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굿




일반적으로 복을 비는 굿에서는 돼지머리가 상에 올라간다. 그럼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한 굿에서는? 바로 실장석의 머리가 올라간다. 더럽고 불결한 생태, 추악한 정신구조, 실장석은 저주굿이라는 사악한 행위에 그 어느 생물보다도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상 위에 올라갈 실장석의 머리는 일단 어느정도 크기가 있어야 한다. 너무 작으면 모양이 나지 않는다, 물론 아무리 크다고 해도 돼지머리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크기가 있어야 한다.

두번째로는 위석이 머리에 있을 것. 위석은 실장석의 생명력 그 자체이며, 진위는 불분명하나 카오스 파워를 담고 있다고도 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버려지는 몸 부분에 이런 중요한 것이 있어서는 곤란하며, 상 위에 올라갈 머리에 위석이 있어야 한다. 몸에 있는 위석을 적출해 머리에 심을수도 있지만, 그러면 효험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머리에 위석이 있는 타입을 사용한다.

이러한 조건에 합치하는 실장석은 약 일주일간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다시 일주일간 지옥같은 학대를 받는다. 학대 속에서 실장석은 인간과 세계를 저주하도록 교묘히 유도되고, 이러한 저주의 원념은 위석에 축적된다. 그리고 충분히 원념이 쌓였다고 생각되는 때, 위석이 최대한 상하지 않도록,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게 순식간에 목숨을 끊는다. 이렇게 '원념이 담긴 온전한 위석'을 가진 실장석만이 저주굿에 쓰일 수 있다. 평온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실장석이나 파킨하여 조각난 위석따위는 아무 쓸모도 없다.

저주굿에서 쓰이는 제물과 제웅(짚인형)의 대용품도 물론 실장석이다. 이 실장석들은 강력한 활성제가 주입되었을 뿐인 그냥 일반적인 들실장이나 산실장들이다.

실장석은 본래 설화에 나오는 생명을 가진 인형이 모종의 이유로 추악하게 일그러져 야생화된 것이라고 한다. 기원이 인형이었던 만큼 제웅의 대용으로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동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산제물로 쓰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무속인들은 실장석의 외견이 인간과 닮은만큼 여타 동물을 통해 저주를 거는 것 보다 효험이 좋다고 한다. 무속인에게 있어서 실장석은 편리한 만능 엉터리 생물인 것이다.

굿의 형태는 지역마다, 무당마다 각각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실장석을 인간의 대용품으로 삼아 고통을 가하고, 그 고통을 인간에게 전이시킨다는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실장석을 인간의 대용품으로 만드는 주술적인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빠지지 않는 행위중 하나는 '실장석의 위석에 저주를 걸려는 인간의 이름과 사주를 새기는 것' 이다. 물론 위석에 타격이 가해지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실장석의 생태상 이 과정에서 파킨사 직전까지 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 후는 실장석에게 있어 친숙한(?) 일반적인 학대행위와 별 다르지 않다. 온 몸을 난도질하거나, 못을 박거나, 바늘로 찌르거나, 불태우거나, 때리거나, 활을 쏘아 맞히거나, 여하튼 어떤 저주를 걸고싶은 지에 따라 취향껏 학대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실장석이 느끼는 고통과, 상 위에 놓인 실장석 머리의 위석에 담겨 있는 원념이 융합되어 하나의 살(煞)이 되고, 이것을 무당이 저주의 대상에게 날려보낸다. 살을 맞은 대상은 실장석이 받은 고통을 똑같이 겪으며 죽거나 다치게 된다. 이것이 실장저주굿이다.

물론. 이러한 저주굿이 실제로 효과를 내는지 아닌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바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희생되는 실장석에게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원념과 고통조차 인간에게 착취당한다는 의미이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시덥잖은 쇼에 생명을 빼앗긴다는 의미이다. 어느쪽이든 실장석에겐 절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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