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

 


답답하고 좁게 뻗어있는 길쭉한 통로. 오수와 분뇨가 뒤섞여 썩어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두컴컴한 그 곳에서 무엇인가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한발짝씩 걸어가나고 있다.

- 테에에.. 닝겐의 운치굴은 왜이렇게 불편한 테츄? 여기서는 구더기도 못키울것 같은 테치.

찰박대는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비닐 우비를 입고있는 자그마한 독라 자실장 한마리였다. 손에 들고있는 카메라가 무거운지 낑낑대면서 움직이던 녀석은 목에 걸고있던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야, 야! 거기서 자빠지면 어떻하냐! 카메라 다시 들어서 윗쪽에 비춰보라고!
- 알겠는 테치! 주인 사마 말대로 하는 테치!

질퍽하게 고인 오물더미에서 다시 일어난 녀석은 카메라를 자신이 바라보는 쪽으로 치켜올렸다. 백열하는 LED 라이트의 불빛 아래서 드러난 크랙의 모습에 의기양양한 남자의 음성.

- 하 고게 거기 나있을줄 알았지! 잘했어 피치!
- 해낸 테치? 와타시 오늘은 콘페이토 받는 테츄아?
- 콘페이토는 일을 끝내고 줄거다. 알고 있지?
- 아는 테치! 주인 사마에게 칭찬 받도록 열심히 하는 테치!

배관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벽체나 바닥을 뜯어내고 재시공을 해야 한다. 물론 비용도 비싸거니와 집안에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의뢰인의 개인적인 생활이 힘들고, 며칠은 걸리는 시공 기간동안 아예 집밖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어느 청년이 설립한 (주)짓소플럼버의 신 공법은 이러한 단점을 획기적으로 줄여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데, 덩치가 작은 엄지실장이나 자실장을 훈련시켜 간단한 크랙 보수부터 슬러지 청소를 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값비싼 기계장비보다 훨씬 저렴한 유지비와 신속한 작업이 가능하기에 다른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시장 점유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하수배관에 쓰이는 100mm PVC 파이프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자실장을 쓰고, 50mm나 30mm 소형 배관은 엄지실장을 집어넣어 수리를 한다. 물론 실장석의 한계가 명확하기에 정말 기초적인 크랙 수리만 가능하지만 대개의 가정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이번의 현장도 자실장이 충분히 수리할 수 있는 수준의 크랙이었다. 길쭉하게 배관을 따라 금이 가있는 부분을 솔로 쓱쓱 문대어 슬러지를 떼어낸 녀석은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남자의 지시대로 약품을 바르고 마무리로 방수처리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급속 건조가 되는 약품의 특성상 숙련되지 않은 초심자는 제대로 마감을 하기도 힘든데 무리없이 하는 것을 보니 이 자실장은 어째서 자신이 이름까지 받은 네임드인지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 테에, 힘들었던 테치! 주인 사마도 오늘 수고하신 테츄!
- 어 그래 피치 너도 고생 많았다. 오늘은 콘페이토랑 특식도 줄께.
- 테햐아아! 감사한 테치! 고마운 테치! 근데 콘페이토 지급은 집에 돌아가서인테치?
- 하나는 지금 줄까?
- 주인 사마의 은혜 잊지 않는 테챠아!

보람찬 하루를 마쳤는지 재잘대면서 남자가 내민 수조통 안으로 들어가는 자실장. 콘페이토를 핥짝대는 녀석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지긋이 눈을 감는다. 대부분의 학대파라면 보는 즉시 어떻게해서라도 괴롭히고 싶어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은 녀석은 독라답지 않게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콘페이토를 핥아 나간다.

- 와타시는 좋은 주인 사마를 만나서 정말 행복한 테치. 일은 힘들지만 맛난 콘페이토도 먹을 수 있고 무서운 오바상들도 없는 테치. 마마와 이모우토챠도 같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테치. 대신 와타시가 외롭지 않게 자들을 많이 많이 낳아서 다같이 행복하게 지내는 테치!
- 뭐라고 했냐?
- 아닌 테치! 어서 특식을 맛보고 싶어서 그런 테치!

치프프픗, 하는 웃음을 흘리며 행복회로를 돌리던 녀석은 남자의 물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대답을 한다. 아직까지는 사육실장답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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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번창해 나갔다. 나름 현명한 어미 밑에서 태어나 똑똑한 유전자를 받았는지 독라 자실장의 행동은 일반적인 실장석과는 달라 보였기에 귀여워 해주는 의뢰주들도 많았고, 특히나 자그마한 실장석이 뒤뚱거리면서 장비를 나르고 일을 한다는 것에 놀라는 의뢰주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의뢰주들의 소개를 받아 일감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는 행복만이 가득할 수 없었기에 독라 자실장을 보고 분충성이 발현해버려서 처분당하는 의뢰주가 키우는 사육실장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특히 독라라고 깔보던 녀석이 닝겐과의 대화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본 최고급 세레브 실장마저 분충이 되어버릴 지경이었으니까.

- 테에에, 저 오바상도 그른 테치.
- 앞으로는 사육실장석은 공사 기간동안 다른 곳에 옮겨 달라고 미리 공지를 해야 하나?
- 상관없는 테치. 저 오바상은 스스로의 그릇에 맞는 행동을 해서 저런 테치.

버둥버둥 대면서 사방에 운치를 투분하는 분홍 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이 새파랗게 질린 주인 아주머니의 손에 잡혀 질질 끌려나가는 광경을 보면서 사내와 독라는 대화를 이어갔다.

- 그런가. 뭐 아무튼 너가 보기에는 이건 어떨거 같냐?
- 아무래도 와타시 혼자서는 힘든 테치. 카메라에는 안보이지만 파이프 전체에 실금도 많이 나서 와타시가 수리를 했어도 임시방편밖에 안되는 테치. 차라리 조금 더 작은 배관을 집어넣는게 나을 것 같은 테치.
- 흐으으음.. 일단 집주인과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고생했다.
- 아닌 테치! 와타시가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인 테치! 그리고 콘페이토 때문인 테치!

남자의 칭찬에 겸손하게 대답한 녀석이지만 내심 기쁜지 두 귀가 쫑긋대는 독라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남자는 의뢰주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방 밖으로 나갔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견적을 내는 것은 남자가 하는 일이었기에 혼자 화장실 안에 남겨진 독라 자실장은 그동안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묻어놓았던 생각을 다시 끄집어 냈다.

- 와타시는 이제 배관 설비의 베테랑 실장석이 된 테치. 하지만 와타시 혼자서 하기에는 이제 일이 너무 많은 테치. 와타시를 도와줄 자들이 몇마리라도 있으면 좋을 것인 테치.

그런 생각에 빠져있던 독라는 문득 눈 앞에 보이는 난초 꽃을 그제서야 알아챈다.

- 테햐아아.. 저 꽃은 너무 예쁜 테치. 자를 낳으면 분명 저 꽃처럼 아름답고 똑똑한 아이들이 나오는 것이 분명한 테치..!

통상적으로 실장석은 성체가 되고 나서야 자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 즉 번식기에 접어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자신의 안전이 담보되고 나서야 새끼를 가지겠다는 본능도 어느정도는 있기에 연약한 자실장때에는 자를 가지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는 것이고.

물론 이 녀석은 그동안 충분히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자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끓어넘치기 일보직전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난초꽃을 향해서 발걸음을 내딛는 녀석. 무엇에 홀린 것처럼 난초꽃을 따려고 손을 뻗어보지만 높이 솟은 화분은 감히 실장석 따위에게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꼼짝도 하지 않고 독라의 손길을 무시한다.

- 테에에에.. 저 꽃만 있다면 와타시의 자들은 분명 똑똑하고 귀엽게 태어날 것이 분명한 테치!

마치 도마위의 낙지가 꾸물거리면서 기어가는 것처럼 화분에 달라붙어 어떻게든 기어올라가려고 하던 녀석은 미처 남자가 화장실 안에 돌아왔다는 사실도 모른채 거친 숨을 내쉬며 난초꽃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 너 뭐하냐?
- 테히이익!! 아닌 테치! 와타시 착한 사육실장인 테치! 자를 가지려고 저 세레브한 꽃을 따려는 짓은 하지 않은 테챠!
- .............
- ................

약간은 불편한 침묵이 화장실 안을 감돈다. 독라 자실장은 새끼일 적에 어미가 해주었던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똑똑한 장녀는 잘 듣는 데스우. 만에 하나 사육이 되더라도 감히 주인 사마의 허락 없이는 자를 가져서는 안되는 데스.'
'어째서인 테치? 마마는 와타시가 있어서 행복하지 않은 테치?'
'물론 행복한 테치. 하지만 대부분의 닝겐은 와타시들이 함부로 자를 가지면 매우 화를 내는 데스. 마마도 그래서 버려져 버린 데스우..'
'테에에에..?'

- 잘못한 테챠아!

모처럼 떠올린 마마의 훈육에 새파랗게 질린 독라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밀려오는 빵콘의 욕구를 참으며 남자 앞에서 도게자를 해댔다. 물론 실장석 따위가 하는 알몸 도게자는 전혀 보기 좋지 않았기에 남자는 발로 독라를 툭툭 건드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 음, 어떻게 할까?
- 주인 사마 용서해 주시는 테치! 언감생심 자를 가지겠다는 생각을 해버린 테치! 제발 버리지 말아주시는 테치..
- 뭐 너 정도면 자를 가져도 되긴 하겠네.
- 테헤에에에?!?!

선뜻 자를 가져도 된다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꿈벅거리는 녀석. 혹시 마마가 알려준 것이 틀렸던 것일까?

당연하지만 남자는 녀석을 사육실장이 아니라 노동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를 가지는 것을 허락해 준 것이다. 그냥 들실장을 잡아서 노동을 시키는 것보다 녀석의 새끼라면 좀더 일도 잘 알려주고 사이가 좋을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 다만 알다시피 네 자식들도 너와 똑같은 일을 해야만 해. 일을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분충은 그 즉시 처분할거야. 알겠지?
- 당연한 테치! 주인사마의 은혜에 보답하지 않는 분충은 와타시가 솎아내는 테치!

혹여라도 남자의 마음이 변할까 싶어서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독라 자실장. 그런 녀석을 내려다 보던 남자는 주인의 허락을 받고 난초 꽃가지를 하나 꺽어서 내밀었다.

-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테치! 와타시의 자들은 분명 와타시처럼 주인 사마에게 도움되는 착한 아이들이 분명한 테치!

온 몸으로 기쁨을 표시하던 녀석은 이동하는 내내 수조에서도 흥얼흥얼대면서 텟테로게 노래를 불러댔다. 행복에 잠겨있던 녀석은 곧 난초꽃을 슬그머니 총구 사이에 끼워넣고 듣기 싫은 비음을 흘려대며 비비기 시작한다.

- 테훙, 테훙, 와타시도 곧 마마가 되는 테치! 자들과 같이 행복해지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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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실장이 임신하고 있던 동안 남자는 녀석을 동물 호텔에 맡겨놓고 일주일간의 여름 휴가를 떠났다. 그동안 바삐 일하느라 바다한번 못가본 남자는 이번 기회에 여자사람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놈들과 펜션을 예약해서 갔지만.. 당연히 잘 될리는 없었다. 시무룩한채로 돌아온 남자를 반기는 것은 독라 자실장과 녀석이 친 새끼들뿐.

- 잘 다녀오신 테치? 와타시의 자들이 태어난 테치! 분명 주인 사마도 마음에 들어하실 것이 분명한 테치!
- 주인 사마인 레츄? 잘 부탁드리는 레츄!
- 와타시도 잘 부탁드리는 레후우!

아무래도 자실장의 새끼여서 그런지 녀석이 낳은 자들은 모두 엄지와 구더기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지 네마리에 구더기 네마리로 고영양의 실장푸드 덕분인지 통상적인 자실장보다는 많이 새끼를 쳤다.

- 흠, 이정도인가..
- 와타시의 자들은 모두 똑똑해서 일도 잘할 것이 분명한 테치! 믿고 맡겨주는 테치!
- 그런 레치! 와타시와 이모우토챠들 모두 열심히 하는 레치!
- 레에에.. 이상한 마마와 오네챠인 레치. 고귀한 와타시가 태어났는데 어째서 닝겐 노예놈에게 아첨이나 하는 레치? 그리고 저 독라가 마마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 레치.

중간에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을 하는 녀석이 있었지만 남자는 쿨하게 넘어갔다. 어차피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분충이냐 양충이냐가 아니라 일만 잘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잠깐 남은 자재를 뚝딱거려서 실장석용 훈련 코스를 만들어냈다. 최대한 실제에 근접하게 만들기 위해서 실장석용 변소에 가득한 운치도 배관 안에 잔뜩 흘려넣은 남자는 먼저 독라 자실장에게 시범을 보이도록 지시했다.

- 자, 항상 하는 것처럼 해봐라. 제일 간단한 난이도로 만들었으니 똑똑한 녀석이라면 금방 따라하겠지.
- 당연한 테치. 자들은 마마를 보고 따라하는 테치!
- 알겠는 레치!
- 마마는 미친 레치? 어째서 운치로 가득찬 곳에 기어들어가는 레챠아!!

익숙한 솜씨로 비닐 우비를 입은 독라 자실장이 운치로 가득찬 배관 안에 기어들어가는 것을 본 엄지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인다. 마마가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장녀와 차녀. 그리고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차녀와 사녀로 말이다.

남자가 부분적으로 투명 플라스틱 배관을 써서 만들어 놓았기에 독라 자실장이 낑낑대며 기어가는 모습을 엄지들은 잘 볼수 있었다. 어느정도 기었을까, 머리카락이 잔뜩 엉겨서 배관을 막은 곳에 도착한 독라 자실장은 엄지실장들을 바라보며 따라하라는 시늉을 한다.

- 잘들 보고 따라하는 테치! 여기는 먼저 봉으로 몇번 쑤셔보고, 안되면 이 갈쿠리로 긁어내는 테치! 손이 안닿는 부분은 이렇게 여기 병에 들어있는 걸 부으면 녹아내리는 테치.

신기한듯이 투명 플라스틱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지켜보는 엄지 실장들. 물론 차녀와 사녀는 자기들끼리 저 뒤에서 레프픗대며 비웃기에 바쁘다.

- 독라 노예에 어울리는 일인 레치!
- 그런 레치! 와타시의 운치나 치우는 운치굴 노예인 레치!

독라 자실장의 시범이 끝나고 다시 운치를 넣어서 배관을 막히게 한 남자. 이제는 새끼들이 따라할 차례이다.

- 자, 다음은 누가 할거냐?
- 와타시가 하는 레치! 마마가 한 것처럼 잘해내는 레치!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하는 장녀에게 지급된 조그마한 우비와 벨트를 채우고 배관 안에 집어넣는 남자. 만약 녀석이 잘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을 받아올수 있을테니 내심 기대가 된다.

- 레햐아아.. 운치 냄새가 정말 지독한 레치. 하지만 마마도 하는 일이니 와타시도 힘내는 레츄!

처음이라서 푹푹 빠지는 운치더미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앞으로 기어나가는 장녀. 어미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낸 장녀. 낑낑대며 배관을 기어나오자 기뻐하는 마마와 삼녀의 축하세례를 받는다.

- 마마는 장녀가 해낼줄 알았던 테치! 똑똑한 테치!
- 오네챠는 정말로 대단한 레치! 와타시도 해보는 레치!

뒤이어서 삼녀도 고군분투하면서 막힌 운치더미를 뚫어낸다. 생각보다 일을 잘 따라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남자는 보상으로 콘페이토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 훈련이지만 처음 하는것 치고는 잘했으니까 상으로 하나씩 주마. 하루에 일을 끝마칠때마다 성공보수로 콘페이토를 한알씩 줄거야. 알겠지?
- 레햐아아! 이게 콘페이토인 레치? 아마아마한 것이 천상의 말인 레치!
- 와타시 앞으로 일 열심히 해서 매일매일 콘페이토를 먹고싶은 레치!

기뻐하면서 콘페이토를 먹고있는 친자를 보고 차녀와 사녀도 다가와서 콘페이토를 요구한다.

- 닝겐 노예는 대체 무슨 짓인 레치?
- 어째서 고귀한 와타시들에게 진상하지 않고 운치굴 노예에게 콘페이토를 주는 레치?

레챳대면서 남자에게 토닥토닥 발길질을 하는 녀석들. 성질대로라면 그대로 밟아버리고 싶지만 혹시라도 숨겨진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니 남자는 두 분충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 일하지 않으면 먹이도 없다. 너희도 콘페이토를 받고 싶으면 앞의 녀석들이 했던 것처럼 막힌 부분을 뚫는 훈련을 끝내야지.
- 레에에에?! 닝겐놈이 미친 레츄아?
- 세레브한 와타시가 어째서 저 운치굴 안으로 기어들어가야 하는 레치?
- 당장 사과하는 레치! 독라가 되어서 도게자를 해도 모자라는 레챠아!
- 물론 콘페이토와 스시부터 먼저 바치고 나서 사과를 하는 레치!

점점 에스컬레이트하는 분충 발언에 사색이 되어버린 독라 자실장. 자신이 낳은 자들 중에 저런 분충이 있었다니 절로 총구가 벌름거리며 운치를 지릴 지경이다.

- 오마에들이야말로 미친 테치카? 주인 사마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되는 테치! 당장 사죄하고 마마가 한 것처럼 운치를 치워보는 테치!
- 똥마마는 닥치는 레챠! 이런 똥닌겐은 와타시의 발길질 한번이면 당장이라도 쓰러지는 레치!

물론 실장석, 특히 엄지 실장의 발길질에 쓰러지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죽기 직전의 암환자라도 말이다. 아무튼 분충 자매의 행태를 보며 남자는 독라 자실장을 지긋이 쳐다본다.

- 테에에.. 주인 사마 어떻하면 좋은 테츄..
- 니 입으로 분충은 솎아낸다면서?
- 그래도.. 와타시의 자들인 테치. 분명 좋은 말로 이야기하면 알아주는 테치.
- 꼭 내가 직접 해야 되겠냐?
- 테챠아아!! 참아주는 테치이! 와타시가 자들을 따끔하게 타이르는 테치!

테칫거리며 필사적으로 남자를 말리는 독라 자실장. 모든 실장석이 그렇지만 자를 가진 녀석은 이미 분충성을 띄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동안 같이 일해온 정도 있으니 한번은 넘어가 주기로 한다.

- 네가 그렇게까지 말리니까 솎아내지는 않으마.
- 다행인 테치! 감사한 테치! 주인사마!
- 그래도 이렇게 분충짓을 하는 녀석들인데 손을 안댈수는 없지.
- 테에..?

아직까지도 발길질을 하고 있던 엄지들을 움켜잡은 남자는 녀석들의 옷을 찢어버리고 머리카락은 라이터로 지져버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아비규환의 현장.

- 레챠아아아!! 똥마마는 뭐하고 있는 레치!!
- 와타시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옷이 사라져 버린 레챠!!

피눈물을 줄줄 흘려대며 애원하는 엄지들을 바라보는 독라 자실장도 피눈물을 흘린다. 당장이라도 닝겐의 손에서 귀여운 자들을 뺏어오고 싶지만 목숨을 구해주고 밥도 먹여준 은혜가 있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

- 주인 사마 자들의 목숨을 뺏지 않아주셔서 감사한 테치.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와타시가 열심히 교육하는 테치!
- 어 그래.

심드렁하게 대꾸한 남자. 이미 지금의 상황에서 자들을 솎아내지 못한것을 보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리라. 더구나 자신이 체벌했다는 것에 벌써 반감을 가지고 있는듯하니 직접 이 분충을 처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남자는 실장석들을 수조 안에 집어넣어 주면서 앞으로 어떤 훈련을 시킬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부터는 일을 나가도록 하자고.
- 알겠는 테치. 편히 쉬시는 테치!

불이 꺼지고 수조 안의 녀석들도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그렇게 남자가 나간 방 안에서는 훈련용으로 쓰던 배관 안에서 울려오는 구더기들의 기쁜 목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 레후! 맛난 것이 가득한 레후!
- 구더기로 태어나 행복한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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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남자는 그동안 들어온 의뢰 순서대로 집집마다 방문해서 견적을 내고 시공을 한다. 먼저 싹수가 보이는 장녀와 삼녀를 독라 자실장에게 딸려 보내서 슬러지 청소를 시키고 배관 점검을 하는 것이다. 고압 청소기를 쓰면 간단하지만, 아무래도 의뢰주들은 직접 실장석들이 일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기에 이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힘든 일을 마치고 나온 친자는 남자가 조금 따라준 탄산음료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 아마아마하고 톡 쏘는 맛이 정말 좋은 테츄!
- 마마가 힘써준 덕분에 이런 것도 마셔보는 레치.
- 감사한 레치!

한편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차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수조 안에 있다. 자랑이었던 찰랑찰랑한 머릿결과 예쁜 옷이 사라져 독라가 된 충격에 자신들만 맛난 것을 먹지 못한다는 자괴감일까, 그저 피눈물만 흘리며 밖을 쳐다보기만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강제로 남자가 훈련용 배관 안에 처넣었을 때에도 별다른 반항없이 안에 기어들어가서 철벅대며 안을 청소했다. 놀랍게도 차녀는 재능이 있었는지 마마가 했던 것처럼 깔끔하게 해냈다. 그리고 별다른 말 없이 콘페이토를 받아서 자신의 보금자리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반대로 사녀는 계속 떼를 쓰면서 콘페이토를 요구하고 있었다.

- 어째서 세레브한 와타시가 독라가 되어야 한 레치? 콘페이토도 왜 안주는 레챠아!!

그런 녀석을 위해서 남자는 보통보다 훨씬 어려운 난이도의 코스를 제작해주었다. U관에 Y관, L자 관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가 곳곳에 운치가 고여있어서 자칫하다가는 빠져 죽을 수도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 자, 일단 너가 해보는 걸로 할까?
- 테에에.. 이건 와타시에게도 너무 어려운 테치! 도면을 봐도 헷갈리는 테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대로 도면을 숙지했는지 미로같이 꼬인 배관 안에서 깔끔히 수리를 마치고 나온 독라 자실장. 뒤이어 들어가게 된 사녀가 걱정이 되는지 도면을 가르키면서 설명하기에 바쁘다.

- 잘 듣는 테치. 여기 U관은 운치가 가득 고여있는 곳이라서 재빨리 지나가야 하는 테치. 그리고 이쪽 부분은 구배가 급하게 잡혀있어서 미끄러지면 그대로 운치웅덩이에 빠져버리는 테치. 최대한 조심조심 지나가야 하는 테치. 그리고..
- 똥마마는 닥치는 레챠아!! 콘페이토도 못구해오는 똥마마가 하는 말은 운치보다도 못한 레츄!
- 테에에에..

시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사녀를 바라보던 독라 자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라도 더 위험한 곳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어찌보면 감동적인 모성애지만 남자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

- 자, 시간 다 됐다. 들어가서 막힌부분을 뚫고, 크랙을 메꾼다음에 나오면 돼. 성공하면 콘페이토 한알을 주마.
- 흥!인 레치! 멍청한 똥닌겐과 똥마마가 말 안해줘도 세레브한 와타시는 다 할수 있는 레치! 그러니 운치굴에 들어가는 것도 참아주는 레치!

폴짝 배관 안으로 사라진 사녀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독라 자실장. 뒤이어 들려오는 엄지의 비명소리에 남자에게 애걸을 한다.

- 주인 사마! 제발 사녀를 꺼내 주시는 테치! 저러다가 죽어버리는 테챠아!
- 그러면 저녀석은 여기서 키워줄 수가 없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독라 엄지를 뭣땜에 키워주겠냐?
- 와타시가 먹을 것을 나눠주고 와타시의 콘페이토도 주는 테치! 분명 사녀도 주인 사마의 마음에 들도록 변하는 테치!

그렇게 필사적으로 사녀를 구하기 위해 독라 자실장이 남자에게 설득을 하는 동안 배관 안에서는 이제 모두를 저주하는 엄지의 목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 레챠아아아!! 운치 구덩이에 빠져버린 레치! 마마! 여기서 꺼내주는 레챠!!
- 똥마마에게서 태어나 불행한 레치!!
- 레캬아악!! 살려주는 레치! 운치 그만 먹고싶은 레치! 보뤡궭뤡!!

한참이 지나도 더 이상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남자는 머리를 긁적인다. 조금 과한 기대를 한 것일까.

U관을 빼보니 혀를 빼문채로 퉁퉁 불어버린 엄지의 시체가 철퍽,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자매의 끔찍한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운치를 지려버린 다른 엄지들. 독라 자실장도 오로롱대면서 슬퍼한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차녀는 혼자서 자신의 몫으로 받은 콘페이토를 할짝인다.

- 다들 멍청한 레치. 닝겐이 원하는 것은 똥마마처럼 행동하는게 아닌 것이 분명한 레치. 와타시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레치.

운치에 온통 녹색으로 물든채로 축 늘어져있는 사녀의 시체를 쓰레기봉투에 버리러 간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녀는 조금 남아있던 콘페이토를 으적, 하고 씹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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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라 자실장이 배관 설비를 시작한지도 어느새 해가 바뀌었다. 겨울이라고 해서 배관이 쉬지는 않는다. 여름과 달리 동파 수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긴 하지만 말이다. 남자와 독라 자실장, 그리고 장녀 엄지는 신축 건물의 동파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나간 참이다.

- 하이고, 슨상님 이거 좀 퍼떡 고쳐주쇼! 나가 이거땀시 아주 살수가 없당께. 아랫집에서 얼마나 지랄을 해싸는지 아조 돌아부리것소잉.
- 예예 일단은 뭐가 문제인지 좀 봐야하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랫집에게서 클레임을 실컷 맞았는지 얼굴이 시뻘개진 사내가 남자에게 통사정을 한다. 일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아랫집에 방문해 천장위로 엄지를 올려보내는 남자. 물이 샌 흔적이라던가 의심스러운 것이 보이는지 엄지가 들고있는 카메라를 통해 보내지는 영상을 눈을 부릎뜨고 지켜본다.

- 어, 야! 거기네 거기! 물이 새서 고드름이 얼어있는거 보이지?
- 그런 레치! 당장 가보는 레치!
- 잠깐 기다려 임마!

천장 위에 흘러내린 물이 얼어있는 것을 보자 짧은 다리로 토테토테 뛰어가는 장녀. 남자의 만류를 못들었는지 폴짝폴짝 미끄러운 바닥을 뛰어다닌다.

- 장녀어!! 위험한 테챠!!
- 레에..?!

당연한 말이지만 실장석은 몸이 매우 둔한 편이다. 그렇기에 맨땅에서도 쉽사리 넘어지고, 뛸때도 뒤뚱대다가 자빠지기 일수인 것이다. 심지어 그게 얼음판 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실장석답게 장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허둥대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주변에 걸치는 것을 아무거나 움켜쥔 장녀. 하필이면 잡은 것이 전등에 연결된 전선이었다는게 불행이었다. 단가를 아끼려고 싸구려 전기 테이프를 허술하게 감아둔 전선은 엄지의 힘으로도 쑥, 하고 뽑혀져 나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 레뷁뷁뷁뷁뷁!!!
- 장녀!!!

살짝 녹아있는 얼음 위에 떨어진 전선 두가닥은 순식간에 220v의 전압을 그 위에 있던 엄지에게 전달해 주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터지자 먹통이 되어버린 화면을 지켜보던 남자와 독라 자실장은 뒤이어 들려오는 고통에 찬 울음소리와 뭔가 빠직대면서 타는 듯한 냄새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합선이 되면 바로 차단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나마 불이 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남자는 그동안 열심히 훈련시켰던 장녀가 전기구이 실장석이 되버린 사실에 속이 쓰렸다. 그나마 엄지 셋 중에서 말을 잘들어서 데리고 나온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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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가 전기구이가 되버린 이후 남자는 일을 마치고 올때마다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외우게 시켰다. 물론 실장석답게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 독라 자실장의 노력으로 그나마 몇몇개는 대충 외운 엄지들이었다.

- 우리의 신조! 하나!
- 와타시타치는 안전하게 작업을 하는 테치!
- 둘!
- 무사고 365일을 달성하는 테치!
- 셋!
- 보험 처리는 안되는 테치!

뭔가 전혀 쓸데없는 것을 외운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쨋든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쓴 이후로 녀석들이 죽는 사고는 없었다. 사소하게 슬러지에 발이 빠져 접질린다거나, 배관 속에서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진다던가 하는 자잘한 사고는 있었지만 실장석 특유의 재생력에 힘입어서 다음날이면 멀쩡히 나았으니까.

하지만 사고가 없다 보면 위험에도 무뎌지는 법. 오늘은 셋째의 차례였다. 가정집 수전에서 빼온 50mm 파이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그날은 어디 산속의 전원주택에 출장을 나간 남자와 셋째였다. 나름 숙련된 녀석이 되었기에 독라 자실장은 휴가를 줘서 집에 쉬게 해준 남자. 오히려 녀석은 콘페이토를 받기 위해서 일을 하고 싶어했지만 남자는 셋째도 혼자서 할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둘만 오게 된 것이다.

문제가 생긴 배관은 2층에서 벽체를 타고 떨어지는 배관이었는데, 그동안 몇번 해본 작업이어서 셋째는 익숙한듯이 자일을 몸에 묶고 배관을 타고 내려가려는 중이었다. 원래는 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 로프를 몸에 걸었지만 하필이면 집주인과 잠깐 이야기 하던 남자가 미처 체크를 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실장석의 신체 구조상 녀석들은 손이 등 뒤에 닿지 않는다. 그래서 안전 고리를 건답시고 건 것이 벨트가 아니라 벨트에 채워져 있는 장비에다 걸어버린 셋째는 남자의 확인을 받지 않고 쏙, 하고 배수구 안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에 깜짝 놀란 남자와 집주인.

원래대로라면 안전로프가 몸을 잡아줘야 했지만 엉뚱한 장비를 잡아주고 정작 엄지 본체는 어두컴컴한 배관 아래로 굴러떨어져 버린 것이다. 사람이 떨어져도 다칠만한 높이에서 떨어진 실장석의 운명은 너무나 뻔한 것.

허무하게 숙련된 노동석을 잃어버린 남자가 욕을 내뱉으며 벽체를 따내고 배관을 들어내자 보이는 것은 질퍽하게 오물과 함께 버무려진 육편 쪼가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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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실장석이 엄지 한 마리밖에 없게 되자 남자는 다시 독라 자실장이 자를 가지도록 허락해 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자를 독립시킬때까지는 자를 가지지 않겠다는 녀석. 이제는 자실장이 아니라 성체 실장이 되어서 더이상 배관에도 들어갈 수가 없는 녀석이었기에 남자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뭐, 실장석 따위가 거부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오늘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즉시 강제 임신을 시키려는 남자. 마침 오늘은 관공서에서 수주해온 하수 점검이었기에 독라 녀석도 데리고 왔기에 돌아가면서 네무리 콘페이토를 주면 깔끔할 것이리라.

- 데에.. 뭔가 불안한 느낌인 데스.
- 왜?
- 오늘따라 컴컴한 저 안이 괴물의 아가리 같아 보이는 데스우.
- 별 개소리를 다하네. 얼른 카메라 들고 들어가야지 임마.
- 알겠는 데스. 사녀도 따라오는 데스야.
- 가는 테치.

어기적대며 600mm PVC 하수구 터널 안으로 사라지는 녀석들. 남자는 터널안에서 녀석들이 찍고있는 영상을 보고 있다. 장마가 다가오기 전에 한번 비가 와서 그런지 하수도 안에는 별의별 것들이 가득하다. 잔뜩 꼬여있는 전선이라던가 비닐, 생활 쓰레기들을 손에 들고있는 가위로 잘라가며 나가는 친실장과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자실장. 둘의 여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마을 지하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나아가던 친자는 왠지 다급한 남자의 무전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만다.

- 야! 니들 당장 나와라! 여기 비온다!
- 데에에에?!

항상 실황 중계만을 해주는 기상청답게 전혀 비 예보가 없던 곳에서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녀석들이 하수구 안에 들어간지 한시간 정도 되었기에 서둘러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물살에 쓸려내려갈 것이 분명하니까.

허둥대며 돌아나오려는 녀석들이지만 이미 물살이 점점 차오르고 있는 하수구 안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구른다.

- 큰일인데스우! 어서 나가야 하는 데스!
- 마마, 이미 늦은 테치. 와타시들의 걸음걸이로는 얼마 가기도 전에 쓸려나가버리는 테치.
- 사녀는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데스?
- 여기서 보이는 저 배관을 타면은 집수구까지는 금방인 테치. 닝겐 사마가 안다면 금방 꺼내주는 테치.

확실히 저 배관을 통한다면 들어왔던 입구보다는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실장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다 커버린 독라 성체로써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직경이었기에 당황한 친실장. 자만이라도 살릴지, 아니면 같이 죽을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런 녀석의 고민을 줄여주려는 것일까, 남자에게서 다시 온 무전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 일단 니 새끼부터 여기 우수관을 통해서 빠져나오게 해라. 배관 지도 보니까 내가 있는 곳에서 얼마 안떨어져있네.

남자의 말에 결심을 굳힌 친실장.

- 어쩔 수 없는 데스. 일단 차녀만이라도 여기 올려주는 데스.
- 고마운 테치. 둘다 죽는 것보다는 와타시만이라도 살아보는게 맞는 테치.
- 마마도 죽지 않는 데스! 차녀를 먼저 보내고 와타시도 얼른 빠져나가는 데스.

까치발을 한채로 차녀를 우수관에 올려주는 친실장. 이미 물살은 점점 거세져서 녀석의 다리가 전부 잠길 지경이다. 자칫하다가는 균형을 잃고 자를 벽면에 내던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친실장은 훌륭하게 자실장을 우수관에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 이따가 보는 데스! 마마의 콘페이토는 남겨둬야 하는 데스야!
- 알겠는 테치. 어서 가는 테치.

짧은 이별 후 우수관을 지나자 얼마 안있어 철망사이로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 하, 시발.. 그래도 너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네.
- 마마는 어떻게 된 테치?
- 녀석은 이미 글렀어. 저길 봐라.

오백미터쯤 떨어진 하천은 이미 하수도에서 쏟아져내리는 물과 위에서 내려오는 흙탕물로 가득 차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실장석은 당연하고 사람일지라도 빠지면 죽을 것이 분명하기에 남자는 독라 성체는 포기하고 자실장만이라도 건지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 마마..
- 나도 찝찝하네. 일년이나 같이 일한 녀석인데 시체도 못찾았으니 말이다. 야, 오늘은 저 녀석 몫까지 해서 콘페이토 두알 주마. 잘 챙겨 먹어야지 내일 또 일나가지.
- 테에..

집으로 오는 내내 차녀는 남자가 준 콘페이토 두 알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창 밖에 내리는 폭우를 보아하니 내일도 분명히 떠내려온 쓰레기로 어딘가 막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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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네챠 어째서 그 콘페이토는 먹지 않는 레치? 안먹는다면 와타시에게 주는 레치!
- 와타치야말로 오늘 열심히 운치굴을 기어다닌 레치!
- 마마와 같이 이 콘페이토를 나눠 먹기로 한 테치. 
- 레에에에..

집으로 돌아온 차녀를 반기는 것은 그동안 잘 먹고 잘자라서 엄지로 우화한 동생들이었다. 이제 엄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과거 자매들이 받았던 것처럼 배관을 돌아다니며 수리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녀석들. 그런 동생들을 무시하고 독라 자실장은 타박타박 자신의 보금자리로 콘페이토를 껴안고 들어간다.

비록 친실장은 없지만 앞으로 녀석은 자신의 자매들에게 배관 기술을 가르쳐서 한 실장 몫을 하는 배관공으로 키워낼 것이다. 절대 다수의 실장석들과는 달리 이 일가는 꽤나 운이 좋은 케이스인 것은 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실장석이나 사람이나 기술이 있어야 잘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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