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파였던 남자 1

 


남자는 애호파였다.

아니 물론 딱히 실장석에 대한 애호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원래 어렸을 적에 고양이나 개, 금붕어 등 다양한 동물들을 키워봤기에 실장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호감은 있었던 것이다. 세간에서 종종 화제가 되는 실장석의 분충성이나 유해조수 지정 등에 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어차피 개 중에도 미친 개는 있기 마련이고, 길고양이도 쓰레기 봉투 헤집는 녀석들 많잖아. 들실장 녀석들의 폐해도 그런 연장선이겠지"

정도의 인식이었다.



"닌겐상, 이 자를 겨울동안만이라도 맡아주면 좋은데스"

편의점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친실장의 탁아요청이었다. 전의 살던 동네는 주변의 아파트 단지 부녀회에서 월 단위로 동네에 철저히 실장석에 대한 구제를 실시했기에 막상 실장석과 조우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주일 전 이사를 온 원룸 인근에서는 어렵지 않게 실장석을 찾아볼 수 있었고, 마침내 탁아 요청의 경험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흐음"

남자는 순간 고민했다. 그리고 유심히 탁아 요청을 받은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빵콘한 흔적도 없고 친실장의 손에 들린 채의 상황에서도 나를 향해 무어라 테치테치하며 손을 모았다. 얼른 스마트폰의 링갈 앱을 받아 번역을 하자

"나를 사육실장으로 삼으면 좋은 테찌, 좋은 자가 되겠테치"

라는 문구가 떴다. 게다가 고개까지 숙이는 것이었다. 똑똑하고 예의도 아는 개체다. 친실장도 아마 가장 똑똑한 아이를 골라 탁아 요청을 한 것이리라. 그런 녀석이라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원룸으로 나오면서 제일 먼저 꿈꾸었던 것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 아니었던가. 당초의 계획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었지만, 문득 실장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너를 키워주겠다"
"기쁜 테치♪, 좋은 자가 되겠테치♪"

그러나 문득 그 자실장 이외에도, 멍하니 서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로 나를 올려다보는 친실장과 다른 자실장 셋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내가 이대로 이 자실장만을 키운다면 이 녀석들은 과연 이 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같이 갈래?"

친실장은 뜻밖의 내 제안에 "정말인데스우?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스!" 하고 크게 반가워했다. 내가 학대파라면 어쩔 셈인가 하
는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이 정도로 자실장들을 깨끗하게 키워낸 똑똑한 친실장이 학살을 각오하고서라도 탁아요청을 할 정도라면 그만큼 한계에 몰린 상황이 틀림없으리라. 녀석으로선 설령 내가 학대파라고 하더라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좋아"

내가 친실장을 받아들이자 남은 세 자실장도 테치 테치하며 좋아라 했다. 내가 모두를 데려간다는 말에, 처음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세 마리의 자실장도

"매일매일 콘페이토 먹을 수 있는 테치?"
"테프프, 마마가 좋은 노예를 고른 테치"
"이제 배고프지 않아도 되는 테치?"

하며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친실장은 "고마운데스우,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데스우"하며 몇 번이고 감사의 표시를 했다. 집까지는 약 15분 정도의 거리. 자실장들에게는 그래도 제법 벅찬 거리일 수 있기에 나는 편의점에 말해서 적당히 큰 사이즈의 골판지 하나를 얻어, 거기에 자실장 네 마리를 싣고 친실장은 옆을 따라오게 했다. 우리 일행의 모습을 본 몇 마리인가의 들실장들이 떠들어댔지만 나는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자, 씻자"

밖에서는 잘 못 느꼈지만, 역시 들실장은 들실장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서야 새삼 이 실장석들의 냄새가 느껴졌고 서둘러 화장실에 녀석들을 몰아넣고 따뜻한 물로 씻겼다. 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곧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라는 것을 깨달은 녀석들은 먼저 벗어제끼기 시작했다.

꼬질꼬질한 때가 씻겨나가고 기분좋은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린다. 친실장들과 자실장들은 생전 처음 맞이하는 그 달콤한 기분에 그만 바닥에 그 똥을 싸지르기 시작했다. 개나 고양이도 키워봤기에 동물의 똥 냄새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나로서도 생각보다 역한 그 냄새에 좀 당황했지만 곧 물에 씻겨 내려가자 참을만했다. 다만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어이"
친실장은 한참 꿈같은 행복 속에서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그리고 닌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싸버린 대변에 스스로 놀라며- "무슨 일인데스우?" 하고 물었다.

"순간적인 기분에 너희 모두를 데려오긴 했지만, 나는 원래 무조건적으로 민폐까지 받아주는 사람은 아니야. 만약 네가 분충짓을 하거나, 혹은 분충짓을 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만큼은 확실히 솎아낼거야. 명심해"
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탁아를 요청받은 자실장은 똥을 또 쌌다. 다른 세 녀석은 그저 씻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었다.다 씻긴 후 수건으로 녀석들을 닦아주었다. 다섯 마리나 되다보니, 수건이 3장이나 필요했다. 앞으로 당분간 수건이 모자라겠는걸, 하고 생각하며 녀석들의 옷도 일일히 손빨래로 빨아주었다.

"테추웅~♪ 기분 좋은 테치"
"주인님은 좋은 사람인테치"
"와타치가 배가 고프기 시작했으니 얼른 노예는 스테이크를 가져오면 좋은테치!"
"고마운데스..."
"새로운 집 좋은테치"

아까 편의점에서 받아온 골판지에 또 새 수건 두 장과 무릎 담요 한장을 깔아주었고, 아쉬운대로 이빨 빠진 옅은 접시 하나를 화장실 대용으로 쓰게했다. 실장푸드가 없어 일단은 급한대로 낮에 먹다 남은 고구마 조각들을 적당히 잘라서 나눠주었다. 그 이후로는 녀석들을 씻기고 하는 차에 노곤하기도 했고, 나 역시도 씻고 나니 조금 몸이 나른해져서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밥을 달라는테치!"
"그만자고 일어나 밥을 달라는 테치!"
테치테치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렇지. 어제 밤에 실장석들을 집에 데려왔지. 간만의 일요일 늦잠을 방해받은 셈이었지만 기분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골판지 옆으로 가서 친실장에게 물었다.
"간밤에 별 일 없었어?"
친실장은 조금 당황하다가 "그런데스"하고 대답을 했지만 뜻밖에 골판지 안에는 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방 안에 녀석들이 변 냄새가 진동했다. 뒤늦게 나는 역겨움을 느끼며 창문을 열었고 짜증난 목소리로 친실장에게 말했다.
"애들이 똥도 못 가려?"

충동적이기는 했지만 린갈이 없어도 내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높은 지능의 개체다. 게다가 네 마리나 되는 새끼들을 빵콘 한번 시키지 않고 키우는 친실장이라면 자식들의 훈육도 제법 잘해내리라 생각했건만 이는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내 짜증난다는 말투에 친실장은 조금 놀라며 대답했다.

"데, 첫 날이라 그런데스우, 게다가 자들이 배가 고파서 그런데스, 용서를 비는 데스우"

분명 어젯 밤에 어느 정도 충분할 정도로 고구마를 줬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늦잠을 잔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 용서를 하기로 했다. 다만 냄새 때문에라도 실장수조는 필히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룸에서 다섯마리...그것도 한 마리는 성체의 친실장이라면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실장펫샵의 주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들실장이라니. 충분히 훈육을 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 분충화 되고 말 겁니다. 게다가 실장석을 키우시는게 처음이시라면 더더욱..."

돌아오는 길.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순간적인 동정과 충동으로 다섯마리나 되는 실장석을 받아들였지만, 역시 내가 생각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좁은 원룸 안에 이만한 실장수조를 가져다 놓으려니 집이 얼마나 좁아들까. 게다가 실장푸드와  자실장용 화장실, 탈취제 등을 함께 구입하고 보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 정도 돈이면 차라리 고양이를 들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테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배가 고픈테치"
"테챠아아아아~ 밥을 달라는테챠아아아"
"우리는 굶기는 똥닌겐은 학대파인테치!"
"그런 생각하면 안되는데스!"
방으로 돌아오자 역시 다시 실장석들의 똥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원래 전문 브리더들이 키워낸 실장석은 자실장 시절부터 이미 속을 약물로 코팅해서 변 냄새가 그리 역하지 않고, 또 실장푸드 안에 첨가된 탈취성분이 변 냄새를 잡아주지만 이 녀석들은 들실장 녀석들이다보니 역시 똥냄새가 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 밥들 먹어라…어휴 이런"
골판지 안은 똥범벅이었다. 배고픔에 지친 자실장들이 모두 빵콘을 한 덕에 골판이 바닥에 똥이 흘렀고, 바닥과 벽에 그 똥을 문대버린 것이다. 부모 녀석이 수건으로 어떻게든 닦아내기는 했지만 녹색 자국까지는 어쩔 수 없었고 냄새 역시 답이 없었다.

공원에 있을 때의 녀석들은 하루 이틀쯤 굶는 일도 흔했지만 녀석들은 이미 자신들이 사육실장이라는 자각에 배고픔을 느끼자 곧바로 분노하고 빵콘을 한 것이었다. 아까 실장펫샵 주인의 '분충화'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친실장이 새끼들을 꾸짖고는 있었지만 이미 자신은 사육실장이라는 자각이 든 자실장들에게 현재의 친실장은, '곧 그 말이 생존과 직결되는' 들실장 시절의 친실장에 비해 권위가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밥을 내놓는테치! 똥닌…테챠아아아!"

급기야 내 얼굴을 보며 투변을 하려는 녀석마저 있었다. 어제부터 신경쓰이던 녀석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녀석의 오른팔을 뽑아버렸다.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

다른 녀석들은 그 광경에 마구 빵콘을 해버렸고, 친실장마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친실장에게 말했다.

"나는 분충은 바로 버린다고 경고를 했다"
여전히 시끄럽게 울어대는 녀석의 반대편 팔을 나는 꺾었다.

"데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로로롱!"
한층 더 울음소리가 높아졌지만, 실장펫샵의 주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까지 몰아붙이지 않는 한, 녀석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한 놈의 팔다리 모두를 분지르고 내려놓았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로서 다른 녀석들에 대해 충분한 경고는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을 내려놓고 나는 다른 녀석들에게 실장푸드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실장수조의 설치를 시작했다.



녀석들을 키우기 시작한지 4일째. 그 이후로 두번 더 자실장 녀석들의 팔을 꺾었다. 친실장 역시 이제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히 버려질 것이라고 확신을 했는지 확실히 예전에 비해 새삼 자실장들에 대한 교육이 엄해졌고, 녀석들의 예의범절도 좋아졌다. 실장푸드를 먹이기 시작해서인지 변 냄새도 줄어들었고, 화장실의 이용도 확실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조금 답답했던 마음에 안개가 걷혔고, 이제 본격적으로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4일만에, 내 손길이 크게 닿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까지 좋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이 친실장이 똑똑한 개체인 덕분일 것이다.

"자 콘페이토다"

콘페이토를 한 알씩 던져주자, 녀석들은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지고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콘페이토. 그 달디단 맛은, 녀석들의 뇌를 직격하는 지극히도 아름다운 맛이렸다. 하지만 나 역시 요 며칠간의 검색을 통해 너무 많이 주어도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채찍 9에 당근 1. 이 비율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나는 그때 정작 친실장은 콘페이토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준 그것을 녀석은 먹는대신 그저 들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안 먹는거냐"
"이 콘페이토는 교육에 쓸 것인데스"
"교육?"
"잘하는 아이에게 주고 싶은데스"

과연. 지켜본 결과 네 마리의 자실장들의 영리함은 처음 나에게 탁아를 요청한 녀석이 그 부모와 동급의 우수함, 나머지 두 마리는 적당히 영리함, 분충화 될 뻔했던 한 마리가 조금 쳐지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세간의 실장석에 대한 평가를 감안해보면 제일 쳐지는 녀석이라도 아마 보통의 실장석에 비해서는 월등히 머리가 좋은 녀석이리라. 그리고 그런 영리함에 친실장의 저런 희생 어린 교육이 더해져 녀석들의 예의범절은 갈수록 빠르게 좋아진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다섯 마리를 키우다보니 실장 푸드 사는 데에만도 돈이 제법 들어가네요"

나의 말에 실장펫샵의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보다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처음 실장석을, 그것도 들실장을 키우시는 분이 벌써 한달째 무사히 한 마리도 도태시키지 않고 키우고 있다니!"
나는 머쓱해져서 말했다.

"친실장 녀석이 똑똑한 편이라 손이 덜가는 편입니다. 자실장들도 비교적 똑똑한 것 같구요. 더이상 수조 벽에 똥을 묻히거나 하는 일도 없답니다"
그 말을 들은 실장펫샵의 주인이 물었다.
"음, 자주 놀아주시는 편인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조금 무언가에 가슴을 찔린 기분이었다. 그렇다. 당초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그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함께 꾸며가는 삶 같은... 정서적 유대감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인데 나는 그저 지난 2주일간 녀석들이 예상보다 예의범절을 빨리 익혀간다 라는 그 사실 하나에만 우쭐해 있던 것이다. 그나마도 내가 이룬 업적이 아닌데 말이다. 내 표정에서 정곡을 찔린 것을 느꼈는지 실장펫샵의 주인은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도 이제 곧 자실장 녀석들도 곧 성체가 될텐데, 다섯이나 되는 성체 실장석을 집 안에서 키운다는건 언어도단입니다. 더 정이 들기 전에 한두 마리를 제외하고서는 내보내셔야 할 겁니다"
그의 말은 요만큼도 틀린 점이 없었다. 좁은 원룸에서 성체 다섯 마리를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애니멀 호더나 하는 짓이다. 분명 한두마리를 제외하고서는 녀석들은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다섯마리 전부를 데려온 것을 후회했다. 만약 가장 똑똑한 개체 한 마리만 받아오고, 나머지는 공원에서 친실장의 지도 하에 성장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이 똑똑한 친실장의 지도 하에 어떻게든 살아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는 그럼 다시 공원에 보내야 하나요...?"

그러나 실장펫샵의 주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곱게 자란 사육실장을 공원으로 돌려보내봐야, 결국 다른 들실장의 질투와 미움을 받아 죽기 마련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울한 마음에 휩싸였다. 내 딴에는 좋은 일을 하고자 한 것인데 결국 최악의 일이 되어버렸다. 실장펫삽의 주인이 추천한 바에 따르면 "원룸에서는 잘해야 둘". 그럼 저 다섯 중에 둘을 고르지 않으면...

그날 밤. 나는 잠이 든 다른 자실장들을 내버려 둔 채, 친실장만을 데리고 집 문 앞으로 나왔다. 뒤늦게 잠이 깬 친실장은 자신이 지금 집 밖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에 의해 반 강제로 실려나왔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 영리함에 걸맞지 않게 빵콘을 해버렸다. 아마도 자신이 버려지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데, 데데데스우?"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난 한달간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한 만큼 이 뜻밖의 상황에 패닉이 온 모양이었다.
"진정해 멍청아. 어쨌든 뭐, 아주 틀린 예상은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언제까지고 저 좁은 수조 안에서 네 자식들을 모두 키울 수는 없어. 게다가 이 좁은 방에서 성체 다섯마리를 키운다는건 불가능해. 그리고 오늘 문득 생각했지. 내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 말이야. 내가 무슨 사육사도 아니고, 어쨌든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너희를 보살피는건 내 즐거움을 위한 것인데 어쩐 일인지 나는 너희와의 유대는 커녕 그냥 단순히 관찰만을 하고 있잖아. 마음을 교감하기 위해서 두마리만 남기고 내보내야 할 것 같다. 더 정들기 전에"
"데데데스우, 데스우, 데스우"
그러나 내 말에 친실장은 더더욱 떨며 울다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또 내 팔뚝을 통통통 치며 무어라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외치고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그럴 수 있냐, 너무하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달라 이런 류의 말이겠지. 하지만 나의 표정은 단호했다.
"내가 너희 이름을 붙이지 않은게 어쩌면 정말 잘한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 이름까지 붙였다면 더 힘들었을거야. 자 선택권은 너에게 주마. 남을 놈, 내보낼 놈은 네가 골라라"
얼마인가의 시간이 지난 후, 친실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날, 눈을 뜬 두 마리의 자실장은 부모와 자매들이 사라진 사실에 놀라며 울기 시작했다.

"데애애애앵~ 대애애애애앵~ 마마는 어디간테치?"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 마마!"

나는 아침 일찍부터 수면을 방해받아 피곤했지만, 녀석들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기에 말해주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부모와 다른 자매들은 공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말에 녀석들은 역시 "데에엣?!", "마마, 마마!" 하며 울부짖으며 성대하게 빵콘해버렸다. 실로 몇 주만의 빵콘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렇다고 너희 자매나 어미가 분충짓을 한 것은 아니야. 단지… 키울 수 없게 되었기에 선택을 하라고 했지. 나갈 놈, 남을 놈을 고르라고"



지난 밤. 친실장은 뜻밖에 자기 자신과 나에게 탁아를 부탁하려 한 녀석, 그리고 네 마리 자식 중에 가장 분충의 끼가 있었던 놈, 그렇게 셋이 나가겠다고 했다. 실장석의 생태를 보건데 본인과 가장 아끼는 자식을 남길 줄 알았는데.

"나와 가장 영리한 자가 나가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데스. 그리고 저 자는 내가 없으면 언제든 분충이 될 자인데스. 때문에 그나마 나은 둘을 남기는 데스"
나는 솔직히 감탄했다. 동물로서의 실장석이라면 몰라도, 부모로서의 실장석으로서는 고를 수 있는 최대한 유리한 수를 고른 셈이다. 과연. 내가 골랐어도 이렇게 골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렇게 영리한 들실장을 버리는 것은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약간의 오기,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부모가 없이도 남은 두 마리의 자실장은 분충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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