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을. 이 시기는 노력하지 않고도 식량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들실장에 있어서는 굉장히 고마운 계절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다음에 닥쳐오는 겨울이라는 죽음의 세계를 보다 고통스럽게하는 대자연의 올리기 시기이기도 하다.
이 가을의 기간에 무엇을 하였는가로 겨울나기를 할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어미새끼 모두 나무열매를 갉으며 놀고있는 앞날이 캄캄한 분충친자를 흘겨보면서, 솎아내기를 건너뛴 현명한 실장석이 도토리나 마른풀 등의 보존식을, 오늘 입에 담을 몫과는 따로 모으러 다니고있다.
현명한 들실장은 어미로부터 겨울나기를 위한 지혜를 가르침받았다.
일단은 둥지굴의 확보. 지금까지의 골판지하우스로는 한파가 닥쳐올때 금방 무너져버린다.
따라서 골판지하우스를 버리고 이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명한 들실장은 커다란 돌이 적당히 쌓여있는 장소로 가서 돌과 돌의 틈에 생긴 공간에 새로운 둥지를 만든 모양이다.
바람이 들지않도록 자신의 똥으로 몇번이고 둥지 안의 틈을 막는다.
막 발랐을때는 냄새나지만 마르고나면 냄새가 사라진다.
마른 똥은 그대로 여차할때의 식량도 되는 것이다.
이것이 끝나면 마른풀의 확보이다.
마른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체온을 보존하는 역할도 있고 이것도 또한 식량이 된다.
거기까지 준비하면 둥지의 입구를 풀로 숨기고 골판지하우스로 돌아간다.
겨울이 오지않았는데 이 둥지를 이용해버리면 아무래도 눈에 띄어버린다.
안에는 식량이 비축되어있기때문에 동족에 들키면 곤란하다.
이윽고, 드디어 겨울이 온 모양이다.
열심히 만든 겨울나기용 둥지에 친자 일행으로 온 현명한 들실장.
이 시점에서 현명한 들실장의 운명은 결정되어있다.
무척 머리가 좋고 현명한 들실장이었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아니, 불운이라고 말하는게 옳다.
그것은 자실장들을 데리고 겨울나기를 하려고 한 것과 현명했기에 애정깊은 친실장이었던 것이다.
삭풍이 불어치는 바깥에서 따뜻한 공기가 떠도는 둥지 안에 들어와 기뻐하는 자실장들에게 친실장은 미소를 보여준다.
눈이 쌓여 둥지의 출입구가 막히면 일단 외적의 침입은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물은 눈을 입 안에 넣으면 족하기에 물도 확보할수 있다.
이대로 봄이 오는것을 기다리는것 뿐이었지만 둥지 안에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져있다.
친실장이 빼먹은 모양이지만 자실장들은 성장한다.
성장해서 자립심이 싹트면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것을 견디지 못하게된다.
힘이 약한 자실장이라면 어미의 하는 말을 잘 듣겠지만 성체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실장들은 어미의 말을 듣지않고 비축된 식량을 무계획적으로 먹어치운다.
식량이 떨어지고나면 이번에는 폭동이 일어난다.
말하자면 동족식이다.
도망칠 곳도 없는 둥지 안에서 생존을 위한 살육이 시작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때문에 겨울나기는 어미 한 마리가 하는 것이 좋다.
봄이 되면 또 낳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실장이 아니면 겨울을 넘을수 없다.
겨울을 나는 데에 애정은 방해되는 감정이다.
그러면, 진짜로 현명한 겨울나기의 스타일이란?
동족식이 벌어지고있는 둥지굴 바로 근처에 마찬가지인 구멍 안에서 월동하고있는 들실장을 보자.
이녀석은 비축의 식량이라 할만한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
가을 동안에 먹을수 있는만큼 먹어서 체중을 불린다. 물론 자실장따위를 데리고 겨울을 나지도 않는다.
그러면 배가 고플때에는 어떻게 하는가? 기본족으로는 깔려있는 마른풀을 먹거나, 건초에 붙어있는 미량의 꽃가루로 우연히 임신한 자실장을 낳아서 먹는 일도 있다.
이 실장석이 아무렇지않게 새끼를 먹는다고 분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않다.
이 실장석은 여름〜가을 동안 새끼를 낳아 훌륭한 실장석으로 키워낸 경력을 갖고있다.
그러면 어째서 새끼를 먹는것인가? 물론 배를 채운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도망칠데가 없는 둥지굴 안에서는 내부의 적이 더더욱 무섭다는 것을 이 실장석은 알고있는 것이다.
이 둥지 안에 있을 때에는 자신 이외의 실장석은 설령 새끼라해도 적, 그렇게 맺고끊는 머리가 없으면 겨울을 넘길수 없다.
낳아버린 새끼를 전부 먹어치우고, 또다시 봄이 올때까지 눈을 감는 실장석.
옆 둥지에서 들려오는 동족의 비명이 희미하게 들려오자
(시끄러운데스ー)하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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