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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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부수면 세상의 실장들의 몇 할인가는 죽는다・・・라고 하면 손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생각해보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어째서 그런 흐름이 되었는지는 알콜이 반쯤 점령하고 있던 머리속에서 내쫓겨난것처럼 기억이 없다.
작고 어둑어둑한 가게 안, 그 안쪽에 장식된 검고 작은 액자.
그 중앙에는 투명한 아크릴에 봉입된 기묘한 색의 구체가 하나, 흐릿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치고있다.
「그건 최초의 실장석의 것이라는 모양입니다」
초로의 주인장은 소시지와 치즈를 얹은 접시를 내 앞에 놓는다.
이런 어두운 곳에서도 색안경을 끼고있는 희한한 남자이다. 차광용의 옅은 것이라고는 해도, 한밤중까지 걸치고 있을 필요는 없을텐데.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난 실장석, 그 몇 마리 중의 한 마리의 위석이라던가요」
「헤에・・・」
다시금 그 위석을 바라보지만, 색도 모양도 지금까지 본 적이 있는 실장석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이렇게 매끈하게 둥글지도 않고, 맑은 색도 아니다.
실장석의 그것은 어딘가 일그러져있고, 지저분한 녹색의 돌맹이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걸 부수는게 어째서 실장석들이 뒈지는 것과 이어지는거요?」
「간단히 말하자면, 이녀석의 자손인 실장석과 이것이 연결되어있어서 그렇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걸 깨뜨려버리면, 녀석들의 위석도 함께 깨져버린다나요」
「・・・점점 알 수 없는 이야기구먼」
내가 술잔을 기울이자, 주인장은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는다.
「아아, 실은 저도 그 내용은 잘 모릅니다. 전 소유주가 몇 번인가 이야기해준 것이었습니다만・・・그러고보니 나뭇가지와 잎의 비유를 했었지요」
주인장은 카운터의 옆에 놓인 작은 화분을 내 눈 앞에 놓았다.
「이것이 실장석이라는 종족 전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줄기는 작은 주제에 무수한 가지가 달려있고, 그 끝에는 작고 둥근 잎이 잔뜩 붙어있다.
이름은・・・뭐였더라, 어디선가 들은 기분이 들지만・・・잊어버렸군.
나는 식물 이름같은거, 먹을수 있는 것 이외에는 별로 알지 못하지만.
「이 잎 하나하나가 지금, 세상에 있는 실장석이라고 하지요. 이것을 얼마간 뜯어낸다해도, 뜯겨나가지 않은 실장석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습니다」
주인장은 이파리를 하나 뜯어내어 내 눈 앞에 떨어뜨린다.
뒤이어 부엌용 만능가위를 손에 들고, 그 가지 하나를 싹둑 잘라내어 내 앞에 놓는다.
「그래도, 그 뿌리를 더듬어서 가지를 잘라버리면・・・그 가지에 붙어있는 잎은 결국 말라죽지 않겠습니까? 저걸 깨버리면 자손들이 죽는다는 것은 그런 거라나요」
나는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이유도 없이 잘려나간 가지를 손가락으로 집어들었다.
불쌍하게도, 가지 끝에 붙어있는 5장의 잎은 이것으로 끝장이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뱃속에 있는 동안이라면 몰라도, 마마를 죽인다 해도 태어나있는 아이가 으갹ー하고 죽거나 하진 않잖소?」
주인장은 그야 그렇죠, 하고 끄덕이면서 화분을 옆으로 치운다.
「이 연결은 정신적인 것이라는 모양입니다. 지금도 이 위석과 자손들은 눈에 보이지않게, 그야말로 가지와 잎처럼 마음속으로 이어져있다나요」
「・・・로맨틱하구먼・・・」
나는 무심결에 집어든 그 가지를 가슴께의 주머니에 꽂았다.
멀리서 보면 브로치같은 것으로 보이지 못할것도 없는・・・아니, 조금 억지구만.
「가짜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 적은 없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어차피 이것을 받아들었을 때, 전 소유주는 상당히 심한 알콜중독이었으니까요」
그리고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외상값의 담보로」라고 덧붙인다.
「완전히 가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구석도 있고요・・・그러고보니 오늘밤, 달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히 떠있었소. 깔끔하게 둥근 달님이었지」
「그렇다면, 오늘밤은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어디 한번 해 볼까요」
주인장은 벽의 슬라이드 스위치로 어두운 조명을 더 어둡게하고, 카운터를 나오더니 벽에 늘어진 끈을 슬슬 당겨서 천장 근처의 창문 커튼을 연다.
어두운 가게 안에 희고 싸늘한 달빛이 들어온다.
「풍취있게 달맞이술이라는 취향이오?」
내가 앉은 위치에서는 창틀 너머로 보름달이 보인다.
월령은 14.9・・・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진짜 의미로 동그라미는 아니지만, 거기에 한없이 가까운 찰나의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모양이다.
나는 보름달에 글라스를 들어올리고 한 모금 흘려넣었다.
「아뇨아뇨, 저기에 말이죠, 달빛을 비추면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보세요」
주인장이 가리킨 곳에는 그 위석이 장식된 액자.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반사와는 다른 종류의 광채를 내고있다.
「재미있다는게」
「데스우」
뭐요, 라고 말하려던 도중에 발치에서 한 손을 든 실장석이 짖었다.
어느틈에 온거지,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거・・・여기서 키우는 녀석이오?」
「아뇨아뇨, 여기는 이런 가게니까 동물류는 둘 수 없지요」
그렇게 말하며 벽 근처에 서있는 주인장의 발치에도 실장친자가 행진하고있다.
사육실장이 아니라는것 치고는, 주인장도 그 실장을 내쫓으려고 하는 기색은 없다.
무슨일이야, 이게.
「한 마리만이 아닙니다・・・보세요, 저쪽에도」
주인장이 가리킨 곳, 내 옆 좌석에는 실장석이 털석 앉더니 주인장을 향해 뭔가를 데스데스 주절거리고있다.
손님의 흉내를 내서 술의 주문이라도 하는걸까?
손 주변에서 쪼르르 움직이는 것이 있어서 시선을 내려보니, 카운터 위에는 몇 마리의 자실장이 숨바꼭질을 하고있었다.
화분에 이마를 대고 늘어지는 말투로 테ー츄, 테ー츄 하고 수를 세는듯한 술레 역할의 자실장. 그 등뒤에는 내 글라스 너머에 숨거나, 숨을 장소를 찾지 못해 허둥대는 자실장이 몇 마리.
「이봐요, 몇 마리나 있는거요, 이녀석들!?」
「아아, 그대로 계십쇼, 손님. 걱정하실것 없습니다. 저희도 녀석들도, 서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진짜요・・・」
일어서려던 차에 주인장이 제지하기에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무래도 취해있어서인지, 나는 이런 기묘한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있었다.
「「「테챠아아!」」」
「어라?」
숨바꼭질을 하다가 접시 위의 안주를 알아챘는지, 거기에 몰려드는 자실장들을 손으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내 손은 아무런 감촉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접시 위의 자실장들도 놀란 얼굴을 하고있을 뿐이다.
「데수〜웅♪」
「・・・이쪽도인가」
시험삼아 발치의 실장과 의자에 앉은 실장을 만져보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쓰다듬어진다고 예상하고 뺨을 붉히거나 하지만, 내 손은 스르륵 실장의 몸통을 지나쳐 그 뒤의 허공을 잡을 뿐이다.
그것은 이 실장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내 몸에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려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감촉도 없다.
접시 위의 자실장들도 치즈를 깨물거나 소시지를 들어올리려고 하지만, 그것은 접시와 일체화하기라도 한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또한 깨물수도 없는 모양이다.
「너희들 어째서 안 먹는거냐? 보자・・・이렇게나 맛있는데」
「테엣, 테에에!」
「테치이이이!」
눈 앞에 소시지와 치즈를 계속해서 집어들어 입 안에 넣어본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란 자실장들은 다시 힘을 주어 소시지를 집으려고 하거나 분한 눈물을 흘리며 맛보지도 못하는 치즈에 덤벼든다.
「그러면, 이젠 괜찮겠지요」
주인장은 방금과는 반대로, 끈을 당겨 커튼을 닫는다.
달의 빛이 스르륵 닫히자, 어두운 조명 속으로 녹아버리는 것처럼 가게 안을 활보하던 실장들이 색채와 두께를 잃어버리고, 연기처럼 어둠속으로 녹아 사라져간다.
조명의 밝기를 원래대로 돌릴 즈음에는 녀석들이 있었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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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던거요, 그녀석들은?」
주인장이 카운터로 돌아가 새로 술을 따르기 시작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입을 열어 물어보았다.
「저 위석이 꾸는 『꿈』・・・이라고 할까요. 달빛을 비춰주면 어째서인지,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게 아까의 환상이고」
카운터에 글라스를 둘 늘어놓는다.
하나는 내것, 하나는 주인장의 것이다.
「・・・굉장하구먼, 이거 진짜인가본데」
근거도 아무것도 없다. 술에 짓눌려 판단력이 저만치로 떠나버린 주정뱅이의 직감이다.
「이거라면 돈 받고 관람이라도 시키면 어떻소?」
「아뇨아뇨, 이제와서 이걸로 어떻게 해보겠다 하는건 아닙니다. 여러가지 귀찮은 일은 사양이에요」
손을 흔들어 부정한 뒤, 주인장은 술잔을 입으로 옮긴다.
「이야기를 돌리겠습니다. 손님이라면 저거, 어떻게 하고싶으십니까?」
「그렇군・・・우선 망치로 힘껏 때려서 진짜인지 어떤지 시험해볼까」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이다.
요즘 세간에서 쓸데없이 번식해대는 놈들이다. 얼마간 줄어든다고 해도 대단한 일은 없다.
근처의 쓰레기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헤집어놓거나 빈집을 노려서 부엌을 뒤지는 것이 적어질테니 세상이 조금은 평화로워질 것이 틀림없다.
「그건 저도 몇 번인가는 생각했습죠・・・ 손님이 없을때에 심심풀이로 멍하니, 그런 생각을 줄줄이・・・아아, 그렇지」
주인장은 글라스를 입에 옮긴 후, 문득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손님, 저거,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글라스를 쥔 손에서 하나만 뻗은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한 나는 술을 뱉어버렸고, 쓴웃음같은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구먼」
「아뇨아뇨, 지금 당장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언젠가 이 가게를 닫을 때의 이야기니까요」
「아아, 괜찮고말고. 맡겨주시오, 기꺼이 받아줄테니」
어째서 그런 일을 일개 손님에게 말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준다고 하면 받아줘야하지 않겠는가.
내가 기분좋게 끄덕이며 대답한 다음에, 주인장은 「다만」이라고 덧붙였다.
「저걸 가까이에 두면 약간의 부작용이 있어서요」
「부작용? 방금같은 환상이 나오는 정도라면 괜찮잖소, 활기차고」
「음ー・・・그것도 있습니다만, 우선은 이런 정도가」
웃는 내 앞에서, 주인장은 쓰고있던 색안경을 벗어보였다.
닫혀있던 두 눈이 천천히 열리자, 나는 무심코 「오우」하고 짧은 탄성을 질렀다.
주인장의 왼눈은 녹색의 빛을 발하고있었다.
유럽인에 있는 녹색 눈동자와는 전혀 다르다. 동공과 홍채가 녹색인게 아니라, 안구 그 자체가 녹색의 매끈한 구체가 되어 눈구멍에 끼워져있는 것이다.
・・・그래, 마치 실장석의 왼눈 그 자체인것처럼.
「・・・의안이오, 그거?」
「아뇨아뇨・・・진짜로 제 눈알입니다. 시험해보시겠습니까?」
내가 주인장의 눈 앞에 손가락을 세워 지휘자의 지휘봉처럼 상하좌우로 움직이자, 주인장은 시선으로 그 손끝을 따라가보였다.
물론, 오른쪽과 마찬가지로 실장석의 왼눈도 그 움직임에 맞추어 움직였다.
「불편하지 않으시오, 그거」
「겉보기에는 이래보여도, 기능은 평범했던 때의 눈알과 별 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가려두면 대개는 만든거라고 생각해버리니까・・・」
의안이라든가의 기술은 잘 모르지만, 그것이 대용품 따위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었다 한들, 만든 것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명확한 의사의 표명이 거기에는 있었다.
「전 소유주는 반대로 오른눈이 빨갛게 되어있었습니다만・・・이게 가장 알기쉬운 것이죠」
「왠지 말하는 투가 그 외에도 있다는걸로 들리오만」
관자놀이를 몇 번인가 긁더니, 주인장은 주머니에서 꺼내든 손수건으로 색안경을 닦아 다시 썼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본인이라도 잘 모르는게 많아서요.
그 다음은 받은 후를 기대하시죠. 뭐, 죽거나 하는 꼴은 없을거라고 보장합니다」
「흐음」
미적지근한 대답을 하고, 나는 다시금 주인장과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술잔에 넣은 위스키는 언제나와 같은 맛이었고, 유선으로 흐르는 음악도 조금 오래되었지만 잘 들리는것 뿐이다. 딱히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주인장이 실장석처럼 새된 소리로 짖어댄다든가 하는것도 아니고・・・하하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쓸데없이.
그때, 글라스 안에서 녹은 얼음이 움직이면서 내는 딸랑, 땡그랑, 하는 작은 소리에, 나는 문득 망상에서 정신을 차렸다.
안되겠구만, 의식이 도망칠뻔했어・・・조금 지나치게 마셨나, 이거.
계산해달라고 말하면서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융단 위에 둔 발이 약간 기울려고 하지만, 아직 걷지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면 되겠소?
연락처의 전화번호나 명함이라도 놔두면 되나?」
「아아, 걱정마십시오」
지갑을 꺼낸 김에 명함을 찾던 나를, 주인장이 제지한다.
「손님은 그냥 때를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그 때가 오면, 언젠가는 다시 여기에 들르시게 될테니까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뭐, 좋아.
기다리라는 거라면, 나는 기다리면 되지.
지갑을 꺼내고 술값을 물어봤을때 주인장이 대답한 금액은 극히 양심적인 것이었다.
오히려 잘못된거 아닌가 걱정해서 이쪽이 가격을 되물어볼 정도였다.
바가지를 씌우지도 않고, 조용히 마실수 있는・・・이런 가게라면 단골의 하나로 삼아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가게라면 카운터 위에 두고있을터인 선전용 라이터나 성냥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장, 이 가게는 이름이 뭐요?」
「없습니다, 없어요」
묻는 나에게 주인장이 그자리에서 답한다.
없어? 이름이 없어? 그런 술집도 있나.
「・・・농담이겠지?」
「네, 농담이고 말고요」
무척 진지하게, 표표히 대답하는 주인장에게 피식 웃어버렸다.
「・・・『「」』입니다. 이렇게 꺾쇠를 두개 써서 『무명無名』이라고 읽지요」
주인장은 글라스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찍어, 카운터 위에 기호를 그린다.
「『무명』・・・희한한 이름이군, 주인장이 지으신거요?」
「네, 뭐・・・이거, 부끄럽습니다」
활짝 웃으며 머리를 긁던 주인장이 내민 거스름돈을 받아들고 주머니에 넣는다.
「다시 오겠소. 여기, 조용해서 마음에 드니까」
「그렇습니까・・・여기에 도달하시는 손님은 별로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가끔씩, 번화가에서도 잊혀진것처럼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가게가 있기도 한다.
돋보이는 다른 가게때문에 가려지거나, 뒤얽힌 골목같은 입지조건, 주상복합의 고층에 있거나・・・등등, 별거 아닌 이유로 취객은 그 가게를 알아채지 못한채 거기를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분명히 여기는 알아채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가게이리라.
이 주변의 번화가를 뒷골목까지 훑고있는 나조차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가게이니까.
「그러면, 주인장, 잘 있으시오」
「네, 안녕히 가십시오. 또다시, 언젠가, 어디선가 뵙겠습니다」
내가 한 손을 들어 작별인사를 하자, 주인장은 머리를 깊이 숙였다.
언젠가 어디선가・・・굉장히 호들갑스러운 말을 하는군.
그래도 쥔 손잡이를 돌려 문을 밀어열자, 주인장은 문득 떠올랐다는 것처럼 표정을 바꾸고 나를 멈추게 하려는것처럼 한 손을 들었다.
「아아, 손님, 발 아래를 조심하십쇼」
그 말은 이미 늦었다.
의미를 떠올렸을 때에는 이미 내 발은 땅바닥이 있어야할 곳을 밟고있었다.
문을 연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천장도, 하늘도, 벽도, 경치도, 바닥도, 땅도・・・그저 어둠이 펼쳐져있었다.
지면이라는 발디딤을 잃고, 앞으로 기운 몸은 내딛었던 발에 이끌려 어둠 속으로 허우적거리며 떨어져간다.
옷자락과 머리털이 바람결에 파닥이며 울부짖는다.
귓가에 휭하고 바람이 지나가는 상황에, 나는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언젠가,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갑작스런 추락의 한가운데에서, 그 주인장의 표표한 목소리가 한참 위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내 의식은 뚝 끊겼다.
모든것이 검게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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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어・・・세・・・여보・・・오?」
눈뜨는 것은 최악이었다.
보통은 별것 아닌 기상도, 깊은 늪 바닥에서 기어나오는 것처럼 도무지 의식이 떠오르질 않는다. 몸의 자유를 되찾자, 멀리서 들려오는것같은 띄엄띄엄한 소리도 서서히 명료함과 의미를 가지고 고막을 흔든다.
「이놈들, 저리가라! 」
「데햐아아아!」
「데히이이이이!」
누군가 외치자, 나의 바로 근처에 있던 실장석의 새된 소리가 멀어져간다.
그 소리가 뇌리를 찌르는게・・・발이 둔한 실장석이 이동해갈때까지의 시간이 걸리기에 그 소리가 고막 안에 두고 간것처럼 남아있다.
머리속이 지끈지끈 아프다.
주정뱅이가 의미도 없이 들실장을 걷어차는 것은 이런 것이 원인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그것을 통절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일어나십시오」
무거운 눈꺼풀을 열자, 눈 앞에서 경찰관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있다.
잠자고 일어났는데 어째서 경찰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두통이 그치지않는 머리를 안고 몸을 일으킨다.
등이 배겨서 아프다・・・딱딱한 벤치 위에서 잤으니까 당연한가.
숙취정도는 언제나의 일이지만, 오늘은 드물게도 과음했구만.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중간에 자버리다니, 학창시절 이후니까 십 몇 년만인가.
「괜찮습니까? 이런데서 주무시면 감기걸립니다?」
「・・・아야야, 여기는 대체 어디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어딘가의 공원인 모양이다.
옆에는 누런색으로 탁한 가로등이 점멸하고있고, 멀리 보이는 빌딩 사이로 여명이 하늘을 옅은 보라색으로 물들이고있다.
나무와 쓰레기통 그늘에서 이쪽을 살펴보고있는 들실장 몇 마리는 방금의 녀석들이리라.
잠들어있는 나에게 장난질이라도 하려고 했던것이 틀림없다.
손으로 먼지와 티끌을 털어내면서, 주머니와 안주머니를 찾아보니 지갑도 전화기도 무사했다.
「여기는 ××동의 공원입니다・・・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십니까?」
「××동? 아아, 괜찮고말고요. 저희 집에서 별로 멀지않은 장소입니다」
경찰이 말한 지명은 내가 사는 싸구려 연립주택에서 두 역 떨어진 장소이다.
그렇구만・・・걸어서 15분 정도면 돌아갈 수 있는 거리이다.
나는 휘청이면서 벤치에서 일어났다.
자꾸만 질문을 반복하는 경찰관을 적당히 상대하고는 도망치는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난다.
책임문제 운운하는게 뉴스에 실리는 사태가 있어서인지, 요즘은 경찰이 지나치게 돌봐주려고해서 여러가지로 곤란하다.
그런 녀석들이 과보호하면서 엉겨붙어도 곤란한것이다.
그건 그렇고, 희한한 꿈을 꾸었다.
구멍에 떨어지는 결말이라니・・・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고.
나에게도 그런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꿈을 꿀 정도로 머리에 느슨함이 남아있었다니 놀랄 노릇이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박장대소할 것이 틀림없다.
「・・・아아, 목이나 축일까・・・」
공원의 출구를 향하던 도중, 목마름을 느낀 나는 수돗가에 멈춰서서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마시고 얼굴을 씻는다.
초봄인데도 수돗물은 아직 차갑지만, 달뜬 몸에는 이게 딱 좋다.
재킷이 젖는것도 신경쓰지않고, 기세좋게 쏟아지는 수돗물로 얼굴을 씻은 후, 근처의 벤치에 앉는다.
주글주글해진 손수건으로 얼굴과 머리의 물방울을 닦아내고, 겨우 한숨을 돌리면서 담배와 라이터를 찾아 가슴께의 주머니를 찾는다.
「・・・어라・・・?」
손끝이 담배곽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의 감촉을 잡았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그것을 꺼내들어보니, 그것은 둥근 잎이 붙은 나뭇가지.
「・・・꿈이 아니었나, 그거・・・」
아직도 잘라낸 생생함이 남아있는 그것을 보자, 어제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언제나처럼 단골 술집을 돌고, 어쩌다가 보게된 골목 안에서 본 적 없는 술집의 간판을 봐서 문을 열고・・・그 이후에・・・그 이후에・・・
「・・・뭐, 괜찮겠지・・・」
손끝으로 나뭇가지를 돌리며 기억을 더듬던 나는, 도중에 생각을 포기했다.
떠올린다고 해도 의미는 없다.
그 주인장도 마지막에 말했지않은가. 그 때가 오면, 다시 이 가게를 들르게 될거라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가 오면 분명히 기억해 낼 것이 틀림없다.
아무런 보장도 없지만,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돌아가서 한숨 잘까・・・ 머리도 아프고」
나는 나뭇가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는 탑 모양 시계를 올려보니・・・시각은 오전 5시를 지나는 도중.
근처의 역에 시발전철이 지나가기에는 아직 이르다.
어쩔수없지, 술도 깰 겸 걸어서 돌아가기로 할까.
「언젠가, 어디선가, 인가・・・」
그 주인장의 말을 되뇐 후, 나는 하품을 참으면서 어스레한 가운데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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