의 마마는 토닥거리던 손을 놓고 일어서 거실로 향했다. 미니는 귀여웠다. 하지만.
미니의 마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미니의 세계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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