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를 훈육시켜주세요 (ㅇㅇ(175.213))


"네?"

그건 삼촌이 수의사로 일하는 동물병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3일째의 일이었다.
TNR을 나라에서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걸 알고 있다며 털바퀴를 병원에 던져놓곤 자신에게 돈을 내놓으란 캣맘 이후로,
참신함을 느끼게 할 진상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내게 그 아줌마는 분홍색 사육실장복을 입은 자실장을 내밀며 말했다.

"훈육이요. 미도리가 요즘 말을 너무 안 들어서요."
"텟! 테챠! 테챠아아아!!"

자실장은 뭐라뭐라 항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애초에 '실장석 진료 불가'를 병원 문 앞에 붙여둔 우리 병원에 링갈 따위는 없었다.
아줌마는 오구오구 그랬어요, 라며 자실장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물론 그 아줌마도 링갈은 쓰고 있지 않았다. 귀에 아무것도 끼고 있지 않았으니까.

"보호자님, 여기는 훈련소가 아니라 동물병원이구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실장석은 진료를 볼 수 없어요."

이런 진상들은 팩트만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던 내가 차분하게 설명해줬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성질이 긁힌 건지 순식간에 아줌마의 인상이 표독해졌다.

"제가 그런 걸 모르고 온 것 같아요? 어차피 다 똑같이 작은 동물인데, 전문병원이 아니면 더 저렴하니까 온 거잖아요."
"!?"

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음, 으음, 거리며 할 말을 찾고 있는 동안,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렸음에도 보호자가 진료실로 들어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건지 삼촌이 카운터로 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그러자 삼촌의 하얀 의사 가운을 본 아줌마가 나를 위아래로 훑는 것을 잊지 않으며 시선을 삼촌에게로 돌렸다.

"역시 의사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야죠. 미도리를 훈육시키려고 왔어요. 의사 선생님이니까 미도리가 안 다치게 잘 가르쳐주실 수 있겠죠?"

다시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문장이었다. 수의사와 실장석 훈육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삼촌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하 웃으며 물론이죠, 라고 대답했다.

"커피 한 잔만 드시고 오시면 금방 착한 미도리로 훈육시켜드릴게요. 2층에 카페 있으니까 여기 무료 쿠폰 가져가세요."

그러면서 삼촌은 매번 내게 뒷담을 하던 2층 카페의 쿠폰을 그 아줌마에게 주고 내보냈다.
나는 이 어이없는 전개에 당황하며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실장석은 진료 안 보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카페 쿠폰은 왜 갖고 있어요? 맨날 그 카페 아줌마 욕하시더니."

삼촌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드랍쉽'이라는 알 수 없는 단어만 말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아줌마가 카운터에 올려둔 미도리를 손으로 쥐더니,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검은 비닐봉투에 넣곤 팔꿈치로 봉투를 눌려버렸다.

"삼촌!?"

그것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깜짝 놀란 내 모습에 오히려 놀란 듯, 삼촌이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병원에서 그것들 진료를 안 보는데 너네 아빠한테 실장석 명의라고 불리는 이유를 아니?"
"어, 아뇨. 저야 모르죠..저번에 물어봐도 안 알려주셨잖아요."
"이리 와봐라."

나는 삼촌을 따라 진료실 안쪽으로 향했다. 삼촌은 그곳에서 작은 냉장고를 뒤적이더니 독라 자실장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독라 자실장은 신기할 정도로 삼촌이 터뜨려 죽인 '미도리'와 닮아 있었다.

독라 자실장은 누가 봐도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지만, 삼촌의 손가락을 껴안지도 않고 가만히 떨고만 있는 게 신기했다.
삼촌은 그런 자실장에게 분홍색 사육실장복을 내밀며 말했다.

"네 이름은 앞으로 '미도리'고, 임시 사육실장이 될 거야. 분충짓을 하면 다시 냉장고로 갈 거란다. 이해했니?"

자실장은 여전히 벌벌 떨면서 짧게 테치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전개에 삼촌에게 물었다.

"얘는 그냥 다른 자실장이잖아요. 이게 실장석 명의랑 무슨 상관이에요?"
"얘들은 작아서 수술하기도 어렵고, 워낙 몸값이 싸다 보니까 진료비가 조금만 비싸도 화를 내는 분들이 많단다."

삼촌은 사육실장복을 입은 자실장의 머리에 인조 머리를 심으며 말했다.

"그래서 실장석 명의는 똑같이 생긴 실장석 구해오는 실력이 기준이야."
"아."









화석짤 보고 이거 실장석 얘기 아닌가 싶어서 걍 대충 써봄 중간에 캣맘 얘기는 내 경험담(실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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