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치만의 이름




데스! 데스데스! 
테치? 
방문 하나의 폭 정도 밖에 없는 좁은 방. 
그곳의 바닥과 문을 가르는 철망 안에서 실장푸드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갉작이던 자실장은 친 
실장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공부의 시간데스! 모두 모이는데스!” 
“테... 와타치 더 놀고 싶은테치!”
“그런테치!” 
일곱 마리의 자실장들의 투정에 친실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 와타시처럼 훌륭한 사육실장이 될 수 없는데스! 인간님의 마음에 들어 좋은 주인을 
만나야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테치...” 
건성인 태도로 친실장의 주위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자매들을 보던 자실장도 반 정도 먹은 푸 
드를 내려놓고 친실장에게 향했다.
앞에 나란히 모여 앉은 자실장들을 보던 친실장이 말했다. 
“오늘의 공부는 이름데스!” 
- 와타치만의 이름 - 
“이름테치..?” 
이름. 
이름. 
이름. 
와타시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나타내는 와타시만의 이름. 
평상시의 지루한 공부와 달리 그 실장석의 본성을 자극하는 그 멋진 단어에 시큰둥해하던 자 
실장들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그런데스! 와타시들이 인간님에게 길러지는 사육실장이 되면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름데스! 이름이 있어야 사육실장데스! 사육실장이 되면 인간님에게 
맛있는 밥이나 따듯한 이불... 그리고 사랑과 귀여움을 가득 받는데스!”
“대단한테치!” 
“마마도 이름이 있는테치?” 
“데프프... 그런데스. 와타시는 주인님의 사육실장데스. 당연히 와타시만의 소중한 이름이 있 
는데스!” 
“멋진테치! 역시 와타치의 마마테치!” 
“마마의 이름은 무엇테치?” 
자실장 중 한 마리의 질문에 출산석은 기다렸다는 듯 자랑스럽게 웃으며 가슴을 폈다. 
“와타시의 이름은... 미도리데스! 와타시 말고 미도리란 존재는 없는데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덜컥
“데...” 
문이 열리는 소리에 친실장은 문을 돌아봤다. 
“안녕. 미도리.” 
“데스...” 
너무나 좋아하는 주인님이 와타시만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미도리는 매우 좋아했지만 지금 
은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와타시의 자들! 모두 모이는데스!” 
“테치?” 
“오늘로 작별데스....” 
“테! 무슨 말 테치!” 
놀라는 자들의 살색에 적색과 녹색의 눈이 반짝거리는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 응시하던 친실 
장이 약간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다른 인간님에게 가서 사육실장이 되는데스... 마마와는 작별데스.”
“테치... 마마와 헤어지는건 싫은테치...” 
한 자실장의 말에 친실장은 그 자실장을 꽉 끌어안았다. 
“너는 정말로 착한 자 데스... 네가 가면 인간님도 분명 행복해 지는 데스우...” 
그 포옹을 마지막으로, 자실장들을 줄지어 인간님, 마마의 주인님이 내려놓은 이동용 케이지 
에 들어갔다. 
인간님에게 길러지는 사육실장으로서의 삶의 첫 출발치고는 왠지 낡은 듯 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케이지에 약간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실장은 케이지의 아래로 멀어져 가는 친실장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마마! 반드시 또 만나는 테치! 와타치 훌륭한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이!” 
“그런데스! 분명히 또 만날 수 있는데스! 그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데스우우!” 
-덜컥 
마침내 방문이 닫히며 손을 흔들던 마마의 모습이 완전히 안 보이게 되자 자실장은 마마와 헤 
어진 슬픔과 함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가 섞인 묘한 마음으로 처음 보는 바깥 세계를 향 
해 눈을 돌렸다. 
“....테?” 
처음 보는 바깥의 세상은. 
마마에게 듣거나 그림책에서 본 대로 푸른 풀밭이 펼쳐져 나비가 날아다니거나 와사치의 집이 
될 커다랗고 화려한 집이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어두운 조명이 비치는 좁은 복도에 문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있는 모습을 멍하니 두리번 
거리는 자실장들이 들은 케이지를 내려놓은 남자는 옆의 문 앞에 놓인 빈 케이지를 들었다. 
그리고. 
-덜컥 
그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안녕. 미도리.” 
“테치...” 
다음 날. 
자매뿐만 아니라 그날 그 복도로 나온 처음 보는 자실장들과 투명한 방 안에 넣어진 자실장은 
초조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투명한 방 안에 있는 건 그날 나온 자실장들 전부가 아니기에 미어 터지게 비좀거나 하 
지 않았었다. 
그날 마마의 주인님이 이것저것 말을 하셨고 그 말을 이해못하거나 따르지 않은 친구들은 마 
마의 주인님이 적록색의 뭔가가 묻어있는 상자에 넣어서 따로 데려가셨으니까. 
그렇지만 이건 마마에게 들었던 사육실장으로서의 삶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따듯한 이불이 아니라 커다란 수건 한장에 수십마리의 자실장들이 기어들어가 엎치락뒤치락 
자리싸움을 하며 웅크리고 잤다. 
밥도 맛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먹어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똑같은 녹색의 실장푸드.
입고 태어난 이 옷 대신 사육실장을 위해 인간님들이 만든 옷을 입을거라 생각했지만 자실장 
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테치...” 
문득 자실장은 건너편의 투명한 방을 바라봤다. 
인간님들이 지나갈 때 와타치와 친구들이 있는 방 보다 더 많이 쳐다보는 건너편의 방. 
그 방엔 이상하게도 한 마리만의 친구가 들어가 있었다. 
'.......? ....! .....!' 
와타치와 눈이 마주친 그 친구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자실장은 멍하니 그 자실장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실장은 노란색의 예쁜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기분 탓인지, 와타치보다 훨씬 머리카락도 반짝거리고 더 아름다... 
‘테치?! 그럴리가 없는테치! 와타치가 제일... 테! 그런테치! 옷의 탓 테치! 와타치가 저 옷을 
입으면 훨씬 더 아름다울테치!’ 
고개를 마구 흔들어 기분 나쁜 생각을 억지로 떨쳐버린 자실장은 다시 건너편의 투명한 방을 
바라봤다. 
‘뭐가 다른테치...’ 
아무리 눈에 핏발이 서도록 봐도 건너편의 자실장과 와타치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 자실장은 
결국 포기하곤 방 구석에 웅크렸다. 
‘그러고 보면 저것이 다른테치....?’ 
단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건너편의 투명한 벽에 붙은 종이에 그려진 무언가가 다르다는것
이었다. 
‘저건 무엇인테치...’ 
120000 
‘똑바른 것이 하나, 구부러진 게 하나, 동그란 것이 세... 아니 네 개 있는 테치.’ 
그 무언가를 바라보던 자실장은 눈을 들어 와타시가 친구들과 있는 곳의 투명한 벽에 붙은 종 
이를 바라봤다.
‘동그란 게 두개. 동글동글한 게 하나 있는테치...’ 
008 
그 차이가 무엇인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던 자실장은, 어느새 꾸벅이다가 잠이 들면서 다 
른 의문 하나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마마의 이름은 미도리.
이름은 사육실장이 되면 받는 특별한 것. 
그런데 마마의 주인님은 다른 방 안을 향해서도 미도리라고 불렀었다는 큰 이상함을. 
“테츄웅~.” 
그 다음 날. 
자실장은 어느 남자의 손 위에 서서 붙임성을 보이고 있었다. 
목을 살짝 기울이고. 
오른손을 입가에 살짝 가져다 댄 다음. 
귀엽게 목소리를 낸다. 
실장석들이 붙임성을 보인다고 말하는, 아첨을 하는 손 위의 자실장을 보던 남자는 싱긋 웃어 
보이고는 종업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으로 하죠.” 
“예. 매번 감사합니다.” 
“테!” 
남자, 인간님의 말을 이해한 자실장이 뛸 듯이 기뻐했다. 
‘사육실장이 되는테치이!’ 
종업원이 가져온 손잡이가 달린 조립식 종이상자에 넣어지는 순간, 자실장은 건너편을 쳐다봤 
다. 
결국 무엇이 다른지 알아내지 못 한 건너편의 방. 
그렇지만. 
의기양양하게 웃음소리를 내는 자실장을 유리벽 너머에서 공을 굴리고 놀던 12만 엔의 가격 
이 붙은 특급 자실장이 응시하다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800엔 되겠습니다.” 
-달칵. 
“테...” 
이번에도 자실장의 기대와는 약간 달랐다. 
분명 사육실장이 되었을 자실장은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좁은 종이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흔 
들리자 주인님에게 테치테치 계속 도움을 요구하다가 탈진해 기절하듯 쓰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흔들림이 멈췄다는것도 깨닫지 못 하고 있다가 상자가 열리며 빛이 비쳐들자 
그때서야 눈을 힘겹게 떴다. 
“테치...” 
한 손에 문자형 린갈을 든 남자가 종이 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는, 녹색 옷을 입은 살색의 인 
형같은 작은 동물을 내려보다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목덜미를 잡아 꺼냈다. 
“테챠아!” 
순간적으로 목이 졸려 발버둥쳤던 자실장은 책상 위에 내려진 후에야 정신을 차리곤 눈 앞의 
인간을 올려다 봤다. 
‘테치... 테! 그런테치! 주인님에게 인사를 해야하는테치!’ 
“인간님이 와타치의 주인님테츄! 잘 부탁드리는테츄웅~!” 
다시 아첨을 하는 자실장을 내려다 보던 남자도 싱긋 웃었다. 
“그래. 잘 지내자.” 
“테치!” 
“자. 오늘부터 너는 여기서 사는거다. 화장실이나 먹이그릇은 보면 알겠지?”
“테... 테츄우우우....?” 
가로 30cm 세로 50cm의, 그다지 크진 않아도 태어난 이후 성장 억제가 들어간 실장푸드만 
주어져 아직도 15cm가 채 되지 않은 자실장 한마리가 살기엔 좁지도 않은 수조를 본 자실장 
이 의아하게 수조를 응시했다. 
‘다른테치...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된 테치. 근데 초라한 테치....?’ 
“테... 텟?!” 
그때 문득.
사육실장으로서 주어진 대우가 상상했던것 만큼이나 최고가 아닌것에 의문을 품은 자실장은 
중요한걸 깨달았다. 
‘그런테치! 와타치는 아직 사육실장이 아니니 이랬던 테치!’ 
자실장은 허둥지둥 남자를- 사육실장이 ‘될’ 와타치의 주인님을 향해 돌아섰다. 
테치테치테치테치테치! 
“...........” 
갑자기 떠들어 대는 자실장을 본 남자가 다시 린갈을 봤다. 
“주인님! 와타치 아직....” 
그리고 생각 한 대로의 내용이 번역 되는걸 보고 살짝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이름을 받지 못한 테치! 이름을 받고 사육실장이 되는테치!” 
이름. 
이름. 
이름. 
와타시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나타내는 와타시만의 이름. 
그 이름이, 드디어 주어지는 순간이 온 걸 알고 자실장은 코를 벌름거리며 기대에 차서 남자 
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특별, 특별, 특별 한 와타치 만의 이름. 
자실장이 뚫어지게 응시하던 남자의 입이 움직이는게 보였다. 
“그래... 너의 이름은...” 
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 
와타치의 이름. 
“...‘실장석’이다.” 
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이름. 
이름이름이..,름이...름....
이...름....? 
“.........테?” 
자실장은, 멍하니 남자가 말한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와타치의... 이름테치?”
“그래. 너의 이름은 ‘실장석’. 앞으로 잘 부탁한다. 실장석.” 
“테...? 테... 테치.....?” 
자실장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 했다. 
“와타치의 이름은... 무엇테치?” 
“그러니까. 실장석이라고.” 
“그런테치. 와타치는 실장석테치.”
“그래. 이해가 빠르구나.” 
“테... 테... 테갸아아아아아-!!!” 
남자와의 대화는, 서로 이어지는 듯이 보여도 치명적으로 어긋나 있었다. 
그걸 깨달은 자실장이 발을 구르며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아닌테치! 아닌테치! 그런건 이름이 아닌테챠아아아-!!!!” 
“‘실장석’이란 단어를, 너의 이름으로 붙여주겠다는 거야. 뭐,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닌데...? 아 
들을 아들이라 부르거나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라.” 
‘호칭’과 ‘이름’을 동일시하는 남자의 말은 궤변이고 남자도 그걸 알고 있지만. 
어차피. 
브리더에게 번식된 애완용 실장석의 탈을 쓰고 팔리는, 저능한 들실장과 달리 어느 정도 영리 
함을 가져 정신적 학대를 하는 맛이 있는 800엔짜리 자실장이 그걸 파악 할 리도 없었다. 
“그게 아닌테치! 와타시는 실장석테치! 실장석이라 불리는 건 싫은테치! 와타치만의 와타치만 
의 와타치만의 이름을 주는테치이이이-!!!” 
“그러면 어쩔수 없구나... ‘실장석’ 이란 이름이 싫으면. 스스로 이름을 붙여라. 무슨 이름을 
붙이든, 그걸 네 이름으로 불러주마.” 
“테....” 
남자의 말을 들은 자실장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와타치만의 이름테치.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을 붙이는 테치. 와타치만의...’
남자는 고민에 빠진 자실장을 내버려 둔 채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한대를 빼물고는 바깥 
으로 나섰다. 
그리고 담배 두대를 피울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남자가 들어왔을 때에도 자실장은 아직 고민을 하는 채 였다. 
그렇지만 그 표정과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보면 마음대로 이름을 고를수 있는 행복한 고민 
이 아니라는건 뻔했다. 
“와타치만의... 와타치만의... 와타치만의...” 
자실장이 계속 작게 테치테치테치테치 중얼거리는 울음소리가 린갈에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몸 상태가 안 좋은듯 덜덜 떨며 땀 투성이가 되어서도 계속 그 말만을 중얼거리는 자실장을 
보다 질린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직 정하지 못한건가, 이름.”
“테.... 테에에.....” 
“그렇다면 역시... 네 이름은 ‘실장석’ 으로 하자.” 
“테! 싫은테챠아아!!” 
“그럼 다른 이름을 정해보라니까.” 
“테치.....” 
“없으면 그냥 그렇게 지어줄게. 자, 집에 온지 시간도 꽤 됐네. 배고프지?” 
“테치...” 
그 순간.
‘이름’이 불린 순간. 
자실장의 가슴에서 유리가 갈라지는 듯 한 날카로운 소리가 한 번 나고는. 
“테케웨에엑-!!!” 
입에서 적색과 녹색의 피분수를 게워낸 자실장은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다. 
“뭐... 예상대로구만.” 
그 질투 나고 밉고, 차지하고 싶은 자리를 보장하는, 보장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름’이 지 
어지는 것. 
실제로는 사육실장이 되는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 이지만. 어쨌든 실장석 
들의 생각으론 다른 동족과는 달리 안락하고 위험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할 사육실장 
은 다른 실장석들과는 뭔가 달라야만 하는 존재. 
그렇기에 이름이 있다는, 가장 알기 쉽고 티가 나는 다른점에 집착하는 실장석들에게 ‘이름’은 
와타시만의 유일한것 이어야 한다. 
그 본능조차도 브리더들이 찍어 눌러 그 수많은 사육실장 미도리와 에메랄드들이 속마음은 어 
떻든 같은 이름을 가진 동족하고 당장 살육을 벌이지 않기는 한다. 
그렇지만 남자는 거기서 한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다른 동족이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와타시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것을 위해 출산석에게 얼치기 교육이 베풀어지는 800엔짜리 자실장을 사왔다. 그냥 떨이품 
이나 들실장의 새끼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출산석들의 어설픈 교육 중에 이름의 중요성 또한 
강조 한다는 것을 듣고는 좀 더 확실한 반응을 위해 샀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못 했지만, 나름 재밌었다. 
이름이라고 주어진 것이, ‘실장석’. 
분명이 이름을 불리고 있어도, 실장석이라 불리는 상황. 
그 상황을 거부하자 스스로 이름을 지을 권리가 주어졌지만. 그것 또한 실장석이란 존재에겐 
딜레마일 뿐이다. 
와타치에게 어울릴 만한 아름답고 고귀한 단어를 필사적으로 떠올려 보지만. 
실장석이 떠올리는 단어들은 전부 이미 사물에 붙은 것들의 이름일 뿐. 
그것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시점에서 이미 ‘와타시만의’ 이름이 아닌것이다. 
이름이란건 사육실장의 증거.
사육실장인 와타시에게 주어지는 와타시만의 것. 
와타시만의. 
와타시만의. 
와타시만의..... 
결국. 
와타시만의 이름이 붙여지지 않고.
실장석이란 이름이 붙여진 자실장은, 실장석이라고 불리는 순간. 
이름이 불렸지만 그것이 그냥 이름 없는 것들이 불리는 소리와 같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이기 
지 못하고 위석이 붕괴 된 것이다. 
“하여간...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녀석들이니...” 
죽은 자실장의 사체를 처리하려 봉투를 꺼냈던 남자는 문득 봉투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잘 됐구나. ‘실장석’아. 너만의, 너를 위한 봉투야.” 
그리고는 실장석 수거봉투라고 쓰인 녹색봉투에, 자실장의 사체를 무심하게 던져 넣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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