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코도리코


“테챠아!!”
“엉?”

불금을 맞이하려 퇴근하고 막 들어온 젊은 남자, 창우 앞에 나온 것은 조그마한 자실장이었다. 녀석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콧김을 씩씩 뿜으면서 창우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연신 뭐라뭐라 떠들어댄다.

남자는 생각한다. 이 집에 있는 실장석은 성체다. 이름은 코도리코. 들실장 출신이지만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서 2년이 넘게 키우면서 문제 한 번 일으킨 적이 없다. 고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작은 실장석은 코도리코가 아니다. 그렇다면?

단 1초도 되지 않아 남자의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정리되는 동안, 자실장은 삿대질을 멈추고 초승달처럼 휜 눈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바로 브리릿!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풀어 오르는 자실장의 하반신. 냄새나는 녹색의 무언가가 자실장의 치마 속에서 흘러나오고 녀석은 웃으며 그 속으로 자신의 뭉툭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그 녹색의 반고체를 창우를 향해 휙 던지는 녀석. 굳이 피할 생각도 없었지만 자실장의 힘으로 날아온 덩어리는 채 10cm도 날지 못하고 퍽 하고 바닥에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테퍄퍄퍄퍄!

맞지도 않았건만 저거 보라며 눈 뒤집어지게 웃는 녀석. 그리고 그 뒤로, 녹색의 공같이 생긴 놈들이 하나 둘씩 남자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데프프픗.”

장녀를 보낸 후 성체실장, 코도리코는 나지막 하게 웃음을 흘렸다. 완벽하다. 자신이 생각해도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계획이다. 주인 몰래 낳은 새끼들을 정성스레 기른 다음. 자실장들이 사리분별을 하기 시작할 때쯤이면 주인 앞에 내보내는 전략. 

이날을 위해 코도리코는 출산 전부터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짰다. 

거실에 있는 화분의 꽃 하나를 몰래 꺾어 수분한다. 거울을 보며 두 눈이 초록색이 된 것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뎃데로게 뎃데로게 사랑을 듬뿍담아 노래하며 새끼들의 탄생을 기다렸다. 노래는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했다.

뎃데로게~ 자들은 듣는데스. 마마는 사육실장인 데스~ 세상은 콘페이토와 스시, 그리고 스테이크가 넘쳐나는 천국인 데스~ 천하디 천한 들실장과 달리 오마에들은 사육실장의 자로서 세레브한 삶을 살 것인 데스~

코도리코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새끼들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 꿈틀댐은 날이 갈수록 더욱 크고 힘찬 느낌이 들었다. 마치 환호하듯, 자신의 앞에 펼쳐진 세레브 라이프를 찬양하듯. 그럴수록 코도리코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분홍색 색소가 들어간 고급 푸드를 아작! 하고 한입 베어 문 코도리코는 그 푸드의 영양이 자식들에게 가길 바라며 노래를 잇는다.

뎃데로게~ 자들은 듣는데스. 어서 나와 마마와 같이 찬란한 영광을 누리는 데스. 온 세상이 오마에들의 것이고 온 우주가 오마에들의 놀이터니 오마에들은 사육실장으로서 만물의 지배자가 될 것인 데스~

노래는 이미 사육실장의 삶을 넘어 인간조차 불가능한 소유의 영역으로 넘어갔지만 일반적인 실장석이 그렇듯 코도리코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체 그러한 말을 거침없이 내 뱉었다. 자들이 태어나면 또 행복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행복했지만 더 행복해질 것이다. 코도리코는 입에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데프픗 흘렸다.



이윽고 임신한지 2주가 될 무렵, 미도리는 슬슬 출산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어디보자, 코도리코는 달력을 보았다. 음, 딱 좋다. 오늘은 화요일. 몰래 키우며 3번 해씨가 뜨고 질 동안 자들을 교육하면 금요일쯤에는 자들을 주인에게 내보내도 좋을 만큼 교육이 끝날 것이다. 느껴지는 태동은 약 4마리 정도. 영양도 잘 섭취했기에 적어도 3마리는, 아니, 어쩌면 4마리 모두 자실장으로 태어날 거 같았다.

능숙하게 물그릇에 물을 채우고 출산자세를 취하는 코도리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힘을 주자 그 밑으로 제법 큰, 점막에 싸인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텟테레!”

우렁차다. 원래 실장석들이 태어날 때 안 그래도 큰 소리가 더 커지지만 첫번째 나온 자의 울음소리는 다른 모든 실장석의 울음소리를 모아도 이것보단 작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탄생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마에가 장녀인 데스.”
“테햐!”

데챱데챱 점막을 취하고 활짝 웃는 코도리코의 말에 장녀라 불린 자식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환호한다. 장녀, 자식들 중 맏이이자 무엇이든 1등으로 받을 수 있는 존재. 만물의 위에 있다는 사육실장으로 태어난 것도 기쁜데 그중 첫번째다? 이건 환성을 지르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텟테레!”

코도리코가 장녀를 내려놓는 순간 두번째 새끼가 빛을 향해 뻗어 나왔다. 데챱데챱. 초보실장이라면 당황할만한 상황에서도 코도리코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능숙하게 점막을 취하자 팔다리가 쑥쑥 자라나며 자실장이 나온다. 

“오마에는 차녀데스. 여기 장녀와 함께 있는 데스요.”
“하이 테치.”

그 뒤로 두마리가 더 어미의 뱃속에서 나왔다. 그렇게 총 네마리. 코도리코의 예상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자들, 이제부터 사흘간 오마에들은 몰래 숨어살며 마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데스.”
“왜 와타치타치가 숨어 사는 테치?”

장녀가 묻는다. 

“몰래 숨어있다가 주인사마께 서프라이즈를 선사할 생각이기 때문인 데스.”
“왜 와타치가 닝겐노예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줘야 하는 테치! 그딴 건 와타치 재능의 낭비인 테치!”

차녀가 짖었다. 분충성이 가득하지만 코도리코는 마냥 귀엽다는 듯 웃는다.

“물론인 데스. 하지만 서프라이즈가 성공적일수록 오마에가 누릴 세레브 라이프는 더욱 클 것인 데스.”
“테에, 그러면 와타치가 친히 노예에게 서프라이즈를 제공해 주는 테치!”
“마마, 사흘인 뭐인 테치?”

이번엔 삼녀.

“해씨가 세번 오르고 내릴 시간인 데스. 어렵게 생각하지 마는 데스요. 마마와 세번 자고 일어나면 그때인 데스.”
“마마, 배고픈 테츄! 스테키와 스시는 어디있는 테츄?”

막내. 

코도리코는 예상했단 듯 옷을 끌어올리고 장녀부터 젖을 먹였다. 막 태어난 새끼들은 치아도 약하고 섭식력도 낮다. 어미의 젖은 그런 자실장들에게 넘치는 영양을 공급함과 동시에 그 안에 들어있는 호르몬을 통해 성장을 촉진시킨다. 사흘정도 젖을 먹이면 웬만한 들실장이 서너개월을 먹여 키운 자실장과 같은 체구를 가지게 될 것이다. 

“테에에엥! 마마의 맛나맛나는 와타치 것인 테츄! 와타치가 먹고 커져야 하는 테츄엥!”

어미의 젖을 다 마셔버릴 듯 쭉쭉 빠는 장녀와 차녀를 보고 막내가 질겁하듯 울었다. 매달린 두 자실장은 그런 막내를 흘끗 보고는 테프프프 치프프프 비웃었다. 어찌 이리 귀엽단 말인가. 코도리코는 장녀와 차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로부터 사흘간은 약속했던 것처럼 새끼들에게 숨어사는 법과 기타 필요한 교육을 했다. 3일동안 참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자실장들은 매시간마다 열화와 같은 분노를 토했다. 소리를 지르고,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지금이라도 노예닝겐의 앞에 나가서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소리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어르고 달래는 코도리코. 약속의 때가 온다. 기다려라. 분충덩어리지만 본능적으로 마마에게 대들었다간 순식간에 육편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자실장들은 툴툴 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숨어 지냈다.



그리고 대망의 데뷔일. 장녀, 차녀, 삼녀는 주인의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었다. 코도리코의 마음속에 기쁨이 퍼져나갔다. 자실장은 네마리나 있다. 정도는 다를지언정 그들 중 적어도 하나 정도는 주인의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저봐라. 장녀가 벌써부터 극대의 재롱을 부리고 있다. 차녀와 삼녀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와타시의 세레브 라이프가 오는 데스.”
“마마?”

그런 코도리코를 바라보는 자실장. 막내인 사녀다. 자신의 윗자매 셋이 전부 나갔건만 막내는 아직도 코도리코의 발치에서 우물거리고 있었다.

“아닌데스요 4녀차. 어서 주인사마께 가는 데스.”
“진짜로 이러면 세레브 라이프가 펼쳐지는 테츄카?”
“물론인 데스.”

활짝 웃는다. 코도리코의 웃음에는 아무런 거짓이 없었다. 그에 용기를 얻는 4녀. 바로 주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사녀 또한 배운대로 행한다. 주인에게 극상의 기쁨을 주는 재롱을 부린다.

“코도리코?”

창우가 웃는 얼굴로 코도리코를 부른다. 이거 느낌이 좋다. 주인은 웃으면서 4마리의 새끼를 집어들고 코도리코를 향해 다가왔다.



그날로부터 이틀간, 방음처리를 잘 해 놨던 덕에 집 안의 소리가 새나갈 일이 없는 남자의 집에서는 그야말로 학대 파티가 벌어졌다. 

먼저 위석을 찾아 활성제가 든 통에 담근다. 이건 학대의 기본이다.

“테챠아!!! 와타시가 왕자님과 키스할 입에 그딴 더러운 거 넣지 마ㅜㅎ메ㅐㅗㅁ오!!!”

그러고는 니퍼를 입에 넣어 치아를 하나하나 뽑고 남은 부분을 소형 토치로 지진다. 핵심은 이를 ‘하나씩’ 뽑는 것이다.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나선지 치아가 아주 튼튼하게 잘 났다.

“머, 머리카락이!!! 테에에에에엥!!!”

그 다음에는 머리카락을 뽑는다. 그것도 한 번에 다 뽑는 게 아니라 몇 올씩 검지 손가락에 감은 뒤 엄지로 쥐어 뽑는다. 노예라 여겼던 닝겐에게 잡혀 자신이 노예가 된다. 심지어 아주 천천히. 머리카락은 야속하게 뽑혀 나가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무력감이 실장석들의 마음을 휘감았다.

“눈씨! 눈씨 돌아와 주는 테치! 와타치의 아이가!”

그 다음 옷을 찢어버린다. 거기에 더해 몇 놈은 눈을 뽑는다. 그것도 한 쪽만. 그러고는 그 중 한 놈만 활성제를 눈에 발라 눈이 다시 생기게 만든다. 그러면 놈은 학대받는 처지도 잊고 다른 자매들을 비웃는다. 

“테프프프프! 오마에들 같은 더러운 것들은 와타시와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없는 테치. 어이 닝겐노예! 이제사 자신의 위치를 안 테치? 어서 와타시에게 발모제와 분홍 드레스를 ㄱ…테챠아!!!!”

물론 그 놈도 다시 눈을 뽑는다. 눈이 생겼다가 다시 눈이 뽑히면 그 절망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별했던 자신이 다시 특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치프프픗 잘난척하더니 꼴 좋은 테치.”

깔아보던 자매들에게 비웃음을 받는 것은 덤.

“마마! 와타치를 구하는 테츄아!! 약속했던 세레브 라이프는 어디있는 테츄!!”

고문이 반복되자 막내가 어미를 찾는다. 그 소리에 다른 자매들도 어미의 존재를 떠올렸다. 

“걱정마라. 너희가 끝나면 그 다음은 코도리코의 차례니까.”

창우가 말했다. 자실장들은 창우의 눈을 보았다. 악마가 저런 것일까?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마마도 저 손길을 피해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에 만족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일요일 저녁. 이틀간 행한 학대의 끝은 역시나 파킨사였다. 검은 물줄기가 말라붙은 네개의 떡덩어리를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담는다.

“후~”

만족감에 가벼운 한숨을 쉬는 남자. 

“자, 이제 약속한 대로 코도리코 차례지.”
“부르셨는 데스까?”

어느새 남자의 옆에는 코도리코가 와 있었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창우는 그 얼굴을 보고 답으로 함박 웃음을 돌려주었다.

“이번에도 또 잘 즐겼다야 이번에 걔, 장녀였나? 여튼 그놈은 진짜 분충 오브 분충이더라. 아주 좋았어.”

창우가 코도리코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코도리코가 기분 좋은지 뎃승 하고 운다.

무척 똑똑하기에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와 반대로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코도리코는 2달에 한 번씩 자실장을 낳아 주인 앞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주인은 그 ‘서프라이즈’를 받고 신나게 자실장들을 학대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주인의 취미에 걸 맞는 초특급 분충을 만들기 위해 코도리코는 자기가 아는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 실장폰으로 인터넷의 바다를 뒤지며 정보를 끌어모았다. 코도리코의 지식이 올라갈수록 태어나는 자실장들의 분충도는 점점 높아져 이윽고 하늘을 찔렀다. 

그 분충을 학대함으로써 창우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고 코도리코는 그 반대급부로 주인의 애정과 충분한 의식주를 보장받는다. 그야말로 윈윈이고 양자가 만족하는 그런 생활이다. 물론 중간에서 죽어나가는 자실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야 이번에도 수고했다. 오늘은 기분도 좋으니 통삼겹살 사와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자.”
“좋은 데스요 주인사마.”

창우의 말에 반색하는 코도리코. 그렇다. 세레브 라이프는 펼쳐졌다. 단지 그 주체가 자실장들이 아니라 오롯이 창우와 코도리코에게만 해당한다는 게 문제였을 뿐이지만.

“데프프픗~ 고마운 데스요 아가들.”

그 소리에 어딘가인지 모를 곳에서 테챠! 소리가 들렸지만 둘이 나가고 없는 방에 공허하게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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