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실장 1~11 (완)

 

[우리 미도리가 갑자기 밥도 먹지않고 계속 투정만 부리네요...]
[콘페이토 싸게 파는곳 있나요?]
[사육실장 분양합니다.]

드르륵. 드르륵.

[실장석 키우는 팁]
[분충은 어떻게 처리해야하나요?]

드르륵. 드르륵...

[마당실장 알고있냐?]

드르...클릭.

[마장실장 알고있냐?]

말 그대로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거야. 집 안에서 키우면 별 난리를 다 피우잖아. 결국엔 밖에 나가고싶다고. 분충되는 엔딩이잖아 ㅋㅋ 오냐오냐해줘서 그런거라니까? 
차라리 마당에 키우는 강아지 느낌으로 키우는거지ㅋㅋ 정도 많이 주지마. 진짜 딱 마당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그느낌이면 분충도 안돼.


-댓글-

ㅇㅇ:ㅋㅋ 마당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 ㅋㅋ
실장실장:그럴바엔 강아지를 사고 맘...
              ㄴ ㅇㅇ:이게 맞다 ㅋㅋ
코로리페이토:나쁘지 않은거 같은데?
공원의수호자:금수저 전용 실장석임?


"....호오."

인터넷 최대의 실장석 사이트 "Jisouuseki" 를 둘러보던 한 남자가 한 게시물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있었다. 그의 이름은 토시아키(36)세. 20살부터 열심히 일해, 노력과 운. 그것으로 국내 최대 건축기업에 취직해서 불과 36살만에 꽤 큰 재력을 보유하게 된 착실한 남자였다.
그는 푸른 공원이 바로 앞에 있는 마당이 딸린 전원주택에서 살고있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 신도시 지역이긴 하지만, 요즘 시대에 이 정도로 해내다니, 주변사람들은 감탄을 금치못했다. 그는 분명 부족한것 없이 지낼거라고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하아...로키. 보고싶구나."

하지만 그건 그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의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매우 외로웠다. 36살이 되어서도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서 살고있던것이다. 돈이 많아도, 훌륭한 삶을 살아도....그런것으로는 고독함을 메울수없었다. 그래서 그는 강아지를 길렀었다.
지금은 없지만. 며칠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강아지 '로키'와 함께 살고있을땐, 그는 행복했다. 외로움따위는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떨어질 녀석이 아니였다. 뭔가를 체념한건지, 바닥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던 죽기 직전의 로키를 보았을때, 외로움은 다시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

"....실장석...이라."

그는 도저히 강아지를 다시 기를 생각이 들지않았다. 또 다시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거실에 앉아, 멍하니 TV만 보고있던...반쯤 죽은 그런 그에게 어느날 눈에 들어온 뉴스 하나. 실장석이 기르는 동물로 인기가 있다는 뉴스였다. 그 뉴스를 본 순간, 토시아키는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키워볼만할까..?
토시아키는 실장석에 대해서는 더럽다. 공원에 산다. 해로운 녀석들이다. 이정도만 알뿐, 자세한 상식이 없었기때문에, 인터넷으로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위석이란게 있다는것. 착한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쁜녀석도 있다는것. 분충이라는것. 콘페이토라는게 있다는것 등등. 토시아키는 열심히 글들을
찾아보았다. 어쩌면, 로키를 잃어 생겨버린 이 외로움을 해결해줄수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뭐야. 전부 분충으로 변한다고..? 기르기가 힘들어..?"

집에서 실장석을 기른다는 게시물들을 읽고, 또 읽어도 끝이 좋았던 글들은 하나도 없었다. 키우던 친실장이 결국엔 똥을 집어던지며 분충이 되고말았다. 기른 은혜도 모르고 자신을 공격한다. 크니 징그러워, 버리고 말았다. 등등. 사람들의 반응은 비판적이였다.
토시아키는 그런 글들을 보며, 집에서 기른다는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몰라도, 실장석은 간단히 키울수있다. 강아지마냥 다시 키우기에는 마음이 힘들다던지, 그런게 없다. 반려동물보다는 어릴적 여름방학 숙제로 하던 관찰일기같은 느낌으로 키울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처리가 힘들고, 결국엔 기르는 사람이 힘들어진다니. 그래도 토시아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글들을 찾아보았다. 혹시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런게 있지 않을까?

"....마당이라. 마침 마당이 있지."

그러다가 발견한것이다. 마당에 기른다는 글을 쓴 사람은 아마 별 생각 하지않고 똥을 싸지르는 느낌으로 글을 썼겠지만, 토시아키에게는 달랐다. 이 방법이라면 가능할듯 싶었다. 과하게 애정을 붓지 않는다. 마당에 놓고, 사육실장마냥 키우는게 아니라, 공원에서 사는것마냥. 마치 마당이라는 곳을 빌려준..

"그래. 집주인 마냥."

서울 반지하에 월세로 들어가는것마냥. 자신의 마당을 내어주는것이다. 생활은 알아서 한다. 집주인은 일절 터치하지않는다. 마침 집 앞이 공원이였기에, 공원에서 사는것과 똑같은 삶을 보낼수있을것이다. 어딘가에 가두거나, 속박해 키우는게 아니였다, 자유도 보장되어있었다.

"이거라면 가능하겠는데..."

이 방법은 마치, 지금까지 사람들이 써왔던 실장석 기르기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은 어느정도 남긴듯한. 그런 최고의 사육방법인듯 했다.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했다.

"좋아. 이렇게 길러보자."

그렇게 그의 마당실장 계획이 시작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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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일 중요한 실장석을 어떻게 구할까. 고민했다. 답은 의외로 빠르게 나왔는데, 역시 실장샵에서 구매하는 편이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토시아키는 실장샵을 향해 집을 나섰다.
마당에서 기른다는것에는 조건이 필요했다. 분충이 아닐것, 살아가는 의욕이 강해야할것. 좀 성장한 실장석일것.정작 자신을 마당에서 기르냐며, 반항하지 않을게 중요했다.
마당에서 기른다는 시스템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한 실장석이 좋겠지. 밥도 주지 않을 계획이다. 집 앞이 공원이니, 실장석이 지나다닐만한 통로를 만들어주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험난한 공원에서 반드시 살아돌아오겠다는 의욕이 있는 실장석이 좋다.
이건 뭐, 새끼를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또, 말했다시피 마당에서만 살뿐, 생활은 들실장과 다를게 없다. 그러므로 먹이경쟁에서 이길수있는 큰 실장석이 좋았다. 중실장에서 성체실장 정도면 좋겠지.

"어서오세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세 목적지인 실장샵까지 도착하고말았다. 

"테츄웅~ 테츄테츗!"
"데스. 데스데스읏~ 데스웅~"
"레치! 레츄레치! 레츄츄..."
"텟테로~텟테츄! 텟텟테~~"

샵 안에는 실장석들이 유리 수조 안에 담겨, 자신을 데려가라며 아우성 치고있었다. 옆에 있던 자신의 친구를 밀치고 좋은 자리를 가지려는 자실장. 열심히 춤을 추며 어필하는 성체실장. 자신의 노래실력을 뽐내다가, 시비가 걸린 두 엄지. 아무것도 모르고 레후- 울고있는 구더기까지.

"... 시끄럽구만."
"찾으시는게 있으신가요?"
"아, 네. 혹시 미아 실장석이나, 예전 사육실장들도 있습니까?"

토시아키가 찾으려는건 저런놈들이 아니였다. 애초에, 저런 놈들은 분충들이 많이 섞여있다. 그가 찾으려는건 버림받은 실장석이였다.

"네? ...물론 있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텐데. 키우기엔 좋지 않은 녀석들이에요. 괜찮으세요?"
"아, 네. 찾고있었습니다. 소중하게 키울테니까 걱정마십쇼."
"음.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은 토시아키를 샵 구석으로 데려갔다. 인기가 없어 이런 구석까지 내몰린 모양이다. 또, 관리가 허술한 모양인지, 유리 수조는 약간 낡아있었다. 안으로 보이는건 실장석 셋. 

"...데...뎃? 데스~? 데슷...데에. 데스웅~"
"...뎃! 데에. 데에에엣-!! 데샤아앗!"
"......뎃, 데스? 데스...."

"여기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세명밖에 없습니다."
"흠. 그렇군요."

역시나, 모두 성체실장이다. 그럴수밖에 없다. 키우던 주인이 샵에 실장석을 보내는 일은 질렸거나, 귀염성이 없는 성체실장이 되었을때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에게 있어선 잘된 일이였다. 성체실장이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조건에 들이맞았기 때문이다. 토시아키는 빤히 수조 안을 바라보았다.
수조 앞에 달라붙어, 토시아키를 향해 소리치는 녀석이 한명. 바닥에 주저앉아서, 그를 향해 아첨을 시도하는 녀석이 한명. 그리고 구석에 쪼그려앉아서, 사람이 오든말든 신경쓰지않는 녀석이 한명. 토시아키는 스마트폰의 링갈 어플을 활성화시켰다.

"...데슷. 똥닝겐! 당장 세레브한 와타시를 데려가는 데슷! 와타시의 주인사마에게 돌려보내는 데스! 주인사마가 분명 와타시를 애타게 찾고있을게 분명한 데챠아앗-!!"

...탈락.

"데에. 닝겐상. 와타시를 보는 데스~ 와타시의 매혹적인 몸매를 보는 데스웅~ 특별히 닝겐상에게 와타시를 데려갈 기회를 드리는 데규우웅~"

....아 씨. 무조건 탈락.

"...데스... 슬픈 데스. 오로롱. 와타시의 자들과 행복하게 산다는 와타시의 꿈은 어디로 간 데스까. 오로롱..."

....저정도면 합격인가?

"네. 저녀석으로 주세요."

"....데에..?"

토시아키는 링갈어플을 끄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 구석에 쪼그려앉아 중얼거리는 성체실장을 가리켰다. 저정도면 충분하다.

"데에!? 데슷! 데슷데갸아악! 댜게에엣-!!"
"뎃! 데스웅~ 데스웅~ "

선택받지못한 녀석들. 성질 부리던 녀석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아첨하던 녀석은 아첨의 강도를 높힌 모양이다. 신경도 안쓰이지만. 특히 아첨하는쪽은 더더욱. 살아남긴 힘들겠구나. 열심히 살아가렴.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신속히, 다른 녀석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구석에 있던 녀석을 빼내어 종이 캐리어에 넣었다. 역시, 이런곳에서 일하려면 저정도 테크닉은 있어야하는걸까. 

"....데에...."

선택당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녀석.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는 이곳에서 나가고싶었다.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견디기 힘든것이였다.

"그럼, 다음에 실장용품을 사러 오겠습니다."
"아, 네! 또 방문해주시길 기다리고있겠습니다~"

환한 인사로 바래다주는 직원. 시끄러운 소리도 신경쓰지않고, 저런 환한 인사까지 할수있다니. 프로인게 분명하다. 그런 덧없는 생각을 하며, 종이 캐리어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끼익. 대문이 열리고, 토시아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동안, 실장석은 한번도 울음소리을 내거나, 움직이지를 않았다. 혹시 죽은건가? 토시아키는 곧바로 종이 캐리어를 열고, 마당에 내려놓았다.

"....데에...?"

그러자, 녀석이 기어나왔다. 새로운 환경은 궁금했던 모양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살피고있다. 토시아키는 링갈어플을 기동했다.

"...데스우...여긴 어디인 데스...? 와타시는 어떻게 되는 데스까...?"
"어이. 실장석. 일단 반갑다."
"데, 데엣. 주인사마인 데스? 안녕한 데스."

내가 말을 걸자, 녀석은 깜짝 놀라며 나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예의가 바른걸. 교욱받은 실장석인가? 그는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이 있었지? 주인에게 버림받은건가?"
"..뎃. 긴 이야기인 데슷..."

자신에게 대해 물어보자, 술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들실장이였다는것. 어렸을때 어린 인간에게 납치당했다는것. 사육실장으로 살며, 열심히 살았다는것. 그리고 성체실장이 되자, 갑자기 버려졌다는것. 뭐, 뻔한 레퍼토리다. 어린 아이가 귀엽다며 키우기시작했는데, 거의 다 크고보니
징그러워져 버렸다는. 흔한 이야기다.

"뭐, 고생했군. 이제 그럴 걱정은 없다. 하지만 잘 알아둬야하는게 있어,"
"데..데에? 뭐인 데스까?"
"나는 너의 주인이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조금 다른 주인이지."
"데, 데엣?"

토시아키는 실장석에게 지식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의 '집주인' 이다."
"뎃. 집주인사마인 데스?"
"그래. 난 널 여기 마당에서 키울거다. 집에서 키우지않아. 집 앞이 바로 공원이니 너는 공원에 있었을때처럼 살면 된다. 말하자면...흠. 너는 마당실장정도 되겠군."
"데, 데엣. 예전처럼 살면 되는 데스?"
"그래. 먹을건 스스로 구하고. 새끼들을 낳아도 좋다."
"데, 데에에엣!? 정말인 데스까!?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집주인사마!"

새끼를 길러도 된다는 이야기에, 성체실장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뭐, 보통 새끼는 못기르게 하니까. 마당에서 기른다는 그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있으면 동족에게 공격받지도 않을거다. 무서운 고양이나 개 같은거에 공격받을 일도 없겠지. 안전하게 살수있다는거다."
"데슷. 멋진 데스! 집주인사마는 대단한 데스..."
"대신. 조건이 있다."
"데ㅡ, 데엣? 뭐인 데스까?"

마치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운것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실장석에게, 토시아키는 중요한 규칙을 설명했다.

"첫번째. 마당을 더럽히지 않는다. 만약 더럽혔다면, 직접 치우도록."
"데에. 쉬운데스. 운치굴을 만드는데스. 알겠는 데스. 집주인사마."
"아직 끝나지않았다. 두번째. 집을 지키는 역할을 맡기마. 마당으로 칩입하는 실장석들을 너가 없애면 된다."
"데, 데엣..!? 와타시가 지키는 데스까? 데엣..."

실장석은 자신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버려지고, 고생한 녀석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겠지. 그는 예상대로라는듯이, 주머니에서 자그만한 뭔가를 꺼냈다. 그걸 실장석에게 건넸다.

"자. 받아라."
"데, 데엣? 이건 뭐인 데스까? 집주인사마."
"그건 실장석 호신용 단검이다. 너라도 쓸수있는 무기지. 이게 있다면 휘두르기만 해도  왠만한 녀석들은 이길수있을거야."
"데, 데에엣! 감사한 데슷. 와타시가 집을 지키는 데스!"

이 집에는 실장석들의 침입이 잦았다. 공원에 밀접해있기도 하고, 먹이경쟁에서 밀리거나, 키워지고싶어 한줄기의 동앗줄이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오는 실장석들이 많았기도 했다. 옛날엔 마당에 있던 로키가 처리했지만, 지금 그녀석은...없으니까.
뭐, 어쨌든. 무기가 생기니, 녀석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돌아온듯 했다. 녀석은 검을 치켜들며 신나했다. 간단하기는.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 나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 너의 새끼들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내가 집에 돌아오면 간단한 인사 하나만 해도 된다. 나는 그렇게 엄격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하지못해서  예의에 어긋나거나, 나에게 실레를 범한다면..."
"데, 데엣. 어떻게 되는 데스까..?"
"벌이 기다리고있겠지. 중요하게 생각해라. 훈육에 신경쓰라는 이야기다."
"뎃. 알겠는데스. 명심하는 데스. 집주인사마! 와타시의 자들은 분충으로 만들지않는 데슷!"

성체실장은 손을 붕붕 흔들며 자신있다는듯이 이야기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둘쨰치고, 음. 이걸로 모든 규칙은 설명했다.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실장석을 마당에 놓여있는 골판지 집으로 데려갔다. 들실장들이 쓰는것과 똑같은 골판지 상자.
 토시아키가 오늘 아침에 다 먹은 대량구매 컵라면의 상자라서 새거긴 했지만. 

"자. 여기서 살면 된다. 오늘은 처음이니. 오늘 밤에 먹고 잘 음식과 물은 준비했다. 이제 나머지는 너가 알아서 해. 원하는걸 하면 된다."
"데. 데엣. 좋은 집인 데스. 와타시의 집인 데스까? 집주인사마. 고마운 데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실장석은 감사하다며,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끝일거같았던 인생에 찾아온 기회라 그런지, 예의는 바른 모양이군. 다행이다.

"내일부터 알아서 살면 된다. 그럼 나는 들어가마."

토시아키는 피곤하다는듯이, 하품을 한번 내지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여러가지로 신경을 쓴 모양이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쿵 닿았다.

"뎃. 집주인사마. 들어가시는 데스."

실장석은 어벙벙하게 가만히 서서 인사하고는, 그자리에 몇초동안 서있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건지, 자꾸 주변을 돌아본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공원과는 다르다. 호시탐탐 새끼들을 노리는 독라실장들이 없다.  

'데엣....꿈만 같은 데스. 자유씨가 가득한 데스..'

고개를 두세번 돌리고 나서는, 실장석은 그제서야 골판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데스-"

평소와 똑같은 마당이였지만, 오늘은 왠지 꽉 찬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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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 피곤하구나."

집으로 들어온 토시아키는 곧바로 씻었다. 졸음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대로 졸음에 져서 정신을 잃고 소파에서 자버린적도 몇번 있었기때문에, 그는 잘 준비를 철저히 했다.

"....흐음. 슬슬 봐볼까."

잠옷으로 갈아입는 토시아키가 기지개를 피는 와중에 뭔가가 생각났다는듯이, 피곤한 와중에도 방으로 걸음을 옮겨, 컴퓨터를 켰다. 띡! 가동음이 들리고, 익숙한 배경화면이 나타났다. 

"어디보자. 이거구나."

바탕화면에 자리잡은 CCTV 아이콘. 그가 더블클릭하자, 팟- 하고 화면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그의 눈동자에 비추어보이는, 떠오른 화면은...

"데슷. 데챱. 데챱. 데스웅..!"

토시아키가 골판지 집 안에 둔 실장푸드를 먹고있는 성체실장의 모습이였다. 꽤나 배가 고팠던건지,  입 안 가득 채우고는 양 뺨을 바쁘게 움직이고있었다. 

"데, 뎁! 뎃. 뎃. 꿀꺽. 데스으읏..."

먹던 도중에 목이 막혔던건지, 가슴을 두들기며 물을 마신다. 편안해진건지 편한 표정을 하며 실장푸드를 물어뜯는다. 실장석이란 동물은 인간과 비슷했다. 

"..뭐. 이렇게 보면 징그럽게 생긴것까지는 아닌거같기도 하고."

마당에서 기른다. 토시아키는 실장석을 반려동물이 아닌, 관상동물로 기르고싶었다. 그저 보고있기만 하면 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마냥 생각없이 볼수있는 즐거움거리로. 마당에서 기른다는것도 다 이런 생각이였다. 일일이 실장석을 챙겨주는건 힘들게 분명할뿐더러, 분충이라도 되버리면 처분이
곤란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방법을 택한것이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찰 프로그램같은, 인간이 모르는 생물의 모양. 일상. 사는 모습을 보는것이다. 그래서 그는 보안업체에 소형 CCTV를 구매했다. 실장석 가족의 삶을 관찰할수있도록, 컴퓨터와 거실에 연동까지 시켜놓았다. 집 안에서 체험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볼만하겠는걸."

화면 속 실장석은 물과 음식을 전부 먹고, 잠자리를 청하고있었다. 그가 대충 깔아놓은 손수건 위에 누워, 어느세 데에에....데스으읏.... 같은 소리를 내며 잠들어있었다. 익숙한 골판지 집 안이라서 그런걸까?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건 좋은 징조였다. 앞으로 어떤 일상이 펼쳐질까? 
토시아키는 가만히 웃음지으며,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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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에. 데슷..."

덜컹! 집 문이 닫히는 소리에 성체실장은 깨어났다. 아침 8시 반. 꽤 이른 시간이다. 눈을 반정도 감고 일어난 녀석은, 어젯밤 남자가 말했던 규칙이 떠오른건지, 화들짝 놀라 골판지 집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데, 데엣! 데슷. 데스우. 데즛."

방금 일어나 비틀거리면서도, 성체실장은 곧바로 토시아키에게 달려가, 상체를 완전히 숙이고는 인사했다.

"응? 깨어있었나. 착실히 규칙을 지켜줘서 기쁘군. 그대로만 해달라고. 실장..."

적당히 손짓을 하며 지나가려던 토시아키는 순간 자리에서 뭔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실장석이라고 부르는것도 조금 그렇다. 이름 정도는 붙여줘야 편할듯 싶었다.

"...그래. 미도리. 녹색이니까 그렇게 짓지 뭐."
"데에?"

성체실장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네 예전 이름이 뭔진 몰라도, 이제부터 너는 미도리다. 알겠지? 앞으로 미도리라고 부를테니까 알아두도록."
"테, 테에엣! 데슷. 데스우웃!"

링갈 어플을 키지않아서 실장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그는 몰랐지만. 아마도 기뻐하는 이야기일거라고.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는, 대문을 나섰다. 쿵!

"데엣. 데슷. 데스우..."

자신의 이름은 미도리. 성체실장, 아니 미도리는 기뻐했다. 인간에게 이름을 받았다. 애정이 가는 존재가 됐다고, 미도리는 마음속으로도 기뻐했다.

"...데. 데즈. 데슷데스우."

하지만 행복회로를 돌리던 실장석의 머리에 스쳐지나간 과거의 기억. 버려졌던 자신. 억울했던 그때 당시. 미도리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신은 어엿한 마당실장이라고.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데에. 데에슷. 데슷."

마치 손을 움켜쥐는듯한 자세를 취하며 미도리는, 다시는 버려지지 않겠다고,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데에~ 데스우~"

마당실장으로써 살아가는 첫 날. 골판지 집 안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우선은 미도리는 본격적으로 살아가기위한 준비를 하기위해 미도리는 대문을 열고, 공원으로 나왔다. 물론, 실장석이 인간이 여는 대문을 열수있을리는 없다. 미도리는 토시아키가 자신의 강아지 로키를 위해 만든 강아지
전용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간것이다. 실장석이라면 충분히 밀고 들어갈수있을만한 문이였다. 그덕분에, 공원과 마당을 자유롭게 오갈수있었다.

"데...데엣! 데...슷. 데슷데스~"

작은 골목을 지나 도착한 토시아키의 집 앞 공원은 꽤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있었다. 비교적 새로 지어진 공원이었기에,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쓰레기도 많아지는 법. 그 덕분에 미도리는 쓸만한 생수병을 찾아내 콧노래를 부르며 바닥에 질질 끌어 옮기고있었다.

"테치? 테에..."
"데슷. 데스데스우. 데즛."

생수병을 찾아 인간의 집쪽으로 걸어가는 미도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공원의 자실장과, 자실장을 데려가는 친실장. 최근 지어진 공원이기에, 실장석의 수도 적었다. 그 말은 즉슨. 먹이경쟁이나, 쓰레기 경쟁이 다른 공원에 비해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때문에 이 공원의 들실장들에게서는
동족식이나, 독라가 되버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살기 편하기에, 굳이 다른 실장석들을 건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미도리에게, 이 공원은 환상적이였다.

"뎃. 데스우. 데스우우웅-!"

공원을 나와, 마당으로 힘차게 생수병을 집으로 옮기는 미도리. 공원과 토시아키의 집 사이에는 짤막한 골목이 있었다. 차가 지나다니지못할만한 넓이. 덕분에 미도리는 차 걱정 없이, 공원을 왕복할수있었다. 실장석의 사망원인중  많이 뽑히는 것을 뽑으라면, 하나는 로드킬일것이다. 
본래 공원에서 떠나지않는 실장석들이지만, 공원 주변 골목에서 차에 치이거나, 새로운공원으로 이주할때에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토시아키가 이런 요소들을 알고 마당실장을 키우기로 한건지, 그건 알수없지만. 어쨌건 실장석에게 있어선 좋은 환경이였다.

"데스우~"

끼익. 미도리 전용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보니....

"데에..."

어젯 밤에는 정신이 없어 미처 보지못한 마당이 미도리의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에게는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미도리에게는 공원 구역 하나를 점령한듯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먼저 대문의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연못. 안에는 토시아키가 관상용으로 기르는 화려한 잉어 두마리가 살고있었다. 회사의 상사에게 억지로
받은지라 어쩔수 없이 키우고있는 모양이였지만, 미도리가 알리는 없었다. 미도리에게는 그저 신기한 물고기였을뿐이였다. 미도리는 모두 신기한것들뿐이였다.

"데슷. 데에? 데스우~. 데스스~"

대문 왼쪽 구석의 텃밭. 토시아키가 취미로 기르는 깻잎과 고추. 기타 등등이 자라고있었다. 집문 왼쪽에 위치한 수도꼭지. 마당을 정리할때 사용하는 호스가 끼워진채로,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흔히 볼수있있을터이다. 마지막으로 집문의 오른쪽에 위치한 미도리의 집까지. 미도리에게는 모든것이
신기한것들뿐이였다. 구경하는데에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데엣...! 데슷. 데스데스~ 데....데엣!? 데즈우우우!"

마치 자실장처럼 눈을 반짝이며 마당 곳곳을 탐색하던 미도리는,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는 생수병을 집 안에 둔 뒤, 곧바로 공원으로 뛰쳐나갔다. 아무리 살기좋은곳이라고 해도 밤의 공원은 위험하다. 습격을 받을수도 있고, 어둠에 길을 잃을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그 사실을 알고있던  미도리는
밥을 구하기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마당실장이라도 삶은 들실장과 똑같다. 규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들실장보다 안전하게 살수있는것이다.

"데스. 데스데스으읏-!"

미도리의 기운찬 소리가, 노을빛 지는 공원에 울려펴졌다.


일주일. 미도리는 열심히 공원과 집을 오갔다. 자를 낳는거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미도리가 그날 먹을건 그날 조달이 가능했지만, 새끼들이 생긴다면 인원수도 늘어나기에, 보존식같은 음식 저장분이 있었어야했다. 
지금은 봄. 여름이나 겨울은 아니기에, 아직 필수적인 무언가가 있어야하는건 아니였지만,
집 안은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에 깔 낙엽이라던지, 음식을 담을 상자라던지. 그런것들이 필요했다. 미도리는 준비가 필요했다.

"데에엣..! 데슷. 데스웃..."

그날 먹는 음식은 최소한으로 먹는다. 오래 두고 먹을수있을법한 음식은 전부 따로 상자에 담아놓았다. 

"데스웅~ 데스. 데스우!"

3일정도를 돌아다닌결과, 누군가 벤치에 놓고 간 신문지 3매를 얻었다. 미도리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물건. 집의 바닥에 깔고도 남았다. 여분의 신문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수있었기 때문에, 고이 접어 집 안에 두었다.

"데..데에!? 데스~ 데샤우웅~"

쓰레기 통 주변을 살피다가, 편의점 비닐봉투를 얻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운반수단인 비닐봉투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미도리의 식량, 물건 수집능력은 날아오를 정도로 좋아졌다.

"데슷. 데스데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때에는, 미도리와 집은 준비가 완벽했다. 집 안을 살펴보면, 왼쪽 구석에는 손수건과 신문지. 침대로 사용할수있었다. 그 옆에는 보존식 창고, 과자 박스에 오래가는 음식들을 옹기종기 모아놓았다.
입구 왼쪽에는 비닐봉투와 토시아키가 준 보검. 언제든 외출시에 챙겨 나갈수있게 준비했다. 집의 오른쪽 구석쪽에는 병뚜껑과 작은 돌조각. 그리고 물병. 주방같은 느낌이였다. 뚜껑은 물과 음식을 담을수있고, 돌로는 음식을 먹기좋게 다질수있었다. 살아가는데 물이 꼭 필요한 실장석에게 필요한 물병은 저번에 구했기에, 고이 모셔놓았다.
입구 오른쪽에는 인간들이 버리고간 탁구공. 사람한테는 흔한것이지만, 자실장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다른 실장석이 가져가려는것을 쫓아내고 겨우 구한 진귀한 물건이였다. 미도리는 새끼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될거라고. 이 장난감을 구할수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닥은 신문지를 몇겹씩 겹쳐 깔아, 비교적 푹신했고, 상자에 뚫려있는 손잡이용 작은 구멍은 바깥의 경계가 가능하고, 통풍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실장석에게 있어서 제일 이상적인 집이였다. 

"데에. 데에에."

집 옆에는 작은 구멍을 파, 운치굴을 만들었다. 토시아키의 더럽히지 말라는 말을 이해한건지, 단순히 필요했던건진 모르겠지만 자실장 두개를 세로로 이어붙인듯한 높이로 운치굴을 파놓았다. 그동안 미도리가  싸놓았던 운치가 꽤 바닥에 퍼질러있었다. 그 위는 신문지로 구멍을 덮어놓았다.
구더기를 키우거나, 새끼들을 혼낼때 사용하거나, 자판기를 만들어 보관하거나, 여러가지로 쓸수있었기에, 꼭 필요한 것이였다.

"....호오."

일주일동안 모니터를 주시하던 토시아키는 이 모든 과정을 구경했다. 저렇게 조그만한 존재가, 나름 의미를 가지고 집을 꾸미고, 음식을 저장하고 살아간다. 그에게 있어서는 신비한 경험이였다.

"슬슬 새끼들을 만들려는걸까."

토시아키는 한손에 맥주를 들고는 꼴깍꼴깍 마시며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별것 없는 시시한걸 보며 술을 마신다고 하겠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게다가 재미있는건 따로 있다. 
진짜 재미있는 구경은 자실장들이 생기고나서부터다. 도대체 어떤 새끼들을 낳을지, 무슨일들이 생겨날지.

"휴우. 기대되는구만."

토시아키는 씩.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의 전원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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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시아키가 기대하던 그 날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않았다. 그 날은 토시아키의 휴일. 주말이였다.

"후아아암. 졸리구만. 졸려."

아침 10시. 늘어지게 기지개를 피며 토시아키는 오늘은 어떻게 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휴일.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는건 중요한 일이였다.

"일단 아침밥을 먹고, 그 다음...."

아무런 생각없이 거실로 걸어가던 그에게...

".....데..스...데엣. 데스읏."

"....응?"

밖에서 미도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궁금해진 토시아키는 거실 창문에 붙어, 마당을 바라보았다.

"...오호라. 타이밍이 좋군."

"데스우우웃-!!"

마당에서는, 배가 빵빵해진 미도리가 연못을 향해 걷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볼록 나온 배. 저 괴상한 울음소리. 어떻게 보아도 답은 하나뿐이였다.

'출산.'

토시아키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핸드폰으로 링갈어플을 가동시켰다. 여유로운 휴일 아침에 바라보는 실장석의 출산 장면. 이상하다면 이상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별 문제가 아니였다. 소파에 앉아, 미도리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데엣. 곧 나오는데스. 자들이 나오는데스으읏-!! 서두르는 데샤아앗..."

미도리는 빵빵해진 몸을 겨우 가누며, 연못의 가장자리로 가고있었다. 그러고보니, 실장석 커뮤니티에서 출산에 물은 꼭 필요하다고 했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데엣. 데에엣..!"

미도리가 도착한곳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고여있었다. 마당에 저런게 있었던 기억은 없는데, 아무래도 미도리가 이때를 위해 만든듯 하다. 물을 얻을수있는곳은 저곳밖에 없으니까. 

"데히이잇. 자들은 나오는데스. 데스우웅-!!"

미도리는 물 웅덩이에 걸쳐앉더니,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는 힘을 주기 시작했다. 뱃속이 부글부글거리는게 피부로 보일정도로 격하게 움직인다. 솔직히 징그러웠다.

"데, 데뎃! 나오는데스! 나오는데스! 행복씨가 가득한 세상씨로 나오는 데스우웃!"

"텟데레~"
"텟데레~"
"텟데레~"

그리고는 미도리의 말을 기폭점으로 삼듯이, 미도리의 총구에서 새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끈적한 녹색 점막을 뒤집어쓰고는, 물 웅덩이에 하나 둘씩 퐁당 빠지기 시작했다.

"데에엣...! 사랑스러운 자들인 데스. 오로롱..행복씨가 가득한 데스. 와타시는 행복한 데스우우웃..."

"마마! 반가운 테치!"
"어서 막을 핥는테치. 마마!"
"세상의 보배인 아타치가 태어난 테치~"
"테치! 마마! 반가운 테츄웅~"
"테에! 차가운 테치! 시원한 테치!~"
"테에? 아타치가 마지막인 테치?"

미도리는 웅덩이에서 테치테치거리는 새끼들을 사랑스러워 참을수없다는듯이 바라보며, 물속에서 새끼들을 하나씩 집어들어, 정성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저렇게 핥아줘야만 하는건가? 직접 보니 신기하군.'

토시아키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사이트로는 많이 찾아봤다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건 처음이였으니까. 여러가지로 굉장한 경험이였다.


"자. 자들은 여기에 차례대로 서는 데스웅~"

"테에! 아타치가 먼저인 테치!"
"아타치가 3녀인 테츄?"

막을 다 핥아준 새끼들은 전부 웅덩이 가장자리에 일렬로 서기 시작했다. 하나..둘...숫자를 세보자, 총 다섯. 넷은 자실장. 끝에 선 하나는 크기가 작았다. 아무래도 저게 엄지 라고 하는 새끼인 모양이였다. 실장석은 다산을 한다더니, 장난이 아니게 낳는구나.

"데에. 마지막 자인 데스. 오로롱. 어서 핥는데..데에?"

응? 미도리의 반응이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걸까? 토시아키가 미도리가 손에 든 새끼를 바라보자, 다른 자실장들과 비교해, 그 실장석은 이상한 모양이였다. 아하. 저건..

"테후~ 마마, 반가운 테...테에...레후? 우지챠는 어째서 테치라고 이야기한 레후?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데에, 마마가 늦은 데스...6녀. 우지챠가 되어버린 데스..."

저실장. 구더기였다. 점막을 취하는게 늦어서 그런걸까? 커뮤니티에서만 보던 내용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마마의 실수인 데스. 우지챠는 마마의 6녀인 데스. 같이 살아가는 데스."

구더기나 엄지는 먹어버리거나, 솎아낸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 실장석은 새끼에 대한 모성이 깊은 모양이였다. 마지막 6번째 새끼는 구더기인가. 대 가족이군. 

"데에. 끝난 데스. 마마의 자랑스러운 자들인 데스."

출산이 끝나자, 미도리는 처음 빵빵했던 모습과는 다른, 조금 마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출산에 영양을 빼앗긴 모양이다. 저런 상태라면, 공원에서는 딱 좋은 먹잇감이겠지만, 이곳은 인간의 앞마당. 천적이 없기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거겠지.

"테치! 마마! 아타치. 장녀인 테치!"
"테에. 오네챠인 테치? 반가운 테치!"
"잘 부탁하는 테치. 이모토챠!"
"테에. 넓은 테치. 여긴 어디인 테치?"
"레치? 우지챠인 레치! 아타치의 이모토챠인 레츄~"
"레후? 오네챠레후? 프니후~"

막 태어난 자실장들은 서로 재잘재잘 떠들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있었다. 조그만한 생명들이 떠드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토시아키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했다.

"자들. 자들은 듣는데스."

"테에? 마마?"
"무슨 일인 테치?"
"레치?"

자신의 새끼를 전부 체크한건지, 미도리는 큰 목소리로 자실장들에게 무언갈 얘기하려고 하고있었다.

"자들은 명심하는 데스. 와타시타치들은 마당실장인 데스."

"테에? 사육실장은 아닌테치?"

"그런데스."

똘똘해보이는 장녀가 나서서 물어보자, 미도리가 대답한다. 방금 태어난 주제에 어떻게 사육실장을 알고있는거지? 실장석들의 본능 안에 잠재된 궁극적인 목표...뭐 그런건가?

"하지만 걱정마는 데스. 사육실장과 다름없이 사는 데스. 이곳엔 이웃씨도 없는데스. 무서운 까만까만씨도 없는데스. 이 넓은 곳은 와타시타치의 것인 데스~"

"테, 테에!? 넓은 테치.."
"테치! 마마! 대단한 테치!"

3녀와 4녀가 놀란듯이 주변을 돌아보며 오두방정을 떨기 시작한다. 하긴, 이 넓은곳에 아무도 없고 자신들뿐이라니. 신기할법도 하다. 저 조그만한 몸이라면 더더욱 크게 느껴질테니.

"대신 와타시타치는 집주인사마와 함께 사는 데스. 이곳은 원래 집주인사마의 것인 데스."

"레치? 닝겐상이 있는 레치카?"

"그런데스. 집주인사마는 착한 닝겐인 데스. 오마에타치가 착하게 지내면, 아무짓도 하지 않는데스.  맛있는 밥을 매일 매일 먹는데스. 하루종일 공놀이도 할수있는 데스~"

""""테에에에에!?""""
"레치!?"
"레후~"

미도리의  말에 이끌린걸까?새끼들은 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뻐하는 모습이였다. 하긴, 방금 태어난 어린 새끼들이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낙이라고는 아직 그런것밖에 없겠지.

"대단한테치! 아타치는 착한 아타치로 지내는 테치!"
"아타치도 하는테치! 착한테치!"
"공놀이는 좋은 레치! 우지챠도 같이 하는 레츄~"

자실장들은 오두방정을 떨며 기분좋은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테츄웅. 레츄웅. 미도리를 어릴때 키웠다는 전 주인의 마음이 이해가 갈법도 했다. 어릴땐 봐줄만 한 귀여움이구나.

"데스. 자들은 집주인사마에게 예의바르게 대하는 데스. 그렇지 못한 자는 마마가 혼내는 데스. 알겠는데스까?"

"알겠는테치!"
"물론인테치!"
"착한 아타치인 테츄~"

미도리의 이야기에, 자실장들은 테츄테츄거리며 신나했다. 그렇게 잘 자라주면 좋을련만. 토시아키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자아. 자들은 이제 집으로 가는데스. 마마가 오늘은 콘페이토를 준비한 데스~"

"테에!? 신나는 테치!"
"마마가 최고인 테츄웅~"
"마마가 아타치의 마마라서 자랑스러운 테치!"
"아타치도 사랑하는 레치! 마마!"
"레후! 우지챠도 먹고싶은 레후~"

그렇게 미도리 가족은 골판지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로 장난치며 걷는 장녀와 차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관찰하며 탄성을 내지르는 3녀와 4녀. 구더기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엄지. 그 뒤에서 행복한 얼굴을 하고 따라가는 미도리까지.

"...호로록."

미도리 가족의 모습을 보며, 토시아키는 무심코 로키를 떠올렸다.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젠 없다. 고개를 젓자, 로키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곳에는 미도리 가족이 있었다.

"....뭐, 키우기로 한게 마냥 쓸데없는건 아니였던거같으니까. 앞으로 즐거울거야."

토시아키는 말없이,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여느 봄 날과 다름없는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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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에. 데스데스읏."
"테치!"
"톄츄!"
"레치!"
"레후~"

미도리의 새끼들이 태어나고 나서, 토시아키의 아침 풍경은 조금 바뀌었다. 출근할때나, 퇴근할때면 꼭 골판지 상자에서 미도리와 자실장. 저실장들이 튀어나와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했다.

"그래. 다녀오마."

교육을 잘 시키고있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매일 매일 미도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잠들어있는 새끼들을 깨워 아침인사를 시키고, 퇴근에는 놀고있던 새끼들을 시켜 저녁 인사를 하곤 했다. 예의를 지키라던 토시아키의 규칙에 잘 순응하는 모습이였다. 미도리는 비교적 똑똑한 개체였다.

"오로롱. 사랑스러운 자들인 데스. 오로롱..행복씨를 찾은 데스웃..."

토시아키에게 아침 인사를 한 후, 미도리는 골판지 집 안에서 몇주전 낳은 자신의 새끼들을 둘러보았다. 

"5녀챠. 여기 있는 테치. 6녀챠의 프니프니는 잠깐 멈추고, 밥씨를 먹는 테츄~"
"레에! 고마운 레치! 오네챠!"

첫번째로 나온 새끼라 그런지, 미도리를 닮아 똑똑하고 동생들을 잘 챙겨주는 장녀.

"그것도 못 먹는 테치카? 어쩔수 없는 테치. 비키는 테치."
"테, 테에. 오네챠."
"테치! 테치! 테히. 테히. 아타치가 쪼개준 테치. 이정도면 3녀도 먹을수있는 테치. 얼른 먹어버리는 테치!"
"고. 고마운 테치. 차녀 오네챠!"

조금 거친 성격이지만, 힘이 쎈 차녀.

"이모토챠. 아마아마 테치. 아타치의 밥씨와 바꿔도 먹어보는 테츄~"
"테에! 극상의 맛인 테츄웅~ 고마운 테치! 3녀 오네챠!"

소심한 성격이지만, 서로 의지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3녀와 4녀.

"우지챠. 밥씨인 레치. 어서 먹는 레츄!"
"레후~ 극상의 아마아마인 레후! 기쁜 레후~"

서로 찰싹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사이좋은 5녀와 6녀. 모두 미도리의 자랑스러운 자들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와타시의 자들은 지키는 데스. 모두 훌륭하게 키워 반드시 독립시키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이라면 가능한 데스.'

실장석 인생, 비록 사육실장은 아니라지만 절대로 안전한 거처를 얻었다. 미도리에게 있어서는 다신 없을 기회. 미도리에게 자들은 세상의 전부였다.  미도리는 반드시 새끼들을 잘 키우겠다고. 모두 훌륭히 빠짐없이 키워내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입구쪽으로 걸어가, 비닐봉투와 보검을 챙겼다. 

"마마는 다녀오는 데스. 우마우마한 밥씨들을 잔뜩 가져올테니 자들은 착하게 기다리고있는 데스. 알겠는 데스까?"

"테치! 마마! 다녀오는 테치!"
"테츄! 마마! 사랑하는 테치!"
"아마아마한 밥씨를 기다리는 테치이~"
"테에. 마마. 기다리는 테츄."
"다녀오세요레치!"
"프니프니후~"

"마마도 오마에타치를 사랑하는 데스. 금방 다녀오는 데스웃~"

이전과는 달리, 이젠 가족이 크게 성장했다. 자실장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쑥쑥 크기위해 많은 밥을 필요로 했기에, 미도리는 오늘도 공원으로 나간다.

"데스우. 단단히 잠구는 데스."

끼익. 쓱. 미도리는 집 밖으로 나가, 나뭇가지 하나를 비스듬하게 바닥과 집 문 사이에 껴넣어, 문이 열리지않게 잠궜다. 이곳은 토시아키라는 개인의 마당. 동족 실장석들도 없고, 낯선 인간들이 지나다닐 일도 없었다. 하지만 미도리는 방심하지않았다.
세상에서 뭘 할지 가장 예상할수없는게 바로 실장석이다. 조그만한 자실장들은 지식이 성체실장에 비해 부족하기때문에, 이런 마당에서조차, 무언가 일을 벌일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테에. 오늘도 나가지 못하는 테치? 마마?"
"답답한 테츄..."

"...방심하지 않는 데스. 자들이 좀 더 커지면, 그때 꺼내주는 데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은 데스. 그러니 조금만 참는 데스요."

하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자들의 물음에 미도리는 미안한듯이,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도 자실장이였던적이 있다. 물론 자실장들이 뛰노는걸 원한다는걸 미도리도 알고있기에, 미안한 마음은 커져갔다. 나뭇가지를 껴넣는 팔이 움찔 떨렸지만, 밀어넣고 고개를 든다. 어쩔수 없는 생을 사는게 실장석이니까.

"미안한 데스. 마마도 자들이 바깥에서 놀았으면 하는 데스."

미도리는 집 문을 잠군것이 미안했던건지, 혼잣말을 내뱉으며. 공원으로 향했다.

"데슷! 오늘은 우마우마한걸 꼭 찾는데스. 자들은 기다리는 데스우~!"

...하지만 실장석이라는건 더욱 더 예상할수없는 존재였다.


"테에. 마마가 가버린 테치. 이제 뭘 하는 테츄?"

작은 골판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전부인 골판지 안. 여섯 실장석들이 골판지 집 안에 앉아있다.

"마마가 없으면 지루한 테치. 마마는 어째서 아타치타치와 놀아주지 않는 테치?"
"차녀챠. 마마는 아타치타치를 위해서 밥씨를 구하러 나간 테치. 마마는 아타치타치를 사랑하는 테츄."

불평하는 차녀를 달래는 장녀.

"테에. 공씨를 가지고 놀고싶은 테치."
"무리인 테치. 여긴 좁은 테치. 나가고 싶은 테츄..."

벽에 기대어 앉아서 공놀이가 하고싶다는 푸념을 내뱉는 3녀와 4녀.

"레에. 어두운 레치. 그래도 프니프니하는 레치."
"레후! 레후웃! 극상의 프니프니인 레후웃~!"

별 감흥 없이 본능적으로 프니프니하는 엄지와 운치를 찍 찍 싸지르는 구더기.
한줄기의 햇빛 아래에서 저마다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누가보아도 평범한 실장석 일가의 오후의 모습이였다.

"....아타치는 나가는 테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평범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테에. 차녀챠. 무리인 테치. 아타치타치는 열지 못하는 테치. 게다가 마마의 말을 어기는 테치."

차녀의 폭탄발언에 놀란 장녀는, 열심히 이야기하며 차녀를 설득하려고했다. 장녀에게 있어서 무단으로 바깥으로 나간다는건 미도리의 약속을 깨부수는 일. 착실한 장녀에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였다. 하지만...

"아타치도 아는 테치! 하지만 답답한 테치. 마마가 말한 테치. 여기엔 무서운 까마귀씨도, 오바상도 없다고 한 테치. 안전하다고 한 테치요!"
"테, 테에. 하지만 차녀챠. 마마에게 혼나는 테치. 분명-"
"조용히 하는 테챠! 오네챠! 잠시 다녀오면 분명 모를 테치! 마마가 오기전에 다시 들어오면 그만인 테치."

차녀의 결심은 단단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 자실장들은 태어나서, 미도리가 자들을 씻기거나, 잠깐 놀아줄때 빼고는 집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운치도 집 안에 있는 작은 운치굴에 싸기 때문에, 바깥공기 조차도 원할때 마실수 없었다.
자실장들은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뛰노는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였지만, 미도리가 6마리의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위해서는 먹이 수집에 시간을 많이 써야했고, 결과적으로 노는 시간이 줄어버린것이다. 차녀의 폭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일이였다.

"테에에치! 테에에엣! 열리는 테치! 문씨는 얼른 열리는 테챳!"

차녀는 골판지 문을 몸으로 밀며, 필사적으로 힘을 짜냈다. 하지만 평범한 자실장이 문을 열수 있을리는 없었다.

"테에. 무리인 테치. 힘을 쓰면 배고파지는 테치. 그만 두는 테츄. 차녀챠."
"테치! 오네챠는 신경쓰지 마는 테치. 테챠아아앗-!"

장녀의 조언에도, 차녀는 신경쓰지 않고 문을 밀었다. 온 몸에서 땀이 날정도로 힘을 쏟아부어, 문을 열려고 했다. 물론 그런 노력에 문이 열릴리는 없었지만...

"테에. 차녀 오네챠. 아타치도 나가고싶은 테치."
"아타치도 놀고싶은 테치."
"...테, 테에!? 3녀챠! 4녀챠! 진심인 테치카!?"

공을 밖에서 가지고 놀고싶었던 3녀와 4녀가, 나가겠다는 차녀를 보고 자극받아, 차녀에게 합류했다.

"테에? 잘 된 테치! 3녀챠. 4녀챠. 같이 미는 테츄!"
"알겠는 테치!"
"밀어버리는 테츄!"

골판지의 문을 열심히 밀어대는 세 자실장. 장녀는 그런 모습을 당혹스럽게만 바라보고있었다.

"테, 테에. 마마와의 약속을 어기는 테치? 혼나는 테치. 하지만, 아타치도 나가 놀고싶은 테츄..."

장녀가 아무리 똑똑하다지만, 결국 자실장. 놀고싶다는 욕구는 장녀에게도 막을수없는 충동이였던것이다.

"...테에. 잠깐이면...잠깐이면 마마도 모르는 테치. 조, 조금만 노는 테츄."

....결국엔 장녀도 차녀팀에 합류. 그렇게 네 자실장은 온 힘을 다해, 문을 밀게 되었다. 비록 실장석 인생에서 잠깐이라지만, 그 잠깐동안 맛 본 바깥의 자유로움은 충분히 자실장들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밀리는 테츄아앗!"
"문씨는 어서 열리는 테치!"

그래봤자 자실장 넷. 무언가가 바뀌겠냐만은, 그게 바뀌기도 하는 법이였다.

"문씨! 눈치가 없는테치카!? 어서 열리는 테츄앗!"

끼익. 끼긱. 자실장들의 말에 마음이 약해졌던 미도리가 나뭇가지를 허술하게 박아버린 탓인지, 점점 밀리고마는것이였다.

"테에. 열리는 테치. 부탁인 테치...!"

끼익...툭. 툭. 벌컥!

""""테, 테치!?""""

그리고 장녀의 소심한 말을 마지막으로, 벌컥! 골판지의 문은 열리고말았다. 자실장 넷은 동시에 굴러넘어져, 마당으로 나가게 되었다.

"테, 테에엣... 아픈테...테에엣. 바깥인 테치. 테치이~"
"테에! 공놀이 테츄! 4녀챠! 공놀이를 하는 테치!"
"테츄우~ 신나는 테치!"
"테에. 정말 나온 테치. 테, 테에엣..! 신나는 테치! 테츄~"

바깥에 나오자 신나게 떠드는 자실장들. 토시아키도 집에 없다. 미도리도 집에 없다. 자실장들을 막을수있는건 아무도 없었다. 따뜻한 햇살이 자실장들에게 내리비추었다.

"레치? 문이 열린 레치? 마마가 온 레치카?"
"레후? 프니후!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집 안에 있던 엄지와 구더기도, 빛이 밝게 비추는 바깥이 보이자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테치! 테치테치!"
"테츄우~"
"레치! 레치레치."

그렇게 마당에는 실장석 여섯마리가 돌아다니게 되었다.

"테치? 신기한게 많은 테치. 구경하는 테츄~"

...그리고 이 사건이, 미도리 일가에 있어서 첫번째 비극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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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치! 받는 테치~"
"테츄웃! 강한 테치. 아타치의 초필살 스파이크를 받아보는 테치이잇!"

바깥에 나오자, 원했던 대로 신나게 공놀이를 하는 3녀와 4녀.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1녀와 2녀. 5녀와 6녀는 마당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자실장과 엄지의 다리로는 마당은 너무나도 넓었지만, 마당을 처음 구경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런건 자그만한 문제였을뿐이였다.

"테에. 신기한 테치. 풀씨가 잔뜩 있는 테치!"
"테엣! 작은작은씨인 테치. 먹을수 있는 테치카?"

마당에 자라나있는 자실장 높이의 잔디들. 닿으면 부드러운 감촉에 1녀와 2녀는 그저 즐겁기만 했다.

"레치! 밥씨가 바닥에 있는 레치."
"레후! 우지챠, 배고픈 레후!"

바닥에 기어다니는 공벌레를 바라보며 레치레치. 레후레후 떠들어대는 5녀와 6녀.

"바깥이 최고인 테치!"
"즐거운 레치! 마마는 어째서 아타치에게 이런걸 알려주지 않은 레치까?"
"레후. 똥마마인 레후."

골판지 안 실장생에서 제일 신나는 순간. 마당은 이미 자실장과 저실장들의 세상이였다. 그들을 막을수있는건 없었고, 그게 문제였다.

"테에에엣! 아타치의 세레브한 스파이크에 공씨가 굴러가버린 테치.."
"3녀챠. 문제 없는 테츄. 같이 찾으러 가는 테치. 저쪽으로 간 테치!"
"알겠는 테치! 4녀챠는 착한 테츄우."

공이 다른곳으로 굴러가버려, 공을 찾기위해 걸어가던 3녀와 4녀도.

"테에. 이쪽으로 가보는 테치."
"레후. 그리운 냄새가 나는 레후~"
"테에? 정말인 테치...."

마당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나머지 자실장, 저실장들도 무언가 홀린듯이, 모두 똑같은 장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테에. 여기는 어디인 테치?"
"테츄~ 익숙한 냄새가 나는 테치."
"어째서인 테츄카? 그리운 테치. 눈물씨가 나올것만 같은 테치."

모두 모인 장소. 그립다고 하는 그곳은 미도리의 출산 장소. 자실장들이 태어난 곳. 연못이였다. 귀소본능이라도 있는것인지, 6마리의 자실장들은 연못 앞에 서서, 서로 테치테치레치레후 거리며 즐겁게 떠들었다. 연못의 수면에 비치는 자실장들의 모습은 평화롭게 소풍을 나온 모습인듯 했다. 그랬으면 좋을련만.

"테에. 물씨인 테치. 마마는 여기서 물씨를 가져오는 테치카?"
"레치. 아타치, 목 마른 테치. 마침 물씨가 있는 레치!"
"테치. 아타치도 목 마른 테치! 잘된 테츄~"
"레후! 우지챠도 물씨를 마시고싶은 레후! 물씨를 주는 레후! 어째서 우지챠는 주지 않은 레후? 나쁜 레후! 나쁜 레후웃!"

연못에 다가가자 풍겨오는 물냄새. 마침 잔뜩 걷고 놀던 참이였다. 목이 마를만도 한 자실장들은 연못에 다가가, 손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뭉툭한 손으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테츕테츕. 레츕레츕. 게걸스럽게 물을 마시며 서로 즐겁게 떠들어댔다.

"아타치도 마시는 테츄..."

.....슈우우우욱.

"....테에?"

마지막으로 장녀가 물을 마시려 허리를 굽히려 한 그때, 물 속에서 무언가가 슈우욱. 움직였다. 장녀의 몸집보다 훨씬 큰 무언가. 장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테치? 장녀오네챠. 어서 마시는 테치요. 시원아마아마한 테치!"
"테, 테에. 괜찮은 테치카? 물씨 안에 뭔가 있는것같은 테치. 3녀챠. 4녀챠. 5녀챠. 물러서는 테치. 위험해보이는 테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녀는 위험한 느낌이라도 든건지, 생존본능이 위험하다고 속삭이기라도 하는듯이, 물을 마시고있는 자실장들을 손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방금 장녀의 눈에 잠깐 보였던 물속의 검은 무언가는 충분히 경계심을 불러일으킬만했다. 장녀의 냉정한 판단. 장녀가 조금이라도 더 잘 알았다면. '물고기' 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제지했을것이다. 하지만 자실장이 물고기를 알리는 없다. 그리고...

"테츕. 테츄우웁. 시원한 테치! 우마우마한 테ㅊ-....테치? 뭐인 테치? 물씨 안에 뭔가가-"

시원하게 물을 마시던 4녀. 물 속에서 시꺼먼 뭔가가 보이자, 마시다말고 갑자기 손을 멈추게된다. 토시아키의 연못. 그렇다. 그곳에는.
그곳에는 상사에게 받아 마지못하게 키우게 된....

"첨벙-!!"

"테갸아아아앗!?"
"테치이잇!? 괴물씨인 테챠아아앗-!?"

잉어가. 두마리 살고있었다.

"테치이이잇!? 3녀챠! 4녀챠! 5녀챠아아앗! 당장 도망치는 테치이잇!"
"테, 테. 테에에엣..."

잉어들은 본능으로 알고있었다. 물 위에 무언가가 꼼지락거리는것이 보이면, 언제나 먹을것이 떨어졌다. 토시아키가 연못 앞에 서서 사료를 준것이, 잉어에게 각인된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장석이 물을 마시는 모습에도 반응해버리고 만것이다. 미도리가 물을 뜰때에는 언제나 커다란 물통과 함께였으므로, 그것에는
잉어들이 반응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테, 테챠아아앗! 저리 가는 테치! 저리 가는 테츄아아앗-!!"
"레츄아아앗! 괴물씨인 레치! 도망치는 레챠아아앗!"
"텟챠아아아! 마마! 마마아아앗!"

잉어는 그 모습을 보고는, 물 밖으로 몸을 던졌다. 촤아아아아! 물줄기가 연못 주변에 성대하게 퍼진다. 쿵! 몸의 반정도가 연못 바깥으로 튀쳐나갔다. 자실장들에게 있어서는 땅을 뒤흔드는 진동. 그 육중한 모습에 공포에 휩싸여 자실장들은 제각각 흩어져, 시끄럽게 울어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3녀챠! 당장 도망치는 테치! 뭐하고있는 테치카아앗-!!"

하지만 3녀는 그러지못했다. 바로 앞에,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자신을 먹으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뒤흔드는 괴물의 모습. 이미 잔뜩 빵콘해버려서 다리도 땅에 닿지 않는다.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3녀는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였다.

"테에엣. 테에에엣..! 다리씨가 움직이지 않는 테치이잇... 무서운 테치! 마마! 마마아아앗!"
"테챠아앗! 괴물은 아타치가 해치우는 테치! 죽여버리는 테챠아아앗!"
"무리인 테치! 마마도 이기지 못할게 분명한 테치! 물러서는 테치! 차녀챠!"
"레챠아앗! 죽고싶지 않은 레치! 죽고싶지 않은 레치!"
"레후? 오네챠. 울고있는 레후? 배고픈 레후?'

겁에 떨어 움직이지 못하는 3녀. 죽여버리겠다며 돌격하려는 차녀를 붙잡고 말리는 장녀. 바닥에 쓰러져서 벌벌 떨고있는 5녀. 연못 앞은 아비규환이였다.

"3녀챠! 여기인 테치! 이리로 오는 테치요!"
"테, 테에. 4녀챠...!"

하지만 4녀는 달랐다. 평소 3녀와 친밀하게 지내던 4녀. 4녀는 실장석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3녀에게 다가갔다. 실장석의 한계를 뛰어넘은 용기.
평소 사이가 깊었던 관계이기에 가능했던것이라.

"저 괴물씨는 많이 움직일수 없는게 분명한 테치! 이리로 오면 괜찮은 테츄...!"
"테, 테에. 고마운 테치...! 4녀챠...!"

4녀는 용기를 내어, 두려움에 온 몸을 발발 떨면서도 3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세걸음 정도면 충분히 닿을만한 거리. 3녀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러 온 구원의 손길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뭉툭한 손을 뻗었-

"4녀챠. 손을 잡아주는 테츄우우웃..! 무서웠던 테치. 죽는줄 알았던 테챠아아..! 고마운 테치! 고마운 테치. 고마운-"
"....테갸아아아앗-!! 무리인 테치이이잇-!! 괴물씨가 다가오는 테챠아아아앗-!! 죽고싶지 않은 테치! 불가능씨인 텟챠아아아아아!!"
"...테에-?"

...지만. 4녀가 그 손을 잡아주는 일은 없었다. 어째서? 그건-

쿵.

먹을것을 포착한 잉어는 쿵. 몸을 비틀어서-

"테, 테에? 무슨 일인 테-테츄아아아아아앗-!! 테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바닥에 쓰러져서 손을 뻗고있던 3녀의 하반신을, 집어 삼켰다.

"테, 테츄아아앗. 3녀챠. 3녀챠아아앗!"

4녀는 보았다. 자신이 손을 뻗으려던 3녀의 뒤에서, 금방이라도 자기 자신까지도 삼킬만한 커다란 입을 벌리고, 땡그란 두 눈으로 3녀를 바라보던 잉어의 모습을. 4녀는 그 공포를 이겨내지못하고, 3녀가 내민 손을 매몰차게 거부하고는 도망친것이다. 하지만 어쩔수없었다. 실장석이라면 어쩔수 없었다. 게다가
설사 거기서 손을 잡아줬더라도 죽었을것이다. 그렇다면 나만이라도 살아야하는게 맞다. 4녀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세뇌시키며 눈물을 흘렸다.

"테히이이이잇-!!!! 데갸아아아아앗!!! 마마! 마마아아아아아-테뵤오오오오오오-"

풍덩-!

"테, 테히이잇..."
"테, 테...테테테에에에..."
"레, 레에에엣....레히..."
"레후? 플라잉 오네챠인 레후~"
"...테..에..4녀챠.."

6마리...아니. 5마리의 자실장들이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가운데....잉어는 그대로 3녀를 물고는 연못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현장에, 엄지는 그만 기절하고말았다.

보글보글보글보글....

"......"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연못. 방금까지 소리를 지르며 공포에 떨던 자실장들은, 말없이 연못을 바라보았다. 3녀가, 저곳으로 끌려갔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온갖 감정이 교차하고있겠지.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테, 테에. 4, 4녀챠."

정적을 깨는 소리는 4녀의 목소리였다. 자신때문에 죽은게 아니라며. 자신은 어쩔수 없었다며. 위석의 행복회로가 가동된것마냥 자신을 위로했다. 그러지않고서야 버틸수 없었으니까.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 테치. 4녀챠. 누구라도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던 테치. 그 괴물씨는 이길수 없었던 테치. 이건 4녀챠의 잘못이 아닌 테치."
"...그런 테치. 아타치가 죽여버리지 못한 테치. 아타치의 잘못인 테치."

벌벌 떨며 자기위로를 하는 4녀를 위로하는 장녀와 차녀. 자신들도 그 무력함을 알기에, 그리고 왠지 모른 죄책감때문에. 4녀를 위로하며 자신들의 죄책감까지 지우려고했다. 그렇게 끝나는줄만 알았다.

"역시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는..."

풍덩!

"아타치는...테, 테에?"

하지만 그런 행복회로를 깨부시는것마냥,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잉어 한마리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테뵤오오오오옷테갸아아아아앗-!!!"

"테, 테에에엣!? 3녀챠!?"
"레후~ 플라잉 오네챠인 레후! 즐거운 레후?"
"테히이이이잇!?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이잇!"

먹힌줄만 알았던 잉어의 입에는 3녀가 아직도, 물려있는채로 비명을 지르고있었다.

"테뵤아아아아아아앗-!! 오마에에에에엣!!! 4녀챠뵤아아아아앗-!!"

잉어는 곧바로 3녀를 먹지 않았다. 돌고래가 복어를 물어 가지고 놀듯이, 강아지가 테니스공을 물고 가지고 놀듯이. 잉어는 3녀를 완전히 삼키지않고, 수면 위와 물 속으로 이리저리 오가며, 3녀를 가지고놀고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던 3녀는, 죽어가는듯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4녀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테, 테엣! 아타치는 잘못하지 않은 테치! 아타치도 어쩔수없었던 테치! 아타치는!!"

첨벙!

"테히이이이이뵤오아아앗! 저주하는 테치이이이잇-!!! 테츄아아아아앗!! 오마에에에에엣!!!!"

풍덩!

"테갸아아아아아아앗! 4녀! 4녀어어어어어어어엇-!!"

"테, 테, 테, 테, 테, 테, 테, 테, 테, 테테테테테테테..."
"테, 테엣. 3, 3녀챠앗. 아직 살아있는 테치. 구해줘야하는 테치."
"..무리인 테치. 장녀챠. 저건 어쩔수 없는 테치. 아타치타치가 물씨로 들어가면 죽어버리는 테치요..."

풍덩! 퐁당! 물속과 바깥을 오갈때마다, 잉어에게 붙잡힌 3녀는 색눈물을 흘리며, 정확히 4녀를 바라보며,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물을 먹고, 하반신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숨을 쉬기 힘든 고통을 느껴도, 저주의 말을 퍼붓는걸 멈추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4녀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멈추지않는 빵콘을
계속하며, 그저 바라보는것밖에 할수없었다.

"오마에에에에에엣-!!"

"아닌 테치! 아닌 테치! 아타치의 탓이 아닌 테치!"

쩌적-

"4녀어어어어어어어엇-!!!!"

"아타치도 어쩔수 없었던 테치! 아타치도!"

-빠작

"똥이모토챠아아아앗!!! 오마에에에엣-!!"

"그만해주는 테치! 그만해주는 테챠아아아앗!"

삐직-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채로, 몸을 둥글게 말고, 저주의 말을 몇번이나 들은걸까.

"테뵤오오오오옷! 테뵤-테힛테갸아악-!"

잉어는 이제 질려버린것인지, 풍덩. 마지막이라는듯이 힘차게 한번 날아올라서는, 하반신을 우적. 씹어버리고, 상반신밖에 남지않은 3녀를 연못 바깥으로 내던져버렸다. 상반신만 남은 3녀는 공중에서 우스꽝스럽게 몇번 돌더니 땅바닥에 철퍽. 허리에서 피와 장기들을 내쏟으며, 미약한 비명을 내지르고있었다.

"...테, 테에. 3녀챠. 3녀챠..."
"다, 다리씨가 없어진 테치. 괜찮은 테치...?"

바닥에 쓰러진 3녀를 보고, 천천히 다가가는 장녀와 차녀. 그리고....

"...끝난..테치. 드디어 끝난 테치. 죽어버린 테치. 잘된 테치. 아타치는 살아남은 테치. 똥오네챠는 죽는테치죽는테치죽는테-"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발발 떨던 4녀는 소리가 멈추자, 천천히 일어났다. 드디어 끝났다고. 드디어 죽어줬다고. 드디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오..마..에..."

....일어나자 보인것은 자신을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반신이 없는 3녀챠의 모습이였다.

"...테-"

-파킨!





"오로로롱! 오로롱-!"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집으로 퇴근한 토시아키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할 말을 잃고말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 보이는 광경. 자실장과 미도리가 연못 옆에 우르르 모여서, 하반신이 없어진 자실장 하나를 어쩔줄을 모르고 보고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오로롱! 데샤앗! 오로롱!"

게다가 그 자실장의 옆에는, 눈동자에 초점이 없어진...몸에 생기가 없는. 게시판에서 흔히 보았던 파킨. 위석이 붕괴해 죽은 자실장이 하나 쓰러져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토시아키에게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아. 미도리. 이게 무슨 일이야."
"데슷데-집주인사마! 도와주시는 데스! 부탁인 데스으으!"

한숨을 쉬며 토시아키가 링갈을 키자, 곧바로 절박한 미도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이야기해."
"데에! 와타시도 자세하게는 모르는 데스. 자들이...자들이..."

미도리는 눈물을 흘리는것을 멈추지않으며 할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자실장들이 집에서 나와버린것. 연못에서 놀다가 잉어에게 먹혀버린것. 그렇게 하반신이 사라진 자실장이 생기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자실장이 파킨사 해버렸다는것.

"...하아. 한마리가 죽어버린건가."
"오로롱! 오로로롱..! 4녀는 좋은 자였던 데스. 어째서인 데스. 오로롱..."

토시아키는 애석하게 우는 미도리를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그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당에도 카메라를 설치하는거였는데. 재미있는 장면을 놓쳐버리고말았잖아.'

...하지만 절대 안타까워서가 아니였다. 자실장들의 탈출. 연못에서의 참사. 분명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을것이다. 하지만 마당에는 카메라가 없었기때문에, 토시아키는 볼수 없겠지. 그는 단지 그게 짜증났을뿐이였다.

"집주인사마! 집주인사마! 부탁인 데스! 3녀를 살려주는 데스! 아직 살아있는 데스! 분명 살아날수있는 데스요! 부탁인 데스! 부탁인 데스!'
"...응? 아직 살아있다고?"

짜증난다는 생각을 하던 토시아키의 주의를 끈것은 하반신이 없어진 3녀. 토시아키가 고개를 숙여 자실장을 바라보자, "테히...테갸아앗...테히이..." 라는 신음소리를 내며 겨우내 살아있는 모습을 볼수있었다. 저 모습이 되어서도 아직도 살아있을수있다니. 토시아키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했다.

"..그건 상관없지만, 분명 나는 너에게 혼자서 살아가라고 했다. 인간이 실장석을 치료해준다니, 보통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날수없겠지."
"데에에엣! 알고있는 데스!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해주시는 데스! 와타시가 모아온 밥을 드리는 데스! 댓가를 드리는 데스!"
"....호오. 기브 앤 테이크 인가."

고민하고있던 토시아키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미도리. 토시아키에게 있어서 자실장들은 좋은 유흥거리였다. 여기서 두명이나 죽어버리면 곤란한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명분을 대 살리려고 생각중이였는데...마침 좋은 명분거리가 생겨버렸다. 토시아키는 씩. 웃음을 지었다.

"실장푸드 세개다. 실장푸드 3개에 내가 자실장을 치료해주지."
"데, 데에에엣!? 실장푸드 세개데스까!? 비. 비싼데스. 그정도라면 오랫동안 먹을수있는 밥씨인 데스가...."

실장푸드 세개. 먹을것이 삶에서 중요한 실장석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제안이였는지, 미도리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다른 음식에 비해서도 실장석에게 있어서는 고급 음식이니까. 하지만 실질적 계산보다, 자의 목숨이 먼저였던건지, 미도리는 고개를 휙 들어올렸다.

"...드리는 데스! 드리는 데스! 제발 3녀를 살려주는 데스으으읏!"
"...좋아. 거래 성립이다. 그 자실장을 나에게 건네줘. 그리고 마당 옆에 저 자실장하고 핏자국은 알아서 치워놓고. 내가 다시 나올때 실장푸드를 준비해놔라."
"데, 데엣. 4녀....알겠는...데스. 와타시가 치우는 데스..."

토시아키는 4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미도리에게서 3녀를 받아든뒤, 집으로 들어갔다. 매정하다면 매정할수도 있는 말이였지만, 어쩔수없었다. 파킨사 해버린 저 자실장은 다시 살릴수없으니. 미도리는 4녀를 안아들고는 집 밖의 문으로 향했다. 어딘가에 묻기라도 할 생각인가? 흠. 아무튼간에.

"흐음. 자세히 아는건 아니지만, 이거라면 충분히 낫겠지."

집 안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옷을 벗고, 대충 환복한 토시아키는, 집 안 냉장고에서 비타민 음료를 꺼냈다. 실장석 게시판에는 이런 인간의 건강음료로도 쉽게 나아버리는게 엉터리 생물. 실장석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테히이이...테히이이..."
"조금만 참아라. 죽으면 곤란하거든."

토시아키는 작은 그릇 하나에 3녀를 눕히고, 그릇에 음료를 따라주었다. 3녀의 몸에 비타민 음료가 흡수되고, 절단된 부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금방 새 살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역시 엉터리 생물이구나. 토시아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번 가볍게 웃어버리고말았다.

"하하...아. 웃겨. 고작 이런 조치에 미도리는 그 소중한 실장푸드를 세개나 주는건가."

실장석이라는 생물의 부조리함에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생물이 또 있을까. 처음에는 외로움 때문이였지만, 지금은 즐거움을 위해 마당에서 실장석을 기르는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런건 상관없는 부분이였다. 지금은 외로움이고 뭐고, 너무 즐거웠으니까.

"슬슬 나가볼까."
"테츄우..."코츄웅...

3녀는 고통이 멈춘게 방아쇠가 됐던건지, 코츄코츄 소리를 내며 잠들어있었다. 토시아키는 3녀가 잠든 그 그릇을 집어들고는, 마당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마당을 보자, 핏자국이 묻은 연못 옆에는 자실장 3마리가 열심히 테치테치 거리며 바닥을 닦고있었다. 벌을 받고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현관을 내려보자, 
실장푸드 세개를 들고 서있는 미도리가 보였다.

"데, 데엣. 여기 있는 데스읏. 3녀는 괜찮은 데스까?"
"그래. 확실히 받았다. 물론 낫는 중이지. 내일쯤이면 완벽하게 낫겠지."
"데, 데엣! 굉장한 데스. 역시 집주인사마인 데스!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자실장이 담긴 그릇을 건네주자. 안심한건지 눈물을 또르륵 흘리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는 미도리. 미련하게도 착한 그 모습에 토시아키는 불쌍하다는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거래는 끝이다. 여태까지 했던것처럼 똑같이 살면 된다. 그럼."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집주인사마!"

'내일은 마당에 카메라 설치를 해야겠구나.'

토시아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도리를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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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는 화가 난 데스."

미도리는 집 한켠에 그릇 위에 누워 잠든 3녀를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테, 테에..."
"테, 테엣. 테치..."
"레치? 레츄.."
"레후~"

미도리의 화난 어조에 긴장해 차렷 자세로 서 있는 네 실장석들. 엄지와 구더기는 몰라도, 장녀와 차녀. 둘 만큼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발발 떨고있었다.

"마마는 두번 말하지 않는 데스. 집 밖으로 나가려 한 자는 어서 나오는 데스."

미도리는 쿵. 발을 크게 한번 구르고는 자실장들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자실장들에게 있어서는 처음 보는 정도의 분노.

'...테에. 차녀가 혼날게 분명한 테치. 아타치..아타치가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테치. 아타치가 자수하는 테치...'

똑똑한 장녀는 미도리의 분노를 보고는 차녀가 크게 다칠것을 염려했다. 분명 엄청나게 혼날게 분명하리라. 자신이 막지못한 책임도 있으니... 장녀는 손을 들었다.

"마마. 사실은-"
"집 밖으로 나가려 한 자는 독라로 만들어버릴것인 데스. 괜한 감싸기는 용서치 않는 데스."
"-사실은 차녀챠가 그런 테치! 아타치가 막으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은 테치! 차녀챠가 그런 테치! 아타치가 본 테치!"
"테, 테에!? 오, 오네챠! 무슨 짓인 테치! 미친테치카!?"

...실장석이 다들 그렇듯이, 결국엔 고자질로 끝나는 얄팍한 의리.

"차녀였던 데스? 평소에서 답답하다면서 불만을 이야기했던게 기억나는 데스. 오마에...."

쿵. 쿵. 장녀의 고자질에 점점 차녀에게 다가가는 미도리. 크기와 분노. 말투 어조 모두 다 차녀에게 있어서는 굉장한 압박감이였다. 4녀를 잃고 3녀가 만신창이가 된것은 그만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으리라.

"테, 테. 테, 테에에엣! 잘못한 테치! 답답했던 테치! 아타치도 몰랐던 테치! 마당씨는 안전할줄 알았던 테-"
"시끄러운 데스. 오마에의 버릇을 고치는 데스. 오마에는 당분간 마마의 자가 아닌데스."
"테, 테에? 마마? 마마-마마아아앗-!?"

차녀의 필사적인 변명과 불쌍함의 어필에도 불구하고 미도리는 인정사정 없었다. 미도리는 발발 떨고있는 차녀를 집어들더니, 차녀의 후드를 집어 벗겼다.

"테, 테챠아아앗! 아타치의 소중한 옷씨인 테치! 돌려주는 테치! 마마! 마마아앗! 텟챠아아아아앗-!!!"
"어림도 없는 데스."
"테엣! 테갸아아아아앗!!"
"레, 레챠아앗. 차녀 오네챠가 독라가 되어버린 레치..."

양손으로 후드를 잡고 버티는 차녀. 하지만 0.5초도 버티지못하고 후드를 압수당하고 만다. 성체실장과 자실장의 압도적인 차이. 차녀가 이겨낼수있을리가 없었다.

"테치이이이이잇! 그만두는 테치! 아타치의 보물씨를 가져가지 마는 테치! 테츄아아아아앗!!! 마마! 마마아앗! 부탁인테츄아아아아앗-!!!!!!!"
"닥치는 데스. 오마에의 머리씨를 뽑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데스. 지금 당장이라도 뽑아버리고싶은걸 참고있는 데스가."

옷을 가져가려하자, 차녀는 더욱 더 강하게 발악한다. 색눈물을 흘리며, 두 팔과 두 다리까지 동원해 옷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것도 어림도 없어서 곧바로 옷을 빼앗기고만다. 금방 알몸이 되어버린 차녀를, 그대로 집어들고는 미도리는 바깥으로 나간다.

"테, 테엣. 차녀챠...."
"테, 테챠아아아앗! 버리지 마는 테치! 부탁인 테치! 솎아내지 마는 테갸아아아앗!"
"걱정 마는 데스. 그럴 일은 없는 데스. 대신 오마에는 당분간 운치굴 독라노예인 데스. 독라노예에게는 옷같은건 필요 없는 데스. 운치굴에서 운치나 먹으며 지내는 데스."

집 밖으로 나가는 미도리를 쫓아가는 나머지 자실장들. 미도리는 곧바로 집 옆 운치굴을 덮은 신문지를 집어들더니, 무심하게 그 안으로 차녀를 집어던졌다. 콩. 운치굴 바닥에 떨어지는 차녀. 

"테갸아아앗! 마마! 마마! 위로 돌려주는 테치! 아타치를 집으로 돌려주는 테치! 아타치가 잘못한 테챠아앗! 냄새나는 테치! 이런곳엔 있지 못하는 테치! 부탁인 테챠아아앗! 마마가 보고싶은 테챠가아아앗!"
"닥치는 데스. 더이상 입을 놀리면 다음엔 머리씨인 데스."
"테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금방 일어나 벽을 긁으며 미도리를 바라보는 차녀. 그 작은 손으로 미친듯이 벽을 친다. 제자리에서 점프도 해본다. 하지만 곧바로 발이 미끄러져, 운치가 온 몸에 묻고만다. 다시 일어나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애원한다. 색눈물을 양쪽 눈에서 흘리며 소리친다.
하지만 미도리는 일체의 관심도 주지 않는다. 평소 자들을 아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만큼 미도리는 4녀를 잃고, 3녀가 다친 슬픔에 화가 나고 만것이다. 그리고...

'...와타시가 제대로 문을 잠궜다면 이런 일은 없었던 데스. 4녀를 잃은건 와타시의 잘못인 데스... 잠깐의 슬픔씨가 큰 슬픔씨가 되어 돌아온 데스...오로롱....4녀. 웃은 얼굴이 아름다웠던 자였던 데스. 보고싶은 데스....'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있었던것이였다. 자신이 그때 마음이 흔들린 탓에 문을 덜 잠구어서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조금 더 단단히 문을 잠궜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자들이 앞에 있던 탓에 미도리는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

"...덤으로 오마에들은 저녁씨를 굶는 데스. 오마에들은 운이 좋은 데스. 가벼운 벌인 데스."
"테, 테에. 알겠는 테치..."
"레, 레츄아앗..."
"레후? 밥씨는 어디 있는 레후..?"
"...집으로 들어가는 데스. "

미도리를 따라나와 운치굴에서 절망하던 차녀를 구경하던 실장석 3마리에게 손을 겨누며 이야기하는 미도리. 방금 일어난 끔찍한 장면을 보고 뭐라고 태클을 걸 자실장들은 없었는지, 전부 고개를 떨구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미도리를 따라 들어갔다. 집 무단 이탈 사건. 미도리의 처벌은 이걸로 끝이 났다.

"테츄아아앗-!! 추운 테치! 마마의 품이 그리운 테치! 마마의 냄새는 어디 있는 테치카아앗! 운치 냄새밖에 나지 않는 테챠아아앗! 착한 아타치로 사는 테치! 부탁인 테츄아아앗! 다시는 마마의 말을 어기지 않는 테치이잇! 옷을 돌려주는 테츄우우웃! 아타치를!!!! 데려가는 텟챠아아아앗-!!"

절망에 가득 찬 차녀의 비명이 하늘 위에 울려펴지지만, 그래도 미도리 일가의 밤은 지나간다.




미도리 일가의 비극으로부터 일주일 후. 미도리 일가는 평화로움을 되찾는듯 싶었다.

"뭐, 이정도면 괜찮게 회복한 느낌 아닌가."

CCTV 화면을 바라보며 토시아키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비극이 있던 날로부터 지금까지 토시아키는 하루도 CCTV를 보는것을 빼먹지 않았다. 여러가지 재미있는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모토챠는 죽은 테치. 잘된 테치. 똥분충이였던 테치. 그랬던...테치...이제 공씨로 누구와 노는 테츄..?"
"3녀챠. 공놀이는 어떤 테치? 아타치와 같이 노는 테츄!"
"텟. 4녀챠. 4녀챠! 공놀이... 테에? 장녀 오네챠."
"테에? 3녀챠?"
"...싫은 테치. 미안한 테치. 장녀 오네챠.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닌 테츄."
"테, 테에. 알겠는 테치...."

3녀는 회복이 끝나고 몸은 온전히 재생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인건지, 예전의 3녀보다 더 소극적인 모습이 되버렸다. 뭐, 이건 이것대로 즐길수있을거같아서 나쁘지 않은듯 싶다. 토시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모토챠! 아타치의 손을 잡는 테치! 아타치를 꺼내주는 테챠아아앗!"
"레, 레엣. 안되는 레치. 오네챠를 도와주면 독라로 만들어버린다고 한 레치. 미안한 레치. 오네챠. 운치를 주는 레치."
"개소리 마는 테치! 아타치는 싫은 테치! 나가고싶은 테치! 테츄아아앗! 운치를 지리지 마는 테츄아아앗!"

운치 굴에 갇혀서, 엄지의 운치를 정통으로 맞는 차녀의 모습. 머리카락이며, 몸에 전부 운치가 묻어버려서, 일주일이 지나 나왔을때에는 냄새가 좀처럼 빠지지 않아 장녀와 3녀와 엄지가 주변을 피하고 다녔다.

"...이제 자들은 알아들었을거라 생각한 데스.  차녀를 봐서 다들 알거라고 생각하는 데스. 마마는 밥을 구해오는 데스. 자들은 착하게 지내는 데스요."
"테엣. 마마. 다녀오세요테치."
"...테치."
"...마마. 다녀오세요테츄."
"레엣. 집에서 기다리는 레치!"
"레후! 프니후~"

그리고 일주일 후. 4녀가 없다는것만  뺀다면 미도리 일가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3녀는 너무 얌전해져버렸고, 차녀는 아직까지도 반항적인 마음이 남아있는것같지만... 차녀가 그렇게 혼나는걸 봤으니 다른 자실장들은 이제 탈출은 꿈도 꾸지 않겠지. 아마 당분간은 CCTV가 재미 없을듯 하다. 토시아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한모금 더 마셨다. 하지만 괜찮았다.

"좀 있으면 또 볼만하겠구만."

실장석들이 버티기 힘들다는 두 계절중 하나. 여름이 다가오고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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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에. 데슷. 데스으읏..."

좀처럼 먹을것이 구해지지 않는다. 미도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봄에서 점차 지나, 초 여름 상태에 돌입한 공원. 점점 날씨가 더워지기때문에, 실장석들의 행동에도 제약이 생기고말았다. 옛날처럼 먹을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간 너무 더워 움직일수 없게 될수도 있다는것. 

"데슷. 뎃. 데갸. 데스으읏."

현명한 몇몇의 실장석들은 여름을 대비해 비축분의 식량을 많이 구비해놨지만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그러지 못했다. 먹을것을 구하려 돌아다니다가 공원 바닥에 쓰러져 말라죽는 실장석도 간간히 보일정도로. 그리고 미도리 또한 그 대부분의 실장석에 속했다.

"...데갸아아악! 데스. 데스응. 뎃-!"

과하게 밝은 햇살이 가득한 공원 바닥.  쓰레기통에서 겨우 남아있던 음식물쓰레기를 힘껏 당겨 손으로 빼내며 미도리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다. 4녀가 죽어버린탓에, 하루에 구해야 할 식량이 조금 줄기도 했고. 비축분이 늘어나기도 했기 떄문이다. 좋은 의미든, 좋지 않은 의미든.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다.

"데에. 데에스우챳. 뎃. 데우."

소중히 모은 음식들을 비닐봉투에 차곡차곡 쌓으며 미도리는 중얼거렸다. 마마가 이런건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그렇게 이야기한것만 같았다. 미도리는 어렸을적에, 인간에게 거두어졌기 때문에 미도리의 마마에게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지못했다. 실장석은 살아가며 자신의 자들에게 생존비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자들을 독립시키기 위해.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던 미도리는 당연히 여름을 알리가 없었다. 겨울만큼 가혹하진 않지만,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 움직일수가 없는 후끈한 온도. 구하기 힘들어지는 음식들까지. 미도리에게 있어서는 참생 최대의 위기였던것이다.

"데엣. 데샤. 데샤아아앗! 데스."

그래서, 미도리는 뒤늦게라도 닥치는대로 음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먹을수있던 열매부터, 돌 밑에 숨은 벌레들. 평소라면 꺼려했을 정도의 구린 음식물 쓰레기들과 가끔식 찾아오는 애호파들의 실장푸드까지. 미도리는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여 음식을 모았다. 4녀를 잃었다. 더이상은 잃지 않겠다. 4녀를 떠올린 미도리의 의지는 강해졌다.

"...데에. 데샷데스데샷. 데스웅."

공원에서의 먹이수집 2시간째.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미도리는 비닐봉투 안을 보더니, 오늘 모은 식량들을  바라보고는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지내는 들실장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모으는 미도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가끔씩 식량을 빼앗기위해 몇몇 들실장들이 접근했지만, 토시아키가 건네준 실장석 호신용 단검에 한줌의 운치가 되고 말았다. 미도리는 열심히 살아가고있었다.

"데스우. 데스데스데샤."

미도리는 토시아키에게 여름에 대해 물어봤었다. 그러자 토시아키가 말했었다. 여름은 미도리가 집에 처음왔을때부터 지금까지 정도의 시간일거라고. 미도리에게 있어서 여름은 무척이나 길다. 미도리 자신도 이렇게 악착같이 먹을걸 모으며 노력해도 여름을 날수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데스. 데스샤."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미도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골판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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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에. 마마. 더운  테치....몸씨가 후끈후끈한 테츄아..."
"옷씨를 벗는 데스. 그러면 조금 더 시원한 데스."

시간이 지나 한여름. 햇빛이 가득한 오후의 마당. 골판지 집에는 미도리 가족이 죽은듯이 널부러져 있었다. 더워 죽겠다는듯한 표정으로 칭얼거리는 장녀. 여름이 찾아오니, 미도리의 골판지 집 안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레치...축축한 레츄...힘든 레치..."
"레후. 우지챠 샤워중인 레후? 물씨 안인 레후~"

누구 하나 빠질것 없이, 미도리와 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있었다. 그렇게 새어나오는 땀은 옷을 적신다. 온 몸이 축축해져버리는것은 당연. 골판지 집안의 미도리 가족은 전부 옷을 벗고 전라상태로 지내고있었다.

"테에...마마. 아와아와한 샤워씨가 하고 싶은 테치. 물씨가 그리운 테츄아아.."
"무리인 데스...아직 집주인사마가 오지 않은 데스. 그때까지 참는 데스. 차녀."

미도리의 옷깃을 잡아끌며 이야기하는 차녀. 사람이라도 샤워가 간절할 정도인데, 실장석이라고 어련할까.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좋지 않은 기억만 있었던 연못에 다가가는것은 금지. 마당에서 물을 쓸수있는곳은 집문 왼쪽에 위치한 수도꼭지뿐인데, 미도리의 힘으로는 꼭지를 돌리는것이 불가능했다. 
토시아키가 집에 오면 가끔식 물을 틀어줬지만 그 전까지는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미도리는 집 문을 활짝 열어, 통풍이 용이하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기 위함이였다. 

"테에. 마당씨인 테치..."
"레챠. 놀러 나가는 레치...레츄우..? 몸씨가 움직이지 않는 레치. 힘든 레츄아..."
"5녀챠. 괜히 움직였다가는 더운 데스. 가만히 있는 테챠..."

집 문을 열어도, 이전같이 곧바로 달려나가는 자들은 없었다. 호되게 혼난것도 있지만 애초에 움직이면 더 더워졌기에,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는 자실장들이였다.

"테에. 샤워씨도 없는 테츄. 바람씨도 없는 테츄. 그렇다면 밥씨라도 배씨가 빵빵하게 먹고싶은 테치. 마마.."
"안되는 데스. 여름씨 때문에 마마도 움직이기 힘든 데스우. 밥씨는 아껴 먹어야하는 데스."

그렇다고 다들 배불리 먹고 지내느냐? 그것도 아니다. 여름 초반까지는 부지런히 음식을 모았던 미도리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자,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고, 더웠기때문에. 더이상의 음식조달은 불가능했다. 미도리 조차도 골판지 집 벽에 기대어, 하루라도 빨리 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바랄뿐이였다.

"힘든 테츄...배씨가 꼬르륵한 테치. 힘이 없는 테츄..."
"축축한 레챠아...싫은 레치. 아타치의 소중소중한 옷씨가 엉망징창인 레츄아앗..."
"레후....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하지만 먼저 밥씨를 요구하는 레후. 우지챠 힘든 레후. 슬픈 더워더워씨는 저리 가는 레후웃..."
"테에. 이모토챠타치. 힘을 내는 테치. 분명 시원시원씨가 찾아올게 분명한 테츄..."
"...테에. 말 시키지 마는 테치. 더 더운 테츄앗."

'....큰일난 데스우. 자들이 금방이라도 죽어버릴것만 같은 데스...'

제각각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자실장들을 보고는, 미도리는 위기감을 느꼈다. 4녀를 잃고 누구도 잃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한달도 가지 못해 끝장날 위기에 쳐해있다. 토시아키가 올때까지는 샤워가 불가능. 물병의 식수를 쓰자니, 소중한 수분 공급원이기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미도리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데에엣...적어도 배부르게 먹이고싶은 데스. 슬픈데스. 오로롱..오로롱...'

그렇다면 적어도, 배만큼은 잔뜩 부르게 만들고싶었다, 하지만 살기위해 저장해야하는 음식을 함부로 낭비할수도 없었기에, 미도리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음식을 어딘가에서 손쉽게 구해올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배부르게 먹일텐데...

'쉬운 음식씨는 없는 데스? 세상씨를 살아가는건 힘든 데스. 어째서인 데스. 오로롱...오로...'

그렇게 자기신세를 한탄하며 마음속으로도 울고있던 미도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로롱....오로....롱..? 데에?'

그것은 골판지 집 오른쪽 맞은편에 보이던 토시아키의 작은 밭. 싱싱하게 자라있던 작물들이였다. 작물들은 시원스럽게 자라 하늘을 향해 커져가고있었다.

"...데엣. 손쉬운 음식씨가, 저기 있는 데스.."

움찔. 미도리는 침을 꼴깍 삼켰다. 2분정도 걸어가면 닿을 거리. 지금은 집에 토시아키도 없다. 게다가 작물들은 여러개가 많이 달려있어서, 한두개정도 빼온다한들 과연 토시아키가 알아챌수있을까? 미도리의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모를게 분명한 데스. 조금이라면 집주인사마도 분명 용서해주시는 데스..."

터억. 자리에 늘어지듯이 앉아있던 미도리가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자들을 위해서라면 저기까지 걸어가는건 힘들지 않다. 토시아키에게 걸려 혼나는것도 무섭지 않다. 미도리의 시선은 작물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테에...? 마마. 어디 가는 테츄,..?"
"레엣. 꼬르륵씨가 가득한 레치...지겨운 레츄아..."
"마마. 괜히 움직이면 힘든 테치요."

"걱정 마는 데스. 마마는 잠깐 나갔다 오는 데스. 잠시만 기다리는 데스우."

터벅터벅. 자들의 물음에 미도리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 집을 나와 텃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이 몸을 공격해도 신경쓰지않았다. 자들이 배불리 먹고 기뻐하는 모습만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데에. 금새 온 데스. 풀씨가 커다란 데스. 대단한 데스우...조금만 가져가는 데스웃. 집주인사마. 와타시를 용서하는 데스. 이 은혜는 금방 갚아드리는데스요!"

터벅. 터벅. 걷다보니 금새 도착한 텃 밭. 미도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토시아키의 작은 텃밭은 가지런히 정돈되어있었다. 텃밭용품은 한쪽 구석에 정갈하게 정리되어있고, 중간중간에 지지대를 받쳐주어 무럭무럭 자라나는 작물들은 그림자를 만들 정도로 무럭무럭 성장하고있었다.

"데, 데엣...! 데스웃! 데샤앗! 데에. 데에. 조금만 움직여도 힘든 데스. 어서 가져가는 데스우."

미도리는 일체의 고민도 없이 작물을 두 손으로 잡아, 힘껏 당겼다. 붙잡은 후에 몇차례 낑낑거리자, 뚝 하고 끊겨나오는 작물. 미도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양쪽 허리에 하나씩, 두개를 끼워 들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정도라면 자들이 잔뜩 먹을수있을것이다.

"데에. 데히. 데히이....자들은 기다리는 데샤. 마마가 가는 데스우!"

 텃밭을 뒤로 한채, 미도리는 곧바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움직이는것도 점점 힘들어졌지만, 더위는 문제가 아니였다. 먹을것을 구했다는 성취감이 미도리를 걷게했다.

"테에. 마마. 어서오는 테츄. 뭘 가져온 테치카?"
"밥씨인 테츄? 밥씨인 테츄!?"
"레후. 더워더워씨는 저리 가는 레후우..."

금새 도착한 집. 자실장들은 바깥으로 나갔던 미도리가 궁금했던건지, 집 입구쪽에 저마다 다른 자세로 널부러져, 미도리를 맞이했다.

"착한 자로 있었언 데스우? 마마가 밥씨를 가져온 데스. 어서 먹는 데스."

"테에!? 우마우마인 테츄아!?"
"테치! 마마 최고인 테츄~"
"레후! 마마는 대단한 레후! 아마아마씨가 먹고싶은 레후~"

미도리의 기쁜 소식에 자리에서 금새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는 자실장들. 더워도 먹을게 있다는것이 기뻤는지, 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댔다. 

"자아. 먹는 데스우. 자들은 받는 데스."

미도리는 실장석 호신용 단검으로 가져온 작물중 하나를 5등분했다. 사각. 사각. 튼실하게 자랐기에 5개로 나누어도 그 볼륨이 살아있었다. 자실장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배분한 조각들을 붙잡고 탄성을 내질렀다.

"테에! 마마! 감사한 테치! 멋진 선물씨인 테츄아!"
"텟챠! 먹고싶은 테치! 지금 당장 먹는 테치요!"
"테에. 처음 보는 테치. 빨간빨간씨가 아마아마해보이는 테츄."
"레에! 우지챠. 받는 레치. 같이 앉아서 먹는 레츄~"
"레후! 오네챠, 고마운 레후~"

"마마도 처음 보는 밥씨인 데스. 마라같이 생기긴 했지만 집주인사마의 밥씨인 데스우. 우마우마할게 분명한 데스읏! 자. 먹는 데스."

자실장들이 신나하는 모습에, 미도리는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배가 부른 느낌이였다. 훔친다는것은 해선 안되는 일이였지만, 지옥같은 여름중에 찾아온 기쁨. 그런건 진작에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잘먹겠습니테츄!"""
"레치!"
"레후!"

"잔뜩 먹는 데스우. 데챱!"

...그렇게 미도리 일가는 작물을 모두 한입씩 먹어버리고말았다. 그 작물이 뭔지도 모르고. 

"테츄! 아삭아삭한 테치! 아마아마가 가득한...테? 테에? 뭔가 이상한 테치."
"레츕레츕. 식감이 굉장한 레츄웅~ 맛도 아마....아마앗..? 레? 레에?"
"텟. 입안이 화끈한 테치. 무슨 일인 테치카? 테. 테. 테에? 테에엣..!"
"레후! 이런건 아마아마씨가 아닌 레후! 화끈한 레후! 화끈한 레후우우웃!"
"텟챠아아아아! 불타는 테치! 싫은 테치! 입안도 화끈한 테챠아아! 싫은 테치! 몸씨도 후끈한 테츄! 입 안까지 더워더워한건 참지 못하는 텟챠아아아아-!!"

"데, 데엣. 왜 그러는 데스!? 편식씨는 마마가 혼낸다고 말한 데스. 자들은 전부...데, 데에? 어째서 화끈한 데스우? 혀씨가 후끈후끈한 데샤아아아앗!? 뭐인 데스! 뭐인 데스까아아앗!?"

여름작물의 대표격이라면 빨간색 색깔. 길쭉하게 두툼한 크기. 마라같이 생긴 그 모양. 그렇다. 미도리가 훔쳤던 작물은 하필이면 고추였던것이다. 안 그래도 매운 고추는, 후끈한 여름 태양의 빛까지 받아 튼실하게 자라있던 상태였다. 그걸 아무런 조리도 없이 생으로 먹으면 사람이 먹어도 맵다. 하물며 실장석이 먹어버린다면, 그건 필시
몸 안이 타버리는듯한 고통이 가득하겠지. 자실장과 미도리는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텟챠아아아! 마마아앗! 화끈씨를 가져온 테치이이! 이런건 아마아마가 아닌 텟츄아아아!"
"데스으읏! 화끈한 데스! 자들은 입을 닫는 데스으읏! 조금은 괜찮아질게 분명한 데스우우우!"
"렛! 레츕. ... ... ... 레츄아아아아! 더 화끈한 레치이이잇! 버틸수 없는 레츄아아! 마마! 마마앗! 살려주는 레치! 아타치 죽어버리는 레챠아아아!"
"테치이이이! 몸씨가 괴로운 텟츄아! 몸씨 안이 화끈한 테치! 괴로운 테치! 마마! 마마아앗!"
"레후우웃! 화끈한 레후! 화끈해지는 레후우우웃! 우지챠, 아마아마가 되어버리는 렛삐이이이이!"
"테, 테에...말씨가..나오지 않는 테치...목씨가..타들어가는 테츄웃....텝츄. 텝츄우웃..."

성체실장인 미도리는 그나마 몸을 비꼬며 고통에 저항했지만, 자실장들은 그러지 못했다. 맵다는것은 맛이 아니라 고통.
학대실장마냥 고통에 익숙한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들실장마냥 항상 가혹한 상황에 몸이 적응되어있는것도 아니였다. 장녀, 차녀. 3녀...가릴것 없이 자실장들은 모두 골판지 바닥에 기괴한 모습으로 널부러져, 팔과 다리를 뒤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입을 열어서 최대한 고통을 줄여보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이야기. 콧물눈물 범벅. 침까지 입에서 질질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미도리 일가는 독라 모습으로 몸이 전부 새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구더기, 애벌레마냥 바닥을 기어다녔다. 

"테에...테챠...앗...언제..끝나는 테치..후끈후끈씨..사라져주는 테츄..부탁인 테츄아아아..."
"데스우우우..! 집주인사마가 올때까지 버티는 데스웃...! 샤워씨를 하면 괜찮아지는 데샤아아앗...!"
"테, 테에에...! 아와아와씨가 있는 테츄우웃! 집주인사마! 돌아오는 테츄! 아타치를 살려-마라나게뜨거운텟챠아아아아아-!!"

샤워를 하면 시원해진다. 그때까지 버티면 괜찮을거라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미도리는 자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레...에엣...그건...언제인...레츄아...?"

지금은 오후 3시. 토시아키의 퇴근시간은 적어도 7시다. 미도리는 시간이라는 개념은 잘 모르지만, 토시아키는 언제나 해가 질때쯤에 온다는것은 알고있었다. 미도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쨍쨍. 질 생각을 하지 않는 태양. 

"그...그건. 마마도..모르는 데스웃..." 

미도리 일가의 고통이 끝난건, 고통에 몸부림치다 기절해버린 오후 5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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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걸 먹다니. 그거 엄청 매운걸로 심은건데."

그날 집에 돌아온 토시아키는 CCTV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었다. 요즘은 퇴근하면 무슨 일이 기다리고있을까, 기대하는 재미로 사는 토시아키였다. 정말 가만히 내버려둬도 알아서 재미있는 일을 터트려주는 실장석. 이보다 재미있는 TV프로그램도 없으리라.

"정말 내 예상대로 딱 움직여주는게 참.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토시아키는 거실로 나와, 아이스 티 한잔을 타며 거실 창문 밖, 미도리 일가를 바라보았다. 미도리 일가는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는 아까의 아픔은 잊어버렸다는듯이 물장난을 치며 놀고있었다. 집에 막 왔을때는 다른 날보다 더 애원하며 물을 틀어달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다.

"테에엣! 테츄아!"
"레치! 레츄레챠아앗! 레치!"
"테에에..텟!? 테츄테챠아앗!"
"레후! 레후프니후~"
"테엣. 텟챠. 텟챠."

"데에에, 데슷데스읏..."

짤막한 손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린다. 집중공격당해 도망가는 자실장. 아무것도 모르지만 물이 뿌려지는것에 그저 신난 구더기. 잡히지 않는 물방울을 잡으려 하는 엄지. 이렇게만 본다면 정말 평화로운 실장석 가족이건만...

"....데에에...."

미도리는 그토록 원하던 물이 있음에도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있고말고. 토시아키는 씩.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야, 그렇게 매웠지만  훔쳐먹어서 하소연도 못하고. 마음이 복잡하겠구나. 미도리. 일부로 고추만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둔 보람이 있어."

미도리가 고추를 먹을수밖에 없었던건, 텃밭에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토시아키는 일부로 고추만 거두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여름동안의 CCTV영상에는 밥을 두고 미도리에게 불평불만을 내뱉는 자실장의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밥을 아껴 먹고있는거겠지. 그 장면을 본 토시아키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일부로 고추만 남겨놓고 전부 따가면, 배고픔에 지친 미도리가 몰래 따가서 먹지 않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토시아키에게는 그의 생각대로 움직여준 미도리가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퇴근 후에 재미있는 영상을 볼수있으니까. 작물을 한두개 따간 정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토시아키는 그것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었다. 저렇게 말도 못하고 낑낑거리는 모습 조차도 그에게는 그저 유머였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물도 틀어주면 안되지만, 자신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준 미도리를 위해 잠깐 선심 쓰자. 그렇게 생각하는 토시아키였다.

" 어이. 이제 끝이야. 5분 지났다. 집으로 돌아가."
"테에...테치테치."
"레츄! 레치레츄!"
"데에에. 데스데스웃."

밖에 나가 수도꼭지를 잠구니, 밑에서 놀고있던 자실장들이 불평한다. 힘없이 늘어지는 녀석, 나를 향해 뛰어오르는 녀석. 아직도 물이 흐르고있는것마냥 움직이는 녀석까지. 약간 신경에 거슬리려는 참이였지만, 미도리가 눈치빠르게 자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뭐. 어때. 아직 재미있는건 남아있으니까."

그 모습에 토시아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문을 열어 집으로 들어갔다. 이런것 가지고 일일이 화를 내다간, 재미있는 장면들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미도리에게 문제인것은...

"역시 음식이겠지. 힘들게 훔쳐먹을 정도라면 미도리의 판단으로 비축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인가."

토시아키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이젠 마당에서 먹을걸 구할수 없다. 과연, 어떻게 먹을걸 조달할지. 위험을 무릅쓰고 공원으로 나갈까? 그게 아니라면 새끼중 하나정도는 잡아먹으려나? 

"기대되는구만. 빨리 보여달라고. 미도리."

온몸이 빨개져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도리 일가가 보이는 CCTV 화면이 꺼지고, 검은 컴퓨터 화면에 비춰보이는 토시아키의 얼굴이 웃고있었다.



토시아키의 기대는 얼마가지 않아 이루어졌다. 그 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탄을 한 미도리의 음식의 수급. 그 일은 고추 사건으로부터 일주일 후에 일어났다.

"테츄...테츄..."
"테에에...밥씨인테츄..."
"레엣...우지챠...프니..."
"프니후...? 레후츄우..."
"코츙...코츙..."

"....잠든 모습이 아름다운 자들인 데스우."

자실장들이 모두 잠든 새벽. 미도리는 혼자 깨어 조용히 자들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있었다. 

'...밥씨가 부족한 데스. 아직 여름씨가 약할때 구해왔던 밥씨조차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데시웃...'

미도리는 고민에 빠졌다. 여름이 얼마나 지나간건진 모르겠지만, 아마 얼마 남지 않았겠지. 그동안 아껴먹고, 훔쳐 먹고. 버티고. 악착같이 살았다. 하지만 비축분은 한계를 보이고있었다. 이정도 비축분이라면 아마...

'...오래 가지 못하는 데스. 여름씨가 지나가기 전에 굶어 죽고마는 데샤아앗...'

그래서 미도리는 결단을 내리려 하고있었다. 어떻게든 밥을 구해와야만 한다. 낮에는 햇빛과 열기때문에 공원에 나갈수 없지만, 비교적 선선한 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미도리는 생각하고있었다. 하지만 미도리는 실장석. 실장석이 밤의 공원에 나가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였다.

'죽을수도 있는 데스. 밤에는 검은검은씨가 많은 데스우."

밤에 움직이기 쉬운건 다른 동물들과 실장석도 마찬가지였다. 밤의 공원에는 밥을 구하러 얼굴에 불을 키고 돌아다니는 뒤쳐진 동족들. 그런 실장석들을 사냥하려 모이는 까마귀와 고양이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여태까지 미도리는 밥이 부족했음에도 밤에 공원으로 나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이젠 무리인 데스. 더이상 버틸수 없는 데스요."

그래도 어쩔수 없었다. 이젠 밥이 부족한 문제가 눈 앞까지 닥쳐왔다. 굶어 죽거나, 공원에서 찢겨 죽거나. 어디가 되었든 죽는건 똑같았다. 미도리는 그날 밤, 잠든 자들의 얼굴을 보며 각오를 굳혔던것이다.

"자들은 얌전히 자고 있는 데스.  마마는 다녀오는 데스우. 밥씨를 잔뜩 구해오는 데스..."

자들을 잃지 않겠다. 미도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실장석 호신용 단검과 비닐봉투를 집어들었다. 보통 이런 흐름이라면, 공원에서 갈기갈기 찢겨 죽는게 실장석의 숙명이겠지만, 그날 밤은 뭔가가 달랐다.

"데에. 어두운 데스. 이정도라면 검은검은씨도 분명 와타시를 볼수 없을게 분명한 데스우..."

골판지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 미도리. 어두운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대문까지 걸어가던 도중...

끼익.

"..데에?"

미도리가 드나드는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인 데스? 와타시는 아직 문까지 가지 않은 데스.'

미도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게 토시아키 일리도 없고, 자신은 아직 문을 연적이 없다. 그렇다면...남은건 단 한가지...

"데엣...! 안전한 데스우. 자들은 어서 들어오는 데스. 드디어 도망친 데스우웃..."

모르는 실장석의 침입뿐이다. 

"테치? 안전한 테치?"
"레후! 아픈아픈씨 없는 레후? 마마는 굉장한 레후웃!"
"테에...힘든 테치. 마마. 쉬고싶은 테츄.."
"레훗! 프니후! 프니후우!"

어둠에 조금 적응된 미도리가 대문을 바라보자, 큰 성체실장석이 대문을 열고는 들어와 두리번거리더니, 열린 문 틈으로 뒤이어 자실장들이 기어 들어왔다. 큰 성체실장의 실루엣으로는, 머리카락과 옷이 보이지 않았다. 독라 실장. 공원에서 운치를 맞아 노예가 되거나 빠르게 도태되는 개체들이다. 그런 독라실장이 6마리 정도 되는 자실장과 구더기를 데리고
토시아키의 마당에 침입한것이다. 미도리는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고 신기했지만, 지금은 그럴 틈이 없었다. 토시아키와의 약속. 집에 침입한 실장석의 제거.

"데에에엣! 당장 멈추는 데스우! 오마에타치는 뭐안 데스까!"

미도리는 기선제압을 위해 크게 목소리를 높혀 독라실장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움찔하며 반응하는 독라실장. 아무도 없는줄 알았는데, 적지않게 당황한건지, 몸을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데, 데엣. 이웃씨인 데스? 오해 마는 데스우! 와타시타치는 도망쳐온 데스! 오마에의 하우스를 빼앗지 않는 데스요!"

독라실장은 공격의 의사가 없다는듯이, 양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천천히 미도리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이 보일정도의 거리에 멈추었다. 미도리는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호신 단검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

"데엣. 독라인 데스. 독라가 와타시에게 무슨 볼일인 데스까."
"뎃. 와타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스. 와타시의 가족은 슬픈 일을 당한 데스우."
"...일단 이야기해보는 데스. 허튼 수작을 부리면 운치 국물도 없는 데스요."
"물론인 데스우."

미도리는 독라실장의 사연이 있다는 이야기에 미심쩍었지만, 들어는 보겠다는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하지만 경계는 풀지않고, 여전히 손을 앞으로 내민채로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있었다. 침입한 실장석은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 독라실장이 침입의 의사가 없다면, 그냥 돌려보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의미없는 죽임을 원하지 않았다. 본능에 눈이 돌아간 짐승같은 분충 실장석들은 죽여봤어도, 양충인 실장석은 죽여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데에. 와타시와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은 학대파에게 잡혀있었던 데스."
"데에. 학대파인 데스? 그건 유감인 데스우."
"괜찮은 데스! 그동안 슬픔씨밖에 없던 삶씨였지만, 드디어 와타시는 탈출한 데스우. 자들도 하나 빠짐없이 탈출한 데스. 이제부터 행복씨를 찾고싶은 데샤."
"...데에."

미도리는 그런 독라실장의 모습이면 공원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운치를 맞아 노예가 되버릴거라고, 이야기하고싶던것을 꾹 참았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괜히 나가지 않겠다며 성질을 부릴수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둠씨가 가득한 데스. 지금 공원에 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데스요. 와타시는 잠시 이곳에 머물고싶은 데슷. 부탁드리는 데스. 이웃사마."
"데에? 마당에 있겠다는 의미인 데스? 그건 무리인 데스. 와타시가 집주인사마에게 혼나는 데스."

저리 가줬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실패 한 모양이다. 미도리는 고개를 저으며 독라실장에게 부정의 표현을 보였다. 마당에 머물게 할수는 없다. 미도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 데에. 부탁하는 데스. 이웃사마. 와타시는 자들과 이제 시작인 데스. 행복씨가 와타시타치를 기다리고 있는 데스가. 부탁하는 데스우웃!"

하지만 독라실장도 만만치 않았다. 학대파에게서 겨우 도망친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꼭 행복한 삶을 살고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독라실장은 미도리에게 익숙한 일이라는듯이 도게자했다. 학대파에게 잡혀있을때, 하루에도 수백번씩 했던게 도게자였기 때문이다.

"부탁드리는 데스우! 부탁 드리는 데스! 새로운 인생씨를 살아가고싶은 데샤아앗!"
"데, 데엣. 그만하는 데슷! 안되는건 안되는 데스우! 와타시도 자들이 있는 데스. 마당에서 쫓겨나면 일가 실각인 데스우!"
"와타시는 지금 이순간이 일가실각인 데스! 물러설수 없는 데스요!"

애원하는 독라 실장. 고개를 돌리며 강하게 거부하는 미도리. 둘의 싸움 아닌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둘 다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에, 한치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실랑이를 한지 5분즈음 되자, 독라실장은 무언가를 결심한건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는 데샤. 이웃사마가 죽어도 안된다고 거부하는 데스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인 데슷."
"데, 데에? 무슨 말인 데스. 오마에..."
"이웃사마...오마에가 죽는 데스. 오마에의 대신 와타시타치가 마당에서 사는 데스우."
"데, 데에! 미친 데스까? 학대파에게 소중소중돌씨라도 망가진 데스까?"
"상관없는 데스우. 와타시는 자들을 지키는 데스. 뭐든지 하는 데시이잇."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는 미도리를 죽여버리겠다는 독라 실장의 충격발언. 미도리는 독라실장의 살기에 흠칫 놀라 뒤로 주춤했다. 독라실장은 장난이 아니라는듯이. 저벅. 저벅. 미도리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학대파에게 겨우 도망친 데스. 괴로운 삶이였던 데슷. 이젠 예전의 와타시로 돌아가지 않는 데스요. 자들과 행복씨를 찾아 공원에서 사는 데스. 드디어 그렇게 살수있는 데스. 오마에가 방해하게 두진 않는 데샤아아아앗!!"

굳은 결심. 학대파에게서 받은 학대로 단련된 몸과 마음. 독라 실장은 엄청난 오오라를 뿜어내며 미도리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오오라같은건 안보이지만, 적어도 미도리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만큼 미도리는 위험을 감지하고있었다.

"데, 데엣. 다가오지 마는 데스우. 부탁인 데스. 마당에서 나가 공원으로 가주는 데스. 그곳에 행복씨가 있을게 분명한 데스요! 와타시가 약속하는데스우우!"

미도리는 자신을 죽이겠다며 다가오는 독라실장과 싸울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도리도, 자들과 행복하게 살지못했던 그 순간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샵에서 토시아키에게 선택당해 완벽하진 않지만 자들을 낳고 사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다.
반면 독라실장은 학대파에게 옷과 머리카락을 잃고, 독라가 되어 새벽인 이 시간에 탈출했다고 한다. 분명 괴로웠을것이다. 그리고 이제 행복을 찾아 사려는 결정적인 순간인데. 과거의 자신이 비춰보이는 독라실장과 싸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도리는 가급적 독라실장이 포기하고 공원으로 돌아가주길 바랬다. 하지만...

"불가능한 데스. 와타시도 아는 데스. 독라는 노예가 되는 데스. 공원에 가봤자 달마 자판기가 될 운명인 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포기하지 않는 데스-!! 와타시의 생명씨는 그럴려고 생겨난게 아닌 데스우!! 행복씨를 찾아 떠나기 위해 생겨난 데스! 그런 인생씨는 와타시가 납득하지 못하는 뎃샤아아아아아-!!"

독라실장은 주먹을 꽈악 쥐고. 미도리를 항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죽은것과 다름 없는 삶을 사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독라실장은 그렇다고 해도 살고싶다고, 운명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미도리를 죽이려고 하는것이였다. 

"데, 데엣. 자판기가 뭐인 데스? 뭐라는 데스! 어쩌는 데스우웃..! 제발. 그만두는 데스. 와타시가 자들이 있는 데샤...어째서..."

미도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주춤, 주춤.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죽여야만 한다. 하지만 영문을 모를 이야기를 하며 달려오는 독라실장의 모습이 과거의 미도리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미도리는 잘 움직일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당하고 만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미도리는...

"마마! 이기는 테치! 못된 오바상을 죽이는 테챠아아아!"
"레후! 프니후! 레후! 마마 힘내는 레후웅!"
"테치! 텟-찌-!! 마마! 화이팅인 테츄! 마마아앗!"
"레후! 마마의 핵주먹씨로 오바상을 운치로 만드는 레후! 우지챠가 먹는 레후! 행복한 레후!"

"...데- 데엣. 데에에엣...!"

그대로 독라실장에게 한방 얻어맞을 예정이였지만, 독라실장의 뒤에서 열심히 마마를 응원하는 자실장들의 목소리가 미도리에게 들렸다. 그리고 순간 미도리는 자신의 자들을 머리속에 떠올렸다. 똘똘한 장녀...용감한 차녀...착한 3녀...사이좋은 5녀와 6녀까지...

"...데엣. 데에에에엣...! 자들. 자들이 있는 데스. 와타시도 자들이 있는 데스으읏! 여기서 물러설순 없는 데스. 와타시는 계속해서 행복씨를 찾는 데스. 오마에! 오마에는 다음 생에 찾는 데샤아아아아앗-!!"

미도리는 힘이 몸에서 흘러넘쳤다. 자신들의 자들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과거의 미도리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않았다. 미도리도 독라 실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마에가 죽는 데샤아아아앗-!!"
"웃기지 마는 데스우우우웃-!!"

미도리와 독라실장이 서로를 향해 달린다. 쿵쿵. 한밤중의 마당.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마당을 비출 뿐이였지만, 땅을 울리며 달리는 두 성체실장은 밝은 곳에 있는것마냥 서로를  똑바로 응시하고있었다. 어디를 노리면 이길수있을까. 어디를 공격받으면 위험할까.

'데에에엣..! 보이는 데스. 학대가 와타시를 강하게 만든 데스. 몸 정중앙인 데스! 저곳이 약점인 데스우우웃-!!"

먼저 주먹을 치켜세운건 독라실장. 노리는것은 미도리의 명치. 오랜 학대에서 얻어낸 경험이라고는 덜 아프게 맞는 방법과 위석의 위치를 느끼는것. 위석을 학대당해서 항상 생과 사의 죽음을 넘나들었던 독라실장이기에, 생명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위석를 잘 느낄수 있었던것이다. 독라실장은 지금만큼은 학대에 감사하고있었다.

"오-마-에-가-죽-는-데-샤-아-아-앗-!!!"

독라실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도리에게 주먹을 날렸다. 실장석이라고는 해도 그 짤막한 주먹이 바람소리를 내며 미도리를 향해 날아가고..독라실장의 일격이...

"뎃샤아아앗! 해치운 데스으읏! 오마에는 별거 아니였던 데-"

미도리의 명치를 관통...

"미안한 데스우."
"....에?"

...하는 일은 없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 서로 맞부딪친 그 순간에, 독라실장의 주먹은-

"...데-, 데. 데. 데갸아아아아악-!! 와타시의 손씨가, 와타시의 섬섬옥수가아아앗-!!!!!"

미도리의 호신 단검으로 베어져 땅바닥에 떨어져있었다. 

"테, 테에? 마마? 마마의 손씨가 없어진 테치. 어디 간 테치?"
"레후! 오바상을 해치운 레후? 마마는 강한 레후!"
"텟. 뭔가 이상한 테치. 저 오바상. 왜 쓰러지지 않는 테치?"

웅성웅성거리는 독라실장의 자실장들. 미도리는 독라실장의 앞에서, 단검을 손에 들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오마에는 강한 데스. 하지만 와타시보다 약했던 데스우. 유감인 데스."
"뎃샤아아앗-!! 그럴리 없는 데스우웃! 오마에는 학대파에게 학대를 당해본 데스까? 그런적이 없다면 와타시를 이해할수 없는 데스! 오마에에에엣!"

피가 흘러넘치는 손을 부여잡으며, 독라실장은 바닥에 무릎 꿇은채로 미도리를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도리가 학대한것도 아니였는데, 마치 자신을 학대한 학대파를 바라보는듯한 눈빛이였다.

"...데에. 아까의 강했던 오마에의 눈씨는 어디로 간 데스?지금은 완전히 운치같은 눈씨인 데스. 오마에의 의지씨는 겨우 그정도인 데스우?"
"닥치는 데스으으읏! 닥치는 뎃샤아아아아아-!!"
"와타시도 자들이 있는 데스. 와타시의 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씨가 더 강했던 데스."

아까 자들을 지키겠다며 말했을때의 눈빛이 순식간에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뀐걸 본 미도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젠 더이상 아까의 용감한 독라실장이 아니였다. 추악한 실장석 본연의 모습이 들어난 분충일뿐이였다.

"괜찮은 데스. 와타시가 편안하게 해주는 데스우. 이제 쉬는 데스."
"데엣-!! 데에에에엣-!! 뎃샤아아아아아앗-!!!! 닥치는 데스! 저리 가버리는 뎃데챠아아아앗-!!!"

미도리가 마무리를 하기위해 다가가자,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독라실장은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미도리는 개의치않았다. 지금의 이녀석은 분충이였기 때문이다.

"뎃시아아아앗-!!"
"뎃샤! 뎃샤! 뎃스으으으으-!!!!"

촥. 싹. 쓱. 단검이 독라실장을 거침없이 베어내고, 남아있던 팔과 두 다리는 순식간에 잘려나가고말았다. 독라실장은 사지가 절단당한채로 바닥에 누워, 바락바락 소리를 치며 울었다.

"뎃스우우우우우우-!! 죄송한 데스! 주인사마!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으으! 소중소중씨를 괴롭히는건 그만하시는뎃샤아아아아아-!!"
"...데에에..."

독라실장은 학대파에게 학대당하던 그 순간이 생각난건지, 색눈물을 흘리며 미도리를 향해...아니. 공중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소리를 치고있었다. 미도리도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딱하게 됐다. 그런 생각밖에 할수없었다.

"테치이이이잇-! 마마에게 무슨짓인 테츄! 당장 저리가는 테츄아아앗-!!"
"레후! 마마, 우지챠가 되는 레후? 프니프니후!"
"테에에엥! 마마! 마마아앗! 아타치 혼자선 싫은 테치! 일어나는 테츄-!!"
"오바상의 프니프니가 궁금한 레후..."

그런 모습을 본 자실장들은 곧바로 테치테츄레후. 하는 소리를 내며 달마실장에게 달려왔다. 달마실장을 지키려는 녀석. 마냥 울면서 어찌할줄을 모르는 녀석. 생각없는 구더기들까지. 싸움에서 패배한 성체실장의 자실장들의 흔한 모습이였다.

"오로롱! 오로로롱! 죽여주는 데스우. 괴로운 데스. 소중소중씨가 아픈 데스! 뎃챠샤아아앗-!!"
"시끄러운 데스. 오마에의 자들을 어떻게 할지 생각중인 데스우. 조용히 하는 데스."

자신의 자들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달마실장에 달라붙어 빼액빼액 소리를 질러대는 자실장들을 보니, 이녀석들은 짜증난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저 시끄러운 녀석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중, 바닥에서 계속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달마실장이 시끄러웠던건지, 미도리는 가볍게 단검을 휘둘렀다.

푹-!

"데, 뎃츄아아아아-!! 데,데,데,데,데,하무라뾰? 루빠모? 데데데데데데-"
"데, 데엣? 왜 이러는 데스우. 미친 데스? 곧 죽을 운명인 데스. 조용히 하는 데-데엣?"

...하지만 그것이 미도리에게 있어서 엄청난 기회를 불러왔다. 미도리가 휘두른 단검에 빗겨맞은 독라실장은, 머리 일부분만을 가격당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묘한 소리를 내며 정신이 나간듯한 모습을 보이는것이다.

"데, 데에. 왜 이러는 데스우."

미도리는 알지못했다. 들실장들이 흔하게 만드는 달마 자판기를. 죽지 않을정도로 머리를 파괴하면, 살아있는 시체같은 상태가 되버린다. 그 상태에서 간단하게 눈동자만 건들이면, 자그만한 구더기나, 저실장을 생산하는 간편한 자판기가 되어버리는것이다. 

"하무라뾰-? 데데데데. 메빠쇼? 루빠모?"

"테, 테에. 마마! 왜 그러는 테치? 정신 차리는 테치!"
"테, 테에. 마마. 무서운 테치! 마마앗-!!"

곁에 붙어있던 자실장들도 갑작스러운 괴기한 모습에 겁이 났던건지, 한걸음 물러서 당황하고있었다. 

"...데에. 이건, 쓸만한 데스. 이 달마는 쓸만한 데스우. 이 달마와 싸우느라 힘을 잔뜩 써버린 데스. 밥씨를 구하러 나갈수 없는 데스우. 대신 이 달마가 가진 영양씨를 짜내는 데스. 아직 멀쩡해보이는 데스. 자를 갖게 만들면...이게 바로 쉬운 음식씨인 데스. 이게 바로..자판기 인 데스우...?"

미도리는 마마에게 여름조차도 배우지 못한 개체이다. 하물며 독라 자판기같은것을 배웠을리가 없다. 하지만 실장석의 본능이 이야기하고있었다. 이 달마는 쓸수있다. 어쩐지, 이렇게 쓸수만 있을거같은 느낌이다. 실장석의 세포에 각인된 본능같은 감각이, 달마 자판기라는 결론을 내게 만들었던것이다.

"...잔인한 일인 데스. 하지만 어쩔수 없는 데스. 와타시와 자들은 살아남는 데스.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 데스요."

보통 멀쩡히 먹을게 있다면 동족식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미도리는 절박했다. 음식이 다 떨어지면 말라 죽을 운명. 평상시의 배부른 미도리와는 달랐다. 미도리는 고민조차 하지않고, 바닥에서 얼빠진 소리를 내고있는 독라실장을 집어들어, 운치굴로 옮기기 시작했다.

"데에. 데히. 무거운 데스. 하지만 꽤 쓸모있는 녀석인 데스."

"테, 테에에엣! 마마! 마마아앗!"
"레후! 마마, 어디 가는 레후?"
"테치! 떨어지는 테치! 똥오바상은 마마를 놔주는 테츄아아앗-!!"

자신의 마마가 끌려가자. 미도리를 쫄쫄 쫓아가며 다리를 공격하는 자실장들. 하지만 그래봤자 자실장의 힘이다. 미도리는 간지러울 뿐이였다.

"쓸모없는 저항씨인 데스우. 오마에의 마마는 패배한 데스우."

미도리는 자신을 때리는 자실장들을 딱히 건들이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자실장들도 운치굴에 넣을 생각이였으니까. 그렇게 질질. 달마실장을 끈지 2분정도 지나자, 골판지 집의 옆. 운치굴에 도착했다. 

"데에. 앞으로 잘 부탁하는 데스. 오마에가 와타시타치를 살리는 데스우."

미도리는 굴을 덮고있던 신문지를 걷어내고, 그 안으로 달마실장을 집어던졌다. 쿵! 바닥에 떨어진 달마실장...달마 자판기는 온 몸에 운치를 묻힌채로 여전히 하무라뾰? 같은 얼빠진 소리만 내뱉고있었다.

"테에! 마마! 마마아앗! 운치범벅이 된 테치! 마마앗!"
"똥오바상! 당장 마마를 구하는 테츄! 운치를 던지기 전에 당장 구하는 테츄아아아-!!"
"레후? 그리운 느낌이 드는 곳인 레후."
"레후! 운치! 운치가 먹고싶은 레후!"

뒤이어 따라온 자실장들은 차마 굴 안으론 들어가지 못하고, 위에서 달마 자판기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있었다.

"걱정 마는 데스. 오마에타치의 집은 지금부터 여기인 데스우."
"테, 테에? 무슨 소리인 테치카? 똥오바상은 드디어 미쳐버린 테치카?"

그런 자실장들의 뒤에서 그림자를 늘어트리며 서있던 미도리는, 제일 큰 자실장을 하나 집어들었다.

"테, 테치! 뭐하는 테치카! 당장 마마를 구하는 테-"
"시끄러운 노예인 데스. 독라로 만들면 좀 조용해지는 데스까?"
"테, 테에. 테? 테?... 텟챠아아아아아아-!!!!"

미도리는 마침 운치굴에 노에가 필요했던 참이였다. 크기를 넓히고싶기도 했고, 자판기에서 구더기들이 태어나면 구더기들을 관리할 녀석들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거침없이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옷을 찢어버렸다. 자실장의 몸집이 아무리 작다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 자실장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지못하겠다는 얼굴로
3초정도 벙쪄있다가, 그제야 현실을 깨달은건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테츄아아아아! 마마! 아타치 독라가 되어버린 테치! 똥마마는 당장 아타치를 세레브하게 만드는 테츄아아아아!"
"일단 하나인 데스우. 노예가 둘밖에 없는건 아쉬운 데스."
"텟챠아아아! 오네챠! 오네챠아아아! 똥오바상! 미친테치카?! 당장 아타치타치를 놓아주는텟챠아아아아아아아아-!?"

독라로 만든 자실장을 운치굴에 던지고, 뒤이어 나머지 자실장도 독라로 만든다. 자신이 노예라는 처지를 인식시키는데에는 독라로 만드는것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노에인 데스. 조용히 하지 않으면 오마에들도 저 달마자판기처럼 만들어버리는 데스."
"텟챠아아! 텟츄아아아아! 마마! 마마아아앗-!!"
"이모토챠까지 독라가 되어버린 테치! 일가실각인테츄아아아아아!!"
"완벽한 데스. 자판기는 내일 아침까지 우마우마한 밥씨를 만드는 데스. 오마에들은 새로운 집씨와 인사하는 데스우. 앞으로 평생 있어야하는 데스."
"테츄아아아아아아-!! 꺼내는 테치! 아타치를 꺼내는 테치! 노예는 싫은 테츄아아아-!!"

"레후! 오네챠. 운치가 가득한 레후! 운치를 먹는 레후~"
"레후. 마마처럼 편안 레후. 이곳이 진짜 집씨인 레후?"

아무 생각도 없는 구더기 두마리까지 운치굴에 던져놓고는, 달마자판기의 눈동자에 운치를 던진다. 그러자 자판기는 리빠먀-? 메빠쇼-? 같은 소리를 내며 곧바로 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내일 아침쯤에는 구더기가 꽤 만들어져있겠지. 미도리는 색눈물을 흘리며 손을 하늘로 뻗어 제자리에서 뿅뿅 점프하는 자실장 둘을 무시한채로 
굴을 신문지로 덮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사건이였지만, 오랜 고민이였던 미도리의 식량부족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였다.

"이걸로 안심인 데스. 밥씨가 부족할 일은 없는 데스. 이대로 여름씨가 지나갈때까지 버티는 데스요."

비명소리를 뒤로 한채 미도리는 집 문으로 걸어갔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밤 공기가 미도리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미도리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데에. 와타시타치는 이렇게 살아가는 데스우? 비참한 데스. 잔인한 데스. 오마에의 자들이라고 생각해보는 데스. 이건 옳은 행동인 데스우?'

"...새삼스러운 데스. 어떻게든 살아가는 데스우. 그리고 행복씨를  계속해서 찾는 데스. 그게 와타시타치인 데스."

...미도리는 자신의 마음 속 양심이 소리치는 비명소리조차도 무시한채로,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레에..."

곁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한채로 말이다.



...그렇게 여름을 무사히 보낸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았을테지만, 운명이라는건 얄궂은것. 미도리 일가는 그러지 못했다. 드디어 식량문제에서 벗어났다 싶어도 두번째 비극이, 불과 하루도 지나지않아 미도리 일가를 기다리고있었기 때문이다.

간밤에 식량 공급원을 만든 미도리는, 다음날 아침이 되자, 곧바로 아침을 위해 운치굴로 향했다.

"테츄우...테츄..."
"코츙..."

미도리가 신문지를 살며시 들어올리자, 울다 지쳐 잠든건지,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한 자실장 둘이 보였다. 이상한 말만 내뱉은 마마와 독라가 되어 운치굴에 갇혔다는 사실에 적잖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메빠쇼?"
"레후츄우우..."
"레후우웃.."

옆에 있던 달마 자판기는 어제 배가 불렀던것과 달리, 조금 볼살이 마른채로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자판기는 구더기를 훌륭히 만들어낸건지, 바닥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구더기들이 곤히 잠들어있었다.

"오늘은 오마에로 정한 데스우."

미도리는 운치굴을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더 통통해보이는 구더기 한마리를 집어들었다. 

"레후...레후우...?"
"오늘은 오마에를 밥씨를 정한 데스. 훌륭한 아침씨인 데스웅~"

구더기는 밤새 운치를 먹었던건지, 몸집이 꽤 통통했다. 자들이 나누어먹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크기였다.

"레후우. 프니후! 오바상의 프니프니인  레후? 기쁜레후!"

미도리의 손에 잡힌 구더기는 그저 생각없이 꼬리를 살랑살랑. 양 발과 손을 파닥파닥거리며 밝게 웃고있었다. 미도리는 그런 구더기를 바라보며 골판지 집 뒤로 이동했다.

"데에. 자들의 앞에서 손질을 할순 없는 데스우..."

식량 공급원을 찾은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미도리의 자들중에는 6녀가 있었다. 서로서로를 잘 챙겨주는 미도리의 자들이였기에, 구더기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고있을게 분명하다. 미도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들이 구더기인것을 모르게 손질하는 데스우."

미도리의 자들은 일반 들실장처럼 동족식을 해본적이 없다. 배고프면 당연하다는듯이 잡아먹는게 실장석이지만, 그 맛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미도리의 자들에게 뭔지 모르는 구더기를 먹으라고 들이밀게 된다면, 혼란스러워할게 분명했다. 게다가 
구더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자들이 6녀를 생각하며 거부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 미도리는 운치굴 안의 자판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을 생각이였다. 어차피 여름을 나기위한 자판기이다. 자들은 더운 탓에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운치도 집 안에 있는 운치굴을 이용하면 된다. 자들을 완벽하게 속일수있을거라고, 미도리는 생각했다.

"레후우? 긴긴반짝씨인 레후? 프니프니인 레후?"
"그런 데스. 잠깐 눈을 감으면 금방인 데스."
"레후! 신나는 레후! 프니후!"

미도리는 말로 구슬려 구더기를 눈을 감게 했다, 괜히 잘못 해 소리라도 지르면 곤란했기 때문에, 구더기가 눈을 감은 그 순간, 재빠르게 옷을 벗기고, 단검으로 머리카락을 제거했다.

"레후! 프니..프니후? 옷씨는 어째서 가져가는 레후? 소중소중한 옷씨인 레..레후? 머리씨가 이상한 레후. 나풀나풀레후? 오바상-"
"조용히 하는 데스우."

구더기가 이상함을 느낄때즈음에는 이미 독라 상태. 미도리는 손으로 구더기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 위석의 위치를 알아내고는, 신속하게 위석을 단검으로 꿰뚫었다.

"레- 레삐이-후.."

-파킨!

"...손질이 끝난 레후."

위석을 파괴당해 축 늘어진 구더기를 미리 준비한 돌 위에 내려놓고, 먹기 좋게 5등분한다. 가급적이면 구더기인것을 알아볼수없게, 머리 부분은 몽땅 잘라내었다. 

"이정도면 완벽한 데스. 머리 부분은 와타시가 나중에 먹는 데스우."

5덩이로 나뉜 구더...고기를 보더니, 미도리는 만족한 표정으로 골판지 집의 문을 활짝 열었다.

"자들은 일어나는 데스우. 마마가 우마우마한 밥씨를 구해온 데스."
"테..테에...아침씨인 테치?"
"테에. 밥씨. 먹고싶은 테츄."
"레치? 마마...?"
"레후. 프니프니가 마려운 레후."
"테에? 아침씨는 뭐인 테츄?"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 미도리의 말에 하나 둘씩 눈을 부비며 깨어나는 자들. 미도리는 깨어난 자실장들에게 고기를 한덩이씩 건네주었다.

"텟. 꼬기인 테치!"
"꼬기! 꼬기인 테츄!? 마마가 최고인 테츄웅!"
"테에! 우마우마한 밥씨인 테츄아!"
"레에. 꼬기. 아타치, 좋아하는 레츄."
"레후~ 꼬기꼬기레후!"

자신의 몫의 고기가 주어지자, 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뻐하는 자실장들. 미도리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해씨가 약한 데스. 특별히 마당에서 먹어도 좋은 데스우!"

"테치! 경치씨가 좋은곳에서 먹는 테츄아!"
"테치테치! 소풍테치네!"
"텟! 아타치도 가는 테츄!"

그동안 자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주지 못했던 미도리는 자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던건지, 마당으로의 외출을 허락해주었다. 긴 여름속에서 오랜만에 보는 행복한 얼굴들. 아무리 마당에서 안좋은 기억이 많다고는 해도, 미도리는 마마다. 자들의 그런 모습을 보자, 마음이 누그러지고 마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데스우. 와타시가 지켜보고있으면 안전한 데스우."

미도리는 집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바깥에 앉아 밥을 먹는 자실장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먹지않아도 배가 부르다. 드디어 가족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깥을 바라보는 와중에...

"...레치. 마마. 마마레치."
"데스우? 5녀. 어째서 나가지 않는 데스? 바깥은 시원한 데스."

옆에서 마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을 거는 5녀. 5녀는 받아든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은채로 미도리를 올려다보고있었다.

"레에. 마마. 하고싶은 말이 있는 레치."
"데스? 하는 데스. 무슨 일인 데스우?"

어딘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 5녀. 미도리는 고개를 숙여 5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이 있는걸까? 싶었던 그 때.

"...마마. 이 밥씨는 어디서 구한 레츄?"
"...데, 데에?" 

미도리에게 있어서는 적잖아 충격인 5녀의 질문. 다름아닌 6녀를 좋아하는 5녀다. 구더기인걸 알지 못하게 꼼꼼히 처리했다. 분명 눈치채지 못할줄 알았는데, 미도리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5녀. 무슨 말인 데스우. 마마가 구해온 데스. 자들이 잠든 사이에 공원에 다녀온 데스."
"...정말인 레치? 아타치. 밤씨에 깨어있던 레치."
"데, 데에? 어째서 밤씨에 깬 데스까. 5녀."
"우지챠의 소리가 들렸던 레치. 하지만 6녀 우지챠는 소리 내지 않았던 레치. 문씨가 열려있었던 레치. 문 밖에 마마가 뭔가 하고있었던 레치."
"데, 데, 데엣."

5녀, 엄지는 본능적으로 구더기와 함께하게 된다. 자실장에 비해 비교적 작은 엄지는 솔직히 말해 쓸데가 없다. 식량만 축내는 가족 구성원인것이다. 그때문에 엄지는 본능적으로 구더기를 찾아 프니프니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도 쓸모가 있다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그 본능이 어젯밤에 5녀를 깨운것이다.

"...아무일도 없었던 데스. 잠깐 마당씨에 나갔던 데스. 마마는 생각이 많은 데스."
"레에. 마마는 우지챠 소리를 내지 않는 레츄. 게다가 마마는 운치굴까지 걸어간 레치. 마마. 마마?"
"...."

미도리는 생각했다. 5녀는 알고 말았다. 간밤에 있었던 일도 자세하게 알진 못하지만, 갑자기 생겨난 이 고기와 연결지어 생각하려고 하고있는것이다. 그나마 실장석이라는것이 다행이였다. 엄지는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확실하게 연관짓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이대로라면 들키는것은 시간 문제였다. 
미도리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맞는 데스. 마마는 밤씨에 구더기를 만난 데스."
"레에? 정말인 레츄?"
"그런 데스. 구더기가 배고파한 데스. 그래서 운치굴의 운치를 준 데스."

말했듯이 엄지는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 거짓말로 속여넘기면 그만인 일. 미도리는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술술 지어냈다.

"레에. 운치는 먹을수 있는 레치?"
"그런 데스우. 구더기는 운치를 먹는게 제일 좋은 데스. 매일 프니프니를 해주기때문에 운치가 부족한 데스."
"레에! 확실히 그런 레치! 마마는 똑똑한 레치요!"

구더기는 운치를 먹으면 좋다니. 운치는 누구나 먹지 않은 그저 똥일뿐인데. 미도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5녀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는 데스. 그 구더기는 무사히 돌아간 데스. 마마가 가져온 고기는 집주인사마에게 받은 데스. 걱정하지 마는 데스요."
"레에! 마마는 역시 똑똑한 레치! 알겠는 레츄! 마마!"

얼렁뚱땅 미도리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5녀는 미도리에게 쓰다듬받으며 방방 뛰더니, 그제서야 안심했다는듯이 그 자리에서 고기를 오물거리며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레에엣! 꼬기! 맛있는 레치! 극상의 아마아마인 레츄웅!"
"착한 자인 데스. 꼭꼭 먹는 데스우. 마마는 바깥의 장녀들을 보러 가는 데스우. 5녀는 집안에 얌전히 있는 데스우~"

미도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바깥으로 나갔다. 말로는 능숙하게 위기상황을 넘긴 미도리.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지만, 미도리의 위석은 긴장감에 쿵쾅쿵쾅 뛰어댔다.

'데, 데에. 어떻게든 넘긴 데스. 다행인 데스우.... 이제 들킬 일은 없는 데스. 내버려두면 되는 일인 데스우.'

자신의 긴장한 표정을 들키지 않기위해, 미도리는 적당히 이유를 대며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이게... 이 간단한 행동이... 잠시 후의 참사를 불러일으키고마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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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츄웅! 마마! 아마아마한 테치!"
"테엣! 입 안에서 고소고소아마아마녹아내리는테츄우!"
"그런 데스. 장녀와 차녀가 기뻐하는걸 보니 마마도 기쁜 데스우."
"테츕테츕. 꼬기의 육즙이 끝내주는 테츄웅~"

이른 아침.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불고있는 가운데, 마당에 나와 앉아있는 장녀. 차녀. 3녀와 미도리는 서로서로 환하게 웃으며 아침식사를 즐기고있었다. 며칠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밥. 미도리 일가는 그저 기쁠뿐이였다.

"....츄..."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골판지 집. 집 안에는 엄지와 구더기. 5녀와 6녀가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레치! 우지챠는 알고있는 레치? 우지챠는 운치를 먹을수있는 레치!"
"레후? 정말인 레후?"
"정말인 레치. 마마가 말해준 레치요."

꼬리를 흔들며 바닥에 엎드려있는 6녀를 쓰다듬는 5녀. 방금 미도리가 했던 말을 곱씹는중이였다. 운치는 실장석이 흔히 먹는것이지만, 미도리는 항상 먹을것을 구해와
자들을 먹였기 때문에, 5녀와 6녀는 그 사실을 알지못했다.

"레후! 어쩐지 운치에서 아마아마한 냄새가 났던 레후. 마마는 대단한 레후! 오네챠도 대단한 레후!"
"레츄. 궁금한 레치. 운치는 아마아마한 레치? 냄새는 별로였던 레츄아..."
"레후! 먹어보면 되는 레후! 오네챠! 운치굴로 가는 레후!"
"레에? 그런 레치. 우지챠는 똑똑한 레츄!"

엄지와 구더기. 어린 실장석들은 평범한 자실장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겁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미도리가 말했던 운치를 먹을수있다는 이야기. 5녀는 그것이 매우 궁금했다. 

"레에. 그렇다면 마마는 왜 말린 레치? 레에?"

5녀는 예전, 봄에 5녀가 집 안 운치굴에 있던 운치를 퍼 먹으려고 하자 미도리가 말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운치는 먹을수있던게 아닌가? 그렇다면 왜 자신을 말린것인가? 5녀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그 덕분에 구더기의 말은 5녀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말이 되었다.

"레에. 앞에 마마가 있는 레치. 마마 몰래 먹고싶은 레츄. 운치굴로 가는 레치!"
"레후~ 프니후!"

집 앞에는 미도리가 앉아있었다. 운치는 집 안 운치굴에서 퍼먹으면 그만이였지만, 미도리가 말렸던 기억 덕분에 몰래 먹고싶었던건지, 5녀는 그 즉시 구더기를 들어올리고, 집 바깥으로 걸어나가, 운치굴로 향했다. 운치굴에는 미도리가 숨기고싶어하는 비밀. 간밤에 잡아온 자판기와 그의 자실장들이 있었지만, 미도리는 집을 등진채로 앉아있었기때문에 눈치채지 못했다.

"테치테치!"
"데스우웅~"

"레에. 마마는 바쁜 레츄."
"레후?"

미도리는 자들과 함께 웃으며 떠드는중이였다. 자신이 간밤에 저지른 일을 잊고싶기라도 했던걸까? 아니면 간만에 본 자들의 기쁜 표정에 넋을 잃은걸까? 어느쪽이던간에, 미도리는 5녀를 막지 못했고, 작은 엄지의 걸음으로 5녀는, 그대로 집 바로 옆 운치굴로 걸어갔다.

"레에. 도착한 레치."
"레후? 여기가 운치굴인 레후?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드는 레후!"
"레츄? 종이씨로 막혀있는 레치. 들어갈수 없는 레츄?"

5녀에게 안겨 꼬리를 파닥이는 6녀. 5녀는 신문지로 뒤집힌 상태의 운치굴을 발견했다. 이대로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판단한건지, 5녀는 구더기를 제 앞에 내려놓고, 쭈그려 앉았다.

"레치. 아타치가 들어올리는 레츄. 우지챠. 조금만 기다리는 레츄!"
"레후~ 알겠는 레후! 오네챠 힘내는 레후!"
"레엣, 레츄아아앗!"

5녀는 엄지. 다른 자실장에 비해 체격이 왜소했기때문에, 신문지 한장을 들어올리는것도 미도리는 한손으로 할수 있는 일이지만, 5녀에게는 만만찮은 일이였다. 5녀는 신문지의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잡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레엣, 레에에엣...!"
"레후! 운치굴이 보이는 레후. 깜깜씨가 가득한 레후?"

신문지가 점점 들어올려지고, 보이는 운치굴 내부.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5녀는 당황했다. 잠시 운치만 가져올 생각이였는데, 안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공간이였던것이다.

"레에. 아타치가 매일매일 운치를 싸던 그곳이 맞는 레치? 조금 무서운 레츄아..."

5녀는 깜깜한 내부를 보고는, 조금 겁을 먹은건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혼날지도 모르지만 운치는 마마에게 부탁해 한움큼만 꺼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뒤로 빠지고 있던 그때.

"레후! 오네챠! 들어가는 레후! 어째서 뒤로 가는 레후?"
"레, 레엣. 나중에 오는 레치. 나중에-레츄아아앗-!?"
"레, 레후우웃-!?"

5녀의 발 밑에 있던 6녀가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5녀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5녀는 운치굴만을 바라보며 뒷걸음질 하던 상황. 한 발은 뒤로 옮기고, 한 발로 버티던 불안불안한 자세의 5녀가, 6녀의 의도치않은 몸통박치기때문에 발이 미끄러지고말았다.

"레츄아아아앗-!?"
"레후우우웃-!?"

그리고 5녀와 6녀는 주르륵. 운치굴에 빠지고 말았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 미처 미도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둘은 깜깜한 운치굴에 빠지고 말았다. 포옥. 들쳐졌던 신문지는 그대로 덮어져버렸고, 5녀가 서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레후아아아...아픈 레치. 운치굴에 빠져버린 레츄..."
"레후...세상씨가 빙글빙글 도는 레후우..."

5녀와 6녀는 굴러떨어진 바닥. 먼지구름속에서 머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일어난곳은 운치굴의 바닥. 운치굴은 신문지로 덮힌것때문에 사방이 깜깜한 모습이였다.

"레에. 어두운 레치. 다시 올라갈수 있는 레츄?"
"레후. 운치 냄새가 나는 레후. 어쩐지 고소고소한 느낌이 드는 레후웃..."
"레엣. 레치이이잇! 레에에....미끌미끌한 레치. 올라갈수가 없는 레츄우..."

5녀는 뒤로 돌아, 벽을 타보려고 시도했지만 힘이 역부족이였다. 엄지이기도 하고, 애초에 높이가 높이인지라 엄지가 탈출할수 있을리는 없었다.

"레에...어쩔수 없는 레치. 운치 냄새가 강한 레치. 하지만 마마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레치. 기다리는동안 운치를 찾아보는 레치! 우지챠!"
"레후? 좋은 레후! 운치는 아마아마할게 분명한 레후웃!"

올라갈수없다는것을 안 5녀는 어쩔수없다는듯이 다시 몸을 돌려, 구더기를 쓰다듬더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섭기도 하지만 어차피 마마가 금방 와서 구해줄것이고. 5녀의 두려움은 곧 놀러왔다는 느낌으로 변질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선 안됐는데.

"레에. 깜깜한 레츄. 운치굴은 넓은 레츄아..."
"레후? 바닥씨가 축축한 레후."

5녀와 6녀는 무작정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축축한 바닥을 그 작디 작은 발로 밟아가며.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5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레에. 어째서 운치가 없는 레치? 오네챠도, 아타치도 잔뜩 싸는 레츄우. 어젯밤의 우지챠가 전부 먹어버린 레치? 대단한 레치."

그 많던 운치가 하나도 없었던것이다. 운치만 눈에 보였다면 더 앞으로 걸어가진 않았을텐데. 5녀는 운치를 찾기위해 더 깊숙하게 들어갔고...

"레에. 우지챠. 똑바로 따라오는 레치. 깜깜씨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레-"
"레후우! 프니후! 프니후! 새로운 프니프니인 레후?"
"레, 레에? 우지챠? 우지챠인 레후? 이상한 레후? 우지챠는 아타치 뒤에 있는 레치. 레, 레에?"
"레후? 친구챠인 레후? 반가운 레후~"

어째서 운치가 보이지 않는건지, 5녀는 발에 채인 낯선 구더기를 보고는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레, 레에. 운치굴에 우지챠가 있는 레치? 이상한 레치. 레에..."

"레후! 마마는 어디있는 레후?"
"운치 아마아마한 레후! 좀 더 먹는 레후우~"
"프니프니후! 우지챠,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레후...운치는 모두의 것인 레후! 혼자 먹으면 치사한 레후웃!"
"레후? 마마의 냄새가 느껴지는 레후..."

5녀가 고개를 들어 운치굴을 바라보자, 어둠에 적응된 5녀의 눈에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안쪽의 운치굴에는, 10마리의 구더기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며 운치를 먹고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마다 통통한 몸을 흔들고있었다. 

"레후! 오네챠인 레후? 프니프니를 요구하는 레후. 다른 오네챠는 바빠서 힘들어보이는 레후우."

5녀 발 밑의 구더기는 작은 팔과 다리를 뽈뽈 움직이며 5녀에게 프니프니를 요구하고있었다. 구더기의 그 말에 5녀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레에? 오네챠? 운치굴에 다른 오네챠가 있는 레후? 레에. 아타치는 모르는 레치. 마마는 운치굴에 운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레츄우. 레에. 이상한 레치..."
"레후? 오네챠 핀치인 레후? 친구챠는 운치를 잔뜩 먹은것같은 레후.."

5녀는 미도리에게 운치굴에는 운치밖에 없다고 배웠다. 실제로 5녀도 운치굴에 운치를 쌀때에는 밑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들어온 깜깜한 운치굴 내부는 전혀 달랐다. 마치, 무언가를 키우는 농장 같은 느낌의-

"테에? 우지챠가 아닌 테치. 오마에는 누구인 테치?"
"레엣. 오네챠인 레치? 아타치를 찾으러 와준 레치카!?"
"테에. 오마에는 누구인 테치? 새로운 프니프니 노예챠인 테치?"
"레, 레에. 독라오네챠인 레치. 아타치의 오네챠는 독라가 아닌 레츄. 오네챠타치는 누구인 레치카?"

5녀의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두 발로 선 무언가가 어둠속에서 걸어왔다. 구더기가 아니다. 독라상태로, 몸에 운치를 잔뜩 묻힌채로 걸어오는 자실장. 달마 자판기의 자들이였다. 방금까지도 구더기의 프니프니를 했던건지, 두 손에는 운치가 가득했다.

"테에. 노예챠가 아닌 테치? 아타치타치는 똥오바상에게 잡혀온 테치."
"레에. 아타치는 운치를 찾으러 온 레치. 실수해서 운치굴에 빠져버린 레치요."
"테에. 운치굴에 빠진 테치? 그렇다면 오마에는 똥오바상의 엄지챠인 테치카?"
"레에엣! 아타치의 마마는 똥오바상이 아닌 레츄! 당장 사과하는 레치!"

5녀의 앞에 선 두 자실장은 5녀가 신기하다는듯이 이리저리 둘러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노예인줄 알았던 모양이지만-

"테프프. 당첨인 테치. 오마에는 똥오바상의 엄지챠가 분명한 테츄."
"테치. 오마에는 쓸모있어보이는 테치. 우마우마한 기회씨인 테치요. 어떤 테치? 이 엄지챠를 인질씨로 잡는 테츄."
"테에. 그걸로 아타치타치가 탈출하는 테치카? 세레브한 생각씨인 테츄웅! 마마는 틀린 테치. 아타치타치만이라도 탈출하는 테치요."
"레, 레에? 오네챠타치. 무슨 말인 레치? 레, 레에?"

-똥 오바상이라고 불리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화를 내는 5녀의 모습을 보자, 자실장들은 확신했다. 5녀는 자신들을 가둔 성체실장의 자라는 것을. 그 순간 자실장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테프프. 우선 그 전에 아타치타치의 분노를 보여주는 테치."
"테프픗! 아타치도 똑같은 생각씨였던 테츄. 똥오바상의 잘못씨를 오마에가 대신 갚는 데스. 흠씬 두들겨패주는 테츄우~"
"레, 레에! 무슨 소리인 레치카! 저리 가는 레치! 레츄아아앗! 저리 가는 레치!"

자실장들은 둘이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거리더니, 곧바로 5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큰 자실장 둘의 접근에 긴장해 뒤로 물러서는 5녀. 5녀는 자신의 마마인 미도리가 이 둘을 가두었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5녀는 그저 당황한채로 얼빠진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테프픗. 소용 없는 테치. 무의미한 저항씨인 테치요."
"레, 레츄아아앗! 놓는 레치! 아픈 레츄! 렛챠아아아!"
"저 안으로 가는 테치. 넓어서 떄리기 좋은 테츄웅~"
"좋은 생각씨인 테치이!"

그렇게 5녀가 당황한 사이에, 자실장중 하나가 5녀의 머리카락을 낚아챘다. 자실장과의 체격차이에 꼼짝도 못하고 머리카락을 사로잡힌 5녀. 열심히 몸을 흔들어보지만, 더 크게 움직였다가는 머리카락이 끊어져버리고 만다. 5녀는 그저 위협적인 소리만 내며, 질질질. 자실장에게 운치굴 깊은곳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렛츄아아아! 우지챠! 우지챠! 아타치를 구해주는 레치! 핀치인 레치이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다리때문에 땅바닥에 눈 위를 지나간 스키자국마냥 11자로 남은 흔적. 5녀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에 필사적으로 6녀를 찾았다. 이 깜깜한 곳에서 유일하게 아는 실장석. 6녀는 애타게 구더기를 불렀다. 하지만...

"레후! 운치가 아마아마한 레후웅! 레츕레츕...친구챠. 운치는 대단한 레후!"
"레후우! 우지챠도 처음엔 놀란 레후. 무리도 아닌 레후우! 레챱레챱!"

그렇게 애타게 찾는 6녀는, 어느새 구더기 한마리와 친구를 먹은채로 바닥에 쌓인 운치를 레챱레챱. 맛있게 먹고있었다. 끌려가는 5녀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운치를 먹는것에 집중해서, 결국 5녀의 말은 구더기에게도 닿지 않았다.

"레츄아아아아! 싫은 레치! 마마! 마마아아아앗-!!!"

그렇게 5녀는 운치굴의 깊숙한 어둠으로 끌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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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츄웅~ 아마아마테츄우~"
"데에. 벌써 다 먹은 데스? 자들은 먹성씨가 대단한 데스우."
"테치! 꼬기는 맛있는 테치! 고소고소씨가 극상의 맛인 테치이~"

그 시각. 마당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있는 미도리와 자들. 자들은 전부 식사를 끝낸 참이였다.

"데에. 이제 들어가는 데스우. 우마우마한 밥씨는 끝난 데스. 곧 더워더워씨가 찾아오는 데스우."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는 미도리. 이정도면 충분히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집 안에 들어가 여름을 버텨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니-

"테에. 마마. 배고픈 테치. 아직 부족한 테츄우..."

무언가 잡아당기는 감각. 시선을 내리자, 밑에서 차녀가 미도리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을 걸고있었다. 차녀는 자신의 배를 쓰담쓰담 만지며 배고프다는 의사를 보이고있었다.

"데에?아직도 부족한 데스우? 하지만 우마우마한 꼬기 밥씨는 아껴먹어야 하는 데스. 참는 데스. 차녀."
"싫은 테치! 마마! 아타치타치, 더워더워씨가 가득한 날에는 제대로 밥씨를 먹어보지 못한 테치! 그날의 밥씨를 모두 요구하는 테치!"
"데에. 억지인 데스우. 지나간 밥씨는 돌아오지 않은 데스..."
"부탁인 테치! 마마. 오네챠도, 이모토챠도 원하고있는 테치."

안된다는 미도리의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지으며 방방 뛰는 차녀. 고기의 힘이였던걸까? 힘이 넘쳐보이는 차녀는 장녀와 3녀를 가리켰다. 

"...테에..."
"테츄우..."

미도리가 바라본 장녀와 3녀의 얼굴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로 알법한. 자신들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무언으로 전달하고있었다. 미도리는 잠시 고민했다.

"데에. 밥씨는 아끼는게 좋은 데스. 여름씨가 지나가야 좋은 데스가..."
"...데에. 생각해보니, 여름씨에는 배 터지게 먹는 날이 없었던 데스우. 데에. 지금 한번만은 분명 괜찮은 데스? 데에엣. 그럴게 분명한 데스우."

실제로 저번에는 고추를 가져와 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일도 있었다. 평소의 미도리라면 차녀를 매우 혼내고, 무시한채로 집에 들어갔겠지만, 그 날은 평소와 다른 날. 고기를 먹는 날. 미도리도 들떠버리고말았던걸까? 결국엔 미도리는 긍정의 의사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에. 어쩔수 없는 데스우. 한번만 더 먹는 데스. 알겠는데스까?"
"테치! 마마가 사이코인 테츄우!"
"아타치는 믿고있었던 테치!"
"테에. 꼬기테치! 꼬기테츄우~"

왠일로 엄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미도리의 말에 폴짝 뛰며 기뻐하는 자들. 미도리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데스우. 자들이 기뻐하는 날이 통 없었던 데스.'

미도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들의 머리를 하나씩 쓰다듬었다.

"자들은 얌전히 기다리고있는 데스. 마마가 금방 가져오는 데스요."
"""테에! 알겠는테츄요!"""

그러고는 자들의 발랄한 목소리를 뒤로 한채로 미도리는 운치굴로 향했다. 구더기는 많으니까, 한마리 정도는 더 먹어도 괜찮겠지. 미도리는 생각했다.

"데에. 통통한 녀석을 고르는 데스우."

운치굴 앞에 도착한 미도리는 신문지를 전부 걷어내지않고, 입구 부분 조금만 걷어내었다. 귀찮기도 했고, 어차피 손에 잡히는것을 손질하려고 생각중이였기 때문이다.

"레후우! 운치는 맛있는 레후! 우지챠의 우지생! 절반은 손해본 레후우~"

신문지를 조금 걷어내고, 손을 넣어 뒤적이자 곧바로 잡히는 운치로 뒤덮힌 구더기 하나. 미도리는 곧바로 그 구더기를 집어들었다.

"꼬소꼬소한 레후우! 아마아마한 레후우웃!"
"데에. 먹성이 좋은 구더기인 데스. "
"레후?"

미도리는 한손에 구더기를 든 채로 실장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오늘 아침에 했던것처럼 똑같이 손질을 시작했다.

"데에. 프니프니인 데스. 구더기는 어서 눈을 감는 데스우."
"레후! 마마의 프니프니인 레후! 오랜만의 느낌씨가 나는 레후우~"
"데에? 구더기가 운치만 먹더니 생각씨가 이상해진 데스우? 오마에의 마마는...아무래도 좋은 데스. 프니프니 시작인 데스우."
"레후! 눈씨 감은 레후! 프니후!"

단검을 들고 손질하려는 찰나, 계속해서 마마라며 외치는 구더기. 미도리는 자판기에서 나오는 구더기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능숙하게 포대기를 벗기고, 머리카락을 제거했다.

"레후...프니프니후. 아직인 레후? 레...? 레후? 머리씨는 어디간 레후? 우지챠의 옷씨는 어디간 레후?"
"괜찮은 데스. 이젠 쓸모없는 데스우."
"레, 레후우? 레후우?"

영문을 모르겠다며 머리 위에 물음표 표시라도 띄운것마냥 당황하는 구더기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곧바로 배를 문지르는 미도리.  이리 저리 만져보자, 복부에 딱딱한 위석의 위치를 알아냈다. 미도리는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데스웃!"

푹-!

"레, 레후! 마마-레후우우웃!? 레, 레삐이잇. 마, 마마아앗....레쀼앗-!"

구더기의 위석을 검으로 관통했다. 구더기는 온 몸을 발발 떨며 괴로워하다가, 미도리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애원하는 목소리를 흘렸다.

"마마앗. 마마아앗. 레후웃. 레삐잇. 레뺘아앗. 어째서인 레뺘아앗! 우지챠는 마마-레뺫-"

-파킨!

그리고는 여느 구더기들과 다름없이 파킨. 위석이 붕괴해 눈동자가 사라진채로, 미도리의 손 위에서 추욱. 몸을 늘어트린채로 죽었다.

"...데에. 기분나쁜 구더기인 데스우. 오마에는 와타시의 자가 아닌 데스."

그런 모습에 미도리는 약간의 꺼림칙함을 느꼈다. 아까 아침에 손질한 구더기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무언가 본능이 외치는듯한 느낌이 있는듯한. 없는듯한.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걸까? 무언가 잘못된건가? 혹시라도-

"...아무것도 아닌 데스우. 이제는 우마우마한 밥씨인 데스."

...하지만 미도리는 괜한 생각이라는듯이, 고개를 두어번 흔들고는 구더기를 먹기좋게 5등분했다. 항상 아침에는 얼마나 줘야 보존식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자들에게 밥을 줄수있을까 고민했는데. 미도리는 그럴 걱정없는 풍족한 아침식사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고말았다. 

"오마에는 훌륭한 자판기씨인 데스. 감사한 데스우."

미도리는 운치굴에 찍. 한마디를 내뱉고는 자들이 기다리는 마당으로 향했다.

"...츄....레...마...앗...."

마당으로 걸어가는 미도리의 뒷모습. 미약한 생명의 소리가 미도리를 불러세우지만, 끝내 미도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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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들은 받는 데스우."

"테치! 감사한 테치! 마마!"
"테츄웅! 꼬기! 꼬기! 당장 내놓는 테샷!"
"테에! 아마아마꼬소꼬소!"

양손에 고기를 가득 안고 걸어온 미도리. 아까와 똑같이 고기를 나누어주는 모습이지만, 고기를 훽 채가며 유난히 들떠보이는듯한 차녀의 모습. 차녀를 바라보는 미도리는 불안한 마음 뿐이였다.

'데에. 차녀. 예전부터 성격이 거칠어진 데스. 분충...은 아닐게 분명한 데스. 와타시의 자인 데스. 그럴리 없는 데스우.'

하지만 그런걸 생각해봤자 머리가 아프다. 미도리는 이내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없앴다. 분충끼가 강해지는 나중에라도 혼내면 된다. 분명 괜찮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와중에.

-끼이이이익. 

"휴우. 오늘도 날씨가 덥네."

"데에?"

집에서 문을 열며 나오는 토시아키. 매일같이 출근하는 토시아키의 모습은 미도리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모습이였다. 미도리는 여태까지 해왔던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데에. 집주인사마. 다녀오는 데스우."
"테에? 테치테치!"
"테츕테츕...테에? 테츕."
"테챱....테치? 테치테츄!"

먹을것에 정신이 팔린 차녀를 뺴고서는 일제히 인사하는 미도리 일가...

"데에? 뭔가 이상한 데스우. 인사소리가 작은 데스?"

...가 아니였다. 미도리 일가는 현재 총 합쳐서 6마리-

"그래. 아침 먹고있구나. 그나저나 두마리는 어디 가버린건가? 안보이는데. 미도리."

그 사실을 알자마자, 토시아키는 미도리에게 가벼운 말을 건네며 대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렇다. 미도리 일가중, 5녀와 6녀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던것이다...!

"데에. 아직도 집안에 있는 데스?"

미도리가 고개를 돌려 집 안을 보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까지 집 안에 앉아있던 자들이였던건만. 둘 다 보이지를 않았다.

"데, 데에? 5녀? 6녀? 어디 있는 데스우?"
"테츄? 테에. 정말 보이지 않는 테치."
"테에? 그런건 상관 없는 테챱. 테츕테챱."
"테에. 5녀챠? 6녀챠?"

5녀와 6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챈 미도리는 아무래도 불안해진건지, 발을 동동 구르며 마당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5녀어어엇! 6녀어어어어엇! 어디있는 데스우우우우!!"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미도리는 잔뜩 당황한 상태로 곧바로 마당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데, 데에. 자들은 마마를 놀래키지 마는 데스. 술래잡기씨인 데스? 장난은 그만두는 데스우. 당장 나와주는 데스!"

수도꼭지. 텃밭. 연못. 마당... 미도리는 전부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여기인 데스우?"
"마마는 화난 데스. 당장 나오는 데스우!"
"부탁인 데스우. 나와주는 데스..."

하지만 그럼에도 5녀와 6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데, 데에. 5녀와 6녀가 마당을 나간 데스? 아닌 데스. 그럴리 없는데스. 그렇다면 와타시의 눈씨에 보였어야 정상인 데스우..."

제자리에서 곰곰히 고민하는 미도리의 모습. 마당을 나갈리도 없고, 샅샅이 찾아봐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마마. 마마."
"데에? 장녀. 무슨 일인 데스우?"

그렇게 고민하는 미도리의 옆에 쪼르르 다가와 말을 거는 장녀.

"마마. 운치굴은 찾아본 테치? 5녀챠가 혹시 운치를 싸다 빠져버린건 아닌 테츄?"
"데, 데에.."

장녀의 말대로, 미도리는 아직 운치굴을 살펴보진 않았다. 잊어버려서 찾기 않은걸까? 아니. 미도리는 자연스럽게 그곳을 탐색하는걸 꺼렸다. 본능적인 무언가가 그곳에 가고싶어 하지 않았다.

"...장녀는 똑똑한 데스. 분명 나중에 훌륭한 마마가 될게 분명한 데스우."
"테치이?! 정말인 테치? 신나는 테츄우~"
"그런 데스. 마마는 운치굴을 살펴보는 데스. 장녀는 얌전히 기다리고있는 데스."

하지만 장녀의 현실적인 말에 정신을 차린 미도리. 어쩔수없다는듯이 미도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치굴로 향하기 시작했다.

"...."

한걸음.

"....데에..."

한걸음.

"...데스으..."

그리고 또 한걸음. 운치굴로 향하는 발걸음은 느렸다. 한 걸음을 내딛는게 마치 10년과도 같았다. 무언가 잘못됐다. 이상하다. 왜 그런거지? 그런 생각들이 미도리의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데스우..."

...힘든 순간이 지나가고, 운치굴에 도착한 미도리. 미도리는 착찹한 얼굴로 그 자리에 10초정도 서있다가, 상체를 숙여 신문지의 끝자락을 잡았다. 어째서인걸까? 어째서 이곳을 보기 힘든걸까?

"...그럴리가 없는...데스우..."

사실은 미도리도 알고있었다. 왠지 모르게 알고있었다. 아까 자신이 운치 이야기를 해서 이곳에 왔다가 빠져버린걸까? 5녀가 만약, 그래서 이곳에 빠졌다면...빠졌다면....그렇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 모습을 어렴풋이 에상하고말았던것이다. 미도리의 손은 그 어느때보다도 잘 움직이지않았다.

"...데, 에엣...부탁인 데스우. 와타시의 생각씨는 틀리는데스으읏..."

그리고 미도리가 괴로운 표정으로 신문지를 들어올리자...

".....테치! 테치이잇! 테히. 테히. 테에? 드디어 온 테치? 늦은 테치. 테프프."
"테휴우. 이 엄지챠. 질긴 테치. 아무리 때려도 타격감씨가 죽지 않는 테츄웅~!"

운치굴 깊은곳으로, 무언가를 둘러싸고 땀을 흘리며 일어나있는 운치굴 노예 자실장 둘과...

"...레...히이이...마...마앗...."

...묵사발이 되어있는 5녀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데, 데, 데, 데..."

"테프픗! 똥오바상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테치. 똥오바상! 빨리 아타치타치를 꺼내는 테치! 오바상도 이렇게 되고싶은 테츄카!?"
"테프프픗! 아타치타치가 진심을  내면 이정도인 테츄! 당장 똥 오바상-"

"5녀어어어어엇-!!"

"테츄아아아!?"
"테챠아아앗-!?"

미도리의 눈에는 수많은 구더기들도, 우쭐거리고있는 분충 자실장 두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서 힘겹게 자신을 부르고있는 5녀. 5녀만이 보였다. 미도리는 그 즉시, 5녀 주변에 있던 자실장들을 밀어내고, 5녀를 집어들어 운치굴에서 빼냈다.

"데에에에엣! 5녀! 정신을 차리는 데스! 눈을 뜨는 데스우! 5녀!"
"레...히이...이..."

미도리의 손 위에 눕혀진 5녀의 상태는 심각했다. 아니, 끔찍했다. 작고 귀여웠던 두 팔은 꺾여있었다. 의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꺾은건지, 뼈가 제멋대로 솟아나있었고. 도톰한 두 다리는 먹혀있었다. 말 그대로, 발을 조금씩 갈아먹은건지 조그맣게나마 남은 다리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보였다. 
5녀가 애지중지하던 옷은 갈기갈기 찢겨져, 운치굴 바닥 사방팔방에 흩어져있었고, 윤기가 나던 머리카락들은 운치 속에 쳐박혀있었다. 5녀의 하반신은 계속해서 걷어찼던건지, 일부분은 아예 짓눌려 형태가 남아있지를 않았고, 머리는 왼쪽이 함몰되어, 마치 왼쪽 눈이 없어진듯 했다. 상대를 죽이겠다고 때린게 아니라, 철저하게 괴롭히기 위해서 만든 상처들이였다.

"마...마앗...."
"데에에에에엣! 5녀! 정신 차리는 데스우! 마마가 도와주는 데스! 눈을 뜨는 데스! 5녀!!!"

5녀는 그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안심한건지 애써 얼굴을 웃으려 했지만, 반쯤 구겨진 얼굴로는 그러질 못했고, 그저 곧 죽을것마냥 달달 떨고만 있었다.

"데, 데엣. 6녀. 6녀는 어디있는 데스? 6녀. 6녀! 대답하는 데스우! 6녀!"

5녀는 찾았다. 부디 6녀는 무사히 있기를. 미도리는 마음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운치굴에 6녀를 찾는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여기서도, 6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6녀! 어디간 데스우! 어디있는 데스우. 무사히 있는 데스? 그렇다면...그렇다면 다행인 데-"

여기서도 대답하지 않는걸 보아하니, 6녀는 다른곳에 숨어있나보다. 무사히 있나보다. 미도리는 안도의 한숨을...

"테에? 똥오바상 미친테치? 똥오바상의 우지챠는 똥오바상이 가져간 테치. 머리 아픈 테치?"
"테프프. 그때 조용히 있었던건 훌륭한 생각씨인 데스. 덕분에 똥엄지챠에게 매운맛을 더 보여줄수있었던 테츄우!"

쉬려고 했지만, 한숨을 내리끊는 노예 자실장들의 말 한마디. 자신이 데려갔다? 오늘은 두마리밖에 안꺼냈는데. 첫번째 식사에는 다같이 있었는데.

"...데에? 데에? 그, 그럴리 없는 데스우. 우. 와, 와타시는. 와타시는..."

두번째 식사때 꺼낸 구더기. 자신을 마마라 불렀던 기억. 그렇다면 자기 자신은, 6녀를. 자신의 손으로-

"데, 데갸아아아아아앗! 6녀어어어엇! 6녀어어어어엇!"

미도리는 떠올리고싶지 않던 결과를 도출해내자, 큰 소리로 절규하며 자실장들이 있던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마당에서 고기를 사이좋게 나눠먹고있는...아니. 

"데갸아아아아앗! 6녀! 6녀! 미안한 데스우! 미안한 데스우! 정신 차리는 데스! 정신 차리는 데스으으!"
"테, 테치이이잇! 마마? 어째서 꼬기를 빼앗아가는-테, 테챠아아앗!? 5녀챠아아!?"
"테치이이잇! 뭐인 테치! 당장 우마우마한 꼬기를 돌려내는 테챠아아아앗-!!"
"테, 테에? 무슨 일인 테츄? 마마?"

마당에서 6녀를 사이좋게 나눠먹고있는 자들에게서, 미도리는 6녀였던것을 빼앗아 하나로 뭉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데엣!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우! 6녀! 정신 차리는 데스!"

6녀는 위석을 파괴당했다. 다시 살아날리가 없다. 하지만 미도리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였다. 

"데, 데에! 집주인사마! 집주인사마에게 부탁하는 데스우! 3녀도 살려준 데스. 분명히 가능한 데스! 집주인사마아앗-!!"

미도리는 이리저리 고깃덩어리를 붙이려 하다가, 잘 되지 않았던건지, 이번엔 눈에서 색눈물을 흘리며 제 자리에서 일어나 토시아키를 찾기 시작했다. 확실히 5녀는 치료를 받으면 살수 있다. 하지만 까먹은것 아닌가? 토시아키는...

"데...에. 집주인사마는. 방금 나간 데스? 데, 데에? 그럴리 없는 데스우. 그럴리 없는 데스우."

방금 출근한 상태. 적어도 9시간은 지나야 집으로 돌아온다. 5녀의 상태는 처참했고, 토시아키가 돌아올때까지 버틸수있을리가 없었다. 물론 미도리도, 그 사실을 알고있었다.

"데에에에에엣! 오로롱! 오로롱! 집주인사마! 돌아오는 데스우우웃! 부탁인 데스! 5녀가. 6녀가 죽어가는 데스우우우!"

미도리는 곧바로 대문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러면 돌아오지 않을까? 이러면 돌아와서 분명 5녀를 치료해줄거라고..

"...."

"콘페이토 5알을 드리는 데스우! 부탁인 데스우우우! 5녀가. 죽어가는 데스우. 자들이 죽어가는 데샤아아아아아아앗-!!"

"......"

"왜 아무말도 없는 데스! 대답해주시는 데스! 집주인사마아아아아아앗-!!!!"

하지만 세상은 그런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토시아키는 정확히 9시간 후에 돌아온다. 여느때나 다름 없이. 대문엔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데,에에...데에에...데시아아앗....오로롱..."

결국엔 슬픔을 감당할수없었던건지, 미도리는 무릎을 꿇고 색눈물을 펑펑 흘리며 절규했다. 자신이 5녀와 6녀가 죽게 만들었다. 자신이 신문지를 전부 들춰냈다면, 구더기를 더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다면. 죽이기 전에 구더기의 말을 들어봤다면. 애초에 자신이 거짓말을 5녀에게 하지 않았다면...

"어쨰서 이런 데스우...와타시는 자들을 행복하게 키우고싶었던것일뿐인 데스. 어째서 이런 슬픈일만 찾아오는 데스? 어째서인 데스...오로롱..."

미도리는 자기 자신을 원망했다. 어째서 자신은 현명하게 자들을 키우지 못한걸까. 그냥 평범하게 키우고싶었던것뿐인데. 어째서. 

"...레..츄아아아..."

"데, 데에엣..!"

하지만 그런 생각은 5녀의 울음소리에 박살이 나고말았다. 그래, 아직 5녀가 살아있다. 조치를 잘 해서 9시간동안 버틴다면 5녀는 구해낼수 있다. 아직 5녀를 살릴수있다. 만회할수있다...

"데샤아아앗-!! 포기하지 않는 데스! 5녀! 5녀만큼은 와타시가 구하는 데스우. 5녀! 마마에게 안기는 데스!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생각을 하며 5녀가 있는곳으로 돌아선 그 순간...

"테츕. 테챱. 아마아마한 테치. 5녀챠. 예전부터 아마아마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덴 테츄가. 역시는 역시인 테츄웅~"
"오..네,챠아앗...마...마앗...."

-파킨!

"...데....에....?"

...미도리에게 보이는것은 엄지를 뜯어먹는 차녀의 모습이였다. 자신이 꿈을 꾸고있는건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앞에 있는건 차녀였다. 누가 보아도.

"테츕테츕! 똥마마아앗! 아타치의 꼬기를 훔쳐간 테치! 괘씸한 테츄아아앗! 똥마마의 5녀챠를 먹는걸로 혼을 내는 테챱...테챱....테프픗. 분충 5녀는 우마우마한 테치!"
"데에....뎃.....5녀..."

차녀에게 잡혀먹힌다는것이 충격이였던건지, 엄지는 파킨! 청명한 위석의 파괴음과 함께 탁한 눈동자로 죽은지 오래였다. 차녀는 그런 엄지를 들어, 머리를 으적으적. 씹어먹고있었다.

"테챱테챱! 우마우마한 테치! 테츕!"
"테, 테. 테. 테챠아아...? 차...차녀챠...? 테에...?"
".....5녀..챠..? 차, 차녀 오네챠. 무슨짓인 테치!? 5녀챠! 5녀챠아아아!?"

곁에 있던 장녀와 3녀는 기겁을 해 빵콘을 한채로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였다. 차녀의 숨겨져있던 분충끼가 동족식으로 깨어나버린걸까? 씹어먹는 차녀의 얼굴은 더이상 예전의 차녀가 아니였다. 한마리의 짐승. 분충일뿐이였다.

-빠직!

이윽고 미도리에게서도 커다란 파열음이 한번 울려퍼졌다. 

".....차녀."
"테챱테챱. 뭐인 테치? 아타치가 무서운 테치? 꼬기를 돌려주는것으로도 충분한 테츄웅~ 똥마마는 지금 당장 콘페이토를 후식으로 준비하는 테-"
"닥치는 데스."
"테, 테에?"

그리고 그 소리를 계기로, 자들을 사랑하는 미도리는 끝나고말았다.



"테츄아아아아앗! 똥마마! 놓는 테치! 아타치의 세레브한 몸씨에게서 손을 떼는 테츄아아아아아아아-!!!"
"오마에가 죽인 테치. 오마에가 5녀를 죽인 데스. 오마에의 탓인 데스. 오마에가 죽인 데스."

미도리는 5녀를 먹던 차녀를 순식간에 집어들더니, 운치굴로 향하기 시작했다.

"테츄아아아! 똥마마! 미친테치카아아앗! 당장 세레브한 와타시의 머리카락씨에게서 손 떼는 테치! 미친테치카아아앗!"
"오마에는 세레브따윈 없는 데스."
"테, 테에? 무슨 말인 테-챠아아아앗! 머리카락씨가아아앗! 아타치의 세레브한 머리카락씨가아앗! 옷씨가아앗! 또 빼앗아가는 테치!? 똥마마는 죽여버리는 테치! 당장 죽여버리는 테츄아아아아앗-!!"
"오마에는 분충인 데스."

미도리에게 매달려 필사적으로 발악하는 차녀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미도리는 곧바로 머리카락을 찢고, 옷을 찢어버렸다. 4초도 걸리지않았다. 차녀는 순식간에 독라가 되어, 처절하게 몸을 떨며 색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텟챠아아앗! 아타치를 운치굴에 쳐넣는건 한번으로 족한 텟챠아아앗! 오마에에에엣! 똥마마아앗! 아타치를 꺼내는 테치아아아아아앗-!!"
"오마에는 편히 죽게 하지 않는 데스. 고통스럽게 죽이는 데스요."

미도리는 운치 굴에 도착하자, 곧바로 운치 굴에 독라 차녀를 집어던졌다. 과거의 기억 떄문인건지, 차녀는 곧바로 운치 굴을 박박 긁어대며 절규하기 시작했지만 미도리는 신경도 쓰지않고, 바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테에? 드디어 아타치타치를 내보낼 생각씨가 든 테치?"
"테에. 운치 노예가 생긴 테치. 아타치타치는 자유인 테치! 아타치타치의 손씨로 얻어낸 자유씨인 테츄웅~"

그 다음, 미도리는 5녀를 빈사상태로 만든 자실장 둘을 집어들었다. 미도리의 손 위에 올라가자, 탈출이라며 기뻐하는 자실장들.

"보존식주제에 말이 많은 데스. 건방진 데스우."
"테? 무슨 이야기인 테치? 아타치타치의 공포씨를 또다시 맛보고싶은텟츄아아아아아아아-!?"
"테, 테에?! 무슨 일인 테치?! 똥오바상! 당장 손 떼는 텟챠아아아아아아-!!!"

그 기쁨은 정확히 미도리가 단검을 집어드는 2초동안뿐이였다. 미도리는 푹.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실장들의 배를 찔렀다. 그러고는 힘을 줘 커다랗게 갈라버리더니, 반짝이는 위석을 두개 적출해 꺼냈다. 두 자실장은 생생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몸을 경련했지만 미도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죽은 눈. 옛날의 다정한 눈을 한 미도리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테, 테에에엣...아타치의 소중소중 돌씨가아앗...돌아오는 테치. 아타치의 몸씨로 돌아오는 테-"
"오마에타치도 고통스럽게 만드는데스."
"테, 테에...? 똥오바상. 그건 뭐인 테-엣챠아아아아앗-!! 아픈테츄아아아앗!!"
"텟챠아아아앗! 총구가 아픈 테치! 이런건 엔조이씨가 아닌텟챠아아아아아-!!"

그러고는, 미도리는 긴 나뭇가지를 두개 주워 챙기더니 , 위석이 제거된 자실장들에게 나뭇가지를 입 안으로 꽂아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선물해주었다. 실장꼬치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실장 둘, 둘은 공중에서 서로 팔과 다리만 파닥거리며, 색눈물을 잔뜩 흘리고있었다.

"테, 테햐아아...돌씨는 돌아오는 텟챠아아아아! 당장 돌아오는 테치이이잇!"
"테에에에. 테에에에에. 아픈테치아픈테치아픈테치아픈테치아픈테치-"
"이대로 말리는 데스. 훌륭한 보존식이 되는 데스."

미도리는 그렇게 꼬치가 되어 절규하는 두 자실장의 몸을 꿰뚫은 나뭇가지 하단을 잡아, 운치굴의 입구의 바닥에 푹. 박아넣었다. 허수아비처럼 두 자실장은 막대기에 꿰뚫려, 마치 운치굴을 감시하는것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사로잡혀버리고 말았다.

"테, 테. 테에에엣. 보존식이 되어버린 테치."
"테, 테에. 어쨰서 운치굴에 저런게 있는 테치...?"
"...."

장녀와 3녀. 미도리의 뒤를 따라온 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차녀는 순식간에 독라가 되어 운치굴에 갇혔다. 운치굴에서 나온 왠 자실장 둘은 꼬치가 되어 매달려있다. 5녀는 먹혔다. 6녀는 행방을 모른다. 이 모든게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머리가 똑똑한 장녀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현실. 하지만 미도리는 그런 자들을 바라보고는, 예전과는 다르게.
이해시킬 생각조차 없다는듯이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자들은 당장 집으로 들어가는 데스."
"데, 데에? 차, 차녀챠. 차녀차는 어떻게 된 테치?"
"6녀챠는 어디로 가버린 테치? 마마? 이상한 테치. 소중한 이모토챠타치가..."

영문을 알수없는 상황들에 당연하다는듯이 장녀와 3녀는 미도리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자들이 분충이였던게 아니다. 평소의 미도리라면 그랬을것이다. 

"자들은. 당장. 집으로. 들어가는 데스."

하지만 미도리에게서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수없었다. 자들을 사랑하던 촉촉한 눈동자는 없어진지 오래. 지금은 퍽퍽하게 말라 비틀어진 눈동자만이 남아있었다. 미도리는 험악한 목소리로, 손을 골판지 집으로 향하고서는 강하게 소리쳤다.

"테, 테치이잇! 마마! 무서운 테치! 마-"
"테츄아앗! 당장 들어가는 테츄! 3녀챠! 따라오는 테츄아앗!"

눈치가 빠른 장녀. 장녀는 상황파악이 한수 빨랐다. 험악한 분위기를 알아채고는, 장녀는 3녀의 손을 붙잡고 곧바로 전력을 다해 집으로 텟텟텟 달려갔다.

"자들은. 자들은 넘기지 않는 데스. 오마에. 차녀. 아니, 분충. 오마에게는 넘기지 않는 데스..."

자들이 전부 들어간걸 확인하자, 미도리는 무언가에게서 장녀와 3녀를 숨기는것마냥, 후다닥 골판지 집문을 닫더니, 문을 닫는 나뭇가지로 강하게, 집 문을 막기 시작했다.

"와타시의 소중한 자들인 데스. 더이상 빼앗기지 않는 데스우. 어림도 없는 데샤아아앗-!!"

쿵! 쿵! 얼마나 집 문을 쎄게 닫는건지, 골판지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

"텟챠아아아아앗! 무서운 테치! 무서운 테치!"
"마마! 마마아앗! 무서운 테츄아아! 상냥한 마마로 돌아와주는 테치이잇!"

물론 집 안에 들어가있던 장녀와 3녀도, 빵콘한채로 눈에서 색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이리저리 굴렀다. 장녀와 3녀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침이, 최악의 점심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의도치않은 올리기&내리기가 되어버린것도 있겠지. 

쿵! 쿵! 쿵. 쿵.....

"테, 테치이이. 테치이잇..."
"테츄아아앗...!"
"...이정도면 안전한 데스. 자들을 지키는 데스. 자들을 지키는 데스으."

연신 쾅쾅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미도리가 몸을 돌려 걸어나갔을때에는 골판지 문은 굳게 닫혀, 자실장의 힘으로는 절대 열수없는 모습이 되어있었다.

"데스우. 분충. 오마에. 오마에만큼은, 고통스럽게. 자들이 느꼈던 고통을 전부 느끼게 해주는 데스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미도리. 그런 미도리의 증오는 전부 차녀에게로 몰렸다. 따지고 보면 4녀가 죽은것도 결과적으로 차녀의 탓. 이번에 5녀를 씹어먹은것까지. 미도리 안에서의 차녀는 분충. 학대파. 나쁜말로만 똘똘 뭉친 원수. 그렇게 정의되어버렸다. 

"텟챠아아아! 꺼내는 테치! 꺼내는 테츄아아아아앗!!!"
"닥치고 프니프니하는 데스. 운치굴 노예가 말이 많은 데스."

차녀의 절규를 간단히 받아친 미도리는 운치굴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 자리에 돌을 놓고는 쿵. 그 자리에 앉았다. 골판지 집의 입구를 완벽하게 막아버린다는것은, 미도리 자신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걸 의미한다. 

"테츄아아앗! 똥마마아아앗! 세레브한 아타치를 이런 모습으로 만든건 용서할수 없는 일인 테치! 당장 스시를 가져오는테샤아아아앗!"
"와타시가 너무 편했던 데스? 분충."
"테. 테, 테, 테챠아아아앗-!!!"

미도리는 마치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겠다는듯이, 옆에 있던 커다란 나뭇가지를 집어들고, 차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은 집에 들어가지 않을것이라고. 여기서 차녀를 계속 감시할거라고. 말하는듯 했다.

"오마에. 그렇게 나가고싶은 데스? 꺼내줄수도 있는 데스."
"테, 테치! 그럼 당장 꺼내지않고 뭐하는 테츄아아앗!"

미도리의 말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반항하는 차녀. 미도리는 조용히, 나뭇가지에 꿰뚫린 자실장 하나를 집어들고는, 차녀의 얼굴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대신 보존식으로 만들어주는 데스."
"테, 테, 테..."

얼굴 앞까지 다가온 자실장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차녀. 그리고..

"...테...찌이이이이...."

잠깐의 시간이지만, 몸의 겉부분 곳곳이 말라가기 시작해, 절망적인 표정으로 울부짖는 자실장의 모습.

"테츄아아아아아아앗-!!!!!"

미도리는 절대 차녀를 죽이지 않는다. 그걸 꺠달은 차녀의 절규가, 운치굴 하늘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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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참."

돌아온 토시아키가 바라본 CCTV 화면은 경악을 금치못하는 모습이였다. 간밤에 있었던 일.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졌던 일.

"새벽에 상상치도 모르게 먹을걸 확보한건 참 좋았는데."

딱 새벽까지의 영상을 본 토시아키는 여느때처럼, 만족감을 표정으로 머금고 보고있었다. 집에 침입한 실장석을 식량 공급원으로 바꾼다. 흔한 실장석의 동족식. 아무리 의지가 강한 미도리라도 어쩔수 없었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고있었다. 이제 달마 자판기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 뭔가 재미있는것은...

"...그때 내가 출근할때. 그런 상황이였다고?"

하지만 아침 CCTV를 보았을떄에는  제 아무리 토시아키라도 당황을 감출수없었다. 5녀의 죽음. 6녀는 미도리가 직접 죽여버린 셈이 됐고. 차녀는 분충성을 참지못하고 확실한 분충으로. 이것만 해도 충분히 당황스럽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장면은 따로있었다.

"...."

토시아키는 거실 창문 밖. 계속해서 운치굴을 감시하며 차녀를 갈구고있는 미도리를 바라보았다. 저 자세를. 토시아키가 퇴근할때까지. 저런 상황을 약 7시간가량 계속하고있다. CCTV에는 그 장면만이 계속해서 찍혀있었다.

"테츄아아아앗!"
"데스."
"테치! 테치테치테츄아아아앗!"
"데스우. 데스."
"테챠아아아앗!!!"

운치굴을 지켜보는 미도리가 차녀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분충인 차녀가 프니프니를 할리가 없었기때문에, 3시간정도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3시간 후로 부터는 몸이 엉망징창이 된 차녀가 슬슬 프니프니를 하기 시작한다.

"레후! 레후웃. 레후웃!"
"테, 테치이...테츄...테치이..."
"......."
"레후. 레후?"
"테치! 테츄테치!'
"데스우."
"텟챠아아아아아아-!!"

프니프니를 하다가, 멈춰서 맞고. 또 프니프니를 하다가, 눈치를 봐 멈춰서 또 맞고. 그런 장면이 1시간 가량 이어지자, 이제 차녀는 살기위해서 공포에 질린채로 아무런 저항없이 프니프니를 하기 시작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채로 차녀를 괴롭히는 미도리의 모습은 아무리 토시아키라고 해도 소름끼치는 것이였다.

"....이제 미도리는 다 된걸지도 모르겠어. 가을은 넘길수있을까?"

옛날의 미도리가 선사해주던 재미는 없어져버렸다. 변해버린 미도리의 모습. 토시아키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PC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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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지나, 여름이 지나갔다. 가을을 맞이한 미도리 일가에는...큰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똑같은 생활의 연속이였다.

"테, 테치. 프니프니하는 테치. 죽어버리는 테치..."
"레후! 우지챠. 기분 좋은 레후! 좀 더 팍팍 하는 레후. 똥노에챠!"
"....."

운치굴과 미도리는 변한게 별로 없었다. 먹이를 구하러 가지도 않고,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차녀를 바라보는 미도리. 마치 저주해 죽이겠다는듯이 끊임없이 차녀를 바라보았다. 잠도 차녀가 먼저 잠든 후에 미도리는 잠들었다. 

"테, 테히이이...싫은 테치...똥마마...그만 보는 테치. 무서운 테츄아아....돌씨가 아파아파한 테치..."

차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운치굴에 갇힌 그날부터 먹을것은 운치. 하루종일 미도리에게 감시당하기 때문에, 구더기를 몰래 먹는다는등의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너무 배가 고파 구더기의 꼬리를 깨물었다가, 다리 하나가 작살난 후로부터는, 차녀는 계속해서 운치만 먹었다. 그 덕분에 팔과 다리는 매마르고, 몸집은 하나도 커지지않았다. 

"....."

미도리는 아무말도 없었다. 차녀가 반항할때에,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몇마디 내뱉는것뿐. 예전의 정 많고 말도 많던 미도리는 죽어버린지 오래였다. 밥을 구하러 나가지 않아 배고픈것은, 운치 입구에 세워놨던 자실장 두마리로 해결했다. 

"테, 테히이...이이....."
"테, 테...챠...아아아..."

쫀쫀하게 말라버린 자실장 둘은. 미도리가 배고플때마다 한입크기만큼 잘라내 먹어, 현재 지금은 두마리 전부 머리밖에 남지 않은 모양이였다.

"...."

운치굴에서 바뀐것이라고는  자판기가 수명을 다했다는것. 달마 자판기는 마지막 구더기들을 낳고나서는, 영양 부족으로 앙상하게 말라 바닥에 쓰러져, 그 기능을 정지했다. 앙상해진 시체는 구더기들이 30분만에 먹어치워버렸다. 

"테, 히이이..."
"...데스, 우."

이게 지금 운치굴과 미도리의 모습이였다. 먹을 구더기들은 미도리가 일정기간마다, 구더기를 2등분해 장녀와 3녀가 갇힌 골판지 상자의 손잡이 구멍으로 넣어주었다. 그 때문에 자판기가 없어지고나서, 구더기의 수량은 매우 줄어들었다. 음식을 구하지 않았던 미도리의 운치굴에는 차녀 하나. 구더기 셋. 이렇게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그런 운치굴의 초가을. 어느날.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미도리가 차녀를 지켜보던, 그런 날이 됐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미도리 일가에게 있어서 오랜만에 유의미한 일이 찾아오는 날이기도 했다.

"테, 테치이이...이제 우지챠가 조금 남은 테치."

여느떄처럼 구더기를 프니프니하던 차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큰 오바상이 없어지자, 구더기의 마릿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옛날엔 엄청 많던 구더기들이 전부 사라지기 직전이다. 운치도 그에 따라 옛날보다 훨씬 감소한 모습을 보여주고있었다. 차녀는 마음속으로 웃기 시작헀다. 이제 프니프니를 하지 않아도 된다. 
프니프니가 필요 없어진다면, 똥마마가 자신을 꺼내줄거라고.

"테프프...어서 프니프니하는 테치. 빨리 죽어버리는 테츄웅~."

곧 있으면 나갈수있을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에 차녀는 다른날보다 더 강하게 프니프니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레후? 레후우웃!? 쎈 레후! 우지챠의 정확한 프니프니를 지키는 레후! 똥노예챠!"
"테치? 테프프. 얌전히 프니프니나 받는 테치. 똥벌레가 말이 많은 테치.

갑작스럽게 강한 프니프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더기. 하지만 차녀는 곧 나갈수있다는 기쁨에 신경도 쓰지를 않았고...

"레후! 우지챠를 무시하는 레후?"
"레후우? 똥오네챠. 또 난리인 레후? 매운맛을 보여주는 레후!"
"프니후! 요즘 프니프니는 마음을 담은 프니프니가 아닌 레후. 교육하는 레후!"
"....테에?"

그것은 곧 구더기들의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한창 커야하는 때에, 운치만 먹고 살아 별다른 영양분의 공급없이 지내버렸기때문에 크기가 하나도 크지않은 차녀에 비해서, 구더기들은 전혀 달랐다. 필요한 열량이 자실장과는 다른 구더기. 운치만 먹어도 충분히 몸을 불릴수있다. 여름이 지나가는데에, 구더기들이 몸을 키우는 시간은 충분했고, 그것은...

"ㅌ, 테에? 우지챠. 이렇게 컸던 테치? 모, 몰랐던 테치. 잠시만 이야기를 하는 테츄!"

조그만한 차녀. 거대한 몸집의 구더기 셋. 누가보아도 압도적인 크기 차이를 보여주고말았다. 

"레후! 뜨거운 맛씨를 보여주는 레후!"
"우지챠는 발씨가 좋은 레후. 꼬들꼬들레후~"
"우지챠는 팔씨인 레후! 아마아마한 레후!"
"테, 테에엣! 저리 가는 테치! 저리 가는 테츄아아아아아앗-!!"

커다란 구더기 셋이 앙상하게 마른 조그만한 자실장에게 달라붙어 자실장의 몸을 갉아먹는 모습. 정말 의도치않았다면 평소에 볼수있는 모습은 아니다. 커다란 구더기 세마리의 공격에, 차녀의 몸은 순식간에 갉혀나갔다. 

"텟챠아아아아! 와타시의 섬섬옥수가아아아앗!"

팔과 다리는 갈갈갈 갉혀,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아직은 남아있는 차녀의 뱃살을, 구더기 하나가 이빨로 물어 뜯는다. 뜯긴 살점에는 피가 뚝. 뚝. 흐르고.차녀는 절규. 구더기는 환호를 하며 식사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10분정도 우당탕탕. 소란스럽게 되고...

"....테에...에...히이이...이이....."

-파킨! 

"레후우! 꽤나 아마아마했던 노예챠인 레후!"
"레후. 배씨가 빵빵한 레후. 기분 좋은 레후우~"
"레후? 똥오네챠 사라진 레후? 그래도 괜찮은 레후. 꼬소꼬소했던 레후!"

구더기들에게 먹혀 머리밖에 남지 않게 된 차녀는 그렇게. 끊임없는 미도리의 감시 속에서 대량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구더기에게 먹혀버려, 결국엔 파킨사. 해버리고말았다. 

...그리고  아무 도움 없이,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도리. 미도리의 몸 또한 잘 먹지못해 곳곳이 매마른 상태였다. 

"...데스우. 이제 괜찮은 데스우. 분충이 죽은 데스. 와타시의 철저한 관리속에서 고통받다 죽어버린 데스. 와타시는 복수를 이룬 데스. 4녀. 5녀..."

미도리는 그제서야 만족했다는듯이, 절대 일어나지 않던 그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이제 자신의 자들을 위협하는건 없다. 이제 행복하게 사는것만 남았다고. 

"데스우. 장녀. 3녀. 마마가 온 데스. 이제 나와도 괜찮은 데스. 마마가 전부 처리한 데스. 이제 행복씨를 찾아 사는 데스. 오마에타치라면 가능한 데스. 마마의 자랑스러운 똑똑한 자들인 데스. 충분히 가능한 데스요."

라고 미도리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신이 굳게 닫았던 골판지 집 문 앞으로 섰다.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수 없는 소중한 자들이 이 안에 있다. 정기적으로 구더기를 먹기좋게 잘라 집 안으로 넣어줬다. 장녀와 3녀는 몸 건강하게 지내고있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도리는 문을 막던 나뭇가지를 전부 치워내기 시작했다.

"마마가 온 데스! 마마가 그리웠던 데스까?"

그리고 덜컹! 모든 나무가지가 쓰러지고, 골판지 집의 문이 열렸다. 미도리는 기쁜 마음으로 문을 끼이익. 열었다. 이제부터는 자들과 행복하게 살수있다. 이제부터는...

"....장녀? 3녀?"

...하지만 장녀와 3녀의 목소리는 들리지않았다. 미도리는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는, 문을 열어, 자신이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기에 이르고만다.

"아직 자고있는 데스? 시간이 늦은 데스. 당장 일어나야하는 데스요...."

그렇게 뜨거운 행복회로와 함꼐 들어간 골판지 집 내부에는...

".....데에...?"

먹지 않아 잔뜩 쌓인채로 썩어버린 구더기 고기들. 여기저기 널려있는 운치덩어리들.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수건, 물병...각종 기자재들. 그리고...

".....장...녀. 3...녀...?"

집의 정중앙에,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자세로 바싹 익혀져버린 장녀와 3녀의 모습이. 있었다.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보자.

"테에에엣...끝난테치? 테츄아..."
"테에에엥...마마..."

이건 미도리가 장녀와 3녀를 가뒀던 그 날. 완전히 집 안에 갇혀버린 둘의 이야기이다.

"테치. 오네챠. 무슨 일이 일어난 테츄아...?"
"테, 테에. 마마가 이상한 테치. 아타치도 잘 모르는 테츄..."

갑작스러운 일들의 연속. 집을 흔들던 진동이 멈추자, 장녀와 3녀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어린 자실장들에게는 상황파악조차 힘들었다.

"장, 장녀 오네챠. 무슨 일인 테치...? 마마가 또 화난 테치? 차녀 오네챠는 왜 독라가 되어버린 테츄아...? 5녀는 왜 그렇게 되버린 테치? 6녀는 왜...."
"아타치도 모르는 테치. 아타치도 모르겠는 테츄..."

똘똘한 장녀라면 알겠지, 라며 질문을 던져대는 3녀. 하지만 장녀에게도 의미불명의 상황인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바뀌는것은 없다고, 장녀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나가면 알수있는 테츄. 일단 주변을 둘러보는 테치. 나갈수 있는지 보는 테치이. 3녀챠."
"테에...알겠는 테츄. 아타치가 문씨를 살펴보는 테츄."
"아타치는 벽씨를 살펴보는 테치."

역할을 분담해 주변을 살펴보는 두 자실장. 3녀가 먼저 문에 도착했다.

"테에. 마마가 닫았던 문씨인 테치. 열리는 테츄..?"

굳게 닫힌 문을 자그만한 손으로 만져보는 3녀. 꾸욱. 그대로 문을 밀어보지만...

"테치이이잇...! 테츗! 문씨는 아타치를 위해 열려주는 테츄우웃!"

....꿈쩍도 하지 않는 문. 미도리가 단단히 잠궈놓은 문은 열릴리가 없었다. 절래절래 고개를 젓는 3녀.  문으로 나가는것은 불가능했다.

"테에에. 문씨는 틀린 테치... 아타치로는 불가능한 테츄우..." 

맞은편. 벽에 도착한 장녀. 골판지 벽에는 손잡이 구멍이 나있다. 그쪽을 통해 바깥 상황을 볼수있을거라고 생각한 장녀는 곧바로 골판지의 손잡이구멍으로 향했다. 

"테에. 작은 테치. 나갈수는 없는 테츄...그래도 바깥이 보이는 테치. 이걸로 마마를 보는 테츄..."

뭔가 웅성웅성거리는 바깥.  장녀는 고개를 숙여 바깥을 바라봤다. 마마는 무슨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본 바깥은...

"...테에...?"

"텟챠아아아아앗!"
"분충은 죽는 데스. 하지만 천천히 죽이는 데스."
"아타치를 내보내는 테치! 아타치는 독라노예가 아닌텟챠아아아아아-!!!"
"오마에가 죽인데스. 5녀도. 6녀도. 4녀도 오마에가 죽인 데스. 오마에는 곱게 죽이지 않는 데스...."
"무슨 말인 테치이잇! 아타치가 아닌 테치! 똥마마의 착각씨는 당장 죽는 텟챠아아아!!"
"데에? 장녀와 차녀도 빼앗아갈 셈인 데스? 어림도 없는 데스. 오마에를 죽여주는 데스."
"텟챠! 텟챠! 때리지 마는 테치! 그만두는 텟챠아아아!!"

장녀가 구멍으로 바라본 바깥은 장녀에게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였다. 운치 굴 안에서 절규하고있는 차녀. 그런 차녀를 바라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미도리...

"테, 테에에...? 테에..? 6녀챠. 죽은 테치...? 이, 이모토타치. 전부 없어져버리는 테츄우...?"

그리고 6녀도 결국엔 죽어버렸다는 이야기. 이제 멀쩡한 미도리의 자들은 장녀와 3녀밖에 없다. 이제 장녀에게 남은 동생이라고는 집에 같이 갇힌 3녀뿐.  

"테에? 오네챠. 뭐가 있는 테치?"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 옆에서 다가오는 3녀. 장녀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테, 테에. 3녀챠! 벌써 온 테치?"
"테츄. 문씨는 틀린 테치. 마마가 단단히 닫은 테츄우...테에? 구멍이 있는 테치?"
"테, 테에엣! 아무것도 아닌 테치! 아타치가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테치. 작아서 탈출도 불가능한 테츄우."
"테에...그런 테치..?"

장녀는 거짓말을 하며 3녀를 구멍에서 밀어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건 3녀밖에 없다. 6녀가 죽었다느니, 차녀가 분충 취급을 받으며 마마에게 괴롭힘받고있는 모습이라던지. 안 그래도 죽었다 깨어난 연약한 3녀다. 그런 소식들을 들으면 마음 약한 3녀는 큰 충격을 받고말것이다. 장녀는 그런걸 원하지 않았다.

'3녀만 남은 테치. 아타치가 3녀를 보살피는 테츄우...'

마마가 자신을 돌보았던것처럼, 자신이 3녀를 돌보겠다. 장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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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감금 1일째.

"테에에...더운 테치...여름씨는 질긴 테치..."
"테츄. 3녀챠. 옷씨를 벗어두는 테치...버틸수 있는 테츄우..."

굳게 닫힌 골판지 집 안. 그리고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로인해 골판지 집 안은 찜통같은 형태가 되어버렸다. 장녀와 3녀는 옷을 전부 벗어 옷걸이(벽에 박힌 압정) 에 걸어두고는 바닥에 널부러져, 겨우내 버티고있는 상황이였다.

"테에. 더운테치. 더운테츄우우..."
"테에. 마마를 따라한 테치. 그런데도 더운 테치? 말도 안되는 테츄우..."

똑똑한 장녀는 조금이라도 덜 덥기위해, 미도리가 했던것들을 생각해 따라했다. 더 덥게 만들수있는 손수건과 나뭇잎. 신문지들은 전부 집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땀으로 옷이 축축해지는걸 막기위해 전부 벗어버렸다. 더운 공기를 조금이라도 내보내고싶어, 문에 틈이라도 만들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 찜통같은 더위는 어쩔수없었다.

"테에. 장녀 오네챠...물이 마시고싶은 테츄...."
"아타치도 절실한 테치. 하, 하지만. 손씨가 닿지 않는 테츄아..."

물을 마시면 조금이라도 나을테지만, 큰 물병. 조그만한 자실장들이 들거나, 기울일만한 것이 아니였다. 물이 눈 앞에 있으면서도 마시지 못하는 괴로운 상황이 이어졌던것이다.

"테츄우우...더운 테치... 옛날보다 더 후끈후끈한 테츄아아..."
"확실히 그런 테치. 어쨰서 그런 테츄..?"

게다가 골판지 집 안은 찜통이라고 말했던걸 기억하는가? 그런 더위에 물병 안의 물이 그대로 있을리가 없다. 물병 안의 물은 점점 증발해, 골판지 집 안을 습식 사우나마냥 만들었던것이다. 덕분에 자실장들의 땀은 쭉쭉 빠지는 중이였다.

"테에에...마마...마아앗..."
"참는 테츄...3녀챠. 분명 마마가 오는 테치. 그때까지 기다리는 테츄아..."

그렇게 바닥에서 죽어가는 두 자실장들의 지옥같은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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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감금 3일째.

"테에...? 어째서인 테치? 오네챠. 물씨를 마신 테치?"
"텟? 무슨 소리인 테치. 3녀챠. 그런적 없는 테..."
"거짓말 하지 마는 테츄아아! 어째서 물씨가 줄어있는 테치? 장녀 오네챠 혼자서만 물을 마시고있는 테츄? 그런 테치?"
"아, 아닌 테치! 아타치도 손씨가 안닿는 테치! 진정하는 테치. 3녀챠!"

감금되고 나서 3일이 지났다. 먹을것은 골판지 손잡이 구멍으로 들어오는 구더기 고기로 해결할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테, 테에. 파킨하는 소리가 들리면 꼬기가 생기는 테치. 이건 정말 꼬기인 테츄...?"
"....3녀챠. 밥투정은 독라행인 테치. 마마가 알면 혼나는 테츄. 조용히 먹는 테치."
"...테에. 알겠습니다테츄..."

그것 마저도 먹기 힘든게 현실이였지만. 아무튼간에 먹을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더위에 물을 원하게 되는건 당연한 일. 3녀는 오늘도 먹지 못하는 물을 하염없이 쳐다보고있었다. 그러다가 알아내고만것이다. 물병 안의 물이 줄어들어있다는것을. 실제로는 증발해버려 물이 줄어든거지만, 자실장들이 그걸 알리는 없었다.

"오네챠 혼자서 마셨다는건 충격인 테치. 아타치도 물을 내놓은 테츄아아!"
"3녀챠! 진정하는 테치..! 움직이면 더운 테챠아아!"

장녀는 참을성이 있었지만, 3녀는 그러지 못한 모양인지 장녀를 붙잡고 투닥투닥.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더위에도 물때문인건지, 필사적인 모습이였다.

"테, 테히이잇. 더운 테치. 당장 물씨를 내놓은 테츄아아아!"
"테, 테에! 3녀챠! 그만두는 테치! 마마에게 혼나는 테치!"
"마마는 모르는 테치! 아타치는 당장 물을 먹는 테치아아앗!"

그러다가 자기 혼자 더워 지치더니, 이번에는 물병을 붙잡고 미친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물을 먹고싶다. 너무 먹고싶다. 너무 먹고싶다. 당장 내놔. 당장 내놔. 당장 내놔. 3녀는 제정신이 아니였고, 그런 모습에 장녀는 경악을 금치못하며 3녀를 잡아 말리기 시작했다. 

"테츄아앗! 테츄아아아앗!"
"3녀챠! 더워 죽어버리는 테치! 멈추는 테- 테에?"
"...테에?"

자실장이 그런다고 넘어갈 물병은 아니다. 어젯밤 물병이였다면. 물이 증발해버려 조금 가벼워진 물병은, 3녀가 미친듯이 잡고 흔드는것덕분에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녀가 3녀를 말린다랍시고 같이 물병을 흔든것도 도움이 됐겠지. 그렇게 물병은 흔들흔들 흔들리더니...

....휘이이익--!

"테, 텟챠아아아!"
"텟츄아아아!"

쿵!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물병이 넘어지는것에 놀라 물병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일제히 넘어지며 빵콘을 한 장녀와 3녀. 

"테, 테에. 어떻게 한 테치. 3녀챠?!"
"테, 테츄. 아타치도 모르는 테치....테, 테에! 물씨인 테치! 물을 마시는 테츄아아아!"
"테, 테에! 아타치도 마시는 테치!"

물병이 넘어진건 어쩔수없지만, 그로 인해 안에 있던 물들이 흘러나오는 상황. 결과적으로 보면 좋게 흘러간 셈이다. 물병 입구에서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걸 본 장녀와 3녀는 곧바로 달려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테츄웁! 테츕테츕. 테츄아! 미지근한 테치! 하지만 우마우마한 테츄아아아!"
"물씨가 아마아마한 테치! 장난 아닌 테츄웅!"

그렇게 졸졸 흘러가는 물을 5초동안 마셨을까. 물은 전부 흘러나와버리고. 

"테, 테에. 이게 끝인 테치? 바닥에 있던 물씨들은 어디로 가버린 테츄...?"
"테, 테에. 물병이 넘어져버린 테치. 전부 흘려버린 테치..."

이젠 정말 물이 전부 떨어지고말았다. 바닥은 골판지 바닥, 이미 축축해져서 수분을 모두 빨아들인지 오래였다. 더워죽겠는건 골판지 바닥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테에. 이제 어쩌는 테치...?"
"테치앗. 3녀챠앗! 이젠 정말 물이 없는 테치. 아타치타치 큰일난 테치! 자기 자신이 뭘 한지 알고있는 테츄!"
"테, 테에. 물씨가 마시고싶었던 테치. 아타치가 잘못한 테치카!?"
"오마에덕분에 물씨가 전부 사라진 테치! 이젠 정말 물씨와 바이바이인 테치잇!"
"장녀챠도 잘한건 하나도 없는 테치! 테챳!!"
"테츄아아앗!"

아까까지 신나게 물을 마시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곧바로 더위에 몸이 더워지자 서로 싸우기 시작하는 자실장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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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감금 7일째.

"......."
"......."

골판지 집 안. 다른 날과 어김없이 누워있는 자실장 둘. 하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테....찌이이이...."
"...말하지...마는...테치...이이..."

먹을것만 있어서는 살수없다. 원래 실장석은 끈질기지만, 물이 없으면 힘들다. 거기에 무더운 여름이다. 장녀와 3녀의 수분은 지속적으로 무더운 더위에 빼앗기고 말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둘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둘 모두 말라비틀어진 건어물처럼 변해버리고말았다. 감금 5일째까지는 버틸만해, 구멍까지 걸어가 고기를 가져와 먹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 거리조차도 걸을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손과 발은 퍼석퍼석해져, 잡아 문지르면 푸스슥 가루가 되어 사라질만 했다. 몸통은 아직은 통통한 그 모습을 유지하고있었지만, 곳곳이 말라비틀어져있었다.
얼굴은 볼이 바짝 말라비틀어져,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듯한 얼굴이다. 머리카락은 전부 빠져버렸고, 고기를 먹을수없어 겨우 손을 뻗어 운치를 먹은 탓에, 몸은 전부 운치범벅이였다.

"...마...마앗...."

말라비틀어진 상태에서 3녀는 미도리를 애타게 찾아불렀다. 나는 최선을 다해 마마를 기다렸다. 이제 제발 와달라. 필사적인 목소리와 불쌍하게 말라비틀어진 모습은 충분히 동정심을 불러일으킬만 한 광경이였다. 

"......"

하지만 문은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3...녀챠아.....우지...챠아....5녀...챠아아...."

장녀 역시 말라비틀어진 채로 자신의 동생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팔을 겨우 뻗어, 문쪽으로 가져간다. 분명 문이 열려서, 차녀...4녀, 5녀, 6녀가 자신와 3녀를 데리러 와줄거라고.  

"......"

하지만 문은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테...찌...아아아아.."
"테...츄....아아아...."

고통과 절망에 가득한 울음소리가 골판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그렇게 또 야속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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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감금 15일자.

오늘은 구더기 고기들이 썩어 문들어지기 시작했다. 

....

골판지 감금 20일차. 

오늘은 운치들이 발효해서, 끔찍한 냄새가 골판지 집 안에 가득차버렸다.

....

골판지 감금 40일차.

열리지 않을것만같았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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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가 발견한 장녀와 3녀는 한달전에 이미 죽어버렸던것이다. 안타깝게도 물은 생각치않고, 먹을것만 넣어주며 자신이 자들을 지키고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장...녀. 3녀...정신 차리는 데스..."

 미도리는 그럴리 없다며, 거의 미이라화 되어버린 장녀와 3녀를 손으로 잡아들었다. 방금까지라도 살아있었을것이다. 살아만 있다면 정상으로 되돌릴수 있다. 분명..

"......."

하지만 대답할리 없는 둘. 자실장들은 죽은지 오래였다. 

"이럴리 없는 데스. 이럴리가 없는 데스우..."

툭.

파삭.

절망에 빠진 미도리가 손을 놓자, 바닥에 떨어져, 가루가 되어버리는 장녀와 3녀. 미도리의 자들은 전부 죽었다. 하나같이. 전부.

"와타시의 잘못인 데스...? 와타시는 자들을 훌륭하게 키운 데스. 와타시는...와타시는...."

터덜터덜. 마당으로 나오는 미도리. 하지만 오래가지못해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하고만다. 그럴리가 없다며, 자기자신을 부정한다.

"와타시는 잘못하지 않은데스. 전부, 전부 와타시가 한게 아닌 데스. 멋대로. 자들이 멋대로 그런 데스. 와타시는. 행복한 가정씨가 만들고싶었던 데스. 행복씨를 찾고싶었던...데스우..."

파들파들. 미도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절망적이였다. 더이상 버틸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졸도해버릴듯한 미도리의 앞에. 때마침.

끼익.

"데, 데...에..."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느때처럼 퇴근한 토시아키. 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것은 미도리. 그렇게 토시아키와 미도리는 서로 마주보는 자세로 만나게 된다.

"....미도리. 다녀왔어."

토시아키는 미도리를 봤을때부터, 무언가를 직감했다는듯이. 곧바로 링갈어플을 가동했다.

"미도리. 너 요즘에-"

"...데스으. 전부 똥닝겐인 데스."

"...뭐라고?"

미도리를 향해 무언가를 말할 틈도 없이, 갑자기 토시아키를 보더니 제자리에서 일어나는 미도리. 그러고는, 손을 휙. 토시아키를 향해 뻗는다.

"전부 똥닝겐이였던 데스! 와타시를 버린것도 똥닝겐. 와타시를 가둔것도 똥닝겐인 데스. 그리고 지금 와타시의 자들이 전부 죽어버린것도 오마에의 탓인 데샤아아아아앗-!!!"

미도리는 강한 목소리로 토시아키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전부 자신의 탓이란다. 자기는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토시아키는 그런 미도리를 그저 애잔하게 바라보았다.

'데에! 집주인사마. 다녀오시는 데스.'
"데샤아아아앗! 돌려내는 데샷! 와타시의 자들을 돌려내는 뎃슈아아아앗-!!"

토시아키는 지금의 미도리에 옛날의 미도리를 겹쳐보았다. 예의바르던 그 때. 자들과 행복하게 살던 그때. 하지만 그때의 미도리는 죽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건 그저 분충. 분충이 되어버린 한마리의 실장석일뿐이였다.

"....마당에서 길러도, 결국에 실장석이라는건 어쩔수없는거구나."

토시아키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이렇게 한다면 분충으로 변모하는 일은 없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정해진 수순이라는듯이. 그저 안타까울뿐이였다. 미도리같은 개체조차 힘든거구나. 실험은 여기서 끝이다.

"...그래. 미도리. 다 내탓이야."

-그리고는 미도리를 향해 토시아키는 '마지막 작업' 을 개시했다.

"데, 데에? 어째서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데스. 와타시에게 자비를 바라는거라면 당장 쳐죽여버리는 데샤아아아앗-!!"

"맞아. 미도리, 너는 항상 자들을 생각하면서 살았다는거. 나는 알고있어."

"당장 죽...이는...데스으...데, 데에. 와타시의 노력씨를...아는 데스...?"

토시아키는 미도리가 자신을 좀 더 잘 볼수있도록, 미도리의 앞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미도리는 토시아키의 말과 행동에 당황스러운듯 했지만, 토시아키는 상관치않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구나. 미도리. 너는 엄청 힘냈는데. 밥도 구해오고. 자들만 생각하고."

"데, 데. 데에엣. 그런데스. 와타시는. 와타시는...열심히 한 데스. 와타시는..."

토시아키의 말에 아까 화 난 모습은 어디갔냐는듯이, 제자리에서 데끅. 데끅. 거리며 몸을 떠는 미도리. 참생동안 열심히 몸부림쳐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매일매일 미도리 자신만 갈려나갈뿐이였다. 하소연할곳도, 자랑할곳도 없다. 그런 미도리의 피폐한 마음을 토시아키는 단숨에 파고들었다.

"그래. 너는 충분히 힘을 냈어."

",,,그런 데스. 닝겐상. 그런데스...역시 와타시는 틀리지 않은 데스."

아까의 화를 내던 미도리는 어디로 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는 미도리가 있었다. 절망적인 생각들은 모두 없어지는것만 같았다. 
뭐든 할수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너가."

"역시 와타시는...틀리지않았던 데스. 모든건 주변의 탓이였던 데스읏...!"

그렇게, 토시아키의 위로를 받은 미도리에게-

"모든건- 주변의-"

"너가, 잘못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

"...데, 데에...? 니, 닝겐상...?"

...행복해 할 틈도 같은건 없었다. 

"너가 자들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죽을일도 없었을텐데."

"데, 데에에엣..! 똥닝겐이 미친데스!? 와타시의 잘못씨는 없는 데스으으으읏!!"

"아니. 너가 그때 문을 제대로 닫았다면 4녀를 살릴수있었을텐데."

"데, 데에에엣. 4. 4녀어엇..." 

아까와는 완전히 말투가 달라진 토시아키. 토시아키는 무릎 꿇고 미도리를 바라보던 자세를 바꾸어, 미도리를 일방적으로 깔아보는 자세를 취했다. 자신의 그림자가 전부 미도리를  덮어버리게.

"너가 제대로 주의깊게 먹을걸 봤다면, 여름에 자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할 일도 없었을텐데."

파직-!

"데, 데에. 그만하는 데스우우웃...!"

아까까지 행복해하던 미도리의 모습은 산산조각. 지금 토시아키 앞에서는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실장석 하나만이 있을뿐이였다. 미도리에게서 청명한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몸을 달달 떨며 빵콘해버린 미도리를 보고도, 토시아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너가 제대로 5녀와 6녀를 교육했다면 살릴수 있었을텐데."

"와타시의 잘못인 아닌데스으읏..! 먹고살기 위함이였던 데스으읏..."

파직-!

"너가 제대로 감시하고있었다면, 차녀가 분충이 되는 일도, 5녀가 먹히는 일도 없었을텐데."

파직-!

"데, 데샤아아앗. 그만...하는...데스으읏. 마음씨가, 아픈 데스. 아픈..데샤아아아앗..."

...토시아키는 골판지 집 안. 지금은 가루가 되어버린 것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가 제대로 보살펴줬다면, 장녀와 3녀가 비참하게 죽는 일은 없었을텐데."

파직-!!

"데, 데갸아아아앗! 데샤아아아아아앗-!!"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미도리. 양쪽 눈에는 이미 색눈물이 흘러 얼굴을 적시고 있었고, 운치는 멈출수없이 흘러나와, 이미 바닥이 운치바닥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눈물 범벅이 되어 바닥에서 달달달. 떨어대는 미도리.

"데, 데..갸아샤아앗...집주인사마. 살려주는 데스웃. 살려주는 데, 데- 데에에-"

애처롭게 바닥에서 발작을 일으키는것마냥 몸을 떨며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 토시아키는 아무말도 없이 미도리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래. 미도리."

"데, 데엣. 데헤에엣...!"

쓰러져 있는 미도리에게 손을 뻗는 토시아키. 자신에게 손을 뻗는 토시아키를 보고 잠시. 그 잠깐만에 웃어보이는 미도리...

"너가 모두를 죽인거야."

"......데에...?"

-파-킨-!!

참생의 마지막 순간. 미도리는 올리기&내리기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청명한 파열음과 함께. 그대로.

"...."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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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마당이 장난 아니구나."

토시아키는 골판지 집에 무심하게 파킨사해 죽어버린 미도리를 던져넣으며 이야기했다. 자신의 마당 실장 계획은 실패다. 그렇게 보아도 무방했다.

"역시 실장석이라는건 어쩔수 없는건가?"

쓰윽. 쓰윽. 마당에 있던 미도리 일가의 흔적을 지운다. 

"테에. 3녀챠! 아타치의 공씨를 받는 테치!"
"텟! 제법인 테츄! 아타치의 스파이크씨를 받는 테츄아!"

빗자루로 공놀이 하던 자실장들의 발자국이 사라지고. 

"테에. 아마아마한 밥씨인 테치! 냄새가 굉장한 테츄웅!"
"5녀챠. 운치는 싸고 온 테치?"
"레에. 냄새씨가 엄청난던 레치! 레에? 밥씨의 냄새가 더 굉장한 레츄웅~"

양동이 하나에 가득찰 분량의 물세례가 냄새를 없앤다. 

"레치? 어째서 운치굴에 우지챠들이 있는 레치?"
"레후! 운치는 아마아마한 레후웃!"
"마마아아아앗! 세레브한 아타치를 당장 꺼내는 테츄아아아앗!!"

토시아키가 파넣는 흙들이, 운치굴을 없애고만다. 

"...휴우. 냄새도 고약해라. 겨우 끝냈네."

그렇게 한시간의 청소 끝에, 미도리 일가가 살았었다는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미도리의 시체가 담긴 골판지 박스는, 집 앞 분리수거장에 던져놓았다. 

위이이이잉-

즈붓. 즈붓. 콰광!

...하지만 그것도 금방. 곧바로 쓰레기 수거차가 찾아와, 골판지 집을 압축 프레스기로 짓눌러버렸다. 

"...마당이 휑하네."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이야기하는 토시아키. 그렇게 이 세상에 미도리가 있었다는 흔적은, 모두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미도리는 무엇 하나, 이 세상에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미도리는 봄과 여름. 나를 기쁘게 해줬었으니까. 이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하지만 아직이라는듯이 말하는 토시아키는 그런 혼잣말을 내뱉으며, 집 안에서 그릇 하나를 꺼내온다.

"이게 크면 자실장이 되는건가. 신기하구나. 실장석이라는건."

그릇 위에 담겨있던건, 저마다 고치를 튼 우지챠 세마리. 그렇다. 차녀를 갉아먹어 없애버렸던, 그 구더기들이다. 미도리를 처리하고 난 후에, 운치굴을 청소하려하니, 구더기 세마리가 고치를 틀고있었던것이다.

"...성체실장부터는 실패했지. 그럼 자실장부터는 어떨까?"

토시아키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이따금 꿈틀거리는 고치 셋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녀석들은 어떤걸 내게 보여줄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도리의 뒤를 이어줘. 애들아."

토시아키의 마당 실장 계획은, 이제 막 시작했을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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