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마마!!! 마마아!!!!"

"버리지 마는 테치!! 데려가는 테치이이이이!!!"

"테에에에엥! 마마 같이 가는 테챠아아아아!!!!"

해질녁의 공원, 몇마리의 자실장들이 어미를 부르며 달리고 있다. 꼬질꼬질한 얼굴에는 적록의 눈물이 흘러 한층 궁상스러움을 더하고, 빵콘한 팬티에서는 운치가 새어나와 흙바닥에 점점이 새겨진다.

자실장들이 애타게 찾는 어미는 인간의 품에 안겨 있다. 어미를 품에 안은 인간은 자실장들이 뭐라 하던 신경도 쓰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그것을 쫒으려 자실장들은 목이 터져라 마마를 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뛰지만, 어미는 매정하다.

"너희들은 못생겨서 선택받지 못한 데스!! 지금까지 키워줬으면 고마운줄 알고 이제 알아서 사는 데스!! 와타시는 이제 세레브 사육실장인데스, 너희같은 들분충이 함부로 말을 거는 것도 실례인 데샤앗!!!"

"테에에에....."

마침내 어미의 폭언에 마음이 꺾여 주저앉은 자실장들이 어깨를 맞대고 테승테승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어째서 인간은 마마만을 선택했을까, 마마는 어째서 우리를 이렇게 쉽게 버렸을까.

10여분 전, 돌연 골판지 하우스 앞에 나타난 인간은 이렇게 말했다.

"귀여운 실장쨩이구나, 우리집 사육실장이 되지 않을래? 하지만 아이들은 키워줄수 없어. 너만 특별히 키워줄거야."

그 말을 들은 친실장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실장들을 버리고 사육실장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자실장들은 어미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시 얼어붙었다가, 인간이 친실장을 들고 하우스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아 뒤쫒기 시작했으나 애초부터 자실장의 짧고 약한 다리로 인간을 쫒아가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데프프프프...데퍄퍄퍄퍄!!!"

자실장들의 울음따위는 개의치 않고 친실장은 인간의 품에 안겨 눈을 가늘게 뜨고 웃고 있다. 애초에 타고난 분충이다. 자들을 기르는 것도 반쯤은 비상식량 삼아, 나머지 반은 탁아해서 사육실장이 될 요량으로 길렀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인간이 직접 자기를 키워주겠다고 하니, 쓸모 없어진 자실장 따위는 버리는게 당연하다.

결국, 어둠이 깔린 골판지 하우스 안에 외로이 자실장들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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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토시아키라는 닉네임을 쓰는 의문의 인물이 가상화폐 짓소코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몇종류의 가상화폐가 출시되어 있었고,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를 풀면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한다는 구조도 여타 화폐들과 다를것이 없어 언뜻 보기에는 특별한점이 없는, 그저 그런 가상화폐들 중 하나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츨시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실장석의 위석이 짓소코인 채굴에 최적화되었다는 것이 밝혀져 상황이 역전되었다. 값비싼 그래픽카드를 비롯해 대규모의 채굴장비를 운용해야 겨우 수익이 날까 말까 하는 여타 가상화폐에 비해 세상 어디에나 널려있는 실장석으로 저렴한 채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였고, 곧 사회에 짓소코인 채굴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몇개월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 끝에 가장 효율적인 짓소코인 채굴법이 대략 윤곽을 드러냈다.

우선 전제가 되는 것은 성체실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실장 이하는 위석의 연산능력이 나쁠 뿐더러 과부하를 이기지 못해 위석이 금방 붕괴한다. 성장이 끝난 성체의 위석이 모든면에서 우수하다.

두번째로는 채굴에는 개념실장보다 분충이 좋다는 것. 개념실장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좋은 실장석일 뿐, 실장석 입장에서는 분충성이라고 하는 본능을 거스르며 사는 존재이다. 때문에 위석이 지속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 연산력과 내구도가 떨어진다.

그 반면에 본능대로 사는 분충은 자의식이 강하고 강력한 행복회로가 스트레스를 경감해주어 위석이 튼튼하다. 이런 이유로 채굴에는 개념실장보다 분충이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머리가 좋을 것. 당연한 이치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위석의 연산력이 좋다는 이야기니까.

종합하자면, '똑똑한 분충 성체실장'이야말로 채굴에 최적화된 실장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한 분충'이라는 것은 대단히 드물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분충 성체실장' 정도가 대규모 채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가장 적합한 실장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밝혀지자, 전국적으로 때아닌 실장석 쟁탈전이 벌어졌다. 조직적으로 대규모 채굴을 하는 투기꾼들은 물론이거니와,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이점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이나 가정주부도 발벗고 나서 분충 성체실장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편승해 실장샵들은 성체가 되어 폐기될 운명에 처한 실장석들을 적당히 올려주어 분충으로 만든 다음 싸게 팔기 시작했고, 부려먹을대로 부려먹어 위석이 한계에 달한 노동석이나 출산석을 신품인것 마냥 포장해서 파는 사기꾼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역시 실장석을 잡으려면 공원으로 가야 한다. 발품을 약간 파는 대신 공짜로 실장석을 주워올 수 있고, 들실장들 중에는 순도높은 분충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돌아다니며 분충 성체실장을 찾고 있다.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자들을 헌신짝처럼 버린 친실장도. 바로 채굴석을 찾기 위한 인간의 꾀임에 빠진 것이다. 사육실장으로 삼아줄테니 아이들을 버리라는 제안은 분충을 가려내기 위한 상투적인 물음에 불과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을 버리는 어미라면 분충임에 분명하니까. 그것을 알 리 없는 친실장은 그저 자기가 아름다워서 선택되었다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인간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이것으로 그녀의 운명은 결정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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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이 인간의 품에 안겨 도착한 곳은 호화로운 저택과는 거리가 먼, 교외의 허름한 창고였다. 한참 행복회로에 빠져 입을 오물거리며 행복을 곱씹던 친실장은 낡은 창고를 보고는 화를 내며 자기를 속인 인간을 벌주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그보다 빠르게 남자의 손이 날아들어 옷을 벗기고 머리카락을 뜯어냈다.

"데갸아아아아아!!!!! 와타시의 옷이! 아름다운 머리가!!!"

순식간에 독라가 된 친실장이 엎드려서 피눈물을 흘린다. 이대로 놔둔다면 위석에 큰 손상이 가거나, 심하면 위석이 붕괴하여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채굴석을 만드는데 익숙해진 남자는 그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단계로 돌입한다.

"데갹! 아픈데스!!! 뭐하는 데스 똥닌겐!!!"

남자는 친실장의 민둥머리에 칼집을 내어 절개하고는 넓적한 데이터 케이블을 뇌에 쑤셔박았다. 몸을 흠칫흠칫 떨며 빵콘하는 친실장, 하지만 남자는 지독한 냄새에도 개의치 않고 위석탐지기로 위석이 있는 곳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복부에 위석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그부분을 다시 절개했다. 지방이 잔뜩 낀 살들 사이로 녹색의 돌이 보인다. 남자는 아까와는 다른, 굵고 둥근 케이블을 꺼내어 한쪽 끝이 위석에 부착되도록 친실장의 배 안에 집어넣고는 실장활성제를 머리와 배에 발라 상처를 아물게 했다.

연속된 고통이 끝나자 친실장은 다시 팔을 붕쯔붕쯔 흔들며 화를 냈다. 하지만 몸에서 케이블이 삐져나온 독라실장이 화를 내봐야 꼴사나울 뿐, 무서워 할 사람은 없다. 남자는 친실장의 그런 행동을 무시하고, 빵콘의 흔적을 대강 치운 후 친실장의 몸도 닦아준 뒤 친실장을 들고 안쪽의 큰 창고로 향했다.

"이제야 와타시를 대접할 마음이 생긴 데스? 하지만 고귀한 와타시에게 손을 댄건 용서할수 없는데스, 매일같이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고 여름과 겨울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데스, 그래도 오마에의 죄는 천만분의 일도 갚을 수 없는 데스, 자손 대대로 와타시를 모셔도 모자란 데샤아아앗!!!"

하지만 창고에 들어서는 순간, 기세등등했던 친실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곳에는 멍한 눈을 한 실장석이 수도 없이 늘어서서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던 것이다. 이 명백히 이질적이고 기괴한 광경에 멍청한 친실장조차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는건 불가능했다.

남자는 친실장을 비어있는 칸에 집어넣고는, 몸에서 삐져나온 두개의 케이블을 칸의 안쪽에 있는 USB 허브에 꽂았고,

"데....."

그 순간 친실장의 의식은 날아가, 다른 실장석들처럼 미동도 하지 않게 되었다.







짓소코인 채굴시스템을 만드는데는 흔히 낡은 철제 로커가 사용된다. 로커의 문을 전부 떼어내고 나면 성체실장 한마리가 간신히 앉아있을 정도의 크기가 나오기 때문에 공간활용에 좋다. 이 로커에 메인 컴퓨터와 연결된 USB 허브를 설치하고, 실장활성제를 주사할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공간적 준비는 대략 끝난다.

채굴석이 될 실장석에게는 일단 뇌와 위석에 각각 JMIC(짓소-머신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부착시킨다. 이를 통해 실장석의 뇌신경과 위석은 곧바로 컴퓨터와 연결되어,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위석을 연산장치로 쓸 수 있게 된다. USB 규격으로 제작된 이 케이블을 로커에 설치된 허브에 꽂고, 실장활성제 링거를 꽃아 죽지 않도록 영양을 공급해주면 채굴석이 하나 완성된다.

일단 실장석이 컴퓨터와 연결되면 의식은 전부 날아가 단순한 생체 연산장치가 된다. 케이블을 뽑는다고 해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단순한 식물실장이 되어버린다. 가끔 몸을 이상하게 떨거나 의미없는 소리를 내뱉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컴퓨터에서 전달된 전기신호에 따라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일 뿐, 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데깃.....데빗........데덱.....데덱......"

친실장도 그렇게, 인간의 이득을 위한 부품이 되어 언어가 되지 못하는 소리만을 내뱉으며 계산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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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챠, 와타시 온 데스."

"어서오는 데스 이모토챠."

6개월이 지났다. 친실장에게서 버림받은 세자매는 놀랍게도 무사히 살아남아 성체가 되었다. 대부분의 성체가 인간들을 따라간 탓에 공원에는 거의 자실장 이하의 개체만 남게 되어 오히려 안전한 공원이 된 덕분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자실장의 작은 몸으로 쓰레기장을 뒤지는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고, 고양이나 까마귀 등의 천적들에게 다른 자실장들이 잡아먹히는 모습을 몇번이나 보며 공포에 떨어야 했지만, 어쨌든 몇번의 행운에 힘입어 이 자실장들은 성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세상도 바뀌었다. 선진국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과열되었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웬만해서는 더이상 수익을 올리기 힘든 시장이 되었다. 짓소코인도 예외는 아니었고, 채굴사업을 접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연히, 처치가 곤란해진 실장석들이 한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본래대로라면 이 실장석들은 처리비용을 부담하고 정부에서 지정한 업체에 맡겨 처분해야 하지만, 변변한 이익도 보지 못한 채 사업을 접는 사람들은 처리비용을 내면서까지 실장석을 처분하기를 꺼려했고, 무단투기가 성행하게 되었다.

"털썩"

"데..? 무슨 일인 데스???"

세자매가 살고 있는 공원에도 실장석 무단투기가 벌어졌다. '어차피 동족끼리도 잡아먹는 놈들이니 금방 잡아먹히겠지', '공원은 정기적으로 구제를 하니까 알아서 처분해 줄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공원에 폐채굴석들을 버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오늘은 세자매의 골판지 하우스 바로 앞에 실장석들이 버려졌다. 세자매는 갑작스런 큰소리에 두려워하면서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각자의 하우스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매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끔찍한 형상을 한 독라들이 눈만 데굴거리며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팔다리가 꺾이고 떨어져나가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이미 의식이 파괴당해 비명도 , 눈물도 보이지 않고 몸을 움찔거리기만 하는 기괴한 독라들의 무리는 자매들에게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세자매는 서로를 꼭 껴안고 몸을 덜덜 떨면서도 독라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장녀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모토챠.....저....저걸 보는 데스...."

독라가 되고 피범벅이 되었으나 잊을 수 없는 얼굴이다.

"마마....?"








댓글 2개:

  1. 별다른 학대는 안 나오는데 뭔가 통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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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7년 비트코인 3천만원찍고 2018년 300 만원.찍던당시 채굴하던 그래픽카드 속여서 비싼값에 팔아먹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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