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남 말

 

「죄송합니다. 안타까옵게도, 귀하와 함께하지 못함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다음번에도 귀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뵙길 소망하오며, 귀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갑은 이미 돈이 떨어진지 오래고,
양복은 보이지 않게 해져 안감이 떨어지는 판이며
구두는 굽이 닳았습니다.


딱 한벌 있는 양복입니다.

살아생전에 양복 잡수시고 일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땡겨보겠읍니다.
하지만,

그럴 행운은 제 평생에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지갑은 돈이 떨어진지 이미 오래라서요,
제발 부탁에 한달에 한 번이라도 돈 얼굴을 뵈옵고 살기를 소망하는 바이오니

'아이고 어디를 가셨다가 이제 오십니까'
하고 절을 해야할 판입니다.

이제 진짜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저는 어떻게 해야 쎄레브한 양복을 잡수시고 남들과 같이 살아 보겠읍니까?

제가 무엇이 그리도 부족하시길래
다들 저를 싫어하십니까?

하고 백주 대낮에 부모도 몰라보게끔 술에 취하신 토시아키씨,

그네에 걸터앉아 참이슬을 빨간 딱지로 나발을 부시는 오후 한낮이다.


노란 병아리차 한대가 토시아키씨 앞을 지나간다.
인솔 선생님의 눈길이 한심을 띄었다가 경계를 보인다.

아이들 부모도 제각기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부모도 몰라보는 낮술에 남의집 귀한자식을 알아볼리 만무하다.

아아니, 나도 남의 집 귀한자식입니다. 우리 엄마아빠 나를 얼마나 이뻐하시는데요!

하고 술주정에 탄식하는 소리가 그대로 세레브하신 미시들에게 들리니
지금이라도 경찰이 들이닥쳐도 할 말 없겠지만

양복이 토시아키씨를 살렸다.

양복 아니었으면 그대로 망세간지갑자로 은팔찌행인 것이지만

나는 죄가 없소 하고 양복이 토시아키씨를 살린 것이다.


다시 오후 네 시의 공원이 따분한 햇살 아래 소주병이 빛난다.


「닌겐상, 세레브한 닌겐상, 와따시의 자들이 예쁘지 않은데스우? 틀림없이 행복해지는데스우!」

벌개진 시선에 자기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참피가 자 네마리를 몽주리몽주리 데리고 토시아키씨 발 아래 섰다.
자기 자식 이쁘다고 하늘 높게 치어든 손에 꼬질꼬질한 참피새끼 하나가 토시아키씨에게 환하게 웃어주고 있다.

자기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나 한다던데, 지금 토시아키씨 눈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 신경이나 쓰이는 눈인가
하고 물어도 대답없는 것은 팔불출에 반편이기 때문에 그렇다.

면접에서 번번히 물 먹고도 포기할 줄 모르는 토시아키씨나
번번히 탁아로 좋은 꼴 못보는 참피들이나 매한가지인거 같은데

과연 여기의 어디에서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문득 이력서가 갑자기 토시아키씨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 시너지 효과가 번득이는데

대체 이 참피들은 무슨 근거로 행복해진다고 하는 것인지 토시아키씨가 목을 가다듬고 묻는다.


「귀하께서 저에게 탁아하시려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와따시다찌를 키우면 행복해지는데스! 쎄레브한 옷을 입은 닌겐상은 틀림없이 쎄레브한 닌겐데스우! 그런 닌겐상에게는 쎄레브한 와따시의 쎄레브한 자가 딱인데스우!」

「귀하께서 저에게 자를 탁아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주위를 둘러보는데스! 쎄레브한 와따시다찌와 쎄레브한 닌겐상밖에 없는데스! 천생연분인데스!」

전혀 설득이 되지 않고 있다. 갑자기 토시아키씨 마음에 열불이 인다.


「죄송합니다. 귀하의 자와 함께하지 못함을 전해드리게되어 매우 유감임을 전해드리는 바이오며, 부디 다음번에 다시 좋은 인연으로 만나뵙기를 소망합니다.」

하며, 소주병 주둥이로 쳐든 자의 모가지를 따버린다.

이제는 아예 외워버린 대사다. 이게 뭐냐.

지금 복무신조 외우자는 것이냐.

따인 자의 모가지에 지랄에 발광하는 것은 친실장만 그런것도 아니다.
토시아키씨 마음에도 열불이 이는 것이다.

시방 나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니고 돈벌자고 지금 이지랄떠는 중인데
이새끼들은 목숨보다 귀하다는 자식의 생명을 가지고 면접을 이따구로 보다니

그 죄가 죽을죄라는 것을 알려줘야만 한다. 이것은 토시아키씨의 사명이다.


「닌겐상! 닌겐상! 그럼 이 자는 어떤데스우!! 아까 자는 솔직히 분충이었던데스!! 이 자는 닌겐상의 마음에 쏙 들것인 데스!」

「그런데츄! 와따치는 운치도 잘 가리는데츄! 춤도 노래도 잘하는데츄!!」

「귀하께서는 춤과 노래가 장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잠깐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닌겐상은 잘 듣는데츄! 두눈 크게 뜨고 잘 보는 데츄! 와따시가 춤추고 노래하는데츄!!」

이 나른한 초여름 오후에 소주병을 끼고 앉은 사람 앞에 참피 씰룩대봐야 노친네들 젓가락장단만큼도 못한 것이다.

토시아키씨가 안주삼아 그대로 꼬질꼬질한 자실장 대가리를 씹어버린다.
들실장 꼬질꼬질한 기름기 반질반질한 머리카락이 토시아키씨 입에 걸리지만
취객에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부모도 못알아보는 낮술을 우습게 보는게 아니다.

「데갸아아!! 똥닌겐 뭐하는데샤!! 와따시 자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데샤!!! 그 자는 제일 귀여웠단 자인데샤!!!」

지랄 발광으로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철지난 참피의 대가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주병목을 손에 쥐고 대가리를 후려주었다.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 증거로 움푹해진 대가리를 손으로 감싸고 쩔쩔매는 80년대 아동교육만화에 나오는 혹달린 소년 꼴을 지금 참피가 하고 있지 않느냐.

전통은 시공을 초월하여 소중한 우리것을 전통이라 한다고 얼핏 배운것도 같으니
그래도 소주병은 아직 한 개 남았다.

「금번 저희 회사에 지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면접을 잘 보시면 사육 실장이 되십니다. 면접을 못 보시면, 여기 소주병 한 개로는 여러분의 대가리를 따서 보관하고, 여기 소주병 한 개로는 여러분의 대가리를 움푹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똥닌겐!! 그런 소리는 더 일찍하라는데샤!!! 와따시다찌는 면접이 뭔지 모르는데샤!! 사육 실장을 하는데샤! 쎄레브한 와따시다찌인데샤!!!! 쎄레브가 와따시다찌에게는 어울리는데샤!!」

이런 멍청한 발언은 문답이 무용이다. 옆에 있던 참피 하나 또 박살내준다. 아직 발언하지도 못한 자실장이지만 아마 토시아키씨도 이렇게 면접 떨어진 적이 있었을 것이다. 틀림없다.

「여러분이 사육실장이 되시면 저에게 무엇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하는 데스!! 똥닌겐이 오히려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냐는데스!!」
불이 치밀어올라 소주병으로 죄다 밀어버려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려다가, 문득 묻는다.

「연봉 협상을 먼저 말씀하십니까. 1년에 콘페이토 12봉을 드리겠습니다.」

「무슨말인데스!!! 많은것인지 적은것인지 모르겠는데스!! 똥닌겐은 더 쉽게 말하는데샤아악」

토시아키씨 속에 불이 난다. 열불이 난다. 마치 예전 철없던 시절 자기 모습 보는 것도 같다.
온갖 병신같던 예전 일이 주마등으로 스쳐지나가고있다. 그래도, 다년간의 면접탈락으로 이제 얻은 것이 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좀 뭔가 알 것도 같다.

「좋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스테이크, 1주일에 콘페이토 세 알을 드리고 하루에 세 번 일반 실장 푸드를 드리겠습니다.」
「데프프프, 좋은데스! 하루에 세 번 콘페이토를 주고 일주일에 네 번 스테이크가 와따시다찌에게 어울리지만 특별히 많이 봐준데스. 어서 우리들을 데려가는데스!!」
「저희 회사에는 그렇게 많은 참피가 필요없습니다. 자실장 하나만으로 족합니다. 지원자께서는 좀 더 깊은 고려를 부탁드립니다.」

「와따시다찌중에서 자 하나라니 터무니없는데스!! 쓸데없는 소리인데샥!!」

「조건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스테이크, 일주일에 세 번 콘페이토, 하루에 세 번 일반 실장푸드로 여러분은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세레브한 와따시의 삼녀를 키우는데스! 차녀는 분충이고 장녀는 세레브했었던데스! 하지만 삼녀는 순둥이에 머리도 좋은 것 같은 데스!! 삼녀를 키우는데스! 똥닌겐에게는 과분한데스.」

「삼녀께서는 무엇을 하실 수 있습니까?」

「치이이.. 와따시... 와따시는... 닌겐상, 와따시는 그러니까 착한테치. 마마의 말을 잘 듣고 착한 자가 되는 테치.」

「보라는데스! 삼녀는 순하고 착한데스! 어서 탁아해 키우는데스!!」

「전혀 설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삼녀씨는 자기 팔꿈치를 핥을 수 있겠습니까?」

「?」

삼녀는 자기 팔꿈치를 핥으려고 한다. 그러나 핥아질 수가 없다.
토시아키씨 마음에 벌써 삼녀는 낙점이다. 아니 지금 되고말고를 따질 땐가? 안 되도 되게 하라. 응?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빌어먹자고 면접보러 다니는 판에 되고 말고를 따질 때냐고. 일단 된다고 말을 해야지

하고 혼자서 고개를 내젓고 있는 토시아키씨, 실은 얼마전 면접에 우쭈물쭈물대다 떨어진 이유가 여기있다.


「자는 빨리 팔꿈치를 핥는데샥!!! 왜 못핥는데샤!!! 똑똑하다고 칭찬해줬다고 진짜 머리좋은줄 알았던데샤아아!!」
「마마!! 안되는테치!! 혀가 닿지 않는 테치이!!」
「팔꿈치 못핥는 자는 분충인데샤!!! 팔꿈치따위 왜 못핥는데샤아아!! 사육실장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는 자인데샤!!」
「안되는테치!! 죽어도 안되는테치이!! 팔이 안굽는데챠아아!」
「미친소리하지말고 핥아주는데샤아아!!」

결국 이 미친 모녀는 자실장의 어깨와 팔을 부러트리고야 말았다.

그래도 좋다고 눈물 범벅을 해가지고 혓바닥 낼름거리는 자실장의 모습에 토시아키씨는 질려버렸다.

그래, 니들은 합격이다. 오 시발 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구나 진짜. 그래 좋다. 어디 같이 한 번 희망찬 미래를 설계해 보자꾸나.

「마지막 질문입니다. 귀하께서는 10년뒤 어떤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 똥닌겐인데스!!! 세레브한 와따시다찌 자를 많이 낳아 행복해지는데스! 자는 행복인 것인 데스! 다시 물을 필요도 없는 데스!!!」



「안됐지만 귀하께서는 저희 회사의 면접에서 떨어지셨습니다.」

하고 소주병을 날려 준다.

「데갸아오오!! 미친닌겐인데스!! 똥닌겐인데스!! 합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냔데스!!」
「자실장 하나만 된다고 했잖아 미친참피새꺄」
「그럼 와따시를 키우는데스!!! 저따위 자는 트럭으로 낳아주는데규오오오!!」

소주병으로 후려서 한번 더 날려준다.

「금일 면접에 수고하심을 알려드리며, 감사의 뜻으로 다음번 탁아때는 니 말만 하지 말고 내가 듣고싶어 하는 말씀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세레브한 사육 실장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하며, 자들 대가리가 들어있는 남은 소주병을 친실장 입에 꽂아주었다.

친실장이 열심히 뭐라 말하는 것 같지만 오물대는 입은 아무래도 자실장 대가리를 씹는 것 같다.

아무래도 좋다. 여기 으스러진 팔을 한 자실장이 뭔가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토시아키씨는 오늘의 이 낮술로 뭔가 해답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다.

결국 면접이라는건, 사돈 남 말이 아닌가.

왜 저 참피새끼들은 꼭 옆구리 찔러 절받게 하는건지 모르겠는 것이
아마 지금까지 자기를 봐온 면접관들의 생각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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