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의점

 

이른 한파로 인해 실장석에 의한 탁아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클레임이 잦아지자 G 편의점은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기 전 일부 구조변경과 실장석 관련 업무 추가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봉투를 반드시 묶도록 하고, 이를 거절할시 피해보상을 거부하는 방침도 있었지만 클레임의 원인이 되는 실장석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었다.

새로 단장한 편의점은 가게 밖 장애물들을 전부 제거하였지만, 입구 가까이에는 검은 벽면에 분리수거 통 등으로 실장석이 숨을만한 공간을 마련하였다. 야간에 탁아하려는 실장석들이 숨기좋은 공간이라 좋아하며 숨어들더라도 근무자는 계산대 뒤에서도 매직미러를 통해 놈들을 쉽게 파악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의 클레임 숫자는 유의미한 정도로 줄어들었다.

겨울의 초입, 야간근무자인 남자는 손님이 들어오는것을 보고 매직미러를 흘끗 바라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실장석이 숨어들어와 출입구를 보며 동태를 확인하는것이 보였다. 친실장, 자실장 셋, 엄지 하나로 이루어진 일가. 마침 손님이 한명이었기에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손님을 따라나가면서 처리하기로 하였다.

"데... 삼녀 준비하는데스! 뎃? 어째서 입구가 없는... 데갹!"

친실장이 봉투의 입구가 묶여있는것을 보고 주춤하는 사이 남자는 친실장의 안면에 킥을 먹인다. 자실장은 운좋게 친실장이 놓치지 않고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치진 않았다. 안면에 격통을 느끼며 일어난 친실장의 눈에 자들을 봉투에 담고있는 남자가 들어온다.

"데아아아아! 닝겐상 죄송한데스! 날은 춥고 먹을건 부족해 한때의 미혹때문에 탁아를 선택한데스! 자들만 돌려주면 다신 나타나지 않겠는데스!"
"일단 저질러놓고 이런소리 하는꼴이 웃기단말이지... 좋아. 너같은 놈들은 바로 처리하는게 원칙이다만 기회를 한번 주도록 하지."

안면을 한번 걷어차인 덕분인지 친실장은 패악을 부리기보단 빠르게 엎드려 비는것을 택하였다. 친실장은 운이 좋았다. 남자는 야간근무동안의 심심풀이가 필요했고, 손님이 뜸한 시간이라 실장석에게 거래조건을 내걸 수 있었다. 두 가지중 하나만 아니었어도 일가는 사이좋게 실장석 회수 컨테이너에 들어갔을 것이다.

"앞으로 여기 찾아올 일가 하나를 해치울때마다 한마리씩 풀어주마. 기간은 날이 밝을때까지. 똥벌레 4가족정도는 해치울 수 있겠지?"
"그, 그럼 먹을것이라도 주시는데스... 속이 빈상태론 싸우기 힘든데스우..."
"그래? 사람먹을건 줄 수 없는노릇이고... 그럼 이걸 주지."
"레? 와따시 선택된레치? 레프프 어서 콘페이토를... 레, 레챠앗! 와따시 목은 거기까지 돌아가지 않는!!.."
-뚜둑-

남자는 봉투에서 엄지를 꺼내 목을 부러뜨린 다음 친절하게 머리가락과 옷을 제거하여 친실장에게 건낸다. 엄지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친실장과 봉투안의 자실장들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그럼 이걸 먹으면 되겠네. 3가족만 잡으면 되고 좋지? 이걸로 부족하면 제일 큰녀석으로 줄테니 말만 해. 배도 빵빵하게 채우고 2가족만 잡으면 되니 더 좋겠지?"

이전에 봤던 동족들은 문답무용으로 처리당했으나 자신들에겐 말도 걸어준 만큼 행복회로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엄지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는 일가를 현실로 되돌리면서 다음은 장녀의 차례라는 남자의 메세지를 충분히 전달하였다. 엄지야 혹시나싶어서 데려온 것이지만 자실장들이 죽으면 곤란하다.

"이, 이걸로 괜찮은데스. 똥벌레들을 잡겠는데스..."
"좋아. 그럼 우린 들어가있을게. 꼬마벌레들은 마마의 야식이 되고싶지 않으면 괜히 시끄럽게해서 내 관심을 끌지 말라구?"

남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자 친실장은 엄지의 시체를 들고 맞은편의 골목에 숨었다. 동족식을 이제껏 하지않은것은 아니었지만 구더기만 먹어왔지 엄지 이상의 것을 먹는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먹지않으면 곧 있을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탁아분충들은 대부분 굶다못해 최후의 힘을 짜내 오는것이 대부분이지만 남은것을 모조리 먹고나서 오는 녀석들도 있으므로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친실장은 이 다음에 먹는것이 자신의 자가 아니길 바라면서 엄지의 시체를 입어 넣고 씹었다.

엄지를 먹고나니 어느정도 힘이 붙는것 같았지만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이 힘도 소용이 없을것이기에 친실장은 어서 탁아분충이 나타나길 바랐다. 자신의 염원이 닿았는지 곧 한 일가가 편의점 은신처에 숨는것이 보였다. 남자는 매직미러를 통해 일가를 발견하고 어떤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며 밖을 응시한다.

"적당히 어두우면서도 바람도 없는게 노예닝겐을 기다리기에 부족함이 없는곳인데스. 자들은 기다리는동안 노예닝겐을 어떻게 길들일지 생각해놓는데스."
"치프프픗! 그런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테치! 노예닝겐은 와따시를 보자마자 메로메로되는테치!"
"당연한 일이지만 조금의 칭찬은 해줘야 노예닝겐이 우쭐해서 일가를 기쁘게 모시는데스. 잘 기억하는데스!"
"걱정마는테치! 똥마마도 이모토챠도 운치노예... 아니 사육실장으로 같이 살게끔 하는테치!"

전형적인 분충들의 대사를 내뱉는 일가의 앞에 친실장이 나타난다. 갑작스런 동족의 등장에 잠깐은 긴장하던 일가였지만 친실장이 아무말 없이 은신처 구석에 자리를 잡자 안심하다못해 비웃기까지 한다.

"데프프프 잘 생각한데스. 세레브한 와따시의 일가가 먼저 사육실장이 되는건 당연한 일인데스. 정성을 봐서 사육이 되면 운치굴 노예로 삼아주는데스"
"자도 없이 탁아하러 온 머리나쁜 오바상인테치. 자기가 귀여운줄 아나본데 노예닝겐에게 맞아죽지나 않을지 걱정되는테치."

자신과 같이 어쩔수 없이 탁아를 하러 나온 녀석들이었다면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들었겠지만 자신을 비웃는 말에 일말의 망설임마저 사라졌다.

친실장은 출입구를 힐끔거리는 탁아친실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순간 다가가 머리채를 잡고 벽에 찧기 시작한다. 탁아친실장이 저항하기위해 휘젓는 팔에 맞아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지만 친실장은 머리채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한다.

자실장 중 제일 덩치큰 두명이(아마 장녀와 차녀이리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격자를 두들기지만 친실장은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탁아친실장의 머리를 계속해서 벽에 찧는다. 결국 상대의 머리가 깨져 혼절하자 친실장은 자신을 때리던 자실장들의 머리를 온힘을 다해 내리친다. 안그래도 약한 자실장의 머리는 두부으깨지듯 무너지며 두마리는 쓰러져버고 친실장은 벌벌 떨며 운치나 흘리는 나머지 자실장들을 처리한다.

"닝겐상. 분충일가 하나를 처리한데스. 약속을 지키는데스."
"오 수고했다. 무기없이도 잘하는걸? 실장석들은 멍청해서 정면대결밖에 못하는줄알았는데 새로운 발견이야..."
"뎃? 어떻게 아는데스? 와따시다치는 볼거리가 아닌데슷!"
"인간들은 아는 방법이 다 있어요. 계속 따지고들면 재미없다? 앞으로의 사냥에 도움이 되라고 장녀를 주도록 할게."
"니, 닝겐상... 호, 혹시 먹을것을 줄수는 없는데스? 밖은 춥고 방금의 싸움으로 힘을 많이 쓴데스..."

남자는 대답대신 장녀의 머리를 잡는다.

"테챠아아! 마마 살려주는테치! 빨리 먹는거 필요없다고 말하는테치! 더이상 목이 안돌아가는테챠아아아!"
"필요없는데스 닝겐상! 필요없는데스!"
"뭐 굳이 이러지 않아도 먹을거 밖에 충분히 있잖아?"
"뎃?"
"이것들은 굳이 말해줘야 알아듣네... 니가 죽인것들 있잖아? 자식도 잘 먹던데 저건 일도 아니겠지? 곧 치울테니까 빨리 가져가라고."
"데스..."
"혹시나 싶어 말하는데 장녀 줬다고 도망갈 생각은 마라? 네놈들따위 금방 찾아서 수거함에 넣어줄 수 있으니까."

남자와 헤어진 친실장은 장녀와 함께 성체의 옷과 자실장 시체 몇구를 가지고 반대편 골목에 다시 숨었다. 친실장은 성체의 옷을 껴입은다음 자실장들의 옷을 벗겨내 장녀에게 입힌다. 탁아일가가 흩뿌린 피와 똥냄새가 났지만 얼어죽는것보단 나았다. 친실장은 자실장 시체 하나를 들어올려 먹기 시작한다. 엄지를 한번 먹어본 만큼 거리낌 없이 자실장을 물어뜯으며 뱃속으로 넣는다. 장녀는 자신과 얼마 차이나지 않는 크기의 자실장들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식겁했지만 나머지 가족을 구하기 위해선 이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친실장을 따라 식사를 시작한다.

친자가 식사를 마친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른 일가가 도착하였다. 이번 일가는 먹을것은 잘 먹은 것처럼 보였으나 급히 도망친것처럼 헝클어져있고 얼핏 피도 보인다. 아마 월동은 마쳤다만 학대파로 인해 모든것을 잃고 마지막 수단으로 탁아를 선택한 것이겠지. 잘먹은데다 신경이 곤두서있는상태, 분명 쉽지않은 상대일 것이다.

장녀는 탁아일가를 관찰하고 나서 무언가를 떠올린듯이 주변을 둘러보다 원하는걸 찾은 모양이다. 장녀가 친실장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친실장은 근처에 있던 깨진 벽돌을 아직 남아있던 자실장의 옷가지에 넣고 어깨넘어로 진 채 탁아일가에게 다가간다. 역시나 신경이 곤두서있던 탁아친실장은 네발을 딛고 위협자세를 취한다.

"데샤아아악! 꺼지는데스! 여긴 이미 와따시가 선점...!"
"이거나 처먹는데샷!"
"테챠아! 마마가 당한테치! 일가실각인테챠앗!"

위협자세를 취한 상대에게 다가가자마자 친실장은 그대로 자실장의 옷을 자루삼아 메고있던 벽돌조각으로 상대의 머리를 내려쳤다. 원심력이 붙은 벽돌조각은 시원하게 성체의 머리를 박살낸다. 탁아일가의 자들은 이 광경에 놀라서 빵콘한채 주저앉아 차례차례 벽돌조각의 희생양이 되어간다.

"닝겐상. 처리한데스"
"여기 차녀다. 이야~ 갈수록 발전하는구만. 그래도 지금 방식은 아무래도 치우기가 좀 불편하네. 못을 줄테니까 좀 깨끗하게 처리하자고."
"알겠는데스."
"먹을건 알지? 빨리 가져가."
"..."

말없이 돌아선 친실장은 골목으로 돌아가 장녀가 시체에서 회수한 옷을 차녀에게 껴입히고 식사를 시작한다. 드디어 마지막 일가가 도착했다. 친실장 하나에 자실장 하나. 친자 모두 헬쓱헤져 있는데다 친실장의 옷은 여기저기 헤져있고 자실장은 숫제 반독라다. 가을의 경쟁에서 밀려 월동준비따윈 못한 일가겠지... 이 일가를 향해 친실장, 장녀, 차녀는 자신들을 감출 생각도 없이 정면으로 다가간다.

"뎃! 동족상! 와따시가 비킬테니 먼저 탁아하는데스! 와따시는 이제 힘도없는데스. 오마에를 공격할 마음도 없으니 살려만 주시는데스..."
"오바상 이렇게 빌테니 살려주는테치! 집에 이모토챠들이 죽어가는테치! 닝겐상에게 기대지 않으면 모조리 죽어버리는테치!"
"오마에가 죽어야 와따시가 사는데스."

탁아일가는 친실장이 다가오는걸 보자마자 엎드려 빌기 시작한다. 용케도 노예가 되지않고 여기까지 왔다싶다. 남자는 놈들을 유린하는 친자들을 상상했다. 마저 독라로 만들고 괴롭히다 죽이겠지. 남자에겐 실망스럽게도 친실장은 바로 성체의 머리에 못을 꽃아넣고 장/차녀는 반독라 자실장을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자기들과 비슷한, 아니 더한 처지의 일가였지만 이제 친실장은 주저함이 없다.

"끝난데스."
"대단한데? 일가를 셋이나 끝장냈어. 겨울철에 이렇게나 할수있는 녀석들은 몇 없을걸?"
"..."
"왜이래? 이제 탁아하다가 죽을염려 없이 먹을것과 입을것, 보온재도 다 장만했잖아? 이제 집만 있으면 되겠네."
".......!!"

남자의 말에 친실장은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남자는 삼녀를 되돌려 주면서 자신과의 내기에서 승리한 친실장을 축하해주고자 편의점 봉투에 그들이 방금 죽인 친자를 넣어 건냈다. 남자의 선물을 받아든 일가는 그대로 골목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며칠 후, 친실장은 침엽수 덤불에 숨어 공원 밖으로 나가는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늦은 밤에도 한참을 도로를 감시하던 친실장은 드디어 목표한 것을 발견하였다. 밤이 되어갈때 자실장 하나를 안아들고 공원을 나갔던 녀석이 돌아와 나머지 자실장들을 이끌고 공원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분명 탁아를 성공했다며 집을 찾아가는 길일 것이었다. 묘하게 흐느적거리며 걷는것이 편의점-공원을 왔다갔다 하느라 체력이 소진되어 인간의 집으로 가는 편도여행을 떠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실장은 대못을 고쳐잡고 덤불에서 뛰어나가 곧바로 성체의 배를 찌른다. 없는 체력에 급작스런 공격을 받은 성체는 그대로 절명하고 나머지 자실장들은 친실장을 뒤따라온 중실장들에게 붙들려 독라가 된다. 친실장이 성체 고기를 수습하는동안 중실장들은 독라들을 추궁하여 하우스를 찾아내어 얼마안되는 전리품과 골판지를 챙겨 집에 돌아간다. 공원 한켠에 잘 숨겨진 녀석들에 집에는 바닥에 여러 실장복들이 깔려 냉기를 막고있고, 운치굴에 가득한 독라들이 잡아먹히지 않길 바라며 조용히 흐느끼고있다.

공원의 겨울 사냥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안전하게 약해질대로 약해진놈들을 사냥하지만 언젠가는 하우스 안에 숨은 분충들도 놈들의 목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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