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 1~4 (완)

 


실장석에게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다. 어떤 야생동물 보다도 연약하고 생존에 부적합한 신체를 소유한 실장석들은 풍요로웠던 가을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겨울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의 대다수가 목숨을 잃는다. 오직 소수의 실장석만이 살아 남아 다음 해 봄을 맞이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 남는 실장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죽음의 계절을 넘기고 맞이하는 봄은 실장석에게 있어서 서서히 옥죄여오는 죽음으로 부터의 해방이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품는 특별한 계절이다. 


xx시에 있는 y공원에도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따뜻한 봄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내 머물던 골판지를 벗어난 실장석들이 하나 둘 나타나 공원 곳곳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부는 겨울 내 고요하던 공원의 쓰레기통에 모습을 드러냈고, 또 다른 무리는 봄이 되어 나타난 실장석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실장푸드와 생필품을 얻고 있었다. 

" 오늘은 대박인데스! 닝겐상에게 푸드를 잔뜩 얻은데스!"
" 마마 오늘의 밥은 푸드인테치?"

한 자실장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귀를 파닥이며 친실장을 바라보았다. 친실장은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면서 말하였다.

" 그런데스. 하지만 푸드만 먹다 보면 다른 음식이 우마우마하지 않는데스. 그러니 오늘만 특별히 먹고 나머지는 보존식으로 쓰는데스."
"마마 사랑하는 테츙♡"
"데프프, 정말 사랑스러운 자인데스."


공원 곳곳에서 실장석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앞으로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실장석들은 행복을 노래하였다.
한편 사람과 실장석의 흔적이 드문 수풀에서는 행복한 공원의 분위기와는 달리 슬픈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테에엥...테끄윽...테끄윽"


한 독라 자실장이 울면서 수풀 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피부가 상처도 별로 없이 말끔했으나 통통하지 않고 마른 몸에 평범한 자실장보다 큰 키는 자실장이 갓 태어난 자가 아님을 나타내고 있었다. 독라 자실장은 걸어가면서 끊임 없이 중얼거리며 울고 있었다.
"어째서인테치...테끄윽...테끄윽..."

독라의 자실장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절망하여 힘 없이 걷고 있었다. 


이 자실장은 한 실장 일가의 삼녀였다. 가을에 태어난 삼녀에게는 원래 더 많은 오네챠와 이모우토챠들이 있었지만 엄격한 친실장의 규율 아래 분충성을 터뜨려 솎아내 지거나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킨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줄어들어 결국 남은것은 장녀와 차녀, 그리고 삼녀 뿐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하여 공원의 실장석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다. 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면서 어느정도 똑똑한 실장석들은 비정하게도 여태까지 키워온 자신의 자를 식량으로 삼았고, 자를 사랑했으나 능력이 부족했던 실장석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위협을 무릅쓰며 식량과 보온재를 모았으며, 그 조차도 충분치 못했거나 게으른 실장석들은 인간에게 탁아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실장석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앞당겼다.

삼녀의 친실장은 똑똑하면서도 자에 대한 사랑이 깊은 실장석으로, 다른 공원에 비해 비교적 안전했던 공원의 생리를 이용해서 일찍이부터 자들과 함께 다니며 부지런히 물품을 모아 겨울을 준비했고, 성체가 된 첫 해에 자를 낳지 않고 홀로 겨울을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식량 소모를 철저히 계산해서 분배하여 무사히 자들과 함께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봄이 되어도 일가의 생활에는 기존과 변함이 없었다. 일단은 겨울을 지내느라 바닥난 식량과 물품을 다시 채워야 했고, 곧 중실장이 되어 독립할 시기에 가까워지는 장녀와 차녀를 위해 친실장은 자들을 독려하며 부지런히 수집하였다. 마침 봄을 맞이하여 나타난 애호파 인간들은 일가가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데 용이하게 하였다.


삼녀는 똑똑한 실장석이었다. 경험은 친실장에 비해 부족하였으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능하였는데, 특히 공원에서 마주치는 인간이 실장석에게 우호적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 다른 실장석보다 쉽게 물건을 얻을 수 있었다.

" 마마 이것 좀 보는테치! "
" 삼녀, 왜 부르는데스? "
" 오늘 물을 마시고 있는 닝겐상을 본 테치! 닝겐상이 물병을 버리려고 하기에 와타치에게 달라고 부탁하니까 닝겐상이 물병을 주신테치! "
" 데에? 대단한데스! 차녀에게 줄 물병을 못구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이걸로 차녀가 독립할 때 물병을 줄 수 있는데스! "
" 이모우토챠 대단한테치! " 장녀는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이모우토챠는 가족의 보배인테치 " 차녀는 기쁨과 사랑을 담아 삼녀의 얼굴을 핥아 주었다
" 테프프, 오네챠 간지러운테치 "

친실장은 뒤에서 그것을 보며 사이좋은 자매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삼녀는 가족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을 사랑했었다. 삼녀는 설령 모두 독립한 후에도 가족의 화목함에는 변함이 없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 그날에도 삼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
.
.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다.  애호파들이 서서히 늘어나서 공원에서 실장석에게 푸드를 나눠주는 인간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삼녀의 일가도 건빵 봉지 크기의 푸드봉지를 두 봉지나 얻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 마마, 오늘은 푸드를 이렇게 많이 얻은테치, 저녁에 조금 먹어도 되는테치? 이모우토챠들도 우마우마한 푸드를 좋아하는테치"
" 장녀, 집에 식량은 아직 부족하지 않은데스. 푸드는 좋은 보존식이니 필요할 때만 먹는게 좋은데스. "
" 알겠는테치 마마! "

한 봉지를 들고 걸어가는 친실장은 봉지 하나를 나누어 붙잡고 옮기는 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마마의 말을 잘 듣는 장녀, 이모우토챠를 아끼는 차녀, 똑똑한 삼녀. 모두 자신의 자랑스러운 자였다.

' 봄에는 식량을 구하기 수월한데스. 하지만 만약의 때를 대비하여 보존식은 늘 준비해야 하는데스. 한 봉지는 독립하는 자들에게 나눠주는데스. '

' 하지만 둘에게 나눠주기에는 한봉지는 조금 부족한데스... 조금 더 있으면 좋겠는데스... '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친실장의 눈에 멀리서 푸드 봉지를 들고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친실장은 오네챠들을 도와서 봉지를 나르고 있는 삼녀를 불렀다.

" 삼녀, 이리 오는데스. "
" 테치? "
" 저기 걸어오는 닝겐상이 보이는데스? 푸드를 들고 동족을 보며 웃는걸 보니 애호파인게 분명한데스. 가서 푸드를 달라고 부탁해보는데스 "

삼녀는 고개를 돌려서 친실장이 말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친실장의 말대로 남자는 푸드 봉지를 든 채로 천천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다. 입은 웃고 있었으나 인간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눈은 마치...

" 마마,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안되는테치? "
" 데스? 삼녀 왜 그런데스? "
" 오네챠들이 한 봉지 들고 마마가 한 봉지 들고 있는데 한 봉지 더 얻어오면 집으로 가져가기 힘들거 같은테치 "
" 걱정하지 않는데스. 마마 혼자서도 세 봉지는 들 수 있는데스. 자들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 들게 한거니 안심하는데스. "
" 하지만... "
" 뭐인데스? "
" 와타치 조금 불안한테치. 그냥 집으로 가면 안되는테치? "

친실장은 멈춰서 다시 한번 남자를 바라보았다. 친실장의 눈으로는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불안에 떨고 있는 삼녀가 있었다. 친실장은 한 손을 들어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

" 괜찮은데스. 삼녀는 운이 좋은 실장석인데스. 그리고 똑똑하고 착한 삼녀를 닝겐상도 분명히 괴롭히지 않는데스! "
" 테에에... "

삼녀가 오녀였던 시절, 이모우토챠인 육녀와 손을 잡고 일가가 걷다가 고양이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는 삼녀는 털 끝도 건드리지 않고 육녀를 입에 문채로 뛰어가 사라졌다.

'  냐옹씨의 그 눈이랑 똑같은테치. '

고양이의 입에 물려 비명을 지르는 육녀를 구하기 위해 뛰어오는 일가를 피해서 사라지기 전에, 고양이는 비명을 지르지도, 빵콘도 하지 않는 삼녀를 잠시 흥미로운듯 쳐다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 마마...그치만 "
" 괜찮은데스. 그리고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스. 저 봉지를 얻어서 독립하는 자들에게 선물로 주려는 것인데스. "
" 테에에..."

친실장은 삼녀를 다독이면서 다시 한번 말하였다.

" 마마랑 오네챠들은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테니 삼녀도 얼른 가서 받아오는데스."
" ... 알겠는테치 "


남자는 공원 곳곳에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실장석들을 보면서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남자의 눈에 저 앞에서 멈춰있는 한 일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음? '

자실장인 개체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친실장에게 말하고 있었고,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을 가르키며 뭐라고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실장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 겁이 많은 개체인가? 아니면... ' 

조금 더 지켜보고 있으니 친실장과 다른 자실장들은 가던 길을 재촉하고, 망설이던 자실장도 머뭇거리다가 남자에게 뛰어왔다.
잠시 후 남자의 앞에 도착한 자실장을 보고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서 링갈 기능을 켰다.

" 닝겐상, 안녕하신테치? 닝겐상은 와타치의 동족에게 푸드를 주시려고 온 것 같은테치. "
" 그래, 나는 실장석에게 푸드를 나눠주려고 공원에 왔단다 "

웃으며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자실장은 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하였다.

" 와타치의 오네챠타치가 곧 독립해서 마마가 오네챠들에게 푸드를 선물로 주려고 하는테치. 괜찮으면 그 푸드를 와타치에게 주시면 감사하는테치 "

남자는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하는 자실장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실장을 손 위에 올려놓았다

" 너는 언니를 생각하는 착한 아이구나 "
" 테..."

삼녀는 인간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쓰다듬으며 손 위에 올려놓고 팔을 들어올리자 당황하였다. 

' 착한 닝겐상인테치? '

남자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지 않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는 남자의 행동에 삼녀는 마음을 놓았다.

' 착한 닝겐상인데 와타치가 예민하게 반응한 걸지도 모르는테치. '

이윽고 남자의 손은 남자의 눈 높이까지 도달하였다. 삼녀는 자신을 쓰다듬는 손의 온기에 경계를 어느정도 풀고 있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테챠아아아아!


" 뎃?"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친실장은 순간 움찔하였다. 이 목소리는 분명히...

" 마마! 저 목소리 삼녀가 아닌테치? "
" 삼녀가 학대파 닝겐에게 잡힌테치? "

자신을 바라보며 다급히 묻는 자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친실장은 자들이 옮기던 푸드까지 남은 손에 챙기며 자들에게 외쳤다.

" 자들은 얼른 집까지 뛰어가는데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계속 뛰기만 하는데스! "
" 하지만 삼녀가...! " 
" 삼녀를 구해야 하는테치! "
" 와타시타치가 가더라도 지금 삼녀를 구하기엔 늦은데스! 그리고 여기는 애호파 닝겐들이 많으니 학대파 닝겐을 보면 애호파 닝겐들이 쫒아낼 것인데스! 일단은 오마에타치가 더 위험한데스! 얼른 뛰는데스! "

자들에게 뛸것을 독촉한 친실장도 전속력으로 뛰어가며 생각하였다

' 삼녀의 말이 옳았던데스. 와타시가 학대파 닝겐을 애호파 닝겐으로 잘못 본데스! 제발 무사하는데스 삼녀!'

친실장은 자신이 강요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계속해서 집을 향해 뛰어갔다.


" 테헥...테헥... "
" 테헥...테헥... 몸이 터질꺼 같은테치... "
" 데헥...데헥... "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골판지 안에 도착한 일가는 문을 잠그고 숨을 몰아쉬면서 기절하듯이 바닥에 몸을 뉘였다.
잠시 후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한 장녀가 다시 한번 친실장에게 말하였다.

" 마마, 삼녀를 찾으러가면 안되는테치? 삼녀가 풀려났어도 혼자서 돌아다니면 위험할지도 모르는테치 "
" 안되는데스. 마마도 찾으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약 학대파 닝겐이 아직 도망가지 않았다면 와타시타치는 순식간에 일가실각을 당하는데스! 삼녀는 운이 좋은 실장석인데스.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것인데스! 삼녀의 운을 믿고 기다리는데스!"
"... 알겠는테치 마마 "
" 안되는테...읍! "

장녀는 친실장에게 뭔가 말하려는 차녀의 입을 손으로 막고 집의 구석으로 데려가 작게 속삭였다. 불만을 표하려는 차녀였으나 거듭되는 장녀의 다독임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바닥에 앉았다.

" ... "
" ... "
" ... "

친실장도, 자실장도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일가 모두 삼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침묵속에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집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테에엥! 테에엥! "
" 삼녀인데스? "
" 마마! 삼녀같은테치! " " 문을 열고 나가서 삼녀를 데려오는테치! "
" 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는데스. 삼녀가 안전하다면 곧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것인데스 "

친실장은 손에 못을 쥐며 자들을 다독였다.
잠시 후

" 테끄윽...! 마마 삼녀인테치... 문 열어주는테치...테끄윽! "
" 기다리는데스 삼녀! 지금 문을 열어주는데스! "

지금까지 자를 억눌렀던 모습과는 달리 친실장은 재빨리 일어나서 문을 닫고 있는 잠금장치를 치웠다. 
문이 열리고 울고 있는 삼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가족들은 삼녀에게 달려가려다가 순간 멈추었다.

" 데...? "
" 테....? "  
" ... 테치? "
" 테에엥! 테에엥! 마마! "

울면서 친실장의 품으로 뛰어드는 삼녀는... 독라의 모습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손길에 눈을 감고 온기를 느끼는 자실장을 보고 미소지었다.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서 양갈래의 뒷머리 중 한갈래를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 부욱! -

" 테.... 테치? "

삼녀의 몽롱했던 정신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삼녀는 손을 뻗어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자신의 뒷 머리를 만졌다. 한 갈래의 머리카락이 없었다. 소중한 자신의 뒷머리가... 없었다. 

' 하...학대파 닝겐인 테치! '

삼녀는 즉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 테챠아아아아! "

남자는 순간 당황했다. 이건 자신의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니었다. 정신이 흐트러진 실장석이 머리를 뽑자마자 바로 반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남자를 처다보면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 칫, 돌아다니면서 접근하는 자실장을 독라로 만드려는 계획이 벌써 틀어지다니 '
' 하지만.. 이런 방식도 나쁘진 않아, 직접 못보는건 아쉽지만 말이야. '

남자는 굳었던 얼굴을 풀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 테에엥! 테에엥! 어째서인테치! 와타치는 닝겐상에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던테치! "
" 모든 인간이 "  - 부욱! -  " 텟챠아아아! "
" 애호파인 것은 "  - 찌이익! -  " 찌아아아아! "
" 아니란다 "  - 부욱! -  " 치이이...치이이! "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절규하는 삼녀를 남자는 땅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남자는 웃고 있었다.

" 가서 너희 마마한테 꼭 전해주렴 "

남자는 독라가 된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서둘러 다른이들의 시선을 피해 공원을 빠져나갔다. 
봄이 찾아온 공원에 나타난 최초의 학대파였다.


" 테에엥! 테에엥! "

삼녀는 울면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슬퍼하는 삼녀는 혼자 떨어지게 되면 최대한 조용히 행동해야 된다는 친실장의 말을 잊고 있었다. 계속 울면서 걸어가는 독라 자실장의 모습은 불행히도 다른 실장석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한 실장석 일가가 삼녀를 보더니 접근하기 시작했다. 삼녀는 눈물을 닦고 다가오는 실장석 일가를 쳐다보았다. 자신과 몇번 어울려 놀았던 이웃의 친구와 오바상이 분명했다.
성체 실장석이 가까이 다가오자 삼녀는 인사를 했다.

" 테끄윽... 안녕하신테치 오바상 "

그러나 성체 실장석은 삼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주위를 돌아보더니 뒤돌아 자신의 자에게 말하였다.

" 자들은 잘 듣는데스. 독라의 실장석은 자신의 마마에게도 버림받은 분충인데스! 데려가도 마마가 구출하려고 찾아오지 않는데스! 그러니 발견하면 즉시 잡아와서 노예로 쓰는데스! "
" 마마 알겠는테치! "  " 치프프, 와타치한테도 운치노예가 생기는레치? " 
" 그런데스. 독라노예는 여러모로 유용한데스. 다만 이 공원의 닝겐상들은 와타시타치가 싸우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으니 닝겐상들이 없는 곳에서만 하는데스! "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반응에 순간 삼녀는 당황했다. 

" 테에에? 와타치 분충이 아닌테치! 오바상! 와타치가 기억나지 않는테치? 이웃집의 삼녀인테치! "
" 데에에? "

성체는 독라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었다. 과연 자신의 자와 몇번 어울려 놀던 이웃집의 삼녀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성체실장은 군침을 흘리며 말했다.

" 데프프, 오마에, 마마에게 분충짓을 해서 솎아진데스? "
" 아닌테치! 마마가 닝겐상한테 푸드를 얻으라고 해서 갔다가 닝겐상이 와타치의 옷과 머리를 찢어버린테치! 집에 돌아가면 마마가 옷을 구해주실 것인테치! "
" 데퍄퍄퍗! 이 분충이 와타시를 웃기는데스? 오마에, 독라의 자 따위에게 옷을 구해 줄 마마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스? 오마에는 모르겠지만 오마에의 마마는 공원에서도 비정하기로 유명한데스. 독라인 오마에가 돌아가봤자 잘해봐야 쫒겨나는데스! 그러니 얌전히 와타시를 따라오는데스. 운치노예로 잘 대접해 주는데스 "
" 치프픗, 분충이 너무 웃긴테치! 마마 얼른 잡아서 집으로 돌아가는테치! 와타치가 제일 먼저 이 분충에게 운치를 싸는테치! "
" 테치이!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친구상 와타치를 기억 못하는테치? 같이 몇번 뛰어 놀았던테치! "
" 어디서 독라따위가 고귀한 와타치의 친구라고 함부러 말하는테치? 마마! 데려가기 전에 와타치가 몇대 때려주고 싶은테치! "

삼녀는 친구 일가에게서 오로지 노예로 만들겠다는 악의 말고는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끌려가서 운치굴에 쳐박힐지도 몰랐다.

' 도망가야 하는테치! '

삼녀는 즉시 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럼 삼녀의 뒤를 탐욕으로 가득 찬 친구 일가가 뒤쫒아 왔다.

" 어딜 가는데스 노예! 얼른 돌아오는데샷! 건방지게 도망가다니 오마에는 자판기로 만드는 데샷! "
" 당장 돌아오는테치! 지금 돌아오면 도게자 후 달마를 만드는 것으로 용서해주는테치! "
" 치프픗 노예 주제에 감히 도망치는레치? 잡으면 와타치의 운치를 발라서 신분을 확실히 깨닫게 하는레치! "
" 테에엥! 테에엥! "

눈물을 훔치며 삼녀는 계속해서 달렸다. 자신의 불행으로부터, 동족의 악의로부터.


" 테에엥! 테에엥! "

동족을 피해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삼녀는 안도했다. 가족과 함께 있는 이제는 안전하리라. 삼녀는 친실장의 품에 안겨서 계속해서 울고있었다. 삼녀의 가족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채로 굳어있었다. 어느정도 진정된 삼녀는 문득 자신이 푸드를 받아 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오네챠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테치 '

삼녀는 친실장의 뒤에 있는 장녀에게 갔다.

" 오네..."

- 철퍽! -

" ... 테에에? "

삼녀의 뒷통수에 뜨근한 감촉이 흘러내렸다. 삼녀는 무심코 손으로 그것을 닦아냈다. 그것은 운치였다.
뒤돌아보니 팬티를 내리고 손에 운치가 묻어 있는 차녀의 모습이 보였다.

" ... 오네챠? "

차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어디서 독라 따위가 와타치를 오네챠라고 부르는테치? "

차녀는 다시 손에 운치를 묻혀서 삼녀에게 집어 던졌다

- 철퍽 -

" 테챠아아! 오네챠 그만두는테치! 와타치 오네챠의 이모우토챠 삼녀인테치! "
" 독라 이모우토챠 따위는 필요 없는테치! " 

- 철퍽! - 
- 철퍽! - 
- 철퍽! -

차녀는 계속해서 삼녀에게 운치를 던져댔다. 가만히 지켜보던 장녀도 얼굴이 일그러져서 삼녀를 매도했다

" 독라가 공원을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테치? 오마에는 마마에게 받은 소중한 옷과 머리를 모두 잃어버린테치! 오마에는 가족의 수치인테치!"
" 치이이! 치이이! "

삼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을 아끼던 오네챠들의 돌변한 태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오네챠들의 매도에 소중한 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있으면 소중한 돌이 붕괴하리라 생각한 삼녀는 친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오네챠들과 똑같이 일그러진 친실장의 얼굴이 보였다.

" ... 장녀의 말이 맞는데스. 공원에서 독라인 실장석은 살아 갈 수 없는데스. 오마에가 독라가 된건 안타깝지만 와타시가 돕는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없는데스. 조용히 집을 떠나는데스. 
' 이럴 수 없는테치, 이건 거짓말인테치 '

삼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럴 수는 없었다. 자신은 마마가 말한대로 닝겐상에게 가서 푸드를 달라고 한 것 말고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삼녀는 다시 한번 친실장의 품에 뛰어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친실장은 매정하게 손으로 삼녀를 밀어내어 포옹을 거부하였다. 삼녀의 눈에서 짙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마마! 와타치가 독라가 된건  와타치의 잘못이 아닌테치! 학대파 닝겐상이 와타시의 옷과 머리를 모두 뜯어버린테치!"
" ...어쩔 수 없는데스. 오마에가 운이 없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데스. 계속 시끄럽게 하면 주위의 위험을 끌어드리는데스. 얼른 조용히 나가는데스"
"  마마! 와타치 돌아오면서 운치노예로 끌려갈 뻔 했던테치! 혼자서는 살 수 없는테치! "
"  와타치는 마마가 시킨대로 밖에 하지 않은테치! 와타치는 그 닝겐상한테 가고 싶지 않았던 테치! "

친실장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일그러졌다. 

" 오마에...! "

친실장은 삼녀에게 팔을 크게 휘둘렀다

- 퍼억! -

힘을 잔뜩 준 친실장의 팔에 맞은 삼녀의 몸은 골판지의 밖으로 거칠게 튕겨나가 땅을 뒹굴었다.

" 테갸아악! "
" 오마에, 오마에는 독라 주제에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모르는데스? 오마에가 와타시의 자였기 때문에 특별히 집에서 내쫒는 것으로 끝내려는 와타시의 자비를 무시하는데스? 당장 이 집에서 사라지는데스! "
" 테... 테끄윽... "
" 오마에, 명심하는데스. 오마에는 이제부터 와타시의 자가 아닌데스. 마마의 말을 안듣는 분충은 가족이 될 자격이 없는데스. 어서 꺼지는데스. "
" 테...테에엥! 테에엥! "
" 한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이자리에서 오마에를 죽이는데스! 어서 꺼지지 않고 뭐하는데샷! "

힘겹게 몸을 일으킨 삼녀는 몸을 돌려 집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삼녀의 뒤에서는 여전히 가족들이 삼녀를 매도하고 있었다.

" 가족의 수치 사라지는테치! "
" 독라노예 꺼지는테치! " 
" 한번만 더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보존식으로 만드는데샷! "
" 테끄윽.... 테끄윽.."
.
.
.


 "어째서인테치...테끄윽...테끄윽..."

삼녀는 정처 없이 수풀 사이를 헤메며 걸어갔다. 삼녀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친했던 이웃도, 사랑했던 가족도 모두 자신을 버렸다.

" ... 계속 살아가야 하는테치? "

삼녀의 걸음이 계속해서 느려졌다. 이윽고 한 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를 수그리고 쪼그려 앉은 채 가만히 있었다. 옷을 잃은 삼녀에게는 봄의 바람조차 차가웠지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늘에 뜬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삼녀의 눈 앞에 몇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고개를 든 삼녀의 눈에는 눈 위가 찢어진 독라의 자실장과 그 뒤에 부하처럼 서 있는 여러 마리의 독라 자실장이 보였다.

" 누구인테치? "

삼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쳐다보던 대장 자실장은 조용히 말하였다.

" 하는테치 "

자실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독라의 자실장들이 삼녀를 덮쳤다

- 퍽퍽! -
- 콰득! - 

" 찌아아! 치이이! "

갑작스러운 폭력에 삼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친실장이 휘두른 팔에 맞았을 때도 몸이 부서지는듯이 아팠지만 이렇게 무자비한 구타를 당한것은 처음이었다.
이윽고 피투성이가 된 채 삼녀는 널부러졌다. 꼼짝도 못하는 삼녀를 놔두고 자실장들은 눈 위가 찢어진 자실장의 뒤편으로 모였다.

" 치이이... 치이이... "
" 대장, 이제 어떻게 하는테치? 동료로 받아들이는테치? "

한 자실장이 대장 자실장에게 물어보았다.

" 아닌테치. 와타치타치는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테치. 동료를 무작정 늘리면 다 함께 먹을 식량을 구할 수 없는테치. "
" 그럼 어쩔거인테치? "
" 그건... " 
" 대장! 저 분충을 물어 뜯었을 때 우마우마한 맛이 났던테치! " 

한 자실장의 말에 다른 독라들이 삼녀를 바라보며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삼녀는 몸을 떨었다. 독라들의 눈빛은 이웃집 오바상이 자신을 보았을 때와 같았다.
독라들은 대장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녀도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장의 입이 열리는 순간

' 와타치는 이렇게 죽을수는 없는테치! '

삼녀는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는 힘으로 자리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나서 앞에 있는 자실장을 밀쳐내었다. 삼녀보다 덩치가 작았던 대장은 불의의 일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밀쳐져서 넘어졌다.

" 테갸악! " 
" 대장! "

독라들이 당황하는 틈에 삼녀는 전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 삼녀의 뒤를 성난 독라들이 쫒아오기 시작했다.

" 거기서는테치! "
" 밥! 밥이 도망가는테치! " 
" 얌전히 서서 와타치타치의 식량이 되는테치! "
' 반드시 사는테치...! 와타치는 반드시 살아남는테치! '

독라들의 성난 고함을 뒤로 한 채 삼녀는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삼녀가 도망 끝에 도착한 곳은 공원에서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관리가 뜸한 구역이었다. 몇년간 다듬지 않는 이 구역엔 실장석의 키를 가볍게 능가하는 풀과 꽃이 사방에 있었다. 
독라 자실장들을 힘겹게 따돌린 삼녀는 주변을 탐색했다.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실장의 힘만으로는 골판지를 구하지도, 구한 골판지를 집으로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삼녀는 친실장이 가르쳐 주었던 지식을 떠올렸다.

' 굴을 파야되는테치. 굴은 집과는 달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테치 ' 
' 땅씨는 딱딱한테치. 마마도 운치굴을 팔 때 힘들게 팠다고 했던테치 '
' 단순히 굴만 파면 안되는테치, 와타치의 집이 다른 오바상의 눈에 띄면 와타치는 순식간에 오바상한테 잡힐지도 모르는테치. 눈에 잘 안띄는 곳에 굴을 파야되는테치 ' 

고민하던 삼녀의 눈에 풀이 우거진 화단이 눈에 띄었다

' 저곳에 들어가서 굴을 파는테치. 저 곳에 굴을 파면 다른 동족한테도 쉽게 들키지 않는테치. 굴을 미쳐 다 못파더라도 풀 속에 있으면 오바상도 와타치를 쉽게 발견하지 못할것인테치 '

마음을 굳힌 삼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화단으로 들어가 풀 속을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 텟? "

풀숲 사이를 헤치며 부드러운 흙을 찾아 헤매던 삼녀는 순간 자신의 발 밑이 아래로 꺼지는 것을 느꼈다.

- 퍽! -

" 테갸악! "

낙하의 고통에 바닥을 뒹굴던 삼녀는 고통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하나의 공동이었다. 넓게 뚫린 공간은 자실장에게는 충분히 넓고 성체실장에게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크기였다.  
바닥에는 한 때 보온재로 쓰였던 듯 나뭇잎이 잔뜩 깔려있었다. 삼녀가 손을 뻗아 만지자 쉽게 바스라졌다.
삼녀는 자신이 떨어졌던 구멍을 올려보았다. 굴의 벽은 비스듬하게 경사지어져 위의 구멍까지 이어져 있었다. 힘겹게 올라간 삼녀의 눈에 사방에 나있는 높은 풀들이 보였다. 굴의 주인은 주위의 풀을 이용해 입구를 숨겼으리라 짐작하며 삼녀는 다시 굴 속으로 내려왔다. 지상으로 이어지는 벽의 반대편에는 물이 들어있지 않은 작은 물병과 과자상자, 상자 위의 티스푼이 있었고, 벽면에는 일정 높이마다 새겨진 선들이 여러개 있었다.
티스푼을 치우고 조심히 상자를 연 삼녀의 눈에는

"푸.. 푸드인테치? "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상자에는 색이 좀 바랜 푸드가 삼자의 삼분의 일 정도 채워져 있었다. 순간 침을 꼴깍 삼킨 삼녀였지만 
주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쉬워하며 상자를 닫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삼녀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좁은 테치 "

무릎으로 기어 아래로 내려가니 눈 앞에는 또 다른 작은 방이 있었다.  일어서서 앞으로 걷던 삼녀의 눈 앞에 쌓여있는 흙더미가 보였다. 흙더미의 위에는 위에서 본것과 비슷한 티스푼이 꽂혀 있었다. 삼녀는 흙더미에 손을 뻗어보았다.

' 흙에서 냄새가 조금 나는테치. 이거 운치굴인테치? '

삼녀는 운치를 집었다. 끈끈해야 할 운치가 흙처럼 삼녀의 손에서 흩어져 떨어졌다. 아무래도 굴의 주인은 이 장소를 떠난지 오래된 것 처럼 보였다. 굴의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것일까? 
위로 돌아온 삼녀는 잠시 고민한 뒤 상자를 열어 푸드를 꺼냈다.

" 몸을 회복해야되는테치, 이 것을 먹어서 몸을 치료하는테치 "

빛 바랜 푸드를 삼녀는 갉아먹기 시작했다

" ... 맛없는테치. 그래도 먹어야되는테치 "

삼녀는 한동안 푸드를 갉아먹는데 열중하였다.

기운을 차린 삼녀는 이곳을 자신의 집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주인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동족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찾아냈다. 안도감을 느낀 삼녀는 포만감에 잠이 오는것을 느꼈다.

" 졸린테치... "

너무나 힘든 하루를 보낸 삼녀는 긴장을 풀자 순식간에 잠들었다.


해가 기울어 서서히 사라지자 돌아다니던 실장석들도 자신의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밤이되자 골판지에서 작게 들리는 실장석의 목소리를 제외하고 공원은 고요함에 빠졌다. 기절하듯 잠들었던 삼녀는 밤의 한기에 눈을 떴다.

" 추...추운 테치"

미쳐 한기에 대한 대비를 생각하지 못했던 삼녀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얼어죽는다고 생각한 삼녀는 힘겹게 굴을 빠져나와서 보온재를 찾기 시작했다.

' 삼녀, 마마가 가르쳤던 것을 기억하는데스? 왜 와타시들이 밤에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던데스? "
'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서 위험을 피하기 힘들어서 그렇다고 한테치!  학대파 닝겐들과 와타치타치를 잡아먹거나 가지고 노는 냐옹씨도 밤에는 많이 나타난다고 한테치! '
' 그런데스. 그러니 모든 일은 해씨가 떠있는 낮에 마무리해야 되는데스. 하지만 필요하면 밤이라도 나가야하는 경우가 있는데스' 
' 위험한데도 나가야되는테치? '
' 와타시타치는 겨울에 돌아다닐 수 없는데스. 어떤 실장석도 겨울에 돌아다니면 금새 파킨하는데스. 그러니 겨울 이전에 모든 식량과 보온재를 모아야 하는데스. 부족하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야 되는데스 ' 
' 테에에... '
' 하지만 명심하는데스 삼녀, 보온재와 식량이나 어느것도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물건이지만 목숨보다는 덜 중요한데스. 밤에 물건을 구하러 나갔던 실장석 중에서 똑똑한 실장석들은 위험을 느낄 경우 와타시타치가 쉽게 찾기 힘든 키가 큰 풀씨 사이에 물건을 숨겨놓고 나중에 안전할 때 찾아오기도 하는데스. 중요한 일이니 잊지 않는데스 '
' 알겠는테치 마마! '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삼녀는 화단의 경계를 돌며 조사하기 시작했다. 위험에 직면한 급박한 순간에 실장석이 풀 속까지 들어와 물건을 숨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단의 경계를 열심히 돌던 삼녀의 눈에 자신이 들어왔던 곳 근처에 떨어져있는 장갑 한짝을 발견했다.

' 테? 아까는 저런게 없지 않았던테치? '
' ... 아무래도 마마의 말처럼 오바상이 돌아다니다가 숨겨놓고 돌아간거 같은테치 '

만일을 대비하여 주위를 유심히 살피던 삼녀는 시간이 지나도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하자 조심히 장갑을 챙겨 굴 안으로 들어왔다.
삼녀는 바닥에 장갑을 놓고 그 속으로 몸을 넣었다.

" 따.. 따뜻한테치 "

땅으로 부터 올라오는 냉기와 밖으로부터 유입되는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자 삼녀는 안락함을 느꼈다. 장갑이 체온으로 데워저 서서히 따뜻해지자 삼녀에게 졸음이 다시 찾아왔다.

" 다시 자는테치. 내일은 물을 구하는테치, 그리고 주변을 좀 더 조사하는테치 "


삼녀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잠들어가는 삼녀의 머리속에 친실장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 오마에, 명심하는데스. 오마에는 이제부터 와타시의 자가 아닌데스 '
" 테끄윽... 마마... 어째서인테치..."

고요한 공원에 자실장의 작은 흐느낌만이 들리고 있었다.



' 마마 궁금한게 있는테치 '

' 말해보는데스 장녀 '

' 마마는 항상 공평한게 중요하다고 하지않은테치? ' 

' 그런데스. 공평은 중요한데스. 만약 와타시가 한 자를 편애한다고 다른 자들보다 더 많이 주면 다른 자들의 불만을 사는데스. 이런
  작은 불만이 쌓여서 자들간의 화목을 해치는데스. ' 

' 그럼 왜 삼녀에게 와타치타치보다 밥을 더 많이주는테치?

' 레? '

밥을 먹고 있던 삼녀는 자신의 몫과 오네챠들의 몫을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오네챠들의 몫보다 자신의 밥이 더 많았다.

이유를 고민하던 삼녀의 머리에 순간 공원에 사는 동족 중에서 무서운 오바상들은 자를 배불리 먹여서 살찌워 보존식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삼녀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그런 삼녀를 보고 품에 끌어안아 다독여주었다.

' 아닌데스 삼녀, 와타시는 다른 분충과는 다른데스. 삼녀는 가을에 태어났지만 그건 단지 와타시가 꽃가루에 임신을 해서 그런것인 
 뿐인데스. 자신의 자를 잡아먹는다니 얼토당토 않은데스. '

' 레에에 '

삼녀를 끌어안은채로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를 보며 말했다.

' 마마가 공평을 강조하면서 반대되는 일을 하니 자가 궁금해하는건 당연한데스. 그러니 마마가 이유를 말해주는데스. '


' 마마의 마마가 냐옹씨로부터 와타시와 오네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후에 와타시타치는 공원에 보호자도 없이 남겨진데스. '

' 당시 공원은 지금과는 달리 위험한 곳이었던데스. 자들과 함께 돌아다니는것은 상상도 못했던데스. 공원의 동족들은 대놓고 서로   의 자를 약탈하여 노예나 식량으로 삼고, 자신들끼리도 다퉈서 패자는 노예가 되거나 자판기가 되었던데스. '

' 당시 중실장이었던 오네챠는 와타시를 필사적으로 보호한데스. 오네챠는 와타시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마마를 무사히 지켜준데스. '

' 그 쯤에서 애호파 닝겐상들의 개입이 있던데스. 분충들은 닝겐상들이 솎아내서 지금처럼 비교적 안전한 공원이 되었던데스. '

' 마마가 어른이 되고 공원이 안전해지자 오네챠는 자를 낳기로 결심하고 헤어진데스. 마마는 더 경험을 쌓고 자를 낳기로 한데스. '

' 오네챠는 자를 매우 사랑했던데스. 한 마리도 분충이 되지 않도록 엄격해서 가르치면서 사랑으로 다독였던데스. '

' 그러다가 겨울이 다가온데스. 마마와 오네챠는 봄에 건강히 다시 만나기를 빌면서 헤어진데스. 그런 어느 겨울 밤이었던데스. '


- 똑똑똑 -

' 마마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을 경계하면서 손에 보검을 쥔 채로 누구냐고 물었던데스. 마마를 찾아온건 오네챠였던데스. '

' 마마는 놀랐던데스. 독라가 된 오네챠는 기절한 채로 추위에 벌벌떠는 엄지를 품에 안고있던데스. '


' 데에? 오네챠! 무슨일이 일어난데스! '

' 이모우토챠... 와타시의 가족은 일가실각인데스. '

' 뎃? 무슨일인데스! '

' 막내가 배고픔에 못이겨 보존식을 모조리 먹어버린데스. '

' 다른 자들은! 다른 자들은 어떻게 된데스? '

' ... 탁아를 한데스 '

' 뎃? 탁아인데스? 마마가 닝겐상들은 탁아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던데스? '

' 그런데스. 그렇지만 와타시는 자들이 굶어서 죽는걸 도저히 볼 수 없었던데스. '

' 와타시가 죽은 뒤 와타시를 식량으로 쓰라고 자들에게 말할까 고민도 해본데스. 하지만 봄까지 자들이 버틸 수 있는지는 장담하지
 못하는데스. 그리고 공원이 전보단 안전해도 자들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데스. 이모우토챠에게 짐을 지우기도 싫었던데스. '

' 다른 자들은 무사히 탁아를 마친데스. 와타시가 가르친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것인데스. 물론 닝겐상에게
 들키자마자 죽을 수도 있는데스. 하지만 그것까진 와타시도 어찌 할 수 없는데스. 자들의 운에 달린데스. '

' 마지막에 막내를 탁아했을 때는 닝겐상에게 바로 들켰던데스. 심지어 막내는 와타시의 말을 듣지 않고 음식을 뜯으려고 했던데스.'

' 닝겐상에게 잘못했다고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었던데스. 닝겐상은 화를 내며 와타시를 독라로 만들더니 막내를 다시 돌려준 뒤 
 다시는 이런짓 하지 말라고 하고 떠난데스. '

' 오네챠! 와타시는 식량을 충분히 모은데스! 오네챠와 막내까지 충분히 먹을만큼 많은데스! 와타시와 같이 겨울을 나는데스! '


' 마마의 오네챠는 마마의 말을 거절한데스. '


' 이모우토챠, 와타시는 이미 틀린데스. 겨울에 자들을 탁아하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돌아다닌데스. 와타시는 알 수 있는데스. '

' 옷이 있었다면 살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스. '

' 오네챠... '

' 이모우토챠의 귀여운 자들을 못보고 떠나는건 아쉬운데스. 하지만 이제 작별인데스. '

' 떠나기전에 한마디만 하는데스. 이모우토챠, 엄지는... 솎아내는데스. '


' 그게 마마와 오네챠의 마지막 만남이었던데스. '

' 테에? 마마! 삼녀를 솎아내는테치? ' 

' 렛? 마마? ' 

삼녀는 다시 몸을 떨었다. 친실장은 그런 삼녀를 품에 안은 채 다독여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삼녀의 떨림이 점차 줄어들었다.

' 아닌데스. 마마가 말하고자 하는건 이것인데스. '

' 오네챠의 막내도 분충이 아니었던데스. 마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자였던데스. '

' 하지만 식량도 못 구하는 겨울에 식량을 조금씩만 먹고 버티는건 매우 힘든일인데스. 마마도 힘들었던데스. 자라면 더 힘든데스. '

' 오네챠의 막내는 엄지였던데스. 엄지는 자실장보다도 신체가 열약한데스. 그래서 배고픔을 도저히 못견디고 마마의 가르침을 
  어겼으리라 생각하는데스. '

' 그래서 마마는 생각한데스. 엄지가 식욕을 도저히 참지 못한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자실장까지 성장시켜면 된다고. 그래서 
 요즘 삼녀의 몫을 다른 자들보다 더 많이 준것인데스. 자들도 이제 이해하는데스? '

' 레에에 '

' 괜찮은데스 삼녀, 마음껏 먹고 쑥쑥 자라 자실장이 되는데스. '

' 그런테치! 삼녀도 자라서 와타치타치처럼 되면 배고파도 더 잘 견디는테치! ' 

' 레츙♡ '


친실장의 말을 듣던 장녀가 다시 물어보았다.

' 마마! 마마의 오네챠가 한말은 어떻게 되는테치? '

' 그건... 오네챠의 경고였지 진심이 아니었던데스. '

' 마마는 다음날 도저히 안심이 안되서 위험을 무릅쓰고 오네챠를 찾아간데스. 오네챠답지 않게 문도 제대로 잠겨있지 않았던데스. 
 안에 들어가보니 오네챠는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던데스. '

' 오네챠의 품에는 얼굴이 시퍼렇게 된 채 혀를 빼물고 죽어있는 엄지가 있었던데스. 오네챠는 끝까지 자신의 막내를 포기하지 않고
  따뜻하게 품어주다가 자와 함께 콘페이토의 낙원으로 떠난데스. '

.

.

.


" 테... "

삼녀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떳다. 낯선 천장이었다.

팔을 뻗어 머리를 만져보았다. 자신의 몸을 내려보았다. 역시 자신은 독라였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게 꿈이었고, 마마와 오네챠들이 상냥하게 깨워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은 헛되어 사라졌다. 어제의 일은 꿈이 아니었다.

실망하여 잠시 앉아있던 삼녀는 푸드를 먹은 후 밖으로 나가면서 다짐했다.

" 와타치는 살아남아서 어른이되는테치! 마마와 오네챠한테도 독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테치! "


... 공원에서 친실장의 비호가 없이 자실장이 살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라상태인 삼녀의 경우 더더욱 그러했다.

자신이 독라가 되었던 날 목격한 독라에 대한 동족의 태도는 삼녀의 행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였다. 삼녀는 동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밤에 수집활동을 개시 하였다.

첫 날, 삼녀의 수확은 없었다. 집 근처 수풀에서 주운 작은 못이 전부였다.

둘째 날, 수확은 미미했다. 고작 한끼분의 식사를 모을 수 있었다. 수풀에서 물이 반쯤 찬 작은 물병을 구하였다.

셋째 날, 수확은 평범했다. 드디어 하루분의 식사를 모아서 푸드를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수풀에서 과자상자를 발견하였다.

넷째 날, 일일분의 식량을 얻고, 수풀에서 작은 그릇을 손에 넣었다.

다섯째 날, 일일분의 식량을 얻고, 수풀에서...


" ... 이대로는 안되는테치! "

몇일간의 생활 끝에 삼녀는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식량을 구해봤자 그날의 끼니를 떼우고 끝이었다. 특히 물은 전혀 구할 수 없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조차 구할 수 없었다. 둘째 날에 우연히 얻은 물병이 아니었다면 이미 목말라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삼녀가 성체였다면 식량도 충분히 모으고 물도 필요한만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라 자실장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삼녀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인간, 모든 불행의 원인인 인간이 너무 무서웠다. 기존에 애호파를 잘 판별한다는 자신감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 때의 자신은 생명만큼 소중한 옷과 머리를 잃고서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판단이 틀린다면... 독라에게 잃을 것은 단 하나,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 ~~~~~~~ 테치! "

쉽게 잠들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삼녀에게 굴 바깥에서 다른 동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곳은 물을 구하기 힘들어 동족들이 살지않고 단지 지나만 가는 장소였다. 의문에 빠진 삼녀는 굴 밖으로 조심히 나가서 동태를 살피었다.

" ! "

삼녀는 순간 몸이 굳었다. 인간이었다. 인간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삼녀가 있는 화단을 지나서, 반대편에 있는 화단에 도착한 인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주변의 풀을 일정 넓이로 눕힌 후 자신이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를 내려놓은 인간은 안의 물건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하였다. 푸드봉지, 장난감, 물병...

마지막으로 인간이 꺼낸것은 핑크색 옷을 입은 자실장이었다.

" 와타치를 왜 이런 상자에 넣어서 데려온테치! 와타치의 장난감은 왜 가져온테치! "

" 초록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널 더이상 키울 수 없어. 그러니까 널 이리로 데려온거야. "

" 와타치는 사육실장인테치! 사육실장은 집 안에서 사는테치! 밖이 아닌테치! "

' 테? 사육실장테치? ' 


' 마마의 마마는 사육실장이었던데스. 가끔 멍청한 동족이나 공원에 닝겐주인을 끌고 산책오는 분충 사육실장은 자신이 주인이고
  닝겐노예가 세레브한 자신의 수발을 들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어림없는데스. 그저 다른 닝겐상들보다 좀 더 그 분충들을 
  아껴주는것 뿐인데스. 닝겐주인의 말을 잘 듣고 집안일도 척척 해내는 것이 진정한 세레브실장이라고 마마의 마마가 말한데스. '

' 마마의 마마가 말했던데스. 사육실장은 가혹한데스. 공원에서 자들이 자신의 마마의 말을 들어야 하듯이 사육실장도 닝겐주인의
  엄격한 명령을 따라야 된다고 했던데스. 그 명령을 어기면 솎아지는데스. 이런 훈련은 처음부터 닝겐상에 의해 태어난 사육실장 
  후보만이 배우는데스. 공원의 동족이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훈련을 받지 못해서 닝겐상들은 공원의 동족을 사육실장으로 
  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데스. '

' 사육실장은 닝겐주인에게 무언가를 바라면 안된다고 들은데스. 무엇보다도 자를 가지는 것을 닝겐들은 허락하지 않는데스. 
  마마의 마마도 명령도 잘 따르고 집안일도  잘 돕는 세레브한 실장이었지만 자를 너무 가지고 싶어서 사육실장의 직위와 모든 
  안락함을 포기하고 공원으로 왔다고 한 데스. '

' 이유가 어찌되었건 사육실장의 자리를 포기하는건 바보짓이라고 마마의 마마가 말한데스. 무엇보다 사육실장은 공원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 전무해서 오래 살 수 없는데스. 그러니 만일 버려진 사육실장을 보게 되면... '


삼녀가 잠시 상념에 잠긴 사이 인간은 상자를 옆으로 세우고 물건을 다시 배치하고 있었다. 사육 자실장은 인간의 신발을 토닥토닥 
때리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 남편상! 아나타의 부인은 와타시인테치! 부인을 버리는 법은 어느 세상에도 없는테치! "

" 하아... 착하던 초록이가 대체 왜 이렇게 된거지. "

 남자가 모르는 사육실장의 분충화의 원인은 애호파TV에서 틀어주는 실장석이 출연하는 드라마였다. 한 가족의 애완동물로 
애호받던 사육실장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로 집안에서의 갈등, 들실장과의 우정, 집을 떠나 펼치는 위험천만한 모험, 마침내 우화하여 실장인이 되어서 가족의 진정한 일원이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드라마는, 끊임 없이 사육실장의 허영섬과 분충화를 촉진시킨다고 평가받는 마법실장 테치카와는 달리 인간이 봐도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로 애호파에게 호평받고 있었다.

 문제는 이 "진정한 가족의 일원 "을 사육실장들이 잘못 이해한것이다. 거의 대다수가 출산석에게서 태어난 직후 강제로 혈육들과 헤어져 가혹한 교육을 통과한 사육실장들에게 가족이란 자신과 자신으로부터 태어난 자 를 의미하는 것이지, 자신이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들어가는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본 사육실장들은 가족의 일원 = 사육주와의 결합으로 멋대로 해석하여 사육주를 성적인 대상으로 본 것이다. 원인도 모를 사육실장의 분충화에 골머리를 앓던 사육주들이 드라마가 원인이었다는것을 발견하고, 채널에서 드라마가 방영중지된 일은 몇달 후의 일이었다.


" 그 여자 똥닌겐 때문인테치? 첩년이 정실의 자리를 노리는테치? 첩년이 더러운 수작으로 남편상을 꼬드긴테치?

" 아아... 널 그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

남자는 언제부턴가 자신을 남편상이라고 부르는 사육실장을 보고 당황했다가 브리더와 상담 후 재교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새로 사귄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왔을 때, 여자친구를 본 사육실장이 극도로 발광하며 투분까지 했다. 여자친구도 실장석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었기에 별 일 없이 지나갔으나 분충화 된 사육실장의 처분을 권하였고, 사건을 들은 브리더도 재교정은 힘들다고 말하여 처분을 결정하였다.

" 하아... 잘 들어 초록아. 넌 이제 사육실장이 아니야. "

" 남편상! 정신차리는테치! 정실부인을.....읍읍! "

끊임없이 말하며 발광하는 자실장을 남자는 손으로 들어 입을 막았다.

" 한 번만 말해줄테니까 잘들어. 첫째, 너는 더이상 사육실장이 아니야. 인간한테 그렇게 불손하면서 반항하는 실장석은 
 사육실장으로 삼을 수 없어.

" 둘째, 넌 공원에서 니 스스로 살아야 돼. 니가 아무리 나를 기다려도 나는 다신 널 찾아오지 않을꺼야. "
" 물론 자실장을 혼자 살라고 한다면 미친 소리겠지. 하지만 널 위해서 어렵게 푸드를 준비해왔어. "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푸드를 가르켰다.

" 이 푸드는 예전에 말 많던 성장호르몬이 잔뜩 들어간 실장푸드야. 이걸 다 먹으면 너도 충분히 성체 실장으로 자랄 수 있어. "

" 마지막 셋째, 공원의 동족을 믿지 마. 사육실장인 넌 모르지만 공원의 들실장들은 서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먹어. 그러니 
 항상 경계해야 돼. 특히 자실장인 니가 성체의 눈에 띄이면 죽은 목숨이니 최대한 조용히 지내야 돼. "

말을 마친 남자는 사육 자실장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 난 이만 갈게. 몇일간 조사해서 이 구역에는 들실장들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어. 그러니 조용히 숨어서 다 자랄 때 까지 
    이 상자를 집으로 삼고 왠만하면 벗어나지 말고 지내렴. 잘 살아라, 초록아. "


남자는 자실장을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뒤돌아 사라져갔다. 사육 자실장은 즉시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쫒아갔다.

" 남편상! 와타치는 아나타의 부인인테치! 돌아오는테치 남편상! "


' 마마의 말이 맞는테치. 저 실장석은 오래 살기 글른테치. '

저 실장석이 죽는다면 상자 안의 물건의 주인은 없는 것이다. 저 물건들이 다른 성체들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 저 물건들을 챙기는테치 "


상자를 본 삼녀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육실장의 기호에 맞춘 반짝반짝한 색상의 물건들과 생전 처음보는 장난감들이 삼녀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특히 삼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것은

" 저건 실장가방인테치? "

지난 가을에는 사육실장들이 공원에 산책을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친실장을 도와 겨울준비에 바빴던 삼녀는 한번도 실체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저 물건은 오네챠들이 예전에 한번 보고 그렇게 가지고 싶어했다던(친실장도 말은 안했으나 어느정도 갖고 싶어하는 눈치였다)실장가방이 분명했다.

" 예.. 예쁜테치 "

넋이 나간듯 가방을 보며 만지던 삼녀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 안되는테치. 와타치에게 지금 필요한건 이런게 아닌테치. 그리고 와타치가 이 가방을 가져도 다른 동족들 한테서 지킬 수 
 없는테치. 동족들 모두 실장가방을 가지고 싶어한다고 들었던테치. '

실장가방에서 눈을 뗀 삼녀는 남자가 말하던 푸드를 처다보았다.

' 이 푸드를 먹으면 와타치도 금방 어른이 되는테치? '


삼녀는 푸드를 한번 들어보았다. 버려지는 사육실장을 걱정했는지 주인이 준비한 실장푸드는 흔히 보는 건빵 봉지 크기의 실장푸드의 배는 가까운 무게였다. 이런 실장푸드가 세 봉지나 있었다. 

' 무거운테치, 그리고 집으로 한번에 옮기기에는 너무 많은테치. '

' 풀 숲에 숨기는테치. 나중에 다른 동족들이 없을 때 하나씩 집으로 가져가는테치. '

한동안 물건을 숨기는데 열중이던 삼녀는 마지막으로 푸드를 한봉지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 테에엥 테에엥! "

 - 퍽! -

 " 테갸악! "

" 조용히하는데스 노예! 다른 동족들한테 산채로 뜯어먹히고 싶은데스? "

" 테끄윽...테끄윽.."

" 오늘은 운이 좋은데스~ 버려진 사육분충을 노예로 잡은데스~ "

" 이 사육실장복은 와타시의 장녀에게 입히는데스. 미녀인 장녀가 사육실장복까지 입으면 어떤 닝겐도 와타시의 자에게 메로메로 
 되는데스! "

" 어이 노예! 오마에의 집이 여기 맞는데스? 거짓말로 와타시를 속인거면 곱게 넘어가지 않는데스! "

" 테끄윽... 여기가 맞는테치 오바상. "

- 퍽! -

- 테갸아악! -

" 오바상이 아니라 오마에의 주인님이라고 말한걸 벌써 잊은데스? 주인에 대한 불충은 용서하지 않는데스! "


성체실장은 상자에 발을 들였다. 상자 곳곳에는 반짝거리는 장난감들이 시선을 끌었다. 특히 가운데의 실장가방에 눈길에 쏠렸다.

" 대박인데스! 깨끗한 실장가방을 손에 넣은데스! 옆집의 분충이 꼬질꼬질한 실장가방을 가지고 자랑질을 할 때 그렇게 배아팠는데
  이제는 와타시가... 아니 장녀에게 주는데스! 사육실장복과 실장가방이 있으면 분충들이 질투하다 파킨할 것인데스 데프픗. "

" 그런데... 어이 노예! 오마에가 말한 푸드와 물은 어디있는데스? 감히 와타시를 속인데스? "

" 아..아닌테치! 남편상이 와타치를 위해서 놓고 간테치! "

날이 밝았으면 성체실장도 상자 뒤 쪽으로 무언가가 끌린 흔적을 보았을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밤, 그것도 실장석의 시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 데퍄퍄퍗! 마라닝겐이 오마에의 남편인데스? 세상에 부인을 버리고 가버리는 남편상이 있는데스? 분충이 와타시를 웃긴데스! "

" 오마에! 감히 와타시를 속인 죄로 집에 끌고가서 바로 보존식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와타시를 웃겼으니 특별히 봐주는 데스. 단,
  거짓말을 했으니 오마에를 자판기로 써서 나온 자들을 와타시의 고귀한 자들과 함께 특별식으로 나눠먹는데스~ "

" 안되는테치! 와타치의 자는 먹는것이 아닌테치! "

- 콰직 -

" 테갸아아악! "

" 오마에, 노예가 자꾸 반항하는데스? 와타시의 자비를 자꾸 거절하면 오마에를 죽여버리는데스. "

" 테....테끄윽...테끄윽 "

" 오늘은 운이 좋은데스~ 사육분충을 노예로 삼은데스~ 자들에게 나눠줄 장난감을 챙긴데스~ 깨끗한 실장가방도 손에 넣은데스~
  분충의 자를 특별식으로 와타시의 고귀한 자들과 나눠먹는데스~ "

" 테끄윽...테에엥! 테에엥! "

- 퍽 -

" 테갸악! "

.

.

.



성장푸드를 손에 넣은 삼녀의 행동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정 반대로 달라졌다. 밤에만 활동하던 삼녀는 거리낌 없이 대낮에 당당하게 공원을 활보하고 다녔다. 삼녀를 본 성체실장들은 이게 왠 떡이냐며 당연히 삼녀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신체적 능력차이를 이용한 육탄전이면 모를까 체력은 성체실장이나 자실장이나 형편없는것은 동일했기 때문에 죽어라 도망가는 삼녀를 붙잡지 못했다. 좀 더 머리가 돌아가는 개체들은 협동을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막고 붙잡으려고 했으나 삼녀의 눈치와 머리가 그들보다 좋았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했다. 그리고 삼녀를 붙잡기 위해 헛심을 쓰는 성체들과는 달리 삼녀는 성장푸드를 먹고 성체와의 추격전에서 체력을 소모하면서육체가 나날이 강해져 4일정도 지나자 공원의 어떤 실장석도 삼녀의 그림자조차 붙잡을 수 없었다.

공원의 성체들은 삼녀를 붙잡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자 이내 직접 잡는 방식은 포기하였다. 대신 삼녀가 식량이나 물을 구할 때 은근슬쩍 훼방을 놓는 방식으로 복수를 했다. 

" 마마 오늘은 밥이 많은테치! "

" 집에 얼른가서 먹는테치! "

" 자들은 듣는데스. 밥을 구하고 나면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데스. 그래야 닝겐상들이 싫어하지 않는데스. "

평소 이 공원의 실장석들은 인간이 눈에 띌 때만 눈치를 보았기 때문에 인간이 거의 찾지 않는 쓰레기장은 쓰레기를 빼가고 정리를 하고 가지 않는 실장석들 때문에 관리인이 골치를 겪고 있었다.

' 테? '


- 끼릭끼릭 -

" 텟? "

" 자들도 기억하는데스. 물씨는 소중하니까 낭비하면 안되는데스. 자들이 다 자라서 어른이 되면 물을 쓰고 꼭 잠구는데스."

" 알겠는테치 마마! "

인간들이 쓰는 수돗가 말고 삼녀의 집에서도 뒤로 상당히 가야 나오는 수돗가는 이용이 불편해 방치된 수돗가에 애호파들의 손길이 닿아 개조된 실장석용 수돗가로, 물을 쓰고 잠그는 실장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리인의 주기적인 순찰경로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직 운좋게 구한 식량과 물은 충분하였으나 동족들의 방해로 직접적인 획득이 어려워지자, 삼녀는 인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독라임에도 불구하고 청결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분위기를 잘 읽는 삼녀는 금새 애호파들의 귀여움을 받아 생필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몇몇은 삼녀를 매의 시선으로 주시하였으나 영악한 삼녀는 애호파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일부러 식량을 먹어 무게를 충분히 줄이고 쏜살같이 도망갔기 때문에 계속 허탕이었다.


봄을 맞이하고 시간이 경과되자 갖가지 이유로 버려진 공원의 독라 자실장들도 삼녀를 노렸다. 여럿이 목숨을 걸고 덤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성체와는 달리 일단 잡기만 하면 숫자의 우위로 금새 제압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녀는 이를 역이용했다. 어차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버려진 독라들을 따돌리는것은 너무 쉬웠기 때문에 습격을 유도하면서 무리 중 일부와 싸우다가 불리하면 도망가는 방식을 취하였다. 
삼녀를 습격하는 독라의 무리 중 가장 치열하게 싸운것은 독라가 된 날 삼녀를 덮쳤던 눈 위가 찢어진 자실장의 무리였다. 대장의 지도 아래 끈질기게 삼녀를 공격했지만, 영양보충이 원활한 삼녀와는 달리 식사의 기회조차 불안정한 독라들은 삼녀의 치고 빠지기에 말려 도망가는 삼녀를 포기했다가 다른 날에 습격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삼녀는 성체실장이 아니면 가지기 어려운 귀중한 전투경험도 착실히 쌓고 있었다.

삼녀는 공원의 생활에 잘 적응한듯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삼녀는 공원에서 도토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금은 인간들에게 원하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겨울에 가까워 질수록 인간들이 공원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일을 삼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아직 엄지였을 때, 너무 멀어서 가족을 따라가진 못하고 말로만 들었던 보존식을 구하는 숲에 한번 가보기로 결정하였다.

자실장들은 먼 길을 걸으면 쉽게 지루해지고 금새 다른 사물에 정신을 팔리기 십상이다. 삼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마마가 자들의주의를 돌리기 위해 만들어준 노래, 자매들과 즐겁게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세상은 아름다운테치~ 닝겐상은 와타치타치에게 상냥한테치~ "

" 와타치는 귀여운테치~ 마마와 오네챠도... "

"... 테에에 "

금새 시무룩해진 삼녀는 고개를 숙이고 걸아갔다. 여태까지의 단련으로 들실장에게서 보기 힘든 근육까지 드문드문 보이는 육체를 가진 삼녀는 성체실장 보다도 더 빨리 숲에 도착하였다.

삼녀는 한참동안 숲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동족의 냄새가 가까워 지는것을 느껴서 풀숲에 몸을 숨겼다.
풀숲에서 상황을 경계하던 삼녀는 순간 움찔했다. 이 냄새는... 마마와 오네챠였다.

" 마..."

' 한번만 더 찾아오면 그 자리에서 보존식으로 만드는데샷! '

' 테에에... '


이윽고 친실장과  자들이 눈앞으로 다고오고 있었다. 자실장들은 더 성장하여 중실장이 되어 있었다. 친실장은 별로 달라진게 없는것 같았다. 삼녀는 다가오는 가족을 복잡한 눈으로 보고있었다. 장녀가 기쁜듯이 친실장에게 물어보았다.

" 마마 이제 이모우토챠들이 언제 태어나는테스? "

" 내일인데스. 내일이면 다른 이모우토챠들을 만날 수 있는데스 장녀. "

' 테에에... 마마 임신한테치? '

자세히 살펴보니 친실장의 배는 평소보다 더 튀어나와 있었다. 눈도 적녹이 아닌 양쪽 다 녹색이었다.

이번에는 차녀가 친실장에게 물어보았다.

" 마마 전에는 임신하면 돌아다니는 것을 자제하고 집에서 출산의 때 까지 보존식을 먹으면서 머물러야 한다고 하지 않은테스? "

" 잘 기억하고 있는데스 차녀. 하지만 그건 공원이 위험한 상황일 때를 가정하고 알려준 방법인데스. 보통 공원의 환경은 
  와타시타치에게 우호적이지 않기에 말한데스. 하지만 지금 공원은 안전한데스! "

" 그리고 와타시에게는 든든한 자가 둘이나 있는데스. 와타시만큼 안전한 상태의 실장은 공원에 없는데스. "


" 새 자들이 태어나면 장녀와 차녀도 마마를 도와서 독립하기 전까지 이모우토챠를 돌보는데스. 후에 자들이 자를 낳아서 키울 때 
  유용한 경험이 될것인데스. "

" 알겠는테스 마마! "

차녀가 계속해서 친실장에게 물었다.

" 마마 새 이모우토챠들 한테도 이름을 주지 않는테스? "

" 그런데스. 마마는 자들에게 이름을 주지 않는데스. "

" 이름은 와타시타치에게 사육실장의 지위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중요한 것인데스. 한번 지어진 이름은 각인처럼 실장석의 뇌리에 
 남아있는데스. "

" 마마의 마마라면 세레브한 사육실장이었던 만큼 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이름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었던데스. 하지만 마마의 
  마마는 그렇지 않은데스. 그래서 자들에게는 이름을 주지 않는데스. "

" 사실 마마의 마마가 마마와 오네챠에게 왜 이름을 주지 않았는지는 마마도 궁금한데스. 마마가 어릴적엔 이걸로 다른 
  이모우토챠와 싸우기도 한데스.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는데스. "

친실장은 잠시 투덜대었다. 차녀는 다시 질문하였다


" 그럼 이번에 태어나는 첫번째 이모우토챠는 몇녀인테스? "

' 4녀인테치. '

" 3녀인데스. " 

' 텟? '

" 역시 3녀였던테스? 와타시는 조금 헷갈리는테스. "

" 전에 쫒겨난 분충을 생각하는데스? 쫒겨나면 자로 취급하지 않는것은 당연하지않은데스? "

' 아닌테치...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

" 그런테스 차녀. 마마의 말을 듣지 않는 분충은 자로 인정될 자격이 없는테스. "

" 와타시는 요즘 공원에 유명한 재빠른 독라가 그 분충이 아닌가 생각했던테스. "

" 동족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은 분명히 닝겐상이 개입되어있는데스. 자들도 궁금해 할 수는 있어도 그것에 관심을 쏟지 마는데스. "

어느 새 가족에게 쫒겨난 삼녀는 마마의 말을 듣지 않아 쫒겨난 분충이 되어있었다.
친실장과 자들은 다시 태어날 자들의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숲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고요한 숲속에서 삼녀는 떨고 있었다.

' 아닌테치,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와타치가 삼녀인테치! '


' 레에엥! 레에엥! 마마 어째서인레치! 어째서 이모우토챠를 솎아낸레치! '



엄지가 눈물을 흘리며 친실장에게 따지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친실장의 눈치를 보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친실장은 목이 180도 돌아간 다른 엄지 한마리를 땅바닥에 처박아 마무리하면서 대답했다.

' 사녀, 사녀도 알지않는데스? 육녀는 분충이었던데스. 분충은 작게는 가족의 화목을 헤치고 크게는 일가실각의 위기를 
 초래하는데스. 와타시도 소중한 자를 솎아내면 마음이 아프지만 다른 분충이 아닌 자들을 지킬려면 어쩔 수 없는데스. '

' 그러면 삼녀, 삼녀 오네챠는 왜 솎아낸레치! 오네챠는 분충이 아니었던레치! 오네챠는 와타찌타찌를 다른 오네챠들보다도 더 
  잘 돌바줬던레치! 다른 오네챠들보다 와타찌타찌를 더 사랑했던레치! '

엄지의 손이 구석에서 빨간 콘페이토를 한입 물고 움직이지 않는 자실장을 가리켰다. 친실장의 눈빛이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잠시 움직이지 않는 자실장을 지켜보던 친실장은 다시 엄지를 보며 말하였다.

' 삼녀.... 삼녀는 사녀의 말대로 상냥한 실장이었던데스. 마마도 삼녀가 무사히 어른이 되서 사랑스러운 자들과 함께 마마를 보러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데스. '

친실장의 눈빛이 순간 강렬해졌다.

' 하지만 그래서 삼녀를 솎아내야 했던데스. 삼녀는 너무 상냥했던데스. 삼녀는 육녀가 분충인걸 알면서도 차마 울면서 메달리는 
 육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던데스. 보존식의 위치를 육녀한테 알려줬던데스. '

' 지금은 아직 가을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은데스. 하지만 엄지도 생각해보는데스. 겨울이 되면 와타시타치는 꼼짝도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야 되는데스. 그런데 분충인 엄지가 보존식을 모조리 먹어버리면 어떻게되는데스? 식량도 못구하는 겨울에 분충 
 한마리에 일가 전체가 실각당하는데스. '

' 마마는 다른 동족들과는 달리 상냥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스. 상냥함이 없는 분충은 소중한 자도 그저 자신을 위한 놀잇감에
 불과하다고 보는데스. 하지만 상냥함 이전에 엄격함이 필요한데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스. 자들이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하나 때문에 전체가 희생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데스. "

' 레에엥... 레에엥 '

엄지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친실장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친실장의 말보다 자신을 챙겨줬던 삼녀의 행동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친실장은 울고 있는 엄지를 품에 껴안아 주었다. 어느새 친실장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사녀... 아니 이제부터 사녀가 삼녀인데스. 삼녀, 마마가 약속하는데스. 마마는 분충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로도 자를 포기하지 
  않는데스. 삼녀도 이전의 삼녀처럼 상냥함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는데스. 약속인데스. '

' 레끄윽...  알겠는레치. 약속인레치 마마! '


' 어째서인테치.'

한꺼번에 자매를 둘이나 잃은 날, 그 슬픔속에 자들은 정확한 내용을 잊었던 그 날의 일이 삼녀의 머리에 다시 떠올랐다.

" 와타치가 삼녀인테치. "

" 와타치는 오네챠의 몫까지 살아서 독립해야 됬던테치. "

"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테치. "


" ... 어째서 와타치를 버린테치? "





삼녀의 눈에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원)육녀는 냐옹씨에게 물려가 두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원)사녀는 가족들이 자는 사이에 파킨했다. 

육녀는 보존식을 먹으려다가 마마에게 솎아졌다. 삼녀도 분충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도왔다고 솎아졌다. 

사녀는 마마를 돕고 싶다고 닝겐상에게 푸드를 집 근처까지 옮겨달라고 부탁해서 받은 뒤 마마의 손에 끌려나가 돌아오지 못했다.  


먼저 낙원으로 떠났다는 자매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삼녀의 머리를 스쳐갔다.  


마마는 늘 분충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가족까지 위험에 끌여들이는 분충은 다른 자들을 위해서 솎아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분충도 마마의 자였기에 분충을 솎아낼 때 마다 마마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마마는 먼저 죽은 자들도 나중에 마마가 죽은 이후에 콘페이토의 낙원에서 다시 만날거라고 말했다. 
만나서 자들에게 그렇게나 엄격했던 것을 사과하고 자들과 함께 낙원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꺼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일까? 

애호파 닝겐상이 많은 이 공원에서도 콘페이토는 구하기 힘들었다. 
마마의 말대로 콘페이토의 낙원이 사실이라면 그곳엔 콘페이토가 땅에 굴러다니는 돌씨보다도 흔할 것이다. 
그곳에 마마가 분충이라고 솎아낸 자매들이 먼저 행복을 즐기고 있다고? 
낙원이 실존한다면 공원에서 힘겹게 사느니 자들을 먼저 낙원으로 보내고 마마도 바로 뒤따르면 다 같이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자매들이 분충이 맞기는 했던건가? 
보존식을 멋대로 꺼내먹으려고 한 육녀의 행동은 분충이 맞을것이다. 하지만 다른 자매들은?  


' 레챠아아! 아픈레치! 살려주는레치! 마마! 마맛! ' 



' 마마! 육녀 이모우토챠가 냐옹씨에게 물려간레치! 어서 쫒아가서 구해야되는레치! ' 

' 오녀, 와타시타치는 냐옹씨와 능력이 비교도 안될만큼 형편없는데스. 만약에 냐옹씨가 남아서 계속 자들을 노렸다면, 마마는 목숨을 걸고 자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었을 것인데스. 하지만 냐옹씨가 육녀를 물고 도망가버린데스. 마마는 냐옹씨를 쫒을만큼 빠르지 못한데스. 슬프지만 마마는 육녀를 구할 수 없는데스. 오녀라도 무사해서 다행인데스. ' 

" 맞는테치, 어른도 냐옹씨를 쫒아갈 수 없는테치. " 


' 마마! 사녀 이모우토챠가 일어나지 않는테치! ' 잠에서 깨어난 친실장은 (원)사녀를 보았다. 겁이 많아 자주 빵콘하던 (원)사녀의 팬티는 운치로 볼록해져있었다. 

전에 감기에 걸려 기운이 없던 (원)사녀에게 어렵게 구한 콘페이토를 주었을 때 힘겹게 마마에게 감사를 표하고 작게 벌린 채 열심히 콘페이토를 갉아먹던 그 입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이모우토챠들을 애정을 담은 채 핥아주던 혀는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몸이 약해 늘 집에만 있다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오네챠들의 말을 듣고 밖의 풍경을 상상하며 반짝거리던 두 눈은 회색으로 변한 채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 아래로 검은 눈물이 흐른 흔적이 있었다.

' 장녀. 사녀는 죽은데스. ' 친실장은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 마마는 사녀를 묻어주고 오는데스. 이모우토챠의 아침은 장녀가 나눠주는데스. '  

" 사녀 오네챠는 몸이 약했던테치. 계속 살았어도 어른이 되기 힘들었던테치. " 


' 마마 와타치가 잘못한레치! 푸드가 너무 먹어보고 싶었던 레치! 마마! 제발 용서해주는레치! '

 한 손으로 육녀의 뒷머리를 움켜쥔 채 공중에 들어올린 친실장은 옆을 돌아보았다.  

' 삼녀, 자신의 잘못은 알고있는데스? ' 

'... 테치. '  

삼녀는 친실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긍정했다. 공중에 들어올려져 공포로 발광하는 육녀의 뒷머리를 손에 쥔 채로 친실장은 보존식을 보관하는 상자를 뒤적였다. 잠시 후 손에 빨간 콘페이토를 든 친실장은 삼녀에게 건내줬다. 

' 먹는데스. '

' ... ' 

' 이건 콘페이토가 아닌데스. 닝겐상이 독을 넣은 콘페이토인데스. 이걸 먹으면 어른도 순식간에 파킨하는데스. '

' 마마는 분충을 도운 오마에를 용서할 수 없는데스. 오마에도 잘못을 알고 있다면 이걸 먹는데스. 고통은 없을것인데스. ' 

삼녀는 두 손으로 콘페이토를 받았다. 두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삼녀는 뒤돌아 자신의 자매들을 쳐다보았다. 굳은 표정의 장녀, 뛰쳐나오려는 듯이 들썩이지만 장녀의 품에 붙들려 꼼짝도 못하는 차녀, 겁에 질린 채 몸을 숙이고 벌벌 떨고 있는 오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사녀, ... 삼녀의 손에 떨림이 멎었다.

' 마마, 지금까지 길러주셔서 감사했던테치. ' 

' ... ' 

' 마마, 오네챠, 이모우토챠 모두 사랑하는테치. ' 

삼녀는 입을 벌렸다. 삼녀의 눈에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사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삼녀와 사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삼녀는 웃고 있었다. 

(이모우토챠, 약속을 못지켜서 미안한테치) 

삼녀는 콘페이토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테치... 이게 콘페이토의 맛인테치?) 

그것이 삼녀의 뇌리를 스치는 마지막 생각이었다. 

 - 파킨! - 

맑은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진 삼녀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친실장의 눈치를 보던 자들은 삼녀의 시체를 들어서 삼녀의 자리에 눕혔다. 잠시 눈을 감은 채 서있던 친실장은 힘이 빠져 헥헥거리는 육녀를 바라보았다. 

' 이제 오마에의 차례인데스. 각오는 된데스? ' 

' 헥헥... 살려주는레치 마마! 와타치 아무것도 안먹은레치! '  

' 오마에, 와타시를 바보로 아는데스? 와타시가 일찍 돌아오지 않았다면 오마에는 분명히 보존식을 다 운치로 바꿨을 것인데스. 오마에의 탐욕에 희생된 삼녀가 불쌍하지도 않은데스? 오마에는 곱게 죽을 자격도 없는데스. '  

친실장은 뒷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비어있던 손으로 육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친실장의 손에 서서히 힘이 가해졌다. 머리가 부서질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육녀의 머리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죽을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에 떠는 육녀의 손이 부들거리며 위로 올라갔다. 이윽고 손이 오른쪽 뺨에 닿았다. 
육녀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 레츙♡ 와타치는 세레브한 마마의 사랑스러운 자인레치. 고귀한 마마는 와타치의 애교를 보고 용서해주는 레츙♡ ' 

' .... ' 

친실장은 손에 가해지는 힘을 줄였다. 안도한 육녀가 행복회로에 빠지는 것도 잠시, 친실장은 손을 옆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 잘가는데스 육녀, 나중에 낙원에서 다시 만나는데스. ' 

' 레? ' 

육녀의 머리가 서서히 옆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행복회로에서 깨어난 육녀는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휘저었다.  

' 안되는레치! 와타치는 이렇게...' 

 - 뽁! - 

 - 파킨! -

" 분충은 솎아내야 하는테치. ... 분충을 돕는 자도 위험한테치. "


' 사녀! 사녀가 안보이는데스! 사녀! 어디간데스! '

다급하게 사녀를 찾으며 외치던 친실장이 차녀를 돌아보았다.

' 차녀! 사녀는 어디간데스! 분명히 차녀가 돌봐주고 있지 않았던데스? '


' 와... 와타치도 모르는테치! 아까 마마를 따라 집에 오고 있을 때 운치가 급하다고 숨어서 볼일을 보고 온다고 했던테치! 이모우토챠는 똑똑하니까 무사히 돌아올것인테치! '

' 바깥에서 마마와 멀어지면 위험하다고 그렇게나 말했던데스! 어째서 그렇게 행동한데스! 사녀! 사녀 어디있는데스! '

' 마마~ 와서 도와주는레치! '

' 뎃! 사녀의 목소리인데스! 사녀! 마마가 지금 가는데스! '

사녀의 목소리를 서둘러 쫒아간 일가는 손을 흔들고 있는 사녀를 본 순간 그자리에 못 박힌듯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녀와 푸드 봉지 뒤에 있는 거대한 형체는 분명 인간, 인간이었다! 가족의 그런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사녀는 자신과 푸드 봉지를 집까지 옮겨 준 인간에게 감사를 표했다.

' 닝겐상 감사하는레치! '

' 그래, 가족들과 사이 좋게 나눠 먹으렴. '

인간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엄지실장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굳어있던 친실장은 사녀에게 물어보았다.

' 사녀... 이게 무슨 일인데스? '

' 와타치 운치가 급해서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애호파 닝겐상을 만난레치! 마마랑 오네챠들이 없어서 푸드를 집에 가져갈 수 없다고 곤란해하니까 집까지 옮겨주신레치! '

딱딱한 분위기의 친실장과 자매들의 모습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녀는 신나게 떠들었다.

' 와타치 처음에는 닝겐상한테 인사하고 바로 집으로 오려고 했던레치. 그러다가 마마가 곧 겨울이 다가와서 보존식을 많이 모아두어야 된다고 말했던게 생각난레치! 마침 닝겐상도 푸드를 들고 있길래 와타치가 달라고 부탁했던레치! 이걸로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보존식을 조금 더 얻은레치! 마마! 와타치에게 착한아이 해주는레치! '

' ... 장녀, 차녀, 집을 옮겨야겠는데스. 와타시는 사녀와 잠시 어디를 다녀올테니 미리 물건을 좀 골라놓는데스. '

말의 의미를 깨달은 삼녀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차녀는 잽싸게 삼녀를 품에 안고 귀를 막아준 채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장녀는 문을 걸어 잠궜다. 자실장의 작은 손으로 미처 막지 못한 부분으로 친실장과 사녀의 대화가 들려왔다.

' ~~~~ 어째서인 ~ ! 와타치는 나쁜 일~~않은~~레치! '

' ~~~~~~ 하면 안된다고 말하지 ~~~. 오마에 ~~~~ 위험에 ~~~ . 학대파 ~~~~ 일가실각 ~~~ '

' 소중한 ~~~! 살아 갈 ~~~~ ! '

'  오마에 ~~ 자 ~~~. 분충 ~~~~~. ~~ 얼어 죽 ~ 굶어 죽 ~~ .

' 레에엥! 마마! 마맛! '

" 닝겐상이 학대파인지 애호파인지는 알아차리기 어려운테치. 안타깝지만 사녀는 너무 위험한 실수를 했던테치. "


삼녀는 먼저 떠나간 자매들의 마지막 모습을 회상하였다. 마마에게 배운대로 자매들은 분충이었기에 솎아진 것이다. 삼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 아니, 그렇지 않다.

마마는 자들에게 상냥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다. 마마 또한 자들에게 상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마마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몸이 약하던 (원)사녀가 아플 때 마다 마마는 정성을 다하여 돌봐주었다. 
마마의 가르침대로면 공원에서 살아가기에 너무 나약한 오네챠를 그렇게 걱정하면서 애정을 쏟아 부으며 간호해주었다.

... 그런데 자들을 잃을 때는 평소에 그렇게나 강조하던 상냠함은 어디로 간것인가?


육녀가 냐옹씨에 물려 사라질 때 마마는 한참동안 냐옹씨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조금씩 고이는 적녹빛의 액체가 마마가 자들에게서 모습을 돌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  하지만 쫒아가 주었으면 했던테치. 그게 쓸모 없는 일이라도 냐옹씨를 쫒아서 이모우토챠를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던테치. 아직도 육녀의 고통과 공포로 일그러진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테치. '


(원)사녀를 잃었던 날, 친실장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밥을 먹으면서도 마치 싫은 것을 억지로 먹는듯이 꾸역꾸역 입안에 우겨넣고 있었다. 

하지만 (원)사녀가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몸이 약했던 (원)사녀는 그날 아침 빵콘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동안 밥빼기를 당해서 힘이 없었다. 
심지어 밤에는 공원을 찾아온 학대파 인간들이 불을 붙이면 무서운 소리와 함께 날아올라 굉음과 함께 터지던 무언가를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불을 붙였기 때문에 친실장일가는 잠에 들지 못하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허약한 (원)사녀는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에 사로잡혔었다.

' 마마, 무서운테치. 품에 안아주는테치. '

' 저리가는데스. 사녀는 아직 벌 받는 중인걸 잊은데스? 다른 자들도 불안한건 마찬가지인데스. 참는데스. '

다음날 일가가 본 것은 끝없는 공포속에 검은 눈물을 흘리며 파킨한 (원)사녀의 모습이었다.

' 마마가 안아줬으면 사녀 오네챠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던테치. 마마는 소중한 자보다 자신의 규칙이 더 중요했던테치? '


육녀의 경우도 그렇다. 육녀가 분충짓을 하여 솎아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육녀가 보존식을 모조리 먹어치웠다면 일가는 겨울내에 필요한 식량이 부족하여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녀는 엄지실장이었다, 자신과 같은. 
마마가 말했었다. 엄지는 자실장에 비해 능력도, 지능도 떨어지니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실제로도 마마와 오네챠들이 똑똑하다고 그렇게나 칭찬하던 자신도 엄지였을 때는 실수도 여러번 했었다.

특히 육녀는 굼긍한것이 생기면 알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전날 애호파에게서 운좋게 푸드를 얻었을 때, 전에 먹어본 푸드를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녀 오네챠와 차녀 오네챠의 곁에 있던 육녀가 그렇게나 우마우마하다는 푸드의 맛을 알고 싶은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 마마는 실수에 엄격했던테치. 하지만 육녀를 바로 솎아 낼 필요가 있었던테치? 실제로 육녀는 푸드를 단 하나도 꺼내먹기 전에 일찍 들어온 마마에게 들켰던테치. '

' 보존식을 멋대로 꺼녀 먹으려고 한건 분명히 큰 잘못인테치. 하지만 마마가 정말로 상냥했다면 잘못을 저지른 육녀를 바로 솎아내기 보다는 엄하게 가르쳐서 잘못된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해야되는게 마마가 해야할 일 아닌테치? 와타치도 겨울에 배고픔을 참지못하고 보존식을 몰래 꺼내먹을지도 모른다면서 빨리 성장하라고 오네챠들의 밥 보다도 더 많이 와타치에게 챙겨줬던 마마가 이모우토챠에게는 왜 그렇게나 엄했던테치? '


사녀... 자신의 힘으로 푸드를 얻어왔다고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이였다.

' 사녀 이모우토챠는 바보가 아니었던테치. 그저 마마가 보존식을 모으느라 고생하는걸 보고 돕고 싶어했던 착한 아이였던테치. '

' 마마의 말대로 집을 옮기는 건 매우 힘들었던테치. 사녀도 그런 모습을 보면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깨닫고 다시는 그런일 하지 않았을 것인테치. '

하지만 사녀는 친실장의 손에 독라가 된 채로 어디론가 끌려가서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삼녀는 친실장이 집에 돌아오면서 들고 있던 약간의 푸드가 사녀의 최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삼녀 오네챠...

삼녀는 먼저 낙원으로 떠난 오네챠를 떠올리며 소중한 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오네챠는 정말로 상냥했었다. 몸이 약해 자주 빵콘하던 사녀 오네챠의 뒷처리를 조용히 처리했던 것도 오네챠 였었다.

활발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 마마와 오네챠들한테 궁금한 것을 끊임 없이 물어봐서 이모우토챠를 돌보기 좋아하던 차녀 오네챠도 봐주기를 꺼려했던 육녀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채워줬던 것도 삼녀 오네챠였다. 마마도 삼녀는 좋은 마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나 아끼고 사랑해 주었던것도 오네챠였다.

마마를 돕는것에 불만은 없었지만,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때 이웃의 친구와 뛰 놀던 그때처럼 가끔은 놀고 싶어 투덜대던 자신을 달랜것도 오네챠였다.

' 사녀, 마마는 와타치타치를 낳기 전에 겨울을 혼자 지낸적이 있다고 말했던테치. 그러니까 마마는 겨울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있는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를 사랑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니 불만을 가지면 안되는테치. '

' 마마가 다른 무서운 오바상처럼 자를 아끼지 않는 실장석이었다면 가을에 태어난 와타치타치는 진작에 소중한 머리와 옷을 빼앗기고 일만 하다가 보존식으로 바뀌는테치. '

' 레에엥! 그래도 와타치도 가끔은 놀고 싶은레치! 와타치는 마마를 열심히 돕지만 가끔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와타치도 놀고 싶은레치! '

' 그렇게 마마를 돕지 않고 놀기만 하는 실장석은 나중에 독립해도 배운 지식도 모자라고 분충이 되기도 쉽다고 누누히 말한 마마의 말을 잊은테치? 사녀도 분충이 되는건 싫을것인테치. 와타치도 사녀가 분충이 되는 건 바라지 않는테치. '

삼녀는 사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

' 지금은 참는테치. 나중에 봄이 되면 지금처럼 열심히 식량과 보온재를 구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마마가 말한테치. 봄이 되면 와타치랑 밖에서 노는테치. '

' 레에에? 봄은 지금이랑 뭐가 다른테치? '

' 와타치도 가을에 태어나서 봄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오네챠들이 봄은 지금처럼 점점 추워지지 않고 반대로 점점 따뜻해진다고 말한테치. 지금은 죽어가는 꽃씨도 다시 태어난다고 마마도 말했던테치.'

' 그러니까 약속인테치! 봄이 되면 와타치는 사녀 이모우토챠랑 밖에서 뛰어 노는테치! '

' 레츙♡ 오네챠 사랑하는레치! '

' 테프프, 이모우토챠 귀여운테치. '

...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분충인 육녀를 도왔다고 삼녀 오네챠는 독이 든 콘페이토를 먹어야 했다. 분충을 도우면 똑같은 분충이라고 하였다.


' 아닌테치. '

마마는 울면서 분충이 아닌 자는 언제나 사랑한다고 (현)삼녀도 먼저 떠난 오네챠처럼 상냥하면서도 기준을 지킬 줄 아는 실장석이 되라고 말했었다.

" 아닌테치! "

마마의 약속은 거짓이었다. 어디까지나 마마가 시켜서 닝겐상에게 푸드를 얻으려다가 독라가 된 자신을 어떤 위로도 없이 내쳤다.

마마는 상냥함을 가져야 다른 분충과는 달리 세레브한 실장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아무 잘못도 없이 내쳐진 자신은 무엇인가? 가기 꺼려했던 자신을 괜찮을거라고 안심시키고 보냈던건 마마가 아니었던가? 모든 것을 잃고 슬퍼하는 자들 달래고 부양하는게 진정으로 상냥한 마마의 모습이 아닌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마마가 말했던 상냥함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이 가진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를 내쳤다.

먼저 떠난 자매들도 거짓말쟁이 마마에게 배신당했다는 이런 감정을 똑같이 느꼈을까? 
자매들도 분충은 죽어야 한다면서 자신들을 솎아내던 마마가 새로운 자가 태어난다고 기대하는 모습을 용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와타치는...

" 마마에게 복수하는테치! " 삼녀의 눈에 거센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친실장은 출산을 앞두고 서둘러서 길을 걷고 있었다. 
자신들이 옆에서 도와야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자들을 말로 설득하여 식량을 수집하라고 보낸 뒤 홀로 화장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과연 친실장의 생각대로였다. 
출산철에 동족들이 바글거리는 화장실과는 달리, 지금의 화장실에는 단 한마리의 실장석도 존재하지 않았다. 
봄이 되면 바로 자를 낳거나 자들과 나눌 식량을 어느정도 수집한 뒤 출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삼녀의 친실장처럼 기존에 기르던 자들이 중실장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맞춰서 출산하려는 실장석은 이 공원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길을 서두르는 친실장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자실장이 있었다. 삼녀였다.

삼녀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자를 낳으면 극도로 약해진다는 친실장의 가르침을 기억해서 내일 출산이라는 친실장의 말을 듣고 아침이 밝기 무섭게 서둘러서 친실장의 집을 찾은 후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잠시 후, 친실장과 삼녀는 화장실 앞에 도착하였다. 삼녀의 기대와는 달리 출산한 동족을 노린다는 무서운 오바상의 모습은 없었으나, 자실장인 자신이 성체에게 복수하려면 이 시기 말고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삼녀가 전의를 다지며 손 안에 작은 못을 움켜쥐던 그때였다.

" 거기 숨어있는 것 다 아는데스. 어서 나오는데스. "

' 텟? '

순간 당황한 삼녀였다. 어제의 친실장은 분명히 근처에 숨은 자신의 냄새를 맡지 못하였다. 혹여나 냄새로 들킬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씻은 뒤 말린 후 쫒아왔기 때문에 햇님의 냄새가 나고 있을 자신이었다.

" 얼른 나오는데스. 지금 나오지 않는다면 와타시를 노리고 있다고 간주하는데스! "

거듭되는 친실장의 말에 삼녀의 머리는 팽팽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망가야되나? 하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얻기 힘들것이다. 그럼 정면에서 맞서야하나? 무리였다. 친실장이 자를 잉태하여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자실장의 힘으로 상대하는일은 어림없을 것이다.

전에 한 오바상을 약올리며 도발하는 학대파 닝겐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계속되는 도발에 분충성이 폭발하여 닝겐을 노예로 삼겠다고 오바상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닝겐의 다리를 계속해서 후려쳤다. 
몇분이 지난 후 지친 오바상과는 달리 멀쩡해보이는 닝겐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고 비웃고는 오바상을 한대 걷어찼다. 
멀리 날라간 채 팔 다리가 부러져 움찔거리는 오바상의 뒷머리를 손에 쥐고 학대파 닝겐은 사라졌다.

자신과 친실장은 인간과 실정석의 힘의 차이만큼 절망적인 수준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에 물건을 나를 때의 힘의 차이를 생각해보더라도 정면으로 승부를 거는것은 자살행위였다.

삼녀가 생각하는 중에도 친실장은 계속해서 나오라고 말하며 보검을 든 채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다른 기회를 기약하며 삼녀가 자리를 뜨려던 때였다. 삼녀가 숨어있던 수풀 반대편에서 세마리의 자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무리의 독라들은 삼녀에게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저 눈 위가 찢어진 자실장은 자신을 그렇게나 끈질기게 노리는 그 대장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평소 예닐곱의 부하를 이끌던 거대한 독라의 무리는 지금 대장과 뒤에 선 초라한 몰골의 두 독라가 전부인듯이 보였다.

" 오마에타치, 와타시에게 볼일이 있는데스? "

" 오바상, 와타시타치를 오바상의 자로 삼으면 안되는테치? 부탁인테치. "

" 오마에, 공원의 동족은 다른 실장석의 자를 자신의 자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데스? 친실장을 잃은 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른 동족에게 가서 자신을 자로 받아달라고 하는 것일테니 오마에도 충분히 알거라 생각하는데스. "

" 그리고 오마에타치는 숨어있던데스. 와타시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기회를 노려서 와타시의 자와 바꿔치기를 시도하려고 준비한게 분명한데스. 와타시의 자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오마에타치의 말을 와타시가 믿을 수 있을거 같은데스? "

" 아...아닌테치! 와타치타치는 그저 무서운 오바상들을 피해서 숨어있던테치! "

친실장이 다가오는것을 멈추자 대장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한 성체실장의 자로 태어나서 " 자가 너무 많은데스. "란 말과 함께 버려진 자신과 이모우토챠들.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자신과 이모우토챠들에게 돌아온 것은 오네챠들의 비웃음과 화난 친실장에게 소중한 옷과 머리를 잃고 버려진 일. 
독라가 된 채로 다같이 정처없이 걷다가 자로 삼아주겠다는 무서운 오바상의 거짓말을 믿었다가 모든 이모우토챠를 잃고 필사적으로 도망친 일. 추위에 허기에 벌벌 떨던 자신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독라들을 만나서 무리를 형성한 일. 

듣고 있던 친실장의 얼굴에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 사실 와타치는 다른 오바상에게 자로 길러달라고 다시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테치. 하지만 이제 다른 오바상의 자가 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테치! "

공원의 생태계에서 최약자인 처지의 독라들이 생존을 위해 무리를 이루는것은 그리 드문일이 아니다. 
그것도 자립할 능력이 없는 버려진 자실장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종말도 순식간에 다가왔다. 
먼저 무리를 이룬 채 어떻게든 살아가던 대장의 무리 앞에 나중에 생긴 독라의 무리가 나타나서 두 무리가 충돌한 것이다. 
치열한 혈전 끝에 승리한 쪽은 대장 무리였으나, 대장과 부하 둘 말고는 다 죽었기에 무리가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신들이 머물던 거점 중 한곳인 이곳에서 대장은 앞으로의 일을 부하들과 논의하던 중 친실장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둘러서 몸을 숨긴것이라고 하였다.

" 오바상 부탁하는테치! 와타치타치... 아니 와타치는 빼도 좋은테치. 다른 독라들이라도 자로 삼는테치! 이전처럼 와타치타치끼리 살아보려고 해도 이제는 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테치! "

" 대장 무슨소리인테치! 만약에 다른 오바상의 자가 될꺼면 다 같이 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던테치! "

" 와타치타치는 대장만 두고 다른 오바상의 자가 될 수 없는테치! "

대장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친실장이 물어보았다.

" 오마에, 동족에게 독라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데스? 와타시가 자를 낳으면 그 자들도 오마에를 독라로 보고 경시할것이 분명한데스. 그런데도 와타시의 자가 되고 싶은데스? "

" 상관없는테치! 어차피 지금까지도 다른 동족들이 독라라고 와타치타치를 비웃었던테치! 오바상의 자로 들어가서 보호만 받을 수 있다면 그런 비웃음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테치! "

잠시 고민하던 친실장이 말을 했다.

" 그렇다면 따라오는데스. 오마에타치의 행동을 보는데스. "

' 테에? '

다른 독라를 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친실장의 말에 삼녀는 분노를 표하기 전에 의문점이 들었다. 
아무 잘못 없는 자신도 독라가 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쳤던 마마였다. 
그런데 처음 보는 독라들을 자로 받아들이겠다고? 무언가 이상했다.

삼녀가 고민하는 도중 친실장은 출산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서둘러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환하게 밝아진 표정의 독라들도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는지 재빨리 따라갔다.
 정신을 차린 삼녀도 서둘러서 화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친실장이 안으로 문을 밀어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삼녀는 옆 칸으로 가서 문을 열지 않고 엎드린 채로 조용히 기어들어갔다. 
삼녀는 계속 엎드린 채로 칸의 틈을 통해서 옆칸에서 일어나는 일을 훔쳐보고 있었다.

" 와타시가 출산을 마치면 새로 태어난 자들에게 잠깐 교육이 필요한데스. 교육이 끝나면 다 같이 비닐봉투에 넣어서 이동하는데스. 오마에타치는 핥아주는 일을 마치면 미리 봉투에 들어가 있는데스. "

말을 마친 친실장은 변기에 몸을 걸쳐 누은 채로 힘을 주었다. 잠시 후 우렁찬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자실장이 튀어나왔다.

" 텟테레~! "

옆에서 대기하던 독라들이 서둘러 달려가서 자실장을 핥아주었다. 잠시 후 점막이 완전히 제거된 자실장은 독라를 보고 비웃었다.

" 치프프, 노예인테치? 마마가 와타치를 위해서 노예를 준비한테치? "

독라들은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었다. 늘 동족에게 나오던 반응이라 감흥도 없었고, 친실장에게 잘 보여야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감점요인이 될 일도 할 수 없었다. 혹여나 독라들이 자신의 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주시하던 친실장은 안심하고 계속해서 힘을 주었다.

친실장이 이날 낳은 자는 자실장 셋과 엄지실장 한마리였다. 독라들은 부지런히 태어난 자들을 핥아주었다. 
자실장들은 독라들을 보고 초승달 모양의 눈을 한 채로 비웃고 있었고, 엄지실장은 자신과는 다른 생김새의 독라들에게 의아해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자들을 핥는 일을 마친 독라들은 친실장이 한편에 놓아 둔 비닐봉투 안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자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친실장은 출발하기 전에 앞서서 이것저것을 자들에게 알려주었다. 
마마의 말에 잘 따라야 한다던지, 자들에겐 이미 독립을 앞둔 오네챠들이 있다던지.
공원 생활의 어려움과 닝겐상이 자주 찾아오는 공원에서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 이라던지...

친실장의 말을 열심히 듣던 자들 중 한마리가 질문하였다.

" 마마 저 봉투는 뭐인테치? 그리고 저 봉투 안에 들어간 독라들은 무엇인테치? 노예인테치? "

" 봉투는 공원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데스. 봉투가 없으면 집으로 식량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매우 힘든데스. " 말을 하면서 친실장은 옆으로 눕혀진 봉투를 위로 세웠다.

" 그리고 이 독라들이 누구인가하면... " 친실장은 질문을 한 자실장을 손에 들고 봉투 안의 독라들을 보여주었다. 독라들은 자신들도 드디어 다른 성체실장의 자가 된다며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어떤데스 ? "

" 치프프, 눈이 반짝거리는테치. 너무 웃기는테치! 노예가 감히 주인에게 뭔가를 바라고 있는테치! "

" 그런데스. 이 자들은 자신의 친실장에게 버려진 뒤 와타시에게 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나타난데스. 와타시는 동족은 다른 친실장의 자를 자신의 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자신들을 자로 삼는다고 착각하고 있는데스. "

" ... 테에? x3 " 

봉투 안의 독라들은 예상과는 다른 친실장의 태도에 당황하고 있었다.
친실장은 독라들이 당황한 사이에 봉투를 능숙한 솜씨로 묶었다.

" 자들은 듣는데스. 나중에 자들이 독립하면 자를 낳을 때가 오는데스. 그 때 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두가지 있는데스. "

" 하나는 출산한 약해진 성체를 노리는 동족인데스. 이 분충들은 태어난 자들과 성체를 잡아먹거나 노예로 삼으려고 하는데스. 와타시처럼 다른 성체들과 출산시기를 겹치지 않도록 하면 어느정도 피해갈 수 있으나 만약을 대비하여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주위를 잘 살펴야 하는데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을 휴지통으로 막아서 다른 성체실장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되는데스. "

"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버려진 자들인데스. 독라이건 말건 상관 없는데스. 이 분충들은 갓 태어난 자들과 자신을 바꿔치기해서 자신이 태어난 자인것처럼 행세하거나 막 태어나서 약한 자들을 자신의 먹이로 삼는데스. 특히 이 자들은 작기 때문에 문이 아니라 옆 칸의 틈으로도 몰래 들어오기 때문에 문을 막아도 소용이 없으니 특히 조심해야 되는데스. " 

" 일단 출산을 시작하면 실장석은 자를 낳는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스. 와타시처럼 독립하기 직전인 자가 있다면 자에게 경계를 맞기고 출산하는게 가장 안전한데스. 중요한 것이니 잊으면 안되는데스. "

" 마마 알겠는테치! x3 "
" 마마 알겠는레치! "

말을 마친 친실장은 몸을 일으킨 뒤 봉투를 손에 들었다. 봉투 안의 독라들은 눈물을 흘리며 친실장을 쳐다보았다.

" 마마! 아닌테치! 와타치타치는 바꿔치기나 이모우토챠들을 잡아먹는 일은 생각하지도 않은테치! 마마도 와타치타치가 이모우토챠가 태어나는걸 도우면 자로 삼겠다고 하지 않았던 테치? 와타치타치는 마마가 말한 그런 분충이 아닌테치! "

" 와타시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데스? 다른 동족의 자를 자로 삼지 않는다고 했는데 와타시만 예외일 리가 있는데스? "

" 그런다고 오마에타치를 무사히 돌려보낼 수도 없는데스. 혹여나 다른 버려진 자들에게 오마에타치가 자가 될뻔 했다고 말하고 다닌다면 그 자들은 와타시의 자들을 끊임 없이 바꿔치기 할려고 노릴게 틀림없는데스. "

" 마마! 약속하지 않았던테치? 분명히 자로 삼는다고 약속했던테치! "

친실장의 얼굴이 봉투에 가까워졌다.

" 바로 그것때문에 오마에타치가 지금 죽는것인데스. 와타시는 분명히 오마에타치의 행동을 본다고 말한데스. 자로 삼을 수도 없고 그냥 돌려 보낼 수도 없으니 노예로 집에서 키우는걸 생각한데스. "

" 그런데 오마에타치는 멋대로 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와타시를 마마라고 부른데스. 멋대로 행복회로나 돌리는 실장석은 분충인데스. 분충인 노예는 자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아예 직접적인 해를 끼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스. "

" 마...마 "

" 자들은 듣는데스. 출산하기 전에 주위에서 기웃거리는 버려진 자들이 있다면 자로 삼아주겠다고 착각을 유도하면서 출산을 돕도록 하는데스. 자신을 보호해주는 마마의 존재가 절실한 독라들은 대부분 수작도 부리지 않고 얌전히 지시에 따를것인데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비닐봉투에 들어가도록 유도하는데스. 여기에 쓰이는 비닐봉투는 버릴 것이니 상태가 좀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하는데스. "

" 물론 온전하지 못한 비닐봉투도 쓸모 없는 물건은 아닌데스. 하지만 비닐봉투가 귀중한 것이어도 자 보다는 가치가 없는데스. 그리고 일의 마무리로... "

친실장은 봉투를 높게 들어올렸다가 땅바닥을 향해 강하게 내려쳤다. 몸이 찢겨 나간 독라들의 비명이 화장실에 울려퍼졌다. 
친실장은 두세번 봉투를 내려친 후 이번에는 발로 강하게 밟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짓밟음에 파킨소리가 두번 들렸다. 
친실장은 봉투를 풀었다. 찌그러진 머리만 남고 모든 신체가 짓이겨진 대장만이 유일하게 살아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 어....어째서인.... "

" 오마에는 똑똑한 자인데스. 그러니 똑똑한 자가 와타시에게 원한을 갖는다면 자들이 위험한데스. 다음에는 자들을 사랑하는 마마의 자로 태어나는데스. "

- 파킨 ! -

친실장이 주먹을 내려치기 전에 대장은 오바상에게 속아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는 절망감에 파킨했다. 
친실장은 독라들이 짓이겨진 봉투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 이제 자들의 순서를 정하는데스. 집에 이미 오네챠가 있다는 말을 기억하는데스? 와타시에게는 독립을 앞 둔 자가 둘이나 있는데스. 그러니 가장 먼저 태어난 오마에는 삼녀인데스. "

" 알겠는테치! 와타치가 삼녀인테치! "

" 삼녀는 이따 집에가면 마마랑 따로 공부를 하는데스. 동족들도 노예를 부리긴 하지만 대놓고 그런 태도를 취하면 닝겐상들이 안좋게 보는데스."

" 테에에... 알았는테치 "

" 그럼 다음으로 태어난 오마에는 사녀인데스. "

막내 엄지실장을 육녀라고 호칭하는 것으로 자들의 서열 정하기를 마친 친실장은 문을 살짝 열어 주변을 살피고는 자들을 데리고 서둘러서 화장실을 떠나갔다. 자들은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활한 공원의 모습과 집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오네챠들을 기대하면서 즐겁게 노래부르며 마마를 따라갔다.


정적에 휩싸인 화장실 안에서 삼녀는 떨고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대장의 사연과 그런 대장을 간단히 낚아서 이용해버리고 죽인 마마의 잔혹한 심계는 삼녀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삼녀를 떨게하는 진짜 원인은 친실장과 자신의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의한 공포였다. 자를 낳아 약해진 상태로도 친실장은 독라들을 순식간에 피떡으로 만들었다. 
자신은 기회를 놓친것이 아니었다. 무모하게 덤볐으면 자신도 차가운 화장실 바닥의 얼룩이 되어서 복수조차 하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

몸을 떨며 집으로 돌아온 삼녀는 한참의 고민 끝에 지금 친실장에게 직접적으로 복수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회라도 노려볼려면 적어도 중실장은 되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고민을 계속하던 삼녀의 눈에 애호파 닝겐상이 사육실장과 함께 놓고 갔던 푸드가 눈에 들어왔다.

' 이 푸드는 예전에 말 많던 성장호르몬이 잔뜩 들어간 실장푸드야. 이걸 다 먹으면 너도 충분히 성체 실장으로 자랄 수 있어. '

그 동안은 자꾸 푸드를 먹으면 입맛이 높아져서 다른 음식을 먹는데 지장이 생기는 것을 경계함과 동시에 만약을 대비하여 보존식인 푸드는 늘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끼에 한 두개씩 소량으로 먹고 있었다.

" 와타치는 복수해야 되는테치. 복수하지 않으면 먼저 간 자매들을 볼 수 없는테치! "

푸드를 몸에 가득 안아서 꺼내온 삼녀는 열심히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직은 마마를 노릴 수 없다. 오네챠들은 곧 독립해서 집을 떠날 것이다. 그렇다면...

" 오늘 태어난 이모우토챠들을 노리는테치. "

푸드를 갉아 먹는 소리가 끊임 없이 굴 안에 울려 퍼졌다

.
.
 . 


" 마마는 오네챠들이랑 식량을 구해오는데스. 삼녀는 이모우토챠들이랑 집을 잘 보고 있는데스. "

" 알겠는테치 마마! "

친실장이 새로운 자를 낳은지 삼일이 지났다. 
장녀와 차녀도 새로 태어난 이모우토챠들을 아꼈고, 새로 태어난 자들도 오네챠들을 잘 따랐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몸이 약한채로 태어난 자도 없었다. 
내일부터는 자들을 이끌고 식량 수집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친실장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 지루한테치. "

(후)삼녀는 지루함에 투덜거렸다. 태어났을 때 집으로 오던 그 힘들면서도 먼 길은 모든 것이 궁금하였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비록 계속해서 걷느라 몸은 지쳤었지만 드 넓은 공원을 걷던 그 때가 안전을 위해서 집 안에서만 머무는 지금 보다는(후)삼녀에게 있어서 더 즐거운것 같았다. 

사녀와 오녀는 엄지인 육녀를 데리고 자기들 끼리 잘 놀고 있었다. 
같이 놀자는 이모우토챠들의 제안을 거부한건 삼녀였지만. 이모우토챠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놀고 있다고 기억을 제멋대로 왜곡하며 투덜거렸다.

집 안을 벗어나서 저 드넓은 공원을 걸어다니고 싶다. 수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싶다. 
작은 열망을 가지고 문 사이에 있는 틈으로 바깥을 쳐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피는 삼녀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보였다.

한마리의 실장석이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모습이 매우 이상하였다. 
발에는 신발 대용으로 신은 것인지 병뚜껑 두개를 신고 있었다. 
없는 옷을 대신하여 과자상자를 옷처럼 입은 것인지 몸과 머리에는 구멍이 뜷린 과자상자를 입고 있었다.
머리 부분의 상자 앞 뒤로는 머리카락을 흉내낸 것인지 실이 상자 앞 뒤로 붙어 있었다. 
옷을 표현하려고 한 것인지 과자상자는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후)삼녀의 소중한 돌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괴상한 모습의 실장석은 틀림없이 노예... 독라다.

" 치프프. 저 독라는 뭐인테치? 저걸 옷이라고 입은테치? "

비웃는 (후)삼녀의 목소리는 독라에겐 닿지 않았다. 
한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독라는 풀 숲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비닐 봉지가 독라의 손에 끌려왔다. 
독라는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저것은...

" 테에에? 콘페이토인테치? "

놀라는 삼녀와는 상관없이 독라는 콘페이토를 갉아 먹기 시작했다

- 테챱테챱 -

" 너무 아마아마한테치! 콘페이토가 이렇게 아마아마한 것인지 몰랐던테치! "

정신 없이 콘페이토를 갉아 먹는 독라를 멍하니 쳐다보던 (후)삼녀의 시선이 독라가 꺼낸 봉지에 눈길에 닿았다. 
저게 다 콘페이토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한 삼녀는 재빨리 자매들을 불렀다.

" 오네챠 왜 부른테치? "

" 오네챠도 와타치타치랑 같이 놀것인테치? "

" 이걸 보는테치. "

사녀와 오녀도 독라의 행색을 보고는 비웃었다. 
그러나 독라가 먹던 콘페이토를 다 먹고 봉지에서 하나를 더 꺼내자 두 실장석의 눈에 분노와 탐욕의 기색이 나타났다. 
엄지라서 느리게 온 육녀도 독라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콘페이토에 시선이 끌리는 자매들과는 달리 이상한 일이 생기면 경계하라는 마마의 말이 떠올라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 저 독라가 가진 봉지에 콘페이토가 더 들었을지도 모르는테치. 가서 빼앗는테치! "

" 좋은 생각인테치! 와타치타치의 몫으로 하나씩 먹고 마마랑 오네챠한테 보여주면 마마랑 오네챠도 와타치타치를 칭찬할것이 분명한테치! "

" 독라도 노예로 삼는테치! 마마가 지난번에 독라들을 노예로 만들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눈치였던거 같은테치! 노예가 한마리 생기면 마마도 기뻐할것인테치! "

자기들끼리 의견을 맞춘 자실장들은 서둘러서 잠금장치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육녀는 오네챠들을 말리기 시작했다.

" 오네챠타치 안되는레치! 마마가 마마가 없을 때에 집을 벗어나면 안된다고 말한치! 수상한일이 생기면 그것에 관심을 두면 안된다고 말한레치! "

" 이모우토챠, 콘페이토는 마마도 구하기 힘든 귀중한것인테치. 콘페이토를 얻어 놓으면 마마가 와타치타치 전부를 착한 아이 해줄지도 모르는테치! "

" 안되는레치! 집 밖으로 벗어나면 안되는레치! 마마가 분명히 크게 혼내는레치! "

" 겁쟁이 이모우토챠는 조용히 집에있는테치! 와타치타치는 저 독라를 잡아오는테치! "

자신을 가로막는 육녀에게 (후)삼녀는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 레갸악! "

" 테..텟? 이모우토챠 괜찮은테치? "

육녀가 비명과 함께 나가 떨어지자 자실장들은 서둘러서 육녀의 상태를 보았다. 다행히 다친 흔적은 없이 단지 기절한 것 뿐이었다. 

" 이모우토챠 말대로 집 밖으로 나가면 마마가 혼낼지도 모르는테치! 하지만 이모우토챠도 콘페이토를 맛보면 와타치타치를 옹호할게 분명한테치! 와타치타치 전부가 동의했다면 마마도 크게 혼내지는 못하는테치! "

세 자실장은 문을 열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한편 독라는 두개의 콘페이토를 먹고 다른 하나를 더 꺼내서 황홀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잠시 콘페이토를 쳐다보던 독라가 입에 가져가려고 한 순간 자실장 세마리가 독라의 눈앞에 나타났다.

" 테...텟? "

자실장 세마리는 말도 하지 않고 마구 때렸다. 자실장들의 폭력에 독라는 비명을 질렀다.

" 테에엥! 아픈테치! 그만 때리는테치! "

" 조용히하는테치 노예! 다른 오바상이 나타나면 어쩌려고 큰 소리를 내는테치! "

자실장들이 지칠때까지 무자비한 구타를 계속하자 독라는 몸을 웅크린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지친 채 헥헥대던 자실장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다.

" 치프프, 노예에게 어울리는 모습인테치! "

" 오네챠! 봉지를 챙긴테치! 안에 콘페이토가 한가득인테치! "

" 이제 서둘러 돌아가는테치!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는테치. "

(후)삼녀는 말을 마치고 팬티를 내리고 손에 운치를 쌌다. 뜨끈뜨끈한 운치가 손에 묻자 (후)삼녀는 독라의 머리부분의 과자상자에 운치를 발랐다.

- 치덕치덕 -

" 이게 진짜로 노예에게 어울리는 모습인테치! 노예! 서둘러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테치! "

" 테에엥! 테에엥! "

" 치프픗! x3 "

삼녀는 독라를 무릎 꿇리고 엎드린 채로 기어서 가게 명령했다. 삼녀와 사녀는 독라에 등에 올라탔다. 오녀는 독라의 앞에서 실을 당기며 독라를 재촉했다.

" 테에엥! 테에엥! "

" 노예 좀 조용히 하는테치! "


독라를 끌고 집으로 들어온 자실장들은 서둘러서 문을 잠궜다. 
안전이 확보되자 자신들의 커다란 모험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던 자실장들은 안도했다. 
자매의 첫 모험은 성공적으로 끝난것 처럼 보였다. 한숨 돌린 자매들의 시선이 독라의 봉지에 눈길이 돌아갔다.

" 코...콘페이토가 이렇게나 많은테치! "

" 이거라면 마마도 와타치타치를 혼내지 않을것인테치! "

" 하나만 먹으려고 했는데 두개 씩 먹는테치! 이렇게 많으면 원래 몇개인건지는 마마도 모를것인테치! "

세 자실장은 정신 없이 콘페이토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실장들에게 끌려와서 몸을 웅크린채로 떨던 독라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에 경멸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그 독라는 분명히 삼녀였다.


삼녀가 자신의 이모우토챠들을 목표로 삼은 뒤 가장 큰 곤란을 겪은 것은 이모우토챠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었다. 
친실장은 전부터 안전을 챙기는 일을 매우 중요시 하였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이모우토챠들한테도 똑같은 교육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문을 잠그면 어떤 힘쎈 오바상도 집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니 집 안으로의 무리하게 침입보다는 밖으로 알아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던 삼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전에 얻었던 콘페이토 봉지였다. 
세 자실장의 생각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친실장은 콘페이토를 좋아하지 않았다. 
푸드조차 입맛이 올라간다고 자주 먹는것을 경계하는 친실장이 한 입만 먹어도 실장석의 입맛을 극한으로 올린다고 유명한 콘페이토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콘페이토로 다른 동족들과 물물교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콘페이토에 시선이 끌린다던지, 콘페이토와 물건을 교환한 동족이 " 저 분충에게 콘페이토가 더 있는게 분명한데스! 콘페이토를 전부 뺏고 감히 주인님에게 콘페이토를 감춘 저 분충도 노예로 삼는데스. 데프픗! " 이라며 행복회로를 돌리며 덤비는 일도 여러번 경험한 뒤로는 아예 콘페이토 자체를 꺼리는 친실장이었다. 

다행히 저 이모우토챠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친실장의 교육을 제대로 이해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삼녀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모우토챠들은 너무나 간단히 삼녀의 계획에 넘어가서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일이 더 잘 풀려서 삼녀를 노예로 삼겠다며 친절하게 집 안으로 데려와서 문을 잠궈 자신들이 도망갈 퇴로도 스스로 막았다.

몸에 걸친우스꽝스러운 상자는 어디까지나 친실장과 마주쳤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다. 
운이 없어서 돌아온 친실장과 마주쳤다고 하더라도 상자를 걸쳐서 실제 크기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매들이 삼녀를 집 안으로 끌어들인 지금은 다 고려할 가치가 없는 계획이었다. 
오직 발에 신은 병뚜껑만이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서 친실장의 혼동을 유도할 것이다.

콘페이토에 열중인 이모우토챠들을 잠시 안타까워하며 보던 삼녀는 이내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모우토챠들은 저게 자신들이 이승에서 먹을 마지막 만찬임을 알까? 


한편 식사에 열중이던 (후)삼녀는 문득 뒤에 누군가가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를 보니 독라가 자신의 뒤에서 서있었다. (후)삼녀는 일어서며 화를 내었다.

" 노예! 누가 마음대로 일어나도 된다고 한테치? 노예는 노예답게 엎드려 있는테치! "

삼녀는 대답하지 않고 (후)삼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독라를 깔보는 특유의 본능과 자신의 노예라는 생각에 빠져서 미쳐 몰랐지만, 자신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키의 독라가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니 (후)삼녀는 다리가 떨리는것을 느꼈다. 
불안해하는 오네챠의 낌새를 눈치 챈 사녀와 오녀도 일어나서 오네챠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화를 냈다.

" 노예가 건방진테치! 주인님에게 대답도 안하는테치! "

" 마마가 오면 너같이 건방진 노예를 두들겨 패달라고 말하는테치! 엉엉 울면서 빌어도 용서하지 않는테치! "

자신에게 화를 내는 자실장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삼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 ... 오마에타치,  마지막 식사는 마친테치? "

" 노예! 지금 뭐라고 한... "

" 그 콘페이토는 와타치가 오마에타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던테치. 오마에타치도 그정도면 충분히 콘페이토를 즐겼으리라고 생각하는테치. "

말을 마친 삼녀가 서서히 다가오자 자실장들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물러나던 자실장들은 이내 벽에 도달한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삼녀가 폭발적으로 돌진해왔다.

" 분충은 죽는테치! "


순식간의 일이었다. 
성장 푸드를 먹으며 힘을 기르고, 다른 독라들과 싸워오면서 싸우는 방법을 배워온 삼녀의 기습에 세 자실장은 순식간에 나가 떨어졌다. 정면으로 싸웠어도 자실장으로서 한계에 가깝게 성장한 삼녀와 갓 태어난 덩치밖에 안되는 세 자실장의 싸움의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몸 어딘가가 하나씩 부러진 채로, 고통에 뒹굴면서 자실장들은 비명을 질렀다.

" 테갸아악! 너무 아픈테치! "

" 테...테히이이...마마! 얼른 오는테치! 와타치타치를 구해주는테치 마마! "

" 테보오옥! 아...아픈테치! 아가방에 맞은거 같은테치! 테에엥! 테에엥! "

삼녀는 땅을 뒹둘던 자실장 중 오녀라고 불렸던 자실장을 두 손으로 들었다. 
오녀는 고통과 공포에 떨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오녀를 든 채로 망설이던 삼녀는 이내 결심을 굳혔다. 오녀를 더 높히 들었다. 오녀의 몸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 콰득! -

텟챠아아아아!

오녀의 비명이 집 안을 울려펴졌다.


삼녀의 계획에서 가장 난항을 겪은 것은 바로 동족식이었다. 
상자와 병뚜껑으로 크기의 혼동을 유도했다면 자실장들이 죽었다는 증거를 확실히 남기기 위해서는 동족식을 반드시 해야됬다. 
밖으로 데려가서 죽인 후 버리거나 하는 일은 쓸모가 없었다. 
그런식으로 자들의 냄새가 밖으로 이어진다면 친실장은 자들이 누군가에게 끌려가서 사라진 것 보다는 말을 안듣고 밖으로 나간 분충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내 신경을 끌 것이다. 그러니 동족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실행하는 순간에도 삼녀는 망설였다. 마마는 분명히 동족식은 분충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설령 분충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동족식을 하면 분충이 되는 무서운 행위라고 하였다. 
그렇기에 동족식을 해야한다는 것은 끝까지 삼녀의 계획에서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 마마는 동족식은 분충이나 하는짓이라고 했던테치. ... 하지만 마마는 와타치를 분충이라고 했던테치. 이미 와타치를 낳아 길러 준 마마가 와타치를 분충이라고 하는데 와타치가 그런것에 연연할 필요가 있는테치? '

삼녀는 만에 하나 마음이 또 바뀌기 전에 서둘러서 계획을 진행하였다.

- 테챱테챱 -

- 콰드득! 콰득! -

" 텟챠아아아아! "

자신의 몸이 먹히고 있다는 공포와 몸에서 전해오는 고통에 오녀는 끊임 없이 비명을 질렀다. 
(후)삼녀와 사녀는 자신들의 앞에 벌어지는 끔찍한 참상에 고통도 잊고 벌벌 떨며 바라보고 있었다. 
둘의 팬티는 이미 빵콘하여 초록색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 테챱테챱 -

" 테에에.... 테에.... 마...마마.. "

- 파킨! -

마침내 오녀의 숨이 끊기자 삼녀는 들고 있던 오녀의 몸을 내평겨쳤다. 
오녀의 몸은 이미 머리와 상반신 윗부분만이 남아있었다. 
삼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와타치가 스스로 이모우토챠를 죽였다. 
마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와타치와 아무 관련도 없는 이모우토챠를 잔인하게 죽였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설령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더라도 와타치는 같은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삼녀는 벌벌 떨고있는 (후)삼녀와 사녀를 바라보았다.

" 저..저리가는 테치! 마마가 오마에를 용서하지 않을것인테치! 마마가 돌아오면 이모우토챠의 복수를 해줄 것인테치! "

" 노...노예가 와타치의 이모우토챠를 잡아먹은테치!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마마에게 잘 말해서 와타치의 전속 노예로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테치! 그러니까 마마가 올 때까지 얌전히 있는테치! "

삼녀의 눈이 계속해서 분충발언을 내뱉는 (후)삼녀에게로 돌아갔다. 삼녀는 (후)삼녀에게 다가갔다.

" 노..노예! 얌전히 있는테치! 명령인테치! 오마에는 와타치의 운치를 바른 전속노예인테치! "

삼녀는 (후)삼녀의 뒷머리를 움켜쥐어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머리가 당겨지는 고통에 아파하는 (후)삼녀에게 삼녀가 말하였다.

" 오마에같은 분충은 먹을 가치도 없는테치. "

쥐고 있던 (후)삼녀를 거칠게 내려놓은 뒤 삼녀는 사녀에게 몸을 돌렸다. 안도하는 (후)삼녀의 귀로 사녀의 비명이 들려왔다.

" 텟챠아아아! 아픈테치! 너무 아픈테치! 아..안되는테치! 아가방은 안되는테치! 자를 낳을 수 없게되는테치! 텟챠아아아! "


- 파킨! -

삼녀는 씹고 있던 사녀의 몸을 뱉었다. 사녀의 몸은 머리만이 남아 있었다. 
사녀의 머리는 자신이 먹히는 것보다 자를 낳지 못하게 된다는 절망 때문인지 검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사녀를 바라보던 삼녀는 (후)삼녀에게 다가갔다. (후)삼녀는 자신은 먹히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삼녀는 (후)삼녀를 일으켜 세웠다. (후)삼녀는 여전히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삼녀는 (후)삼녀의 앞머리를 움켜쥔 뒤에 손에 힘을 주었다.

- 부욱! -

" 테프프...테...텟? " 이질적인 소리와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후)삼녀는 행복회로에서 깨어났다. 저기 바닥에 흩날리고 있는 것은... 와타치의 머리카락? (후)삼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삼녀는 서둘러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 찌익! 찌이익! -

- 부욱! 부욱! -

" 텟챠아아아! 와타치의 소중한 머리가! 와타치의 소중한 옷이! 귀여운 와타치가 독라가 되어버린테치! "

찢어진 옷조각과 머리카락을 움켜쥐으며 (후)삼녀가 울부짖는 동안, 삼녀는 문의 잠금 장치를 풀었다.

" 오마에, 오마에타치의 마마가 복수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테치? 어디 가서 말해보는테치. 어차피 오마에가 마마랑 같이 돌아오는 사이에 와타치는 이미 이곳에 없을게 분명한테치. "

마마.. 마마가 있었다! 자신의 불행에 절망하던 (후)삼녀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마마라면 저 독라 분충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것이다.
 와타치의 이모우토챠들을 잡아먹고 와타치를 독라로 만든 이 죄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저 독라를 달마로 만든 후 낳는 자들을 눈 앞에서 먹어 치울 것이다. 태어난 엄지를 와타치 직속의 노예로 삼을 것이다. 
그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빌어도 용서하지 않겠다.

(후)삼녀는 복수를 하겠다는 결의로 불타올라서 전속력으로 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 ... 그럴 수 있다면 말인테치. 오마에가 독라가 된걸 보면 마마는 분명히 오마에를 쫒아 낼 것인테치. 만약 마마가 오마에를 계속 기른다고 하더라도 분충인 오마에는 금방 분충인게 드러나서 솎아질것인테치. "

(후)삼녀가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을 본 삼녀는 콘페이토가 든 비닐봉투 제일 밑에 구겨져서 숨겨 놓은 봉투를 꺼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자들을 잡아먹은 습격자가 눈 앞에 있는 식량을 챙기지 않는다는 건 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봉투에 어느정도 식량을 챙긴 삼녀의 얼굴에 잠시 부끄러운 표정이 드러나더니 이내 팬티를 내리고 총구를 식량상자 쪽으로 돌렸다

- 브릿! 브리리릿! -

이정도면 친실장도 자신의 자들을 습격한게 완전한 분충이라고 오해할 것이다. 그 정도면 친실장에게 큰 슬픔을 안기기 충분했다. 
집을 나설까 하는 삼녀의 눈에 자신에게 먹혀 죽은 사녀와 오녀의 시신이 들어왔다. 

삼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족을 잡아먹는 오바상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전부 먹는다고 들었다. 
이렇게 왕창 남긴채로 가면 마마가 의심하지 않을까? 
하지만 동족을 먹는 오바상들은 맛있기 때문에 동족을 계속해서 먹는다고 했는데 삼녀의 입에는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자신의 이모우토챠를 먹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몇일동안 푸드를 마구 먹어서 입맛이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사녀의 머리를 들고 고민하던 삼녀의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삼녀는 몸을 기척이 나는 쪽으로 돌렸다.


육녀는 집 밖으로 나가려던 오네챠들을 만류하다가 (후)삼녀 오네챠의 팔을 맞고  땅을 구르다가 기절한 것이 생각났다. 
마마가 집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아직 혼미한채로 기억을 더듬던 육녀의 코에 피냄새가 스며들었다.

' 레...? '

온전히 정신을 차린 육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녀 오네챠였다. 
아까까지 자신과 즐겁게 놀아주던 오녀 오네챠는 팔이 달린 상반신과 머리만 남은 채 다른 부위는 보이지 않았다. 
튀어나온 혀와 회색으로 변한 눈은 육녀에게 오네챠가 죽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려주었다.

' 렛! 오., 오녀 오네챠! 오네챠가 죽은레치! 다른 오네챠는 어디로간레치? '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육녀의 눈에 아까 보았던 이상하게 생긴 동족, 아니 독라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들어왔다. 
독라의 손에 하나의 머리통이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독라의 손에 들린건 분명히... 사녀 오네챠였다! 
사녀 오네챠는 머리만 남아있었다. 독라의 입 주변에 남은 혈흔이 오네챠들을 잡아먹은 범인이 독라라는 것을 알려줬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던 육녀의 시선이 마침내 독라의 눈과 마주쳤다. 독라가 와타치를 보고있다. 
이 무시무시한 독라가 오네챠들을 잡아먹었다. 독라는 와타치도 잡아먹을 것이다. 육녀는 눈 앞이 깜깜해 지는것을 느꼈다.

" 레.... 괴물인레... "

짧은 말을 남기고 다시 뒤로 넘어가 기절한 엄지의 모습을 삼녀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엄지였던 자신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 이모우토챠는 소중한 돌씨에 큰 상처를 입었다. 분명히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다. 

본래 삼녀가 세운 계획은 집 밖으로 뛰쳐나간 (후)삼녀를 제외한 모든 자들을 잡아먹어서 마마에게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진 엄지를 본 삼녀는 계획을 바꾸었다. 
마마는 (자신의 기준으로)분충인 자들은 솎아낸다. 하지만 소중한 돌에 큰 충격을 받아서 쓰러진 엄지는 솎아내지 않을 것이다. 
마마는 엄지를 구하기 위해 오네챠들과 떨어져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삼녀는 육녀를 바라보았다. 기절한 육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공포에 질린 표정이 남아있었다. 
삼녀는 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을 쓰다듬는 손이 마마나 오네챠라고 생각했는지 육녀의 얼굴이 서서히 편해졌다. 
이윽고 육녀의 얼굴이 마마의 품에 안긴 자처럼 편안해지자 삼녀는 손을 떼었다.

" ... 와타치를 용서하지 않아도 되는테치. "

육녀를 보고 조용히 말한 삼녀는 몸을 돌려서 집에서 빠져나갔다.


" 텟데로게~ 탯데로게 ~ "
" 텟데로게~ 텟데로게 ~ "

친실장은 즐거움의 노래를 부르는 자들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자 둘이서 봉지에 넣고 운반하는 물건은 접시였다. 
이전에 얻은 물건과는 달리 이번의 접시는 자를 낳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이걸로 앞으로는 동족들을 경계하면서 가슴을 죄며 자를 낳지 않아도 될것이다.

비록 하나밖에 얻지 못해서 자들에게 직접 나눠 줄 수는 없다. 못 받은 자가 분명히 접시를 받은 자를 질투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하나 더 구할 수 있다면.. 자들은 언제든지 안전하게 자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얻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접시는 자신의 집에 계속 보관하겠지만 자들은 마마의 집에 찾아오는 수고만 하면 자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다는건 똑같을테니... 이걸로 자신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안전하게 자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기쁨으로 가득 차 집으로 돌아가는 일가의 앞에 왠 독라 자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고 있던 자실장은 친실장을 발견하자 달려들어서 울며 안겨들려고 하였다. 
친실장은 가볍게 몸을 틀었다. 독라는 볼썽사납게 땅에 놔뒹굴었다.

" 테에엥! 마마! 와타치 삼녀인테치! 왜 안아주지 않고 피하는테치! "

" 데프프... "

" 텟? "

" 테프프 "

" 테프픗 "

(후)삼녀는 독라가 된 자신을 위로해주기는 커녕 웃고만 있는 마마와 오네챠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 마마 와타치 삼녀인테치! 왜 웃는테치! "

" 데프프... 자들도 본데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안데스. "

" 테프픗.. 마마 말대로인테스. 결국 그 분충이 다른 독라한테 말한테스. "

" 테프프. 가끔 독라들은 정말로 멍청한거 같은테스. 가족의 냄새가 나지도 않는데 자신을 자라고 우기는테스. "

" 아닌테치! 와타치 삼녀 맞는테치! 장녀 오네챠! 와타치의 냄새를 맡아보는테치! "

독라가 정확하게 자신을 장녀라고 부르자 장녀는 자신도 모르게 독라를 손에 들고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맡은 장녀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아직도 웃고 있는 친실장에게 독라를 넘겼다.

" 마마, 냄새를 맡아보는테스. "

" 데프프. 장녀는 마음이 너무 착한데스. 그런 거짓말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뎃? "

친실장은 웃다가 순간 멈칫했다. 이 독라에게서 나는 냄새는 분명히 자신이 새로 낳은 삼녀였다.
 당황하는 친실장과 눈을 마주친 (후)삼녀는 울면서 친실장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려고 했다. 
친실장은 몸에서 (후)삼녀를 떼어낸 후 물어보았다.

" 삼녀! 이게 어떻게 된 일인데스! 왜 삼녀가 독라가 되어있는데스! "

" 테에엥! 마마! 분충인테치! 분충이 와타치를 독라로 만든테치! "

" 마마가 분충에게 복수해주는테치! 그 분충이랑 분충의 자까지 전부 와타치의 노에로 삼는테치! "

" 멈춰보는데스. 삼녀, 분명히 와타시는 집 안에 머물라고 했던데스. 그런데 갑자기 분충이 왜 나타나는데스? 설마 삼녀... 집 밖으로 나갔던것은 아닌데스? "

" 테에엥! 집 밖으로 나간건 죄송한테치! 하지만 잠깐만 나갔다가 들어온테치! 마마 얼른 복수를.... 테갸악! "

친실장은 손에 들고 있던 (후)삼녀를 땅바닥에 내쳤다. 친실장은 고통을 호소하는 (후)삼녀의 머리에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 오마에는 와타시의 말을 어기고 밖으로 나간데스. 게다가 독라까지 되버린데스. 독라는 공원에서 살아갈 수 없는데스. "

" 마마! 서둘러야하는테스! 집의 잠금장치가 풀렸으면 집 안의 이모우토챠들도 위험한테스!

장녀의 재촉에 친실장은 서둘러서 말을 마쳤다.

" 오마에는 이제 와타시의 자가 아닌데스.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마는데스 분충. "

" 마마! 와타치를 버리지 마는테치! 와타치 독라가 되어버린테치! 독라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테치! "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후)삼녀의 말을 차갑게 무시하고 친실장과 두 자들은 서둘러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지 모른다는 삼녀의 유일한 불안은 자신이 하고싶은 말에만 집중한 (후)삼녀의 행동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친실장과 자들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들 앞에 보이는 집의 문은...열려 있었다. 밖으로 희미하게 피냄새도 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애써 지우며 친실장과 자들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친실장과 자들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사방이 피칠갑이었다. 
식량을 모아놓는 상자에는 운치가 가득차 있었다. 다른 성체의 침입이 있었는지 바닥에는 커다란 흔적이 남아있었다.

바닥에는 누가봐도 자실장의 머리로 보이는 것이 두개나 있었다. 친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상반신과 머리가 연결된 시체를 들었다. 
이 얼굴은... 오녀였다. 유일한 이모우토챠인 육녀를 봐주기 좋아했던 그 오녀였다. 
오녀를 한 팔로 품에 안은 친실장은 남아있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뒹구는 또 다른 머리를 집었다. 
사녀였다. 자신도 얼른 마마를 따라다니며 돕고 싶다던 사녀였다.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서 자를 낳고 싶다고 말했던 그 아이였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는지 사녀의 눈에는 검은 눈물이 흐른 흔적이 있었다. 친실장은 생기를 잃은 두 자의 머리를 품에 안고 울었다.

" 오로롱! 오로로롱! "

" 테에엥! 테에엥! "

친실장과 차녀가 갑작스러운 비극에 울고있을 때, 장녀는 육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서 육녀를 찾으니 바닥에 편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육녀가 눈에 띄었다. 
육녀를 품에 안으니 육녀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마마! 육녀가 여기있는테스! 육녀는 살아있는테스! "

" 오로롱! 오로로롱! 데...뎃? "

슬프게 울던 친실장은 자들의 머리를 거칠게 바닥에 떨어뜨리고 장녀에게 갔다. 장녀의 말대로 육녀는 자고있는 것 처럼 보였다.
친실장은 서둘러서 육녀를 깨웠다.

" 육녀! 마마인데스! 일어나보는데스! "

" 레에에... 마마? 마마가온레치? "

" 그런데스, 마마인데스! 육녀! 집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데스! "

" 레에? "

육녀의 머리속에 기절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 하나 둘 씩 떠올랐다. 
자신을 밀치는 (후)삼녀 오네챠의 모습, 머리와 팔만 남은 채 바닥에 뒹굴던 오녀 오네챠의 모습.
괴물의 손에 들린 사녀 오네챠의 머리, 자신을 바라보는 괴물의 모습, 자신을 쳐다보는 괴물의 그 눈..

육녀의 몸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육녀는 입에서 게거품을 물며 몸을 들썩거렸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육녀를 괴롭혔다.

" 레....레히이... 돌., 돌씨가 아픈레치... "

" 정신차리는데스 육녀!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데스! "

" 괴...괴물.... 괴물이었던레치... 괴물이 오네챠들을..."

육녀는 말을 잊지 못하고 다시 기절하였다. 

큰 충격에 빠진 친실장과 자들은 말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오늘은 분명히 기쁜 날이었다. 
위험한 화장실에서 사방을 경계하면서 출산을 하고, 태어난 자들을 집에 데려오기까지 계속해서 긴장해야 되는 공원에서 자를 낳는 어려움을 없애줄 수 있는 접시를 손에 얻은 날이었다. 친실장도 자들도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접시를 얻은 기쁨도 잠시, 집에 돌아온 자신들을 반겨준건 이미 죽어 싸늘한 시체가 된 자들과 소중한 돌씨에 큰 충격을 입은듯이 보이는 육녀였다. 
대체 집안에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득 친실장의 뇌리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때 마침 장녀가 친실장에게 말했다.

" 마마! 삼녀! 삼녀인데스! 아까 독라가 된 채로 와타시타치를 찾아온 삼녀는 알지도 모르는테스! 얼른 삼녀를 찾아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내는테스! "

" 마마도 똑같은걸 생각한데스. 차녀는 집에 남아서 기절한 육녀를 돌보는데스. 장녀! 서두르는데스! "


친실장과 장녀는 서둘러서 (후)삼녀를 만났던 장소로 향했다. (후)삼녀는 그 장소에서 멀지 않았던 장소에 있었다.
그러나 친실장과 장녀는 (후)삼녀에게 물어 볼 수 없었다. (후)삼녀는 이미 검은 눈물을 흘린 채로 죽어있었다. 
분충이었던 (후)삼녀는 강한 본능으로 동족들에게 독라가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던다. 
마마에게 버려진 충격과 독라가 된 자신의 미래에 비관을 품은 (후)삼녀는 행복회로조차 돌리지 못하고 절망하여 죽었다.

집에 돌아온 친실장과 장녀는 죽은 자들을 묻어주고 더러운 집을 청소하였다. 
식량상자는 운치로 더렵혀졌지만 식량은 다시 모으면 그만이다. 자신을 도와주는 자들도 있으니 금방 모을것이다. 
하지만 자들은... 장녀와 차녀가 독립한 후 자신과 함께 살아갈 자들은 엄지인 육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낙원으로 떠나버렸다.   

" 오로롱! 오로로롱! "


육녀는 그 뒤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간혹 깨어나도 " 괴... 괴물인 레치! " 를 외치며 다시 기절하여 친실장과 오네챠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봄이 찾아온 공원, 즐거움과 기쁨의 웃음소리가 넘쳐야 정상일 시기에 친실장의 집에는 침묵과 탄식만이 들리고 있었다.

" ... 마마는 나갔다 오는데스. 자들은 집을 잘 보고 있는데스. "

혼자서 길을 나선 친실장은 집을 나가면서 고민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마지막 남은 자인 육녀조차도 죽을것이다.
육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육실장이었던 마마가 가르친 비법만이 유일한 해결책 같았다. 
하지만 그 비법을 실행하기 위한 재료는 구히기가 너무 위험했다. 

" 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데스. 와타시는 육녀를 포기하지 않는데스! "

지난 몇일간은 물건을 발견할 수 조차 없었다. 오늘은 위험할지라도 좀 더 멀리 나가서 찾아보기로 친실장은 마음먹었다.


한편 집 안에는 두 마리의 중실장과 한마리의 엄지실장만이 남아있었다. 
기껏 태어난 자들이 전부 낙원으로 떠나고, 하나 남은 자도 사경을 헤매며 골골대자 친실장이 육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들을 집에 남겨놓고 간 것이다.

봄에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은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중에서 이모우토챠들을 귀여워 한 차녀의 상실감은 말로 설명할 수 도 없었다. 
사건이 일어난지 4일이 지나서야 어느정도 기운을 차려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자신과 함께 자라던 단 하나뿐인 이모우토챠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던 장녀도 한시름을 덜었다.

집안이 지루한것은 어린 자들만이 아니다. 중실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직도 제대로 눈 뜨지 못하고 있는 육녀를 지켜야 된다는 친실장의 말에 공감하여 불만을 품지 않고 집 안에서 몇일 째 대기하고 있었다.

할것이 없는 중실장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비극적으로 희생된 이모우토챠들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점 더 이전의 일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었다.

" 오네챠는 지금의 이모우토챠들이 있기 전에 마마가 몇일 동안 집에 늦게 들어온 것을 기억하는테스? 와타시의 기억이 옳다면 독라가 된 분충이 쫒겨난 뒤 쯤인거 같은테스. "

" 마마는 분명히 곧 독립하는 와타시타치를 위한 물건을 몰래 모으는게 틀림없는테스. 이전에도 와타시에게 독립할 때 줄거라고 슬쩍  푸드 봉지를 보여주셨던적이 있는테스. "

" 공원의 다른 동족들과는 다르게 마마는 와타시타치가 독립한 이후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신경써 주시는데스. 마마가 비록 엄격하긴 해도 다 와타시타치를 생각해서 그런것인테스. 이모우토챠도 그걸 잊지 않는테스. "

" 테프프, 와타시가 그런걸 잊을거라 생각하는테스? "

" 오네챠, 와타시는 독립하면 바로 자를 낳으려고 하는테스. 와타시가 귀여운 자들을 낳아서 마마한테 보여주면 자들을 잃어서 슬퍼하는 마마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테스. 오네챠는 어찌할것인 테스? "

" 와타시는... 잘 모르겠는테스. 와타시도 자를 가지고 싶기는 한데 마마처럼 자들에게 잘 가르칠 수는 없는거 같은테스. 마마처럼 겨울을 혼자 지내고 더 경험을 쌓고 자를 낳아야 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마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테스. "

" 오네챠는 항상 너무 멀리보는것 아닌테스? 마마의 오네챠도 마마가 독립하자마자 자를 낳았는데도 잘 가르쳤다고 했던테스. 마마는 엄격하니까 함부로 칭찬하지 않는테스. 그러니까 마마의 오네챠들의 자들은 그만큼 훌륭한 자들 이었던게 분명한테스! "

"분명히 오네챠도 마마의 오네챠처럼 자를 낳으면 잘 가르칠 수 있는테스! 와타시타치는 마마나 마마의 오네챠의 경험을 배워서 시행착오를 할 일도 적지않은테스? "

" 이모우토챠의 말도 맞는거 같은테스. 그래도 와타시는 좀 더 생각해보는테스. "

" 오네챠는 가끔 너무 답답한테스! 와타시라면 당장.... "

- 톡톡 -

한참 장녀와 차녀가 대화중이던 때 문밖에서 미약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장녀는 슬그머니 근처에 놓아두었던 못을 손에 쥐었다. 차녀도 못을 쥔 손을 등 뒤로 돌리면서 문으로 다가갔다.

" ... 누구인테스? 와타시의 집에 찾아올 동족은 없는거로 아는테스. "

" 오네챠... 와타치인테치.... "

문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장녀와 차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이 목소리는 분명히 전에 독라가 되었기에 마마에게 쫒겨났던 삼녀였다.

" 오마에가 여기에 웬일인테스? 오마에는 집에서 쫒겨난 걸 벌써 잊은테스? "

" 잊지 않은테치.... 하지만 혼자서 살아가기 너무 힘든테치... 오네챠 제발 문좀 열어주는테치. "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애걸하는 삼녀의 목소리에 차녀는 벌써 경게를 푼 것 처럼 보였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녀가 물어보았다.

" 오마에, 전에 마마가 다시 찾아오면 보존식으로 만든다고 했던 말을 잊어버린테스? 지금이라면 돌아가도 되는테스. 하지만 마마가 돌아오면 오마에는 오마에의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는테스. 그러니 돌아가는게 좋은테스. "

" 노예라도 좋은테치... 혼자서는 도저히 공원에서 살 수 없는테치. 부탁인테치 오네챠... 와타치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주는테치. "

계속되는 삼녀의 애걸에 장녀와 차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녀는 문을 재빨리 열고 삼녀를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장녀는 못을 들고 문 밖을 조심히 살폈다. 밖에는 삼녀가 기어온듯한 흔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조짐도 없었다. 
잠시 후 아무 이상이 없는것 같자 장녀도 집 안으로 들어간 채 문을 걸어 잠궜다. 

차녀는 기어다니던 모습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있는 삼녀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씻은게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나 씻는걸 좋아했던 깔끔한 삼녀가 흙이 잔뜩 묻은 채로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었다. 희미하게 운치냄새도 나고 있었다. 
공원의 다른 동족에게 투분을 당한 것이이라... 

삼녀가 독라가 된 날, 차녀의 눈 앞에 울고 있는 이모우토챠가 아닌 울고 있는 노예만이 보였던 것 처럼, 지금의 삼녀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이모우토챠였던 삼녀의 모습과 닮은 점을 하나라도 찾을 수 없었다. 
차녀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삼녀의 모습은 오네챠들과 마마에게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자실장의 모습에서 자신의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냄새나는 독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차녀의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바뀌었다.

" 오마에의 말대로 오마에는 더이상 와타시타치의 이모우토챠가 아닌걸 명심해야 하는테스. "

" ... 알겠는테치. "

" 마마가 자신의 말을 어겼다고 화낼지도 모르겠는테스. 하지만 마마도 노예가 한마리 생겼다고 하면 자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도 있는테스. "

말을 마친 차녀는 팬티를 내렸다.

" 테프픗. 노예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을 알지 않는테스? 얼른 깨끗이 하는테스. "

차녀는 여전히 초승달 모양의 눈으로 웃으며 삼녀에게 명령하였다. 
장녀는 이미 흥미를 잃은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바닥에 누워있었다. 삼녀는 기어서 차녀의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던 중 고개를 드니 여전히 웃고 있는 차녀의 모습이 보였다. 
마침내 삼녀는 차녀의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몸을 번개같이 일으켜 한 쪽 다리 밑에 감춰놓았던 작은 못을 휘둘렀다. 
삼녀가 휘두른 못은 차녀의 오른쪽 눈 위를 날카롭게 베었다. 차녀는 불과 같은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 테샤아앗! 노...노예가 감히 주인을 상처입히는 테스? 용서 못하는테스! 오마에는 노예가 될 자격도 없는테스! 오마에같은 분충은 그냥 이 자리에게 죽이는테스! "

" 곱게 죽이지 않는테스! 와타시가 느낀 이 고통을 몇배로 되돌려서 오마에한테 돌려주는테스! 오마에는 쉽게 죽을 각오를 버리는테스! 마마가 돌아올 때 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드는테스! 돌아온 마마도 분명히 오마에를 곱게 죽이지 않는테스! "

" 아직 돌아오지도 않은 마마에게서 와타치를 목숨을 걱정하는 것 보다는 오마에 스스로를 걱정해야 되는것 아닌테치? "

" 무슨 헛소리인테샷! 이 분충이.... 테.... 테? "

삼녀의 비꼼에 불같이 화를 내려던 차녀의 몸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삼녀가 베었던 상처에서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래로 흐르는 피는 차녀의 눈 속으로 들어갔고, 이윽고 차녀의 오른색 눈도 빨간 색으로 바뀌었다. 
부풀어오른 배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강제출산이었다.

" 테...텟테로게 텟테로게~ 자들은 아직 태어나면 안되는테스! 자들은 조금만 버티는테스! "

자신을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다가 아직 태어나지 말라고 자들에게 애원하는 차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무시하고 삼녀는 차녀의 팔다리를 못으로 끊기 시작했다. 못은 삼녀의 예상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차녀의 팔다리를 몸으로부터 끊어내고 있었다.

" 테갸아악! 분충 뭐하는테스! 와타시의 몸에.... 아 안되는테스! 안되는테스! 텟테로게! "

자신의 팔다리를 끊어내는 삼녀의 행동에 화를 내느라 총구에 줬던 힘을 무심코 풀어버린 차녀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팔다리가 끊긴 자신이 무슨짓을 해도 삼녀를 응징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몸에서 힘이 점차 빠졌다. 
힘이 빠진 총구 바깥으로 마침내 한마리의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텟테레~ "

집안에 우렁찬 음성이 울려퍼졌다. 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선고였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차녀는 고통과 절망으로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고 삼녀는 못을 든 채로 차녀를 겨누고 있었다.
태어난 차녀의 자는 자신의 점막이 빠르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 마..마마? 얼른 할짝할짝해주는테치!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테치! 와타치 우지챠가 되기 싫은테치! "

차녀의 눈에 짙은 눈물이 흘렀다. 원해서 낳은 자가 아니어도 분명히 자신의 사랑스러운 자였다. 
하지만 저 분충이 자신의 팔다리를 모조리 끊어놓아서 팔로 자를 들어올리기는 커녕 고개를 돌려 자를 볼 수도 없었다. 
차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총구에 힘을 주어 다른 자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삼녀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자를 들어서 차녀의 얼굴 옆으로 가더니 정성스럽게 핥아주었다. 
몸이 굳어가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던 차녀의 자는 자신을 핥아주는 따뜻한 혀에 안도하여 마음을 놓았다. 
차녀도 삼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가 우지챠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이윽고 점막이 모두 제거된 자실장이 인사를 하였다.

" 마마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한테치! 와타치 마마를 돕는 착한 자가 되는테치! 그리고... "

자실장은 자신을 핥아준 실장석을 쳐다보았다. 그 실장석은 독라? 분명히 독라의 실장석이었다. 
소중한 돌씨가 알려주는 정보에 의하면 독라는 노예라고 했다. 하지만 노예라면 저렇게 당당하게 서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정성스럽게 핥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새 자실장의 뇌 속에서 삼녀는 자신보다 먼저 태어나서 불운한 사고로 머리와 옷을 잃은 자신의 오네챠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 오네챠 핥아주셔서 감사한테치! 이제 내려주셔도 괜찮은테치! "

삼녀는 자실장을 들고 있던 중 한 손으로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테프프, 오네챠 간지러운테치. "

머리에 느껴지는 삼녀의 온기에 자실장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온기를 즐기고 있었다. 삼녀는 다시 두 손으로 자실장을 들고 있었다. 
삼녀는 자실장을 자신의 몸 가까이로 당겼다. 삼녀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 콰드득 -

" ...테? "

" ...테스우? "

- 콰드득! -

- 와드득! -

순식간의 일이었다. 자실장의 머리를 크게 베어 문 삼녀는 자실장이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만큼 빠르게 나머지 머리를 베어 물었다. 
방금전에 태어난 하나의 생명이 단 한순간에 팔다리가 달린 고깃덩어리로 바뀌었다.

" 테...테샤아아악! 자...장녀! 이 분충이 와타시의 장녀를! 와타시의 장녀를 오마에가 먹은테스! "

" 조용히 하는테치. 오마에가 화를내는 것도 쓸데없는 일인걸 아직도 모르는테치? "

자실장의 시체를 던진 삼녀는 무심히 대꾸하면서 차녀의 잘린 팔다리에 못을 넣고 휘저었다.
격통을 느낀 차녀가 몸에 힘을 주자, 총구에 준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서 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텟테레~! "

" 텟테레~! "

" 텟테레~! "


악몽의 시간이었다. 삼녀는 자실장이 태어나면 차녀의 앞에 들고 가서 정성스럽게 핥아서 점막을 제거해주었다. 
그리고 자실장이 태어난 기쁨을 노래하기도 전에 머리를 먹어치워서 팔 다리만 남은 고깃덩어리를 땅에 던졌다.

엄지 실장의 경우는 반반이었다. 
자실장과 똑같이 점막을 떼어낸 후 머리를 먹어 치우거나, 움직일 수도 없는 차녀의 얼굴 앞쪽에 엄지실장을 내려놓아서 저실장이 된다고 비명을 지르는 엄지와 태어난 자신의 자가 저실장으로 퇴화한다는 차녀의 절규를 동시에 들었다.

한동안 강제출산을 하던 차녀의 몸이 서서히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모체의 영양분을 지독하게 소모하여 마침내 모체가 버티지 못하기 시작한것이다. 
삼녀는 못으로 무심하게 차녀의 가슴을 헤집었다. 
비명을 지르는 차녀를 무시하고 한동안 가슴을 헤집던 삼녀는 못에 무엇인가 걸리자 손을 집어넣고 꺼내었다. 
차녀의 위석이었다. 삼녀는 어두침침한 색에 살짝 금이간 위석을 집 안에있는 물병에 넣으면서 말했다.

" 마마는 임기응변에 약한테치. 분명히 이모우토챠를 구하기 위해 마마의 마마로부터 들은 비법을 위해서 닝겐상에게 아마아마한 물을 구하고 있는테치? 와타치는 혼자 살면서 여러가지를 배운테치. 몇몇 방법은 별로 알고싶지 않아도 배운테치. 그런 것 중엔 이런것도 있는테치. "

물에 담긴 차녀의 위석에 빛을 발하더니 상당량의 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밝은 색을 회복하고 위석에 난 균열도 사라졌다.
 차녀는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와타시의 자를 무참히 살해한 저 분충을 똑같은 꼴로 만들어주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녀는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 달라진것은 없었다 차녀의 잘린 팔다리는 그대로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굳어있는 차녀에게 삼녀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 아까 오마에가 총구에 힘을 주어서 자를 태어나지 못하게 할 때 와타치가 보검으로 오마에의 팔다리를 헤집은게 기억나는테치? 와타치는 일부러 기어서 집에 접근해서 두가지 효과를 얻은테치. "

"첫째로 와타치가 기어온 자국 밖에 없어서 혹시 다른 오바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느라 와타치가 다리에 보검을 숨긴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던테치. "

" 두번째는 그렇게 와타시가 기어오는 동안에 보검에 흙씨가 잔뜩 묻은테치. 와타치가 오마에의 팔 다리를 쑤실 때 마다 보검에 묻은 흙이 오마에의 팔다리 안에 묻은테치. 그래서 이물질이 들어간 오마에의 팔다리가 회복하지 못한것인테치. "

" 그러니... 하던것을 계속하는테치. "

" 테샤아아악! "


계속해서 자를 잃은 차녀는 마침내 정신이 붕괴했는지 눈 앞에서 자를 먹어치워도 아무 반응이 없게 되었다. 
말을 걸어봐도 무기력하게 " 테... 테에에." 거리는 차녀를 바라보던 삼녀는 장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 이제 오마에의 차례인테치. "


장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모우토챠가 분충의 손에 다쳤을 때도, 이모우토챠의 자들이 분충의 입 안에서 고깃덩어리가 된 채로 목숨을 잃었던 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삼녀는 계속해서 차녀에게 말을 걸며 차녀에게 괴로움을 주었다. 그러나 삼녀의 눈은 계속해서 장녀를 보고 있었다.
그 눈, 증오로 활활 타오르는 그 눈에 압도된 장녀는 사랑하는 이모우토챠가 그저 살아있는 고깃덩어리가 될 때까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차녀는 제대로 된 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 때 잠시 차녀를 바라보던 삼녀는 다시 장녀에게 시선을 돌리고 못을 끌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장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애호파 닝겐상들의 눈치를 보느라 겉으로는 동족간의 다툼을 피하는 공원일지라도 동족간의 다툼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었다. 장녀도 마마가 다른 성체들과 여러번 충돌할뻔한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몇번은 실제로 닝겐상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상대방의 목숨을 노린 혈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두 눈과 마마인 차녀의 앞에서 차녀의 자들을 계속 잡아먹던 그 귀기어린 행동은 여태까지 장녀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그 어떤것보다도 끔찍한 것이었다. 


삼녀의 분위기에 압도된 장녀는 동족식 성체실장 앞에 버려진 친실장을 잃은 자실장처럼 벌벌 떨면서 삼녀가 다가오는 만큼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뒤에 무엇인가 걸리는것을 느끼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제대로 깨어나지도 못한 채 고통에 떨고 있는 육녀였다.

' 괴...괴물.... 괴물이었던레치... 괴물이 오네챠들을... '

장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괴물은 복수를 바라고 있다. 
이미 차녀 이모우토챠는 괴물의 손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수준으로 망가졌다. 
여기서 와타시가 꼴사납게 두려움에 떨다가 져버린다면 와타시와 육녀 이모우토챠는 괴물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될 것이다. 
가족의 손에 울면서 쫒겨났던 분충이 복수를 원하는 괴물이 되어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다.

' 그리고 저 괴물은 분명히 마마를 노릴 것인테스. 괴물이 노리는 최종 목표는 마마인테스. 절대로 막아야 되는테스! 마마는 와타시보다도 강한 실장석이지만 자를 잃은 슬픔으로 약해져 있는테스. 저 잔인한 괴물에게 틈을 찔릴지도 모르는테스! 와타시가 무기력하게 쓰러진다면 마마도 위험한테스! '

각오를 다진 장녀는 손에 못을 들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천천히 못을 바닥에 끌면서 걸어오며 장녀를 압박하던 삼녀도 걸음을 멈추더니 못을 손에 쥐고 신중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 ... "
" ... "


' 오네챠, 어른이 되면 집에서 독립하는테치? '

' 그런테치. 삼녀, 와타치타치는 어른이 되면 같은 집에서 살기 힘든테치. 집도 좁아지고 사소한 다툼이 서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테치.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독립은 반드시 필요한테치. '

' 테에엥! 와타치는 오네챠랑 떨어지기 싫은테치! '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삼녀의 머리를 장녀가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정도 마음이 풀린 삼녀가 다시 물었다.

' 오네챠, 독립해도 집에 자주 찾아오는테치? '

' 와타치는 와타치타치를 바르게 자라도록 힘써오신 마마의 수고를 잊지 않는테치. 독립한다고 다른 동족들처럼 남보듯이 하지는 않을것인테치. 와타치는 꼭 자주 들러서 마마한테 와타치가 잘 자랐다는걸 보여주는테치. '

' 그리고 사랑스러운 이모우토챠가 있는데 찾아오는건 당연한테치. '

장녀는 삼녀를 품에 안은 채 혀로 핥아주었다.

' 테프프 오네챠 간지러운테치. '


이윽고 서로에게 접근을 멈춘 두 실장석은 서로를 노려보면서 긴장감을 유지하였다. 


' 오네챠, 와타치타치는 언제나 함께인테치? '

' 그런테치. 삼녀도 와타치가 멀어진다고 다른 동족을 보듯이 대하지 않는테치! '

' 절대 그럴일 없는테치!, 오네챠 사랑하는테츙♡ '

' 테프프 '

' 테프프 '


그리고 마침내

" 테챠아앗! "
" 테샤아앗! "

한 친실장의 몸에서 태어나 서로를 아껴주던 친자매는 노성을 지르며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y공원은  애호파의 손길이 많이 닿아있다고 유명한 공원이다. 
하지만 모든 장소에 사람들이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삼녀의 집 뒤에 있는 수돗가처럼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구역도 있었다. 산책로가 그러한 장소 중 한군데였다. 

애호파 인간들이 실장석들을 챙겨줘도 한심한 실장석의 능력으로는 밤이 되면 나타나는 학대파나 공원을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니는 고양이 또는 더위와 추위같은 자연현상에 끊임 없이 죽어나갔기에, 삼녀의 친실장이 성체실장이 될 무렵 애호파 인간들이 돌아다니면서 분충을 정리했던 대학살을 직접 경험한 실장석은 의외로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체 실장의 마마들이 그렇게나 강조해서 지겹게 들었기 때문에 이유도 모른채 뇌리에 새겼던 닝겐 앞에서는 결코 분충처럼 굴지 말라는 말. 자신들의 분충짓을 억제하는 관리인. 그리고 자신들이 인간에게 식량이나 물품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렸을 때 오만 불손한 태도를 취하면 물건을 주지않고 가버리는 애호파 인간들의 모습에서 얻은 경험으로 적어도 인간의 앞에서는 다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내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실장석 사이에 퍼져있었다. 
그 이면을 아는 애호파 인간도, 모르는 애호파 인간도 겉으로 보기에는 좋았기 때문에 만족하여 실장석들을 애호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이런 위태로운 관계가 이 공원의 실장석과 인간 사이의 관계였다.


때는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이었다.
이 지역에 사는 인간들은 산책로를 거의 찾지 않는 시간대였다. 
비록 인간은 없었지만, 인간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임을 알기에 만약을 대비한 실장석들은 행동을 조심하여 서로를 무시한 채 지나가고 있었다.

그곳에 한 독라가 나타났다. 
허리를 숙인 채 걷고 있는 독라는 공원의 실장석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 얄미운 독라였다. 
닝겐들이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고, 어차피 잡거나 괴롭힐려고 해도 저 독라가 훨씬 빠른 속도로 도망가서 헛수고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니 실장석들은 이내 독라에게 관심을 껐다. 
독라의 등에는 무엇인가가 천으로 덮여져 묶여 있었다. 무거운 물건인지 독라의 허리는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가던 독라는 산책로의 가운데에서 물건과 자신을 묶고 있던 줄을 가진 칼로 끊어냈다. 
물건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독라가 물건을 덮은 천을 치우니 팔 다리가 잘린 채로 입은 가득찬 휴지로 막힌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실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독라는 달마 중실장을 잠시 쳐다보더니 주위를 살펴보고 바람같이 뛰어서 사라졌다. 
길을 가던 실장석들은 독라가 버린 중실장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앞에서 대놓고 자판기를 만드려고 했다가는 애호파 닝겐의 지시를 받은 공원의 관리인에게 솎아내지는 공원에서 자판기를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친실장을 잃고 돌아다니는 자실장을 꼬드겨서 집으로 데려와 강제출산 시킨 후 잡아먹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눈 앞에 놓인 자판기는 자실장이 아니라 중실장이었다. 중실장이라면 강제출산을 시켜도 자실장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몇몇 실장석들은 버려진 자판기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분쟁은 실장석들의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달마에 손을 갖다 대는 한 성체실장의 손을 다른 성체실장이 손으로 쳐냈다.

" 데..뎃? 오마에는 뭐인데스? "

" 이 자판기는 그 독라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 부터 와타시가 눈독들인걸 모르는데스? 이건 독라가 와타시에게 바친 공물인데스! "

" 헛소리 마는데스! 오마에는 미련하게 그 독라를 계속 노리다가 골탕만 잔뜩 먹은 바보 아닌데스? 오마에는 혹시나 독라를 계속 쳐다보면 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까봐 일부러 시선을 돌리며 지나가던것을 와타시가 똑똑히 본데스! "

" 어디서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데스? 와타시가 독라에게 골탕을 먹은것은 사실이지만, 와타시를 바보라고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없는데스! 그러니 보상으로 이 자판기는 와타시의 것인데스! 와타시의 물건에 손대는 분충은 가만두지 않는데스! "

화를내던 성체실장은 자신의 무기인 긴 못을 꺼내들었다.
말로만 다투던 성체 실장 중 자신의 무기를 꺼내드는 실장석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험악해졌다. 
이윽고 하나 둘 씩 무기를 꺼내기 시작하더니 " 어차피 이 시간에는 닝겐들이 이곳을 지나가지 않는데스! 닝겐이 오기전에 분충은 와타시에게 죽는데스! " 를 외치며 다른 실장석을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평소의 원한관계나 감정의 골이 폭발하여 산책로의 한 가운데서 살육전이 펼쳐졌다.


한편 친실장은 부지런히 걸어서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아침에 위험을 무릅쓰고 더 멀리가기로 했던 결정은 옳은 결정이었다. 공원을 조금 벗어난 지역에서 아마아마한 물을 마시는 닝겐상을 발견한 친실장은 자를 살리기 위해 그 아마아마한 물이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주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했고, 운좋게 그 닝겐상이 친실장의 부탁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귀중한 아마아마한 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친실장의 마음이 들뜨고 있었다. 이걸로 언제 죽을지도 몰라서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육녀가 말끔히 나을 수 있다. 

처음에는 육녀가 회복된다면 자들의 원수가 누구였는지 물어보려고 했던 친실장이었지만 일어나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가는 육녀의 모습에 마음이 바뀌었다. 
먼저 죽은 자실장들은 멋대로 문을 연 분충이었으니 오네챠들을 잃은 육녀의 아픈 기억을 건들일 필요도 없다. 오직 육녀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자신의 자다. 그러니 육녀에게 과거의 불행을 떠올리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육녀가 회복된 후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집에 도착한 친실장은 걸음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또 열려있었다. 집 안에서 또 다시 희미한 피냄새가 났다.

" 안되는데스, 안되는데스! "

품에 아마아마한 물을 안은 채로 친실장은 미친듯이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집안에 들어간 친실장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마아마한 물을 얻어서 그토록 살리려고 했던 소중한 자 육녀는 앉은 채로 검은 눈물을 흘리며 죽어있었다. 
친실장의 품에 소중이 안겨있던 아마아마한 물이 든 병이 품에서 힘 없이 굴러 떨어져 집 안을 뒹굴었다.

바닥에 뒹구는 것은 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독립을 앞둔 소중한 자, 차녀가 말라 비틀어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차녀도 눈에서 검은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다. 차녀의 옆에는 차녀의 자로 추정되는 머리를 잃은 자실장과 엄지실장의 시체가 잔뜩 쌓여 있었다. 차녀의 총구 아래로는 저실장들이 단체로 파킨한 채 시체로 놓여 있었다. 
친실장은 이 끔찍한 참상을 보고 생각을 멈추었다. 망연자실해 한동안 넋을 잃고 널부러져 있던 친실장의 머리에 순간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장녀! 장녀가 없는데스! 장녀는 어디로 간 데스? '

친실장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친실장은 서둘러서 장녀의 흔적을 찾았다. 
집안 어디에도 장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밖으로 이어지는 장녀의 냄새만이 장녀가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친실장은 서둘러서 못을 챙긴 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장녀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 제발... 부탁인데스! 살아만 있는데스 장녀! '


장녀의 냄새를 쫒아 산책로에 도착한 친실장은 눈 앞에 펼쳐진 기묘한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산책로 가운데에 독라달마가 땅에 널부러져 있었다.

독라달마의 한 편에서는 한 무리의 실장석들이 무기를 들고 서로의 목숨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일부는 여전히 '자판기' 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건성건성 싸우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평소에 쌓아온 원한이 폭발하여 모든 것을 잊은 채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전력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다른 한 편은 실장석들이 독라달마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자신의 순서가 된 실장석은 가지고 있던 무기로 독라달마의 오른쪽 눈 위를 살짝 긁어내었다. 
기운이 빠진건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독라달마의 눈으로 핏물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 텟테레~! x3  "

적당히 저실장을 챙긴 성체실장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슥 문질러 닦아내었다.

" 테에? 마마 더 가져가지 않는테치? "

" 장녀, 저기를 보는데스. 저기서 싸우는 무리 중 일부는 아직도 이 자판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데스. 지금 와타시를 노려보는 저 동족들이 보이지 않는데스? "

" 그리고 이곳에 선 동족들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스. 누군가가 자신의 차례에 욕심을 부려 우지챠를 잔뜩 가져가면 뒤에 선 동족들이 우지챠를 뽑을 수 없는데스. 그러니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챙겨가는게 좋은데스. 중요한 것이니 장녀도 기억하는데스. "

" 마마 알겠는테치! "

친실장과 자의 훈훈한 교육인것 같이 보였지만 결국 동족을 강제출산시키고 자를 빼앗아가는 분충인 것은 줄을 선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실장석들도 똑같았다. 

기묘한 관경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던 친실장은 곧 자판기 중실장이 바로 자신의 장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은 상관 없었다. 어떻게는 장녀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 아마아마한 물에 소중한 돌을 넣으면 자판기가 된 장녀라도 무사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결심을 굳힌 친실장이 뛰어들려고 준비를 갖춘 찰나였다.

" 아니 이런 미친 똥벌레들이! 야! 너희들 제정신이냐?! "

갑자기 들려온 인간의 목소리에 싸우던 실장석들도, 질서를 지키며 줄을 서있던 실장석들도 모두 행동을 멈췄다.


관리인은 환장할 것만 같았다. 
관리인이 공원에 온 첫 해, 얼마나 애호파들의 간섭이 심했는지 몰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는 애호파들에게 홧김에 " 그렇게 일일이 간섭하려면 분충이라도 솎아내고 말해보쇼. 공원에 넘쳐 나는게 분충 실장석인데 분충을 피해서 개념 실장석만을 찾아서 보호해 주라니 그게 쉬운일로 보이는거요? " 라고 말한게 실수였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수근거리던 애호파들은 돌아간 뒤 몇일 후, 정식 절차를 밟았다며 공원을 돌아다니며 분충 실장석들을(전체 실장석의 약 90%정도) 솎아내었다.
실장석에게 딱히 관심도 없던 관리인에게 개념 실장석을 애호하기 위해 나머지를 싸그리 박멸하는 애호파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분충이 사라진 이후론 전처럼 말도 안되는 일을 요구하지는 않았기에 그냥 넘어갔다.

어쩌다가 " 분충을 박멸하면 내가 성심성의 껏 개념 실장석들을 관리하겠다 " 로 말이 해석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관리인은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브리더라는 사촌조카에게 관련 지식을 배워 약간 분충끼가 보이는 실장석을 찾으면 살짝 쥐어박으면서 힘의 차이를 보여주어 분충성을 억눌렀고, 그것으로도 억누르지 못하는 분충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신속하게 제거하고 흔적을 지웠다. 
애호파들도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공원의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자 만족해하며 간섭을 점차 줄여나갔다. 가끔 자연재해급의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호물품을 들고 관리인을 찾아가서 배분을 도와달라고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 그렇게 2년을 편하게 지냈다. 앞으로도 큰 일은 없을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실장석들이 이런 커다란 사고를 칠거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하필 다른 인간에게 참상이 목격된 뒤 자신에게 연락이 닿은 것이다. 그것도 자신과 친한 그 아이였다.

관리인이 공원에 온 첫 해, 공원의 연내 행사가 열리고 있던 때였다.
이 공원 부지를 도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는 부친을 대신하여 초청받은 도시의 유력자라고 명망 높은 중년의 남성 짧은 연설을 하고 있을 때, 행사의 직원 겸 들러리로 서있던 관리인의 눈에 유력자를 보며 투덜거리는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짧은 기념행사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던 관리인은 부친에게 혼났는지 의자에 앉아 훌쩍거리는 남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아이의 부친은 다른 사람들과 저쪽에서 끝 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여운 마음에 우는 남자아이를 달래며 사탕을 준 것으로 남자아이와 관리인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남자아이는 그 이후로 공원을 가끔 찾아와 관리인을 만났다. 관리인도 친조카보다도 어린 남자아이와의 관계를 소중히 했다. 독신으로 살아왔던 초로의 관리인에게 그 남자아이는 꼭 자신의 자식과도 같이 소중했다.
그런 그 남자아이가 오늘 울면서 자신을 찾아왔다. 산책로에서 실장석들이 다른 실장석을 괴롭히고 있다고, 서로를 죽이려고 싸우고 있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준 뒤 서둘러 찾아와서 본 풍경이 이런것이다.

예전에 조카가 말했다. 사람의 눈치를 보는 실장석이라면 기존에 알려준 방식으로 어느정도 억제가 가능하지만, 워낙에 감정제어를 못하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큰 사단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때에는 철저한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리인이 생각하기에 본보기는 필요 없었다. 남자아이가 돌아가서 부모에게 말하든 자신이 오늘 일어난 사건을 후임 근무자에게 인계하든 구제가 결정될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었다. 관리인은 자신이 아끼는 남자아이에게 몹쓸것을 보여준 눈 앞의 역겨운 것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 내가 너희들이 싸우는 것 까지 금지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눈에는 띄지 말라고 했을텐데 "

" 아...아닌데스. 와타시는 떠날려고 했던데스. 그런데 이 분충이 와타시가 못가게 계속 공격한데스! "

" 무슨 헛소리인데샷! 와타시를 먼저 공격한건 오마에가 아닌데샷! 관리인상! 이 분충을 처벌해주는데스! "

관리인은 서둘러 뛰어오느라 지급된 링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가르키며 격렬하게 데스 데스 거리는 실장석들을 보며 경멸의 눈빛을 보였다

" 아 지금 너희가 뭐라는건지 모른다. 하지만 서로에게 떠 넘기고 있다는건 잘 알겠군. "

말을 마친 관리인은 '실장석 계도용' 이라고 적힌 지급용 봉을 허리춤에서 꺼냈다

" 이 공원에서 너희가 지켜야 될 단 하나의 법칙, '인간의 앞에서 분충 행위를 하지 말것' 을 어긴 너희는 처벌 대상이다."

말을 마친 관리인은 봉을 높게 치켜들었다

" 데....데갸아악! "


싸우던 실장석들이 사이좋게 피떡이 되어 널부러지자, 관리인은 줄을 서있던 실장석들을 바라보았다. 
몇마리는 눈 앞의 학살에 빵콘했는지 운치냄새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냄새를 맡은 관리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과...관리인상. 와타시타치는 싸우지 않았던데스. 그러니까 이만 가보겠는데스. "

고개를 숙이고 실장석들이 조용히 자리를 떠나려고 하던 때였다

" 잠깐 멈춰 "

" 데..데뎃? "

" 너희, 누가 마음대로 가도 좋다고 했지? 가려면 나한테서 소지품 검사를 받고 가라. " 관리인은 봉으로 실장석이 가진 비닐봉투를 가리켰다.

" 뎃! 와...와타시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은데스!. "

" 링갈이 없어서 뭐라는지 모른다니까... 너희 혹시 나한테 반항하는거냐? "

" 아..아닌데스! 절대로 반항하지 않은데스! "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실장석들의 모습에 관리인이 말을 이었다.

" 너희가 이 자리를 떠나려면 나에게 검사를 받아야 된다. 앞의 놈부터 나와. "

불안에 떨던 실장석들은 서로를 은근히 앞으로 밀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밀려서 제일 앞에 튀어나온 실장석이 덜덜 떨면서 관리인 앞에 섰다. 
관리인이 봉을 옆으로 휘졋자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였다.

" 하! 그럼 그렇지, 이것봐라? "

아무리 실장석에 관심이 없는 관리인이더라도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배우는 지식도 있었다. 브리더인 조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카에게 전해들은 들실장의 생태는 무관심파인 관리인의 눈쌀을 찌푸러지게 했지만, 특히 혐오감이 들게 한 것은 강제출산이었다. 인간중에서도 학대파나 하는 짓을 실장석들은 자신의 동족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실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본 관리인의 눈은 더러운 것을 보는듯 했다.

벌벌 떠는 실장석이 들고 있는 봉투에는 실장석들이 식량으로 챙기는 음식물 쓰레기 대신에 저실장들이 바글거렸다. 
그 중에 몇마리는 옷과 머리가 없는 독라 엄지실장이었다. 한 독라 엄지실장이 눈물을 흘리며 관리인에게 말햇다.

" 닝겐상! 살려주는레치! 이 무서운 오바상이 마마한테서 와타치를 뺏어간레치! 와타치를 독라로 만들어 버리고 노예로 쓰겠다고 한레치! 와타치의 이모우토챠들도 보존식으로 쓰겠다고 마구마구 빼앗아서  이곳에 가둔레치! 살려주는레치! "

독라 엄지는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링갈이 없는 관리인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기존에 가진 지식과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손을 뻗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엄지의 모습은 봉투에 들은 저실장과 엄지들이 성체실장의 자가 아니라 저기 널부러진 중실장의 자라는 사실은 똑똑히 알려 주었다.

벌벌 떨며 빵콘하는 성체를 뒤로하고 관리인은 모든 봉투를 검사하였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실장석들이 가진 봉투에는 '자판기'로부터 빼앗은 자들로 가득했다. 일부 봉투에서는 자실장들도 몇마리 보였다. 물론 모두 독라였다.

" 그래, 내가 분명히 인간의 앞에서라도 착하게 행동하라고 한건 사실이지. 그리 많은건 바라지도 않았어. 그런데 대부분의 인간은 니네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딴짓 하는거 알면 저언혀 좋아하지 않거든? "

벌벌 떨고 있는 실장석들 앞에서 관리인은 말을 이었다.

" 인간들이 분충짓을 싫어하는거 같으면 자신의 행동을 고쳐야지 겉으로만 안 그런척하고 뒤에서는 이딴짓이나 하고다녔단 말이지..."

다시 한번 봉이 높게 공중으로 치솟았다.

" 분충은 너희말대로 '솎아내야지' 안그래? "

산책로에 다시 한번 비명이 울려퍼지며 피바람이 불었다.


독라달마로 부터 저실장들을 뽑아내던 실장석들은 모두 처단당했다. 봉투에 있던 독라달마의 자들도 전부 처리당했다. 
저기에 있는 독라달마가 봉투에 있는 실장석들의 모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겉으로 봐도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달마인 상태의 거동도 못하는 친실장에게 이렇게 많은 자를 넘겨줘봤자 또 다른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고통이 없도록 순식간에 죽여주었다. 실장석들을 몰살시킨 관리인은 뒷정리를 할 도구를 챙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눈 앞의 끔찍한 참사를 숨어서 벌벌 떨며 보고있던 친실장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끌면서까지 자신의 장녀에게 다가갔다.
장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너무 많은 자를 강제 출산한 영향으로 생명력을 한계까지 소모했다. 
겉으로는 이상할 정도로 멀쩡해 보였지만 장녀가 죽기 직전인것을 친실장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장녀를 데려가더라도 가는 도중에 장녀가 죽을것이다.
어떻게든 장녀 스스로가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버텨야만 했다. 
친실장은 장녀의 입을 가득 막고 있는 휴지를 서둘러서 빼내곤 미동도 하지않는 장녀를 흔들어서 깨웠다

" 장녀! 장녀! 정신차리는데스! 마마가 온데스! 장녀! 눈을뜨는데스! "


장녀는 최선을 다했다. 살아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장녀는 죽은 자매들의 복수를 위해 덤비는 삼녀와 무기를 맞대어 싸웠다. 
... 완패였다. 삼녀는 육녀의 말대로 괴물이 되어있었다. 
고작 자실장에 불과한 삼녀가 중실장인 자신이 전력으로 휘두르는 보검을 한손에 든 보검으로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빈 손으로 자신의 몸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정말 괴물같은 힘이었다. 주먹질 한번이 동급인 중실장의 전력을 다한 힘과 맞먹는 타격을 주었다. 잠깐 사이에 큰 피해를 입은 장녀가 다리로 삼녀는 걷어차려고 하자 번개같은 속력으로 물러나서 피하더니 그것보다 더 빠르게 다시 붙어서 자신을 공격했다.
계속 얻어맞던 장녀는 곧 자신이 삼녀의 작전에 휘말린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거리가 좁아서 양손으로 보검을 휘둘러도 제 힘이 나오지 않는 반면에 삼녀는 보검을 든 한손으로 장녀의 보검을 막고, 다른 손으로 장녀의 신체를 마음껏 때릴 수 있는 거리에 딱 붙어서 장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장녀가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삼녀는 장녀가 물러서는 속력의 몇배는 되는 속력으로 따라붙어서 맹렬히 공격했기 때문에 오히려 큰 위험에 빠질 뻔 햇다.
자신은 어떤 타격도 주지 못하고 삼녀의 구타에 큰 타격을 입은 장녀는 최후의 수단을 썼다. 
발로 걷어차서 삼녀를 뒤로 물러나게 함과 동시에 보검을 삼녀에게 던져서 시선을 돌리고, 자신은 투척과 동시에 몸으로 깔아뭉게서 삼녀를 제압하려고 하였다. 이 방법으로 삼녀를 죽이진 못하더라도 마마가 올 때 까지 묶어 둘 수는 있을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수단도 실패로 돌아갔다. 물러선 삼녀에게 던진 보검을 삼녀는 빈 손으로 낚아채서 자신의 위에 쓰러지며 덮치는 장녀의 밑에 보검을 놓고 자신은 신속히 뒤로 빠졌다

- 푸욱 -

- 테갸아아악! -

그것으로 승부는 결정지어졌다. 

너무 큰 고통과 분함에 일그러진 장녀의 얼굴과는 달리 불타오르는듯 하던 분노는 삼녀의 얼굴에서 사라졌다. 
삼녀는 그저 무심한 얼굴로 장녀의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냈다. 
팔다리가 잘리는 고통에 장녀가 비명을 지르자 기절해있던 육녀가 반응하였다.

" 레... 무슨 소리인레치 ... 장녀 오네...챠...? "

" 아.. 안되는테스! 이쪽을 보면 안되는테스 육녀! 고개를 돌리는테스! "

순간 고통도 잊고 육녀에게 처절하게 소리치는 장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제정신을 차린 육녀는 눈 앞의 광경을 목격했다.
엄격하게 오네챠들과 자신을 교육하면서도 사랑으로 소중히 대하던 장녀 오네챠가 누워 있었다. 
하지만 장녀 오네챠의 팔이 보이지 않았다. 저기 뒹구는 저것이 자신을 오네챠의 커다란 품으로 당겨서 안아줬던 팔이 분명했다. 

- 서걱서걱 -

이질적인 소리에 육녀는 시선을 돌렸다. 한 독라 자실장이 오네챠의 팔을 자르고 있었다.
이내 팔이 거의 절단되자 가볍게 뽑아서 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한 뒤 팔을 옆으로 던졌다. 그 후 독라 자실장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았다.

" 레..레...."

저 눈! 저건 분명히.... 괴물의 눈이었다! 장녀 오네챠를 달마로 만든것은 오네챠들을 전부 잡아먹은 그 괴물이었다! 그 괴물이 오네챠와 자신을 노리고 다시 집에 쳐들어왔다!

육녀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네챠는 달마가 되서 더이상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괴물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괴물은...

" 레....... 괴.... 괴물인 레챠아앗! "

- 파킨 ! -

" 육녀어어!!! "

지난번 자매들의 죽음에서 이미 큰 충격을 받은 육녀의 위석은 자신을 죄어오는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서졌다.
비통함에 소리를 지르는 장녀와는 달리 삼녀는 덤덤히 쓰러진 육녀를 쳐다보더니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 
금방 돌아온 삼녀의 손에는 비닐봉투가 들려있었다. 삼녀는 봉투 안에서 비닐 끈과 휴지를 꺼내고 장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오마에는 악마인테스! 태어나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테스! 마마와 와타시들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던테스! 오마에의 복수대상은 와타시와 차녀, 마마 아니었던테스? 왜 그 아이가 죽어야 했던테스! "

절규하는 장녀와는 달리 삼녀는 덤덤히 휴지를 말면서 말했다.

" 저 이모우토챠도 결국 마마의 자 아닌테치? 그리고 보호자가 없으면 약한 저 아이는 결국 살아갈 수 없는테치. 차라리 지금 죽는게 저 아이에게도 편한테치. "

" 이 악마..."

" 이제 좀 조용히 하는테치. "

삼녀가 강한 힘으로 장녀의 턱을 후려쳤다. 장녀가 비명을 채 지르기도 전에 삼녀는 계속해서 장녀의 턱을 후려쳤다.
이윽고 장녀의 턱은 망가져서 입을 헤 벌린 채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삼녀는 휴지를 장녀의 입 안에 몽땅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장녀의 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서 이곳저곳 만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삼녀는 손을 떼더니 못을 가지고 그 옆으로 쑤셔넣었다.

"  ~~~~~~~ ! "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장녀의 몸에 못으로 상처를 내고, 손으로 뒤적거리던 삼녀가 꺼낸 것은 장녀의 위석이었다. 
연이은 끔찍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장녀의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린 장녀는 자신이 집이 아닌 장소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녀의 시야와 몸은 무엇인가로 덮여있어서 다른것을 볼 수 없었다. 자신의 몸에 지속적으로 전해지는 진동에 장녀는 자신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걸 깨달았다.

" 읍읍읍! " (여기가 어디인테스? 아무것도 안보이는테스!)

망가졌던 장녀의 턱은 원상복귀가 되었다. 하지만 입에 가득 차 있는 휴지 때문에 장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대답이 장녀의 밑에서 들려왔다.

" 깨어난테치? 거의 다 도착했는데 잘된테치. "

" 읍읍! 읍읍읍! " (이 악마같으니! 와타시를 어디로 끌고가는테스!)

"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는테치? 와타치는 산책로로 가고있는테치. "

산책로라면... 닝겐상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다. 마마도 닝겐상한테 물건을 얻으려고 찾아다닐 때가 아니라면 평소에는 다니지 않는 곳이다. 공원을 찾아오는 닝겐상이 꼭 애호파만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와타치는 산책로의 한가운데에... 오마에를 버리는테치. "

" 으...읍? 읍읍! " ( 오마에 미친테스? 거긴 다른 오바상들도 많이 돌아다니는테스! )

장녀의 입이 막혀있어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음에도 신기하게도 삼녀는 장녀의 말을 제대로 들은듯이 대답하였다.

" 와타치의 걱정은 마는테치. 이미 공원의 어떤 오바상도 와타치를 쫒아 올 수 없는테치. 오마에를 버리고 도망가면 끝인테치. "

"  너무 슬퍼하지는 마는테치. 선물을 주는테치. 오마에도 차녀처럼 자를 낳고 싶을것인테치. 그러니까 와타치가 기회를 주는테치. "

자를 낳는다고? 자신이 달마가 된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장녀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 읍! 읍읍읍! 읍읍! 읍읍읍! " ( 안되는테스! 절대로 안되는테스! 차라리 와타시를 죽이는테스! 와타시는 자를 다른 오바상들의 먹이로 뺏길수 없는테스! )

" 오마에의 소중한 돌은 이미 와타치가 아마아마한 물에 넣어놓은테치. 오마에도 자를 가득 낳고 오바상들도 먹을것을 가득 얻고 서로에게 이득인테치. "

" 읍! 읍읍읍! 읍~! " ( 이 악마! 그만두는테스! 당장 그만두는테스!)

" 오마에가 뭐라고 해도 와타치의 결심은 바뀌지 않는테치. 그리고... 다 온 테치. "

삼녀가 허리춤에 걸어 논 칼날을 꺼냈다. 그리곤 장녀와 자신을 묶은 끈을 칼로 끊어냈다.

- 쿵! -

" 으으읍 읍! "

땅바닥에 굴러 떨어진 장녀가 고통과 절망감에 울부짖을 때 장녀의 옆에 삼녀가 서서 속삭였다.

" 이걸로 끝인테치. 작별인테치, 오네챠. "  


잠시 주변을 휘휘 둘러보단 삼녀는 이내 재빨리 뛰어서 사라져갔다.


삼녀가 떠난 뒤 장녀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던 실장석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다른 실장석과 싸우고 있었다.
그 때 멀리서 지켜보던 실장석들이 슬금슬금 장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 오마에들은 뭐인데스! 그 자판기는 와타시의 것인데스! 당장 꺼지는데샷! "

무기를 휘두르던 한 실장석이 장녀에게 다가가는 실장석들을 보고 위협을 하며 경계했다.

" 아아, 걱정하지 마는데스. 와타시는 자판기의 소유권에는 관심 없는데스. "

그 실장석은 말을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장녀의 눈을 향해 가져갔다.

" 무슨 수작인데스! 당장 와타시의 자판기에서 떨어지는데샷! "

그러나 다른 동족과 한참 싸움중인 성체실장은 말로만 위협하지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장녀는 자신의 눈으로 다가오는 나뭇가지를 공포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 읍! 읍읍! " (저.. 저리가는테스! 그걸 치우는테스!)

움직일수 없는 몸으로 부질 없는 저항을 하는 장녀를 성체 실장은 가볍게 나뭇가지를 휘둘러 장녀의 오른 눈 윗부분을 그었다.

흐르기 시작한 피가 아래로 흘러내려 장녀의 오른 눈을 덮기 시작했다.

" 읍! 읍! "(안되는테스! 안되는테스!)

장녀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장녀의 오른눈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삼녀와 싸우느라 모든 체력을 소모한 장녀는 배에 느껴지는 격통에도 총구에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다. 성체실장은 장녀의 총구쪽으로 가서 자신이 가진 비닐봉투를 벌렸다. 그리고

" 텟테레~! x3 "

우렁찬 소리와 함께 장녀의 자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성체실장이 미리 벌려둔 봉투에 안착한 자들은 태어나자마자 지면의 얼룩이 되는 사태는 면했다.

" 마마!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한테치! "

" 마마 만나서 반가운테치! 와타치는 마마의 말을 잘듣는 아이가 되는테치! "

" 감사한레치 마마! 와타치도 오네챠들을 도와서 마마의 일을 돕고 싶은레치! "

자신의 마마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 테.. 마마? 할짝할짝 안해주시는테치? 와타치 점점 몸이 굳는거 같은테치. "

" 마마! 굳으면 와타치 우지챠가 되어버리는테치! 우지챠는 마마가 말해도 잘 이해도 못하는테치! "

" 레에엥! 마마 와타치 마마의 말 더 잘듣는레치! 와타치 우지챠가 되기 싫은레치! 할짝할짝 해주시는레치 마마! "

자들은 자신의 위에 보이는 성체실장에게 애원하였지만 성체실장은 그저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장녀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말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저 아이들은 매우 착한자이다. 
그런데 그 착한 아이들이 점막이 굳어가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는데도 마마인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테에엥! 테에엥! 테.... 레후? "

" 싫은테치! 싫은!... 싫은게 뭐인레후? "

" 레에엥! 살려... 그런것보다 프니프니해주는레후. "

태어난 장녀의 자들이 전부 저실장으로 퇴화해버리자 성체실장은 장녀의 얼굴로 다가가서 눈에 묻은 핏물을 닦아주었다. 자신의 자에게 벌어진 비극에 소리도 못내고 절규하던 장녀가 의아해했다.

( 끝난...테스? )

그런 기대감도 잠시, 돌아서서 가는 성체실장은 자신의 뒤의 성체실장에게 말했다.

" 와타시는 용무를 마친데스. 볼일 보는데스. 아 잠시, 한가지 잊은거 같은데스. "

다시 몸을 돌린 성체실장은 장녀에게 다가갔다.

- 부욱! 부욱! -

- 찌익! 찌익 찌익! -

" 후, 이제야 자판기에 걸맞는 모습을 가진거 같은데스. 이제 마음껏 쓰는데스. "

" 데프프 고마운데스. "


( 테갸아아악! )


장녀의 고통은 끝이 없었다.  한 성체실장이 눈의 피를 닦아주고 돌아가면 다른 성체가 눈에 다시 상처를 만들어 피로 물들였다.
수 많은 자들이 사라져갔다. 자신이 품에 안아주지도, 마마라고 말도 못꺼낸 자들이 오바상들의 비닐봉투에 담겨 사라져갔다.
장녀의 눈 앞에서 자를 먹어 치운 성체들도 몇몇 있었다.

" 무서운레후! 마마 어디있는레후! 살려주는레후! 레벳! "

" 데챱데챱, 역시 갓 낳은 우지챠가 우마우마한데스! "

어떤 성체실장은 태어난 자들 중에서 자실장의 점막을 정성껏 제거해주었다


" 테에엥! 테에엥! 무서웠던테치 마마! 앞으로 마마의 말 잘 듣는테치! "

뒤에서 대기하던 다른 성체실장이 물어보았다.

" 오마에는 자실장을 먹을것인데스? 갓 낳은 우지챠가 제일 맛있는데스, 다른 자들은 맛이 좀 떨어지는데스. "

" 텟? " 자신을 잡아먹는다는 말에 자실장이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팬티가 녹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실장을 핥아준 성체는 고개를 저으며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 아닌데스. 와타시는 먹으려고 핥아준게 아닌데스. " 말을 하며 성체실장이 자실장을 보자 자신을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손길에 안도했는지 눈을 감고 그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말을 듣던 장녀도 안도하였다. 
비록 자신에게서 자를 빼앗아 간 오바상이지만 혹시나 자신의 자로 삼기 위해 데려간것 일지도 모른다. 
자를 다른 실장석에게 뺏기는건 너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잡아먹히거나 우지챠가 되어서 잠재적인 식량으로 살아가는 다른 자들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행복회로가 돌아가고 있을 때 였다.

- 부욱! 부욱! -

- 찌익! 찌익! -

" ...테 ? "

멍해진 자실장과 장녀의 귀로 성체실장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 노예였던데스? 와타시는 오마에가 저걸 자로 삼는거 같았던데스. "


" 정신이 나간데스? 어느 실장석이 남의 자를 자신의 자로 삼는데스? 저건 집에서 노예로 쓸려고 챙긴것인데스."

" 데프프, 맞는데스. 그런 정신나간 생각을 하는 실장석이 어디있겠는데스? "

" 테챠아아아! "

" 읍!읍! (테갸아아악!)


장녀의 괴로움은 끝나지 않았다. 눈 앞에서 수 많은 자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두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괴로워서 파킨하고 싶었지만 죽지도 못했다. 그 괴물의 말대로 자신의 몸에 없는 소중한 돌씨는 장녀의 끝없는 고통에도 불과하고 멀쩡한듯 하였다. 이 상황을 좋아하는 것은 죽지도 않고 계속해서 쌩쌩한 장녀를 보고 " 오늘은 운이 좋은데스우 " 하면서 부지런히 장녀의 자들을 챙기는 성체실장 들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실장석이 장녀에게서 몸을 돌렸다.
드디어... 끝났다. 수도 없이 상처입은 장녀의 정신에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장녀는 눈을 감고 그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것을 느낀 장녀가 눈을 떴다. 
제일 먼저 자신의 자를 빼앗아간 그 오바상이 자신 앞에 서 있었다.

" 데뎃? 오마에 뭐인데스? 제일 처음에 받지 않았던데스? " 다른 실장석이 따져 물었다.

" 와타시는 순서를 잘 지킨데스. 전부 순번이 한번 돌아서 와타시의 차례가 다시 온데스. 그렇지 않은데스? "

장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끔찍한 말을 겨우 이해한 장녀의 정신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체실장의 대답에 잠시 멍하던 주변의 실장석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이 초승달모양의 눈으로 변했다.

" 데프픗, 그런데스. 순서만 잘 지키면 아무 문제 없는데스. "

" 그럼 다시 줄서는데스. 와타시는 차례를 잘 지키는데스. "

" 읍읍~읍! " (그만두는테샤아아앗!) "

장녀의 들리지 않는 절규가 공원에 가득 울려 퍼졌다.


입에서 휴지를 제거한 뒤에도 깨어나지 않는 장녀의 모습에 흘린 친실장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더니 장녀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로기 상태였던 장녀는 서서히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테.....마....마? "

" 오로롱! 그런데스! 마마인데스! 장녀 ,힘든것은 아는데스! 아픈것은 아는데스! 집에갈때까지만 버티는데스 장녀! "

" 마마가 아마아마한 물을 구해온데스! 집에만 가면 장녀도 멀쩡히 살아날 수 있는데스! "

친실장의 말에 장녀는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소중한 돌씨가 없는 지금도 알수 있었다. 자신은 이미 한계였다. 
그것보다 마마에게 반드시 전해야 될 말이 있었다. 장녀는 힘겹게 얼굴을 들어 친실장에게 말하였다.

" 마..마....하...할..말 "

단 한마디만.. 한마디만 전하면 되는데...


" 그만 말하는데스! 집에 돌아갈 때 까지 정신 바짝차리는데스! "

" 소용....없.... "

힘겹게 말을 뱉던 장녀가 입에서 피를 뿜었다.

" 장녀! 장녀! 정신차리는데스! 장녀! "

피를 뿜은 장녀는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게 느껴졌다. 몸에 힘이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이 말을 마치면 자신은 죽을것이다.

" 마마, 죄송한테스. 와타시도 귀여운 자들을 키워서 마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테스. "

" 하지만 무리인테스. 와타시는 한계인데스. 그것보다 마마, 전할말이 있는테스. "

" 괴물이 마마를 노리고 있는테스. 조심하는테스, 괴물이 마마를.... "

말하던 장녀의 얼굴이 힘을 잃은 채 뒤로 꺾였다. 친실장이 황급히 장녀의 눈을 살폈다. 장녀의 눈은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 자....장녀... "

가장 믿음직했던 자신의 분신, 가장 자신을 잘 따르던 아이. 듬직하게 성장하여 마마를 열심히 돕던 그 아이가 품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친실장은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 오로롱! 오로롱! 오로로로롱! "

실장석 처리용 대형봉투와 집게와 청소도구를 챙기러 자리를 비웠던 관리인이 마침 자리에 도착했다.

" 참나, 그사이에 또 분충이 한마리 기어 들어왔네. "

한숨을 내쉰 그가 씻어 온 허리춤의 봉을 다시 꺼내서 내려치려고 해도 실장석은 아무 반응도 없이 계속 울고만 있었다. 
관리인의 눈에 그제서야 친실장의 품에 안겨 혀를 빼물은 채 죽어있는 독라달마가 눈에 들어왔다.

" 너 혹시 그녀석이 너의 자식이냐? "

질문하는 관리인에게 대답도 하지 않고 친실장은 장녀를 품으로 더 당겨서 끌어안고 소리 없이 울기만 하였다. 

" 하아... 이런거까지 죽이면 기분도 찝찝하고.. "

머리를 긁적인 관리인은 봉을 다시 집어 넣고 봉투에 집게로 죽은 실장석들을 하나하나 담기 시작했다. 
친실장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관리인이 말했다.

" 아무리 똥벌레라고 해도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를 같이 자식에게 보내기도 좀 그렇지, 가봐라. "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친실장은 죽은 장녀를 품에 안은 채 관리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나기 시작했다. 그 때

" 야, 잠깐. "

"... 데스우? "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을 삼킨듯 관리인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두어번 그러더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너희 동족이 오늘 저지른건 큰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몇 명 본거같고. "

" 그러니까... 반드시 구제가 일어날꺼다. 죽은 자식 따라 가기 싫으면 알아서 도망가라. "

" 관리인상 감사한데스... "

링갈이 없는 관리인은 손을 휘휘 저으며 가라는 시늉을 했다. 친실장은 다시 몸을 돌려 떠나갔다.

" 아, 이거 똥벌레한테 구제가 일어난다고 괜히 말한거 아닌가. 다른 놈들한테 말하고 다니면 되게 귀찮아질텐데.. "

" 불쌍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말해줬네... 젠장, 하던 일이나 얼른 마치자." 

관리인은 투덜거리며 산책로에 일어났던 참사의 흔적을 지워가기 시작했다.


장녀를 마지막으로 땅에 자들을 묻어주는 일을 마친 친실장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이 썰렁했다. 항상 옆에서 있던 자들의 빈자리가 친실장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만 해도 든든한 장녀와 차녀가 있던 그곳, 오일전만 해도 자실장들이 즐겁게 뛰어놀다가 장녀에게 꾸중을 들었던 그 곳, 자신에게 애교부리며 사랑을 원했던 엄지가 머물던 그 장소에는 이제 ... 아무도 없었다.

마마가 자신에게 말했었다. 자들은 마마에게 너무나 큰 행복이라고. 자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마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 태어난 장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을 때 얼마나 큰 행복을 느꼈는지 모른다.
몸은 힘들었어도 언제나 자들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자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자들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 마마, 너무 힘든데스. 와타시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데스? '

언제까지고 미동조차 하지 않고 앉아있던 친실장의 귀가 파닥거렸다. 봄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틈을 멍하니 바라보던 친실장은 무언가에 홀린듯이 밖으로 나갔다.



그날 저녁 주민회가 긴급히 소집되었다. 공원에 구제가 필요하다는 안건이 주제로 상정되자 격렬한 논쟁이 오고 갔다.
애호파들은 기를 쓰고 반대하고 학대파도 은연중에 반대의 의사를 표하였다. 반면에 가끔 공원 밖으로 나오는 실장석이나 공원의 실장석이랑은 전혀 상관 없지만 도시에 살아가는 실장석에 의해 자잘한 피해를 보아오던 사람들은 기회가 찾아 온 김에 구제를 할 것을 강력히 원하였다. 

그 때 나선것이 그 유력자였다. 
철저한 무관심파였던 그에게 부친이 기증한 땅에 만들어진 공원에 실장석들이 바글거리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었으나, 구축된 하나의 생태계를 굳이 파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귀가한 아들이 전해준 참상을 전해들은 유력자는 구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회의에 참석했다.
실장석은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는 작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의, 특히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것이 하등 없는 유해조수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유력자는 비록 실장석을 박멸시킬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런 일이 발생한 공원에 있는 실장석은 구제해서 다신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다른 아이들도 그 참상을 목격했다는 부모들의 증언이 더해졌다.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서라는 부모들의 진심에 애호파도 학대파도 설득되었다.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공원의 구제가 결정되었다.

어느 누구도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이 정확히 그 시간에 산책로를 지나가다 사고를 목격했는지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
.

이른 아침, 모자를 쓴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흰색이 적지 않은 세월을 지내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을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실장석일가가 보고 다가왔다.
자실장 한마리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닝겐상, 안녕하신테치? 혹시 푸드가 있으시면 와타치타치에게 주시면 안되는테치? "

" 미안하구나. "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 아쉽게도 나눠 줄 것이 없단다. " 남자는 양손을 펼쳐 아무것도 가진게 없음을 자실장에게 보여주었다.

실망으로 고개를 숙인 자실장을 남자가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다음에 만났을 때 가지고 있다면 그 때는 주도록 하마, 그러니 풀 죽지 말고 씩씩하게 지내렴. "

" 감사한테치 닝겐상! "

성체실장은 자신의 자에게 부드럽게 대답해주는 남자를 보고 기이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성체실장은 자신의 자를 두 손으로 들어서 남자에게 내밀었다.

" 테에? 마마? "

" 닝겐사마, 와타시의 자를 사육실장으로 삼아주시는데스. 말 잘듣고 귀엽고 씩씩한 자인데스. "

" 테에? 와타치 사육실장이 되는테치? "

남자는 난처하다는듯이 성체실장을 보며 말했다.

" 그것도 안되겠구나, 집사람이 실장석을 키우는걸 싫어하거든.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보거라. "

" 데에에, 알겠는데스. 방해해서 죄송했던데스. "

" 테에에, 와타치 사육실장 못되는테치? "

기대에 반짝거리던 자실장의 기운이 한 풀 꺽였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다독여주었다.

" 장녀는 착한 자이니 언젠가 장녀를 길러 줄 닝겐상을 만날 수 있는데스. 그것보다 닝겐상한테 인사하는걸 잊지 않는데스 장녀. "

실장석 모녀는 남자에게 인사하고는 저편으로 사라졌다. 
조금 전에 도착해서 이를 보고 있던 젊은 남자가 남자의 옆에 앉으며 물어봤다.

" 팀장님 애호파셨어요? 미쳐 몰랐는데요. "

" 애호파는 무슨, 어차피 다시 들릴 이유도 없는 공원이니까 좋게 넘어가려고 말로 한거지. "

" 전 아무리 그래도 저 더러운 똥벌레들을 손으로는 못 만질꺼 같은데요... 으으. "

" 장갑을 끼고 있었잖나, 그리고 이제 그 더러운 똥벌레를 신나게 만져야 될텐데 앓는소리는... 그래서 준비는? "

" 동문을 마지막으로 공원의 전 출입구를 봉쇄 완료했습니다. 이제 시작하면 될거 같습니다. "

" 좋아, 그럼 안내실가서 방송 한번 하고 10분 뒤에 시작하자고. 그 전에 브리핑하게 북문 앞으로 집합하라고 해. "

잠시 후 10분뒤에 구제가 진행될 예정이니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퇴거를 요청하는 방송이 공원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한 곳에 모였던 사람들도 브리핑이 끝난 후 장비를 챙겨 각자 맡은 구역으로 흩어졌다.

구제의 시작이었다.


삼녀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귀를 막고 미리를 숙인 채 혼자서 벌벌 떨면서 숨어 있었다. 
공원 사방이 동족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사방에서 동족들의 생명이 꺼져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구제는 실장석에게 있어 너무나 큰 재앙이었다. 공원의 어떤 실장석도 구제를 경험한 실장석이 없었다. 
기껏해야 소수만이 마마나 마마의 마마로부터 구제가 시작되면 무서운 하얀악마들이 모든 실장석들을 죽이고 다닌다는것을 지식으로만 전해들었기에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재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귀여워해 주던 인간들이 돌변해서 동족을 죽이는 것에 항의하던 용감한 실장석들이 가장 먼저 죽었다.
도망가도, 맞서 싸워도, 목숨을 구걸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얀악마들은 묵묵히 봉을 휘둘러 실장석들을 바닥의 얼룩으로 만들었다.

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어미들의 노력이 헛되이 짓밟혔다.

" 저리 꺼지는데스! 와타시의 자들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는데스! 당장 꺼지는... 데벳! "

" 마..마마! 마마! 치벳! "

" 우지챠라도 도망치는레치! 우지챠라도 살아야... 치벳! "

" 무서운레후, 마마도 오네챠도 전부 죽은레후! 우지챠는 오네챠의 유지를 이어서 살아야 하는... 레벳! "

무자비한 도살자에게 애교를 부리는 동족들도 죽어갔다.


" 테..테츙♡ 하얀악마씨는 와타치의 애교를 보고 와타치의 가족을 살려주는 테츙♡ "

" ...... "

' 잘하고 있는데스. 장녀! 조금만 더 하면 악마도 메로메로할것이 분명한데스! 와타시가 결정타를 날리는 데스! '

" 데스웅~♡ 악마상은 와타시의 살인적 매력에 빠지는 데스웅~ 악마상의 두꺼운 마라로 와타시와 함께 흑발의 자를 낳는 데스웅♡ "

" 아 x발, 더는 x같아서 못들어주겠네! "

- 후웅! -

" 치벳! "

" 자...장녀! 무슨 짓인데스! 사랑스러운 장녀를.. "

- 덥썩 -

" 너 이x같은 새끼!, 너같은 놈한테서 자란 니 자식은 불쌍해서 곱게 죽여줬다. 넌 곱게 못 죽을줄 알아라! "

" 데...데스웅? "

" 막내야, 적당히 하고 와라. "

" 네, 가자 이x끼야, 니가 원하는 대로 이 두꺼운 봉으로 니 몸을 열심히 뚫어주마. "

" 데...데갸아아악! "

가족애가 강대한 폭력 앞에서 덧없이 무너졌다.

" 자... 자는 또 낳으면 되는데스! 와타시만 살면 자는 얼마든지 나을 수 있는데스! "

" 마마! 와타치타치를 버리지 마는 테... 치벳! "

" 똥마마! 저주하는테챠앗! 테벳! "

" 오네챠 우지챠를 놓고 가지 마는... 레벳! "

" 우지챠따위는 필요 없는레치! 고귀한 와타치가 죽으면 전 우주의 손해인레치! 와타치는 살아야.. 치벳! "

" 데..데헥... 해낸데스! 와타시는 살아남은데스! 와타시에게 욕이나 하는 똥같은 자들은 필요 없는데스. 위기를 벗어나면 말 잘듣는 자들을 낳아 공원을 가득 채... 데벳! "

기쁨과 행복의 노래로 가득 차있어야 할 공원에 오로지 공포와 죽음의 기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 ... 끝난 테치? " 

사방에서 들리던 동족의 비명소리가 멎었다. 삼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공원이 이질적으로 고요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학대파가 찾아온 밤도 이것보다는 훨씬 시끄러웠다. 

이런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바란것은 이게 아니었다. 
공원의 동족들이 미웠던것은 사실이다.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없게 된 이후에도 동족들은 독라인 자신을 멸시하고 지나가는 뒤에서 수근거리며 비웃었다.
동족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본 삼녀는 달마가 된 장녀를 동족이 많이 지나가는 길에 놓으면 반드시 큰 싸움이 일어날 것임을 알았다. 장녀에게 복수하는 김에 동족들간의 큰 다툼을 일으켜서, 친실장이 장녀를 구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친실장의 방비에 틈을 만드려고 했었다. 그리고 자신을 멸시하는 동족들이 닝겐상에게 크게 혼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닝겐상들을 불러들였다. 

" 오네챠가 나쁜 오바상들한테 붙잡힌테치! 와타치도 독라가 되서 간신히 도망간테치! "

" 와타치는 마마를 찾는테치! 닝겐상 제발 오네챠를 구해주는테치! "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닝겐상들 앞에 나타나서 다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반복하고 자신은 숨어서 지켜보았다. 계획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지 않았다. 닝겐상들은 삼녀의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다. 난동을 일으킨 오바상과 자들을 전부 죽인것도 모자라서 다음날에 하얀 악마들을 공원에 불러들였다. 마마한테 지식으로만 배웠던 '하얀악마'는 그 어떤 학대파보다도 무서웠다. 어떤 애원도, 어떤 희생도 소용 없었다. 그저 다같이 얼룩이 되어 사라져갔다.

떨고 있는 삼녀는 땅이 살짝 울리는 것을 감지했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이곳에 다가오고 있다. 삼녀는 조심스럽게 풀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주위를 살폈다.
저 멀리서 하얀악마 둘이 삼녀가 있는 곳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삼녀가 풀 하나도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몸을 숨겼다. 곧 하얀악마 둘이 삼녀의 집이 있는 화단 앞에서 멈췄다. 


" 잠깐 여기서 쉬었다가 가지. "

말을 꺼낸 남자가 상체가 드러날 때 까지 보호복을 벗으니 땀에 절어있는 중년의 남성이 드러났다. 옆의 남자도 보호복을 벗으니 얼굴에 장난기가 있는 청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 그래, 일은 좀 몸에 맞는거 같나? "

" 그럼요, 아주 좋습니다. 일하면서 저 똥벌레들도 합법적으로 괴롭히고 일석이조인걸요. "

나이 든 남자는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 안그래도 2팀장이 말하던데 구제중에 자네의 심기를 건드리는 분충을 마주쳐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면서? '

" 오늘 일은 그리 힘든일이 아니었으니 2팀장도 허락해 주었겠지만, 바쁜 날엔 그렇게 한명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다른이들이 그만큼 감당해야 할 작업량이 늘어나니 자제하도록 해주게. "

" 에이, 선배들한테도 허락 받은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정이 바쁜 일이었으면 저도 당연히 안그랬겠죠. 제가 일과 취미도 구분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

" 으이구, 말이나 못하면... "

잠시 고개를 젓던 장년의 남성은 청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자네가 즐기는 취미가 일의 동기부여가 되는건 좋은 일이네만, 너무 그것에 몰두하지는 말게나. 자네가 말하는 그 '선배' 중에도 그런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하나? 2팀장 그 친구만 하더라도 자네만 할 때는 그렇게나 날뛰던 친구였어. "

" 네? 그렇게 기계적으로 똥벌레를 잡으시던 분이요? 전 2팀장님이야말로 구제의 정석 그 자체인 분이신거 같았는데요. "

" 질린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감흥도 못 느끼는 걸지도. 살아있고 대화까지 가능한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힘든 일이야. 자네같은 취미가 없던 사람 중에는 첫 일을 나가서 가족을 지키겠다고 목숨을 거는 어미와 그 자식들까지 통째로 죽이는 일을 몇번 반복하더니 더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지. 몇몇은 실제로 그만둔 사람도 있었고... 뭐 남은 사람들은 물론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냥 무심히 처리하지만 말이야. "

" 반대로 자네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 중에는 어느순간 일을 그만두고 나간 사람들도 종종 있었어. 아마 일에서 이제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해서 그런것 같네만... 그러니까 자네도 너무 취미에만 집중하지는 말게나. 만약 자네가 그 '취미'에 질려서 그만두게 되면 일도 잃고 취미도 잃어버리게 된 자네에게도 손해 아니겠는가. "

" ... 이거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였군요.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

짧은 대화를 마친 두 남자는 화단에 걸터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그러던 중 젋은 남성이 궁금한것이 생각났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 그런데 이번 일은 상당히 의외로군요? 보통 구제는 가을의 막바지에 하지 않나요? 지금같은 번식기에는 공원을 통째로 구제해봤자 다른곳에서 한 두마리만 슬쩍 들어와도 금방 수가 늘어날텐데요. 그리고 단순히 번식기라기엔 똥벌레 숫자도 너무 많구요. "

" 이 공원은 그 애호파인가 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강한 공원이지. 약 2년전인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분충성이 높은 개체를 일시에 제거한 뒤로 틈틈히 분충성이 높은 개체가 나오면 제거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실장석이 많을 수 밖에. "

" 그 사람들은 진짜로 이런 방식으로 양충만을 남길 수 있다고 믿는데요? 이런놈들 전 많이 봤다구요. 사람 앞에선 예의 바른 척, 사이 좋은 척 하면서 사람이 없을 땐 평소에 눈치보느라 못챙기는 몫까지 단단히 챙기려고 들죠. 완전 질 나쁜 똥벌레에요. "

" 자네 말이 맞네. 그러니까 이번에 구제가 신청된거지. 진짜로 개념개체만 남아 있었다면 사람들이 분충까지 보이는대로 솎아내 주는 환경에서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일도 없지. "

눈살을 찌푸린 남자가 말을 이었다.

" 애시당초에 단 한번이라도 인간의 손길이 닿았던 실장석은 인간의 도움 없이 야생에서 살아가는게 거의 불가능해. 그런 생명체의 특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단지 자신들만 좋다고 먹이와 생필품을 뿌리지. "

" 그런다고 직접 기를 책임감도 없어. 직접 기른다면 신경써야 될 것이 많이 늘어나거든. 정말이지 이기적인 사람들이야. 만약 그들이 신경쓰는 만큼 직접 기르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가 해야될 일 대부분이 없었을걸세. "

" 대신 저희는 실업자가 되있었겠죠? 뭐 확실히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뒤를 정리하는 저희도 있는거겠죠. "

" 그래도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언제나 반복될 뿐이야. "

" 그건 ... 그렇죠. 참, 소식 들으셨어요? xx도시 아시죠? 거기에 이번에 공원의 들실장들을 시에서 예비 사육실장으로 관리해서 원하는 사람들한테 분양하는 계획을 진행중이라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 그 젋은 시장이 주도하는 계획말인가? 뭐... 계획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는 몰라도 난 그게 다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남자 보기보다 무섭고 철저한 사람이야. 노리는건 따로 있을걸. "

" 흐음..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신가보죠? 뭐 그런 어려운 일까지는 잘 모르겠고... 들실장을 예비 사육실장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리라 보세요? "

" 가능은 할걸세. 하지만 성공은... 못하겠지. "

" 왜요? 그렇게 철저한 사람인데도 실패한다고 생각하세요? "

"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섭고 잔인하거든. 그렇게만 이해하면 되네. "

말을 마친 장년의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 자, 이제 슬슬 다시 움직이자고. 오전중에 돌아다니는 실장석들은 거의 다 박멸했으니 이제 돌아다니면서 골판지 치우고 운치굴 메꾸면서 남은 소수의 실장석이랑 녀석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을 제거해주면 오늘 일은 마무리다. "

" 오늘 일은 쉬울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간단하네요. 위석탐지기 같은 장비랑 사후관리는 없나요? "

" 그런건 큰 구제업체에나 있는 장비지. 그거 운영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 개인이나 사용하는 소형 탐지기로 공원을 다 뒤진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그랬다간 몇 일을 일해도 시간이 부족해. "

" 게다가 우리 회사는 인원이 다섯팀 밖에 없어. 여기에 두팀이 나와있고 다른 현장에 두팀이 나가있고 한팀은 회사에서 대기중이지. 몇일동안 공원 주위를 경계하면서 유입되는 실장석까지 막는 고급 서비스를 하려면 적어도 인원이 배는 되야하지. "

" 그리고 오늘은 그렇게 철저하게 안해도 되니까. 이 공원의 실장석들은 사람의 손길에 너무 익숙해서 자신에게 닥친 위험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간단히만 해도 끝나지. 만약 구제가 자주 일어나는 공원이라서 베테랑 실장석을 잡아야 된다면... "

말을 하던 장년의 남성은 팔을 옆으로 휘둘러 베는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 이런 화단의 풀까지 제초하고 철저히 제거해야지. 그거 허가 받으려면 적어도 삼일 전에는 해야 돼. 갑자기 결정된 구제에 그런게 가능할 리 없지. " 

대화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순간 풀숲이 살짝 흔들린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전 갑작스럽게 구제가 결정된거에 감사해야겠네요. 첫 일이 쉬운일이니까요. 읏차. 그럼 가보실까요? "

청년이 일어나서 기지개를 편 다음 두 사람은 화단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 이 실장석들은 오늘의 학살을 불러들인게 자신들을 아껴주던 그 애호파들이란걸 알까요? 회의 내용이라도 녹음되어 있으면 틀어줘서 반응이라도 보고 싶은데. "

" 내 말을 좀 새겨듣게. 자네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런식으로 생명을 막 다루면 자네에게도 분명히 마음의 상처가 생긴다니까. 그리고 일하는 중이네. 좀 들뜬 마음을 자제하게. "

" 네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에 화단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오직 조금씩 흔들리는 풀숲이 생명체가 존재함을 알리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작업이 재개되었다. 구제팀들은 공원을 샅샅이 뒤지며 남은 실장석들을 찾고 있었다.
남은 실장석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만큼은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 차녀, 빨리 따라오는데스! 시간이 없는데스! "

" 마마! 다른 이모우토챠들은! 오네챠는! "

" 다른 자들은 겁쟁이인데스. 지금 살려면 최대한 공원을 빨리 빠져나가야 되는데스! 서두르는데스! "

한 성체실장이 한마리의 자실장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신을 쫒아오지 못하는 자실장의 모습에 친실장은 자실장을 품에 안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마마의 품에 안겨서 안도하는 자실장은 달리기 전에 마마가 집을 쳐다보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집에서는 자실장 여러마리가 집을 버리고 도망가는 마마와 오네챠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마에게 버림받았다며 우는 이모우토챠들을 달래던 장녀의 시선이 성체실장과 마주쳤다.

' 장녀... 잘 살아야 하는데스. '

' 마마... 안녕인테치. '

고개를 돌린 뒤 두번 다시 뒤돌아 보지 않고 계속 달려가던 성체실장은 품에 안긴 차녀에게 공원에서 빠져나가야 된다고 끊임없이 소리내어 말하다가 구제요원의 손에 걸려서 차녀와 함께 얼룩이 되었다.

자신이 살 가능성이 없음을 깨닫고 자를 살리기 위해 많은 실장석들이 희생하였다. 그들은 자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집 안에 숨겨 놓은 채, 밖에서 도망다니며 인간을 피해 달아다는 연기를 하다가 죽었다. 
일부 비정한 실장석들은 남은 자들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자를 자신과 같이 도망치는것으로 속여 자신과 함께 희생시켰다.
가장 똑똑하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자에게 진실을 말해준 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인간을 마주치면 자도 버리고 도망치는 분충을 연기하던 그들이 받은 대가는 죽음이었다. 죽음의 그 순간, 그들의 표정은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자들만큼은 살아서 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속으로는 안도하며 최후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들이 몰랐던 사실은 그들의 행동이 인간들에겐 수 없이 보아온 것이었고, 그들의 생각도 인간이 생각하는 범주 안이라는 것이었다.

" 테끄윽... 테끄윽.. 마마, 와타치타치 반드시 살아남는테치. 살아남아서 공원을 와타치타치의 자로 가득 채우는테치! "

" 이모우토챠, 슬픈건 알지만 그만 우는테치. 다른 이모우토챠들도 또 울려고 하는테치. 와타치타치는 조용히 숨어있어야 하는테치. "

" 테끄윽... 그런테치.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용해야 하는테치. "

골판지 안이 적막으로 휩싸였다. 여전히 밖에서는 동족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자매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불안을 달랬다.
그러다가 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집으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자매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 집은 마마가 지은 무적의 집이다. 어떤 무시무시한 오바상도 집을 뚫지 못하고 화를 내며 돌아갔다. 이번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 쾅! -

한 순간이었다. 굉음과 함께 집의 윗부분이 날아갔다. 정신을 못차리던 자실장들의 눈에 커다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 하.. 하얀악마인테치! 어째서인테치! "

" 지.. 집이 부서진테치! 이럴 수 없는테치! 마마가 만든 무적의 집인테치! "

" 그럴 때가 아닌테치! 얼른 도망가야 되는테치! 일가실각인테치! "

공포에 질린 자매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 문을 막고 있는 인간이 뻗어오는 죽음의 손아귀 앞에서 어린 자실장들은 너무나 무력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짧은 순간에 덧없이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그렇게 성체실장들의 희망은 곧바로 마마를 따라갔다. 일부 멍청한 자실장들은 마마가 자신을 속였다면서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마마를 도리어 저주하며 죽었다.

집을 버리고 숨어있던 실장석들도 구제의 마수를 피하진 못했다. 
일부는 소중한 집과 살림들이 인간의 손에 파괴되는걸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가 살림살이보다도 먼저 파괴되었다.
소중한 재산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피눈물을 흘리며 견디던 나머지 실장석들도 살아남지 못했다. 
불안에 떠는 자들을 달래주던 성체실장들은 스스로는 최대한 조용하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실장석의 목소리는 인간의 귀에 아주 잘 들릴만큼 컷기 때문에 구제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운치굴도 낱낱이 파헤쳐졌다.
다른 공원과는 달리 구제라는 것이 오랫동안 없었던 탓에 어떤 실장석도 운치굴에 숨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운치굴에 있는 것은 다른 실장석의 자였건 자신의 자였건 상관 없이 노예만이었다.
물론 그들도 구제를 피할 수는 없었다.

- 쾅! -

" 테챠아아앗! 치벳! "

" 레챠아아앗! 레에엥! 레벳! "

- 콰직 -

" 데갸아아악! "

- 부웅! -

" 데벳! "

한 구제요원이 골판지를 강하게 걷어찼다. 집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던 성체실장의 자들은 비명과 함께 짧은 자유비행을 마친 후 지면에 떨어져 얼룩이 되었다. 온 몸의 뼈가 박살난 채 간신히 목숨을 구했던 성체실장은 이어지는 구제봉의 일격에 자들을 따라갔다.
뒤따라 오던 다른 요원이 골판지와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는 사이에, 집을 걷어 찬 구제요원은 골판지가 있던 자리에 파여진 구멍을 내려다 보았다. 
한 독라자실장이 필사적으로 기어올라 굴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굴을 빠져나온 독라는 자신을 바라보는 요원에게 팔을 흔들며 말하기 시작했다.

" 닝겐상 감사한테치! 드디어 남.. 아니 주인님이 와타치를 구할 사람을 대신 보내주신테치! "

구제요원은 손에 독라를 올린 뒤 이곳 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 요원의 행동과 상관 없이 독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공원은 너무 끔찍한 곳이었던테치! 처음 보는 무서운 오바상이 와타치를 마구 때린테치! 남... 아니 주인님이 주신 세레브한 옷을 와타치를 협박해서 강제로 뺏어간테치! 그것도 모자라서 와타치를 독라로 만들어버린테치! "

" 와타치를 노예라고 매도하면서 괴롭힌테치! 오바상의 운치같은 자들도 와타치를 괴롭힌테치! 와타치가 강제로 낳은 와타치의 자들을 먹어버린테치! "

요원은 독라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으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 그 오바상도 어느날 오바상의 집을 찾아 온 다른 무서운 오바상한테 쓰러진테치. 운치같던 자들도 와타치와 같이 전부 무서운 오바상의 집으로 끌려간테치. 그 무서운 오바상은 와타치의 옷을 입고 있던 운치같은 자실장을 잡아먹은테치! "

" 그 무서운 오바상이 ' 데에에, 오늘도 밥을 못 구한데스. ' 라고 하는 날 마다 운치같은 자들을 한마리씩 꺼내서 잡아먹은테치! 이제 와타치만 남아서 무서워서 벌벌 떨고있었던테치! "

" 하지만 주인님은 와타치를 잊지 않은테치! 주인님에게 와타치를 데려가는테치! 다시 행복한 생활이 시작되는테치! "

한참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요원은 손 위에서 신나게 떠드는 독라를 땅에 내려 놓았다. 독라는 혹시 자신을 두고 돌아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겁먹어서 요원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 .., 테치? 아.. 알겠는테치. 걸어서 주인님을 만나러 가도 좋은테치. 이제 주인님이 계신곳으로 가... "

구제요원은 무심하게 계속 떠드는 독라를 발로 짓밟았다.

" 지잇! "

" 어라? 그거 사육실장이었잖아요. 그렇게 막 죽여도 되요? " 잔해 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다른 구제요원이 물어봤다.

" 꼴을 살펴봤는데 운치굴이 쳐박힌지 한참 된 놈이야. 그리고 목 뒤와 발에 있는 바코드도 상당히 희미해져있어. 주인도 죽었다고 생각할껄? "

" 혹시나 해서 사육실장 수배 사이트에서 검색해 봤는데 딱히 없더군. 어쩌면 주인이 내다 버린걸지도 모르겠어. "

" 대단하시네요 선배, 잠깐 사이에 그걸 다 체크하신건가요? "

" 규정상으로 링갈을 키고 구제하는 이유가 만에 하나 실종된 사육실장을 발견하는 경우를 상정해서니까 귀찮아도 해야지. 물론 실제로 멀쩡한 상태로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어. 찾은 사육실장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 "

" 본인이 사육실장이라고 주장하는 똥벌레는 본보기를 보여주고요? "

" 이제 그런것도 귀찮아 ... 어차피 반응이 다 비슷비슷하다니까? " 

그 때 선배라고 불린 남자가 허리에 걸어둔 무전기에서 장년의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청소는 마무리 된거 같으니 집합하도록. 모여서 분사기 배분 받고 정리작업 들어간다.  "

그 말을 들은 선배요원은 바닥을 내려보았다. 몸이 뭉개진 독라가 바닥과 일체화 되어 있었다. 선배는 발로 주변의 흙을 툭툭 차서 독라의 시체를 드러나게 하더니 발로 툭 차서 운치굴로 밀어넣고는 흙으로 굴을 막아버렸다.

" 그렇게 하셔도 되요? "

" 임기응변이야, 임기응변. 어차피 다시 와야되긴 하지만 일일이 뿌리고 다니기도 귀찮잖아? 이정도로만 처리해놔도 멍청한 똥벌레들은 냄새도 못 맡아서 안에 독라가 있는지도 몰라. 특히 집 주인이 일가실각 당했으니 저기가 운치굴인 것도 모를껄? "

" 아, 그래도 귀찮다고 다 그런식으로 처리하진 마라? 독라 한 두마리 같이 찾을 가족도 없는 놈들이나 이런식으로 슬쩍 처리하는거지 독라 떼거지를 이런식으로 묻어버리거나 멀쩡히 옷 입은 실장석을 이렇게 처리하면 분명히 말 나온다. 1팀장님한테 붙잡혀서 지겹도록 설교를 듣기 싫으면 꼭 기억해라. "

" 잘 기억하겠습니다 선배님. 1팀장님이 찾기 전에 얼른 가시죠. "

담소를 나누며 떠나는 두 인간의 뒤에 남아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흙에 파묻힌 독라의 시체도 시간이 흐르면 썩어서 사라질 것이다. 어느 실장석보다도 인간의 손길이 간절히 원했던 사육실장은 그렇게 어두운 흙더미 속에서 생을 마쳤다.


공원의 실장석들은 모두 박멸되었다. 구제요원들은 분사기를 지급받고 자신들이 구제해온 흔적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도로리 용액은 얼룩이 된 실장석들의 시체를 순식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녹여 없앴다.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자 할당된 구역을 끝마친 요원들이 다시 한 자리로 집합했다.

" 좋아, 철수하자고. 장비 챙겨서 팀별로 귀환한다. "

그렇게 학살자들이 공원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구제요원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다. 실장석이 살았다는 흔적도, 그들의 마지막 흔적도... 어느 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로지 적막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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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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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가 끝난지 10일이 지났다. 한 때 실장석들로 가득찬 공원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공원은 정적에 쌓여 있엇다.
아직 생존에 있어서 절박한 시기가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외부에서 유입된 실장석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에서는 실장석들이 없는 틈을 타서 공원의 보수공사도 진행하였기 때문에 공원에는 일반인들의 발길조차도 끊긴지 며칠이나 흘렀다. 공사일정이 마무리되는 내일은 되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아니, 공사가 끝나도 당분간 사람들이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원을 주로 찾던 애호파들은 실장석들이 있다는게 중요했지 실장석이 없는 단순한 공원시설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장석들도, 그들을 챙겨주는 애호파도 없는 이 시기야말로 공원이 온전히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짧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적막에 잠겨있는 공원의 화장실, 닫혀있던 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한 생물체가 화장실 칸으로 들어온다. 공원에 존재할리 없는 생명체, 실장석이었다.

옷을 벗고 있는 배가 나온 실장석은 삼녀의 친실장이었다. 
적극적이지 않은 구제업체의 구제활동에서 은밀하게 숨겨진 집에 은신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친실장은 자들의 독립을 위해 다른 장소에 숨겨놓았던 보존식을 꺼내 먹으며 공원에서 인간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가 출산이 임박하자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찾아온 것이다.  

오늘은 서두를 것도 없었다. 
출산으로 약해진 동족을 노리는 성체실장도, 갓 태어난 자를 먹어치우려고 하거나 바꿔치기해서 자신이 자인척 행새하려는 고아실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벗은 옷을 가지런히 갠 친실장은  터질것 같이 불어오른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변기에 걸터 앉아서 힘을 주었다.

" 텟테레~! "

곧 우렁찬 외침과 함께 자실장 한마리가 변기 안에 모습을 나타냈다. 친실장은 자실장을 들어서 부지런히 점막을 핥아주었다. 덩치가 쑥쑥 자라서 일반적인 자실장의 크기가 된 친실장의 자가 친실장에게 인사하였다.

" 마마 낳아주셔서 감사한테치! 와타치 마마를 돕는 착한 자가 되는테치! "

" 와타시가 마마인데스. 와타시의 첫번째 자인 오마에는.... 장녀인데스. 오로롱 오로롱! "

" 테에? 마마 울지마는테치! "

한동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던 친실장은 이내 울음을 멈췄다.

" 지금은 공원에 동족이 없지만 집 밖에 오래 머무르는것은 좋지 못한데스. 마마는 자를 낳는데 집중하는데스, 그러니 장녀는 마마를 도와서 태어나는 이모우토챠들의 점막을 핥아주는데스. "

" 마마 알겠는테치! "

친실장이 몸에 힘을 주었지만 다른 자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양이 부족한것은 아니었으나 지난 몇일간 계속해서 긴장상태를 유지해온 친실장이었기 때문에 태중의 자들에게도 영향이 간 것이다. 친실장이 계속해서 힘을 주고 있을 때 친실장의 귀로 장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치프프, 마마를 도우러 온 노예인테치? 얼른 마마를 돕지 않고 뭐하는테챳! "

와타시를 도와? 누가? 노예?.. 독라? ... 다른 실장석! 침입자가 나타났다!
친실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려 침입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침입자는 이미 친실장의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침입자는 독라의 성체실장이었다. 몸 군데군데에 보이는 탄탄한 근육은 침입자가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독라는 양 손에 자실장만한 크기의 돌을 든 채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친실장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자신은 몸을 보호할 무기가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독라에게 장녀와 함께 당할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하여 독라의 빈틈을 노려야 했다.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던 친실장은 어딘가 익숙한 냄새를 갑지했다. 독라에게서 나는 그 냄새는 기억속에서 익숙한 냄새였다. 이 냄새는...

"... 삼녀? "

" ... 오랫만인데스, 마마. "


친실장이 구제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았듯이 삼녀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이제 공원에 남은 것은 친실장과 자신 뿐이었다. 오네챠들이 죽던 날 장녀의 시체를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실장의 뒤를 밟은 삼녀는 집에 들어간 뒤 무언가에 홀린듯 밖으로 나와서 꽃을 꺾는 친실장의 모습을 보고 아직 친실장이 포기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복수를 위해서는 더 성장해야 한다. 삼녀는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푸드를 열심히 먹어서 친실장이 출산하는 날에 맞춰서 성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성장한 몸에 걸맞는 무기를 미처 구하지 못한 삼녀는 되는대로 돌을 주워서 서둘러 친실장을 쫒았고, 차녀를 출산하기 위해 정신이 분산된 틈을 노려서 문을 열고 들어와 친실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 ... 정말 삼녀인데스? "

친실장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미 죽었으리라 생각했단 삼녀가 멀쩡히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자실장이어야 할 삼녀가 이미 어른이 되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공원에 버려진 사육분충을 본데스. 마마의 가르침대로 분충의 물건을 챙겼던데스. 먹으면 쑥쑥 자라는 놀라운 푸드였던데스. "

친실장은 속으로 탄식했다. 그런 놀라운 물건이 자신에게 있었다면 장녀와 차녀도 어른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런 비극은 격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안타까워하던 친실장은 마음을 다잡고 삼녀에게 물었다.

" 여기엔 무슨 볼일인데스? 자를 낳는데 침입하면 누가 되었건 자신을 노리는 분충이라고 간주하라고 와타시가 가르친걸 잊은데스? "

"  잘 아는데스. 그럼 똑똑한 마마가 대답해보는데스. 마마는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거 같은데스? "

삼녀는 돌을 든 양 팔에 힘을 꽉 주었다. 팔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친실장을 압박했다.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 자신을 키워준 마마한테 이런 짓을 하는건 분충인데스. 와타시는 삼녀를 분충으로 키우지 않은데스. 당장 돌 내려놓는데스! "

" 데프픗. 지금 와타시를 '키워줬다고 말한데스? 언제부터 자를 키우다가 버리는걸 키우는거라고 하는데스? 

" ... 삼녀가 독라가 된 순간부터 어쩔 수 없던데스. 독라는 공원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데스.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던데스."

" 하지만 지금 와타시는 살아서 마마의 앞에 있는데스. 그냥 마마의 핑계 아닌데스? 와타시 혼자서도 살아남았는데 마마가 와타시를 버리지 않고 계속 길렀다면 무사히 독립하는건 당연한거 아닌데스? "

"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삼녀도 겨울을 겪어봤던데스. 온 가족이 서로를 껴안고 버텨도 힘들었던데스. 그런데 옷을 잃은 삼녀가 겨울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스? "

" 지금은 봄인데스 마마. 공원에 살아가는 실장석은 언제 무슨일이 생겨서 죽을지 모른다고 늘 안전을 강조했던건 마마 아닌데스? 그런데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겨울 때문에 와타시를 버렸다고 변명하는데스? "

" 와타시도 마마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닌데스. 실제로 쫒겨난 첫번째 날 잠들었다가 너무 추워서 일어났던데스. "

" 하지만 와타시는 닝겐상들이 손에 끼는 털뭉치를 발견해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던데스. 그건 가족끼리 껴안는것 보다 더 따뜻했던데스. "

" 물론 그런물건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하는데스. 하지만 독립한 순간부터 모든것은 와타시의 책임인데스. 찾지 못해서 겨울에 얼어 죽는다면 그것이 와타시의 운명일지도 모르는데스. 마마도 독립하면 마마의 보호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데스? "

" 바로 그것인데스. 와타시가 삼녀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스. "

이해할 수 없는 친실장의 말에 삼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친실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비록 와타시가 스스로의 결정으로 삼녀를 쫒아내긴 했지만, 가만히 둔다면 삼녀가 오래살지 못할것을 와타시도 알았던데스. 독라에다가 자실장에 불과한 삼녀는 공원에서 오래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데스. 당장 밤이 오면 아직 완전히 사라진게 아닌 추위에 가족의 온기도 없이 벌벌 떨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데스. "

" 그래서 다른 자들에게 마마는 볼일이 있다고 집에 남아있게 한 뒤에 공원을 열심히 뒤진데스. 한참을 뒤진 후에 닝겐상의 털뭉치를 찾을 수 있었던데스. "

" 그 후에는 삼녀를 찾아다닌데스. 어른에게도 위험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동족들이 살지 않는 풀씨가 잔뜩 심어진 장소에서 삼녀의 냄새를 찾은데스. 그래서 털뭉치를 그곳에 슬쩍 놓아두고 숨어서 지켜본데스. 추위에 벌벌 떨며 나타난 삼녀가 털뭉치를 가지고 풀 속으로 사라질 때 까지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간데스. "

" ... "

" 그 뒤로도 와타시는 삼녀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물건을 슬쩍 놓고간데스. "

" 몸을 지킬 보검을 준데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병을 삼녀도 옮길 수 있을만큼만 물을 채워서 놓고간데스. 보존식을 모아놓을 수 있는 소중한 상자를 준데스. 씻지 못해서 다른 동족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몸을 씻을 수 있는 귀중한 그릇도 놓고간데스.  "

" ... "

" 와타시가 삼녀를 버렸다는건 부인할 수 없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삼녀가 살 수 있도록 최대한 필요한 물건을 구해서 두고간데스. 그 뒤는 삼녀의 말대로 온전히 삼녀의 책임이었던데스. 이런 와타시가 삼녀를 그저 버리기만 했다고 말할수 있는데스? 이런 마마의 사랑에 삼녀는 분충짓으로 보답하려고 하는데스? "

" 이해했다면 돌을 내려놓고 와타시를 돕는데스. 안타깝게도 불행한 사고로 삼녀의 오네챠들이 전부 낙원으로 떠난데스. 새로 태어나는 자들에게 오네챠로 모범을 보이는데스. 얼른 돕지않고 뭐하는데스! "

기회를 잡았다는 듯 당당하게 외치는 친실장이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삼녀는 똑똑한 자였으니 자신의 말을 따를것이다. 위기는 넘어갔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 ... 알고있던데스. "

" ...데에? "

" 마마가 와타시에게 귀중한 물건들울 두고 갔다는건 와타시도 알고있었던데스. "


" 첫 날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던데스.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데스. "

" 둘째 날엔 마마의 가르침이 과연 옳다고 생각했던데스. 와타시를 버린건 슬펐지만 그래도 마마의 가르침은 유용했던데스. "

" 셋째 날에는 의문이 들었던데스. 아주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와타시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만 찾는다는 것에 의문을 느낀데스. "

" 넷째 날에는 의문이 확신으로 굳어진데스. 또 와타시가 살아가는데 매우 필요한 물건이 놓여있던데스. 와타시는 누군가가 일부러 놓고 간다고 확신한데스. "

" 다섯째 날 와타시는 물건을 챙기고 집으로 들어가는 척 풀 속에 숨은데스. 어두운 밤인지라 그렇게만 숨어도 와타시를 발견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스. 몸을 숨기고 밖을 살피니 얼마 후 다른 풀숲에서 마마가 나오는걸 본데스. 마마가 와타시가 나왔던 곳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돌아간걸 똑똑히 본데스. "

" 마마는 다음날까지 물건을 주고 그 뒤로는 나타나지 않은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이해할 수 있었던데스. 마마도 아직 보호해야 할 오네챠들이 있으니 와타시에게만 신경을 쓸 수 없다는걸 알고있던데스. 그래도 마마가 아직 와타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데스. 와타시도 무사히 어른이 되어서 마마의 앞에 나타나서 다시 자로 인정받고 싶었던데스. "

말을 하던 삼녀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

" 그건 와타시의 착각이었던데스. 몇일 뒤 보존식으로 쓰이는 도토리를 줍는 먼 숲에 가보려던 와타시는 길을 걷는 마마와 오네챠들을 보고 숨은데스. "

" 마마와 오네챠들의 마음에 와타시는 이미 없었던데스. 이미 와타시는 집에서 쫒겨난 '분충'이 되어있던데스. 와타시를 부르는 소중한 그 이름 '삼녀'도 새로 태어나는 자에게 줄거라고 했던데스. 그 때 깨달았던데스. 마마가 와타시를 챙겨줬던 것은 와타시가 독라가 되기 전에 자를 소중히 대해줬던 것과 전혀 다를게 없었던데스. "

" 그.. 그건 오해인데스! 장녀와 차녀는 중실장이 되었지만 아직 와타시가 가르친 지식을 쫒는데 급급할 뿐이었던데스! 자들이 어른이 되서 지식에 자신만의 경험이 쌓인다면 와타시의 속마음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그 때에는 무리였던데스. 그 때 와타시가 쫒겨난 삼녀를 분충이 아니었다고 하면 장녀와 차녀가 배운 지식과 상반되는 말이기에 큰 혼란을 초래할것이 분명했던데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들을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이었던데스! "

" 그럼 왜 와타시가 숨은걸 몰랐던데스? 와타시를 쫒아 낸 밤에 그 먼거리를 정확히 찾아오던 마마가 어째서 근처에 숨은 와타시도 찾지 못한데스? "

" ... 임신을 하면 어느 동족도 가뜩이나 보잘 것 없는 능력이 더 떨어지는데스. 그러니 삼녀가 근처에 있었다고 해도 와타시가 모를수도 있는데스. "

" 마마는 언제나 대단한데스. 무엇인가를 물으면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해주는데스. 정말 존경스러운데스. "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삼녀의 얼굴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본 친실장은 울컥했지만 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게 아니라는 걸 상기하고 분을 삭였다. 그러다가 총구 부분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깨달았다. 
삼녀와의 대화에 집중해서 잊고 있었지만, 친실장이 힘을 줘서 자들이 나오는 것을 돕지 않으니 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곤란했다. 삼녀가 기회를 보면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를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 자들은 듣는데스. 마마는 지금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는데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마마가 힘을 줄 때 까지 얌전히 기다리는데스. "

뱃속의 자들이 친실장의 말을 이해했는지 총구에 느껴지는 통증이 서서히 없어졌다. 태어나지 않는 이모우토챠들을 기다리던 장녀는 끝나지 않는 친실장과 삼녀의 대화가 지겨웠는지 자리에 앉아서 변기의 물을 찰박거리며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삼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 마마는 언제나 생존이 중요하다고 한데스. 그래서 자가 분충이 된다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솎아내야 한다고 늘 말한데스. 와타시와 같이 태어난 오네챠들도 이모우토챠들도 전부 솎아내지거나 죽어서 와타시만 남은데스. "

" 당연한데스. 와타시타치는 닝겐상처럼 강하지 않은데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위험으로 돌변할 수 있는데스. 소중한 자라고 분충을 솎아내지 않는다면 다른 분충이 아닌 소중한 자들도 분충이 끌어들이는 위기에 일가실각 당하는데스.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스. 분충이 아닌 자여도 가족에 위험을 끌어들이면 똑같이 분충인데스. "

" 하지만 와타시는 그날 마마와 오네챠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 그 분충이란게 뭔지 곰곰히 생각해본데스. 그리고 마마가 강조했던 상냥함도 다시 생각해봤던데스. 아무래도 마마의 말은 아무래도 틀린거 같은데스. "

" ... 무슨말인데스? "

" 와타시는 마마가 말한 분충의 기준을 도저히 모르겠는데스. 똑똑한 마마가 대답해주는데스. 왜 야옹씨에 물려간 육녀 이모우토챠를 구하려고 시도도 하지 않은데스? "

" 그 때 삼녀에게 이미 대답하지 않은데스? 야옹씨를 쫒아가서 자를 찾아올만큼 강한 동족을 와타시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스. 아니, 야옹씨를 쫒아가는거 자체가 불가능한데스. "

" 하지만 마마는 생존도 중요하지만 상냥한 마음을 가지는게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던데스? 마마의 말대로면 오네챠들에게 집에 이모우토챠들을 데리고 돌아가게 한 다음에 소중한 자를 구하기 위해 마마라도 쫒아가야 되는거 아닌데스? "

" 삼녀는 지금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쳐 있는거 같은데스. 와타시도 자들이 똑똑한건 알고 있는데스. 하지만 공원에서 살아간다는건 만만치 않은데스. 만약 와타시가 야옹씨를 쫒아가다가 어떤 이유로라도 돌아오지 못했다면 집에는 자들만 남게되는데스. 당시에 가장 큰 장녀와 차녀도 아직 자실장에 불과했던데스. 삼녀는 지금 위험에 쳐한 육녀를 구하기 위해 나머지 자들을 전부 위험속으로 몰아넣어야 됬다고 말하는데스? "

" 뭐 그건 마마의 말이 맞는데스. 하지만 쫒을 시늉도 안하는 마마의 모습에 '상냥함'이 정말 쓸모가 있는지 궁금했던데스. "

삼녀의 얼굴에 어느 새 다시 비웃음이 나타났다. 삼녀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 그럼 사녀오네챠는 어떤데스? 그 시끄럽고 무서운 밤에 오네챠는 마마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했던데스. 그걸 매정하게 쳐버린건 마마였던데스. 다음날 아침에 오네챠는 이미 죽어있었던데스. 공포에 벌벌 떨었는지 검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거 같은데스. 이럴 때야 말로 상냥함이 필요한거 아닌데스? 오네챠가 벌을 받고 있었지만 그렇게 두려움에 떠는 자를 외면할 필요가 있었던데스? "

" ... 와타시도 사녀가 죽은건 가슴이 아픈데스. 하지만 사녀가 몸이 약하다고 해서 언제까지 봐줄 수는 없었던데스. 빵콘을 한다는 건 작게는 몸을 부자연스럽게 해서 도망가기 힘들게 하고, 크게는 그 냄새로 다른 동족이나 포식자를 불러오는 일인데스. 그래서 갑작스러운 공포에 어쩔 수 없는 빵콘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는 결코 빵콘을 하면 안되는데스. 사녀는 그걸 못 지켜서 벌을 받고 있던데스. "

" 밤에 품에 안아주지 않은것도 어쩔 수 없던데스. 살아가면 언제나 그런 미지의 공포에 노출될 수 있는데스. 그건 사녀가 몸이 약하다고 해서 봐주는 그런일은 결코 없는데스. "

" 와타시가 그날 사녀를 안아주었다면 사녀는 무사했을지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사녀에게 공포스러운 일이 닥칠 때 마다 사녀는 와타시에게 더욱 더 매달릴게 분명한데스. 어른이 되서 독립하면 어느 누구한테도 기댈 수 없는데스. 언제까지고 와타시가 사녀를 데리고 살 수는 없는데스. 그러니 마음이 아프더라도 그건 사녀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 일인데스. 사녀는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데스. 단지 그것뿐인데스. "

" 사녀 오네챠는 몸이 약한것이지 바보가 아니었던데스. 말로 가르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데스. 어쨋든 마마에겐 상냥함보단 생존이 더 중요한것인게 확실한데스. "

계속해서 친실장의 신경을 슬쩍 긁어대는 삼녀의 말에 친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 그럼 이번엔 사녀 이모우토챠에 대해 말해보는데스. 오네챠들이 와타시의 귀를 막아서 못 듣게 하려고 했지만 와타시는 작게 들려오는 소리로 마마가 이모우토챠를 독라로 만들고 어딘가로 끌고간 건 알고있는데스. 그리고 두번 다시 못본데스. 왜 그랬던데스? "

" 닝겐상은 언제나 위험하다고 누누히 말하지 않았던데스? 사녀는 자신이 마마를 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이지 찾아온 닝겐상이 학대파였다면 사녀 하나 때문에 일가가 실각할 위기였던데스. 이런 행동은 어떤 것보다도 위험한데스. "

" 하지만 결국 애호파였지 않았던데스? 그리고 마마가 집을 옮기기로 결정해서 힘들지만 오네챠들과 와타시도 열심히 다른 곳으로 집을 옮겼던데스. 사녀도 그걸 보면 자신이 한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깨달았을 것인데스. 그런데도 그래야 했던데스? "

" 그 가능성이 문제인데스! 단 한번만 잘못하면 일가실각은 순식간에 찾아오는데스! 자를 보호해야 하는 마마로써 와타시는 그런 위협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됬던데스! "

" 그래서 독라가 된 이모우토챠를 다른 오바상에게 노예로 팔아 치워 푸드랑 바꿔온데스? "

" 뎃? "

" 마마는 동족식을 분충이나 하는 일이라고 꺼려했으니 이모우토챠가 사라지고 돌아온 마마가 푸드를 들고 온다면 그정도는 당연히 예상 가능한것 아닌데스? 가족을 위기에 몰아 넣었다고 노예로 팔아 치우는 상냥함이라... 잘 이해한데스. "

아무래도 이야기가 좋게 풀리기는 틀린것 같았다. 친실장은 삼녀의 눈치를 보며 슬쩍 자세를 고치기 시작했다.

" 분충이라고 직접 솎아낸 육녀 이모우토챠는 어떤데스? 그렇게 할 필요 있었던데스? "

" 삼녀.. 제정신인데스? 그 분충은 귀중한 보존식을 멋대로 꺼내먹으려고 한데스! 보존식이 없으면 가족 전부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스. 그걸 알면서도 옹호하는데스? "

" 육녀가 분충짓을 한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데스. 하지만 육녀는 결국 단 하나의 보존식도 건드리지 못했던데스. "

" 육녀가 보존식을 건드린 것도 전날에 오네챠들이 푸드의 맛에 대해 대화했던걸 들었기 때문인데스. 이모우토챠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았던데스. 그리고 아직 엄지에 불과했던데스. 엄지가 자실장에 비해 약하고 똑똑하지 않다고 말한건 마마 아니었던데스? 큰 잘못인건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솎아내도 되지 않았던데스? "

" 가을이 아니었다면 와타시도 한번은 용서했을지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에 결코 그런짓을 하면 안됬던데스. "

" 가을에 태어난 육녀가 가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던데도 그런데스? "

" 어디까지나 와타시타치의 삶에서나 긴 것이지 계절이라는건 순식간에 바뀌는데스. 더는 억지부리지 마는데스. "

" 그럼 삼녀 오네챠는 왜 솎아낸데스? "

" ... 그 자야 말로 너무나 상냥했던데스. 그 상냥함이 화근이었던데스. 분충을 돕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됬던데스. "

" 삼녀의 입장에서 하나뿐이었던 오네챠였을지 몰라도 와타시에겐 자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데스. 편애를 주어서는 안되는데스. 그리고 어떤 자라도 분충이 될 가능성은 있는데스. 그 삼녀가 도운 분충이 하나가 될지 전부일지는 아무도 모르는데스. "

" 육녀가 실제로 보존식을 계속 먹으려고 했다면 오네챠가 막을게 분명한데도 그런데스? "

" 안되는건 안되는데스! 저기 닝겐상의 보호를 받는 사육실장들도 잘못 한번에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스. 그런데 들실장에 불과한 와타시가 그런걸 일일이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스? "

" 엄격할 수 도 있는데스. 이해한데스. 그럼 와타시는 왜 버린데스? "


친실장의 얼굴에 슬슬 분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이미 말한데스. 독라는 살 수 없는데스. 와타시는 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자가 자립할 능력도 길러줘야 되는데스. 당시의 삼녀는 자립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데스. 지금 삼녀가 무사히 성장했다고 그 사실을 뒤집을 수 있는건 아닌데스. "

" 구구절절 맞는 말 같은데스. "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삼녀의 입에서 비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눈이 조금씩 휘기 시작했다. 그 표정은 친실장의 속을 긁기 충분했다. 두 성체 사이에서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 와타시는 마마의 자인데스. 그러니 머리로 배운 것 말고도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도 있는데스. 마마의 말은 머리로 이해하기는 충분하나 그 속마음은 그게 아닌거 같은데스. 그러니 말해보는데스. 왜 그런데스? "

은연중에 계속되는 도발에 출산으로 몸과 정신이 약해져있던 친실장이 마침내 폭발했다.

" 그렇게 알고싶다면 똑똑히 알려주는데스! 잘 듣고 가슴에 새기는데스! "

" 육녀를 왜 쫒아가지 않았냐고 물었던데스? 이미 삼녀에게 말해주지 않은데스! 야옹씨는 다른 자들을 노리지 않고 육녀만 물고 도망간데스. 이미 다른 자들은 안전한데 구할 가능성도 없는 육녀를 쫒아가는건 아무 의미가 없는데스! 못 구하는 자들 보다는 보호해야 하는 자들이 중요한건 당연하지 않은데스! "

" 몸이 약한 사녀는 언제나 와타시의 마음을 아프게했던데스. 감기에 걸려서 골골걸릴 때도 마마가 콘페이토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지 삼녀가 알 리가 없는데스! 하지만 사녀는 언제나 와타시에게 매달리기만 할 뿐이었던데스! 이모우토챠들을 잘 돌보는 착한자라고 생각한데스? 그건 마마를 따라다니지 못하면 이모우토챠라도 돌봐야 되는건 당연한 일이 아닌데스? 다른 동족들은 그렇게 약한 자는 아예 자로 취급도 안하는데 이 마마의 마음도 몰라주고 언제나 매달리기만 한데스! 설령 사육실장이라도 그렇게 매달리기만 하는 자는 절대로 못키우데스! "

" 집에 닝겐을 데려온 사녀가 왜 죽었는지 궁금한데스? 사녀는 엄지주제에 일가에 큰 위험을 끌어들인데스! 엄지주제에! 와타시는 엄지때문에 일가실각당해버린 와타시의 오네챠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스! 단숨에 때려 죽이고 싶었던걸 참고 다른 동족한테 노예로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푸드와 교환한데스! 그 뒤는 분충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와타시가 알 바 아닌데스! 그 분충이 집에 끌어들일뻔한 위협을 생각하면 그정도 대가도 너무 미약한것 아닌데스? 그 죄는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것이었던데스! "

" 분충! 분충! 분충엄지! 그딴건 와타시의 자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데스! 육녀가 엄지여서 참을성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었던데스? 그렇게 말하는 삼녀도 그때에 엄지 아니었던데스? 다른 엄지는 잘 참고 있는데 왜 혼자서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이는 분충에게 와타시가 기회를 줘야 될 필요가 있는데스? 사녀 분충은 가능성에 불과했지만 이 망할 분충은 실제로 가족에 큰 위기를 초래할 뻔 한데스. 엄지따위가! 엄지따위가! "

" 지금의 삼녀도 어른이 됬으니 그냥 말해주는데스. 와타시가 공평한게 중요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언제나 그 삼녀에게 조금이라도 시선이 더 갔던건 사실이었던데스. 그 삼녀야 말로 세레브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냥한 실장이었던데스! 와타시의 마마 못지 않았던데스! 공원에 가끔 찾아오는 어떤 사육분충보다도 더 세레브했던데스! "

" 와타시의 자랑인 그 삼녀가... 분충을 도와버린데스. 와타시의 자랑이 와타시의 가슴에 보검을 박아버린데스! 상냥함도 살아있어야 필요한 것인데스.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마음이 약해서 넘어가 버린다면 그 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데스! 와타시는 그 자가 더이상 와타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걸 보고 싶지 않았던데스. 와타시는 그 자가 와타시의 앞에서 잘못을 더 저질러서 죽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데스! 이런 와타시의 마음을 오마에가 알 수 있는데스? 절대로 모르는데스! "

" 그리고 오마에... 물건을 주고 더는 찾아가지 않았지만 와타시는 오마에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데스. 하지만 동시에 그 전에 죽었으면 했던데스! 독립한 독라의 자라니! 다른 동족들이 보면 비웃을게 분명한데스! 오마에를 계속 보호하며 키워야 했다고 말한데스? 그럼 와타시에게 쏟아지는 동족의 비웃음은? 자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비웃는 그 시선을 와타시가 감당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스? 아무것도 모르고 독립해서 와타시에게 감사하는 모습에 오히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와타시의 마음은! "

친실장은 쉬지도 않고 마음속에 감춰뒀던 말을 모두 내뱉었다. 삭이고 있던 모든 울분을 토해내서 그런지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고 었다.큰 소리로 울분을 토하는 마마의 모습에 옆에서 놀던 장녀도 깜짝 놀라서 벌벌 떨고 있었다.

" 역시.. 그런거 였던데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말 이었던데스. "

차가운 삼녀의 말투에 친실장은 움찔했다. 삼녀의 얼굴에도 어느 새 비웃음은 사라지고 차가운 시선만이 남아서 친실장을 보고 있었다. 친실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삼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안타깝게도 마마의 진심은 와타시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스. 아마 혈육이어서 알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는데스. 그래서 그날 와타시는 복수를 결심했던데스. "

" 하지만 자실장인 와타시가 마마에게 복수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던데스. 다음날 출산을 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은 마마를 쫒아갔지만 힘의 격차만을 실감하고 집에 돌아와야만 했던데스. "

당연한 일이었다. 자실장 따위가 성체에게 복수한다는 것은 운치굴에 처박힌 독라가 닝겐상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육실장이 되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었다. 친실장은 자세를 은근슬쩍 고치면서도 어떻게든 대화를 해서 삼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삼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 그래서... 와타시는 새로 태어난 이모우토챠들을 노린데스. "

" ... 뎃? "

지금 뭐라고...?

" 와타시는 기회를 노린데스. 이모우토챠들이 태어나고 몇일 지나자 마마는 어느정도 교육이 됬다고 생각했는지 오네챠들만 데리고 잡 밖으로 나간데스. 와타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데스. "

" 계획은 간단했던데스. 이모우토챠들을 밖으로 유인해서 전부 처리하는 것이었던데스. 혹시 도중에 마마나 오네챠가 돌아올 것도 생각해서 귀중한 보존식 상자를 와타시의 몸에 옷처럼 걸치고 병뚜껑을 신발 대신 신은데스. 결코 와타시의 정체를 드러나게 할 수는 없었던데스. "

" 다행히도 출산날 눈여겨 봤던 그 분충이 와타시를 노예로 삼겠다고 다른 이모우토챠들과 함께 집으로 끌고 들어간데스. 이모우토챠들은 스스로를 죽음의 길로 내던진데스. 마마는 예상한데스? 마마가 마지막에 와타시에게 주고 떠난 그 콘페이토 봉지가 와타시가 이모우토챠들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쓰였다는걸. 정말 우습지 않은데스? "

" 그 뒤는 너무 쉬웠던데스. 이모우토챠들을 전부 때려 눕힌데스. 그리고 하나씩 차례로 먹어치운데스. "

" 마마는 거짓말쟁이인데스. 동족식을 하면 동족을 우마우마한 것으로 본다고 말하지 않았던데스? 우마우마는 커녕 평상시에 구하는 식량보다도 떨어졌던데스. 운치보다 조금 나았던데스. 너무 맛 없어서 한마리가 죽자 마자 땅에 내팽겨쳐서 버린데스. "

삼녀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 아직도 눈에 선명한데스. 와타시가 다가가자 서로를 잡아먹으라고 자매를 떠미는 분충들이 잊혀지지 않는데스. 자를 낳지 못하게 된다고 절규하는 이모우토챠의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눈 앞에서 아가방이 와타시의 입 속으로 사라지는걸 똑똑히 보게 한데스. "

" 원래 그 분충만 살려놓고 나머지는 다 잡아먹어서 다른 오바상이 습격한 것처럼 꾸미려고 한데스. 그런데 엄지가 와타시를 보고 쓰러지는걸 보고 계획을 수정한데스. 쓰러진 엄지를 집에 놔두고 분충을 독라로 만들고 마마를 찾아가게한데스."

" 마마는 태어난 이모우토챠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 했던데스. 아니면 적어도 그 분충이라도 빨리 쳐내야 했던데스. 결국 위험을 불러들여온 그 분충이 마마에게 버려지는걸 똑똑히 목격한데스. 오네챠들이 곧 독립해서 한마리의 자라도 아쉬웠던데스? "

" 오... 오마에...! "

" 마마와 오네챠들은 그 엄지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걸 아는데스. 와타시와 함께 태어났던 자매들에게도 그랬다면 더 많이 살아남았을거 같지 않은데스? 어쨌든 와타시는 마마와 오네챠들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린데스. 마마가 집에 없고 오네챠들의 긴장이 풀어지는 그 순간을 노린데스. "

" 데프픗, 오네챠들은 바보였던데스. 와타시가 자실장에 불과하다고 방심한데스. 마법의 푸드를 열심히 먹은 와타시는 이미 오네챠들보다 강해져 있던데스. 그런데도 오네챠들은 다른 오바상이 꾸민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와타시는 전혀 경계하지 않은데스. "

" 와타시는 자를 많이 낳고 싶다는 차녀 오네챠의 소원을 들어 준데스. 달마가 된 채로 널부러진 오네챠의 눈 위에 상처를 내서 강제로 눈을 빨간색으로 바꾼데스. 태어나는 자들을 오네챠의 눈 앞에서 점막을 핥아주고 머리만 베어물어서 단숨에 죽인 뒤 옆에 팽겨친데스. 차녀 오네챠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보가 된데스. 와타시를 노예로 삼으려고 했던 주제에 스스로 노예가 되니까 그 잠깐도 못버티다니 정말 쓸모 없는 오네챠였던데스. "

" 장녀 오네챠는 버려진 자처럼 벌벌 떨었던데스. 와타시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팔다리를 뽑혀서 달마가 된데스. 노예의 할일을 하라고 시켰는데도 팔 다리가 없어서 꼼짝도 못해서 좀 때려준데스. 엄지처럼 엉엉 우는 오네챠의 입에 운치를 넣어준데스. 그리고 그걸 목격한 엄지가 파킨하는걸 본데스. 이번에 마마가 낳은 자들은 하나같이 운치만도 못한 쓸모 없는 자들이었던데스. "

" 그 뒤는 마마도 아는대로인데스. 자를 낳고 싶어하는 장녀 오네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오바상들이 돌아다니는 산책로에 버린데스. 오네챠도 공원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자를 낳았으니 행복했을게 분명한데스. 오바상들도 기뻐했던건 확실한데스. "

" 그리고 이제 마마의 차례가 온데스. 마마도 기억하지 않는데스? 낙원에는 콘페이토가 돌맹이처럼 굴러다닌다고 말한건 마마였던데스. 이제 먼저 낙원에 가있는 오네챠들을 만나로 가는게 어떤데스? "

친실장은 더이상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삼녀는 여전히 돌맹이를 든 채로 친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아까 비웃던 얼굴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으나 친실장은 그걸 보지 못했다.

" 자들의 원수! 분충은 죽는데스! " 친실장은 주먹에 모든 분노를 실어서 삼녀에게 휘둘렀다.

" 마마, 작별인데스. "  삼녀는 담담히 가진 돌로 친실장을 내리쳤다.


.
.
.

장녀는 공포에 떨었다. 노예인줄 알았던 독라 오바상이 자신의 오네챠라고 했다. 마마와 오네챠는 대화를 나누다가 점점 감정이 격해지더니 이윽고 서로를 공격했다. 화장실 안이 침묵으로 휩싸였다.

" 마.. 마마.. 무서운테치. 안아주는테치. " 장녀는 두려움에 마마에게 응석을 부렸다.


" 하무라뾰? 루빠모? "

" ... 마마? "

" 메빠소? "

장녀는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낳아준 마마는 바보가 되었다. 두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것이다.

" 텟테레~! "

" 텟테레~! "

" 텟테레~! "

" 텟테레~! "

백치가 된 친실장은 몸에 주던 힘을 풀어버렸고, 오랫동안 친실장의 체내에서 기다리던 자들은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몸이 굳어간다며 절규하는 자들의 외침에도 변기에 처박혀 널부러진 친실장은 " 데에에.. " 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삼녀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는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장녀는 독라의 시선을 끌기로 결심했다.

" 테..테치! "

" 데스? " 삼녀가 시선을 돌려 장녀를 바라보았다. 장녀는 부들거리는 팔을 뺨에 힘겹게 대었다.

" 와... 와타치는 오네챠의 소중한 이모우토챠인테치~ 오네챠는 와타치를 소중히 길러주는 테츙♡ "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아첨하는 장녀의 모습에 삼녀의 얼굴에 경멸의 표정이 드러났다. 자신의 이모우토챠들이 옆에서 우지챠로 변하고 있는데 돕기는 커녕 아첨이나 하고있다니...
하지만 곧 안타까워 하는 표정이 살짝 스쳐갔다. 이 자도 방금 태어난 배운것이 하나도 없는 나약한 자에 불과하다. 보호자인 친실장을 잃은 지금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서 본능적으로 행동한 것에 불과했다. 자신이라도 같은 상황이면 달라질 것은 없을것이다.

삼녀는 장녀를 들어서 변기 밖으로 꺼내주었다. 삼녀가 자신을 헤치지 않자 장녀는 행복회로를 돌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장녀를 무시하고 삼녀는 변기로 내려와 백치가 된 친실장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힘을 주었다.
근육이 꿈틀거리더니 친실장의 팔이 너무나 쉽게 뽑혀져 나왔다. 모든 팔다리가 뽑힐 때 까지 친실장은 저항도 못하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팔 다리를 뽑은 삼녀는 친실장을 뒤집어서 뒷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실장석을 한참 넘어선 힘에 머리카락이 너무나 쉽게 뽑혀져 나왔다. 삼녀는 친실장의 몸을 원래대로 뒤집고 앞머리까지 뽑아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변기 밖으로 올라온 뒤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장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돌려놓았다.

" 테프프 테프프... 테.. 테? "

자신의 망상속에서 우마우마한것을 구해오지 못했다고 사과하는 독라 오네챠에게 얼른 구해오라며 투분까지 하며 자신에게 쩔쩔매는 오네챠의 모습을 보고 웃고 있던 장녀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삼녀는 그저 무심히 장녀를 쳐다본 뒤 레버를 발로 밟았다.

" 잘가는데스. "


애호파 때문에 구제를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공원에서 시설보수는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화장실은 실장석에게 있어서 중요한 장소라고 애호파들이 기를 쓰고 반대했기 때문에 양변기로 교체한다던가 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시에서 임기응변으로 내놓은 해답은 수압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사람들도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실장석들이 가득한 공원의 화장실을 굳이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에 별 말 없이 넘어갔다.
그 강력한 수압이 변기 안에 있는 친실장들과 자들을 덮쳐왔다.

- 콰르르 -

" 레... 레삐! "

" 무서운레후! 살려주는..레벳! "

" 마마 무서운...레벳! "

" 이건 꿈인레후! 이건 꿈인...레뺘앗! "

가장 먼저 점막이 제거되지 못해서 저실장이 되버린 자들이 수압을 정통으로 맞고 산산조각났다. 
강렬한 물의 파도는 뒤이어 장녀를 덮쳤다.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아픔에 장녀는 비명도 못지르고 격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 마...마마... 살려주... "

마마에게서 도움의 손길은 내려오지 않았다. 물줄기에 휩쓸려 벽에 박힌것 처럼 마마의 몸에 처박혔던 장녀의 몸은 수압이 거세짐에 따라 강제로 마마의 몸에서 쓸려나와 옆으로 휩쓸려갔다. 장녀는 달마가 되어 팔다리가 제거된 친실장의 살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버텼으나 곧 버티지 못하고 손을 놓게되었다. 

" 찌... 찌아아앗! "

비명소리를 남기고 장녀는 변기 속으로 물과 함께 사라졌다. 곧 ' 치벳! '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마지막은 친실장의 차례였다. 작게나마 물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었던 장녀도 사라지자 친실장의 몸도 서서히 빨려가기 시작했다. 

" 데에에... "

그것이 친실장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곧 친실장의 몸도 변기 속으로 빨려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

삼녀는 친실장과 자들이 빨려들어간 변기를 한참 동안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삼녀는 잠시 밖으로 나가서 준비해온 휴지를 가져왔다. 휴지로 사방에 튄 체액을 꼼꼼히 지운 삼녀는 남아있는 친실장의 머리카락과 팔다리, 휴지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친실장이 있었다는 마지막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 끝난데스. "

친실장이 벗어 놓았던 옷을 챙긴 삼녀는 뒤 돌아 화장실 칸막이를 빠져나갔다. 삼녀도 떠난 화장실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했다.

삼녀가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강한 돌풍이 불었다. 팔로 눈 앞을 가린 삼녀가 틈 사이로 쳐다보자 바람에 휩쓸린 꽃잎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삼녀는 팔도 내리고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바람이 그치자 정신을 차린 삼녀는 걸음을 옮겨서 떠나갔다.


복수를 이룬 삼녀의 마음은 공허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지만 어디도 갈 곳이 없었다.
지금은 없는 자매들과 지나갈 때 마다 늘 궁금해했던 언덕 위에 올라가 보았다. 힙겹게 올라온 언덕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이어져 있듯이 그저 내려가는 길이 평범하게 있을 뿐이었다. 자매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던 그곳은 그저 하나의 지나가는 길목에 불과했다.

언젠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원을 뛰어다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뛰어왔던 것 보다 더 많이... 어른이 된 오네챠도 같이 뛰놀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동안 삼녀의 가슴속은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삼녀가 그렇게 인식하자마자 웃으면서 자신과 뛰놀던 오네챠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삼녀는 달리기를 멈췄다. 아무도 없는 공원은 금새 고요해졌다.

삼녀가 어떤 일을 해도 금새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성체로 성장한 몸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몰랐다.
힘 없는 걸음으로 그렇게 삼녀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길을 걷던 삼녀가 도착한 곳은 친실장의 집이었다. 수풀에 잘 숨겨진 친실장의 집 근처 곳곳에는 전에 못보던 흙더미들이 살짝 땅 위로 솟아나 있었다. 잠시 흙더미를 바라보던 삼녀는 몸을 돌려 가져온 못으로 집 주변의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못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있자 삼녀는 손으로 땅을 파헤쳤다. 삼녀의 손에 꺼내진 그것은 푸드봉지였다.
언젠가 독립하는 자에게 건내져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들의 든든한 재산이, 떠나가는 자들에게도 변함 없는 마마의 사랑의 징표가 될 예정이었던 그것들은 주인을 잃은 채 쓸쓸히 방치되어 있었다. 삼녀는 한 비닐봉투에 땅에서 파낸 푸드 봉지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푸드를 전부 챙긴 삼녀는 집에 들어갔다. 
그 순간 집에 들어간 삼녀의 앞에 화목한 실장석 일가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자들보다 덩치가 큰 두 자실장이 이모우토챠들의 앞에서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한 엄지는 귀를 파닥이면서 눈을 빛내며 계속해서 자실장에게 질문하였다. 대답을 해주던 자실장은 곤란했는지 옆에 있던 다른 자실장을 쳐다보며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자실장은 친실장에게 안겨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친실장은 웃으면서 자실장을 쓰다듬어 주었다.
한 자실장은 엄지 둘을 양 팔에 껴안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엄지들도 자매를 따라서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남은 엄지 하나는 집 안을 고루고루 둘러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에 호기심을 갖는 듯 하나하나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위를 둘러보던 엄지와 삼녀의 눈이 마주쳤다.

아아. 이것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일 것이다. 자매들과 함께 태어나서 집에 도착했던 그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순간의 기억.
잠시 눈을 감았던 삼녀가 다시 눈을 뜨자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엄지의 모습이 독라로 변하더니 어른의 모습이 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삼녀와 아무도 없는 흔한 집의 풍경이었다.

계속해서 삼녀는 챙길 물건을 찾고 있었다. 구제의 여파인지 보존식을 모으는 상자에는 식량이 거의 없었다.
물이 얼마 남지 않은 물병이라도 챙기던 삼녀의 시야를 끌어당기는 물건이 있었다.

" 이건... 접시인 데스?"

전에 친실장이 두고 갔던 작은 것과는 달리 집 안에 있는 접시는 성체가 써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크기였다.
의아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접시라면 굳이 화장실로 가지 않았어도 집 안에서 자를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접시에는 이미 자를 낳기에 충분할만큼 물도 고여있었다
하지만 대답을 해 줄 친실장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지고 삼녀는 접시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 ... 데에에? "

생각을 계속하던 삼녀는 문득 접시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도 익숙치 않은 성체가 된 자신의 모습. 공허한 표정.
그리고 ... 녹색의 두 눈? 
순간 배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 와타시... 임신한데스? "


예정도 없던 임신에 삼녀는 크게 당황했다. 꽃씨를 넣지 않았는데 어쨰서? 독라인 자신이 자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자들이 과연 자신을 마마로 따라줄까? 고민하던 삼녀의 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삼녀는 웃음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실장 앞에서 자실장들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미소 짓는 친실장 앞에서 자들은 춤을 추며 행복을 표현하였다.
그러던 중 한 마리의 자가 발이 꼬여서 넘어졌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자실장을 다른 자실장들이 달래주려고 했을 때 친실장이 우는 자를 두 팔로 들어올렸다.

- 보에~보에- -

친실장은 울고있는 자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며 달래주었다. 친실장의 온기에 자실장은 금방 울음을 그치고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자실장 두마리도 친실장에게 다가가 팔을 작은 손으로 당겼다. 친실장은 웃으며 다른 자들도 품에 안아주었다.
한편에서는 엄지 두마리가 저실장을 돌봐주고 있었다. 한마리는 프니프니를 해주고 있었고, 다른 한마리는 저실장이 흘린 운치를 나뭇잎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저실장은 자신을 돌봐주는 자매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었고, 엄지들은 그런 저실장을 사랑스럽게 보고있었다. 자매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엄지들이 고개를 돌리자 친실장의 품 안에 안겨있는 언니들의 모습이 보였다.
엄지들도 소중한 동생을 품에 안고 친실장에게 다가갔다. 친실장의 품에 안겨있던 자실장들은 스스로 품 안에서 빠져나와서 비켜주었다. 친실장은 엄지들과 저실장도 품 안에 꼭 안아주었다.

- 텟테로게 젯데로게 -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품에서 행복해하는 동생들의 모습에 행복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에 화답하듯이 친실장과 품에 안긴 자들도 행복의 노래를 불렀다. 일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너무나 화목한 일가의 모습이었다. 멍하니 지켜보던 삼녀가 자신도 모르게 팔을 앞으로 뻗던 그 순간이었다.

" 텟챠아아아! "

앞으로 손을 뻗던 삼녀를 붙잡은 것은 날카로운 비명소리였다.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삼녀는 뒤를 돌아봤다.


알몸인 자실장 한마리가 바닥을 양팔로 필사적으로 훑고 있었다. 앞머리가 없는 자실장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품안에 끌어모으고 있었다.
친실장은 그런 자실장을 발로 툭 걷어찼다. 비명을 지르는 자실장을 무시하고 친실장은 자실장의 몸을 발로 툭툭 차서 등이 위로 향하게 했다. 등을 자신의 발로 눌러 고정시킨 친실장은 자실장의 뒷 머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 테챠아아! 치이이! 치이이! "

눈물을 흘리며 바둥거리는 자실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자매들은 집의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자실장 둘과 엄지 둘은 저실장의 눈과 귀를 작은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의미 없는 바둥거림을 지켜보던 친실장은 무심한 표정으로 팔에 힘을 주었다. .

- 툭 - 

머리카락이 작은 소리와 함께 뽑혀나오자 친실장은 머리카락을 땅에 버리고 자실장을 누르고 있던 발을 치웠다.
흩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멍하니 쳐다보던 자실장은 친실장에게 짙은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 어쨰서인테치! 왜 와타치의 소중한 머리를 뽑은테치! 와타치는 마마의 자인테치! 그런데 마마가 와타치를 독라로 만든테치! "

그러나 친실장은 전혀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히 대답했다.

" 와타시가 자매들과 늘 화목하라고 한 말을 잊은데스? 오마에는 지난번에 밖에선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와타시의 말을 어겨서 벌로 옷을 압수당한 상태인데도 또 잘못을 한데스. "

" 오마에가 기분이 나쁘다고 다른 자들에게 화를 내서 우지챠가 충격으로 위험할 뻔 했던데스. 우지챠는 약해서 작은 충격으로도 파킨하기 쉽다고 말한걸 잊은데스? "

" 오마에는 와타시가 몇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번번히 잘못을 한데스. 이제 더이상의 기회는 오마에에게 필요가 없는데스. "

친실장은 자실장의 머리를 한 손으로 집어들더니 힘을 주기 시작했다. 머리가 부셔질듯한 끔찍한 고통에 자실장은 비명도 못지르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다른 자들이 구석에서 벌벌 떨며 자매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 ... 자들은 머리를 돌리는데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닌데스. "

자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확인하자 친실장의 팔에서 근육이 꿈틀거렸다.

- 콰직 -

자실장은 최후의 단말마도 외치지 못하고 머리가 박살났다. 눈을 감아서 자신에게 튀는 체액을 막았던 친실장이 눈을 뜨자 아직도 꿈틀거리는 자실장의 몸이 눈에 보였다. 친실장은 고개를 돌려 다른 자들을 쳐다보았다.
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저실장의 귀와 시선을 가리는것은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실장은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 마마는 이걸 버리고 오는데스. 버리고 오면 아침식사를 할테니 조금만 기다리는데스. "

집안에 있던 휴지로 박살난 육편들과 체액을 닦아 낸 뒤 휴지로 돌돌 말아 비닐봉투에 넣은 친실장은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친실장의 뒤에서 자들의 소근거림이 들려왔다.

" 테...테에엥. 오네챠가 죽어버린테치... " 

" 이모우토챠는 마마의 말을 자꾸 어기는 분충이었던테치. 마마는 옳은 일을 하신테치. "

" 그래도 너무 무서운레치! "

" 언젠가 마마가 와타치타치도 죽일지 모르는레치! 와타치는 살고 싶은레치! "

" 이모우토챠들 진정하는테치. 마마는 한번 잘못한다고 해서 자들을 버리지 않는테치. 마마를 그렇게 보고 있으면 마마도 슬퍼하는테치. 마마도 속으로는 아무리 분충이었더래도 자를 잃어서 슬퍼하고 계시는게 분명한테치. " 

" 오네챠를 다시 못보는레후? 우지챠 오네챠가 보고싶은레후. "

" ... 언젠가 낙원에서 이모우토챠를 다시 만날 수 있는테치. 우지챠도 슬퍼하지 마는테치. "

울음이 석인 자들의 대화를 들은 친실장은 기운이 빠졌는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집을 떠나는 친실장의 팔에 걸쳐진 비닐봉투가 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친실장은 곧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갔다.


삼녀는 물끄러미 자신의 배를 내려다 보았다. 태중의 자들은 아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화목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마의 앞에서 춤을 추며 기뻐하던 자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마의 품에 안겨서 행복의 노래를 부르던 자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다. 가족 전부 행복의 노래를 부르던 그 광경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던 자실장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독라인 자의 머리를 부수던 마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마에게 공포를 느끼는 자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알면서도 모른척 떠나야 하는 마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친실장이 공포에 떠는 자를 매정하게 밀어버리는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고통에 신음하는 이모우토챠를 씹어먹던 자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바둥거리며 저항하는 엄지의 목을 돌리던 친실장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오네챠의 앞에서 오네챠의 자들을 잔인하게 베어먹는 자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친실장의 손에 독라가 된 채 끌려가며 비명지르던 엄지의 마지막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항도 못하는 달마가 된 오네챠를 턈욕스러운 오바상들의 한 가운데에 버리고 떠나는 자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자에게 비정하게 독이 든 콘페이토를 건낸 친실장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매달리는 이모우토챠를 외면하고 비정하게 물을 내려 죽게 한 자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 레....... 괴.... 괴물인 레챠아앗! '



' 오마에는 악마인테스! 태어나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테스! 마마와 와타시들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던테스! 오마에의 복수대상은 와타시와 차녀, 마마 아니었던테스? 왜 그 아이가 죽어야 했던테스! '




' 자들의 원수! 분충은 죽는데스! '





삼녀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다.
더는 악마의 혈족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더는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크게 심호흡을 한 삼녀는 전력으로 자신의 배를 후려쳤다

- 퍽! -

" 데갸아아악! "

배에 전해지는 강렬한 충격에 삼녀의 몸이 뒤로 나가 떨어졌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삼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후려쳤다

- 퍽! -

" 데끄읍! "

- 퍽! -

" 데끄읍 ..."

- 쾅! -

" 데...끄읍 "

" (무.. 무슨일인레후!) "

" ( 무서운레후! 흔들리는레후!) "

얼굴을 따라 흐르는 짙은 눈물을 애써 무시하고 삼녀는 하던 일을 반복했다.

- 쾅! -

- 쾅! -

- 퍽! -


" 데....데...끄읍 "

자신의 몸에 누적되는 충격에 삼녀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이를 악문 삼녀가 다시 힘을 모아서 배를 후려치던 찰나였다.

" (마마 괜찮은레후?) "

" (마마가 아프면 우지챠도 슬픈레후. 마마 아프지 마는레후!) "

" 데에에.... "

삼녀는 자신의 배를 내려보았다. 거듭된 충격에 배는 시퍼렇게 변해있었다.

" ... "

손이 닿을 때 마다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하며 삼녀는 배를 어루만졌다. 불안에 떨던 자들이 점차 안정을 되찾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져온 두개의 비닐봉투 중에서 삼녀는 푸드가 들지 않은 봉투를 뒤적거렸다. 삼녀가 꺼낸 것은 친실장이 벗어 놨던 옷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은 삼녀는 문을 걸어잠궜다. 그리고 제자리에 앉아서 배를 어루만지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 뎃데로게 뎃데로게 -

닫힌 문 사이로 낮은 노래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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