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 -삐익! -삐익
시끄럽게 울려대는 부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맞추어 데스우- 데스-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들 힘에 겨운듯, 얇은 신음을 내밷는다. 그것은 짝귀도 매한가지였다. 오른쪽 귀가 날라가서 다들 짝귀라고 부르는 통에 결국 자기 자신도 짝귀라는 이름을 받아버린 들실장이었다. 짝귀는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 옆에서는 자실장들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짝귀는 조심스럽게 뚜껑에 물을 따라 한 모금을 마셨다. 밤새 말랐던 자신의 몸에 활기가 돌아오는 느낌을 느꼈다. 그 옆 그릇에 조심스럽게 물을 가득 채워놓은 짝귀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허리를 풀어주었다.
<테에… 마마?>
<데… 장녀, 깼는데스까. 미안한데스우- 더 자는데스.>
<아닌테치… 마마 나가는 거 보는테치.>
<데스우… 참으로 착한 자인데스. 장녀는 와타시의 보물인데스.>
짝귀는 자신을 배웅하려는 장녀를 뭉클하게 쳐다보다가 꼬옥 안아준다. 장녀는 그런 짝귀의 품에 안겨 기분좋은듯 테프프프프-하고 웃는다. 짝귀는 품에서 장녀를 떼놓은 후에 장녀에게 말했다. 와타시가 없으면 장녀가 다른 이모토챠들을 챙겨야하는데스. 아침에 일어나면 저기 떠 놓은 물을 마시고 상자에서 푸드를 두개씩 꺼내먹는데스. 해씨가 높이높이 떠있으면 푸드를 하나씩 먹는데스. 하우스에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데스. 장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짝귀의 말을 들었다. 매일같이 하는 말이지만 매일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실장석이다. 짝귀는 장녀를 다시한번 안아준 뒤 집을 나섰다. 끼이익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짝귀는 문을 닫고 돌로 단단하게 괴어둔다. 혹시라도 자들이 밖으로 나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단단하게 고인 돌을 확인한 후 짝귀는 봉투를 들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아갔다. 자기가 가는 곳으로 실장석들이 하나하나 모여들었다. 익숙한 얼굴도 몇몇 보인다. 서로 꾸벅거리며 인사를 나눈다. 누군가 짝귀의 등을 툭하고 친다. 짝귀가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다.
<삐삐상인데스.>
<그런데스. 오마에도 좋은 아침인데스.>
<데에… 정말 좋은 아침인데스까.>
<데프프프… 닌겐들은 항상 좋은 아침이란 인사를 해야하는데스. 사육실장으로서 당연한 말인데스.>
<데스우… 알겠는데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삐삐상도 좋은 아침인데스.>
<데프프프… 오늘도 같이 하지 않겠는데스? 오마에랑 하는 게 손발이 잘 맞는데스.>
<그러는데스. 와타시도...>
“야- 똥벌레들! 빨리빨리 안움직여!”
-빠앙!!
<데갸갸갸갸갸!!>
<귀 터지는데스우!!!>
아는 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실장석들에게 사이렌을 울리며 외치는 청색 작업복의 남자가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의 소리에 귀를 틀어막으며 걸음을 서두르는 짝귀와 삐삐였다. 그렇게 달린 실장석들에게 보인 것은 거대한 하얀 봉투의 산이었다. 남자는 확성기로 소리를 질렀다.
“뭘 보고만 있어! 빨리 작업 시작해라! 똥벌레들!!”
<데- 데스우!>
<어서 시작하는데스!>
<데갸갸갸갸!>
녹색의 파도가 흰색의 산을 부수었다. 흰색의 산은 초록색 파도에 휩쓸려 점점 깎여나갔다. 초록색 파도 속에 있던 짝귀와 삐삐도 그 중 하나였다. 재빠르게 봉투 하나를 둘이 들고 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짝귀는 주변의 돌을 이용해 봉투를 주욱 찢었다. 삐삐는 봉투를 뒤집어 쓰레기를 쏟아냈다. 짝귀와 삐삐는 눈에 불을 켜고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이 보였다. 짝귀는 봉투에 그것을 담는다. 주황색 병뚜껑이 보였다. 삐삐가 주워 봉투에 담는다.
실장석은 노동에 적합하지 않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해산물을 캐내게 시키려고 해도 힘이 너무 없다. 논에 피를 뽑게 하려고 해도 벼와 피를 구별하지 못한다. 가사노동을 시킬거면 차라리 무선청소기가 낫다. 하나하나 밀려나던 실장석이 구원받은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모든 쓰레기들이 모이는 이곳, 여기서 실장석들이 하는 일은 다양했다. 짝귀가 일하는 그 곳은 일반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었다. 일반쓰레기는 다 태워버린다. 하지만 플라스틱이라던가 비닐등을 소각로에 넣으면 다이옥신이 생긴다. 이를 막으려면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다 걷어내야 하지만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결국 일이 맡겨진 것은 실장석이었다.
일반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은 제일 단순한 일이었다. “단단한 쓰레기랑 봉투랑 같은 비닐은 전부 뺄 것.” 실장석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실장석이 인간에게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실장석들은 쓸모없는 똥벌레에서 그나마 쓸모있는 똥벌레가 되었다.
짝귀와 삐삐는 바삐 손을 놀리며 쓰레기를 정리해담았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를 가져와 봉투를 깠다. 쓰레기를 정리하던 삐삐는 문득 생각났다는듯 짝귀에게 말을 걸었다.
<짝귀상, 들은데스?>
<무엇을 말인데스.>
<여기서 일을 잘하는 자는 더 좋은 곳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스.>
<데에… 그런데스까.>
<더 많은 푸드와 더 따뜻한 집이라고 했는데스.>
<데에…>
<데프프프… 거기로 가면 와타시의 자를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인데스. 와타시의 자처럼 귀여운 자들은 좋은 것을 먹어야…>
<데샤아아아아!!! 못해먹겠는데스!!! 고귀한 와타시가 할 일이 아닌데스!!! 똥닌겐은 어서 나오는데샤아아!!!>
쓰레기장은 적막감에 휩쓸렸다. 소리를 지른 실장석은 씩씩거리다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다른 실장석들을 보며 움찔했다. 자신을 바라보면 표정은 한결같았다. 못볼 것을 봤다는 표정. 실장석은 발끈하여 외쳤다.
<무...뭘보는데샤!! 어서 똥닌겐은 앞으로 나오는데샤!!!>
“왜 작업을 안해. 똥벌레새끼들아.”
작업복의 남자는 어슬렁거리며 걸어왔다. 실장석은 남자를 보며 씩씩댔다. 남자를 향해 삿대질을 한다. 남자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실장석을 바라보았다.
<똥닌겐! 어서 와타시를 모셔가는데샤!! 와타시는 여기 있을만한 자가 아닌데스!!>
“흐음… 간만인가.”
<뭘 보고만 있는덹?!>
한참 열변을 토하던 실장석의 배에 남자의 워커가 박혔다. 실장석은 5m를 날라가다가 떨어져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다른 들실장에 부딛혀 더 이상 굴러가지는 않았지만, 부딛친 다른 들실장은 화들짝 놀라며 굴러온 실장석에게서 떨어진다.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가 실장석들 사이에 선명하게 울렸다. 초록색 바다가 남자가 갈 길을 가로질러준다. 남자의 목적지는 그 실장석이 있는 곳이었다. 콜록거리던 실장석은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데...데극… 오...오마에… 이런 짓...이런 짓을 하고서도…>
“미안하지만 나 니가 하는 말 하나도 모르거든?”
<데...데갸아아악!!>
남자는 손에 든 몽둥이로 실장석을 후려쳤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속은 텅텅 빈 몽둥이였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너무 패는 맛이 없어 인기가 없었지만 끝부분에 무게추를 달아 보강을 했던 것이 먹혀 학대파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몽둥이였다. 사람을 때리면 살짝 아픈 정도였지만 실장석에게는 죽을만큼 아픈, 하지만 죽지는 않을 아픔을 선사해주었던 것이다. 지금 맞고 있는 이 실장석도 그렇게 남자의 몽둥이찜질에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데...데스우!!! 잘못했는데스!!!>
<다시는 안그러는데스!! 용서해주는데스!!>
<미안한데스!!! 죄송한데스!! 닌겐상!!>
<닌겐사마!!!>
넓은 쓰레기장에 울리는 것은 남자의 몽둥이가 실장석을 때리는 소리, 그리고 맞는 실장석의 비명뿐이었다. 한참을 두들기던 남자는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몽둥이를 허리춤에 다시 끼워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마대자루를 꺼내 실장석을 넣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는 주위에 있던 애꿎은 실장석을 차며 소리를 질렀다.
“뭐하고 있어!! 어서 일하지 않고!!”
<데갸악!?>
<데...데스우!!>
<일하는데스!!>
<어서 끝내는데스!!>
실장석들은 허둥지둥 자신들이 뒤적거리던 쓰레기더미로 달려들었다. 짝귀와 삐삐도 머리를 쳐박고 얌전히 쓰레기를 분류할 뿐이었다. 한참동안 쓰레기장에서는 쓰레기를 뒤적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 분류한 쓰레기들은 파여진 구멍에 잘 넣어놓는다. 그러면 닌겐들이 무시무시한 노란색의 팔로 쓰레기들을 들어서 나를 것이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흰색의 산이 정리된다. 실장석들은 각자의 봉투에 자신이 분류한, 태우면 안되는 쓰레기들을 담아 남자의 앞에 차례대로 줄을 서있다. 짝귀는 살짝 무거워진 자신의 봉투를 흐믓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삐삐도 매한가지였다.
<데프프프… 이정도면 오늘도 충분할 거 같은데스.>
<그런데스. 자도 배불리 먹고 보존식도 충분한데스.>
<보존식? 오마에 그런 것도 하는데스?>
<당연한 거 아닌데스. 모아도 부족한 것이 식량인데스.>
<데퍄퍄퍄퍄퍄!!! 매일 일하면 이렇게 푸드가 나오는데 무엇을 걱정하는데스?>
<와타시는 와타시의 방식이 있는데스.>
짝귀는 고집스럽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삐삐는 멋적은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짝귀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한참을 지나 짝귀와 삐삐의 차례가 되었다. 남자의 앞에 모아온 재활용 쓰레기들을 부어 놓고 빈 봉투를 남자 앞에 내민다. 하지만 남자는 꿈쩍하지 않고 모아놓은 쓰레기만 볼 뿐이었다. 잠시 뒤 남자는 말했다.
“야. 거기 둘.”
<데스?>
<무슨 일인데스?>
“끝날 때까지 남아라. 말 못알아들으니까 구석에 처박혀 있어.”
<데에… 무슨 일인데스.>
<와타시도 모르는데스…>
짝귀와 삐삐는 남자가 가리킨 구석에 들어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쑥덕댔다. 한참이 지나 모든 실장석이 다 간 뒤에 남자는 짝귀야 삐삐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한 뒤 어디론가 향했다. 남자의 뒤를 따라 헐레벌떡 쫒아간 둘은 맞이한 곳은 남자의 사무실이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검은색 네모난 것을 들었다. 몇번을 툭툭 치고 흔들다가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짝귀와 삐삐를 향해 말을 건다.
“내 말이 들리나.”
<드...들리는데스.>
<잘 들리는데스.>
“잘 듣고 내가 지적하는 놈부터 천천히 얘기해라.”
남자는 말을 시작했다. 너희는 꽤 잘하니까 선택권을 주겠다. 여기 내 밑에서 일하지만 관리실장이 되어서 쓰레기 분리하는 녀석들을 감시하는 것과 재활용 파트로 넘어가서 재활용 분리 일을 하는 것. 둘 다 여기보다는 더 나은 대우를 받지만 재활용쪽은 머리가 좋아야하고 관리실장은 다른 실장석의 미움을 받아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자, 어떤 걸 선택할거냐.”
<데… 지금 바로 선택해야하는데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데에… 그럼 와타시는 여기 남아서 관리실장을 하는데스.>
<삐삐상…>
<쓰레기를 뒤지는 건 이제 싫은데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하는데스!>
<데에… 와타시는 그럼 재활용으로 가는데스. 와타시는 다른 자들하고는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데스.>
“알았다. 내일 중으로 너희들은 새로운 곳으로 집을 옮긴다. 오늘 다 미리 챙겨두고 내일 가족이랑 다 나오도록.”
<알겠는데스.>
<데… 오늘 푸드는…>
“아, 맞다. 여기. 오늘은 특별히 가득 주도록 하지.”
<감사한데스!>
“그리고 표식을 그려야겠다. 나는 니네 구별 못해.”
남자는 팔에다가 매직으로 별을 그려주었다. 푸드를 받고 남자의 사무실에서 나와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둘이었다. 둘은 아무말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약속이나 한듯 둘은 똑같이 멈춰섰다. 짝귀와 삐삐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데스. 잘 지내는데스.>
<오마에도인데스.>
둘은 별 말없이 헤어졌다. 삐삐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짝귀는 간단한 인사 후 몸을 돌렸다. 딱히 말할 것도 없었다. 집을 향해 터덜터덜 돌아가는 짝귀는 그러했다. 어차피 실장석이다. 어딜가나 흔한 실장석. 여기서 못봐도 상관없고, 내일 당장에라도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실장석이다. 공원에서 살아온 짝귀에게 실장석은 그런 것이었다.
문에 괴어놓은 돌을 치우고 문을 연다. 끼이익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린다. 짝귀는 밝게 웃으며 집에 들어왔지만 풍겨오는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둘러 본 방은 똥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장녀는 구석에서 삼녀를 껴안고 달래고 있었고 방 한 가운데서는 차녀가 마구 뒹굴며 똥을 뿌려대고 있었다. 방바닥을 뒹굴던 차녀는 짝귀가 돌아오자마자 똥으로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달려온다.
<마마- 보고싶었던테츙->
<...장녀. 무슨 일인데스?>
<테엥… 마마…>
짝귀는 그런 차녀의 머리를 밀어 자신의 몸에 닿지 않게 한 뒤 장녀에게 자초지종을 듣는다. 저녁때까지 마마가 오지 않자 장녀는 밥을 꺼내 나눠먹으려고 했다. 차녀가 밥을 더 먹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다. 장녀는 그런 차녀를 말려보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삼녀의 밥까지 뺏어먹은 차녀는 더 먹고 싶다고 난리를 부리다가 똥까지 뿌려 보존식과 물그릇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짝귀는 장녀의 말을 들으며 엉망이 된 집안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데퓨…>
<텟… 미안한테치…>
<테엣! 마마! 봉투에 푸드가 가득한테치! 역시 와타시의 마마인테츄->
<그 더러운 손으로 봉투를 만지면 각오하는데스.>
<텟?!>
차녀는 푸드로 가득찬 봉투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었지만 짝귀는 그런 차녀를 저지한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마의 말에 차녀는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장녀와 삼녀도 처음듣는 마마의 목소리에 놀라 짝귀를 바라보았다. 짝귀는 차녀에게 다가갔다.
<오마에는 뭐인데스? 마마가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얻어온 귀한 푸드에 운치를 뿌린데스?>
<텟… 테에…>
<방 안도 엉망인데스. 이걸 다 누가 치우는데스? 데스? 말 좀 해보는데스.>
<테에… 그...그러니까... 마마! 마마가 치워주는테치! 와타시는 아직 아가인텟ㅊ…>
<분충인데스. 와타시의 총구에서 나온 자가 분충이라니 용서가 안되는데스!>
<테...테챠아아아아!!!>
짝귀는 차녀에게 달려들었다. 차녀는 그런 짝귀에게서 도망치려 했지만 짝귀는 차녀를 잡고 옷을 벗겼다. 차녀는 옷을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 실장복은 다른 곳에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 곱게 빼앗았지만 차녀의 머리카락은 달랐다. 찌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피에서의 강한 고통이 차녀에게 느껴졌다. 차녀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테챠아아아!! 와타시의 머리카락!!!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리카락이!!!>
<이젠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가 아닌데스.>
<똥마마- 이런 무례를 와타시가 용서할 거 같은테치!!!>
<오마에가 용서 안하면 뭐 어쩔 것인데스. 어서 와타시의 집에서 꺼지기나 하는데스.>
<텟?! 테챠아아아!! 아직 와타시는 아가인테츄!! 밤에 나가면 죽는테챠아아아!!>
짝귀는 비명을 질러대는 차녀를 옆구리에 끼고 장녀와 삼녀에게 말했다.
<장녀와 삼녀는 잠시 기다리면서 집을 좀 치우는데스. 와타시는 이 분충을 버리고 오는데스.>
<텟치… 알겠는테치!>
<마마 무서운테치…>
<그런 말 하면 안되는테치. 마마는 와타시타치를 아끼는테치. 못된 건 저 분충인테치.>
<테...테챠아아!! 누가 분충인테치!! 오마에들이 분->
<분충은 이제 닥치는데스.>
자신에게 겁을 먹은 삼녀를 늠름하게 달래주는 장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본 짝귀는 페트병과 차녀를 들고 집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 수돗가에 도착한 짝귀는 차녀를 버려두고 물을 뜨기 시작했다. 물을 다 뜬 뒤에는 차녀를 버려두고 집으로 향했다. 차녀가 뒤에서 자신을 쫒아오면서 뭐라 말하자 짝귀는 차녀를 돌아보았다. 차녀는 짝귀가 다시 자기를 보자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대며 테츙- 했다.
<테프프프… 똥마마가 다시 와타시에게 메로메로->
<한 마디 해주는데스. 독라가 그런 짓을 하면 오마에는 못살아남는데스. 와타시는 자비로우니 다리 하나로 봐주는데스.>
<텟- 테엣?! 아...안되는테치! 그러면 안되는테-테챠아아아!!!!>
차녀의 다리 하나를 뽑아버리고 아무렇게나 던진 짝귀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차녀는 울부짖으며 짝귀를 쫒아가려 했지만 한쪽만 남은 다리로 성체를 쫒아간다는 것은 무리다. 그렇게 울부짖는 차녀를 뒤로하고 집에 온 짝귀. 자신이 치운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치워진 집을 보며 장녀와 삼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짝귀는 장녀와 삼녀를 한번씩 쓰다듬어주고는 푸드를 다섯개씩 나누어주었다. 장녀와 삼녀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장녀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짝귀를 바라보았다.
<마마…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테치?>
<물론인데스. 오늘은 특식을 받았는데스. 내일은 새 집으로 옮겨야하니 짐을 좀 줄일 필요도 있는데스. 많이 먹고 쑥쑥 크는데스.>
<테에… 마마 고마운테치!>
<마마가 최고인테츙->
장녀와 삼녀는 신나게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짝귀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챙겨가야할 것들을 챙기는 짝귀다. 이제 내일이면 이 집에서도 떠나야한다. 짝귀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집안 곳곳을 둘러본다.
<데에… 이제 자야할 시간인데스. 자들은 일찍 자는데스. 내일은 마마와 같이 일찍 일어나는데스.>
<알겠는테치! 안녕히 주무시는테치!>
<잘자는테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힘차게 살아갈 것이다. 짝귀는 그렇게 다짐하며 장녀와 삼녀의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도 잠에 빠졌다.
P.S.
<테...테엑… 또...똥마마!!!>
<데에… 뭐인데스?>
<텟치?>
미도리는 버려진 사육실장이었다. 자를 가졌다는 흔한 이유였다. 보건소에서 소각로와 여기에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이다. 살아야한다. 어쨌든 살아야한다. 그래야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미도리는 기꺼이 쓰레기장행을 택했다. 그렇게 택한 첫날밤에 왠 독라분충이 찾아온 것이다. 미도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마에는 뭐인데스?>
<텟… 마마… 마마는 어디있는테치?>
<오마에의 마마를 왜 여기서 찾는데스? 여기는 와타시의 집이니 다른 곳으로 꺼지는데스!>
괜히 이상한 독라때문에 잠에서 깼다고 생각한 미도리는 화를 내며 문을 닫았다. 밖에서 시끌시끌하게 구는 녀석도 이내 지쳤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미도리는 다시 잠을 청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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