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숍에서 태어난 자실장 중 한 마리는 자매들과 많은 갓 태어난 실장들 가운데서도 특출나게 머리가 좋았다.
모실장도 이 아이는 행복해질 거라고 확신해 기뻐해마지 않았다.
숍 경영자도 그것을 알고 이 아이를 다른 자실장과 분리하여 특별 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애완용 실장이 되기 위한 교육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대부분의 시간을 정서 교육과 훈육에 들여, 인간의 마음에 들게끔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법이다.
갑자기 자매들의 옆 수조에 옮겨지고 그 날부터 이 아이에게 끊임없는 학대가 시작되었다.
점원은 자실장의 손발을 펜치로 찌그러뜨리거나, 독 섞인 먹이를 주거나 하여 매일 학대를 반복한다.
어떤 때는 1 주일 이상을 먹이를 주지 않고 옆 수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옆 수조에서는 자매들이 푸드를 맛있게 배불리 먹고, 디저트로 콘페이토까지 주어졌다.
분명히 점원은 일부러 그것을 보게 하기 위해 하는 것 같았다.
자실장은 그것을 매일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옮겨진 이후로 콘페이토는 커녕 배불리 먹은 경험조차 없다.
수조에 딱 붙어 군침을 흘리며 "테에엥 테이에엥" 옆을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자매들이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는데, 자실장에게는 즐거웠던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모실장도 자매들을 안고는 상냥한 눈빛을 보낸다.
이제 모실장이나 자매들은 옆의 자실장이 자신들과 관계있는 것조차 잊었다.
옆의 초라한 자실장을 "치프프" 경멸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 일이 몇년 동안 계속되고 결국 자매들은 새로운 주인에게로 팔려나간다.
모실장도 역할을 마쳤는지 없어져버렸다.
자실장도 어느덧 성체실장이 되어 있었다.
성체가 되어도 취급은 전혀 번하지 않았다, 매일 학대가 이어지며 주어지는 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먹이.
한번도 씻어본 적 없이 질척질척하게 더러워진 실장복과 몸, 그것을 보며 더이상 자신을 기를 구매자는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 있는 건지,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고독과 학대 속에서 그것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참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자신을 저주하고, 아무도 없게 되자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장석은 버려지거나 도살 처분되는 일 없이 몇 년이나 이 상태로 사육되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실장석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놀랍게도 구매자가 나타난 것이다.
매매 계약을 마치는 숍 경영자는 왠지 자신감이 넘쳤고 중년 여자는 허리를 몇번이나 숙여 예를 표하며 구입했다.
처음으로 몸을 씻고 새로운 실장복을 입자, 새로운 주인을 따라가라고 했다.
그래도 실장석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성체실장인 자신을 기르는 목적은 단 하나, 학대 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의 차를 타고 나서 조금이라도 아첨을 해보려고 사육주인 여자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여자는 마치 물건을 취급하는 듯한 태도로 이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매일 학대를 당하고 외로웠던 자신의 성격도 신경이 쓰였다.
분명 쭈뼛쭈뼛거려서 인간에게 좋지 않게 비칠 것이다.
주인의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착한 집은 비교적 큰 편이지만 대저택까지는 아니었다.
"이리 오렴"
사무적인 목소리로 실장석을 불렀다.
실장석은 "데에? " 자신이 불린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따라갔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 열쇠가 없는 문을 당기자 그 소녀가 앉아 있었다.
"오늘부터 네 주인님이 될 내 딸 미오야"
"넌 미오 말고는 주인님이라고 생각하지 마렴"
그렇게 말하고 여자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데.. 데에.."
사육실장이 되기 위한 교육 등을 일체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인지,
남겨진 실장석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인간이 학대파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어디? 어디야?"
소녀는 바닥에 손을 더듬으며 실장석을 찾고 있다.
이 소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일년 전의 교통사고로 소녀의 눈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망막을 넘어 수정체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아서 앞으로도 회복할 가망이 없었다.
"데스? .."
그 행동이 늘 보던 인간과 달리 약해 보였다.
실장석은 소녀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조심조심 손에 다가갔다.
(학대당하는 게 아닌 듯한 데스..)
손에 닿자 "앗" 손을 끌어당겨 그 손을 가슴에 대고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미오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지, 네 이름은..."
"평범하지만 미도리.. 응, 미도리로 할게"
미도리라고 이름붙여진 실장석은 그 자세 그대로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게다가 아무 예고도 없이.
실장석에게 자신의 이름이 생긴 것, 그것은 충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이르으으음! 와타시에게 이름을 주시는 것인 데스?"
미오는 귀에 손을 대고 음성 변환식의 링갈의 볼륨을 맞춘다.
"응, 상태는 좋아보이네"
"당연하지, 이름이 없으면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잖아"
"잘된 거야 미도리, 넌 미오의 여러가지 일을 도와주는 간호실장을 해줘"
"뭐 말하자면 실장판 맹도견, 앗 실장이니까 맹도실장인가?"
상냥하게 웃는 미오의 얼굴에는 실명의 어두움없이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한마디 "자 미도리, 우선 냉장고에서 물을 갖다줘" 라고 말한다.
"냉장고..데스?"
"아 그렇지, 실장석이 냉장고를 알 리 없지"
"저 상자가 냉장고야, 문을 열면 물이 담긴 병이 있어."
가리키는 곳에 흰색 냉장고가 있었다.
말은 했지만 미오는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실장석이 아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도리는 냉장고 앞까지 와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물체에 무언가를 넣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어떻게 여는지를 모르겠다.
빙빙 주위를 조사하며 밀거나 당겨보았다.
쾅!
우연히 냉장고 손잡이에 손을 걸려 문이 열렸다.
안을 들여다보니 서늘하다.
바로 눈앞 단에 생수가 수십병 놓여 있다.
미도리는 그것을 손에 들고 머리를 쥐어짜 생각하다, 결국 모르겠어서 일단 가지고 가기로 한다.
조금 걷자 미오가 "문을 닫아" 명령했다.
"문 데스?.."
"지금 열었던 걸 되돌리는거야"
미도리는 그 말에 홱 돌아가 문을 열 때와 반대의 방식으로 닫았다.
이제 된 것인지 미오의 얼굴을 보자, 미오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걸로 된 거야, 자 물을 가져와"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생수를 미오에게 가져갔다.
"이것인 데스우?"
생수병을 미오의 손에 대자 미오는 그것을 손에 들었다.
"이리로 와, 미도리"
머뭇머뭇 가까이 가자 미오는 무릎을 톡톡 두드려 여기까지 오도록 신호한다.
미오의 무릎에 손을 대자 왼손으로 미도리를 잡았다.
얻어맞는다! 미도리는 몸을 경직시켰다.
"잘 했어, 미도리는 머리가 좋네"
페트병을 놓고 미오는 미도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그 행동에 매우 따뜻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 순간 미도리의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올라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데에엥! 데에에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것만으로 지금까지의 비참한 삶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감사한 데스, 감사한 데스"
미도리는 미오에게 여러 번 절하며 울었다.
그 후로 미도리는 주인님의 손발이 되고자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말하면 후다닥 달려서 가져왔다.
모친이 부르면 미오를 대신해 용건을 듣고 온다.
언제나 어떤 때라도 미도리는 미오 곁에 머물며 미오에게 도움을 주었다.
산책시에는 미오의 앞에 서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으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자동차와 보행자의 움직임을 생각하였다.
게다가 미오도 미도리에게 상냥해 항상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안아주기도 하였다.
먹이도 옛날에 먹던 학대용으로 만들어진 맛없는 먹이가 아닌, 반천연 타입 고급 제품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바라왔던 삶이다, 미도리는 행복을 되새기며 살았다.
숍 시절에는 누군가에게 필요가 되며 사랑받는 이런 삶을 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도 바로 미오라는 주인 덕분이다, 미도리는 미오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만큼의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미오가 미도리에게 불쑥 토로했다.
"내 눈은 다시는 빛을 느낄 수 없어"
양손가락으로 눈을 톡톡 건드리며 "여기 구슬로 된 부분이 깨졌대" 라고 말했다.
미도리는 자신의 가슴이 조여드는 듯했다.
만약 자신의 두 눈을 주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주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여부 없이 눈알을 도려냈을 것이다.
하지만 실장석의 유리 눈이 인간에게 맞을 리 없었다.
그리고 반년의 세월이 흘러 미도리의 몸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이 눈에 띄게 무거워지고, 조금 움직이면 숨이 벅차기 시작한다.
미도리는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미도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미오를 위해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 한계가 다가온다.
미도리는 어떤 결의를 다지고 자고 있는 미오의 침대에 기어올랐다.
그리고 미오를 흔들어 손에 든 위석을 내밀었다.
피가 흠뻑 묻고 요염한 에메랄드색으로 빛나는 그것을 미오에게 건넸다.
"주인님, 미도리는 이제 수명이 다한 데스"
"그래서 마지막으로 주인님의 도움으로 죽고 싶은 데스"
"지금까지 감사했던 데스, 미도리는 정말 행복했던 데스"
"그것을 먹으시는 데스, 미도리가 주인님의 몸 안에서 노력하는 데스"
시키는대로 미오가 위석을 먹자 곧 미오의 몸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미오는 눈에 통증을 느끼고 두 눈을 짓누르고 웅크린다.
통증이 사그라들자 미오의 눈은 보이게 되었다.
눈앞에 미도리가 뭔가 해냈다는 행복한 얼굴로 죽어 있었다.
"길었어.. 겨우.. 겨우 뜻대로 되었네"
미오는 미도리의 모습을 보고 킥킥 웃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이 사실이 알려졌다.
눈이 보이지 않는 주인에게 사랑받은 실장석이 주인을 위해 위석이 되어 눈을 회복한 것을.
그것은 몇가지 조건이 겹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선 월등히 머리가 좋고 성격도 좋은 실장석이어야 한다.
그 개체가 어릴 때부터 불우한 삶을 살다가 나중에 행복해질 필요도 있었다.
처음부터 행복한 실장석은 주인에게 그렇게까지 애착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실장석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들이 클리어돼야 비로소 실장석은 주인을 위해 위석에 옮겨져 인간에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실장숍에서는 그런 개체를 실장석에게는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거래했다.
수만 마리 중 한 마리꼴인 비율이지만 혈안이 돼 찾고 만드는, 그만큼 가치있는 실장석인 것이다.
"미오- 빨리 가지 않으면 늦겠어"
어머니의 부름에 재킷의 옷깃을 추스르며 "귀찮아..이제" 중얼거리며 책상 위의 콘택트렌즈를 든다.
"눈이 보이는 건 좋은데 오드아이잖아"
컬러 렌즈를 양눈에 끼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미오는 콘택트렌즈를 낄 때마다 미도리를 떠올렸다.
"이제 슬슬 잊어야겠어"
"실장석 따위에게 다정했다니, 바보처럼"
"눈이 보이게 된다니까 그 정도는 참았지만."
미오는 킥킥 차가운 웃음을 띄운다.
이미 미도리는 그 정도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때 미오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륵 떨어졌다.
"어? 왜 눈물이.. 이상하네"
그 눈물은 미도리가 흘린 눈물이다.
눈물의 의미가 미오의 눈이 보여서 기쁘기 때문인지,
자신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 슬프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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