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인 오즈

 


실장인은 모든 실장석들의 로망같은 것이다. 인간의 외모를 한 실장인이 된다면 모든 마라닝겐들을 부하로 부릴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돌리는 실장석들이 많다. 다만, 실장인이 되는 조건은 아무도 모른다. 실장인은 정말로 랜덤으로, 양충과 분충 가리지 않고 우화된다.


그녀도 그랬다. 그녀는 실장석 시절 아주 평범한 분충이였다. 골판지 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고치를 틀었다. 성체실장이 다 되어 며칠 후면 독립이었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친실장은 적잖이 당황했다. 며칠이 지나고, 그녀가 우화했을때, 그녀는 155cm 정도의 실장인으로 우화했다.


그녀의 변화를 본 친실장은 매우 당황했지만, 더 당황한것은 그녀 본인 이였다. 아무런 예고도도 없었는데 실장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이제 세레브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야는 확실히 높아지고, 넓어졌다. 자신의 마마가 한없이 작게만 보였다.


"가끔씩 오겠는 데스, 마마"
"꼭 오는 데스. 장녀.."


둘은 이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후타바 공원을 빠져나온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나도 새로워서 뭘 해야할지 몰랐다. 그녀의 옷은 실장석의 옷 그대로여서 그녀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코스프레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점차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실장석때엔 발에 차일까 밟힐까 노심초사하며 지나갔었지만 인간이 된 그녀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열심히 걸었다. 실장석일때의 자신은 군살이 많아 걸음걸이가 느렸지만 인간의 걸음걸이는 빨랐다. 그녀는 신이나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배가 고픈 데스.."


그녀는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찾았지만, 돈이 없어서 거절당했다. 돈이 뭐인 데스? 의문을 품으며 계속 걸은 그녀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젊어보이는 여성이다.


"실장인 맞네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데? 궁전으로 안내해주는 데스?"


그녀의 발언을 무시한 직원은 동사무소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풍성한 갈색의 롤빵머리, 실장석의 두건, 냄새는 나지 않지만 헤져있는 실장복, 삼각형으로 쭉 찢어진 귀, 오드아이, 단화처럼 생긴 실장구두. 그녀는 누가 보기에도 나 실장인이에요!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듯 했다. 직원은 그녀를 의자에 앉게 하고, 커피 한 잔을 내놓았다.


"데? 뜨거운 데슷!"
"조금 있다가 먹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는 그녀에게 너무 뜨거웠다. 직원은 빠르게 수속을 밟았다. 실장인은 1년에 2자리수도 태어나지 않는 희귀한 존재였다. 그러나 실장인은 인간과 비슷하지 않았다. 특히나 갓 우화한 실장인은 실장석을 인간으로 바꿔놓은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실장석 치곤 걸음걸이가 굉장히 빠르나 성인 인간의 걸음걸이보단 느렸고, 완력도 성인여성의 평균치보다 약했다. 실장인이 인간과 다른 것은 실장석의 장점인 질긴 생명력과 병에 걸리지 않는 몸 정도였다.


정부는 실장인에게 사회생활을 시키려고 했다. 기초적인 교육을 하고 회사에 취직시켜서 사회에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다. 실장인의 지능은 갓 우화한 시기에는 실장석과 비슷하여 아둔하지만, 몇년동안 교육을 하면 인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실장인의 수가 많이 없기에 성공한 케이스는 보기 드물지만, 대기업에 입사하여 생활하고 있는 실장인들도 있었다.


"이름은 뭘로 할래요?"
"....잘 모르겠는 데스"


그녀는 동사무소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컴퓨터, 키보드 같은게 그녀에겐 너무도 신비한 존재였다. 실장석일 때는 전혀 볼 수도 없었던 것이였다. 직원은 그녀에게 '오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레오 오즈가 생각난 것도 있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장인들은 동사무소에서 이름을 부여받고 민증을 받는다. 실장석에게 주민등록번호같은게 있을리 없으므로 번호를 부여받는데, 이 번호는 당신은 이 국가에서 n번째 실장인이라는 뜻이다. 오즈는 126번이였다. 국가에 등록된 실장인 중 126번째라는 뜻이였다.


"살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세레브한 하우스인 데스!?"


직원은 오즈의 말을 무시하고는 차에 태워서 아파트로 안내했다. 실장인 전용 아파트였다. 직원은 오즈에게 카드키 하나를 주었다. 이 카드키로 집 문을 열고 당신의 방 문도 열 수 있기에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키를 손에 꼭 쥔 오즈가 직원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넓은 데스!"
"사용법을 알려드리죠."


오즈는 세상이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직원은 한숨을 쉬며 오즈를 교육했다. 국가에서 내린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 청소기, 세탁기, TV등의 사용법을 교육시켰다. 집은 10평 남짓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화장실의 사용법도 교육했고, 청소를 하는 방법도 교육시켰다. 정 안되면 청소업체를 부르라고 했다.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의 사용법도 교육시켰다.


"하다보면 익숙해질겁니다. 교육은 선생님이 찾아오실 거예요."


국가 입장에서 실장인은 사람의 생활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과 같았기에 기본적인 사회성을 교육시켜야했다. 실장석의 습관을 지워야 한다. 오즈는 이 넓은 방이 자신만의 것이라며 방방 뛰었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닫는 법을 교육시켜 준 후 직원이 떠났다.


"닝겐이 되니까 좋은 데스. 부하는 없지만 만족인 뎃스웅~"


오즈는 교육 받은 대로 TV를 틀고는 아무 채널이나 틀었다. 배가 고파서 냉장고라는 것을 열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즈는 직원이 두고 간 상자를 열었다. 검정색 티셔츠와 7부 청바지, 그리고 임시 지원금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이라 하는 지폐가 있으면 인간이 먹는 음식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오즈는 옷을 갈아입고 교육 받은 대로 실장복과 두건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샴푸, 린스, 세탁세제와 같은 것들은 저가형으로 기본 구비되어 있었다.


오즈는 직원이 주고 간 음식을 먹었다. 카스테라와 우유였다. 열심히 비닐을 벗기고 카스테라를 한 입 베어문 오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우유랑 함께 먹으니 더욱 더 촉촉해져 굉장히 맛있었다. 실장석 시절에 먹었던 음식물 쓰레기와는 견주지도 못할 정도로 맛있었다. 카스테라를 다 먹고 나서 그녀는 포만감을 느꼈다.


"졸린 데스..데.."


배가 불러오자 오즈는 침대에 누웠다. 골판지 와는 비교도 안되게 푹신푹신해서 금방이라도 잠들거 같았다. 불과 TV는 끄라고 교육받았기에 끄고,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행거에 걸어 말렸다.


다음 날 부터, 11시 정도가 되면 오즈의 집에 인간이 찾아왔다. 약 1달여동안 인간은 하루 2-3시간 정도 오즈를 교육시켰다. 기본적인 경제 관념과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 규칙 등을 배웠다. 실장인을 교육시키는 일은 애호파만 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외형은 인간이지만 머리는 실장석인 그녀를 이해하려면 학대파보단 애호파가 낫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자는, 오즈가 8+5를 11이라고 했을 때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1달이 지나면 실장인의 교육은 끝난다. 이 이후에는 스스로 취업을 해야한다. 1달이 지난 후 부터 아파트의 월세를 내야 하고, 공과금 같은 것도 내야한다. 정부에서 자립지원금을 달마다 20만원 정도씩 2년간 보내준다고 했다. 오즈는 스스로 통장을 만들었다. 자신과 같은 층에 사는 이웃과 친해졌고 요리 같은 거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장석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오즈는 겪고 있었다. 


-


오즈가 실장인으로 우화한지 1년이 지났다. 교육이 끝나고 1개월 뒤에 오즈는 실장석 굿즈를 만드는 회사인 메이 회사에 취업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엑셀 시트를 만들어 판매량을 정산하거나, 가끔씩 굿즈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였다. 같은 부서에 있는 실장인 동료와 친해졌고, 스마트폰 이란 것도 구매했다. 신기함 덩어리였던 세상도 점차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오즈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상사에게 까이고 다시 작성하고 야근을 한 후 겨우겨우 퇴근을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오즈는 실장석의 말투를 버려야했다. 데스, 와타시 같은 말을 쓰는걸 자신의 상사는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사는 실장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왜 학대파 부서가 아닌 애호파 부서에 온 걸까. 오즈는 의아했다. 자신의 회사는 애호파, 학대파용 부서가 따로 있었다. 메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구제업체도 이었지만 오즈는 그 사실을 몰랐다.


실장인인것을 드러낸다는건 좋지 않은 일이란걸 오즈는 최근에 깨달았다. 실장인도 실장석이지 라는 생각으로 얕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있었고, 코스프레로 오해하거나 자신이 실장인인걸 알고 나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애오파들은 실장석과 직스는 하고 싶은데, 실장석과 직스하면 사회적 시선이 따가우니 실장석이지만 인간인 실장인과 직스를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일부러 실장인에게 접근하는 직스만이 목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실장석은 직스해서 흑발의 자를 낳는 것을 원하니, 실장인도 그러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발 니들한테 대줄 마음 없거든요.."


실장인 친구와 대화하며 오즈는 그런 말을 내뱉었고, 친구의 격한 공감을 얻었다. 오즈는 욕을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상사를 욕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었다. 하나하나 다 트집잡는 이상한 학대파였다. 욕이 늘어남에 따라 주량도 함께 늘어갔다. 맥주만 입에 대도 취하던 그녀는 소주 3병을 마셔도 멀쩡한 애주가가 되어버렸다.


실장인의 신체능력은 본인이 몇년간 노력을 해서 갈고 닦지 않는 이상 성인 남성을 이길 순 없었다. 실장석 시절에 워낙 신체 능력이 약했기에, 인간으로 우화한다고 하더라도 실장석의 신체능력 만큼 깎여버린다. 전생의 패널티 같은 느낌으로. 오즈는 헬스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근력은 성인 여성의 평균치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였고, 달리기와 지구력등은 성인 여성보다도 떨어졌다.


이런 신체적 특징 때문에 실장인은 범죄의 타겟이 되기 쉬웠다. 특히나 소매치기, 폭행의 피해율이 높았다. 소매치기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였고 폭행은 실장석의 장점 중 하나인 빠른 회복력과 질긴 생명력이 남아있어 폭행해도 회복이 빨라 증거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를 당하기 쉬웠다.


그렇기에 오즈의 가방에는 호신용품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은 건 호신용 스턴건이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즈는 자신이 실장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 뭔지 모르는 호기심의 눈빛,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다는 무시의 눈빛,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눈빛과 얕보이는 눈빛 등을 받기 싫었다.


"새로 사야되겠네..."


아침에 일어나서 실장인 전용 컬러렌즈를 착용한다. 실장인의 임신과 출산은 눈 색을 바꿔서 이루어지는건 아니기에 오즈는 거리낌없이 렌즈를 착용했다. 처음에는 어버버 거리다가 렌즈가 잘못 들어가는 경우도 생겼지만 이제는 수월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실장인 전용이 아닌 다른 렌즈는 자신의 눈 같지가 않아서 착용해도 눈 앞이 약간 침침해지는 부작용이 있어, 전용 컬러렌즈만 착용해야 했다.


머리카락도 자르고 싶었지만, 자르면 다시는 자라지 않는다는 실장인 선배의 얘기를 듣고 무서워서 계속 기르고 있다. 실장석의 안 좋은 점만 받은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머리로 삼각형의 귀를 가리고, 컬러렌즈를 착용하면 그녀가 실장인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었다. 새로 산 정장을 입고 오즈는 평소와 같은 출근을 했다. 내일은 바라고 바라던 주말이였다.


"이모토챠!"
"오네챠인 데스웅?"


퇴근 길, 자신이 살았던 후타바 공원에 들린 오즈는 반갑게 동생을 찾았다. 마마는 슬픈 일을 당했다고 동생이 말했다. 차녀도 어느새 성장하여 따로 골판지 하우스를 차리고, 자를 낳았다. 오즈는 가끔씩 힘들때면 공원에 들러 가족을 찾았다. 그녀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지만 이전과 같은 유대감은 생기지 않았다.


"이거, 자들에게 주는 데스."
"항상 감사한 데스웅 오네챠.."


오즈는 편의점에서 산 콘페이토 20알을 봉투에 담아서 건네고, 물을 가득 채운 깨끗한 페트병을 건넸다. 마음 같아선 자신의 동생과 동생의 자들을 기르고 싶었지만 자신이 사는 아파트는 실장석 금지였다. 실장인도 엄밀히 보면 실장석이지만, 실장석은 실장인과 다르게 시끄럽고 민폐라는 이유에서였다. 오즈는 자신의 동생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적막한 집에 불을 키고 TV를 틀었다. 자신과 같은 실장인인 미도리야가 TV에서 모델 포즈를 잡고 있었다. 실장인의 취직처는 꽤 다양했다. 실장인의 희소성을 살려 모델을 하거나, 화류계에 몸을 담는 실장인도 있었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무섭게도 구제업체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실장인도 있었다. 오즈와 같은 중견기업에 취직하는 일도 많았다.


"...치킨 먹고 싶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치킨을 시켰다. 실장인이 된 후 이런저런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제 기준 가장 맛있는건 치킨이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어플을 키고 프라이드를 시켰다. 오즈는 사회에 꽤나 잘 녹아든 실장인이였다.


"맛있었어.."


이제는 인간의 말이 더 익숙해져버린 그녀가 뒷정리를 마치고 집안을 청소했다. 실장석때는 그리도 맛있었던 음식물 쓰레기이지만, 지금은 가차없이 버리고 있다. 분리수거도 제때 하고, 적금도 들고 있다. 오즈는 인간의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고 할 수도 있었다. 


1년여가 지나면서 오즈가 가장 쓸쓸했을 때는 명절이였다. TV를 틀면 설연휴, 추석연휴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졌고 다들 가족과 보낸다는 내용의 예능프로그램등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 없는 오즈는 쓸쓸해져 TV를 끄거나 했다. 동생이 남은 유일한 가족이지만, 그것도 가족으로서의 동질감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끌고 온 연같은 느낌이였다.


자신은 인간. 동생은 실장석.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같은 마마의 총구에서 나왔음에도 종이 달라짐에서 오는 거리감은 도저히 좁힐 수 없었다. 동생도 마찬가지인지라, 자신이 와도 몇 마디 간단한 말만 주고 받고는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날이 많았다.


"나는 실장석과는 많이 다르지."


그녀는 어느새 이런 말을 하고 다니게 되었다. 분대만 있는 실장석과 달리 자신은 인간의 모든 내장이 다 있다. 눈 색을 바꾼다고 하여 임신하지 않는다. 자신은 실장석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 사실을 되뇌이며 잠들었다.


-


 1달 정도 지나고, 오즈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추석연휴라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내려갔고, 뉴스에는 귀성길에 빼곡한 차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즈는 아무 곳도 갈 일이 없었다. 실장인이 되어 시야는 넓어졌지만 행동반경은 줄어든 느낌이였다.


심심해진 오즈는 밖으로 나왔다. 동생이라도 만날까 싶어서였다. 공원에 가까이 오면 올 수록, 공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는 테치이이이이!!!"
"테벳!"


실장석의 피가 섞여있는 그녀이기에 오즈는 링갈이 없어도 실장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차라리 링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주 시끄러운 비명소리였다.


실장석일때 그녀는 들은 적이 있었다. 동족들이 너무 늘어나면 하얀 악마가 나타나서 공원을 황폐화 시키고 떠난다고. 그녀는 그 일이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걸 직감했다. 어차피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오즈는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오한이 자신을 덮쳤다. 동생은 안전할까?


약 1시간 정도 지난 후, 오즈는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꽤 정돈되어 있는 공원에는 실장석의 피와 운치자국 등이 남아있었다. 코를 찌르는 동족의 피 냄새 속에서 오즈는 자신의 동생을 찾았다.


"..."


오즈는 알았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부서진 골판지는, 자신이 선물해줬던 골판지였다. 택배를 시키고 남은거에 방수포를 두르고, 몇겹으로 감아 겨울을 버티라며 선물해줬던 그 골판지였다.


"...설마..."


오즈는 떨리는 손으로 골판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실장석의 얼룩이 남아 있었다. 곤죽이 된 얼룩이 골판지 안에 늘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콘페이토 몇 알이 담겨진 봉투와 페트병이 보였다. 자신이 선물해준 물건이였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동생이 죽었다기 보다는 실장석 한 마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족은 없다고,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죽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난 인간이야..인간..."


실장석이 죽었다고 해서 슬퍼할리 없지. 그렇게 얘기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동생은 실장인이 아니었기에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심적으로 받는 충격이 없진 않았다. 오즈는 몇 분간을 울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은 혼자다. 자신은 실장석도, 인간도 아니다. 


자신은 그저 기적의 확률로 만들어진 어정쩡한 돌연변이일 뿐이다. 그 생각을 끝으로 오즈는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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