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온기

 


− − 1− −

레후-웃 구더기짱 배고픈 레후
구더기짱 밥 너무 모자란 레후우우우우-

우리 가족은 숲에서 살아 온 테치
어둑하고 조용한 여기엔 무서운 인간도 전혀 오지 않는 테치
하지만 밥 모으러 갔던 마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테치
마마와 열심히 모은 도토리도 점점 줄어드는 테치
철없는 구더기짱이 레후 레후 불평 하기 시작한 테치
그러는 김에 똥까지 줄줄 흘리는 테치

이러면 구더기짱 자랄 수 없는 레후
레훼에에-엥 레훼에에-엥

시끄러운 테치-ㅅ
이 똥싸개 밥벌레!
저녁밥은 그것 뿐인 테치
빨리 자는 테치
너도 빨리 번데기짱이 되면 좋을 테치
그러면 먹일 입도 줄고 시끄러운 것도 덜 할 테치
모양을 못바꾸면 슬슬..."환생"시키는 테치..


밥을 참고 있는 언니짱들도 바짝 마른 테치
하나 더 있던 구더기짱은 좀 전에 번데기가 되어 집 한구석에 붙어 있는 테치
번데기짱은 푹신푹신한 고치를 뒤집어 써서 아주 따끈따끈 해 보이는 테치
밤엔 되도록 고치에 붙어 잠자는 테치
하지만 암만 기다려도 고치가 안 되는 구더기짱은 분명히 밥벌레에 불과한 테치
마마도 "여차하면 구더기짱을 먹는 데스"하고 가르친 테치
그래서, 언니짱들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는 테치
흉흉한 분위기에 엄지짱이 울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테치

언니짱 나도 허기 지는 레-치이...

항상 얌전하던 엄지의 하소연은, 언니짱도 성난 목소리로 야단치지 못한 테치
마마가 있었을 때는 배가 고파도 이런 슬픈 싸움은 하지 않은 테치
마마 돌아오는 테치 ...선물은 없어도 좋은 테치


싸움하면 안 되는데스
자매끼리 친하게 지내는데스

마마가 항상 말한 테치

가족이 있으면 따끈따끈한 데스
마음도 몸도 따끈따끈인 데스
가족이 열심히 하면 혼자로는 안 될 일도 할 수 있는 데스
가족을 믿는데스
"하지만 구더기짱은 다른 데스. 여차하면 구더기를 먹는 데스"

하지만 나는 구더기를 먹는 것 따위 절대 하고 싶지 않는 테치.
밥벌레라 하지만 구더기짱도 가족인 테치
나는 늘 가족과 함께 라면 행복한 테치
앞으로도 가족 모두 함께 있고 싶은 테치
가족이 있으면 따끈따끈 테치
마음도 몸도 따끈따끈 테치.........

줄어가는 도토리와 나빠져 가는 공기에 언니짱들이 마침내 결심한 테치

도토리가 점점 적어지는 테치
딴 수가 없는 테치
내일은 밥 찾으러 가는 테치
마마를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테치
위험하지만 우리들만으로 밥을 찾는 테치
밥이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으면...
불쌍해도...
구더기를 "환생"…시키는 테치

……, 밖은 위험한 테치 "무섭고무서운" 게 많은 테치
그래도 가지 않으면 구더기짱이 밥이 되어 버리는 테치



− − 2− −

『시골실장』: 공원에서 꿈틀거리는 오물로 혐오되는 들실장과, 야생인 산실장의 중간에 위치한 반 야생의 실장석을 말한다.
시골의 하천 부지와 전원 지대 같은 인간 사회에 가까운 곳에서 살지만 인간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인간 사회의 폐기물에 의존하는 들실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산물만 가지고 사는 야생 실장도 아니다.
다만 시골실장으로 불리는 실장석의 명확한 분류 정의는 없다.
단순히 시골에서 보이는 실장석을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에 불과하다.



− − 3− −

집보기할 엄지한테 언니짱들이 여러가지 일러두는 테치


엄지짱 언니짱들은 밖에 밥 찾으러 다녀오는 테치
집보기 잘 하는 테치
도토리 깨 놓았으니 여차하면 먹는 테치
그래도 되도록 참는 테치
만약..마마가 돌아오면 "다녀오셨어요" 하는 테치
우린 곧 돌아오니 걱정 하지 마시라고 하는 테치


나도 "꼭 밥 찾아 올테니까 구더기짱 보살피기 잘 하는 테치"라고 엄지한테 말하고 나간 테치

마마한테 이끌려 몇번이나 걸었던 길을 언니짱들 뒤에 붙어 늦지 않게 텟치텟치 하고 열심히 걸어간 테치

집 주변에는 녹색의 나무가 많이 있는 테치 (역주: 대숲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도 딱딱해서 잘 안 휘는 나뭇가지에서 나온 테치
땅위엔 낙엽이 많이 있는 테치
낮에도 어두침침해 별로 풀도 안 나는 테치
그래서 집 주위엔 밥이 없는 테치
하지만 마마가 말했던 테치
따뜻해지면 땅에서 새끼나무가 무성히 자라 나오는 테치
새끼나무를 독라로 해서 먹으면 맛있는 데스,라고 가르쳐 준 테치
마마는 굉장히 잘 아는 테치
마마는 멀리 산에서 이리로 이사해 왔다고 말했던 테치


도중에 까마귀가 위에서 까?까? 울어서 놀라 숨은 테치
까마귀는 아주 "무섭고 무서운" 테치
하지만 나무 아래론 좀처럼 안 내려오지 테치
우리가 녹색 나무 줄기에 붙어서 꼼짝 않으니 못 본 테치
모두 계속 꼼짝 않았더니 어딘가 가 버린 테치
"무섭고 무서운"이지만 좋은 일도 있는 테치
가끔 먹고 있던 달콤 달콤 열매를 떨어뜨리는 적도 있는 테치
집 곁에 반짝 반짝 구슬이 떨어져 있기도 한 테치


녹색 나무의 숲을 나오면 도토리 나무가 있는 갈색 숲인 테치
마마와 같이 도토리 잔뜩 주운 곳인 테치
하지만 지금은 도토리가 없는 테치
열심히 찾았지만 하나도 못 찾은 테치
낙엽 아래까지 찾았지만 도토리 없는 테치

대신 갈색 벌레씨의 번데기를 찾아서 모두 나눠 먹은 테치
꽤 맛있었던 테치...맛있었던 테치......집에도 구더기랑 번데기랑 있는 테치...



− − 4− −

들실장은 자연스럽게 식량이 풍부한 시기 봄부터 가을에 걸쳐 신천지를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도시의 변두리에서 사는 시골실장은 대부분 공원에서 건너온 "전들실장"으로 그 생활 방식도 공원 들실장과 다름없다.
살 집을 만드는 법도 인공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찌그러진 골판지를 언제까지 붙들고 있는 창의성 없는 개체도 많다.
그 절조 없는 번식력도 엄청난 피해를 입혀가며 인간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들실장과 차이가 없다.
다만 들실장인 출신 시골실장 집단은 어차피 개체의 자질도 들실장과 비슷한 수준이니까 구제대책도 수립하기 쉽다.

이와는 반대로 야생의 실장석이 먹이나 살 집을 찾아 마을 근처에 내려오는 일이 있다.
이것은 자연의 식량이 적어지는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산촌 등에서 많이 일어난다.
산에서 내려온 원산실장은 들실장에 비해 육체 능력, 지능, 생존 기술이 높다 (내친 김에 말한다면 고기맛도).
인간에게 아양떨며 의존하려는 성질이 적고, 외적을 두려워하여 극히 주의 깊게 행동한다.
"전 산실장"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들실장과 다른 점이 많다.
무엇보다 실장석에 강하게 보이는 행복 회로가 상당히 억제돼 자신의 역량과 분수를 비교적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야생 실장석의 번식력은 상식의 범주에 있다.
이 때문에 논밭에 주는 피해도 사슴, 멧돼지, 곰 같은 대형 유해 조수와 비교해서 작은 경우가 많다.



− − 5− −

도토리 나무의 저편에는 인간의 집이 있는 테치
여기서부터 집 바닥이 보이는 테치
별로 인간이 없는 집인 테치
마마와 도토리 찾을 때도 별로 인간 없었던 테치
가끔 "팡팡"이나 "쟈라쟈라"나 "짤랑" 소리가 났는데 인간은 곧 사라져 버린 테치
집이라곤 해도 이상한 집 테치

하지만 위험하니까 절대 그쪽으로 나가면 안되는 테치
항상 마마가 그렇게 말했던 테치
인간은 악마 테치 가장 "무섭고 무서운" 것 테치
인간에게 잡힌다면 아파 아파 되고 파킨될 테치

저기에는 큼직한 연못이 있는 테치
예쁜 물고기씨가 헤엄치는 테치
그것도 "무섭고 무서운" 테치
하지만, 연못에서 안쫓아 나오니 까마귀 보단 나은 테치

도토리 나무 옆에 물이 졸졸 연못으로 흘러가는 도랑이 있는 테치
우리들 거기서 태어난 테치
따뜻해지면 목욕해보고 싶은 테치
하지만 지금은 너무 추워서 무리 테치

이 앞으로는 마마가 데려가 준 적 없는 테치

밥 없었던 테치

어쩌는 테치...이대로 배 고파서 집에 돌아가면……

구더기짱이 『환생』되는 테치

게다가 모처럼 번데기로 바뀐 구더기짱도 이제 밥 후보가 되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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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래가 다른 시골실장들이 떨어져 살고 있다면 인간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예상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교류를 맺고 커뮤니티를 만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행복회로의 전개때문에 일반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하는 들실장의 행동 원리, 여기에 산실장의 능력이 합해진 최악의 실장 집단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들이 특유의 번식력으로 메뚜기처럼 대량 발생한 경우, 지역 청년단, 소방단, 파출소 순경까지 총동원한 섬멸 구제가 불가피 해진다.

때문에 내가 사는 이 한적한 시골에서는...
봄부터 가을사이의 먹을 수 없는 실장석은 눈에 띄는 대로 박살.
늦가을에서 겨울까지의 맛있는 실장석은 발견한 사람이 잡아먹는다.
이것이 농가의 불문율로 되어 있다.



− − 7− −

배고프지만 딴 방법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운 테치

언니짱들의 뒤를 타박타박해 집 쪽으로 돌아온 테치

테? 집에 안 들어가는 테치?

언니짱들은 이대로 숲을 빠져 저쪽에 간다고 말하는 테치
괜찮은 테치?
저쪽엔 전혀 가 본적 없는 테치



− − 8− −

첫눈 좀 전에, 밭에 나가 보니 이랑의 끝자락에 심어져 있던 무가 여러 그루 위 쪽만 갉아져 있었다.
이랑의 저편에는 밤나무나 과수를 심고 있는 잡목림이 있고, 그 너머로 집의 대숲이 있다.
우리 대숲을 지나면 남의 집 대숲, 신사의 잡목림이 계속된다.
이런 지형이라 너구리나 족제비가 숨어 있거나 봄에는 꿩이 새끼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범인이랄까, 처형 확정의 생물은 일목 요연.
근처에 실장석의 똥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똥싸개... 들 분충이구나, 넌 죽었다.


밭을 망치는 들실장의 행동 패턴중 하나가, 다 자기 거라며 야채에 이빨자국을 내고, 영역표시로 대변을 흩뿌리는 것이다.
은폐 공작 차원에서 아래만을 먹고 위를 남겨두고 가는 건방진 잔머리 들실장도 있는데, 이 또한 죄질이 나쁘다.
게다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가을에 산을 벗어난 "산빠짐" 시골실장 ("산사태"라고도 부른다) 은 겨울만 되면 때때로 밭을 턴다.
하지만 그 경우 채소가 두드러지지 않는 부분을 깨끗이 갉는 등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게 조심스레 행동한다.
오히려 맛없는 채소를 솎아 내어 맛있는 소출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적이 있다.
내친 김에 말하자면 그 대가를 실장석 고기로 받을 수 있어 일석 이조였다 한다.

아직 쌓인 눈이 없다고는 해도 이 추운 날에 들실장이 건너오는 건 드물다.
하지만 분충에게 겨울을 넘기게 할 수 없지.
곧 덫을 놓기로 했다.



− − 9− −

배가 고팠지만, 숲을 언니짱들과 타박 타박 빠져 나간 테치

녹초가 된 테치
하지만 힘을 낸 테치
그러자 대단한 것을 찾은 테치

숲의 저편에 이상한 것이 있던 테치
희고 큰 뿌리가 땅에 나란히 있던 테치

조심조심 갉아 본 테치

!...맛있는 테치 먹을 수 있는 테치이?!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아삭 아삭 좀 달았던 테치


모두 뿌리를 갉았던 테치
배 빵빵해 질 때까지 열심히 먹은 테치
언니짱들도 배 빵빵 된 테치

물로 배를 채운 후라 똥누고 싶어진 테치
근처에서 똥눈 테치
언니짱들도 똥눈 테치
모두 똥 많이 나온 테치

밥 많이 먹은 테치
그래도 한 명이 한 개도 못 먹은 테치
아직 밑에 굵은 뿌리가 남아 있는 테치
하지만 이걸로 좋은 테치
마마가 말했던 테치
전부 먹지 말고 뿌리 쪽을 남겨 두면 다시 나는 테치
뿌리까지 다 먹는 것은 분충 테치

이 이파리도 먹을 만한 테치
선물로 가지고 가는 테치
그외에도 여러가지 풀이 나는 테치
그것도 먹을 수 있어 보이는 테치
하지만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테치
내일 또 오는 테치

식량이 발견되서 다행인 테치
이걸로 구더기짱들 밥이 되지 않는 테치
언니짱들과 이파리 선물 을 들고 집에 돌아간 테치

돌아갈 집이 있어 행복한 테치
가족이 있어서 따끈따끈 테치
역시 구더기짱 밥으로 하면 안 되는 테치



− − 10− −

들실장용의 일반적인 덫을 헛간에서 꺼냈다.
외모는 쓰레기통 그대로 이다.
음식물쓰레기 사냥을 주된 생활양식으로 하는 들실장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형상이다.
깊숙이 컨페이토의 모양을 한 가짜 미끼가 있다.
안으로 들어간 실장석이 가짜 컨페이토를 잡아 당기면 장치가 작동해 그물이 입구를 막아 버린다.
유인용 먹이로, 오랫동안 불단에 놓아둬 구멍이 난 사과를 잘라 안에 넣어 뒀다.
세워서도 쓸 수 있지만 (뚜껑도 제대로 붙어있으니), 옆으로 뉘여 사과가 눈에 띄게 해 밭에 뒀다.
잘 걸려 줘, 분충들.



− − 11− −

언니짱들 조심해서 다녀오는 레치
선물로 달콤 달콤 열매 주는 레 후
안그럼 구더기짱 또 응가 줄줄 되는 레후?ㅇ

엄지짱, 구더기짱이 배웅해 준 테치
엄지짱 집 잘 보길 부탁하는 테치
구더기짱 제멋대로 다니면 안되는 테치
다녀오는 테치

거기엔 먹을 만한 다른 풀들도 많았던 테치
오늘은 이것저것 알아보는 테치
기대되는 테치

발걸음도 가볍게 "텟치라 테텟치라" 하며 하얗고 큼직한 뿌리 곁에 도착한 테치
그 근처에서 맛있고 달콤 달콤한 냄새가 난 테치

모두 주위를 살핀 테치
금방 찾은 테치
속이 텅빈 대나무를 더 굵게 한 것 같은 푸른 통이 넘어져 있는 테치
통안에 냄새 좋고 맛있어 보이는 나무 열매가 있는 테치

오늘도 좋은 걸 찾은 테치!
달콤 달콤 나무 열매 테칫!
좋은 음식인 테치?
껍질이 빨간 테치
까마귀가 떨어뜨리던 열매 보다 훨씬 좋은 테치!
몹시 먹음직스러운 테치.
특별한 달콤 달콤 나무 열매 테치

어제는 그런 것 없던 테치
있었으면 금방 알았을 테치
언니짱 이상한 테치
손 안대는 게 좋은 테치

동생짱 더 용기를 내는 테치
운명은 개척하는 것인 테치
말려도 나는 내길을 가는 테츄우우우우

나는 말린 테치
하지만 언니짱들은 바로 통안으로 들어가 버린 테치

괜찮은 테치?...

언니짱이 나무 열매를 사각사각 먹기 시작한 테치


맛있는 테 칫. 굉장히 딜리셔스 테츄우 ♪
역시 달콤한 열매였던 테 칫 ♪
원더풀 테치. 골져스 테츄 ? C♪ (번역하다 학대파가 될 것 같음)


우와아. 정말 맛있어 보이는 테치.

침을 삼키며 바라보려니 언니짱이 한조각 던져 준 테치.

☆!!!!정말인 테치! 맛있는 테치!!
아까운 테치이이이 나도 갔으면 좋았을 테?치이

언니짱들이 이제 전부 먹어 버린 테치
더 먹고 싶었던 테치
실수 테치
더 용기를 냈더라면 좋았을 테치


맛있었던 테치이
응? 이게 뭐인 테치?
이것도 맛있어 보이는 테치
따보는 테치.

아! 언니짱이 뭔가 찾은 것 같은 테?



"슈?ㄱ.."


?치?……?……무슨 일인 테치?




− − 12− −

그 다음 날 저녁, 밭에 놓았던 덫을 보러 갔다.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걸린 것은 성체가 아닌 모양이다.



− − 13− −

?...눈앞에 뭔가 있는 테치. 갈 수 없는 테치?

뭔일인 테치...?

언니짱들이 갖힌 테치.
어떡 하는 테치?

언니짱들 나오지 못한 테치.
어떡해야 좋은 테치? 어쩌는 테치?



− − 14− −

덫안에는 큰 자실장이 3마리 있었다.
찍찍 울면서 그물에 매달리거나 벽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다.
모두 초라하게 야위어 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아양을 떨지 않는다.
배가 고픈 들자실장은 인간을 보면 예외없이 아양을 떨어 온다.
뭔가 이상하다.
다시 밭에 남은 무의 모양을 본다.


...아무래도 착각한 것 같다.

그냥 자실장의 힘으로는 무를 뽑을 수가 없어서 땅에서 나오는 데만 갉아 먹었을 뿐이었다.
똥은 물기가 많고 차가운 음식을 먹었더니 갑자기 나온 것이고.
그것을 성체가 먹이터에 영역표시한 걸로 잘못 본 거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들분충이 아니고, 산빠짐 실장의 자들이다.
그것도 친실장을 잃어버리고 자실장만 남은 그룹이었던 것 같다.
인간의 위험을 잘 아는 산실장 출신이 자실장끼리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 근처 길에서 치어 죽은 녹색 얼룩을 본 적이 있다.
그게 이 녀석들 친실장이었던 지도 모르겠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수확은 있었다.
비쩍 말라 있어 먹을 게 별로 없는게 안타깝다.
일단 덫째로 집에 가져가야지



− − 15− −

언니짱들이 통안에서 치고, 차고, 밀고, 당기고, 갉아보고 한 테치
나도 밖에서 치고, 차고, 밀고, 당기고, 갉아보고 한 테치
주운 돌로 땅땅 쳐 보기도 한 테치
꿈쩍도 안 한 테치

녹초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한 테치

그래도, 그렇게 해도 어쩔 수 없었던 테츄

숨이 차서 테하?테하? 피곤해 하는데, 큼직한 인간이 온 테치

급하게, 희고 큰 뿌리의 머리에 달린 이파리의 그늘에 숨은 테치



닝겐 테챠 야아아아아! 함정이었던 테치이이이???
잡힌 테치이이이이?? 도와주는 테에?치 누가 도와주는 테츄. 테에에에?-
잡아먹히는 테츄우우우?? 나가는 테치 나가는 테치 여기서 나가는 테챠......




...언니짱...

......... 끌려가 버린 테치...

언니짱들이 인간 손에 잡힌 테 차…아...아



− − 16− −

말라깨이 녀석들을 가지고 돌아오기는 했지만
옷을 벗기니 생각보다 더 여위어 있다.
어떻게 할까.
본의는 아니지만 살찌워서 먹을까.



− − 17− −

테에에에-엥테에에에-엥

인간이 사라진 뒤 정신 없이 집으로 돌아간 테치

마마가 없는 테치
언니짱도 없어져 버린 테치

비참한 테치
너무한 테치.........



− − 18− −

행여 똥먹기를 하면 고기를 망친다.
무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 갉아먹은 나머지를 뽑아서 주기로 했다.

적당히 썬 무의 토막을 줬다.
처음에는 경계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배가 고픈 녀석들이라 곧 테치테치 갉기 시작했다.

음..배가 고픈데도 적당히 세마리 끼리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다.

협조성이 높은 자매 같구나.
이 정도면 헌 신문 1장 있으면 알맞게 뒤집어쓰고 잘 것이다.


− − 19− −

울다 지쳐 어느새 잠이 들었던 테치

눈을 뜬니 구더기짱이 없어진 테치..고치가 늘어난 테치

엄지한테 물어본 테치


어제 구더기짱 선물 없어서 레프레프 화났던 테치
반짝 반짝 구슬로 놀자고 해도 레프?은 레프?은 토라져서 자버린 테치
잠들기 전에 줄 줄 줄 줄 똥 많이 싸서 청소가 힘들었던 테치
청소 힘들어서 엄지도 피곤해 잠들기 해 버린 테치

그렇게 아침이 되니 이제 번데기짱이 된 것 같은 테치

... 그렇게 북적이던 집이 엄지랑 둘만이 되어 버린 테치



− − 20− −

며칠 후, 자실장을 잡으면 꼭 할 일이었지만, 이녀석들의 둥지를 알아내기로 했다.
3마리를 테이프로 일렬로 묶어 전쟁포로처럼 만들어 놓았다.

3마리 세트는 기껏 풀어 줬는데도 훌끔훌끔 잠시 이쪽을 보고 있다.
먹이를 줬더니 길들여져 버린건지.
이는 친실장를 잃은 자실장에 보이는 새로운 보호자를 찾는 본능이다.
들실장의 새끼 분충이라면 사람을 상대로 더 노골적으로 아양을 떨어 온다 (물론 무시).
산실장의 콜로니면 (식량 사정이 좋다면) 동족이 죽으면 그 자를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
들실장과 달리 동족 의식이 강한 산실장은 맡은 새끼를 비상 식량으로 하거나 노예로 홀대하는 일이 드물다.
물론 솎아내기는 자기 자들에게도 엄격히 적용한다.
들실장의 민폐행위의 하나인 탁아는 죽어 가는 산실장의 친실장이 동족에게 새끼를 맡기는 습성이 변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도 원산실장의 자들답게 타박 타박 우리 집의 대나무 밭,이라고 할까 거의 손질되지 않은 대숲 속으로 달아났다.
이런 덤불이지만 댓가지는 오이나 완두의 지지대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도구를 만드는 데 애용하고 있다.
반짝거리는 테이프가 대숲을 굴러간다. 그 반짝임을 표지로 해서 뒤를 쫓았다.

대숲 안에 과자 봉지, 마요네즈 뚜껑, 조화 같은 물건들이 떨어져 있다.
까마귀들이 쓰레기장이나 무덤에서 물고 와서 떨어뜨리는 쓰레기이다.
과육이 조금 붙은 감꼭지도 보인다.
대숲에선 색깔이 튀니까 눈에 잘 띈다.

자실장은 우리집의 땅을 빠져나가, 옆집 대숲에 들어갔다.
저쪽은 전혀 손질되지 않은 진짜 대숲이다.
그곳을 빠져나가면 이웃 마을의 신사 숲이 있다.

자실장들은 대숲 속에 있는 옛날 공장 자리에 들어갔다.
옛날 닭고기의 경기가 좋았던 시절 이웃의 노부부가 경영하던 것이다.
내가 초등 학생 때 이미 폐가였다.
지금은 닭장의 기단부가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
뭔가 봉긋한 것이 구석에 있는 콘크리트 블록을 벽으로 해서 붙어 있다.
대나무 가지를 끼고 비닐의 비료 포대를 지붕으로 한 돔 같이 생겼다.
자실장들이 살던 집 같다.

사유지이지만 그냥 들어갔다.
어차피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거친 대숲의 폐허 (그것도 토대만 남은).
게다가 이 녀석들이 늘어나서 근처에 민폐가 되었지만, 상대방이 노망난 노인이라 불평도 못한다.
뭐라뭐라 생각하는 것 보다 우선 잡아서 입에 넣는게 상책이다.



− − 21− −

잠잘 때 한명이 고치 하나씩을 침대로 쓰게 된 테치

그래도...추운 테치

엄지짱이랑 둘 뿐이니 도토리도 한동안은 괜찮은 테치

하지만 왜 이런 테치?
같은 도토리 테치
그런데 맛이 없는 테치이

마마가 항상 말한 테치
가족이 있으면 따끈따끈한 테치
마음도 몸도 따끈따끈한 테치
마마도 없는 테치
언니짱도 없는 테치
추운 테치 추운 테치...

와타치…언니짱들을 보며 달아나 버렸던 테치
미안한테치
신령님 용서하시는 테치이이이
신령님 신령님
따끈따끈한 집을 돌려주시는 테..?...



......텟치텟치텟치텟치


...언니짱. 큰 언니짱들 레치!
돌아오시는 레치이?!


텟치 텟치 텟치 텟치 텟치텟치텟치텟치
해낸 테치???!
골?인?테챠아아아???


테에쯔? 인간에게서 도망쳐 온 테치!
언니짱 멋있는 테치
돌아오시는 테치??!


이래서 다시 집이 따끈따끈 해진 테치
신령님 감사하...



− − 22− −

둥지의 지붕을 벗기니 3마리 세트 외에 자실장과 엄지실장이 한마리씩 있다.
테츄레츄 숨으려는 자실장과 엄지실장을 잡고 3마리 세트도 회수했다.
3마리 세트의 여동생 같은 자실장과 엄지실장이라 역시 모두 비쩍 말라 있다.
뭐 당연하다.
그러나 뜻밖의 수확물이 있다.
콘크리트 블록의 벽면에 흰색 실덩어리가 보인다.
월동 고치다.
그것이 두개나 있다.
심봤다-♪ (의역입니다)



− − 23− −

테챠아아아???
테 챠?
레 챠?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아무렇지도 않던 집이 조각조각 파괴된 테치
모두가 함께 살던 집이 파괴된 테치

인간이 큼직한 팔을 뻗어 온 테치
나도 엄지짱도 붙잡힌 테치
언니짱들도 붙잡힌 테치

인간에게 집어 올려 졌을 때 반짝구슬의 반짝임을 마지막으로 봤던 테치



− − 24− −

일반적인 들실장의 생태에서는, 번데기는 탄생시에 점막을 핥아 주지 않은 기형 구더기실장이 자실장으로 변태할 경우에만 보인다.
미숙아로 태어난 구더기 실장은 성장에 따라 그대로 손발이 늘어나 자실장이 되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실장석은 생태 변화가 제멋대로 이므로 뭐가 일반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야생에 적응한 산실장의 구더기의 경우 기온 저하에 따른 거주 환경의 변화, 식량 부족 등 생존 스트레스가 계기가 되어 월동고치를 만들고 번데기 되는 경우가 많다.
월동고치는 생존율이 높아서 홋카이도의 같은 혹한 지역의 겨울도 여유 있게 넘긴다.
봄에 기온이 충분히 따뜻해지고 식량 사정이 호전될 때 자실장으로 깨어나 자신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다.
다만 산실장은 콜로니의 생존률 향상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비정하다 (합리적이다).
산실장의 콜로니에선 늦가을이 되면 구더기 실장을 구멍에 가두고 고독과 생존 스트레스를 줘 고치화를 촉진한다.
물론 보온성이 뛰어난 고치는 실장옷의 방한용 안감으로 쓰고, 번데기는 영양가 높은 월동 보존식으로서 소중하게 저장한다.
산실장의 생태에서 월동고치는 구더기 실장 자신보다 콜로니의 생존율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

콘크리트 블록에서 월동고치의 고치를 떼냈다.
하나는 껍질이 단단해 번데기로 된지 꽤 된 듯 했다.
그러나 남은 하나는 아직 포동포동 한게 얼마되지 않은 듯.
고치 너머로 이리저리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감촉이 온다.
조심해서 살살 견사를 벗겨 냈다.
양동이에 넣을 때 새로 잡은 엄지 실장이 걱정스럽게 레츄레츄 팔을 내밀었기에 그 녀석에 건네줬다.

실장석이 월동용으로 저장했을 보존식 ("보물"이라고 불린다) 이 있나 뒤져 봤지만 깨진 도토리가 조금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 주워 왔는지 모르지만 구슬이 있다.
어차피 이것도 까마귀가 흘린 거 겠지.



− − 25− −

따뜻한 기억으로 가득한 우리 집이 없어진 테치
인간에게 붙잡힌 테치
이제 끝장난 테치 먹히는 테치 끝인 테치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테에에에-엥

울고 있으려니 인간이 첫 번데기의 고치를 벽에서 벗겨서 가져온 테치
인간은 번데기짱까지 휩쓸어 버린 테치
정말 징한 테치
분충테치?

엄지짱이 둘째 번데기짱이 걱정되어서 인간에 외친 테치

번데기된지 얼마 안된 번데기짱 레치
난폭하게 하면 안 되는 데츄우

인간은 그 큰 팔로 약삭빠르게 부드러운 고치를 벗기고 데려온 테치
부드러운 번데기짱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 조심 데려온 테치
그리고 엄지짱의 팔에 고치를 살짝 살짝 얹어 준 테치


번데기짱 안 다친 레치? 잘 된 레치? 다행인 레치이?


?...
인간은 악마 테치
잡히면 "아파 아파" 되고 파킨되는 테치
마마가 항상 말했던 테치

그런데 생각보다 인간이 친절한 테치
인간에게 납치됐던 언니짱들은 제대로 3끼 밥을 받았다고 말하는 테치
잠들 때도 큰 이불을 줘서 따끈따끈 했다고 말하는 테치
파킨은커녕 "아파 아파" 도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테치
무슨 영문인 테치?


위의 언니짱이 믿어지지 않는 말을 한 테치


아마 ...저 인간 "애호파"인지도 모를 테치

"애호파"...그건 악마가 아니고 천사인 인간 테치...
실장석의 소원을 들어주는 산신령의 부하인 테치
설마 테치이
그...그런 거 다 옛날 얘기인 테치
우리들의 마마의 마마라면 모를까, 믿어지지 않는 테치
전설의 별사탕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얘기 같은 것인 테치
하지만 사실이라면...

그때 차녀, 삼녀 언니짱들이 내가 생각하던 걸을 말로 한 테치


앞으로는 인간의 집에 모두 따끈따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테치
좋은 자로 있으면 전설의 별사탕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테치


엄지짱의 얼굴이 "별사탕"이란 말을 듣고 활짝 밝아진 테치
까마귀가 집 근처에 떨어뜨린 반짝이는 봉지에 너무도 달콤 달콤한 부스러기가 조금 들어 있던 테치
"무섭고 무서운" 까마귀가 멋지고 기쁜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는 테치
하늘에서 좋은 것이 내리기도 했던 테치

그럼 산신령님이 정말 부탁을 들어줄 지도 모르는 테치


나는 가족 모두 계속 함께 라면 행복한 테치
앞으로도 가족 모두 함께 있고 싶은 테치
가족이 있으면 따끈따끈한 테치
마음도 몸도 따끈따끈한 테치.........



− − 26− −

월동고치가 2개나 생겼으니 야윈 자실장들에 수고스럽게 먹이를 줘 살찌우는 대신 빨리 지소국을 끓이기로 했다.
비쩍 마른 시골자실장이 생기면 이게 으뜸이다.
지소국은 고기에 다소 냄새가 나도 괜찮다.
게다가 보통의 전골로 하기에 모자라는 분량도 지소국으로 하면 온집안의 저녁 한끼가 되준다.

가을에 게장국을 만들 때 쓰는 돌절구를 헛간에서 꺼냈다.
공이는 100엔샵에서 산 국수밀대를 사용한다.

지소 국물 만드는 방법은 게장국의 경우와 다름없다.
공이로 으깬 자실장의 몸을 1:1로 물에 희석.
그리고 체로 걸러 덩어리져서 남은 찌꺼기는 버린다.
실수해서 육즙을 버려서는 안 된다.

다음에 월동고치를 깨고 크림 페이스트 같은 내용물을 육즙에 흘려 붓는다.
월동고치에 포함되는 실장 조직 용해 성분 (실장코로리의 주성분)이 실장 단백질을 변질시켜 독특한 순한 맛을 더한다.
육즙 전체가 살짝 변질되면 간장으로 양념하여 약한 불위에 둔다.
처음부터 염분을 넣지 않으면 단백질이 잘 굳어 주지 않을 테니까.
불에 얹고 두면 점점 두부처럼 굳어 진다.

불을 끄면 따끈따끈의 지소국이 완성된다.
잘 월동 번데기를 넣은 지소국은 게 된장과 새우 된장에 조개류 추출물을 더한 것같은 짙은 맛이 있다.
작아도 겨울을 번데기가 지소 국의 핵심이다.
이것을 넣지 않으면 간장맛 실장 육즙 잡탕에 불과하다.
참고로 번데기는 월동고치를 만들기 직전에 체내의 노폐물을 완전히 배설하므로 똥을 뺄 필요가 없다.
자실장이 될 때까지의 오랜 기간 동안 노폐물의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생리 대사의 결과이다.

내친김에 자실장을 물이 아니라 친실장의 피에 담궈 재생력을 올린 채 야금야금 으깨어 가면 최고의 국물이 나온다.
하지만 가정 요리에서 거기까지는 사치일 터.
혈연의 자매만 모아서 으깨도 같은 효과가 있다.
또한 월동고치도 혈연의 구더기 실장의 번데기를 사용하는 편이 좋은 맛이 된다고 한다.

돌절구 속을 깨끗이 닦아 내고, 저압 도돈빠를 준비했다.
시작 해 볼까나.




−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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