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파용 코로리

 


애호파가 코로리를 구매할 이유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학대파에게 코로리는 굉장한 인기상품이지만, 실장석을 사랑하고 아끼는 애호파에게는 코로리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육실장주들은 알고 있다. 지금은 말을 잘 듣는 자신의 실장석은 학대의 결과물로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브리더가 매우 고통스러운 훈육을 하기에 말을 잘 듣게 되는 거다. 다만 이것은 일시적이라, 사육주의 애정을 받으면 받을 수록 실장석은 본능적으로 분충이 될 확률이 높다. 태생적인 양충이어도, 자신을 해칠 것이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분충이 되어버리는 실장석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이런 실장석들을 교정하려면 브리더에게 A/S를 부탁하거나, 사육주가 스스로 훈육하는 수 밖에 없는데 실장석은 말로 해서 깨닫는 생물이 아니기에 학대가 기본적으로 받쳐지게 된다. 자신의 사육실장을 학대하는 애호파는 거의 없다. 학대하는 순간 애호파에서 멀어지고 학대파가 되어버리고 말 테니까.


브리더에게 A/S를 맡기는 것도 저렴한 가격은 아니고,한번으로 훈육이 될 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보내야 하고, 이런 나날이 반복되는 것을 본 애호파는 실장석을 키우는데 지쳐버리고 만다. 지쳐버린 사육주가 선택하는 것은 공원에 방생하는게 대표적이지만, 공원에 홀로 남겨진 원사육실장은 자판기가 되거나 고기로 먹혀버린다는 것을 애호파들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사육실장이 그런 운명이 될까봐 걱정스러운 애호파들은 남은 정으로 실장석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학대를 하거나 죽이기에는 뒷처리 할게 매우 많다. 실장석의 피는 물론이요, 죽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바닥에 한껏 흩뿌려진 운치들도 함께 치워야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똥노예, 똥닝겐 거리는 자신의 사육실장석의 모습을 보기 싫은 애호파들은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애호파용 코로리에는 역도돈파 성분이 약간 들어가 있는 코로리이다. 역도돈파 성분 말고도, 실장석의 행복회로 활동을 촉진시키는 성분이 들어가 있다. 지속되는 실장석의 분충끼로 지친 사육주들이 실장석을 쉽게 처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똥노예! 군기가 빠진 데스! 빨리 스테이크와 스시를 대령하라는 데샤아아아!!!"
"이거 다 먹으면 스테이크를 한가득 줄게"


철웅은 자신이 키우던 사육실장 미도리가 분충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슬퍼했었다. 브리더를 부르자니 금액이 비싸고, 자신이 학대를 하자니 미도리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마지막 남은 정일 것이다. 애호파용 코로리는 한 알에 약 1만원 정도. 브리더를 부르는 값보다 훨씬 싼 금액이다. 철웅씨가 건넨 코로리를 주저없이 받아드는 미도리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콘페이토와 똑같이 생겼으니 의심이 없을 것이다.


"데찹, 데찹! 먹어줄만한 콘페이토였던 데스우"


미도리는 콘페이토 한 알을 먹고, 아직 배가 덜 찬듯 입맛을 다셨다. 미도리가 철웅에게 손짓하니, 항상 스테이크와 스시는 비싸서 안된다던 철웅이 스테이크를 산처럼 쌓아서 들고오는 것 아닌가?


"데프픗, 드디어 자신의 분수를 깨달은 데스우? 한번 맛있게 먹어주는 데스!"


미도리는 스테이크를 하나 집었다. 적당히 따뜻한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물려고 하는 순간, 미도리는 절명했다. 스테이크를 먹기 직전이여서 그런지 미도리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잘 자렴, 미도리"


애호파용 코로리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건 아니다. 약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몸 안을 돈다. 그 1분동안 실장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본다. 어떤 사육실장석은 자신의 자들과 들판을 뛰어놀기도 하고, 미도리 처럼 스테이크와 스시를 양껏 먹기도 한다. 미도리는 바보같게도, 스테이크 앞에서 뜸을 들이느라 혀도 닿아보지 못하고 절명했다.


애호파용 코로리의 장점은 뒷정리를 할게 없다. 역도돈파를 조금 넣었기 때문에 실장석의 배변활동을 막고, 서서히, 잠을 자는 듯이 죽이기에 각혈도 하지 않는다. 혈액을 응고시킨다나 뭐라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실장석은 완전히 시체 상태가 되어 역도돈파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육주는 실장석의 시체를 빨리 쓰레기통에 버리는게 좋다. 애호파용 코로리가 출시되고 나서 원사육실장의 숫자는 꽤나 줄었다.


다들 공원에서 지옥을 맛보게 하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죽이는걸 선호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애호파 중에서는 자신이 그 아이를 버렸던 공원 근처를 지나가면 그 아이가 떠올라 괴롭다는 사람도 꽤 있었고, 자신의 사육실장이었던 실장석이 운치굴에서 독라달마가 된 상태로 발견되었을때의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기존의 코로리는 혀로 살짝만 핥아도 즉사하여 한 알의 코로리로 많은 실장석을 죽이는게 가능했다. 다만 애호파용 코로리는 실장석이 한 알을 온전하게 다 먹고 나서야 약효가 발동된다. 한 알을 다 먹지 못할 경우 행복회로를 돌리기 전에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수도 있다. 애호파용 코로리는 죽음의 고통을 행복회로를 풀가동시켜 최대한 작게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행복회로가 돌지 않을 경우 실장석은 일반 코로리보다도 고통스럽게 죽는다.


"주인상, 에메랄드는 아직 죽기 싫은 테치.."


사육주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전근을 가게 되어서 이사를 가야 됐는데, 그 동네는 실장석에 대해 엄격하여 회사 근처에 있는 모든 집이 실장석을 키우는 것을 금지했다. 집에다 맡기자니 부모님도 일을 나가 늦게 돌아오시니 에메랄드를 돌볼 사람이 없었다. 에메랄드는 똑똑한 양충이어서, 주인의 이사소식을 알고 있었고 매일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A씨를 보며 직감했다. A씨는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는건 알았지만, 그 말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아니였다. 에메랄드는 아직 주인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러나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에메랄드를 버려야했다. 공원에 버리는건 에메랄드에게 너무 미안한 짓이였다. A씨는 애호파용 코로리 한 알을 꺼내어 에메랄드에게 건넸다.


"...주인상, 지금까지 길러주어서 감사한 테치. 행복했던 테치."


에메랄드는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주인이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콘페이토 한 알을 건네고, 그걸 먹으면 죽는다는 소문이였다. 친구에게 들었을때는 그런게 있겠냐며 넘겼지만 자신이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에메랄드는 애호파용 코로리를 한 알 가득 입에 넣었다. 일반 콘페이토보다는 약간 작기 때문에 자실장의 입에도 무리 없이 들어갔다.


한 알을 다 삼킨 에메랄드의 눈 앞엔 활짝 웃는 주인이 있었다. 주인은 에메랄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손으로 품어 안아주었다. 1분간의 행복한 생활이 끝나고 에메랄드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행복회로이고 현실이 아니란 것을 에메랄드는 약간이나마 눈치 채고 있었으나, 행복회로 안에서 에메랄드는 정말 행복했다.


웃으며 죽어있는 에메랄드의 시체를 치운 주인이 사무치듯 우는 것을 에메랄드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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