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시는 본데스. 저 쪽에서 인간이 달려온데스. 이 쪽에서 오는 인간에게 수건 씌워서 데려간데스."
X월 XX일 새벽 3시 17분에 일어난 ㅇㅇ공원 강간살인사건에 대한 증언. 피해자 M은 가고 싶지도 않았던 회식을 무려 3차까지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40대 중반에 살찐 대머리인 꼴뵈기도 싫은 부장에게 온갖 성희롱을 당하며 술시중을 들었던 탓이다. 이딴 회사 당장 때려치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십 번을 다짐해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취업난이라 마땅히 이직할 수 있는 직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M은 다음 날 아침 7시 37분, 그 공원을 지나 출근하던 직장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사인은 질식. 하의가 완전 탈의되어 있고 상의에는 거칠게 잡아뜯긴 흔적이 있었다.
문제는 범인이 누구인가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범행장소가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였고 어두운데다 범인이 쓰고 있는 마스크로 인해 두상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당연히 그 시간에 사건현장을 지나던 사람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그 시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나와 있던 실장석 한 마리 뿐이었다. 인간의 비명소리를 듣고 호기심에 따라갔더니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경찰들은 이 일에 대해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애초에 실장석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가, 실장석의 기억력은 매우 나쁘다고 알려져있다. 게다가 이 실장석이 그저 인간의 호의를 얻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실장석 말고는 없다지 않습니까. 목격자가." 형사의 동료 하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던졌다. "그러고보니까, 그 녀석들, 냄새 잘 맡는다고 하지 않아요?" "냄새?" "거 뭐, 편의점 봉다리에 새끼 던져넣고 냄새 따라서 사람 집까지 쳐들어간다면서요?" 탁아를 말하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담당 형사는 그 실장석을 찾아가... 려고 했다. 문제는 그 부분부터였다. 원체 실장석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놈들이라,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당장 형사가 '전에 나한테 증언을 했던 녀석이 누구냐?' 라고 공원 실장석들에게 묻자
"와, 와타시인데스우! 와타시가 한데스!"
"증언이 뭐인데스? 그래도 와타시가 한데스!"
"테츄웅~ 와타치도 한테치~ 귀여운 와타치를 데려가는테치~"
...라고 아우성치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형사는 소거법을 쓰기로했다. 일단 '증언'이 뭔지 모르는 놈은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자실장도 불합격이다. 말투부터가 다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날 데려가라' 라던가 '세레브'라던가 '콘페이토' 같은 말 하는 놈들도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저기서 춤추고 노래하는 놈들도 불합격이다. 발로 차서 내쫓는다. 그래서 남은 것은 3마리였다.
"...나한테 증언했던 놈은 분명 한 마리밖에 없었는데."
"기다리는데스. 와타시도 인간씨가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은데스."
"허어?" 형사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실장석을 노려봤다. 의외로 실장석은 기 죽지 않고 술술 말했다. "며칠 전 일을 말하는 것인데스? 와타시는 그 근처에 집이 있는데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쓰러뜨리고 옷을 빼앗고 머리카락을 뽑아 노예로 만든데스."
"머리카락을 뽑아?" 형사가 황당해하며 반문한다.
"데... 뽑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안 뽑았던 것 같기도 한데스... 하지만 옷을 벗기는 것은 노예를 만드는 작업이 아닌데스? 그렇다면 머리를 뽑은 것이 틀림없는데스. 인간의 옷은 위아래로 나뉘어서 벗기기 힘들어 보였던데스." 과연, 확실히 목격자가 맞는 것 같다. 합격이다.
"노예가 아닌데스. 비상식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는데스." 한 마리가 또 거들었다. "노예를 죽이는 일이 있는데스? 그건 분명 비상식인데스. 마라로 푹푹 쑤셔서 죽이려고 했던 데스. 하지만 안 죽어서 목을 조른데스." 이 실장석은 피해자가 강간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목격한 게 틀림없다. 이 놈도 합격.
"그럼, 뭐 특별한 건 없었어?"
"그 인간은 굉장히 무서웠던데스."
"무서워?" 실장석이 공포를 느끼는 건 물리적인 폭력을 당할 때 밖에 없지 않았나?
"죽음의 냄새가 났던데스..." 세 실장석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오마에도데스?" "와타시도 그런데스!" 그리고 서로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일단 조사 대상은 이 셋으로 좁혀야겠다. 형사는 세 마리의 두건에 표시를 해 뒀다. 1번, 2번, 3번... 그걸 지나가던 공원 관리인이 슬쩍 쳐다본다.
"뭐 하쇼? 똥벌레들하고 노시나?"
"저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탐문수사? 실장석을 상대로? 형사는 달리 할 말이 생각 안 난다. "...어, 요즘 실장석에 관심이 좀 생겨서요..."
"별걸 다 관심 가지시네. 거 공원 똥벌레들은 안 돼요. 데려가서 키워도 말짱 황이에요." 관리인은 혀를 차며 지나갔다. 형사는 다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긴 했어도 별 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실장석들을 돌아봤다... 실장석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잠깐 뒤 돌아본 사이 사라진건가? 하긴 뭐, 공원 관리인은 실장석을 보이는 대로 죽인다고 들었다. 형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갔다.
실장석들이 말한 '죽음의 냄새'. 죽음을 부르는 냄새. 실장석이 공포에 떨 정도로 무서운 냄새. 소들은 도축장 근처에만 가도 죽음의 냄새를 맡고 눈물흘린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 그런 냄새일 것이다. 피와 살점의 냄새다. 그렇다면 아마도 범인은 학대파가 아닐까? 매일매일 실장석을 잡아 괴롭히는 놈들이라면 분명 그런 냄새가 난다. 형사는 범인의 특징을 '학대파'로 좁혔다.
그 날부터, 형사는 동네 실장숍들을 모두 둘러보며 탐문하고 다녔다. 학대용품을 사 간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하나씩 검토했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인간들이 있었다. 일단 나이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은 뺀다. 학생도 뺀다. 학생은 그런 시간에 활보하고 다닐 리가 없고, 노인 역시 그런 시간에 무리해서 다닐 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확인된 발자국의 보폭은 다소 나이들긴 했어도 건장한 체격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타입의 인간일 것이다.
매일 명단을 확보하고 탐색 대상을 좁히던 형사는 어느 날 이변을 맞이하게 되었다.
실장석 한 마리가 경찰서 앞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데기... 데..." 두건에 '2번'이라고 쓰여진 피투성이 실장석은 이미 양팔이 없고 다리도 짓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필사적으로 여기까지 왔다. 형사는 이 실장석이 뭔가를 자신에게 전하려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와타시... 냄새를 찾아서... 온 데스... 힘... 들... 었던데스..." 실장석은 형사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안심한 듯 힘이 빠졌다. 그리고 입에서 뭔가를 내뱉더니 "... 이것... 받는데스." 이내 파킨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까뒤집히며 죽어버렸다.
실장석이 입에서 뱉은 것은...
별 것 아니었다. 그냥 마른 풀뭉치와 쓰레기 조각들이었다.
담배꽁초가 함유된 풀뭉치에서 기분나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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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는 실장석이 내뱉은 풀뭉치를 놓고 고민했다. 이게 뭘 어쨌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현장에 가 보자고 결심했다. 공원에 들어선 형사의 눈 앞에 벽보가 눈에 띄었다.
'XX일 오후 1시부터 구청 관할 실장석 구제를 실시할 예정이니, 참고하시어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형사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앞으로 고작 이틀 남았다. 너무 빠르다! 혹시 그 '범인'이 내가 실장석을 통해 증언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익명으로 민원이라도 마구 투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2번'도 아마 범인에게 맞아 죽은 것 같고... 2번에겐 미안하지만, 고작 마른 풀뭉치따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표시를 해놓은 것은 실수 같았다. 빨리 1번과 3번이라도 데려오지 않으면...
"데갸아아아! 놓는데스! 살려주는데스으으으!!!"
"햣-하아아아!!!" 실장석을 납치해가는 학대파의 즐거운 비명이 울린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광경이다. 무엇보다 이 공원, 일제구제까지 실시할 정도로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학대파가 들고 있는 실장석에 '1번'이라고 쓰여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야이새꺄! 너 지금 뭐하는거야!?"
형사는 학대파를 향해 빽 소리를 질렀다. 학대파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이 쪽을 보더니 얼음이 됐다. 경찰이다. 망했다. 그런 눈빛이 감돈다. 실장석을 잡아가는 게 불법인가? 아니면 실장석 학대를 즐기는 쪽이? 그것도 아니면 혹시 얼마 전에 불법 학대샵을 이용한 게 들켰나?
학대파는 얼빠진 표정으로 실장석을 안은 채 형사에게 다가왔다.
"그거... 뒤에 번호 쓰인거 보이지?"
"네? 네, 네..." 학대파는 마치 몰랐다는 듯 커다랗게 '1번'이라고 쓰인 두건을 내려다본다.
"그거... 내, 내, 내 사육실장이야. 내놔!"
"사육실장데스?" "사육실장인데스우!?"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하는데스!!" "와타시도 데려가는데스!"
'사육실장' 한 마디에 발광한 분충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더니 형사의 발 밑에 모여든다.
"이 씨발! 니새끼들 말고! 꺼져! 꺼지라고!!!" 형사는 현란하게 발을 휘둘러 실장석들을 모조리 걷어차 쫓아낸다. 족구로 단련된 각력을 누가 이길쏘냐 하며 내심 흐뭇하다. 학대파는 주춤하며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안그래도 찔리는 게 많은데 경찰의 사육실장까지 건드릴 뻔했다. 망했다. 인생 앞길이 캄캄하다. 사회적으로 매장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결국 학대파는 쭈그리고 앉아 울기 시작한다.
형사는 그걸 내버려둔 채 '1번'을 안고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이 '3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3번은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시체로.
"일어나!" 입구로 돌아온 형사는 쭈그려 앉아있던 학대파를 일으켰다.
"니가 죽였냐?"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대파에게 1번의 두건을 보여준다. "네???" 학대파는 더 이상한 얼굴이 된다.
"이거, 니가 죽였어?"
"아뇨! 안 죽였어요!" 학대파는 펄쩍 뛰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백주대낮에 공원에서 똥벌레 족치는 미친 놈이 어딨어요? 그래 보여요!?" 백주대낮에 똥벌레를 납치해 가는 건 정상인가 묻고 싶지만... 몸에 실장석 핏자국도 안 묻어있고, 파우치 하나 말고는 소지품도 없어 보이니 확실히 3번을 죽인 게 이놈 같진 않다. 그 때, 소란을 들었는지 공원 관리인이 왔다.
"아이고, 전에 그 똥벌레 데리고 놀던 형사양반아녀? 손에 든 건 뭐요?"
"사육실장이래요." 학대파가 뚱한 표정으로 형사를 노려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학대파 청년 머리속에 이미 이 형사는 병신같은 애오파로 결정 된 모양이다.
"공원 똥벌레새낀 암만 길들여도 안 된다니까 그러네, 거 이리 넘기쇼." 관리인은 손에 든 집게를 고쳐잡고 손짓한다. 손을 내려다보자, 어째선지 1번은 벌벌 떨고있었다. "데히... 데히..."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눈이 떨린다. 공포? 누구에게? 학대파에게? 관리인에게? 아니면 나에게? 형사는 실장석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뭐때문에 공포에 질렸는지는 모른다.
"내놓으쇼."
"거 공원 똥벌레 한두마리가 아닌데 가져가면 어때요."
"잔말 말고 내놓으래도. 거 똥벌레새끼 바깥으로 도망가서 새끼 까면 책임질거요? 전부 내가 독박써요 이 양반아."
형사는 어떻게든 1번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관리인이 도저히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갑자기, 형사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외쳤다.
"사육실장 될 놈들 모여라!!!!"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데스...
순식간에 형사, 학대파, 관리인을 감싼 실장석들의 무리. 저마다 자기가 사육실장이 되겠다고 아우성치며 한바탕 대난투가 벌어진다. 관리인은 당황하더니 이내 짜증을 내며 집게를 휘둘러 실장석들을 하나하나 해치운다. 학대파 청년은 이렇게나 많은 실장석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었는지 오줌까지 지리면서 도망가버렸다. 형사는 자기 손에 들린 1번을 시기하는 다른 실장석들이 던지는 똥을 수 차례 맞아야했다. 생긴 건 똑같은 놈들이 하는 짓도 참 천편일률적이다.
...똑같은... 놈들?
형사는 똥을 피하며 실장석들을 집게로 내려치는 관리인이 한 눈 파는 사이 가까이 있는 실장석 하나의 두건을 벗겨낸다. 그리고 1번의 두건을 벗겨서 바꿔치기했다.
"나중에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데? 데... 데스." 다소 미심쩍게 대답한 1번을 뒤로한 채, 형사는 바로 내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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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경찰서까지 찾아온 것은 다음 날 정오였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데스... 제발 뭐 좀 주는데스우..." 라고 말하며 탈진한 1번에게, 형사는 물을 뿌려줬다.
"데히... 데기... 살 것 같은데스."
기운을 차린 1번이 형사에게 묻는다. "여기가 앞으로 와타시가 살 곳인데스?"
"뭐?"
"분명 말한데스.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라고... 아닌데스?"
형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설마 다른 놈이 왔나?
"야, 너 1번 아냐? 그 전에 사건 증언한 놈 아냐??"
"맞는데스." 여기서 형사는 놀란 가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맞다.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육실장 시켜주신다고 말한 것은 들은데스."
"너 하는 거에 따라서." 대충 대답한 형사는 실장석을 대강 책상 위에 올려둔다. 주변의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신성한 직장에 똥벌레를 데려와 무슨 지랄을 하고 있냐고 묻는 듯한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조금만 참자... 실장석은 책상 위에 놓인 풀뭉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얼굴 앞에 가져가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데히히히히히! 데기이이이!!!"
이 소란에 사람들이 일제히 형사를 쏘아본다. 형사는 도저히 여기 있을 수가 없어 '잠깐 화장실좀...' 이라고 말하며 실장석을 안고 빠져나왔다. "화장실 간다는 새끼가 똥벌레는 왜 데려가?" "혹시 저 새끼 그거아냐? 그 뭐... 직... 뭔가?" 푸하하하하하하하,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뒤에서 터지는 웃음소리를 듣는 형사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씨발, 너, 좀 장소좀 가려라..." 간신히 옥상에 올라온 형사는 1번을 내려놓고 타일렀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데스? 사람이 아주 많은데스."
"여긴 경찰서야. 내 집이 아니라."
"데에?"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형사는 왜 갑자기 그 녀석이 비명을 질렀는지 물었다.
"조금이지만 냄새가 난 데스. 죽음의 냄새데스."
"죽음의? 뭐, 학대파냐?"
"아닌데스. 학대파는 이런 냄새가 나지 않는데스. 이렇게 진한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인간은 없는데스."
"그럼 뭔데?"
"공원 학대파인데스." 공원 학대파?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지?
"공원 학대파... 랑 그냥 학대파랑 차이가 뭔데?"
"공원 학대파는... 공원에 사는데스..." 실장석과 선문답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려니 형사는 머리가 아파왔다. '붓다는 한 남자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끊어지기 쉬운 거미줄을 내렸다. 왜?' ...학대파라면 한 번 이상은 꼭 들리는 곳이 공원이다. 똥벌레를 구하기에 그만큼 쉬운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 '공원 학대파'는 또 뭐란 말인가? 공원에 사는 노숙자? 공원에서 죽치는 학대파들?
"공원 학대파랑 그냥 학대파랑 뭐가 다른지, 설명 좀 해봐..." 형사는 손사래를 치며 물었다.
"공원 학대파는 맨날 같은 옷 입고 다니는데스. 인간들은 옷이 매일 달라지지 않는 데스? 공원 학대파는 다른데스."
"그럼 공원 학대파는 뭐야, 실장석이야? 니네처럼?"
"아닌데스. 인간인데스. 하지만 매일 같은 옷 입는데스. 그리고 와타시들을 때리고 봉투에 넣는데스."
실장석의 증언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형사는 결국 1번에게 뭔가 캐묻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비디오를 보여줬다. 사건 당시의 감시카메라, 녹화기록이다.
"니가 아는 게 있으면 한번 말해봐."
"어두워서 얼굴이 안 보이는데스..." 실장석이 불만스럽게 말한다. "나도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그건 빼고."
한 번... 두 번... 세 번... 짧은 영상 클립을 몇 번씩 돌려보며 실장석은 화면에 집중했다.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걸 보는 게 꽤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긴, 평생 몇 번이나 보겠는가. 10번을 훌쩍 넘겼을 때, 1번은 갑자기 형사의 손을 툭툭 쳤다.
"뭐? 왜?"
"저거 본 적 있는데스." 실장석은 화면을 뭉툭한 손으로 가리켰다. "저거가 뭔데?"
1번은 자기 발을 잠깐 내려다보고,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신발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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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결정적인 증언을 토대로, 범인은 체포되었다.
"여기인데스! 이거인데스! 틀림없는데스!!!!" 라고 펄펄 뛰는 실장석은 이미 신발장을 열어 신발들을 우르르 떨어뜨리곤, 한 켤레를 집어들어 방방 뛰고 있었다. 공원 관리실의 신발장이었다.
형사는 나중에 생각을 다시 해보니, 실장석들이 나름대로 차분히 증언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원 학대파, 매일 같은 작업복을 입고 공원에 살다시피 하는 공원 관리인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죽음의 냄새, 공원 관리인은 매일 실장석을 때려죽이니 그 냄새가 밸 수밖에 없다.
풀뭉치, 아마도 자기들처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그 풀뭉치 속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도 결정타였다. 관리인이 피우던 것과 똑같은 담배였던 것이다. 분명 목숨을 걸고 관리실에 잠입해 쓰레기통을 뒤졌던 것이 틀림없다.
똥벌레새끼들 증언따위나 믿는다니 미친 소리 하지 말라던 공원 관리인은, 범행 당시 신었던 신발이 발견되자 그제서야 범행사실을 실토했다. 인근에 사는 직장인 여성을 봐뒀다가 새벽에 납치강간 후 살해했다는 것을. 공원의 구조를 알고 있으니까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찾기 쉬웠고, 공원 관리인이 공원에 있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실장석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찾기 힘든 증거들이 더해져 관리인의 범죄는 입증되었다.
그 사건이 끝난 후, 형사는 정말로 1번을 사육하기로 했다. 단, 집이 아니라 경찰서 앞마당에서.
형사의 다른 동료들도 1번을 그냥 똥벌레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생각하는 듯 했다. 결정적인 증언으로 범인을 잡은 실장석이라고 뉴스에도 나왔다. 1번은 유명인사가 됐다... 마땅히 줄 이름이 생각 안나서, 이름은 여전히 1번이지만. 1번은 형사의 직업을 '분충을 솎아내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주인님, 오늘도 늦게 수고하신데스." 평소보다 늦게 밖에서 돌아오는 형사를 보고 1번이 인사한다.
"어, 수고."
형사는 1번에게 푸드와 물을 내려놓았다. 1번은 푸드 한 알을 입에 가져가 씹었다.
'인간도 분충이 이렇게나 많이 있을 줄은 몰랐던데스...'
1번은 이 말을 입으로 하지 않고, 그냥 생각만 했다.
끝
절라게 재밌는 데샤앗!!!
답글삭제2번이 존나 쩌네 목숨걸고 증거 확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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