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세레브한미도리)

 

 근처 직장인들이 가볍게 저녁을 때우기 좋다고 소문난 F시의 먹자골목.
 아주 싼 값은 아니지만 적당한 가격대의 요리와 다양한 안주들을 구비한 가게들로 먹자골목은 불황도 잊은 듯 언제나 불야성을 이루었다.
 평일 저녁 부터 골목을 오가는 직장인들.
 그러나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그에 따른 불청객도 함께하기 마련이다.
 바로 실장석들이었다.

[닝겐상! 지나가지 마는 데스우! 와따시의 자를 보는 데스. 귀엽지 않은 데스까?]
[텟츙! 텟츙! 똥 샐러리맨은 와따시한테 메로메로 되는 테치! 와따시의 매력에 사로잡혀 사육실장으로 삼는테치!!]

 취객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호객행위를 하는 실장들.
 들실장이 양손 높이 들어올린 자실장은 나름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윙크도 해보이고 애교도 떨어보지만, 이들의 무모한 도전의 결말은 언제나 단 하나의 결말로 정해져 있을 뿐이다.

[지벳!]

"에이 시발! 구두에 똥 묻었어!!"

 의도로 밟은 것은 아니다. 그저 무릎에도 오지 않는 실장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무심결에 밟아버린 직장인이 볼멘 소리를 한다.
 탁아를 시도하다 밟혀 죽는 실장석.
 가게 입구로 당당히 들어가다가 빗자루에 맞아 납작해지는 실장석.
 가게 문에 운치를 바르다가 알바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머리가 사라지는 실장석 등등
 바글 바글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몰려든 실장석이 곤죽이 되고 흩어지는걸 친은 골목 저편에서 한심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들은 보는 데스. 닝겐에게 가까이가면 왜 안되는지 알겠는 데스까?]

 친은 실장석 치곤 아주 우수한 개체였다.
 보통은 먹이를 구하러 혼자 몰래 다니곤 했지만, 오늘은 어떤 의도였는지 둥지에서 자들을 모두 끌고 나와 먼 발치에서 먹자골목의 광경을 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 현장 학습을 하러 온 것이다.
 다섯의 자실장들은 테치테치 떨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실 친은 현장 학습 외의 다른 의도를 갖고 이자리에 나왔다.

[테프프프픗!!]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다해도 동족이 이리 죽고 저리 죽는 비참한 지옥도에 기가 질릴 법도 한데, 셋째는 달랐다.
 덜덜 떠는 자매들과 달리 프픗 하고 웃으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두 눈을 초승달처럼 뜨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것이었다.

[마마. 저건 세레브하지 못한 분충들이어서 죽는 테치. 귀여운 와타시는 다른 테치!! 와타시라면 분명히 닝겐도 메로메로 되는 테치!!]

 셋째의 말에 친은 조용히 짱돌을 치켜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친은 실장석 치곤 아주 우수한 개체였다.

[자들은 듣는 데스. 이제부터 자들은 네 자매인 데스]
[텟? 마마? 뭐하는 테.. 텝!!!!]

 테갸악 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셋째는 입을 움켜쥐고 바닥을 구른다.

[잘도 개념 코스프레를 해왔지만 여기서 드러난 데스. 셋째는 실각인 데스]
[텝! 테에엡! 테에에벱!!!!]

 콩 콩 콩 절구 찍는 소리와 함께 셋째는 바닥의 얼룩으로 변하고 말았다.

[데헤... 데헤.. 데헤에...]

 셋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야 친의 짱돌질은 멈췄다.
 격한 운동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친은 남은 자들을 돌아보았다.

[오마에들도 이 분충하고 같은 생각을 한 데스까?]
[아닌테치!]
[마마! 와타시들을 믿는 테치!!!]
[마마의 말은 법인 테치! 어기지 않는 테치!!]

 친의 또하나의 의도는 바로 솎아내기.
 언제나 같은 생활 한정된 공간에서 머무는 둥지에서의 생활로는 자들이 분충끼를 드러내는지 아닌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정형화된 패턴에 적응하여 분충끼를 숨기고 연기하는 자식들이 종종 급변화된 상황.
 인간이 나타난다던지, 처음 보는 무언가를 쫓아간다던지 하여 일가를 실각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친은 이렇게 소풍을 간다는 핑계로 자들을 다른 환경에 노출 시키고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셋째가 보기좋게 걸려들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었다.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친에게 사정한다. 자신이 결백함을, 분충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쓴다.
 친은 냉정한 눈으로 그들을 흝어보고는 짱돌을 내려 놓고 발걸음을 돌린다.
 현장 견학도, 솎아내기 테스트도 끝났으니 이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
 남은 자들은 친만큼이나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므로 이제부터 본격 적인 생활의 지혜를 전파하는 길만이 남았다고 친은 생각했다.

[자들은 모두 따라오는 데스. 이제 자들도 조금만 지나면 어엿한 중실장이 되는 데스. 지금까진 와타시가 혼자 사냥을 나갔지만 자들이 동참하면 더욱 효율이 높아지는 데스. 겨울을 날 수 있는 데스. 이제 이 마마가 가장 좋은 사냥터를 알려주는 데스]

[사냥터 테치?]

[아마아마가 가득가득 나오는 그곳 말하는 테치?]

 셋째의 처형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던 자녀들에게 생기가 깃든다.
 우수한 친은 항상 어디에선가 다른 가족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마아마한 먹거리를 구해오곤 했다.
 그 비밀의 정체가 오늘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런데스. 하지만 주의사항이 있는데스. 먼저 마마가 닝겐이 있는지 정찰을 하고 오는 데스.]

 인적이 드문 골목을 쫄래 쫄래 앞장서 가던 친이 손을 뻗어 자들을 정지시키자, 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화단과 벽돌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과연 우수한 자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여운 자들이라 생각하며 친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골목 밖을 살폈다.
 친이 찾는 것은 눈에 익은 간판이 있는가 없는가였다.
 이 골목은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 않지만, 숨겨진 맛집이 있기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 단골이 가끔 찾아오는 그런 가게가 있는 곳으로 친은 그 가게 음식쓰레기통을 뒤져 일가의 생계를 도맡아 오고 있었다.
 친이 찾는 간판은 바로 [풍천장어].
 하지만 늘 오던 거리가 맞는데도, 풍경도 비슷한데도 그 간판이 보이질 않았다.

[데에.. 어찌된 데스...?]

 비닐 봉투를 내려놓고 양 눈을 비벼보는 친.
 하지만 비비고 다시 보아도 간판에는 이전의 길다란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읽을 수 없는 인간의 글씨와 함께 뚱뚱해보이는 물고기가 그려져있었다.
 이전의 가게가 망하고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다는걸 알리가 없는 친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눈치채고 고민했다.

'자는 듣는 데스. 익숙한 게 바뀌면 일단 물러나 상황을 주시하고 다시오는 데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했다간 큰 화를 입는 데스'

 자신의 마마가 들려줬던 충고를 기억하며 친은 일단 물러나기 위해 땅에 떨어뜨린 비닐봉투를 다시 집었다.
 그리고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벽돌과 화분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자들을 보고 그제야 자신이 혼자온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런데스... 오늘은 자들에게 수업을 하러 온 데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와타시가 뭐가 되는 데스...? 무능력한 마마라고 비웃음을 당할게 분명한 데스. 그리고 밥은 어떡하는 데스? 여기가 아니면 우마우마한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데스...)]

 잠시 고민을한 친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내밀어 가게 앞 풍경을 살폈다.
 수조도 그대로.
 가게 디자인도 그대로.
 바뀐 것은 오직 간판 뿐이다.
 그렇다면 환경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때, 돌연 가게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사람을 보고 친은 몸을 낮췄다.
 거리가 떨어져 들킬 가능성은 낮았지만, 조금의 위험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동혁아! 장어하고는 다르다 그거. 내가 말한거 알지?"

"알아요! 고양이가 못가져가게 음식물 쓰레기 비닐에 싸서 쌀포대기에 다시 담고 있어요."

 가게 안에서 주방장이 시키는 소리에 알바인 동혁은 지겹다는 듯 대꾸하곤 조리의 부산물을 비닐봉투에 담아 두꺼운 쌀포대에 다시 담아 입구를 졸라메고 있었다.

"혹시라도 짐승이 먹으면 그거 난리난다. 잘 쫌매!"

 알바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상적인 광경.
 친은 그 광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멀어서 뭐라고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알바는 늘상 봐오던 그 닝겐이 맞았으니까 결국 돌발상황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알바가 가게문을 닫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걸 확인한 친은 자들에게 손짓해 다가오도록 지시 했다.
 자들과 함께 쌀포대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 친은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보는데스. 모습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이게 바로 아마아마 주머니인 데스.]

[빨리 보고 싶은 테치 마마!!]

[와타시가 해보는 테치!!]

 성급한 막내가 달려들어 쌀 포대를 손으로 두들기고 이빨로 깨물었지만, 질긴 쌀포대기가 그런 걸로 꿈쩍할리가 없다.
 그 귀여운 사투를 데푸풋 하며 감상한 친은 우수한 자신의 능력을 뽐내듯, 두건 안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텟! 마마 그건!!!!]

 친이 꺼낸 것은 바로 가위였다.
 어떤 어린 초등학생이 어린이 바느질 도구로 쓰다가 잃어버렸을 법한 미니 가위를 친의 마마의 마마의 마마는 용케 입수해 가보로 대대손손 전해주었던 비장의 보물이었다.

[자들은 보는데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가보인 싹둑싹둑씨인 데스. 이 싹둑싹둑에 걸리면 뭐든지 한방인 데스. 비겁한 똥닝겐은 이런 두꺼운 주머니 안에 아마아마를 숨겨놓았지만, 우리의 세레브한 가보 앞에선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는 데스]

 친은 데흥! 하고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보이곤 미니 가위를 들어 쌀 포대를 썰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위라고는 하나 오랜 세월 사용해 녹이 슬고 이가 빠져 잘들지 않아, 친은 진땀을 흘리며 겨우 쌀포대에 친의 두 손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뚫어냈다.
 그러나 쉴 시간은 없다.
 언제 인간이 다시 나타날지 모르니 허비한 시간만큼 서둘러야만 했다.
 친은 자들을 시켜 봉투를 활짝 벌리게 하고 구멍에 양손을 집어넣어 안의 비닐을 찢고 내용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마마! 이 올록볼록한건 뭐인 테치까?]

[그건 생선의 알인 데스. 먹으면 톡 하고 터지는 맛이 일품인 데스]

 안에 퍼담기는 내용물을 보며 자들이 물어보면 모양을 보고 친이 대충 설명해준다.
 자들은 그걸 보며 테에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자들은 비닐봉투에 차오르는 생선 살과 껍데기 내장을 맛보고 싶어 침을 질질 흘렸지만, 아까 세상을 등진 셋째와 같은 꼴이 되기 싫어 필사적으로 참는다.
 그 모양을 보며 친은 미소 지었다.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되는 데스.]

[정말인 테치?]

[마마 고마운 테치!!!!]

[알은 와타시의 것인 테치! 와타시가 먹는 테치!!!]

 친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녀,차녀,사녀가 모여들어 비닐봉투의 내용물을 테챱테챱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분명 친은 하나만 먹으라고 했지만 한번 맛본 아마아마에 자들의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오녀는 달랐다.
 바닥에 떨어진 생선 눈알을 들고 친에게 쫄래쫄래 다가와 앙증맞은 두손에 담긴 생선 눈알을 친에게 건내주는 것이었다.

[마마. 마마가 가장 힘든테치. 와타시가 양보하는 테치. 마마가 먼저 먹는 테치]

 결국 마지막 까지 남은 것은 오녀 뿐.
 감격한 친은 눈물을 흘리며 오녀가 준 생선눈알을 받아들었다.

[(결국 마마가 했던 것처럼 남은건 마지막 자뿐인 데스.... 나머지 분충들은 집에가서 때려 죽이는 데스 오로롱)]

 오녀가 준 생선 눈알을 한입 베어물고 남은 반을 오녀에게 건낸다.
 오녀도 테치테치 기뻐하며 남은 눈알을 베어 문다.
 눈알이 톡 터지며 새콤한 즙액이 감미롭게 입안에 맴돌다 사라지고 가장 안쪽의 쫄깃한 젤라틴이 씹는 감칠맛을 더해준다.
 가히 경험하기 힘든 맛.
 지금까지 이곳에 사냥을 나오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진미중의 진미가 아닐 수 없다.
 친은 색다른 맛에 다시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피를 토했다.

[뎃? 데헥 뭐인 데스? 켁. 왜 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데스.... 이게 뭐인 데... 데... 데....]

 당황한 친의 눈에는 이미 비닐봉투에 대가리를 박고 탁한 눈으로 죽어있는 분충 자녀들과, 생선 눈깔을 씹다가 그대로 파킨한 오녀가 들어왔다.

[팔은 움직이는데스!! 세레브한 와타시의 명령인데스!! 다리도 움직이는 데스!!!!]

 오로지 말을 듣는 신체는 총구 뿐. 총구에서 대량의 운치를 뿌득뿌득 뿜어내며 마비된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던 친은 한맺힌 단말마를 내질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스!! 우수한 와타시가 죽는건 세계의 손해인 데스!!!! 와타시는 우수한 씨앗을 남겨 똥닝겐을 노예로 부려야하는데스!!!!!! 왜 와타시가 와타시가 이런곳에서 왜에에에에에에!!! 죽을 순 없는 데샤아아아아앗!!!!!!!!!!!!!]

파킨.

 동시에 너무나 시끄러운 소리에 가게 뒷문이 열리고 주방장 철웅이 뛰어나와 눈앞의 참상을 목격했다.

"야 이동혁 이색햐!!! 내가 조리하고 남은거 잘 버리라고 했어 안했어!! 실장석이 복어 먹고 다 뒈졌잖아!!! 너 잘리고 싶어?!?!!!"








댓글 2개:

  1. 설마 복어? 했는데 역시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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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프프 분충에게 어울리는 최후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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