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스크에 도전

 

오후 4시도 지났으니 햇살도 조금은 누그러졌으리라.
그렇게 멋대로 결정하고 이름 만은 거창한 연립주택을 나왔지만, 밖은 아직도 무더위가 이어지고있었다.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조금 돌아가게 되지만 강변의 비포장 보행로를 걸어 편의점으로 향했다.

보행로로부터 강변으로 이어지는 잔디 경사면.
강변에는 공원이, 맞은편 강변에는 테니스 코트가 있었지만, 이용자는 없었다.
하지만 잔디 경사면의 위쪽에, 말하자면 보행로 바로 옆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노인이 있었다.

이 무더위에 무엇을 하고있는 걸까, 힘들어서 쉬고있는 것일까.
「괜찮으신가요」라고 한 마디 던지는게 도리일 터이나,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자기가 그렇게 하는것이다, 참견하지 않는게 좋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면서 길을 재촉했다.

가게 안에서 충분히 몸을 식히고, 오늘 발매된 만화를 서서 읽고나서, 저녁식사인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산다.
저녁식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간소하지만, 구직중인 몸으로 사치는 금물이다.
이 가게에서 30분의 알바비라고 생각하면서, 계산 순서를 기다리며 알바모집의 벽보를 바라본다.

「봉투, 테이프로 붙여드릴게요」

여름방학의 알바라고 생각되는 점원이, 물건과 나무젓가락을 넣은 후 봉투 입구를 막아주었다.
말 할 필요도 없이 실장석의 탁아대택이지만, 이런 더위라면 그럴 걱정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매뉴얼에서 그렇게 지침이 있는거겠지만, 실제로 가게 밖에 실장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은 자연스럽게 강변쪽으로 향했다.
그 노인은 아직도 있었다.
노인은 가끔씩 경사면 아래에서 끈이 달린 작은 상자를 끌어올리고있다.
그 상자 안에는 자실장이 들어있어, 테챠테챠 짖고있다.
방금은 매미소리에 지워졌기에, 경사면에 자실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경사면 위에 끌어올려진 자실장들은, 각각이 골판지 쪼가리를 가지고있다.
그것을 썰매로 삼아, 차례차례 잔디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미끄러져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화끈하게 자빠지는 놈도 있다.
자빠져도 잔디밭이기에 대미지는 적은 모양이다.
썰매를 주워서, 교성을 지르며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스키나 스노보드와 마찬가지로, 아래까지 내려가고나면 다음번에는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된다.
기운넘치는 어린이라면 몰라도, 운동부족의 사람에게는 벅찰 정도의 경사면이다.
힘없는 자실장이 오를만한 비탈이 아니다.
자실장들이 전원 미끄러져 내려가니, 노인은 상자를 아래로 내리고, 자실장들은 그 상자에 올라탄다.
그것을 노인은 천천히 끌어올린다──그래, 곤돌라가 되는 것이다.

꼭대기까지 올라온 자실장이, 노인을 향해 짖고있다.
노인은 실장링갈도 없이 「알았다, 알았어」라고 말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배낭에서 페트병에 든 물과 실장푸드를 꺼내어 자실장들에게 주었다.
자실장들에게 있어 노인은 무료 곤돌라이고, 무료개방인 매점이기도 한 것이다.

이튿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노인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곤돌라」를 끌어올리고, 자실장들은 잔디썰매를 만끽하고있다.
노인 옆에 걸어가, 큰맘먹고 물어보기로 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의문을 느낀 것을 서슴치않고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그 전의 직장에서도 잘 해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자, 씁쓸한 맛이 한 순간, 가슴 속에 퍼져나간다.

「무엇, 하시는건가요」

노인은 이제서야 알아차린것처럼, 놀란 표정을 띄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실장과 놀아주시는 건가요」

노인은 다시 끄덕인다.
그리고 대화가 끊어졌다.
딱히 거부되거나 한 것도 아니기에, 바닥에 앉아 자실장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애초에 자실장은 윗쪽이 무겁기에 밸런스가 안좋다.
썰매에 앉아서 뒤쪽으로 머리를 기울이지 않으면, 약간의 바운드로도 머리부터 처박히게되고, 십중팔구 뒤집어지게 된다.
아래까지 미끄러지는 자실장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도중에 넘어졌다.
하지만 그 넘어지는 것 자체를, 자실장들은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전원이 미끄러져 내려가고나서, 노인은 곤돌라를 내려주었다.
자실장들이 곤돌라에 올라타자, 노인은 천천히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자실장들은 관광지의 곤돌라 안에서 떠드는 아줌마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떠들썩했다.

휴대전화에 실장링갈 부속기능이 있던것을 떠올리고, 전원을 넣었다.

『후딱 끌어당기는테치』
『이 노예는 못쓰겠는테치』
『슬슬 새로운 장난감을 준비하는테치』
『빨리 콘페이토를 내놓는테치』

차례차례 화면에 표시되는 문자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노인과 자실장들 사이에, 따쓰한 마음의 교류가 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놀아줄테니까, 시원한데로 데려가는테치, 이 늙다리』

그 한마디에, 속이 뒤집어져서 무심코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자실장들은 그제서야 언제나와 다른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다.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앞을 다투어 곤돌라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자실장들이 한 쪽으로 쏠리더니 곤돌라는 옆으로 넘어졌고, 안에 있던 자실장들은 잔디밭에 쏟아지는 꼴이 되었다.
제각각인 모양새로 경사면을 굴러떨어지더니, 아래까지 떨어지고 나더니 울면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둥지쪽으로 가는 것이겠지, 『마마ー』하는 비명이 휴대전화의 화면에 남겨졌다.

미안하게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실장들이 아니라, 노인에게 말이다.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않아 우물쭈물 하고있으니, 노인은 천천히 곤돌라를 끌어올리고, 돌아갈 준비를 시작해버렸다.

「저, 저기, 죄, 죄송합니다」

노인은 일어서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사과를 거부하는 것인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다음에 나온 말은, 자기변호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저 자실장들이 너무 심한 소리를 하고있어서 그만」

다시 한 번,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무슨 의미? 노인은 알고있었다고 하는것인가, 그렇지않으면……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소이다.
  저 자실장들만이 필요로 해주었다오.
  그것 뿐이었소」

그렇게만 말하고, 노인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죄악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실장석이다.
내일이 되면 오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리라.
또다시 막말을 하면서도, 노인에게 몰려들게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다음날도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자실장들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노인의 모습은 없었다.
자실장들은 내 모습을 보더니 『무서운 닝겐상인테치!』하고 외치더니 삼삼오오 도망가버렸다.
어제 일을 잊지는 아닌 모양이다.

그 다음 날도, 자실장들은 나타났지만 노인은 없었다.
노인이 오지 않게 되고나서, 자실장의 수가 줄어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자실장들은 있었고, 노인은 없었다.
자실장들의 수는 한층 더 적어져있었다.
나는 노인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 노인은 어떻게 된것일까.
이젠 자실장이 오지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집에 틀어박혀버린 것일까.
아니, 실제로도 이렇게 자실장들은 모여들었지않은가.
그렇다면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건가.
설마 열사병으로 집 안에서 쓰러져버린걸까.
설령 그렇다해도, 나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노인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니까.

한숨을 쉬면서, 노인이 했던 유일한 말을 되새겨본다.
자실장들 만이 노인을 필요로 했다, 라는 것은 무슨 소리였을까.
자식이나 손자와, 물리적 또는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런것이리라.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 강변에서 자식이나 손자와 놀아준 적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이 아직 자식과 손자들로부터 필요되어지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지금의 나와 똑같지 않은가.

그 때, 나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있었겠지.
경사면 아래에 있는 자실장들이, 경계하면서도 내 얼굴을 관찰하고 있는것을 알아챘다.
기세 좋게 일어나자, 경사면 아래의 자실장들은 일제히 도망쳐갔다.

편의점으로 가서, 필요한 물건을 샀다.

「봉지, 테이프로 붙여드릴게요」
「아뇨. 이대로 괜찮습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가볍게 말을 되받아주고 가게를 나섰다.
강변에 돌아왔지만, 자실장들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봉지의 내용물을 꺼내고, 봉지의 손잡이에 사온 비닐끈을 엮었다.
그대로는 가벼우니까 무게추로 과자코너에서 산 별사탕을 넣었다.
내용물이 흩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아래로 내린다.
마치 낚시처럼.

강변에 놓인 벤치 그늘에서, 자실장이 얼굴을 내민다.
코를 킁킁거리며, 별사탕의 달콤한 냄새를 따라온다.
편의점봉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경사면 위에는 노인이 아닌 인간의 모습.
자실장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척을 하는지, 기어서 편의점봉투에 다가가면서, 가끔씩 얼굴을 들어 내 쪽을 올려다보았다.

휴대전화에 전원을 넣고, 실장링갈기능을 켠다.
나는 내 방식대로 갈것이다.

「독 따위는 들어있지 않으니까, 먹어도 된다」
『테치? 닝겐상, 와타치들의 말을 아는테치?』
「괜찮으니까, 먹어」

자실장은 『테츄ー웅』하고 달콤한 짖는소리를 내면서 별사탕에 달려들었다.
나는 비닐끈을 당겨 아슬아슬하게 봉지를 들어올렸다.
헛손질을 한 자실장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있다.

「음식을 먹을때에는, 특히 사람한테 받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거야」
『테에엣!?』
「말 안하면 안 준다」
『잘먹겠습니다테치』

자실장은 턱받이를 침으로 더럽히면서 별사탕에 매달렸다.
오랜만의 먹을것, 그리고 처음 맛보는 단맛에 완전히 흥분해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자실장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콘페이토를 가져온테치? 쓰레기닝겐』
『정말이지, 쓸모없는 것도 정도가 있는테치』

편의점봉지를 들어올린다.

「버릇나쁜 녀석이 있으면, 별사탕 안준다」

그자리에서 바로, 네가 나쁘네 내가 나쁘네 하면서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한다.

「싸우는 녀석이 있어도 별사탕 안준다」

그러자 싸움이 멈췄다.
정말이지 단순한 녀석들이다.

그 다음에, 똑똑해보이는 자실장에게서 사정을 들었다.
여기에 있는 자실장들은 강변에서 살고있었는데, 지난주의 큰 비로 하천이 범람했을 때 둥지가 휩쓸려가서, 친실장을 잃었다고 한다.
그 노인이 자실장들을 발견해서 먹이를 주지 않았다면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노인은 살아남은 자실장들에게 먹이를 주고, 놀이상대도 되어주었다고 한다.
요 며칠, 노인에게서 먹이와 물을 받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무더위로 몇 마리인가는 죽어버렸다는 것.

나는 편의점에서 사온 실장푸드를 나누어주고, 강변을 떠났다.
『내일도 기다리는테치』라면서, 등 뒤에서 자실장들이 짖고있었다.

다음날, 편의점에 들른 후에 강변으로 가기로 했다.

「매일같이 덥네요」

요 며칠동안 매일같이 이 가게에 오고있어서였을까, 여성점원이 말을 걸어주었다.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다니까요」

봉지를 받아들면서, 가게 밖에 나가려다가 멈춰섰다.

「그러고보니, 이 가게는 아직도 알바 모집중인가요?」



나도 그 노인처럼, 자실장들에게 좋을대로 이용당하는것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필요로 되어진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정말로 필요로 해주는 것은 실장석 따위가 아닐테고, 자신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있을 터이다.
「언젠가 누구라도 사랑의 수수께끼를 푼다면, 혼자서는 있을수 없게되지」
어울리지도 않게 그런 가사를 떠올렸다.
(역자주 : 사노 모토하루佐野元春의 Someday의 가사)

그래도 지금은, 잠시동안 만은, 그 노인을 대신해서 이녀석들을 돌봐주자.
강변에 도착해서, 학수고대하고있던 자실장들에게 휴지상자로 만든 곤돌라와, 손잡이끈이 달린 썰매를 꺼내어준다.
자실장들은 『테챠ー』『테츄ー웅』하고 환성을 지르고, 순서대로 경사면을 미끄러져갔다.
손잡이끈으로 밸런스를 잡기 편하게 되어서인지, 대부분이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곤돌라에는 차례대로 타라」

전철을 타는것처럼, 자실장들이 줄을 서서 곤돌라에 올라탄다.
그런 것을 몇 번인가 되풀이한 후, 물과 먹이를 주었다.

『잘먹겠습니다테치』
『닝겐상, 감사한테치』

자실장들은 감사의 말을 말했다.
그게 본심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입에 발린 소리인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의 실장링갈기능을 껐다.

누군가가, 내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워주었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그 노인이 있었다.
역시 열사병으로 쓰러졌지만, 타이밍 좋게 몇 년 만에 자식 부부가 귀성을 했기에 큰 일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노인도 또한, 누군가에게 필요되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우리들은 말을 나누지도 않고,
잔디썰매를 타는 자실장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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