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있는 일 1~3 (완)

 


뎃스! 데이스!
"응...?"
공원 근처의 한 편의점.
정산시간이라 아르바이트생과 정산을 하던 점장은 실장석의 소리에 자동문을 돌아보고, 한숨
을 쉬었다.
공원이 가까운 편의점답게 이곳은 실장석들의 '방문'이 질릴정도로 많았다. 보통은 돌아가는
손님을 노리는 탁아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자동문이 열릴때를 노려 난입을 하는 개체도 있었
다.
물론 자동문은 크기가 작고 무게도 안 나가는 실장석에겐 열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입구에 있는 실장석은 센서를 반응시키기 위해선지 긴 나뭇가지를 들고 머리 위
로 필사적으로 흔들고 있는것이다.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필사적으로 콧물을 흘려가며 온힘을 다해 가지를 휘두르고 있지만 점장의 입장에선 장사의 방
해꾼일 뿐이다.
"코지마군. 부탁하네."
"네."
아르바이트생이 계산대 아래서 뭔가를 꺼내려던 순간.
-위잉
뎃스!
"이런!"
가지의 움직임에 센서가 반응해서, 자동문이 열려버리고 환성을 지른 그 실장석이 편의점 안
으로 뛰어들었다.
"쳇!"
바닥부터 실장석의 기준으론 하늘까지 과자와 먹거리가 쌓인, 이상향이나 다름없는 매대에 실
장석이 달려들 상황이 뻔하자 점장은 바닥이 더러워지는걸 감수하고라서도 밟아 막으려 발을
대디뎠다.
데! 데스데스!
"...?"
그러나, 점장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는 걸 본 그 실장석은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가득한 과자에는 눈길조차 안 주고 헐레벌떡 점장 앞으로 달려와서는,
데스우...
너덜너덜한 실장옷의 커다란 앞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 내밀었다.
"......."
그 광경을 조용히 내려다 보던 점장은, 스마트폰의 린갈 어플을 켰다.
"무슨 생각이지? 실장석."
「인간상. 콘페이토를 사고 싶은데스!」
"......."
가게에 난입한 들실장이 흔히 내뱉는 단어에 점장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다른 녀석하고는
다른 이 실장석의 행동에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집에 자가 있는데스. 주인님과 헤어져서라도 기르고 싶었던 소중한 자데스. 그러나 이제 한
마리만 남은데스... 마지막 자도 아픈데스. 열이 펄펄 끓는데스.」
"사육실장이었나..."
자동문의 원리를 아는것, 돈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것.
그리고 실장석이 입고 태어나는 옷과 달리, 초록색이긴해도 큰 앞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있
는걸 보면 확실히 인간의 손이 닿은 개체다.
「아픈 자가 콘페이토를 먹어보고 싶다고 한 데스. 한번도 콘페이토를 먹어본 적이 없는 자데
스. 한번도 떼를 쓴 적이 없는 자의 처음의 부탁데스...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은데스. 콘페이
토를 먹으면 자도 금방 나을거인데스...」
"......."
「그러니 콘페이토를 사고 싶은데스. 돈이란것도 가져온데스...」
점장은 원사육실장이 내민, 자판기 바닥이라도 뒤져서 가져왔을 꼬질꼬질한 동전들을 내려다
봤다.
다합쳐도 120엔.
콘페이토의 12개들이 가장 작은 포장도 500엔이다.
돈에대한 개념은 어렴풋이 이해해도 액수나 가치까지는 모르는것이다.
"......."
말없이 서있던 점장은,
실장석의 손에서 그 동전들을 받아들고는, 500엔짜리 콘페이토 봉지 하나를 건네줬다.
"괜찮습니까 점장님? 아무리 애호용품이 폭리라도 저거 입고 가격은 200엔인데요... 설마 코로
리라던가?"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하고 콘페이토를 꼭 끌어안은채 멀어져가는 원사육실장의 등을 바
라보는 점장에게 아르바이트생이 말하자,
점장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코로리는 구제용 비품말고는 없잖나. 진짜 콘페이토일세."
"그럼 어째서..."
"...실장석이라도 진심으로 노력하는 자라면, 이런일이 있어도 좋겠지..."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기적같이, 가끔 있는 일 이었다.
데스우!
테찍!!!
"........"
그때, 점장이 가게 안으로 돌아오며 닫히던 자동문의 사이로 실장석 한마리가 뛰어들었다.
그뒤론 자실장들이 일렬로 따라 뛰어오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친실장과 달리 맨 앞
의 자실장은 닫히는 자동문 사이에 몸이 끼어버렸다.
데스웅!
등에 자가 내뿜은 적록색 체액이 튀든, 들어오지 못한 자들이 자동문 바깥에서 절규하며 문을
두드리든 이미 상관없어진 친실장은, 눈앞에 펼쳐진 이상향을 보며 흥분한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었다.
데스데스! 데스! 데스!
짧은 팔로 이런저런 물건들을 가리키며 친실장이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말이 아직 켜져 있던
린갈 어플에 번역되어 나왔다.
"........"
기껏 실장석에게 생겼던 호감이 순식간에 박살난 점장의 눈짓에, 아르바이트생은 아까 꺼내다
만 빠루를 꺼내들었다.
데스! 데스우!
그때 좀전의 원사육실장은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지, 콘페이토를 끌어안고 달리는 원사육실장을 눈치챈 들실장도
없이 원사육실장은 골판지에 도착했다.
출입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데스우!
테? 테치이~!
욕망과 질질흐르는 군침을 아픈 와타시의 자에게 콘페이토를 먹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억누른
채 골판지에 뛰어든 친실장을, 콘페이토 봉투를 본 자실장의 뛸듯이 기뻐하는 울음소리가 반
겼다.
테치!
테치!
테치!
테치!
테치!
테치!
데.....
골판지 안에 우글우글 몰려있던, 모르는 냄새의 자실장들이 반기는 소리였다.
어떤 이유로 친실장을 잃은 자실장들은 인간에게 보호요구를 하거나,
친실장이 자릴 비운 다른 골판지에 들어가 그 집의 자인척 하려 한다.
-툭
크기도 냄새도, 애초에 숫자조차 다른 그 자실장들이 둘러싸고 있던 바닥에서, 적록색 체액의
웅덩이 안에 떨어져 있는 작은 녹색 두건 하나를 발견한 원사육실장의 손에서 콘페이토 봉투
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바꾸기로 불리는 이 행동을 하는 자실장들은,
친실장을 속이기 위해 원래있던 자를,
먹어치워 없애버린다.
열이나 꼼짝도 못하는 자실장 한 마리 정도야, 손쉽게 처리 할 수 있었을것이다.
테? 테츄우우~♥
텟츄우웅~
텟! 츄!
콘페이토 봉투에 우르르 몰려들어 봉투를 찢으려 안간힘을 쓰는, 입가에 적록색 얼룩이 가득
한 자실장들을 앞에 두고, 친실장은 멍하니 서 있었다.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일상처럼, 흔한 일이었다.


-끝-




- IF 루트 -

데에... 어떻하는데스... 자의 열이 내리질 않는데스...
테헤... 테혹! 테혹!
공원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골판지 하나.
그 안에서, 원사육실장인 친실장은 걱정스럽게 바닥에 누운 자실장의 뜨거운 이마를 짚어보고
있었다.
그것말고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태어나서 콘페이도는 커녕 음식쓰레기조차 배부르게 먹은 적이 없어 성장도 느리고 영양부족
인 몸은 가벼운 감기조차 이겨낼수 없어 보였다.
테혹! 테에에에...
데! 정신이 든 데스? 뭐라도 말 해보는데스!
테... 마마...
그때 간신히 눈을 뜬 자실장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친실장을 응시했다.
그런데스! 마마데스! 말해보는데스. 물 마시는데스? 낙엽을 더 덮어주는데스? 네가 낫기 위해
선 뭐라도 해주는데스!
테... 와타치... 콘...
그러나, '뭔가' 를 희미하게 웅얼거리려던 자실장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데....
결국 자실장의 부탁을 듣지 못하곤, 아직도 펄펄 끓는 자의 이마에 다시 손을 대본 친실장은
뭔가 생각을 하다가 벌떡 일어섰다.
약... 약을 가져오는데스! 와타시가 어릴때처럼 약을 먹으면 분명 낫는데스!
이 원사육실장은 자실장이던 때 똑같이 감기에 걸렸었다.
물론 지금의 자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영양상태가 좋았던데다가 따듯한 수조 안에서 커다란 타
올에 파묻혀 있었다는 어쩔수 없는 차이가 있지만 '약'이란 걸 먹은 기억은 자에게 약을 주려
는 생각을 나게했다.
약... 약을 가져오는데스...
앞 뒤 안가리고 골판지를 나온 친실장은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이때 친실장의 머리속엔 두가지 생각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데... 약은 인간상들의 물건데스. 가지려면 돈이 필요한데스... 하지만 돈을 찾으려면 매우 오
래 걸리는데스... 너무 오래 나와있으면 자가 걱정인데스.
갈팡질팡하던 친실장은 결국,
시간을 들여 돈을 찾기보단 우선 약을 찾기로 했다.
약데스... 어디에 있는데스...
그렇다고 약을 파는곳을 알 리도 없어 거리를 헤맬뿐이다.
데... 인간상에게 물어보는데스...
그러다가 길을 가는 한 남자를 본 친실장은 전봇대의 그늘에서 뛰어나가 남자에게 다가가려했
지만 잠시 생각한뒤 남자를 살펴보기로 했다.
...데!?
그리고,
남자가 신은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있는 적록색 액체를 발견하고 숨을 들이키며 몸을 숨겼다.
.....
-저벅저벅
데...큰일 날 뻔한데스. 나갔으면 와타시도 저런 꼴이 됐던데스...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적록색 발자국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던 친실장은 다시 걸음을 옮
겼다.
"...씨... 약 주세..."
데?!
그러다가 스치듯 희미하게 들린 '약' 이란 단어에 황급히 옆을 돌아봤다.
그 단어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있는 꼬마의 입에서 확실히 들려왔다.
데! 약데스! 약데스! 확실히 약이라고 한데스!
친실장은 충혈된 눈으로 유리벽에 달라붙어 조그만 인간상이 커다란 인간상에게 작은 종이봉
투를 받고 돈이란걸 내미는걸 봤다.
데...역시 돈이 있어야하는데스... 하지만 빨리 돌아가야하는데스...
머리속에 인간상들이 돈을 넣는 커다랗고 빛나는 상자의 위치를 떠올리며 고민하던 친실장의
눈이, 문을 열고나오는 꼬마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 고정되었다.
잠시뒤.
데스! 해낸데스! 약데스우우-!
친실장은 뭉개진 오른쪽 머리에서 적록색 액체를 줄줄 흘리면서도 남은 녹색 눈에 의지해 공
원 안을 달리고 있었다.
방금전에 친실장은 그 작은 인간에게 달려들어서 손에 들린 약을 잡아채는데 성공했고, 인간
이 휘두른 손에 맞아 날려가면서도 봉투를 꼭 움켜쥐고 놓지 않은것이다.
그리고 뭉개진 머리의 격통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마른 배수로로 뛰어들어 공원까지 도망쳐 왔
다.
머리에서 계속 고통이 느껴졌지만 자에게 약을 먹이면 나을거란 기쁨이 마약처럼 몸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데스! 다녀온데스!
마침내 골판지에 도착한 친실장은 재빨리안에 들어가서는,
바닥에서 열로 괴로워하면서도 아무일없이 잠들어 있는 와타시의 자를 보고 안심했다.
생각보다는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은듯 했다.
데이스... 자에게 약을 먹이는데... 데?
종이봉투를 열어 들여다본 친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장석용의 약품은 조금만 싫어도 무조건 거부하는 대부분의 사육실장들에게 먹이기 위해 콘
페이도의 모습이거나 달콤한시럽 형태다.
그러나 안에 든건 녹색의 작은 덩어리들이었다.
데..?
그 덩어리가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걸 안 친실장은 잠시 궁리하다가 결국 손으로 덩어리 하나
를 잘게 부쉈다.
테...
일어나는데스! 마마가 약을 가져온데스. 이걸 먹으면 반드시 아프지 않게 되는데스!
테이...? 테치..!
친실장은 자의 상반신을 안아 일으킨후 힘없이 벌어진 입에 잘게 부숴진 약을 넣어주었다.
그리곤 약을 삼키기 힘들어하는 자의 입에 병뚜껑에 따른 물을 흘려넣어 약이 넘어가는걸 보
고는, 기쁨과 안도감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행인데스... 이걸로 나을거인데스!
같은때.
"어 나일세. 그래... 새거 하나 들리고 잘 달래서 보냈네."
친실장이 헤맸던 거리에서 한 늙은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젠 아예 어린아이를 덮쳐 물건을 뺏어가는구만 쯧쯧... 앞으론 보이는대로
잡아 족쳐야겠어."
남자는, 꼬마가 물건을 사간 가게의 주인이었다.
오랜 단골손님의 손자가 첫 심부름을 나온다며 걱정과 기대가 섞인 전화를 받은 남자는 기다
리다가 '손님'에게 미리 전해들은 물건을 팔았다.
그렇지만 단골손님의 손자라 그에게도 손자처럼 느껴지는 꼬마가 역시 걱정되어 뒤를 따라가
다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들실장이 봉투를 뺏으려하다가 놀란 꼬마의 손에 맞아 날려가는걸보
고 뛰어갔었다.
그러나 그 빌어먹을 벌레놈은 순식간에 배수구로 기어들어갔고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씩씩대던
그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새 물건을 줘서 보낸 참이었다.
"거 그 벌레새끼 그걸 어디다 쓰려고 가져간겨? 콱 처먹고 뒤져라! ...그리고 자네도 자넬세. "
남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외쳤다.
"아이 첫 심부름에 '쥐약' 을 사오라는 할아비가 어딨노! 노망난거 아녀?!"
데아아아아... 데에에에에에에..!!!
잠시뒤.
공원 안을 울부짖으며 터덜터덜걸어가는 실장석 한 마리가 있었다.
데에에에에! 오로로로로...!!!
정신이 망가진듯, 반쯤 뭉개진 머리에 남은 한쪽 눈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정처없이 걸어
가던 그 실장석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된 후, 수풀에서 자실장 몇마리가 기어나왔다.
테... 무서웠던테치... 바깥은 위험한테치...
오네짱 어서 집을 찾는테치. 새로운 마마를 찾는테치!
맡기는테치! 분명 이 근처에 다른 골판지 집이 있었던테치! 와타치들이 들어가 있다가 일제히
아첨을 하면 멍청한 실장석은 와타치들을 자로 알고 기르는테치! 밥을 가져오는테치! 지키는
테치!
그런테치!
방금 전에 갑자기 나타난 인간에게 마마가 짓밟혀 죽은 이 자실장들은 인간이 떠난 자리에 남
은 적록색의 고기조각과 점점이 남겨진 적록색 발자국을 보고는 어서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인간에게 보호를 요구하려 갔던 편의점이란 천국의 앞에서, 성체실장석 한마리와 그
뒤를 일렬로 따라 달리던 자실장들이 그 필사의 도주에도 불구하고 모두 빠루에 맞아 죽는걸
보고 마음을 바꾼것이다.
테치! 찾은테치! 여기가 와타치들의 새로운 집테치!
테...볼품없는테치...
참는테치. 멍청한 노예...가 아니라 새로운 마마가 오면 크고 새로운 골판지를 가져오게 시키
는테치!
그런테치!
골판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간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이미 안에 바닥에 누워있는 자실장
한 마리가 있는걸 봤다.
테! 누가 있는테치!
건방진테치! 와타시가 엄청난 고생을 하며 왔는데 천한 실장석 주제에 편히 자고있는테치!
죽여버리는테치이!
텟치! 텟치!
죽는테치! 테치!
텟치!
-퍽 퍽퍽 퍽퍽!
바닥에 누워있는 자실장을 둘러싼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사정없이 자실장을 짓밟기 시작했다.
한참뒤에야 체력이 다한 자실장들은 제풀에 지쳐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테히... 테프프! 이 녀석 비명 한번 못지른테치!
테프프프! 끔찍하게 일그러진 죽은 얼굴테치! 최강인 와타치에게 걸리면 누구든 이렇게되는텟
치!
자. 마마가 오기전에 이 고기를 먹어치우는테치! 이 집의 자는 와타치들뿐으로 충분테치!
그런테치!
집바꾸기 자실장들은 증거인멸을 위해, 고기를 토막내 나눠먹기 시작했다.
테? 뭔가 혀가 아린테치?
와타치도 그런테치..


-끝-



- ? 루트 -

데... 데스... 데스...
눈 앞에서 고열을 내며 앓고 있는 마지막 자를 두고 친실장은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자가 흘리는 땀 만큼이나 친실장의 이마와 등에도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소중한 자를 살리려면 뭔가를 해야한다.
그러나 친실장의 머리를 맴도는 콘페이토, 약, 인간의 돈 등의 생각은 어느것이나 허무한 결
말만을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데...? 데...
와타시의 무력함을, 실장석이란 존재에게 세계가 들이대는 악의를 뼈저리게 느끼며 친실장은
눈물을 흘렸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발버둥쳐도 결말은 결국 같을 것 이다.
데스우우...!
통곡하듯 울음소리를 낸 친실장의 움직임이 문득 멈췄다.
데... 데스...
그리고 뭔가를 고민하듯 한참동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서성였다. 그러나 그러다가 다시 뭉
툭한 손을 올려본 자의 이마의 뜨거움에, 친실장은 결심을 굳혔다.
데스!
그리고 자의 뜨거운 몸을 쓰레기장에서 얻은 낡은 걸레로 잘 감싸서 안아들고는 골판지를 나
섰다.
간절한 소망을 품고 급히 달려가는 그 뒷모습은, 곧 공원 바깥으로 사라졌다.
테치이~?
텟츄! 텟츄텟츄!
텟치!
잠시뒤.
덩그러니 남겨진 골판지에 다가온 여러마리의 자실장들이, 주위를 둘러보곤 환성을 지르며 안
으로 몰려 들어갔다.
다시는 '새로운 마마' 가 돌아오지 않을 골판지 안에서 들려오는 자실장들의 작은 울음소리는,
4일 뒤엔 완전히 조용해진다.
-탕탕탕탕
"응?"
공원 근처의 한 주택.
쇼파에 앉아 책을 보던 남자는 현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데.... 데스... 데....
그리고, 현관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실장석의 울음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서랍에서 스프
레이를 꺼냈다.
잠시뒤.
테치... 테치...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실장용 침대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타올을 덮고 잠든 자의 모습을 안
심하며 내려다보는 친실장에게, 부엌에서 돌아온 남자가 작은 컵을 내밀었다.
데.....
그리운, 자실장일때 아끼던 실장석용의 노란 플라스틱 컵을 본 친실장이 눈물을 흘렸다.
여기는, 이 친실장이 사육실장으로 길러지던 집이었다.
자실장 시기를 행복하게 보내다 성체가 된 이 실장석은 당연히 자에 대한 욕구가 생겼지만 사
육실장이 새끼를 낳으면 십중팔구 관계가 박살나는걸 아는 주인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을 뛰쳐나온지 한달.
그렇게나 원하던 자를 품에 안았지만 역시 분충이 섞여 있는걸 솎아내지도 못하고 모두 키우
려 쩔쩔 매다가 하나씩 하나씩 잃어버렸다.
먹이를 독차지하려 싸우는 분충자들의 틈에서 다른 새끼들이 굶어 죽었다.
혼내고 가르쳐도 억울함만 호소하며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는 분충자의 소리에 골판지 위치가
들켜 파란옷을 입은 인간이 왔다.
간신히 두마리를 양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 새로운 집을 만들었어도 마마의 말을 무시한 자는
쓰레기를 주우러 간 사이에 사육실장의 물건을 뺏으려다 주인에게 도로리 스프레이를 뒤집어
쓰고 질척한 녹색 물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한마리만 남은 자.
자 중에서 제일 착하고 마마의 말을 잘듣는 영리한 자가 죽어가자 친실장은 결국 원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데스우...
눈물을 흘리며 컵에 담긴 꿀을 넣은 따듯한 우유를 마시는 실장석을 보며 남자는 고민하고 있
었다.
문을 두들기는게 항상 그렇듯이 마치 자기 집인것 마냥 몰려 들어오려는 들실장 일가라고 생
각한 남자는 시비레 스프레이를 꺼냈었다.
죽이진 않지만 적어도 마비시켜 머리와 옷 정도는 뺏어 독라로 만들어야 다시는 안 기어들지
만 매번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이번에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연 남자의 눈에 보인건, 주머니가 달린 익숙한 실장옷
을 입은 성체한마리가 정신을 잃은 자실장을 안아 내밀며 통곡하는 장면이었다.
고생했구나, 미도리.
데... 데스우...
제멋대로 떠났던 주인님의 상냥한 말에, 친실장-미도리는 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테치~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주인은 미도리가 집을 나간 이후에도 실장푸드나 수조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 중에 있던 실장석용 감기시럽을 먹고, 옛날에 미도리가 자던 따듯한 침대에서 자며 실장푸
드를 배불리 먹은 영리한 자실장은 완전히 건강해져 있었다.
그 자실장이 실장푸드가 쌓인 접시에 다가가 하나를 집어들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모습을,
미도리는 행복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멋대로 나온 집에 다시 가는 염치없는짓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와타시의 마지막 자가 죽어갈때 결국 의지할수 있던건 상냥한 주인님 뿐이었다.
와타시의 자가 당연히 분충이 아니란걸 안 주인님은 와타시와 자를 다시 길러주셨다.
이제,
열심히 노력해서 이 행복을 지키는것이다.
그때 그 선택은, 정답이었다.
데스우~
미도리의 행복한 울음소리가 드디어 돌아온 집에 울려퍼졌다.

- happy end route -




데스우~
텟펙!
데...데...?
울려퍼지던 행복의 울음소리를,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찢었다.
테치! 치이이! 테치이이잇-!
집에 받아들여진 후 며칠동안 마음대로 먹은 실장푸드의 냄새를 맡다가 자실장이 내팽개친
실장푸드가 발 앞에 굴러온걸, 미도리가 망연자실해 내려다보고있었다.
테샤아아아! 테샤아아아악-!!!
소중하고 영리한 자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자,
실장푸드를 마구 집어던지던 자가 바닥에 놓인 신문지에 껴 있는 광고지를 끌어내서,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 보는 주인님에게 들이대는 모습이 보였다.

- happy end rout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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