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실장은 어설프게나마 글자를 읽는다. 친실장의 앞에는 비닐주머니가 놓여 있다.
"아침보리"
비닐주머니에 쓰인 글자.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리가 뭔지는 안다. 곡식이다. 인간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실장석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이 주머니는 묵직한 게 안에 뭔가 가득 들어차있다. 분명 밥이다. 오늘은 정말 운수가 좋은 날이다. 친실장은 흥얼흥얼거리며 비닐주머니를 질질 끌고 집에왔다.
"오늘은 마마가 대박을 건진데스!"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3마리의 새끼들 앞에서 친실장은 마침내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요 며칠간 수확이 적은 탓에, 매번 새끼들에겐 미안함만 느꼈던 탓이다. 한창 쑥쑥 자라야 할 새끼들은 아침저녁으로 배고픔을 호소했고, 친실장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자면서 울곤 했다.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이렇게나 많은 '아침보리'가 있다면...
친실장은 비닐주머니를 눕히고 못을 이용해 찢는다. 한참 격투를 벌인 결과 비닐주머니는 찢어지며 안의 액체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달콤한 냄새가 골판지 집을 가득 채운다.
"츄와아!" 첫 번째로 장녀가 탄성을 지른다. "달콤달콤 냄새테치! 이게 틀림없이 콘페이토인테츄우!"
"콘페이토가 아닌데스. 이건 보리인데스." 친실장이 웃으며 장녀를 쓰다듬는다. "오늘은 자들 모두 배불리 먹는데스. 항상 마마가 변변찮아서 미안했던데스. 이제 이걸로 며칠간은 아껴 먹을 수 있는데스."
"마마 감사한테츄!" "잘먹겠습니다테치!" 새끼들은 일제히 합창하며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물에 고개를 처박더니 정신없이 먹어댄다.
"달콤달콤테치!" "조금 씁쓸하지만 이게 어른의 맛인테치?" "테푸우우우~츄우우우!!"
배불리 먹은 새끼실장 하나가 트림을 하자 비누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다른 가족들은 그걸 보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날 밤-
이상한 복통에 눈을 뜬 친실장은 이상한 예감을 느낀다. 예삿 일이 아니다. 그 때, 밖에서 장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테... 테히... 마마아아..." 탈수로 비쩍 말라버린 장녀를 보고 친실장은 그 자리에서 빵콘해버렸다. 도저히 실장석의 몰골이라곤 할 수도 없는 기묘한 생김새.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이유는 간단하다. 실장석들이 먹은 것은 사실 세제였다. 게다가 그 세제를 그렇게나 잔뜩 먹어댔으니 위장이 뒤집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삼녀는 이미 눈이 뒤집혀있다. 죽은 것이다.
"데... 데기히이이... 어째서인데스...?" 친실장도 격통에 밖으로 뛰쳐나가 똥구덩이에서 힘을 준다. 설사가 잔뜩 나오지만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모른다. 게다가 엉터리 생물인 실장석답게 평소보다 더 수분이 많은 똥을 싸대는 이 정도로도 극심한 탈수를 일으켜 쪼그라든다. 일가는 한 번 밖에 나갈때마다 얼굴이 반쪽이 되어 돌아온다. 결국 아무도 그 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이후 이 실장석의 둥지에 남아있던 세제 냄새에 끌린 다른 녀석이 와서는 이걸 먹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만, 이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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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제들 이름이 하나같이 아침보리니 베이킹파우더니 이렇게 먹을 것 이름갈아서 화가 납니다.
아침보리는 아무리 봐도 보리 음료 이름으로밖에 안 보이지 않습니까. 먹고 죽으면 책임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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