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 중에서 저실장, 통칭 구더기라 부르는 유체는 푸니푸니라고 부르는 행위를 해 주는걸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인간의 유아와 마찬가지로, 자극을 받아 뇌와 신체의 발달에 도움이 된 다고 하지만 어차피
실장석의 지능과 실장석의 신체... 그다지 별 차이도 없을 것 이다.
단지 저실장들의 염원인 고치를 만들어 엄지실장이나 자실장, 팔다리가 있는 모습이 되는것엔
충분한 푸니푸니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것도 생산적인 활동은 하지 못 하는 저실장의 존재 의의는 기껏해야 비상식량이나 제대로
된 새끼들, 자실장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없는 것 보단 나은 미끼 정도.
그렇기에 저실장 상태를 벗어나 자실장이 되기 위해 구더기들은 시도 때도 없이 푸니푸니를
조른다. 마찬가지로 자실장의 노동력조차 안 되는 엄지실장들은 구더기들을 돌보고 푸니푸니
를 해주는 그 행위가 일가의 생존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더라도 필사적으로 해서 자신이 뭔
가를 하고 있다는 티를 내어 일가에 소속되어 있으러 기를 쓴다.
“........”
내가 이런 쓸데없는 지식을 떠올리고 있는 것은, 눈앞의 화면에 비춰진 영상 때문이었다.
관찰파인 나에게 실장석의 일상을 감상하는 건 작은 즐거움.
그렇기에 집의 좁은 뒤뜰의 벽에 난 구멍을 일부러 방치하고 골판지까지 가져다 놨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부푼 배를 안은 들실장 하나가 골판지 안으로 기어들어 두리번거리
다가 기뻐하며 둥지를 트는 모습을, 미리 골판지 안에 둔 카메라를 통해 보면서 관찰을 시작
했던 것 이다.
마치 어릴 때 개미를 병에 넣어 기르는 느낌으로, 나는 뒤뜰의 골판지에 살기 시작한 실장석
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녀석이 두 눈이 붉어진 채 허둥거리다가 내가 가져다 둔 접시에 담긴
물에 새끼를 낳는 것도, 영양 상태가 안 좋은 건지 자실장이 없이 엄지 둘과 구더기 셋이라는
초라한 가족이 생기는 것도 지켜봐 왔다.
먹을 거 까지 주지는 않고, 애초에 인간이 관여 하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게 하고 있기 때문
에 새끼들을 골판지에 남겨두고 먹을 걸 찾으러 나가는 친실장의 모습이나 안에서 저실장들을
돌보는 엄지실장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보듯이 봐 오던지 한달 째.
......슬슬 질려왔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뒤뜰엔 실장석들에게 위험이 될 요소는 별로 없었고 다른 들실장이 기
어드는 일도 없었다.
관찰도, 다큐멘터리도 좋아하지만 결국 실장석 상대론 사육을 하는 즐거움도 없다.
거기서 나는 작은 변화를 줘봤다.
그날도 친실장이 먹이를... 이라봤자 음식쓰레기를 구하러 나간 동안 세 마리의 저실장을 번갈
아가며 열심히 푸니푸니를 해 주던 엄지실장들이 저실장이 잠들자 골판지 밖으로 나와 아장아
장 걸어 다녔다.
친실장에게 골판지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고 주의를 들었겠지만 철없고 한창 놀고 싶어 할 아
이인 엄지실장에게 그런 일이 가능 할 리도 없고, 태어난 이후 위험이란걸 느껴본 적이 없는
엄지실장들은 슬쩍슬쩍 골판지 문가에서 바깥을 내다보다가 요즘엔 대놓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멘트 바닥의 좁은 공간인 뒷마당에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리도 없어 그저
이리저리 걸어 다닐 뿐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내가 놓아둔 물건을 본 엄지실장들이 못 보던 물건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다가와 집어 드는 모
습이 보였다.
잠시 그 물건을 휘두르거나 씹어보던 엄지들은 먹을게 아니란 걸 알자 실망하는 기색이었지만
그 외에는 장난감도 놀이거리도 없는 환경.한참동안이나 그저 만지작거리거나 들어 올리거나
하다가 골판지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화면을 골판지 안으로 바꾸자, 예상대로 그 물건을 이용하는 방법을 엄지들이 생각해 낸 참
이었다.
내가 놓아둔 물건은 프라모델의 런너(부품이 붙어있는 플라스틱 틀)를 일부 잘라낸 것 이었다.
엄지가 들 수 있고, 저실장의 수대로 세 개의 가지 부분을 남겨둔 그것을 엄지실장들이 양 쪽
에서 잡고 일렬로 눕힌 구더기들 눌러 한 번에 푸니푸니를 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항상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차례가 지나가면 기다려야 했던 구더기들
은 동시에 계속 푸니푸니를 받는 것에 크게 흥분해 콧김을 뿜으며 좋아하는 듯 했다.
단지 대변까지 싸며 돌기나 다름없는 짧은 다리를 버둥거리며 꿈틀대는 저실장들과 달리 체중
을 실어 누르는 자세가 아니라 팔 힘으로만 런너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엄지들은 더 힘들어
보였지만 저실장들을 돌본다는 역활을 수행함으로서 자신을 길러야 할 가치를 주장하기 위한
본능으로 열심히 푸니푸니를 해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동생들을 잘 돌보는 엄지실장.
애호파들이 보면 흐뭇해할 만한 광경이었다.
저녁에 돌아온 친실장도 잠시 런너를 물어뜯거나 냄새를 맡아보거나 하다가 내버려두곤 주워
온 음식 쓰레기를 엄지들과 함께 둘러 앉아 먹기 시작했다. 항상 보는 거지만 음식의 맛을 느
끼는 미각이 인간과 큰 차이가 없어 맛있다고 느끼는 종류도 같다는 실장석이 저런 썩어 국물
이 흐르는 음식쓰레기를 잘도 먹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얼굴을 찌푸리고 씹다가 가끔씩 뱉어내기도 하는걸 보면 역시 좋지는 않은거 같다.
그리고 다음 날.
역시나 친실장이 나가고 역시나 엄지실장들이 구더기에게 프니프니를 해 주려 런너를 양쪽에
서 집어드는 광경.
이제 질렸기에.
이 실장석 일가를 관찰하는건 끝내기로 했다.
어제 학습한 대로, 프니프니를 해주기에 양쪽에서 힘껏 런너를 내리누른 엄지실장들의 얼굴
에.
갑자기 터져 나온 적록색 체액이 튀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목이 찢어질 듯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을 구더기들의 짧은 다리가 미친
듯이 파닥거리며 대변을 분수처럼 뿜어대는 모습이 보였다.
어제밤 들실장 일가가 잠이 든 후에 나는 골판지 안으로 손을 넣어 런너를 꺼냈다.
그리고 가지 부분을 니퍼로 비스듬하게 잘라 뾰족하게 만들어 둔 것이다.
거기에 문든 생각난 대로 액상 도돈파를 발라 둔 것도 효과가 매우 좋았던 듯, 엄지실장들이
눈치 채지 못 하고 내리누른 뾰족한 런너에 말랑말랑한 배가 동시에 뚫린 세 마리의 저실장들
의 위장에 액상 도돈파가 그대로 들어가 배설구 뿐만 아니라 배에 뚫린 구멍에서도 대변을 뿜
어내며 뭄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체액과 대변 투성이가 된 엄지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 거리는 동안 저실장들은 크게 부
풀어 올랐다가.
터졌다.
사육실장의 의료용 도돈파가 성체용과 자실장용이 나누어져 있는건 같은 약물이라도 몸 크기
가 다른 성체와 자실장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실장용도 아니고 애초에 의료용도 아닌, 그저 학대를 위한 도돈파를 위장에 넣어진 구더기
는 급격한 설사를 미처 내보낼 틈도 없이 부풀어 오르다가 터진것이다.
“...........”
대변이 생각보다 거세게 튀어 카메라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별 상관은 없다.
곧 돌아올 친실장의 눈 앞에 보일, 처참하게 죽어 원형조차 남지 않은 구더기들과 그 체액을
뒤집어 쓴 엄지실장이라는 광경.
어쨌든 새끼를 낳는건 행복, 자신의 소유물이자 재산인 구더기를 죽였다고 생각되는 엄지.
엄지 또한 자신의 새끼이긴 하지만 구더기를 돌보는 역활 말고는 가치가 없는 엄지들이 자신
의 소유물에 손해를 입혔다는 걸 안 친실장의 반응은.
지금까지 관찰 해 온 수십 일가 모두 같았으니까.
“............”
그날 저녁.
돌아온 친실장이 골판지에 들어가고 잠시 뒤, 분노에 찬 외침 소리와 함께 엄지 실장들의 비
명이 들려오며 조금 흔들리던 골판지가 조용해지자.
나는 준비해 둔 테이프를 들고 나가 골판지를 봉해버렸다.
그리고 안에서 놀라 데스데스 울어대는 소리가 나는걸 무시한채 골판지를 타는 쓰레기 수거장
에 내던지고는 돌아왔다.
......관찰은 슬슬 질려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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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프니훗!!!...프니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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