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웅은 오늘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이였다. 쉬는 날이라고 해봐야 휴대폰으로 게임을 만지작 거리는게 다인 철웅은 제 좁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열심히 터치한다. 이 이벤트에서 랭킹권에 들면 철웅의 최애캐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점차 의욕이 꺾여간다. 귀찮고, 아르바이트 중에는 휴대폰을 못 쓰니 상위권도 될 것 같지 않다.
"테치~닝겐상 밥 주시는 테츄"
철웅은 자실장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오늘 일을 하기에 잠시 맡긴 아이였다. 이름은 밀키라고 하더라. 실장석에게 관심이 없는 그는 실장푸드 몇 알을 대충 놓아준다. 밀키는 작게 투덜거리며 먹는다. 밀키의 옷은 분홍색의 실장복이다. 꽤나 비싸다고 들었는데..
"졸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다. 내일은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니 일찍 일어나야한다. 그러나 내일 오후면 이벤트가 끝나버리고 그의 순위는 조금만 더 하면 순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정도다. 철웅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최애냐, 잠이냐. 고민하던 철웅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는 밀키를 보았다.
"넌 안자냐?"
"와타치는 잠 안오는 테츄. 주인님이 나가는 낮에 자는 테츄"
한 마디로 올빼미란거군.. 철웅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실장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충전기에 연결해 놓고 자실장에게 기본적인 조작을 가르쳐본다. 리듬게임도 아니기에 터치 몇번만 해주면 쉽게 포인트를 벌 수 있다.
"재밌는 테츄!"
"그럼 나 잘동안 부탁한다?"
자실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자실장에게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일단 잠을 청한다. 졸리기도 하고, 자실장의 상태도 봐야할테니 6시에는 일어나야 할 것이다. 점점 의식이 몽롱해지며 잠에 빠져든다.
-
"테에..테츄..테치칫"
밀키는 1시간여 동안은 철웅이 시키는 것만 눌렀다. 다만 그것은 빨리 질렸고, 밀키에게 지루함만 안겨주었다. 최하로 해놓은 밝기도 자신의 눈에는 너무나 밝았기에 눈도 아파왔다. 다만 잠은 오지 않았다.
"테치? 이건 뭐인 테치?"
시키는 대로 누르는게 귀찮아진 밀키는 이것저것 막 눌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밀키는 뽑기 버튼을 누르고, 예쁜 여자 캐릭터들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테칫? 예쁜 닝겐상들인 테츄.."
밀키는 아름다운 캐릭터 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다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사진이였다. 밀키는 흥분했다. tv에 나오는 아이돌 보다도, 예능석 세루비아 보다도 예뻤다.
"테..?"
밀키는 아무거나 눌러보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된 것에 놀랐다. 화면에서는 아까 본 화려한 아이들이 차례차례 나오고 있었다. 밀키는 딱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주인님이 하던 가챠였다.
"테츄~ 예쁜 테츄~"
밀키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가챠가 끝나자 시무룩해졌다. 화면에 나오는 아이는 뽑히지 않았다.
"테치~더 돌려보는 테치~"
밀키는 아까 눌렀던 곳을 한번 더 눌렀다. 가챠가 한번 더 펼쳐졌고 드디어 화면에 보였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테츄!!! 예쁜테츄!!"
가장 좋은 카드가 단박에 뽑혔음에도 밀키의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뽑았고, 철웅씨가 몇개월을 존버했던 수정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사르르르 녹았다.
"이게 뭐인 테츄?"
수정이 없었다. 사르르 녹아 사라진 수정을 충전해야했다. 철웅은 미쳤냐며 무과금으로 살아왔지만, 밀키가 그런 철웅을 알아줄리 없다.
"테치? 빨리 사라지는 테츄!!"
밀키는 가장 비싼 패키지를 질렀다. 철웅씨가 비밀번호 확인을 안한다고 선택했기 때문에, 논스탑으로 진행되었다. 다만 화면은 사라지지 않아서, 밀키는 같은걸 몇번이고 질렀다.
"테치? 뭐인 테츄!! 사라지라는 테츄!!"
뒤로 가기 버튼이 눌러졌기에 다시 가챠화면으로 돌아왔다. 가장 비싼 패키지가 14번 이상 질러졌다. 수정이 가득 찼고, 밀키는 다시 가챠를 돌렸다.
"아름다운거 어서 오는 테츄!!!"
밀키는 수정을 전부 다 소모해갔다. 밤이 새는 것도 잊은 채, 아름다운 캐릭터들의 모습을 눈 속에 담아갔다.
-
철웅은 5시에 잠에서 깼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기에 일어나자마자 밀키를 보았다.
"테..테힛..테치.."
"너 뭐하냐?"
철웅이 밀키를 보자, 밀키는 가챠를 지르고 있었다. 철웅은 등골이 오싹해져선 휴대폰을 뺏었다.
"테챠아아아악!!!!빨리 내놓는 테챠!!!!"
"너 얼마나 지른거야 새끼야!!"
"아름다운 걸로 세상을 가득 채울거인 테츄아아아아!!!"
밀키는 빵콘하며 버둥거렸다. 하룻밤동안 지른 금액이 200만원이 넘어갔다. 철웅은 눈물을 머금고 환불을 한 후 게임을 접었다. 무료수정으론 감당이 안되어 게임 접속이 묶여버렸다.
"빨리!!빨리 주는 테치!!! 아름다운 닝겐상이 기다리고 있는 테치이이이이!!!"
밀키는 가챠에 중독이라도 된 듯 격렬하게 반응했다. 머릿속에는 가챠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한번이라도 제일 좋은 카드가 뽑힝 때의 그 색다른 이펙트와 아름다움에는 동의하지만 200만원 이라는 돈은 매우 컸다.
"아이씨.."
"똥닝게에에엔!!!빨리 주는 테챠!!!"
휴대폰에 달려들며 붕붕 뛰는 밀키를 바라본 철웅은 비닐봉투를 한개 가지고 왔다. 안에는 종이 4개가 들어있다.
"뽑아라. 그거 대로 할테니까"
"테치? 또 뽑기인 테츄?"
밀키는 종이를 한개 뽑아 철웅에게 건넸다. 운이 좋은 녀석이다.
"자, 가자"
"주인님께 가는 테츄?"
철웅은 밀키를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 밀키가 꺼내달라며 발버둥쳤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지 않게 차를 타고 보건소로 향했다.
"테치? 여기는 집이 아닌 테치"
밀키는 드디어 탈출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실장푸드생성기였다. 안에 실장석을 넣으면 곱게 갈아 실장푸드로 만들어준다. 머리와 옷은 방해되기에 뜯어 독라로 만든다.
"안되는 테츄!!! 안 되는 테츄아!! 와타치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인 테츄!!!"
순식간에 독라가 된 밀키가 생성기 앞으로 끌려간다. 어떤 꼴이 될지 알기에 강하게 저항하지만 실장석의 완력인지라 소용이 없다. 생성기 안에 칼날이 밀키를 반겨주는 것만 같다.
"똥닝게에에에엔!!!살려주는 테츄!! 지금이라면 콘페이토 500개로 봐주는 테츄!!!"
철웅은 밀키의 말을 무시했다. 여자친구는 밀키 얘기를 하니 알아서 처분하라 했고, 이벤트는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애초에 환불을 했기에 게임에서 강제 추방당한 상태이다. 철웅은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 그 동안 밀키는 생성기 바로 앞에 놓였다. 피눈물을 흘리고 운치를 바닥에 잔뜩 흘리고 있다.
"와타치는 잘못한게 없는 테츄!!! 예쁜 닝겐상들에게 둘러쌓이고 싶었던 뿐인..테츗!"
마지막 말을 끝으로 밀키는 생성기 안에 들어갔다. 생성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밀키의 살을 갈아서 푸드로 내놓았다. 철웅은 방금 전까지 밀키였던 실장푸드 몇 알을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맛없다."
한 입 씹고 뱉어버린 철웅은 보건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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