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은 실장 (애호파1(184.144))


 

노을지는 공원, 주홍빛 하늘을 뒤로하고 실장석 친자가 걷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팔에 걸친 친실장의 뒤를 자실장이 물이 담긴 플라스틱 물병을 굴리며 따라가고 있다.

"오늘은 깨끗한 우마우마가 많이 들어온 데스."
"어서 집에 가서 동생들과 함께 먹는 테치!"
"자매들을 생각할줄 아는 장녀는 와타시의 보배인 데스우."
"텟-츄웅~"

같은 실없는 말을 나누며 세상 행복한 듯 다정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보아하니 친실장은 꾀죄죄하지만 자실장은 옷이 선명한 녹색에 혈색이 붉게 도는게 열심히 씻기고 밥도 잘 먹여서 키우는 듯 하다. 친실장에게는 아마 귀엽고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소중한 자일 것이다.

벌써부터 마마의 일을 돕는 대견스러운 장녀가 기합을 넣듯 테치테치 울며 플라스틱 병을 굴리는 소리를 들으며 친실장은 뿌듯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걸어나간다.
그 때문인지 친실장은 뒤에서 접근하는 두개의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테치?"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우자 자실장이 호기심에 올려다보면 거대한 덩어리가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고 있다.

"테, 테쟈앗-"
"데스우?"

자실장이 당황한듯 비명을 지르자 친실장이 돌아보는 순간 운동화의 고무 밑창이 얼굴에 직격한다.

"데게보앗!"

친자를 습격한 것은 두 사내아이들이다. 한명은 친실장을 멀리 차 날리고 다른 한명은 한쪽 발로 자실장을 밟고 있다.

"데읏, 데뎃 데샤아아앗!"

겨우 자세를 다시 잡은 친실장의 눈에 신발 밑에 깔린 자실장이 들어왔다. 친실장은 밥이 든 소중한 봉투도 내팽겨치고 닝겐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지만 닝겐이 발을 까딱거리자 짖기만 할 뿐 차마 접근하지는 못한다.

"쥬보앗! 테뱌앗, 테뷰갸악! 지이이잇!"
"데스데스! 데샤아악!

신발 밑창에 밟혀 반쯤 ㄱ자 모양으로 접힌 채 필사적으로 울부짖는 자실장은 이미 공포에 피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팬티를 더럽히고 있다. 짧은 팔로 신발 밑창을 지탱하듯 버티고 있지만 위에서 내려찍는 압도적인 힘에 움직이지 못한 채 눈앞에서 위협만 하는 마마를 향해 울고 있다.
소년들은 그 반응에 조롱하듯 웃음을 터뜨린다. 자실장을 밟은 발에 교묘하게 힘을 줘 살짝 내렸다 들어올렸다 하며 그에 맞춰 자실장이 우는 소리가 변하는 것을 즐긴다.

"베엣! 브게엑! 쥬베엣! 기이이잇!"

이미 허리가 반쯤 접혀 울음소리마저 제데로 나오지 않는 자실장은 시커먼 아가리를 펼친 듯 가까워지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아직 제데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개념인 죽음을 본능적으로 예감한다.
실장석의 짤뚱한 팔다리로 저항해봤자 신발 밑창에 별 느낌도 오지 않는다. 아직 뭉개지지 않은것도 그저 소년이 발에 무게를 싣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 머리를 누르는 발에 힘이 빠지는것 같으면 허리를 펴 보려 애쓰지만 찰나의 순간 다시 체중이 실려오는 발에 허리가 또 접히고 만다.

"마마! 마마! 죽는테치 빨리 도와주는 테지이 죽어 죽어테쥬앗! 마마! 아파 아파테쥬베엑! 살려주는테벳!"
"데이..."

두려움에 땀과 침을 줄줄 흘리는 친실장은 자실장과 자신 사이에 선 닝겐을 올려다보며 저울질을 시작한다.
닝겐의 발 밑에 깔린건 와타시의 사랑스러운 장녀이다. 와타시가 자들을 낳고 힘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동생들을 열심히 핥아 점막을 취해준 현명하고 애정 깊은 자이다.

하지만 와타시가 반항한다고 닝겐을 이길수 있는건 아니다. 이미 발에 차인 입에서 부서진 이빨이 다섯개는 떨어졌다. 턱이 부어올라 움직이는게 점점 힘들어진다. 덤벼봤자 자의 옆에서 사이좋게 곤죽이 될 게 뻔하다. 와타시까지 죽어버리면 골판지 상자 안에서 기다리는 차녀 삼녀 사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또 귀여운 구더기는 누가 보호해 줄 것인가? 무엇보다 자는 다시 낳으면 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친실장의 필사적인 눈빛도 흐릿해진다. 그 모습을 본 자실장의 비명이 더 처절해진다.

"마마 마마 구해빨리 그해즌ㄴ쥬빗 마마 마마 마마-"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스! 마마가 바로 돌아와서 구해주는데스!"
"쥬엣 안돼 마마ㅏ 가지않ㄴㄴ치 테갸앗 뱌ㅑ앗"

친실장은 비닐봉지를 낚아채듯 들어올린 뒤 뒤돌아 도망간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실장이 더 크게 울부짖는다.

"저놈 도망갔어! 한대 맞았다고 새끼를 버리다니 너무하네!"
"들었지 분충? 니네 엄마가 널 버렸대!"
"쥬비이잇! 브게엣 게뱌앗!"
"거 쬐그만게 징하게도 울어대네."
"한 3분은 쉬지않고 짖은거 같은데."
"테뷰앗! 쥬아아악! 지 지베게엑!"
"친도 도망갔고 슬슬 재미없는데 죽일까?"

그렇게 말하며 자실장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가자 자실장은 작은 체구에서 나온다고 믿을수가 없는 큰 볼륨으로 울부짖는다. 착하고 동생들과 마마를 사랑하는데다 고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와타치가 이렇게 슬픈 일을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세상의 손해다. 마마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는 와중에도 신발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결국 등에서 뿌득 빠그득 하며 뼈가 접히는 소리가 들린다. 복부의 지방이 무리하게 접히고 척추가 강제로 벌어지는 격통이 들이닥친다. 물론 그래봤자 실장석의 뼈, 닭튀김의 오돌뼈만도 못한 강도다. 4-50 키로 정도의 소년의 체중으로도 납작하게 밟혀 바닥의 얼룩이 될 것이다.

"토시아키, 토시오! 그만 집에 가자!"

멀리서 부모가 소년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들은 착한 아이답게 즉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자실장이 밟히고 있던 자리엔 얼룩만이 남았다.

녹색 얼룩이다. 빵콘한 운치가 새어나가 바닥에 큼직한 얼룩을 만든 것이다. 자실장은 20cm 정도 떨어진 곳에 굴러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 자실장은 살았다. 기적이 일어났다.

"브기이잇..겍..츄보아악..."

잠시 누워 눈물을 흘리던 자실장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엎어진다. 기적이라고는 해도 자실장의 상태가 대단하다. 안그래도 짜리몽땅한 몸이 앞으로 반쯤 접혀버렸다. 엉터리 재생력 덕분인지 허리가 앞으로 꺾여 부서진 채로 굳어버린 듯 하다. 덕분에 몸이 마비되지는 않았지만 제데로 운신하는것 또한 불가능하다.

"쥬비이잇! 테쥬우 쥬우웃.."

몸이 접혀버린 덕에 짓눌린 울대에서 일그러진 울음소리가 멋대로 새어나온다. 허리를 펴 하늘을 보려고 애쓰던 자실장은 결국 바닥을 보는 자세로 서서 기어가는 식으로 타협한 듯 하다. 밭에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허리를 숙인 채 갈팡질팡하던 자실장은 마침내 간신히 맡은 친실장과 생활 쓰레기의 냄새를 따라 어기적어기적 걸어가기 시작한다.

"테븃, 쥬붓, 지잇..테쥬갸악!"

바닥만 보며 걸어가려니 앞이 보일리가 없다. 무작정 냄새만 따라가던 자실장은 박치기를 하듯 나무 뿌리와 돌 따위에 머리를 박아댄다. 매번 다시 일어서 걷지만 발을 뗄 때마다 구령처럼 넣던 신음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불행 중 다행으로 빵콘할 똥은 밟혀 있을때 이미 다 뽑아버렸는지 팬티가 더 부풀어 걸음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이미 해가 져 어두워진 공원, 다른 성체실장이나 고양이 따위가 돌아다니다 자실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치지도 않고 큰 소리로 울며 엉금거리는 자실장이 여기서 더 다치지 않고 귀가할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기적이라 할 수 있으리라.

"지, 테븃 테뱌악!"

오늘 이 자실장에게 기적이 두번 일어났다. 동생들과 마마의 냄새가 걸음을 뗄 때마다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실장은 집 근처에 왔음을 직감한다. 이제 네 발로 뛰다시피하며 냄새를 따라가는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점점 격해진다.

"마마! 마마! 마마!"
"뎃, 데스우웅?!"

익숙한 소리에 문을 열고 나온 친실장의 눈에 멀리서 머리를 앞세워 기어오는 자실장이 보인다. 친실장은 이 광경을 믿지 못하며 뛰어나와 자실장을 맞이한다.

"마마! 도와주는테쥿! 허리가 펴지지 않는테븃! 마마!"
"장녀! 어떻게 된 데스우! 죽은줄만 안 데스!"

눈물을 흘리며 자실장을 안아드는 친실장. 빨갛고 푸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친실장의 진심어린 기쁨을 나타낸다.

"테뷰아아악! 아파 아파 허리아파테쟈아앗! 마마 마마!"
"뎃? 자,장녀 진정하는데스!"
"뷰기이잇 마마 아픈테제보아아악!"

친과 함께 피눈물을 흘리는 자실장이지만 기쁨의 눈물은 아닌듯하다. 친실장이 장녀를 안아올리자 기형적으로 접힌 척추에 몸의 체중이 실려버린다. 자실장이 몸을 비틀며 비명을 빼액 지르자 친실장은 화들짝 놀라며 자실장을 떨군다. 옆구리부터 떨어진 자실장의 척추에 더 큰 자극이 걸린다.

"뱌갸아아악! 쥬비가아아악!"

그제서야 친의 눈에 들어오는 자실장의 상태. ㄱ자로 꺾여 기형적으로 굳어버린 몸을 흔들며 경련하는 자실장을 친은 헐레벌떡 달랜다.

"장녀! 진정하는데스! 조용히 하는 데스!"

잘 보이지 않는 그늘에 교묘하게 숨긴 골판지 하우스다. 행여 포식자를 불러들일까 놀란 친실장은 자실장의 입을 틀어막는다. 결국 자실장을 부축해 어찌저찌 집까지 끌고왔지만 장녀는 멈추지 않고 고통을 호소하며 울어댄다.

"텟, 오네챠 아픈테치? 어쩌면 좋은테치?"

작지만 현명하고 애정 깊은 차녀가 걱정스레 장녀의 상태를 본다.

"치프프픗! 추한테치! 똥벌레가 되어버린 오네챠는 이제 노예로 삼는게 맞는테치! 그리고 옷도 내놓는 테치!"

신발 없이 태어난 삼녀가 얼굴을 추하게 찡그리며 웃는다. 분충끼를 숨기지 않으며 옆으로 누운 장녀의 신발을 벗기려고 하자 음식을 가지러 간 친실장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와 삼녀의 따귀를 친다.

"테벳!"
"아픈 장녀를 돕지는 못할망정 그 무슨 망언인데스!"
"똥마마는 왜 추한 똥벌레를 감싸는테치! 테걋!"

다시 주먹을 꺼내자 삼녀가 구석으로 도망가는 것을 확인한 친실장은 쉬어가는 목소리로 꺽꺽거리는 장녀에게 생선뼈에 붙은 살점들을 뚝뚝 떼어 먹인다. 현명한 친실장은 단백질과 칼슘이 신체 회복에 도움이 되는것을 알고 있다.

"븃, 뷰깃! 테흑 테혹!"

하지만 앞으로 접혀버린 허리 때문에 제데로 삼키지도 못하는 장녀. 씹어 삼키려고 할 때마다 헛기침이 터져나온다. 그 모습을 보며 친실장은 오로롱 오로롱 함께 운다.

"아타치의 프니프니레치~오네챠 아파아파가 낫는 레치."
"테에, 테게.."
"오로롱~오로로롱~"
"레후! 오네챠 운치가 딱딱해 맛없는레후!"

착하지만 미숙하게 태어난 탓에 머리가 모자란 사녀가 친실장 옆에서 장녀의 배를 어루만진다. 사녀가 안고 온 구더기는 장녀의 팬티에서 떨어져나온 굳은 운치를 우물거리며 태평한 말을 뱉는다.



야음 속, 잠을 못 이루고 앉아있는 친실장은 반쯤 가사상태에 빠진 채 죽은 듯 혼절한 장녀를 보며 또다시 저울질을 시작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큰소리를 내는 장녀. 언제 동족식을 하는 실장이나 들짐승을 끌어들일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허리까지 접혀 기형이 되어버렸다. 일을 돕지 못하고 회복을 위해 더 많이 먹을 것 떠한 당연하다. 그리고 조금만 다른 외모도 약점이 되는 실장석의 사회에서 장녀에게 벌어진 일은 사형선고다.
장녀를 불안하게 보던 차녀의 눈빛, 그리고 완전히 아랫것으로 보던 삼녀의 시선. 삼녀를 혼내긴 했지만 실장석의 생리를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분충이긴 해도 돌발행동을 하지 않는 삼녀는 여차하면 침입자에게 미끼로 던지고 다른 자들을 구할 수 있다. 닝겐이 뿌린 식량에 독이 없나 검사를 시킬 수도 있다.  식량이 부족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가 오면 구더기와 함께 다른 자매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녀는? 오히려 장녀가 내는 소리 때문에 침입자가 습격해오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기아상태의 와타시가 출산을 끝내고 간신히 한마리 핥아준 뒤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허덕일때 마마를 위해 자매들의 막을 취하고 나무열매를 주워온 너무나도 현명한 자이다. 자신은 마마를 닮아 고귀한 만큼 다른 실장들을 자애롭게 대할거라 한 자부심 있는 자이다. 비닐봉지를 들 만큼 크지는 못하지만 물을 긷는것은 도울수 있다고 자기보다 큰 물병을 굴리며 마마를 뿌듯하게 한 자랑스러운 자이다.
덩치가 작은 차녀, 분충 삼녀, 엄지 사녀, 구더기 오녀 일가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독립할 확률이 높았던 자이다.

"데스우..."

츄우츄우 거리며 자는 자실장들 사이에서 친실장의 얼굴에 그늘이 깊어진다.



"데스, 데스.."

깊은 밤 벌거벗은 친실장이 풀숲을 낑낑대며 걸어가고 있다. 허리가 접힌 자실장이 옆으로 누워있는 티슈를 들것삼아 끌고 가고 있다. 혼절한 자실장은 세상 모른 채 잠들어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오자 친실장은 눈물을 머금고 자실장을 내려다본다. 냄새를 숨기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옷까지 벗고 나왔다. 꾸물대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겁다.

분충을 솎아내는것은 각오한 바 있다. 머뭇거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장녀는 애정을 갖고 키워온 자이다. 차마 제 손으로 죽일 수 없다. 그럼에도 현명한 친실장은 이 자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선택한 것이 이 방법이다. 밥이 소화되어 흡수되고 아침햇살에 옷이 광합성을 시작하면 가사상태에서 깨어날 것이다. 마마를 찾아 테치테치 울다가 새벽에 밥을 구하러 나온 다른 실장이나 짐승 따위가 끝을 내 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자이다. 이런 몸으로라도 어떻게든 숨어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사히 자라 자신처럼 현명한 자들로 공원을 가득 채울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일이다.

불구가 된 자실장이 홀몸으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허무 맹랑한 말인지 알면서도 친실장은 헛된 희망을 걸어본다. 잠시 자를 내려다보던 친실장은 떨리는 손으로 신발에 손을 가져가지만 반쯤 벗기던 신을 이내 다시 신겨준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난다. 멀어지는 어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자실장은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자실장에게 기적이 세번은 일어나지 않을 듯 하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희미한 냄새마저 새벽안개에 흩어지면 영영 다시 만날 일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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