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독라 실장석으로 가득 찬 수조 한 가운데, 한 실장석이 가슴을 부여잡고 귀청이 떨어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고통이 온 몸을 엄습하듯, 얼굴을 추하게 구긴 채 바닥에서 뒹구는 것이다.
독라실장들은 이 일이 익숙하다는 듯, 고통에 겨워하는 실장석과 멀찍이 떨어져 자신의 친구 혹은 이웃이었을 실장석의 단말마를 지켜보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주체하지 못하는 독라 자실장들은 조용히 어미가 안아 주었다.

"데히이- 데히이- 데히이이이이이이이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바닥을 뒹굴던 실장석은 점점 힘이 빠져만 갔고, 결국 제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얼굴 가죽을 쥐어뜯었다. 이미 찢어졌을 성대에서 흐르는 적록색 피가 입에서 꿀럭꿀럭 흐르고, 두 눈에서는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끝이 다가오는데스."

무리 중 한 마리가 말했다. 그에 답하듯이 실장석의 비명이 뚝 끊겼다. 약 10분이 넘는 시간동안 뒹군 끝에, 실장석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휴우, 하고 살아남은 독라실장들이 한숨을 내뱉자, 어미 품에 안겨 있던 자실장들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어째서, 어째서 와타치가 이런 꼴을 봐야 되는 테치...!"
"갑자기 저렇게 고통스럽게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은 테치. 아니, 저렇게 죽고 싶지 않은 테치..."
"어째서 세상의 보배인 와타치에게 이런 험한 짓을 하는테챠아!"

어미는 그런 자실장을 어떻게든 달랬다. 무엇을 하든, 이 수조에서 탈출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초연함. 어차피 이 수조 안에서 모두 죽을테니, 차라리 최대한 행복하게 살다 가자, 라는 마음가짐이 울다 지쳐 잠든 자실장들을 보듬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희망을 품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할 것이다.

바로 그 때.

"하늘이 열리는데스우-!"
"데아아악!"
"데샤아아아아아!"
"데히이이! 와타시는 아직 죽을 수 없는 데스우-!!"

독라실장들이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수조의 덮개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몇번 있었다. 인간의 손이 하나 나타나, 수조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을 잡아채고는, 잠시 뒤 수조에 넣어넣곤 하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친구들은 다시 [보충]되지 않았다. 즉, 닝겐이 나타날 일이 없을텐데...
라고 생각한 순간, 인간의 손이 어미의 자들을 모조리 낚아챘다.

"뎃?"

"우웅, 마마아..."
"콘페이토, 콘페이토인테치이..."
"테츄우... 츄우..."

어미가 무엇을 할 새도 없이, 새끼들은 순식간에 인간의 손에 납치당했다. 어안이 벙벙한 어미의 곁으로 다른 독라실장들이 모여들었다. 집단 린치가 아닌, 안타까운 심정의 어미를 위로해주는 차원에서다.
어미는 드물게 냉철한 개체였다. 다른 친구들이 그렇듯, 자들은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수조로 돌아올 것이다. 어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울컥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았다.
어미는 울지 않는다.



딱딱한 푸드가 사료 그릇에 쏟아지고, 최소한의 수분 공급을 위한 물 분사가 시작되었다. 아침 햇살 대신, 수조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과다. 습기로 찌뿌둥한 몸을 일으킨 어미는 자들이 사라진 자리를 매만지다, 사료 그릇에 담긴 푸드 한 알을 습기로 눅눅하게 만든 뒤 씹어먹었다. 생각보다 먹을만은 하다. 그렇게 대강 배를 채우고 무리와 함께 자리에 앉아 [당첨자]를 기다린다.
오늘의 당첨자는 어미도 잘 아는 녀석이다. 넉넉히 나눠먹을 수 있는 푸드를 독차지하려다 오히려 집단 구타를 당한 뒤 자존심이 꺾인 채 소심하게 생활을 보내던 녀석. 그 본성이 어디 갈까, 푸드 여러 알을 무리하게 입에 쑤셔넣은 녀석은 두 눈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비명은 입에 처박힌 푸드 덕에 들리지 않아 일부 독라실장들은 녀석의 죽음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녀석의 주변에 멀찍이 떨어진 실장석들만이 무심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그 단말마를 지켜볼 뿐이다.
뿌직뿌직, 녀석의 최후는 꽤나 지저분했다.



몇 번의 당첨자를 맞이하고 나서야, 자들은 다시 어미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마마, 몸이 무언가 허전한테스."
"분명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테스."
"그래도 살아 돌아와서 마마는 다행인데스."

며칠 못 본 새에 목소리까지 꽤나 굵직해진 자들이 어미를 꼬옥 껴안았다. 다시 돌아와 그저 다행이다, 라고 어미는 안심하고 있었다.

찌릿.

내장 한 구석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불이 붙을 리 없건만 어미의 배 안쪽은 뜨겁게 타오르며 내장을 녹이는 듯 했다. 그에 뒤따라오듯 온 몸에 전해지는 고통은 어미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했다.
당황하고 있는 자들은 어쩌지도 못한 채 어미와 널찍이 떨어져 어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미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사지를 팔딱대며 고통을 떨쳐내려 했다. 그러나 고통은 장기를 녹이고 곧이어 사지로 불길을 옮겼다. 사지가 불쏘시개가 타오르듯 순식간에 타버린다. 뼈도 녹일 듯한 열기와 고통이 온 몸을 엄습한다.
이제는 몸을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어미는 절망에 겨운 검은 눈물을 쏟아낸다. 자신의 아이와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은 탓일까, 눈물의 색은 그 어떤 실장석보다 검고 짙었다.










"자, 오늘은 특별히 한번 더 해볼까."

수조의 주인은 낡아빠진 소파에 주저앉은 채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한 왼쪽 팔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리고는 조잡하지만 익숙하게 고무줄로 팔뚝을 묶고는, 오른손으로 소파 앞 테이블 위의 초록색으로 빛나는 유리병을 집었다.
에메랄드 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위석들이 가득, 가득이었다. 빈 공간을 가득 채우듯 위석이 들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처럼 주인을 유혹한다.
주인은 조심스레 핀셋으로 위석 하나를 꺼내 마찬가지로 테이블 위에 놓인 지저분한 숟가락 위에 놓았다. 곧 다가올 쾌락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수전증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잡고는 라이터로 숟가락 아래에 불을 갖다댔다.
분명히 단단할 터인 위석은 열이 가해짐에 따라 그 모습을 잃고 흐물흐물한 액체가 되어 숟가락 위에서 완전히 녹았다.

주인은 그 액체를 주사로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는, 주사기 속의 기포를 완전히 빼냈다. 그리고는 지체없이, 왼팔의 정맥에 액화된 위석을 투여했다.
그 순간이었다. 주인의 동공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그의 뇌리에 쾌락을 선물한다. 그 모든 것이 자신만을 위한 세계, 행복만이 가득한 세계의 환상까지 그에게 선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고기를 세계적인 미남 셰프가 요리한 스테이크 한 접시와, 후식으로 곁들인 고급 콘페이토 한 알. 그리고 저 멀리 자신을 기다리는 인간 노예의 모습을 보며, 주인은 쾌락에 젖은 얼굴로 만족한 듯 웃음지었다.

왼쪽 눈은 안구 모세혈관의 충혈로 인해 빨갛게, 오른쪽 눈은 위석의 알 수 없는 효과로 인해 녹색으로 변한 채로.

인위적인 '행복회로'는, 수조 속 실장석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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