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는 모르는 학대파

 

그 사육주는 말한다.

"실장석은 귀엽고 영리해"

"이런 멋진 생물을 학대하다니"

"나는 두고 볼 수 없다"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사육주는 양식적 애호파다.

매일 아침 낮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실장석이 원하는 물건을 준비하고

자신의 사육실장을 아끼는 한편,

단단히 훈육도 하고 있다.

그 사육주에게 사육된 실장석들은

모두 행복했음에 틀림 없다.

어쨌든 지금까지

7마리의 실장석들과 생활을 함께 했으며,

그 7마리가 다 자연사했을 정도니까.

실장석과 하면 사고사나 스트레스사 등으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사 했다는 건,

행복하게 살아 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진정한 애호파 라고.

일절 자신은 실장석을 학대하지 않은

그런 맑은 인간 이라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육주가 준비를 한다.

제8대 사육실장 미미에게 줄 아침을 만드는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상자 속에서 나온 미미에게

"안녕" 하고 평소처럼 인사를 나눈다.

그 인사에 데스라고 답한 미미.

과연 양식적 애호파에 사육되는 실장석이다.

어리광을 다 받아주고 훈육은 전혀 하지 않는

애오파들의 사육실장은 대답 따위 하지 않는다.

똑바로 앉아 먹이를 기다리는 미미 앞에 접시가 놓인다.

플라스틱 접시에 부어지는 것은

헥사곤 실장 푸드.

5대 영양소에 또 한가지 영양소를 더해 균형을 잡았다.

실장석은 그 잡식성 때문에

영양 과다나 비만이 되기 쉽다.

폭식하게 놔두면

실장석의 신체나 위석에 악영향을 주고 수명을 줄인다.

그걸 방지하려 함인지,

사육주는 이 영양균형 만점의 헥사곤 실장 푸드 외에는

일절 미미에게 먹이지 않는다.

아무리 졸라도 인간의 음식을 주지 않는다.

소화 기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음식이 독으로

실장석의 체내에 축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하면 실장석의 몸이 상할 일이 없다.

즉, 장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헥사곤 실장 푸드만 먹는 게 단조롭겐 하지만,

무미 무취인 최저 랭크의 실장 푸드와 달리

맛도 좋은 듯 이것만 먹는 것에 불만은 없다.

오늘도 뎃스?웅 하고

큰 소리로 기뻐하면서 먹는 미미를 보며

헥사곤 실장 푸드의 상자를 치우는 사육주.

그 상자에 인쇄된 성분 표시를 보면,

주성분: 실장석,...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세상에 떠도는 실장 푸드의 대부분이

실장석을 갈아서 만든 가공품이다.

동종에게 먹히려고,

아니 그런 것 조차 모른 채,

우중충한 공장에서 출생을 강요당하는 실장석들.

품어보기는커녕,

얼굴 한번 보는 것도 허용받지 못한 채,

컨베이어 벨트에 자를 낳는 출산석들.

마마를 부르는 것일까?

테치?테? 치

테에엥-테에에엥-

하는 비명이 공장 안을 채운다.

눈도 뜨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뜨거운 물속에 쳐넣어져 짧은 생을 끝낸다.

푹 삶긴 뒤,

머리도 옷도 기계에 쥐어뜯기고,

믹서로 갈아져 다진 고기가 되는

자실장 "이었던 것들".

그 다진 고기에 분말 영양제를 섞고

작은 공모양으로 만들어 고온에 말리면

푸드가 완성된다.

"맛나-맛나"

"행복-가득"

하는 미소를 지으며 미미가 먹고 있는 푸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아침을 먹고난 후엔 잠옷을 벗고

마음에 드는 분홍색 실장옷으로 갈아입는 미미.

거울 앞에서 옷을 보며

잘못된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벗어버린 잠옷도, 지금 입은 분홍색 옷도

미미가 기뻐하리라 생각하며

사육주가 선물한 물건.

하지만 사육주는 모른다.

그 옷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최하급 실장옷이면 몰라도

미미가 좋아하는 그런 실장 옷감은

어딘가의 공장에서 태어난

이름모를 실장석의 옷에서 뜯어낸 것이다.

통기성이 뛰어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실장옷.

무명옷이 피부에 맞지 않거나

감기에 잘 걸리는 사육실장들도

실장옷을 원료로 만든 옷을 입으면 문제 없다.

미미를 기쁘게 하는 그 옷은

매일 성장제를 들이마시며

단기간에 몸집을 키운 실장석에게서

실장옷을 뺏아 만든 것이다.

태어나서 일주일 밖에 안됐지만,

성장제 강제 투여로 성체보다 커진 실장석.

그 댓가인지...

미각도 후각도 청각도 시각도 촉각도 의식도

다 약으로 훼손된 모습이다.

머릿속은 아직 자실장인데,

몸은 성체 이상이어서

데에- 데에-

하고 굵은 목소리로 힘없이 우는 투약 실장석.

그렇게 약에 쩔은 실장석은 실장옷을 빼앗긴 후

역할을 다 했다는 듯 소각로로 보내 진다.

투약 정도가 심한 실장석은 먹을 수 없다.

깨끗이 태워없애는 게 깔끔한 처리방법이다.

실장옷을 만들 천을 생산하기 위해

약병으로 전락했던 실장석은

그렇게 일생을 끝낸다.

벗겨낸 옷은 우선 탈색한 후,

사육실장이 좋아하는 색깔로 염색하고

디자인대로 가공해 매물이 될 실장옷을 만든다.

그렇게 미미가 아끼는 분홍색 옷이 만들어진다.

뎃츄웅...데엣-츄웅.

옷을 다 갈아입은 미미가

사육주 밑으로 와서 재채기를 시작한다.

마침 환절기이다.

몸상태가 이상하더니 재채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콧물을 휴지로 닦아 주고,

사육주는 실장용 약을 미미에게 먹인다.

달콤한 맛이 나는 약이라

미미는 싫은 얼굴 하나 보이지 않고

그 약을 들이킨다.

그 약을 만드려고

몇만이라는 실장석들이 생체 실험으로 죽어 간 것 따윈

"열이 좀 있네? 오늘은 얌전하게 있어."

하고 웃는 얼굴로 미미에게 말하는 사육주가 알 리 없다.

약 덕분인지 오후에 들어서 완전히 건강해진 미미.

데스데스?웅

하고 방안을 뛰어다니게 됐다.

그런 미미를 보고 사육주가 말을 건다.

"날씨도 좋은데, 공원에 산책 갈까?"

산책이라는 말을 듣자, 눈을 빛내는 미미.

곧 공원에 도착하자

뎃-스-우

하고 외치며 전력 질주를 시작한다.

그러다, 풀에 발을 걸려 넘어져

데에에엥-데에에엥-

하고 우는 미미.

그런 미미에게 와서 위로하는 사육주.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광경이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젠 짐작하셨겠지만,

이 행복도 많은 희생 위에 성립된 것이다.

그렇다.

이 공원에는 들실장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들실장이 있었다면

주인에게 벗어나 멋대로 뛰어다니는 사육실장 따윈

순식간에 린치의 대상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 공원에서 불필요 하다.

사육실장들의 안전한 놀이 공원으로 하려고

철저한 퇴치가 벌써 몇번이나 있었다.

물론 그걸 요청한 이들중 한명이 미미의 사육주다.

한낮의 공원에서 잠시 사육실장을 안전하게 놀게 하려는

사육주들의 목소리가 들실장들을 전멸시킨 것이다.

잔디 위에서 구름을 바라보는 미미.

데프?뎃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육주도 행복한 듯 하다.

그리고, 오늘도 속으로 생각한다.

"행복한 미미를 보고 나도 행복해지는 걸 보니,

나는 역시 뿌리까지 애호파야"

데스?웅

하고 다시 뿌듯한 목소리를 높이는 미미를 바라보며

푸른 하늘보다 더 시원한 기분에 젖는 사육주.

실장석 한마리의 행복 때문에,

수천 수만의 실장석들이 고통받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양식적 애호파인 이 사육주는

과연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은 지금 단계에선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