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의 유생체는 흔히 저실장이라고 불리며, 이것은 미숙한 형태로 태어나는 실장석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조산을 한 것인데, 보통 조산하면 인공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생명이 위험한 일반적인 포유동물과는 달리 저실장은 금방 죽지 않으며, 조건이 갖춰진다면 자실장으로 변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은데, 일단 조산된 태아인 만큼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기 때문이고,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실장석을 예로 들어보자. 야생에서 살고 있는 이 어미 실장석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그중 한 마리는 저실장이다. 보통 실장석은 저실장을 낳으면 똥구덩이에 넣어 기른다. 실장석은 소화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배설물에 많은 영양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이것이 미숙아인 저실장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장석은 새끼들에게 애정을 주길 원했기에, 저실장을 똥구덩이에 넣지 않았다.
"모두 사랑스러운 아가들인데, 어떻게 떨어뜨려 키울 수 있는데스우..."
그래서 어미는 새끼들을 모두 정성으로 보살폈다. 먹이에 차등을 두지 않고, 구더기가 먹을 것은 씹거나 으깨서 먹기 쉽게 만들어주고, 운 좋게 별사탕 한 쪽이라도 얻는 날엔 모든 새끼들에게 나누어 줬다. 새끼들도 어미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구더기를 자신들과 동등한 자매로 여기며 차별하거나 타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불만을 가지는 것은 저실장이다. 저실장은 아무리 자매들이 함께 놀아줘도, 먹을 것을 나눠줘도, 노래를 불러줘도, 잊지 않고 배를 눌러줘도 조금씩 불만이 쌓여갔다. 먹을 것도 애정도 모두 똑같이 받는 저실장이 느끼는 불만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지챠는 손 발 작은레후. 어째서 걸을 수 없는레후우? 바닥에서 기어다니기만 하는레후? 똑바로 일어설 수 없는레후?'
저실장은 때때로 토라져 집 구석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그걸 모르는 자매들은 자신들이 뭔가 부족한 게 있는 것인지, 구더기를 더 지극히 보살폈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었다. 구더기와 놀아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구더기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위해 일어서서 걷는다. 구더기와 함께 집 주변을 걸어다니며 산책한다. 구더기를 업고 걷고... 또 걷는다.
자매들은 전혀 몰랐지만 이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저실장에게 스트레스를 누적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결국 어느 날
"레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레뺘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는 굉장한 비명소리와 함께 저실장은 절명했다.
어미와 자매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어째서 구더기가 죽었는지 몰라 괴로워했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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