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은백의 세계였다. 모든 것이 눈으로 덮인 하얀 세계. 그 흰색으로 표백된 세계에서, 단 하나의 움직이는 색채가 있었다.
「데에데에・・・뎃스우・・・」
실장석이다.
그 실장석은 어께를 들썩이며 숨을 쉬면서, 열심히 설산을 걷고있다.
실장석의 몸이 저반발 우레탄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몸은 충격과 타격에 대해 뛰어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있지만, 의외로 알려져있지 않은 점도 있다.
저반발 우레탄인데다 지방층이 두꺼운 실장석의 몸은 추위에 강하다.
그렇기에 달리 움직이는 것이 없는 은백의 세계에서도 활동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추위에 강하다해도, 식량이 없으면 실장석이라도 살아가지 못한다. 높은 생명력을 가지는 대가로, 실장석은 신진대사가 격렬하고 소비칼로리도 크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칼로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추위에 강하고 재생력이 뛰어나다해도 굶어죽는 것을 피할수 없다.
그렇기때문에, 이 실장석은 눈의 세계를 열심히 식량을 찾아 걷고있는 것이다.
「데에데에・・・데스웃!?」
그 실장석은 무언가를 알아채고 걸음을 멈추었다. 시선 앞에는 나무가 서있고, 그 뿌리부근에는 눈이 다른곳보다 약간 솟아올라 있는 장소가 있었다.
「데에엣스우우ーーー!!!」
실장석은 포효을 지르더니, 그 살짝 부풀어있는 눈을 파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없는 손이라도 눈을 헤치는 데에는 부자유하지 않은 모양으로, 조금씩이지만 눈을 파헤친다. 그리고.
「데에ーー♪」
목표했던 것을 발견한 실장석은 환성을 지르고는, 파서 꺼낸 『그것』을 입에 물었다.
실장석이라는 버러지는 신진대사가 빠르고, 그렇기에 세대교체의 페이스가 무척 빠르다.
말하자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생물로서의 육체, 정신, 지성 모두 최하층이지만, 생명력이라는 점으로는 탑클래스이다.
다산하고, 성장이 빠르다.
인간이 결코 생쥐나 바퀴벌레를 근절하지 못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실장석에 있어 이 세대교체와 생명력과 적응능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무기가 되는 것이다.
산으로 도망친 들실장은 그곳의 환경에 적응하고, 결국 혹독한 겨울을 동면하며 보내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추위에 강한 저반발 우레탄의 몸은, 설령 온몸으로 눈을 맞는다해도 멀쩡히 있을수 있을 정도이다. 동면하는 동안에 눈에 파묻힌다해도, 멀쩡하게 동면을 계속할수 있다.
엄격한 환경에 적응한, 그야말로 진화라고 부를수 있으리라.
그런 한편으로, 추위에 강해도 동면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마을의 들실장은, 어떻게해서든 식량을 손에 넣지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계절은 겨울.
나무의 열매도, 공원에 들르는 인간에게서 주어지는 식량도, 인간이 내놓는 음식쓰레기도, 들실장 모두가 다투지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치열한 경쟁이다.
식량을 둘러싸고 들실장끼리 싸움을 벌이고, 서로를 잡아먹는 정도는 항상 있는 일이다.
2마리가 싸움을 해서 1마리가 상처로 약해지면, 구경하고 있던 다른 들실장들이 약한 쪽에 눈사태처럼 몰려든다. 그리고 기회만 된다면 약해진 들실장의 고기 일부라도 쥐어뜯는ーーー그것이 겨울의 들실장의 일상생활이다.
마을의 들실장의 일부는 그런 경쟁에서 도망쳐, 산에서 식량을 구하려고 했다. 대부분은 야생동물의 영역을 무신경하게 침범하여, 절호의 먹이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 실장석은 태어나서부터 몸이 작았고, 표준의 체격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먹이의 경쟁과 싸움에서 지는 일이 많았고, 자신이 다툼에서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몸에 배이도록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초목을 먹어 굶주림을 견뎌왔지만, 다툼을 피하다보니 도달한 이 겨울 산에는 풀 조차 먹는데에 한 고생이었다.
두껍께 쌓인 눈. 추위 자체에는 강해도, 풀을 먹으려면 눈을 파서 지면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달리 먹을것을 얻을 수단을 알지 못하는 실장석에게는, 다른 선택지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 날도, 부지런히 눈을 파서, 지면까지 도달하려고 하고있었다.
「데헤에, 데헤에・・・・데?」
고생해서 눈을 판 실장석의 손에, 지금까지 만져보지 못한 감촉이 있었다.
얼어붙어있어서인지 표면은 약간 굳어있고, 하지만 누르면 적당한 반발을 돌려주는 녹색의 물체.
실장석이 일단 파내자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얼어붙은 실장석이었다.
「데에・・・」
동족을 파내어버린 실장석은 고민했다. 지금까지 동족과 관계되어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괴롭힘당하고, 머리카락에 똥을 발라져 노예취급 당한일도 있었다. 간신히 도망친 경험에 따르면, 동족에게는 가까이 가지않는 쪽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실장석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꼬르르르르륵. 배가 성대하게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고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린다.
실장석은 얼어붙은 동족을 본다. 이녀석은 꼼짝도 하지않는다. 죽어있는 것일까?
그렇다면ーーー먹어버려도, 괜찮지않을까?
동족에게 계속 패배하고, 괴롭힘당해온 실장석에 있어, 그것은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로서 배는 비어있고, 이 동족은 움직일것 같지 않다. 뜻을 굳히고, 실장석은 동족의 발을 깨물었다.
표면이 조금 얼어있어서인지 모래를 씹는것같은 감촉이었지만, 이윽고 입의 열기로 얼어있는 것이 녹고나니 맛을 알수있었다. ーーー맛있다!
지금까지 풀밖에 먹지 않았던 실장석에게, 그것은 눈이 뜨이는 체험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 다음은, 정신없이 동족을 먹어치운다.
「데에스ーーー♪」
실장석은 기쁨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배가 부르다는 기쁨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동족의 고기맛을 들인 실장석은, 설산을 돌아다니며 눈 아래의 동족을 찾는데 힘썼다.
처음에는 대충 파내려갈 뿐이기에 도무지 발견할수 없었지만, 점점 요령을 익혀갔다.
그 실장석은 눈 아래의 동족을 파내어 먹을 때에, 자신이 무척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녀석들은 바보인데스, 눈 아래에서 숨어있으려는 모양인데스. 와타시에게는 이녀석들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잡힐듯이 보이는데스. 와타시는 이녀석들보다 굉장한데스♪)
대충 먹다 던진 동족을 내려다보면서, 실장석은 데프프프, 하고 웃는다. 최근에는 배를 채우는것보다, 눈 아래에 숨어있는 동족을 찾아내는 게임같은 것이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동족을 찾고, 발견하면 대충 뜯어먹고는 내팽개친다. 몸 안의 위석만은 물어서 깨뜨렸지만.
일방적으로 동족을 유린하는 것.
지금의 실장석은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자신이 이녀석들보다 우월하다는 증명이었기에.
(그러면, 다음 바보를 찾아보는데스,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서・・・)
「데갸아아아아아!!!」
실장석은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들이받히고, 등에 묵직함을 느낀다ーーー그렇게 느낀 순간에, 오른발에 격렬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릉, 그르르르르르르!!!!」
사나운 으르렁거림. 약간은 움직이는 머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시커멓고 커다란 개가 있었다.
뒤에서 달려온 개의 몸통박치기를 맞고, 쓰러진 다음에 발을 물어뜯긴 것이다.
(뭐인데스!? 어째서 와타시가 이런 꼴을 당하는데스!?)
실장석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대충 먹다 버린 동족의 사체의 냄새를 맡은 들개가, 그것을 따라 자신이 있는곳까지 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못한다.
겨울 산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것은, 실장석 만이 아니다. 들개에 있어 실장석은, 딱 맞는 먹이였다.
「가르르르르, 크르르릉!!」
「데갸아, 데히이이히, 데즈우우아!!」
으직, 하면서 물린 오른발이 뜯어졌다. 아픔에 절규를 지르는 실장석. 하지만 개는 용서없이 실장석의 목젖을 물어뜯는다. 온몸에 지방이 있는 실장석의 몸은, 목도 예외가 아니다. 으적, 하는 얼빠진 소리를 남기고 실장석의 목젖이 물려 찢어졌다.
목젖을 잃은 목은, 실장석의 머리통의 무게를 견디지못하고 뒤로 기울어진다.
가죽 한 장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목은, 머리의 무게를 못 버티고 찢어졌다.
「으르르르르・・・!!」
목이 떨궈진 실장석이 조용해지자, 개는 남은 몸통을 물고, 내용물을 먹기 시작한다.
그 뒤에는 으적으적 하면서 고기를 씹는 소리만이 남았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개는 이동을 시작했다. 그 눈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좌우를 둘러보며 재빠르게 움직인다.
그 개는 미행하고 있던 실장석의 행동을 시종일관 보고있었다. 분명히 실장석보다도 잘 해낼수 있으리라.
개는, 땅을 파는 것이 특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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