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손

 

"너는 정말 착한 아이야 미미"
미미의 주인인 노파는 그렇게 말하고, 주름진 손으로 미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데스"

조금 턱을 당기며 기쁜듯이 노파의 쓰다듬을 받는다.
몇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었을까, 이 노파는 심심하면 미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었다.
미미도 머리가 만져지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고, 주름진 손을 정말 좋아했다.

미미가 이 집에 온 것은 노파가 장보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났을 때였다.
전신주 옆에서 울고 있던 자실장이 미미였다,
혼자 사는 외로움도 있어서 주워준 것이지만, 그 때의 일을 미미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내밀던 주름 투성이 손만큼은 따뜻한 빛깔로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막 들일 무렵은 노파도 미미 때문에 애를 먹었다.
원래 들실장이었던 미미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먹이가 맛없으면 접시를 뒤집고, 멋대로 냉장고를 열어 안을 뒤졌다.

그 중 압권은 화장실 버릇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집 안에 똥을 누고서는 마치 영역 표시를 하듯 벽이나 기둥에 발라댔다.
꾸짖으면 주인인 노파에게마저 똥을 던졌다.

그럼에도 노파는 끈기있게 미미에게 착한 것과 못된 것을 가르쳤다.
그 보람도 있어 점차 미미는 노파의 말을 듣게 되었다.
미미에게는 무엇보다 들은 것을 지키면 칭찬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기뻤다.

이제는 화장실도. 인간용 변기에서 보는 것도 기억했다.
또 냉장고를 열어제끼거나 영역을 주장하는 것같은 일은 없었다.

노파가 기뻐하는 것이 미미에게는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일이었다.

오늘도 노파는 남편의 불단 앞에서 향을 피우며 손을 모아 합장했다.
미미는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노파의 흉내를 내 합장한다.
이것을 하면 노파가 칭찬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남편이 죽은 이후 자식도 없는 노파에게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말벗은 미미뿐이었다.
끝나면 언제나처럼 "착한 아이야"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미는 기뻐서 노파를 쫓아가 발에 달라붙었다.
식사 준비를하는 노파는 반찬 하나를 집어들고
"오늘 반찬은 미미가 좋아하는 달걀말이야"라고 말하고 한 조각을 미미의 입에 던졌다.


"뎃스우우우웅"

쩝쩝 소리내며 달걀말이를 맛보고, 다시 노파의 다리에 매달렸다.

"후후후.. 간이 잘 맞나보구나"

달걀말이를 원하는 것도 있지만, 미미는 노파의 다리를 안고 싶었다.
응석부리면 상대해주니 기뻤다.

그런 날이 계속되다가도 이윽고 그늘이 드리운다.
나이가 있는 노파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다.
이불 안에 들어가는 날이 많아지고, 쉽게 잠드는 날이 잦아졌다.


미미도 노파가 어쩐지 나날이 쇠약해지는 것을 알았다.
노파의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실장석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
물을 가져오거나 등을 주무르거나,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다.
밤에는 노파의 이불에 들어가 노파의 몸을 녹였다.


어느 추운 아침 미미는 깨어나보니 노파가 차가운 것을 알았다.
토닥토닥 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물병을 노파의 입에 댔으나 물은 그대로 노파의 뺨을 흐를 뿐이다.
분명 추워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노파의 몸에 달라붙어 문질러보았다.


점심때가 되자 미미도 노파가 어떻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정말 좋아하는 주인님이 죽었다.

미미는 노파 앞에서 소리높여 울었다, 눈물이 닦아도 닦아도 흘러넘쳤다.
잠시 후 침착을 되찾고 "끅! 끅!" 그치며 노파가 한 말을 떠올렸다.

노파는 불단 앞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향을 올리면 그때 돌아온단다" 라고 미미에게 말했다.

미미는 향을 노파 앞에 가져와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수차례 노력했다.
노파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던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실장석의 손가락으로 라이터를 딱딱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도 여러번 시도하는 와중에 우연히 불이 불었다.
향 한 대에 불을 붙이고 노파가 하던대로 가지런히 손을 모아 합장한다.
노파를 봤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향 다발째로 불을 붙여 합장해보았다.

미미는 열심히 절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발로 태운 향불이 다다미에 옮겨붙으면서 그 불이 커튼까지 번지기 직전인 것을.

깨달은 순간에는 집안에 불이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데에에에!!!"

미미는 놀라 현관쪽으로 달려갔고 거기에는 노파가 미미를 위해 열어준 작은 산책용 문이 있다.
문에 손을 댄 순간 미미는 뒤를 돌아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노파의 침실, 미미는 뭔가를 결심하고 노파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완전히 전소된 노파의 집을 소방대원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이, 시체가 있었어"

동료의 목소리에 몇명이 모였고 거기에 탄 이불 속에 무언가 있어 시체가 들어있는 것을 짐작케한다.
이불을 들추자 역시 노파의 까맣게 탄 시체가 있었다.

젊은 대원이 노파의 팔에 매달려 있는 물체를 보고 말했다.
"그 작은 건 아기 아닙니까"

대장이 말했다.
"아니,이 집에는 노인 혼자 살았으니까 아기는 없을거야"
"잘 봐라, 이 녀석은 실장석이다"

"하지만 어째서 실장석이.."

젊은 대원의 의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대장이 실장석의 까맣게 탄 시체를 떼어냈다.
등쪽은 완전히 그을음처럼 되어 너덜너덜 무너졌다.

떼어내고보니 주름진 손에 미미가 달라붙은 부분만 불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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