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실장은 열대야에 잠에서 깨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칼칼한 목을 침을 모아서 삼키며 밤이 되어도 후끈한 열기에 흙바닥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있다곤 하지만 비가 올것 같지는 않았다. 가로등 불빛 넘어도 검은색 그림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움직이는 것을 보니 자신만 힘든것이 아니였다. 가만히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며 눈을 감자 멀리 어디선가 울음소리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은 하나같이 힘들다는 내용뿐 희망이나 자를 가져 행복하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이 없다, 밥이 썩어버렸다, 보존식이 상했다......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하지만 그래도 자를 위해 노력하고 살아갈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들. 친실장도 슬프고 힘들지만 근처에 다른 동족이 없어 혼자 고통을 감내할 뿐이였다. 자신도 다른 동족들과 이야기하며 속내를 털어놓고 싶었지만 믿을수가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치고들어와 집을 털어가거나 노예로 삼는 것이 자신들이기에. 실제로 자신도 그런 동족이 보이면 동족이 모은 것을 약탈해 짖밟고 올라 하루라도 더 살고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모르긴 해도 아마 지금 힘든 것에 다른 동족과 접촉하여 이야기를 하는 녀석들중 한 마리는 내일 슬픈 일을 당하는게 안봐도 알수있었다.
집안에 페트병에 남은 물은 있지만 함부로 마실수 없다. 여름은 밥보다 물이 더 귀중하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지금까지 힘껏 놀아본 적이 없었다. 밥을 구하기 위해 나갔다 들어오니 사녀는 탈수로 시커먼 눈물자국과 입주변과 뺨에 말라비틀어진 거품자국을 잔뜩 묻힌채 죽어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과 자신을 찾으며 입에서 거품을 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태어나서 이제 막 세상을 보며 행복을 노래해야할 입에선 길고 끈적한 침을 늘어뜨리며 뜨거운 땅에 발바닥이 익어가며 고통속에서 집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집에와서 쓰러진 아이들에게 물을 조금씩 주고 재운뒤 어쩔수 없이 출산으로 그날 아침 구하지 못한 밥을 구하기 위해 나갔다.
깨어난 아이들은 분명 자매들과 신나서 멋모르고 힘껏 뛰면서 놀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탈수와 뜨끈뜨끈한 병(열사병). 물이 든 페트병은 무겁고 커서 뚜껑을 열수가 없었다. 페트병에 담긴 물을 어떻게든 마시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들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볼때마다 마마인 자신이 올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그저 생각하기도 싫었다. 자신을 얼마나 찾으며 몸부림 쳤을까. 위석과 재생력 덕분에 죽지않았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것인지 자신은 알수가 없었다.
간신히 페트병 반개 분의 물을 써서 살렸지만 그 날의 기억이 너무나 강해서 아이들은 무기력하게 하루종일 누워서 자신이 밥을 가져오면 그제서야 비틀거리며 일어나 힘없이 밥과 약간의 물을 마시고 도로 눕는다. 몇몇 아이들의 입가엔 녹색의 분식 행위가 보였지만 이 시기만큼은 그것에 대해 혼낼수가 없었다. 만약 페트병의 뚜껑을 열어주고 물을 마시기 쉽게 눕힌다면 간신히 모은 물은 몇 시간만에 다 없어질 것이기에 안심하고 맡길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뚜껑에 물을 따라놓으면 더위에 물이 순식간에 다 사라진다. 그냥 하루빨리 이 더위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버티기를 바랄수 밖에 없었다.
친실장은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나뭇잎이라도 씹으며 즙이라도 마시기 위해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을 손으로 툭툭 쳐서 날린뒤 근처에 화단을 따라 늘어진 수풀을 따라 걸었다. 손에 닿는 위치에 존재하는 나뭇잎은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의 쓰고 떫은 즙이라도 마시며 수분을 챙길려는 것은 자신만 할수있거나 생각할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특히 낮보다 덜 더운 밤이 되면 나뭇잎을 씹기 위해 나온 친자실장들이 어둠속에서 은밀히 움직인다.
친실장은 노림받기 쉬운 자실장들을 지키기 위해 날 선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침입자에 대비를 하면 자실장들은 떨어진 녹색이 일부 남아있는 나뭇잎이나 땅에 난 잡초를 뜯어 먹는다. 몇몇 친실장은 손수 나뭇잎을 잽싸게 따서 떨어뜨리고 다시 경계를 하지만 압도적인 맛 없음에 자실장들의 보챔과 칭얼거림에 무서운 동족들을 부른다. 딱히 시기에 관계없지만 중실장이나 성체가 되지 못한 자실장은 사실상 먹기 편한 수분과 고기로 취급당한다.
[데──갸!!]
[데───갸!!]
[테츄아─앗!!]
[츄아─아──아!]
멀리서 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한 소리. 자신도 지금까지 수없이 해본 소리. 바로 위협의 경고였다. 더이상 무언가를 한다면 널 공격해서 죽이겠다는 의사표현.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않다. 이런 날씨에 심지어 밤이다. 밤은 소리가 더 멀리 퍼져서 아마도 저 친실장은 위협을 하면 더 심하게 동족을 모으는 것을 알고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침입자나 친실장이나 둘다 필사적인 것은 마찬가지. 둘중 누구 할것 없이 절박하다. 한쪽은 기아로, 한쪽은 자의 목숨으로. 물러설수 없는 대결이지만 늘 그렇듯이 승자와 패자는 정해진다.
[데───갸─────아────────!]
[데──데덱?! 데챠!]
도망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긴 모양이다.
[츄아츄아──! 테지─이!]
[테츄츄~츗츄우~테치이??]
안좋다. 저 친실장의 자들은 그저 멋모른채 즐거운 목소리로 도망치는 동족을 향해 친실장을 따라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저 친실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실장들의 입을 막은 모양이겠지만 너무 늦었다. 사방에서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운이 좋으면 자실장의 팔다리 한짝 정도는 먹거나 친실장을 출산노예로 만들어 낳은 신선하고 수분 가득한 구더기 한마리는 먹으리라.
[데데데뎃?! 데햐아아──!]
[테에에엔! 테츄우, 테츄!]
[테치이! 테쮸??!]
아쉽다. 저 친실장은 생각보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빠르게 자들을 버리고 도망갔다. 당황하면서 자신들을 버리고 간 친실장을 부르는 울음기 섞인 자실장들의 목소리가 비명소리로 변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해 뛰는 것을 포기하고 근처에 난 나뭇잎 서너장과 잡초 한줌을 뜯어 집으로 향한다.
느리고, 약하고, 멍청하면 죽는다. 저 친실장이 살수있는 이유는 빠르고, 침입자 보다 강했고, 영리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였다. 저 자실장들이 죽는 이유는 느리고, 약하고, 친의 명령을 어기고 분위기나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조용히 해라, 낮선 아줌마를 만나면 무조건 자매나 마마를 버려서라도 집으로 도망쳐라. 이런 교육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이것을 지키지 못한 아이들은 비정하지만 살아갈 가치가 없다.
물론 아이들은 중요하다. 임신과 출산 조차 목숨을 걸고 하기에 힘들게 낳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찌 사랑스럽고 귀엽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낳을수 있다. 친의 목숨만 살아있다면 언제든지 몇번이고 낳을 수 있는게 아이들이다. 다시 낳으면 그만인 아이들을 위해서 죽는다는건 친실장 또한 살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아이들은 친이 없으면 비참하게 죽는다. 친이 스스로 희생해서 살려도 죽을것이 뻔하기에 친의 희생은 결과적으론 의미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경험이 없는 친실장들은 모른다. 아이를 위해서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개죽음인지를.
입안에서 느껴지는 쓰디쓴 풀의 향과 떫은 맛을 억지로 참아가며 신중하게 씹으면서 나뭇잎에서 나온 즙을 한 방울도 아까울새라 쪽쪽 빨아먹고 뱉는다. 집으로 다와가자 그럭저럭 잠을 잘수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내려갔다. 나뭇잎와 잡초로 칼칼한 목도 괜찮아졌고 혀와 입안도 촉촉하게 변했다. 골판지 문을 열자 시원한 공기가 들어가 땀을 흘리며 인상을 찌뿌린채 끙끙대며 자는 아이들의 표정이 편안하게 변했다. 문은 닫혔지만 골판지 내부의 온도는 꽤 내려갔다.
평평한 돌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신문지를 한장 다시 깔고 마른 잡초를 올려 시원하면서도 푹신한 자신의 침대위로 허락도 없이 기어올라 자고 있었다. 3마리 모두 겹쳐진 빨랫감처럼 축 늘어진채 자는 모습은 자신의 아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거다.
"오마에들, 일어나는 데스."
"마마아...졸린 테치이..여기 시원해...테에...쿠울.."
흔들림에 반쯤 깨어난 장녀의 잠꼬대에 친실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장녀의 뒷머리 2개를 잡아 들어올려 던졌다. 바닥에 떨어져 부딫친 장녀는 흐르는 코피를 혀로 햝아 먹으며 안면 전체에 느껴지는 화끈하면서도 따가운 고통에 부들거렸다.
"테?? 테에...? 테힉! 테치이! 테에엥...끕?!"
"장녀, 울면 죽여버리는 데스. 나머지 차녀와 삼녀도 던질테니 그쪽에서 알아서 조용히 자는 데스. 한번만 더 마마가 없다고 마마의 허락없이 함부로 멋대로 한다면 슬픈 일을 하는 데스."
친실장의 서슬퍼런 말에 장녀는 막 울음을 터트리기 전에 간신히 두 손으로 입을 막은채 끅끅 거리며 울음을 속으로 삼켰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친실장은 그런 장녀를 보면서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차녀도 똑같이 장녀 옆으로 던졌다. 장녀는 차녀가 입을 열자 바닥에 깔린 잡초들을 들어 차녀의 입안으로 마구 집어 넣어 소리를 막았다. 친실장은 그런 장녀를 보면서 몹시 만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판단도 좋고 결단력도 있다. 이해력도 쓸만하고 분위기 파악도 잘한다. 장녀는 계속 키워볼만한 자격이 보인다. 삼녀도 장녀에 의해 잡초을 입안에 채운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친실장은 아이들의 체온에 달궈진 침대에 인상을 쓰며 일어나 페트병의 뚜껑에 조금 물을 붓고 달궈진 잡초 위에 뿌렸다. 당연히 자실장들은 귀하디 귀한 물을 마시는 것도 아닌 침대에 뿌리는 친실장의 행동에 울컥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목이 마른 자신들에게 당연히 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차녀가 그런식으로 말했다가 걸레짝이 되도록 쳐 맞는것을 봤기에 꾸물거리며 골판지 구석으로 가 잠을 자기 시작했다. 친실장은 조용한 집안에서 물로 적셔져 시원해진 침대위에 누워 배를 두드리며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해가 뜨자 온도가 올라가며 불쾌한 기분에 잠이깬 친실장은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 자고 있는 장녀를 보았다. 옆구리엔 자신의 팔을 밀어내고 파고드는 차녀와 겨드랑이 밑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삼녀가 보였다. 어재 그렇게 말했는데 발끈할려던 친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장녀를 들고 일어나 차녀와 삼녀 사이에 놓아주었다. 세 마리 자실장들은 꼬물꼬물 뒤척이며 뭉쳐서 손을 입에 넣고 쭉쭉 빨며 침을 흘렸다. 사랑스러운 광경에 친실장은 화를 낼 기운이 사라지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차는 것을 느꼈다.
"장녀, 차녀, 삼녀 일어나는 데스. 마마는 밥을 구하러 나가봐야하는 데스. 안일어나면 밥과 물은 없는 데스. 마마만 먹고 오마에들은 밥빼기 해도 좋은 데스?"
아직 한참 어린 아이들이다. 밥과 물은 얼마든지 먹어도 모자랄 한창 때였다. 밥빼기라는 소리에 더위에 선잠을 자서 피곤한 몸을 미적거리며 일어나 골판지 집 가운데로 모여 앉아 대가리를 푹 숙인채 조금씩 졸기 시작했다. 그런 자실장들 귀로 노호같은 친실장의 고함소리가 강타했다.
"일어나는 데스!! 마마의 말이 그렇게 같잖은 데스까?!"
"테챠아! 아닌 테치! 와타시 일어나있던 테치!"
"오네챠 말이 맞는 테치! 안잔 테치!"
"테츄우우~? 머, 머리가 무거워서 잠시 숙이고 있던 테치!"
자실장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친실장을 도와 아침 식사준비를 하였다. 밥그릇 대용인 사람 손바닥 반만한 흠집투성이의 평평한 플라스틱 조각을 차녀와 삼녀 둘이서 낑낑대며 중앙에 놓고 장녀는 그 사이 친실장이 밥을 잘를 뾰족한 작은 돌덩이를 품에 앉고 친실장의 자리에 가져다놨다. 친실장은 봉투에 남은 어재 구한 밥을 신중히 골라내고 있었다.
과일 껍질, 김치쪼가리, 생선 뼈, 쉰 밥, 단무지, 야채조각 등등. 제일 맛있는 그나마 단맛과 수분이 많은 과일껍질과 영양 많은 생선뼈와 거기에 붙은 튀겨진 살점은 자신이. 나머진 적당히 아이들에게 주면 된다. 보통은 과일껍질은 말려서 보존식으로 만들지만 새벽에 일어나 씹은 나뭇잎 덕분에 단게 좀 땡겼다. 자실장들은 플라스틱 밥그릇 대용 위에 올려진 과일 껍질과 생선 뼈에 붙은 쓰레기 국물에 불어터진 살점이 붙은 튀김조각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런 호화로운 아침은 정말 오랜만 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태어나서 집에 최초로 도착했을때 때곤 구경도 못해본 것들이였다. 침을 주륵주륵 흘리며 당장에 달려들어 머리를 쳐박고 먹고 싶었지만 마마가 보고 있어 움직일수 없었다. 밥을 향해 손이 움찔움찍 거리거나 뻣었다 내렸다 반복하는 자실장들을 보며 친실장은 입을 열었다.
"자, 마마가 나눠줄테니 기다리는 데스."
"네 테치-!"
자실장들의 신나는 음성엔 흥분이 느껴졌다. 식사시간만큼은 버릇없는 모습을 보였다간 다른 때와 달리 밥빼기는 물론이고 간신히 숨만 붙여놓을 정도로 더 심하게 쳐맞는다. 꼴깍꼴깍 침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친실장은 유쾌한 표정으로 자신의 몫을 빼기 시작했다. 점점 실망감을 표정에 숨길수 없는 자실장들을 보면서 친실장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권력과 지위가 친실장에게 밥을 구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어 열정적으로 밥을 구하는 것이였다.
흐물거리며 질척되는 김치조각 2조각, 알수없는 야채조각 다수, 봉투를 긁어 모은, 사람 손가락 두마디 만한 쉰밥 한덩이, 단무지 3조각. 각각 몫에 맞게 돌로 내려찍거나 긁어서 자실장들에 나눠준 자실장들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친실장을 보면서 은근한 체스쳐를 보내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배를 문지른다거나, 손을 쪽쪽 빤다거나, 빈 허공에 밥이 있는 듯 먹는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였다.
"테에..."
그렇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 친실장은 생선뼈를 쭙쭙 빨며 봉투에 넣고 페트병으로 향했다. 그 동안 자실장들은 플라스틱 판위에 묻은 찌꺼기나 국물을 손으로 찍거나 혀로 햝아 먹고있었다. 깨끗해진 판을 들고 옮기고 장녀 또한 돌멩이를 원래 자리에 놓고 잽싸게 달려 페트병 앞에 섰다. 곧이여 차녀와 삼녀도 줄을 서며 귀를 파닥거렸다. 하루중 단 두번 있는 물 마시는 시간. 친실장은 뚜껑에 신중하게 물을 떨어뜨렸다.
장녀 10방울.
차녀 8방울.
삼녀 6방울.
친실장 뚜껑 한가득.
상쾌한 입안에 저절로 '데캬아'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자신의 손에 들린 뚜껑에 조금 고인 물방울. 친실장은 뚜껑을 털어 닫은뒤 봉투를 쥐고 밖으로 나갔다.
"마마 다녀오는 테치"
"오는 테츄~"
"가는 테치? 밥 많이 테치!"
친실장은 자실장들의 응원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발걸음으로 걸었다.
"자, 오늘도 힘차게 살아주는 데스!"
친실장이 사라진 집안은 자실장들의 천국이였다. 비록 밥과 물은 못마시지만 시원한 마마의 침대를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쓸수가 있다. 그리고 밖이나 집안에서 마음껏 놀고 뛸수도 있었다. 다만 사녀가 죽고 자신들도 간신히 살아남았기에 그저 친실장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콘페이토 먹고싶은 테치."
"와타시는 시원한 물을 배터게먹고 싶은 테치"
"와타치는 사녀 이토모챠 보고싶른 테치.."
장녀와 차녀는 삼녀의 말에 침묵을 했다. 삼녀의 말대로 자신들도 사녀가 보고싶었다. 결국 사녀에 대한 생각으로 저마다 복잡해진 심정으로 잠을 청했다.
[흐아~ 오늘 날씨 미쳤네. 어제보다 더 덥잖아?]
친실장은 부지런히 걸어 공원 밖으로 향했다. 검은 바닥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편의점이나 골목길에 무단으로 투기하는 음식물쓰레기가 목표였다. 신중히 몸을 숨기며 편의점으로 향하는 친실장은 머리위에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수풀속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그림자가 앞을 슥 지나가자 빵콘할만큼 놀랐지만 그냥 지나치자 안심하며 들뜬 숨을 골랐다.
[부그르르- 퉷!]
촤아악 소리와 함께 배수구로 물이 쏟아진다. 친실장은 수풀에 숨어서 그 광경을 보니 눈물이 흐를것 같았다. 인간이 들고가는 저 페트병에 담긴 깨끗한 물. 자신들은 어렵게 간신히 구할수 있는 물. 족히 한달은 풍족하게 마실수 있는 귀하디 귀한 물이 아무런 의미없이 사라지는걸 보니 너무나 자신이 비참하고 한심했다.
"...울지 않는 데스. 와타시에겐 자들이 있는 데스."
친실잘은 물기가 마르는 배수구를 한번 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버려진 과자봉투에 남은 짭짤하고 고소한 가루를 맛보며 입을 쩝쩝 거렸지만 금새 사라졌다. 알록달록한 이상한 뚜껑(양산)을 쓰고 지나가는 여성에게 나는 향긋한 화장품과 향수냄새애 코를 벌름거리며 그 자취를 음미했다. 자신의 팔에 코를 대고 킁킁 거리니 악취가 나서 울적한 마음에 수풀에 앉아 멍하니 거리를 보았다. 수 많은 인간들이 먹는 음식들은 평생 맛보기 힘든 것들이 즐비했다. 물은 어떤가. 아끼고 아껴서 마셔야할 물은 미지근하거나 따뜻하게 달궈진 것이 아닌 보기만 해도 이가 시릴정도로 차가워 보였다.
-촤악
"데챳?!"
수풀에 숨어 있던 친실장은 갑자기 차가운 것이 머리위로 떨어지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낸 것에 다급히 입을 손으로 막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자 다행히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를 살피자 거기엔 물이 조금 남은 페트병이 보였다. 친실장은 다급하게 달려가 살짝 남는 신선하고 시워한 물로 간신히 목을 축이자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기어이 눈물을 흘렸다. 이토록 시원하고 맛있는 물인데 인간은 어째서 나눠주질 않는가. 먹다 버린 과자들이 산처럼 쌓은 쓰레기통은 탐욕스럽게 혼자서 그 모든걸 담고 자신들에게 내어주질 않는다.
어째서 세상은 이리 불공평하고 잔인한지 너무나 슬펐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화를 내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언젠가 마마가 해준 말이 있다. 자신은 세상을 행복에 가득차게 해주기 위해 태어난 보배라고. 그런 마마의 말을 믿고 열심히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춤과 노래를 연습했지만 현실은 딱딱한 바닥에 늘러붙어 찐득거리는 고깃덩어리 였다.
그렇게 중실장이 되기 하루전 마마는 죽었다. 다행히 중실장으로 크게 되어 동족에게 노림받지는 않았고 하나씩 일을 배워서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알수있었다. 고아들에게 밤새 보존식이 털려서 울었던 일도 있고, 외로움에 자를 가져 낳았다가 분충을 차마 솎아내지 못하고 일가실각을 당할뻔 했다. 공원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경험이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더 나은 현실을 만드는 법은 아무리 경험을 쌓고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인간은 탐욕적인 데스...모든 걸 가지곤 조금이라도 베풀지 않는 데스. 인간에겐 의미없는 것이지만 와타시들에겐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인 데스. 음식물쓰레기도 못 가져가게 하는 데스. 물을 얻기 힘들게 뚜껑을 높이 만들어놓은 데스. 안전하게 돌아다니지 못하게 이상한 것들을 타고 다니거나 와타시들이 가면 비켜주지 않는 데스. 너무한 데스..."
친실장은 하염없이 넋두리를 하며 신세한탄을 하였다. 인간에게 들킬것은 포기를 한채 한참을 중얼거리던 친실장은 일어나 축 처진 어깨로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데스. 밥을 구해야 하는 데스."
그렇게 밤이 될때까지 돌아다니며 간신히 봉투 반을 채운 친실장은 공원으로 향했다. 입구가 보이자
마음이 놓이며 그립고, 안정된 기분이 들었다. 공원 입구로 들어가자 실감이 되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남았구나. 내일도 살아남아야지. 그런 생각은 갑자기 튀어나온 꼬질꼬질한채 볼살이 들어간 수척해진 자실장 2마리에 의해 깨졌다. 딱 봐도 어미잃은 고아들이다. 솎아내기에서 도망친 녀석들은 최소 옷이나 머리카락 둘중하는 없거나 둘다 없다.
자실장들은 친실장의 눈치를 보더니 우물쭈물 거렸다. 친실장이 무시하고 슥 지나가자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줌마...조금만 밥을 나눠주시는 테치! 마마가 갑자기 집에서 피토하더니 몸부림 치다가 죽어버린 테치. 차녀 이모토챠랑 집 밖으로 나와서 2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테치. 제발 도와주는 테치!"
"장녀 오네챠 말이 맞는 테치. 마마가 죽어버린 테치. 와타시들 이제 마마가 없어진 테치. 마마없인 살아갈순 없는 테치이..."
"오마에들 저리 비키는 데스."
"테챠아! 부탁드리는 테치! 이대론 죽어버리는 테치! 제발 도와주는 테치...조금만 나눠주면 와타시들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 테치. 몇개라도 좋은 테치."
"부탁드리는 테치이...조금만이라도 밥을 주면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는 테치! 제발 베풀어 주시는 테치..."
고아들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거듭해서 부탁을 했다. 친실장은 그런 고아들을 보며 차가운 눈으로 경멸을 담아 이야기를 했다.
"오마에들은 스스로 해본다는 생각은 안하는 데스? 와타시가 힘들고 목숨걸며 구한 밥이 그저 말 몇번하고 부탁하면 생기는줄 아는 데스까?"
"그치만 와타시들 아직 아이인 테치! 마마에게 배운적도 없는 테치이! 발걸음도 느린 테치! 아줌마터처럼 힘도 쎄지 않는 테치!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는 테치이...!"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도와줘 테치이...아무도 안도와주는 테치...아줌마에게 버림 받으면 와타시들 진짜로 죽을수 있는 테치.."
"오마에들. 착각하지 마는 데스. 고아들을 도와주는 분충은 이 공원엔 없는 데스. 꽤 오래전 너희같은 고아들을 불쌍하다고 도와줬다가 고아들에게 집을 털리고 그 집 아이가 굶어 죽은 데스. 그 후론 고아들에게 도움은 절대로 없는 데스. 도와준 동족에게 오히려 큰 피해를 입혀서 오마에들 같은 고아들은 멍청하게도 스스로 분충이라고 낙인을 찍은 데스."
"테엣?! 와, 와타시들은 모르던 테치! 와타시들은 그런 분충이 아닌 테치!"
"겨우 그런걸로 고아들을 도와주지 않는건 너무한 테치! 심한 테치! 그리고 와타시들이 하지도 않은 테치! 다시 생각해주는 테치!!"
"이미 늦은 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오마에들에게 뭔가 해줄생각도 없고 보호해줄 의무도 없는 데스.
오히려 죽이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기란 데스."
총총 걸음으로 친실장은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더 늦어질까 관심을 받은 고아실장들이 계속 따라붙어 떠드는걸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려 쫓아내고 집으로 향했다. 들어붙어 빌어먹을 생각부터 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살아갈 가치도 없는 녀석들. 애초에 생각부터 글러먹은 놈들이였다. 집에 도착하니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은 벽에 기대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셋다 입가엔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마가 온 데스. 어서 밥을 먹는 데스."
"네 테츄~!"
"밥 너무 좋은 테치!"
"이제 물을 마실수 있는 테치?"
자신의 전용 침대가 엉망이 되었다는걸 그냥 봐도 알수 있었지만 눈감아 주기로 했다.
***
"하아. 어떻게 할까."
"그만두는 데스! 부탁인 데스! 사죄하는 데스!"
분명 몰랐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인간에게 들켜버렸다. 오랜 경험으로 네모난 것을 들고 떠드는 인간은 둔해진다는걸 알았다. 편의점 봉투를 보며 탁아를 떠올렸지만 아쉽게도 밥을 구할땐 아이를 데려올수가 없었다. 낙담하고 돌아갈려는 차에 벤치의 빈 구멍으로 봉투안에 물병이 보였다. 친실장은 살며시 벤치 뒤로 가 발끝으로 바짝 선채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고 물병을 살살 당겼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냉기에 기분이 좋았다.
성공이다. 품에 안긴 물병의 차가움에 몸이 풀리는것을 느끼며 뒤를 돌자 소리가 들려왔다.
"야. 돌려놔라. 죽기싫으면."
"데...데에...데덱?"
"개소리 하지 말고. 돌려놓고 그냥 갈래, 아니면 너 죽이고 내가 돌려놓을까?"
친실장은 본능이 외쳤다. 돌려주고 지체없이 도망가라고. 본능의 속삭임에 몸을 돌릴려는 순간 아이들이 떠올랐다. 더운 집안에서 헥헥데며 물을 찾을 아이들이. 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유일한 물 공급원인 화장실에서 새어나오는 물줄기는 자신의 차례가 올려면 앞으로 빨라도 일주일은 더 걸린다.
-마마! 시원한 테치! 물이 이렇게 시원한 테치?
-우마우마한 테치! 굉장한 테치! 엄청난 테치!!
-맛나 맛나 물 주는 마마 굉장한 테치! 이런 마마밑에서 태어난 와타시는 선택받은 아이인게 틀림없는 테츄~
정신을 차렸을땐 미친듯이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이렇게 빨라도 괜찮은가 걱정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피드 였다. 이런 속도면 아무리 인간이라도 따라잡을수 없다. 이상한 것을 타고 오지 않는한 절대로 자신을 붙잡을수가....없.......다?
"데?"
하지만 어째서 인간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거지?
친실장은 뒤를 보자 벤치에서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째서 인간이 자신조차 놀랄 움직임을 따라왔는지 알수가 없었다.
-꾸직
"데갸아아아아! 데챠아아아아아!!"
갑자기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다리를 보자 언제 당했는지도 모르지만 다리가 짖눌려 으깨져 땅바닥에 들어붙었다. 육체적인 고통이 아닌 아이들에게 물을 줄수 없다는 상실감과 이제 집에 남아 고아가될 아이들을 생각나서 우는 울음이였다. 미친듯이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던 친실장은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고통도, 아이들도 잊어버렸다.
세 걸음.
단 세걸음이였다.
자신이 필사적으로 미친듯이 스스로가 놀랄정도로 뛰어온 거리가 고작 인간에게 세 걸음이였다. 자신에겐 죽을 정도로 뛴 것이 인간에겐 의미없는 세 걸음이라는 것이 믿을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도구는 없다. 인간과 자신들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본적은 있지만 이정도의 차이는 거짓말이였다. 이렇게 차이날 수가 없다. 아니, 나서는 안된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슬프지 않는가. 가뜩이나 모든 걸 가지고 욕심을 부리며 베풀줄 모르는 인간에게 되돌려 받는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에.
벤치에 놓인 봉투를 들고 걸어와서 두 눈앞에 검은색 기둥만이 보일때까지 아무런 말도, 생각도 할수가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야를 올리자 거기엔 짜증이 가득한 인간의 얼굴이 보였다.
아. 죽는구나.
-툭
친실장의 품에 안긴 물병이 굴러떨어졌다.
친실장은 인간의 표정을 보자마자 이 생각부터 들었다. 죽는구나. 죽었구나. 품에 소중히 안은 물병이 떨어지는 것 조차 잊을 정도.
"하아. 어떻게 할까."
"그만두는 데스! 부탁인 데스! 사죄하는 데스!"
하지만 살고싶다. 인간이 너무나 무섭다. 어째서 그동안 얕잡아 봤는지 한심해서 자기자신을 두들겨 패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살수만 있다면 평생 인간을 피해 살아갈 자신이 있다. 집에 있는 소중한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고 살수있다면 몇번이고 팔아넘겨서라도 살고싶다.
봉투? 고아에게 줘도 상관없다.
물? 운치만 먹어도 괜찮다.
집? 운치굴이 아늑하고 편하다.
소중한 돌? 언제 부셔도 좋으니 그저 인간의 눈에서 벗어나 단 몇초라도 살고싶다.
살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랴. 당장 집에가서 아이들을 비참하게 만든뒤 웃으면서 씹어먹을수 있다. 독라가 되라면 독라가 될수가 있다. 평생 병신 흉내를 내라면 그렇게 살수가 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남을 것 같지가 않았다.
"죄, 죄송한 데스! 미안한 데스! 정말 사과드리는 데스으...!!"
"시발, 돌려 놓으라고 할때 돌려놨으면 됐잖아?"
"와타시가 미친 데스! 잠시 미쳤던 데스! 집에 소중한 아이들이 생각났던 데스!"
"내 새끼냐? 니 새끼지. 그리고 니 사정을 왜 내가 봐줘서 도둑질을 용서해줘야해? 넌 이럴때 한번이라도 봐준적이 있냐?"
"......"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속을것 같지도 않았다. 진짜로 없나? 이토록 오래 살아온 시간속에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기억해야 한다. 무조건 기억해야 한다.
친실장은 극한의 상황속에서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장난 기계처럼 입에선 데, 데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친실장은 인지하지 못한채 두 눈을 찡그리고 귀 밑에 양 손을 댄채 기억을 헤집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전, 밤에 독라노예인 자실장 한마리가 도망쳤는지 엉망인채 수풀 반대편에서 자신이 손을 댄 나뭇잎을 가져가 먹었다. 나뭇잎 한장을 한번 깨물고 울던 녀석을 발로 걷어차며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이 찌그러질때까지 후드려 팼다.
이건 아니다. 다음 기억을 생각해야 한다.
올해 초 봄에 출산을 위해 화장실로 가 기다리던중 자신의 차례에 한 친실장이 울면서 총구에서 반쯤 튀어나온 아이를 손으로 막으며 부탁했다. 그런 녀석의 배를 발로 밟아 아이들을 토해내게 했다.
이것도 아니다.
작년 겨울 자신의 아이가 실수로 흘린 밥을 냉큼 주워먹었다. 그 아이는 다음날 아침밥이 되었다.
이것도 아니였다.
작년 가을, 낙엽을 모으던중 고아 한마리가 낙엽한개를 가지고 도망갈려다 붙잡혀 간식이 되었다.
이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기억은 자실장일 때로 넘어갔다. 마마의 밑에서 행복을 전하기 위해 춤과 노래를 배우던 행복한 시절. 하나뿐인 수건을 탐내던 삼녀가 어느날 자신이 자던중 수건속으로 들어와 몸을 틀고 수건을 당겼다. 그대로 일어나 삼녀의 옆머리를 있는 힘껏 체중을 실어 때렸다. 움푹 들어간채 눈알이 빠진 삼녀는 평생 병신이 되어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운치굴에 빠져 마마가 죽은 뒤 비상식이 되어 먹어치웠다.
없다.
어디에도 없다.
"야, 야야. 생각했냐?"
"..어, 어어, 없는 데스.. 없는 데스!"
"그렇지? 나도 실장석이 자비를 베푼다던다 봐준다던가 하는걸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
"하, 하지만...!! 인간 들은, 아니! 인간님들은 뭐든지 가지고 있는 데스! 와타시들 처럼 힘들게 살아가지 않는 데스! 물은 귀하다는건 와타시도 알고있는 데스! 분명 인간님들에게도 이런 시원한 물은 몹시 귀중한 것이라고 와타시도 알고 있는 데스!!"
"그게 니가 훔쳐간거랑 무슨 상관인데? 더워서 슬슬 짜증나는데 빨리..."
"하,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와타시에게 베, 베풀어 주실수 있지 않는 데스...? 인간님들에겐 아주 작은것이지만 와타시에겐 내일을 살아갈 더 나은 삶을......데에?"
친실장은 그 순간 알수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방금 자신이 한 말. 어디서 들어봤다. 그것도 최근에. 깨달았다. 말은 달랐지만 내용은 똑같았다. 몇일전 공원 입구에서 만난 고아자매실장의 말과.
조금만 도와달라.
조금만 베풀어달라.
자신보다 가진게 많으니 약간이라도 준다면 자신은 더 나은 삶을 살수도 있다.
친실장은 충격에 할 말을 잊었다. 멍하니 자신의 위로 다가오는 시야가득한 거대한 신발바닥이 얼굴을 밀치고 몸을 누르는 순간에도 벗어날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도 고아가 아닌가.
고아를 비웃던 자신도 마찬가지로 고아였다.
아무리 우쭐대고 독라나 고아들을 비웃어도 결국은 인간앞에선 고아실장과 하등 바를바가 없지않은가.
친실장은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때 그날 고아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빠진 눈알이 마지막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두운 발밑 넘어도 밝은 햇빛아래 물기가 잔뜩 맺힌 차가운 물병이 보였다.
와 씨 마지막에 물병 버렸나 보네
답글삭제명작인데스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