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테치
우리 집에서 키우는 자들을 데리고 산책하러 간다.
언니 실장 '아오바', 동생 실장 '와카바', 구더기 실장 '후타바'로 이루어진 대가족이다.
후타바는 전용 수레에 싣고 언니인 아오바가 끌고 간다.
기쁜 듯 아무 생각 없는 듯한 표정으로 레후레후 울고 있다.
한편 와카바는 와카바대로 호기심 왕성한 나이,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도무지 가만있질 못한다. 아, 넘어졌다.
"챠앗... 아픈 테츄..."
아오바도 참 고생이 끊이질 않네.
그건 그렇고 걸음걸이가 느리다. 자실장들의 걷는 속도니까 어쩔 수 없지만.
들실장 친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데 앞으로 몇 시간 걸리려나...
독서
우리 아오바는 꽤 영리한 부류의 실장석이다.
좀 더 있으면 인간의 말도 배울 것 같은 정도여서
요즘 그림책에 곧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주인으로서는 그런 것이 기뻐서 그만 이것저것 사서
보여주거나 읽어주기도 한다.
...응? 아오바, 그 책은?
"왠지 침대 밑에서 찾은 테치. 그림이 가득했는데 어쩐지 인간 씨가 잔뜩..."
으아악! 그건 내 비장의 에로책!
실장석이라지만 아이의 정서교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
콘페이토로 속이고 에로책을 빼앗았다.
훗날 어디에 숨겨도 몇 번이나 에로책을 들키는 바람에 울고 불며
에로책은 처분하게 되었다...
안녕, 나의 거유쨩... 훌쩍.
목욕 테치이
우리 집에서 키우는 자실장 아오바와 와카바를 목욕시켜준다.
살짝 미지근한 물을 세숫대야에 부으면 자실장에게 적당한 욕조가 된다.
머리카락을 묶어주고 안에 넣어주자마자 어린 와카바는 안에서 헤엄을 쳤다.
"와카바, 얌전하게 어깨까지 제대로 잠기는 테치."
아오바가 언니답게 주의를 준다.
와카바는 그대로 적당히 헤엄치도록 놔두고 아오바의 머리를 씻겨주기로 했다.
머리를 가볍게 빗고 자실장용 샴푸 '비달텟츙'을 손에 적당히 짜서
아오바의 머리카락에 묻혀 세 손가락으로 거품을 낸다. 특히 정수리 부분은 신경 써서.
뒷머리는 아오바도 혼자 씻을 수 있지만 실장석은 정수리에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씻을 수 없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 때문에 불결한 들실장은 생후 일주일 정도면 정수리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테츄웅..."
머리를 프니프니 신중하게 마사지해주니 기분 좋게 소리를 낸다.
그래그래, 착하지. 대강 씻기고 나면 물을 부어 샴푸를 씻어내고 완료.
"마마, 감사한 테치."
이제 문제는 장난꾸러기 와카바다. 아오바처럼 얌전히 있어 주지 않으니까...
내가 악전고투하는 동안 맨 처음에 목욕물을 채운 컵에 집어넣었던
구더기 실장 후타바가 (구더기의 입욕은 이것만으로 충분, 머리가 가벼워서 위를 보고 뜬다) 익어가고 있었다.
"우, 우지쨔ㅡㅡㅡㅡ앙!!!!"
아, 아무튼 생명에 지장은 없었는데... 그나저나 매일 이래도 멀쩡하니 구더기도 의외로 튼튼하구나.
○ △ ●
독자 설정 만재해서 죄송. 아오바 와카바를 대머리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것 때문에 이것저것 지어내 버렸습니다.
실장 설정은 사람 수만큼 있다고 하니 용서를...
반딧불이 레치이
아오바, 와카바, 후타바를 데리고 고향 집에 귀성했다.
시골에서 실장석은 산속에 야생이 가끔 있을 정도여서 대단히 드문 모양이다. 그래서...
"허허ㅡ 여기 실장석은 털이 덥수룩해서 징그러운데 이 애들은 예쁘구나."
"자, 이리 온. 콘페이토 줄게."
그렇게 고향 집의 아이돌이 되어 있었다.
세 명이나 열심히 서비스에 임하느라 좀 피곤한 기색.
식사도 하고 목욕도 한 다음 밤에 잠깐 산책에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뭐인 테치? 이 옷. 이상한 옷 테치ㅡ"
"조금 답답한 레츄."
"레후레후ㅡ."
이런 평가가 좀 안 좋네, 유카타. 실장석용 유카타는 주문제작이라 엄청 비싸단 말야. 좀 힘 빠지네.
셋을 안고 근처를 걷는다. 가로등도 거의 없다. 빛이라곤 달빛과 별빛뿐.
그렇지만 충분히 주변이 보일 정도로 밝았다.
"...반딧불인가."
별 하늘에 떠오르는 녹색의 점멸. 소리도 온도도 없는 빛은 무기질적이면서도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셋을 땅에 내려주니 신비롭게 떠오르는 녹색 빛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 ○
유카타 축제 참가했습니다.
나는 공원 벤치에서 벌어지는 역겨운 '애호 놀음'을 멀리서 지켜보며 코웃음을 쳤다.
답글삭제비싼 유카타를 입힌 참피 세 마리를 데리고 나와 반딧불이를 구경시켜 주며 히히덕거리는 꼴이라니. 현실에서 도피해 저런 똥벌레들에게 가족 놀이나 하며 위안을 얻는 멍청한 애호파 놈을 보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저 녀석의 그 가증스러운 환상을 완벽하게 박살 내주고 싶어졌다.
"아오바, 와카바. 내가 저기 자판기에서 따뜻한 코코아 좀 뽑아올 테니까, 여기서 반딧불이 구경하면서 얌전히 있어."
"테에~ 알겠는 테치! 빨리 오시는 테츄!"
"레츄레츄! 얌전히 기다리는 레츄!"
주인 놈이 등을 돌려 자판기 쪽으로 걸어가기 무섭게, 나는 녀석들이 있는 벤치로 여유롭게 다가갔다.
"테? 새로운 닝겐상인 테치! 안녕하신 테츄!"
애호파 주인 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탓일까. 경계심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아오바가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주인을 아주 잘 만났나 보네. 옷도 비싸 보이고, 구더기도 수레에 태워 다니고."
"테흥~ 당연한 테치! 우리 닝겐상은 와타시들을 아주아주 사랑하는 테치! 닝겐상도 와타시들의 귀여움에 메로메로된 테츄?"
"그래,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네. 주인이 오기 전에 나랑 재밌는 거 하나 할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수레(벌레망) 안에 들어있던 구더기 후타바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레후~? 새로운 닝겐상인 레후?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나는 구더기를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뜨린 뒤, 무자비하게 구둣발로 콱 짓이겨버렸다.
빠직- 찌이익!
"레... 레에에에엑?! 후, 후타바 쨔아아앙!!!"
바닥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터져버린 적록색 고기 반죽만이 눌어붙어 있었다. 경악하며 굳어버린 아오바와 와카바를 향해 나는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비싼 유카타라고 했지? 밤이라 추울 텐데 캠프파이어라도 하자."
나는 멍하니 굳어있는 와카바의 유카타 소매에 라이터 불꽃을 가져다 댔다. 맞춤형 고급 원단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와카바의 몸으로 번져갔다.
"레뺘아아아아아앗!!!! 뜨거운 레츄!! 마마아!! 아오바 오네챠!! 살려주는 레츄우우!!"
불덩이가 된 와카바가 바닥을 뒹굴며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살이 타들어 가는 역겨운 냄새가 공원에 진동했다.
"테에에엥!! 닝겐상! 도대체 왜 이러는 테치!! 제발, 제발 그만두는 테치이이!! 우리 닝겐상이 오면 오마에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인 테치!!"
아오바가 눈물 콧물을 쏟으며 내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나는 그런 아오바의 멱살을 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
"네 주인이 오면? 고작 이딴 똥벌레 장난감 좀 부쉈다고 나한테 화라도 낼 것 같아? 멍청한 새끼."
나는 아오바의 양팔을 잡고 등 뒤로 완전히 꺾어버렸다.
우지직-!
"뎨갸아아아아아아악!!!!"
"이건 네 주인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야. 자신만의 작고 따뜻한 애호 동화가 생지옥으로 변했을 때, 그 새끼가 짓는 표정이 너무 기대되지 않냐?"
나는 팔이 꺾인 채 거품을 무는 아오바를 불타다 만 와카바와 으깨진 후타바의 잔해 위에 대충 던져놓았다. 비싼 유카타는 걸레짝이 되었고, 아름답던 반딧불이 구경 자리는 피와 똥, 그리고 구운 고기 냄새로 진동하는 쓰레기장이 되었다.
저 멀리서 따뜻한 코코아 캔을 두 개 든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바닥에서 힉힉거리며 경련하는 아오바를 향해 씩 웃어준 뒤, 어둠 속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아오바? 와카바? 나 왔...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몇 초 뒤, 주인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코코아 캔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그 완벽하게 절망적인 비명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나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공원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